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27)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27화
일 안 하는 자 먹지도 말라
티그리스는 뒤에서 인기척이 나자 명상을 멈췄다.
아모리스였다.
아모리스는 어깨에 제인을 둘러메고 있었는데, 제인은 기절한 듯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아모리스와 티그리스는 잠깐 눈을 마주쳤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모리스가 해명하길 기다렸다.
아모리스는 상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훈련하는 데 방해해서 미안.”
아모리스는 기절한 제인을 잔디밭에 떨어뜨려 놨다.
애초에 무게가 없는 영혼이라 땅에 떨어졌다고 해서 충격은 없을 테지만, 뒤에 있는 레니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제인을 쳐다봤다.
제인이 굉장히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그냥 수호령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서 살짝 간을 좀 봤는데 나도 모르게 힘이 좀 들어갔나 봐.”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아모리스는 양손에 끼고 있는 글러브를 벗으며 말했다.
“그냥 좀 팼어.”
“…….”
“깐죽거리는 혼령들도 조금 손봐주고.”
아모리스는 라칸의 앞에서만 조신한 척하는 것이지 선머슴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긴 애초에 이런 괄괄한 성격이 아니었다면, 그 거친 마왕의 시대를 버텨낼 수 없었을 것이다.
아모리스는 덜덜 떠는 레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나 얘 좀 가르쳐 봐도 될까?”
“레니를 말씀이십니까?”
“응. 얘가 꽤 혼령술에 제법 재능이 있더라고?”
“레니가 혼령술사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모리스는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살짝 애매한 듯했다.
“으음……. 네가 생각하는 혼령술사는 아닐 거야. 막 혼령들을 부리고 다니는 그런 재능은 아니고 정확히 말하자면 음……. 그래, 악령 사냥꾼의 재능이랄까?”
티그리스는 악령 사냥꾼이란 말에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레니가 악령을 사냥한단 말씀이십니까?”
레니는 제인 덕분에 혼령들에 제법 익숙해지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혼령들이 안 무서운 건 아니었다.
실제로 레니는 아주 가끔씩 혼령들이 물건을 옮기는 장난을 칠 때면 무서워서 덜덜 떨곤 했다.
레니는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악령 사냥이라뇨?! 전 그런 거 못 해요!”
“재능이 있다고 했지 악령 사냥을 하라고 한 적은 없는데?”
“악령을 사냥하는 법을 배우면 악령을 사냥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악령 사냥하는 법을 가르친다고 한 적도 없는데?”
레니의 정수리에서 물음표가 마구마구 생겨났다.
악령 사냥의 재능이 있고, 아모리스가 길러보고 싶다고 말했으면 악령 사냥하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말이 아닌가?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자 티그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뭐를 가르치실 생각이십니까?”
“음……. 혼령 달래는 법하고 혼령에게 명령 내리는 법 정도? 부적 만드는 법은 레니가 무서워해서 못할 것 같고 그냥 대충 기본만 가르치겠다는 거지.”
티그리스는 잠시 생각했다.
아모리스의 말을 들어보니 레니가 혼령술에 큰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왜 아모리스는 레니에게 혼령술을 가르칠 생각을 한 것일까?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레니의 무엇을 보고 혼령술을 가르치실 생각을 하신 겁니까?”
“딱히 레니 때문은 아니고.”
아모리스는 아주 가볍게 말했다.
“그냥 심심해서.”
티그리스는 할 말을 잃었다.
로타와 아르펨의 대륙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날밤을 새우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아모리스는 저리 태평하게 말하니 뭔가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모리스의 말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었다.
아모리스는 지금 딱히 바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모리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없다.
조만간 황제를 만나는 것을 제외하면 일정이 없기 때문에 아모리스는 호텔 방에서 느긋하게 잠을 자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물론 라칸에게 봉인술을 가르친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아모리스가 봉인술을 절대 가르치지 않기로 했으니…… 굉장히 한가한 것은 맞았다.
레니는 다급하게 말했다.
“하지만 전 굉장히 바쁜걸요? 오전에는 요리 수업을 들어야 하고 오후에는 카렌과 함께 밀린 청소를 하고 또…….”
“그럼 더더욱 혼령술을 배워야겠네.”
“네?”
아모리스는 주변에서 초조하게 쳐다보는 수십 마리의 혼령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여기 주변에 가득 메운 혼령들을 그냥 공짜 밥 주면서 아무것도 안 시키겠다고? 저 혼령들을 가만히 놔둬서 뭐에 쓰려고? 쟤네들이 거지야? 다 너랑 제인을 따르는 혼령들이잖아. 저 아이들을 써먹을 생각을 해야지.”
티그리스가 답했다.
“저 혼령들은 노르베르드 타워에 침입하는 범죄자들을 찾아서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몇 번 도움을 받은 적이 있죠.”
“그래봤자 그냥 놀고먹으면서 사람들 구경 좀 하다가 이르는 것밖에 안 하잖아. 겨우 그거 시키겠다고 제삿밥을 매일같이 차려준다고? 그건 너무 과투자야.”
레니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혼령들에게 집안일을 시킬 생각이신가요?”
“그건 네가 써먹기 나름이겠지? 그리고 네 손 줘봐.”
아모리스는 레니의 손을 탁! 잡았다.
레니의 손은 상처투성이에 거칠거칠했다.
“지금 레니 네 손이 여자 손이라고 할 수 있겠니? 이 거칠거칠한 것 좀 봐. 너 이렇게 해서 시집은 가겠어?”
“시…… 시녀들은 다 이래요!”
“그래서 시집 안 갈 거냐고. 응? 너도 잘생기고 돈 많은 졸부 하나 잡아서 행복하게 살아야 할 거 아니야.”
“아직 결혼 생각은…….”
“어허. 다~ 내가 겪어보고 말하는 거야. 결혼하고 연애도 때가 다 있는 거야. 혼령술만 배우면 너를 충성스럽게 따르는 혼령들이 알아서 빨래도 해주고 청소도 해주고 옷도 개어주는데, 왜 그런 걸 안 배우겠다는 거야? 그리고 저 녀석들 안 불쌍해?”
레니는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요? 혼령들이요?”
“그래. 쟤네들도 한을 풀고 이승을 떠나야지. 안 그래? 언제까지 이승에 계속 붙어 살게 만들 건데? 저러다가 악령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아…… 악령이요?”
“그래. 네가 죽거나 제인이 사라지면 저 혼령들은 이승에 더더욱 미련을 두겠지. 제인처럼 수호령이 되는 케이스가 그리 흔할 줄 알아? 거의 100이면 99는 악령으로 변해.”
아모리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이 땅에 혼령들이 오랫동안 남아 있으면, 수호령보단 악령으로 변할 확률이 더 높았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혼령들이 악령으로 변하는 과정을 설명해 줄까? 쟤네들 아주 가끔씩 장난치지? 처음엔 허공에 박수를 치거나 물건을 쓱- 미는 수준으로 그칠 거야. 아마 너도 겪어본 적이 있을 텐데?”
레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맞아요. 혼령분들이 그러신 적은 있어요.”
“네가 이제 슬슬 관심을 갖지 않기 시작하면 그게 점점 과격해지고 너를 다치게 만드는 선까지 올 거야. 물론 지금까진 제인이 알아서 컨트롤해 왔지만 너나 제인이 사라지고 난 후에 이 노르베르드 타워에 덩그러니 남은 혼령들은 손님들을 대상으로 그런 장난을 칠걸? 옷을 잡아당기거나 발을 걸거나 이런 식으로.”
“그런 장난을 왜 치시겠어요…….”
“안 칠 거라고 생각해? 녀석들이 이 이승에 살아남고 강해지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야.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거지.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쉬운 방법은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는 거고. 공포를 먹고 자란 혼령들이 결국 어떻게 되겠어? 바로 악령이 되는 거야.”
레니는 두려운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레니의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사방에 혼령들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물론 처음엔 그게 무섭긴 했지만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았으니 지금까진 그러려니 하며 살아왔다.
그 무엇보다 제인이 저들에게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것을 들었기에 무섭다는 감정보단 불쌍한 감정이 앞선 것도 있었다.
그래서 밥을 차려줄 때 최대한 정성껏 차려준 것이기도 하다.
“그럼 아모리스 님께서 저 혼령들을 도와주시면 되지 않나요?”
“그러니까 나보고 너랑 제인하고 연을 맺은 혼령들을 강제로 승천시키라는 거야? 그럼 꽤 아플 텐데?”
아모리스가 글러브를 흔들자 레니의 표정이 새하얗게 굳었다.
“그런 과격한 방법 말곤 없나요?”
“내가 해줄 수 있는 방법은 그런 것밖에 없어. 원래 친한 친구 사이를 강제로 떼어놓으면, 울고불고 난리가 나잖아? 반대로 친구끼리 오랫동안 대화를 나눈 뒤에 헤어지면 그나마 좀 낫지. 그런 거랑 똑같은 거야.”
“으…….”
레니의 표정에서 갈등이 드러난다.
레니는 기본적으로 심성이 착하다.
저 혼령들이 밥을 먹어야 노르베르드 타워를 잘 지킬 수 있다는 제인의 말 때문에 밥을 차려주긴 했지만, 저 혼령들이 불쌍한 마음이 더 앞선 것도 있었다.
아모리스는 물고기를 다 낚은 어부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 아이들을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내게 혼령술을 배우는 게 어때?”
“하…… 하지만 혼령술을 배우면 혼령들을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음……. 그편이 낫긴 하지?”
“하지만 전 영혼들이 너무 무서운데요…….”
아모리스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레니를 쳐다봤다.
“너 주변에 혼령들이 있다는 거 알고 있었잖아. 그럼 왜 지금까진 안 무서워한 건데?”
“제인이 잘 통제해 주기도 했고…… 안 보이고 안 들리면 괜찮았죠.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면 너무 무서울 것 같아요……. 그런데 혼령들을 안 보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럼 어떻게 하…… 아악!”
아모리스는 레니의 기죽은 모습이 귀여워 레니를 꽉 껴안았다.
“너 왜 이렇게 귀엽니? 그러니까 제인이랑 다른 혼령들이 좋아하지.”
“수…… 숨이!”
“아. 미안.”
아모리스는 제인을 풀어주었다.
“네가 이러니까 아주 욕심이 더 나는걸? 내가 살짝 반골 기질이 있어서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성격이라서 말이야.”
아모리스는 마치 빅딜을 성사시키는 상인처럼 말했다.
“그러니까 혼령만 안 보이면 괜찮다는 거잖아? 원래는 안 되지만 너는 꽤 특수한 상황이니 괜찮을지도 모르겠네.”
“혼령들을 보지 않고도 도와줄 수 있나요?”
“네겐 제인이 있으니까. 혼령들이 하는 말을 제인이 전해주면 되지 않겠어?”
레니의 표정이 아침 햇살을 맞이한 꽃처럼 확 밝아졌다.
“그럼 저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는 거예요?”
아모리스는 못 참겠는지 다시 레니를 꽉 껴안았다.
“물론이지! 그리고 이게 바로 네 재능이야. 마음씨가 너무 따뜻하잖아. 마치 눈을 녹이는 봄 햇살 같아서 절로 웃음이 나오잖아!”
“숨이 막혀요! 아모리스 님……!”
“안 돼. 넌 내 거야. 앞으로 스승님…… 아니, 언니라고 불러. 그리고 결혼할 때도 언니가 골라주는 남자하고 결혼하고. 알겠어?”
그때, 제인이 꿈틀거리며 일어났다.
“안 돼……. 레니 신랑감은 내가 골라줄 거야.”
아모리스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호오~ 한 시간 정도 못 일어나게 흠씬 패줬는데, 벌써 일어나? 영력이 제법 강하네?”
“레니 결혼은 내가 주선해 줄 거야. 이 망할 할망구야.”
아모리스의 이마에 혈관이 돋아났다.
“지금 뭐라고 그랬니? 할망구?”
“그래. 할망구. 겉만 번지르르하면 뭐 해. 영혼은 세월을 직격으로 다 맞은 노인네잖아. 내가 그 정도도 못 볼 줄 알아?”
“그래. 네가 오늘 이승을 하직하고 싶은 모양이구나. 내가 친히 물리적으로 제령해 줄게.”
아모리스가 글러브를 다시 끼려고 하자 제인이 벌떡 일어나 티그리스의 뒤로 잽싸게 빠졌다.
“티그리스! 살려줘! 저 망할 할망구가 나 괴롭혀!”
“너…… 너! 치사하게! 당장 이리 안 와?!”
“치사한 건 너지! 그 이상한 글러브로 날 패기나 하고 말이야. 네가 그러고도 혼령술사야?!”
“난 혼령술사이기도 하지만 악령 사냥꾼이기도 하거든? 내 주먹에 웃으면서 이승을 떠난 악령들만 해도 일백이 넘어요!”
“웃으면서 떠난다고? 내가 봤을 땐 아파서 이승을 떠난 것 같은데?”
“내가 웃으면서 안 떠나면, 뒤지게 패 죽인다고 하니까 웃으면서 떠나던데? 너도 웃게 만들어줄게. 어서 이리 안 와?!”
티그리스는 한숨을 내쉬며 중재를 했다.
“아모리스 님 참으시지요. 제인 너도 말이 심했다. 사과해라.”
아모리스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할망구라는 소리를 듣고 어떻게 참으라고?! 난 여전히 쭉쭉빵빵하단 말이야?!”
“…….”
티그리스는 쭉쭉빵빵이라는 말에 순간 뇌의 가동이 멈췄다.
“뭐야? 너도 지금 나 할망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지금 표정이 그런데?”
“……아닙니다.”
제인은 썩소를 지으며 말했다.
“100살은 더 처먹은 할망구가 쭉쭉빵빵이라고 말하면, 아무리 티그리스라도 정신이 혼미해지지. 안 그래? 티그리스?”
티그리스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인 그만하고 사과해라.”
티그리스의 말에 제인은 전혀 죄송하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사실 직시도 명예 훼손죄로 들어간다죠? 다음부턴 할망구라고 놀리지 않겠습니다.”
“너……! 넌 진짜 죽었어!”
아모리스가 순식간에 제인에게 달려들었고, 제인은 꺄아악! 귀곡성을 지르며 도망쳤다.
* * *
30분 후, 제인은 눈탱이 밤탱이가 되어 양손을 들고 무릎을 꿇은 채 테라스 한가운데에서 벌을 섰다.
아모리스는 아직도 성이 안 차는지 주먹을 쥐락펴락했지만, 제인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레인로버의 중재로 결국 멈출 수 있었다.
“너 눈깔 착하게 안 떠? 아주 그냥 확 씨!”
“그만 노를 푸세요. 아모리스 님.”
아모리스는 제인을 쏘아보며 말했다.
“너 내가 쭉 지켜볼 거야.”
“…….”
제인은 입을 꾹 다물고 아모리스를 쳐다보지 않았다.
둘이 화해하려면 시간이 좀 지나야 할 모양이었다.
아모리스는 레니를 보며 말했다.
“아무튼, 레니 혼령술을 배울 거니?”
레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혼령들이 보이지 않는 선에서라면…… 가능할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을 많이 내드리긴 힘들 것 같아요. 집안일 할 게 많아서요.”
“그러고 보니 네가 좀 바빠 보이긴 하더라. 너랑 카렌이라고 했던가? 둘이서 이 커다란 펜트하우스를 관리하는 거 아니야? 안 힘들어?”
레니는 티그리스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아뇨. 힘들진 않아요.”
티그리스는 레니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이냐?”
“그…… 저…… 조금 지치긴 하는데 괜찮습니다.”
티그리스는 안 그래도 시녀들을 더 늘릴까 고민하고 있었다.
레니와 카렌 둘이서 이 넓은 펜트하우스를 관리하기란 쉽지 않았다.
물론 베이튼이 고용한 청소부들이 와서 도와주곤 했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은 둘이서 모두 했기 때문이었다.
레인로버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황궁의 궁녀들을 몇 명 데려올까요? 솔직히 둘이서 이 많은 일들을 다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잖아요.”
“궁녀들을 노르베르드 타워에서 일을 시키면 괜한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노르베르드 쪽에서 시녀들을 데려오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아모리스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니, 내가 좀 전에 말했잖아. 혼령들에게 일을 시키면 된다고. 값싸고 믿을 만한 노동력을 두고 어디에 쓰려고.”
“하지만 레니가 혼령들을 부리기엔 아직 미숙하지 않습니까?”
“혼령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게 얼마나 어렵다고. 그냥 말 안 듣는 놈들은 밥 안 준다고 협박하면 알아서 척척 해낼걸?”
실제로 밥을 안 준다고 하니 갑자기 바람이 거칠어졌다.
혼령들이 제법 크게 동요하는 모양이었다.
“혼령들이 현실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많은 영력이 소비될 텐데 그건 괜찮겠습니까?”
“그러면서 혼령들이 세상을 자연스럽게 뜨는 거야. 현실을 살아가는 게 진짜 더럽게 힘들다는 거란 걸 알아야 이승을 떠나지.”
아모리스는 두려운 눈빛으로 아모리스를 쳐다보는 혼령들을 쓱 훑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아주 태평성대를 누렸을 거야. 공짜 밥 먹으면서 배나 탕탕 두들기는 날백수의 삶을 살았겠지. 이젠 일 안 하면 밥도 없어.”
주변 잔디들이 벌벌 떨었다.
결코 스치는 밤바람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여기 자주 찾아올 테니까 엘리베이터 카드나 하나 더 만들어줘. 오케이?”
티그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베이튼에게 말해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