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25)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25화
봉인술
식사가 끝나고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레인로버는 티그리스의 옷자락을 잡고 당기더니 말했다.
“아, 저 식당에 핸드백을 놓고 온 것 같아요. 같이 가줘요.”
티그리스는 아모리스를 흘금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아모리스 님 죄송하지만 마차에서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네. 알겠어요.”
티그리스는 라칸을 보며 말했다.
“너도 잠시 마차에 들어가 있어라. 제국 대학까지 데려다줄 테니.”
“아, 예. 알겠습니다.”
레인로버와 티그리스는 식당으로 다시 들어갔고, 라칸은 재빠르게 마차 문을 열며 말했다.
“먼저 오르세요. 아모리스 씨.”
“고마워요.”
아모리스는 라칸의 손을 잡고 마차에 올라섰다.
아모리스는 라칸의 보드라운 손을 잡자 몸에 다시 열이 오르는 것 같았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 냈다.
아모리스는 마차에 올라타고 라칸도 아모리스와 마주 보고 앉았다.
아모리스는 라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심지어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려 혹시 라칸이 듣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아모리스는 심호흡을 했다.
지금의 라칸과 페레이라는 분명히 다른 인물이다.
물론 김유신이라는 동일한 영혼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아모리스와의 즐거웠던 추억과 슬펐던 아픔을 공유하지 못하는 다른 인간이다.
그런 영혼의 원리를 아주 잘 알고 있는 아모리스지만 라칸의 깨끗한 눈동자를 보면 페레이라가 떠올라 가슴이 쿡쿡 쑤셨다.
너무나 아프지만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상반되는 감정이 휘몰아쳐 아모리스는 라칸이 기껏 사준 예쁜 치마를 구길 수밖에 없었다.
“저 아모리스 씨.”
“네?!”
아모리스는 라칸이 갑자기 부르자 깜짝 놀라 어깨를 움찔했다.
“그…… 오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 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요. 오늘 조금 곤란하셨죠?”
아모리스는 당황해서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니에요.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제가…… 그…… 데이트는 처음이라서 실수하지 않았나 걱정돼서요. 이게 데이트가 맞나 싶기도 하고…….”
“아……. 맞다. 이거 데이트였죠.”
아모리스는 데이트란 말에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역시 데이트로 안 느껴지셨나 보네요. 죄송해요. 제가 그 이런 일엔 서툴러서요.”
“아뇨. 아뇨.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아모리스는 100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라칸의 앞에 서면 마치 10대 수줍은 소녀가 되는 것 같았다.
머리가 멍해지고 열이 올라 이성적인 판단이 서지 않는다.
티그리스를 몰아붙였던 언변술도, 100년이 넘도록 포그우드에서 부적 상인으로 살아오며 늘어난 상인의 노련함도, 마왕과의 끔찍한 전쟁을 겪으며 단단해진 정신력도.
그 무엇도 라칸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그만큼 그분을 사랑하셨던 거죠?”
라칸의 입에서 사랑이라는 말이 나오자 아모리스는 놀라서 굳었다.
“저도 눈치가 아예 없는 편은 아니에요. 아모리스 씨가 그분 이야기를 할 때마다 굉장히 행복해하시면서도 슬퍼하시는 게 느껴졌어요. 제가 아모리스 씨가 사랑하신 그분과 같은 한국인이라서 저를 특별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라칸의 말에 아모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나?
아니, 페레이라이기 때문에 눈치가 빠른 것일까?
아니면 시스템의 탐색 능력 때문에 알아차린 걸까?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아모리스는 마치 발가벗겨진 것처럼 부끄러웠다.
“그게……. 죄송해요. 라칸 씨.”
“죄송할 게 뭐가 있나요. 제가 멋대로 데이트를 신청하고 밥을 사드리고 옷을 사드린 건데요. 오히려 제가 죄송하죠.”
“아뇨. 아뇨. 그게 아니라…….”
“제가 퀘스트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긴 해요. 퀘스트를 극복하면 포인트를 얻고 그 포인트로 강해질 수 있고 강해지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남에게 심한 아픔을 주면서까지 퀘스트를 깨고 싶진 않아요. 제가 퀘스트를 극복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지 피해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니까요.”
라칸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러니 다신 이런 일은 없을 거예요. 괜히 심란하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아모리스는 라칸의 순수한 눈과 말에서 페레이라가 읽혔다.
-미안해. 내가 널 좀 더 빨리 구했다면, 아프지 않게 해줄 수 있었는데. 미안해. 내가 아직은 약해서.
-차라리 내가 힘들면 힘들었지 남을 힘들게 하고 싶진 않아.
-포인트는 나중에 모으면 돼. 하지만 저 사람들에겐 지금 내가 필요해.
-아모리스 마지막에 네가 내 옆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아모리스는 라칸의 눈을 보며 말했다.
“김유신 씨.”
“……네?”
“유신 씨가 말씀하신 대로 오늘 심란하긴 했어요. 유신 씨를 볼 때마다 그 사람이 자꾸 떠올랐거든요. 하지만 심란하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유신 씨 덕분에 그 사람과 행복했던 나날들이 떠올라서 너무 즐거웠거든요.”
아모리스는 지금 이 말을 페레이라에게 하고 있는 것인지 라칸에게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말할 뿐이었다.
“그리고 제게 죄송하다고 하셨는데 죄송하다고 말해야 할 사람은 저예요. 유신 씨를 통해 그 사람을 멋대로 떠올리고 있는 건데요. 오히려 유신 씨가 불쾌해하실 일이죠. 그러니까…….”
아모리스는 참았던 눈물 한 방울이 진주처럼 툭 하고 떨어졌다.
“제발 제게 미안해하지 마세요.”
유신은 아모리스가 페레이라와 쌓아온 추억과 기억을 알 수 없기에 아모리스가 무슨 의미로 미안해하지 말라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왜 자신을 라칸이 아니라 유신이라고 부르는 것인지도.
그 무지의 장막에 라칸은 답답해하면서도 한편으론 아모리스가 슬퍼하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혼자 살아남아 현생을 살아가는 일은 겪어보지 않아도 끔찍한 일이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라칸은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아모리스에게 건네주었다.
“……고마워요. 오늘따라 제가 정말 싫네요. 왜 자꾸 곤란하게 우는 건지.”
“전 괜찮아요.”
“괜찮긴요. 안절부절못하는 게 다 보이는데.”
“어……. 음…….”
라칸은 헛기침을 하며 괜히 먼 곳을 바라봤다.
곤란할 때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이 페레이라와 똑같아서 아모리스는 괜히 또 눈물이 나왔지만 애써 웃었다.
“우는 여자는 처음이에요?”
“예. 뭐……. 제가 만난 여자들은 대부분 저를 한심하게 쳐다보거나 화를 냈거든요. 뭐, 레인로버 황녀님은 제 사정을 알고 계시니 괜찮긴 하지만요.”
“한심하게 쳐다본다고요? 라칸 씨를요? 왜요?”
“그 대부분의 퀘스트가 그 여성분들에게 좀 불쾌감을 조성할 수 있는……? 뭐 그런 짓을 많이 해서요.”
“예를 들면요?”
“뭐……. 처음 보는 여자에게 그냥 웃통을 벗고 편지로 사귀어달라고 고백하거나, 제국 대학 연병장을 팬티 차림으로 달리거나…… 뭐 이런 거죠.”
아모리스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무슨 그런 퀘스트가 다 있어요? 그리고 왜 그런 짓을 하신 건데요?”
“제가 평소에 할 수 있는 퀘스트가 그런 것밖에 없었거든요. 안 그러면 평소에 포인트를 모으기 힘들어서요.”
아모리스는 당황했다.
라칸이 왜 그런 퀘스트를 받은 거란 말인가?
아모리스는 페레이라의 초창기를 함께한 것은 아니지만, 웃통을 벗고 달리거나 여자에게 고백하는 퀘스트는 내어주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그런데 왜 저한텐 데이트 신청을 하신 거예요?”
“그래서 사실 뺨을 맞을 각오로 말씀드린 거긴 해요. 데이트 신청은 처음이긴 했지만, 보통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여성분들은 무시하거나 그랬거든요. 그런데 제가 퀘스트가 있다는 것을 아셨으니 어쩌면 받아주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어……. 그렇긴 하겠네요.”
아모리스는 페레이라에게 들었던 퀘스트의 규칙을 떠올렸다.
첫째, 시스템은 절대 극복하지 못할 퀘스트를 내어주지 않는다.
둘째, 시스템은 이유 없는 퀘스트를 내어주지 않는다.
셋째, 뜬금없는 내용의 퀘스트를 극복하면, 다급하거나 거대한 스케일의 퀘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넷째, 시스템은 퀘스트로 미래를 암시한다.
마지막 다섯째, 퀘스트를 내어주는 시스템은 절대적인 신이 아니다.
이런 규칙에 의거하면 라칸이 지금까지 해온 모든 퀘스트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아모리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라칸을 보며 말했다.
“라칸 씨.”
“네.”
“좀 전에 다신 곤란한 일은 없을 거라고 하셨죠?”
“네. 맞아요.”
“혹시 또 저랑 데이트를 하자는 퀘스트가 떠서 그런 건가요?”
라칸은 말하기 곤란한지 머뭇거렸다.
“말씀하시기 곤란하면 안 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전 라칸 씨를 무조건적으로 도와드릴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라칸 씨의 평판이나 제 과거가 어떻든지 간에 말이죠.”
“음…….”
라칸은 잠깐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뇨. 데이트를 하라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뭔가요?”
라칸은 눈앞에 뜬 메시지를 보며 말했다.
“아모리스 씨에게 봉인술을 배우라고 적혀 있습니다.”
[신규 퀘스트!]아모리스에게 봉인술을 배우기.
보상: ????
그 말을 들은 아모리스의 눈이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티그리스와 레인로버 그리고 아모리스는 서재에 모여 차를 마셨다.
“어제 편히 주무셨습니까?”
“아니, 한숨도 못 잤어.”
실제로 아모리스는 잠을 자지 못한 듯 굉장히 피곤해 보였다.
“잠자리가 불편하셨던 거면 다른 호텔로 바꿔 드리겠습니다.”
“아냐. 그냥 어제 여러 가지 고민 좀 하느라.”
“고민 말씀이십니까?”
아모리스는 한참을 말을 고르더니 입을 열었다.
“난 아주 오래전부터 시스템을 대륙을 구원하기 위해 나타난 신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페레이라를 그 신이 보내주신 구원자, 즉 용사라고 생각했고.”
“신이라면…… 룩스 여신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인간의 경우에는 룩스겠고 드워프의 입장에선 불카누스겠고 엘프들의 입장에선 세계수고 수인의 입장에선 마사라이겠지.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시스템을 신의 계시를 내리는 존재라고 생각했다는 게 중요했지.”
“계시요? 퀘스트가 아니라요?”
아모리스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말했다.
“잘 생각해 봐. 퀘스트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페레이라의 도움이 필요한 선량한 시민들이 있었어. 동시에 마왕에게 엿을 먹일 수 있는 일들로 가득했지. 그게 신의 계시가 아니고 뭐야.”
듣고 보니 그랬다.
라칸이 퀘스트와 시스템에 대해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면 티그리스나 레인로버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의 계시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티그리스 너는 퀘스트가 신의 계시와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 넌 신을 믿지 않으니까. 하지만 시스템이 신이든 아니든 넌 라칸의 퀘스트가 뜨면 반드시 도와줄 게 분명해. 아니야?”
티그리스는 순순히 인정했다.
아무리 이상한 내용이든 간에 지금까지 라칸의 퀘스트를 도와줬으니까.
“네. 맞습니다.”
“과거에도 너처럼 시스템을 신과 다른 별개의 존재이자 법칙이라 생각한 사람들은 순수하게 퀘스트라서 시스템이 원하는 대로 따랐고 나처럼 신을 믿는 사람들은 신의 계시니까 믿고 따랐지.”
“그러고 보니 동화 속이나 오래된 역사서를 보면 페레이라가 신의 계시를 받고 행동했다는 내용이 몇 번 나오긴 했었죠.”
“그게 바로 퀘스트야. 페레이라와 연합군은 웬만하면 시스템이 준 퀘스트를 극복하기 위해 행동했어. 지금의 라칸과 너희들처럼 말이야.”
티그리스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왠지 저희가 시스템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것 같습니다.”
“시스템의 말을 듣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야. 시스템은 대륙이 멸망하길 바라지 않아. 그러니 페레이라에겐 마왕을 막으라는 퀘스트를 준 것이고 라칸에겐 우노를 막기 위한 퀘스트를 준 거겠지. 중요한 것은 우리는 시스템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었다는 거야.”
아모리스는 이어서 말했다.
“아마 어제 라칸이 침입자를 찾으라는 퀘스트를 받은 것도, 라칸이 나와 만나길 바라는 시스템의 의도일 거야. 그리고 시스템은 내가 라칸이 페레이라의 환생이라는 것을 눈치챌 것이란 것도 알아차렸을 거고, 데이트 신청도 받아들일 거라 알았겠지.”
“그래서 어제 라칸을 처음 보자마자 그렇게 이상하게 행동하신 겁니까?”
아모리스는 실눈을 뜨며 말했다.
“이상한 게 아니라 그게 내 진짜 모습이거든? 너도 100년 동안 살아봐. 그럼 그 고리타분한 성격도 180도로 바뀔걸?”
아모리스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큼! 나도 처음에 라칸을 보자마자 바로 알아본 것은 아니야. 복잡하긴 한데 같은 영혼이라도 영혼이 담기는 육체에 따라 영혼 파장도 조금씩 달라지고 성격도 재능도 달라지기 때문에 바로 알아보긴 힘들어. 하지만 절대 바뀌지 않는 영혼의 기억이 하나 있지. 바로 ‘김유신’의 기억이야.”
“그럼 김유신이라고 밝혔을 때 확신하신 거군요?”
“맞아. 물론 페레이라의 영혼은 내가 옆에서 가장 많이 봐왔기 때문에 보자마자 대충 알아차리긴 했지만.”
아모리스는 책상에 놓인 노트를 꺼내 시간 순서대로 퀘스트를 적기 시작했다.
[침입자 수색 퀘스트] → [데이트 신청]“그러니까 다시 정리하자면 이런 순서로 라칸이 나와 만나기 위해 시스템이 퀘스트를 짠 거겠지. 하지만 시스템은 아무 이유 없이 퀘스트를 내어주지 않아. 아무리 난이도가 낮은 퀘스트라고 해도 분명한 목적성을 갖추고 퀘스트를 내보내. 예를 들어 마법 공부라든가 검술 공부라든가 이런 것처럼 말이야.”
“그럼 라칸이 아모리스 님을 만나서 데이트 신청을 하게 만든 이유가 따로 있을 거란 말씀이십니까?”
“맞아. 지금까지 라칸이 웃통을 벗고 연병장을 달리거나 처음 보는 여자에게 이상한 고백을 한 것도 분명한 이유가 있겠지.”
“아모리스 님은 그 이유를 아십니까?”
아모리스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이유는 대충 알 것 같지만, 말을 아낄게. 너무 망상에 가까운 것 같아서 말이야. 하지만 나는 그 모든 일련의 과정이 어제 일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해. 그러면 구도는 이렇게 되겠지.”
아모리스는 펜을 들어 추가로 적었다.
[이상한 퀘스트] → [침입자 수색 퀘스트] → [데이트 신청]“그럼 한 가지 질문을 할게. 왜 라칸은 내게 데이트 신청을 한 걸까? 라칸에게 내 도움이 필요한 거였다면, 난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도와줄 의향이 있었어. 라칸은 페레이라의 환생이니까. 그런데 시스템은 라칸과 내가 친밀한 관계 그 이상의 관계가 되길 바란 걸까?”
“……잘 모르겠습니다.”
“시스템은 내가 라칸에게 마왕을 봉인한 봉인술을 가르쳐 주길 바라는 거야. 내가 아무에게나 봉인술을 가르쳐 줄 리가 없으니까.”
봉인술이란 말에 티그리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설마 라칸이 봉인술을 가르쳐 달라고 했습니까?”
아모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칸은 내가 감정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아마 내 흔들리는 감정을 이용해서 봉인술을 가르쳐 달라고 얘기했다면 난 가르쳐 줬을지도 몰라. 하지만 라칸은 시스템이 내게 봉인술을 배우라는 퀘스트를 내렸다고 솔직하게 털어놨어. 덕분에 정신이 번뜩 들었지.”
아모리스는 추가로 노트에 적었다.
[이상한 퀘스트] → [침입자 수색 퀘스트] → [데이트 신청] → [봉인술]“이제 마지막이야. 그럼 시스템은 무슨 의도로 라칸에게 봉인술을 배우게 만든 걸까? 그것도 보상도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고 기한도 없이 말이야.”
레인로버는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설마 우노를 봉인하기 위해서……?”
“우노나 마왕이나 인류의 머리론 이해할 수 없는 존재야. 그들을 봉인하기 위해선 모두에게 공평한 시간의 힘으로 봉인하는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그 봉인술의 대가는 당연하게도 술자 본인이야.”
아모리스의 눈이 분노로 불타올랐다.
“지금 시스템은 또다시 유신이를 우노와 함께 봉인시키려고 하는 거야. 그건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절대 용납 못 해. 왜 또 유신이가 이 세상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건데?”
아모리스의 분노는 티그리스마저 섬뜩할 정도로 농밀했다.
“내가 이 사실을 얘기해 주는 것은 너희 둘을 믿기 때문이야. 그러니 둘의 입에서 봉인술의 ‘ㅂ’이라도 나오는 순간 난 유신이를 데리고 멀리 떠날 거야. 이제 유신이에겐 2회차란 존재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