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28)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28화
호문쿨루스(1)
아모리스의 교육은 의외로 체계적이었다.
일단 테라스 구석에 혼령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적힌 위령비를 하나 세우고.
“잘 봐. 위령비는 햇빛을 직빵으로 맞는 곳에 세우는 게 제일 좋아. 위령비는 목제도 괜찮고 석제도 괜찮긴 한데 웬만하면 석제가 좋아.”
제삿밥을 차리는 법을 가르치고.
“향은 제일 앞에 두고 그 뒤에 제사 도구를 두면 돼. 이런 걸 진설한다고 하는데 뭐 그런 용어까진 알 필요 없어. 음식 놓는 순서는 그냥 찬 음식을 앞에 더운 음식을 뒤에 차린다고 생각하면 돼.”
위령하는 법을 가르쳐 주며.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이 있듯이 혼령들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고 싫어하는 음식이 있어. 숫자가 숫자다 보니 하나하나 다 따져서 차려줄 순 없지만 그래도 각 혼령들의 생일이나 기일마다 좋아하는 음식을 서비스로 하나 챙겨주면 좋겠지?”
마지막으로 갈구는 법을 가르쳐 줬다.
“야! 내가 위령비도 세워줘 제삿밥도 차려줘 위령도 해줘. 다 해줬는데 니들 지금 뭐 하냐? 어쭈 손이 보인다? 어서 빨래 안 널어?!”
혼령들은 일사불란하게 아모리스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
혼령들은 갖은 힘을 다해 빨래를 하거나 청소를 하는 등 집안일을 열심히 했다.
“톰! 이불 팍팍 안 밟아?! 뭐, 너는 죽기 전에 귀족이었다 이거야?! 그럼 레베카는 아니었어? 레베카 봐 얼마나 잘해?!”
“존슨. 넌 뭐냐. 지금 농땡이 펴?! 뭐 넌 지금 쉬는 시간이라고? 쉬는 시간은 개뿔! 내가 스케줄표 확인해 볼까? 확인해서 휴식 시간 아니면 넌 오늘 레니의 특제 제삿밥 못 먹을 줄 알아!”
“어쭈구리 제인. 넌 수호령이면 다냐? 얘들 관리를 해야 할 거 아니야. 내가 어떻게 하나하나 다 확인해. 어서 밑에서 농땡이 피우는 놈들 있는지 없는지 찾아!”
제인은 아모리스의 호통에 머리를 쥐어짜며 말했다.
“그만 소리쳐! 이 망할 할……!”
“뭐? 할 뭐?”
“할…….”
아모리스가 품속에서 글러브를 꺼내려고 하자 제인은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할려고 했다고!”
솔직히 아모리스가 온 뒤로 혼령들과 제인의 생활이 윤택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티그리스가 혼령들이 열심히 집안일을 하는 모습을 보고 각종 부대 비용을 따로 대줬기 때문에 식탁이 풍성해진 것은 둘째 치고, 레니가 정성스럽게 위령비를 닦아줄 때면 혼령들의 마음속에 깊게 자리하고 있던 한이 실타래처럼 풀려가는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제인은 자신 전용 위령비가 떡하니 테라스 한구석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곤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와 아모리스에게 험한 말을 하려다가도 목에 걸려 나오질 않았다.
제인은 혼령들에게 고함을 쳤다.
“너희 지금 뭐 해?! 이러면 혼나는 건 결국 나잖아?! 제임스는 도대체 어디로 내뺀 거야?! 1분 내로 안 찾아오면 너희 모두 연대책임이야!”
물론 제인은 아모리스의 혼령들 갈구는 법을 제대로 배워서 말단에 있는 혼령들은 악마 같은 직장 상사가 두 명이나 있는 듯해 죽을 맛이었다.
처음엔 레니도 아모리스나 제인처럼 혼령들을 혼내는 연습을 해보려 했지만, 심성이 너무 착하고 험한 말을 하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아모리스는 다른 역할을 주었다.
그 역할은 레니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제인이나 아모리스에게 한 소리를 듣고 구슬프게 찾아온 혼령들을 밥으로 달래주는 역할을 했다.
아무튼 1개월 정도 되자 고성이 오가던 펜트하우스는 제대로 굴러가기 시작했고, 레니와 카렌은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아모리스와 함께 차를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워졌다.
물론 레니와 카렌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여유가 익숙하지 않은지 차를 마시면서도 공중을 떠다니는 빨랫감이나 빗자루를 연신 쳐다봤다.
“레니. 카렌. 뭘 그렇게 둘러봐. 너희가 미어캣이야?”
“그래도 조금 불안해서요…….”
카렌은 혼령들이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를 깨뜨리지 않을까 걱정되는지 자꾸 주방을 쳐다봤다.
“너희도 처음에 다 실수하면서 컸듯이 혼령들도 실수하면서 성장할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지금의 여유를 즐겨.”
아모리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기에 레니와 카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마셨다.
물론 그게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아 자꾸 쳐다보게 되었고, 레니는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로 했다.
“그런데 아모리스 님은 혼령술사라고 들었는데 혼령들은 안 부리시나요?”
“나? 뭐 혼령들을 부리긴 하는데 일반적인 혼령들은 안 부려.”
“그럼 무슨 혼령들을 부리시는데요?”
아모리스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악령.”
악령이란 말에 레니와 카렌은 몸을 살짝 떨었다.
“아…… 악령을 부릴 수도 있나요?”
“악령도 큰 범주로 보면 한이 깊어진 혼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놈들의 요구 조건만 잘 맞춰주면 부릴 수 있지. 예를 들어 피를 마시는 걸 좋아하는 악령에겐 살인을 맡기고, 손톱 수집을 좋아하는 악령에겐 고문을 시키면 되는 거지.”
끔찍한 말을 마치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는 아모리스의 말투에 카렌과 레니의 입가가 새파랗게 변했다.
“물론 여기에 올 때 모두 제령하고 와서 지금은 하나도 없어.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포그우드가 아닌 황도에서 그만한 태귀(太鬼)들을 부리고 다니는 것은 조금 힘들지.”
“아……. 그렇군요.”
제인은 훨훨 날아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난 이제 때려 죽어도 못해. 힘들어! 힘들다구!”
아모리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래. 네가 쉬어야 다른 얘들도 눈치 보면서 쉬지. 혼령들 간에도 위계질서는 굉장히 중요해. 제인.”
제인도 아모리스를 통해 많이 배웠다.
수호령이라고 하지만 제대로 영력을 다루는 법을 알지 못했는데, 아모리스는 영력을 효율적으로 다루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제인이 아모리스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
와장창-!
제인은 아모리스의 눈치를 봤다.
아모리스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아직 쉬긴 그른 것 같다 제인.”
“아아아악!”
제인은 머리를 감싸 쥐며 주방으로 날아갔다.
“도대체 왜?! 영력이 떨어지면 내가 말하라고 했지?! 너희가 해먹은 접시만 해도 얼마인지 알아?! 내가 예전에도 없던 탈모가 생길 것 같아!!!”
아모리스는 제인이 열불을 내는 모습을 키득키득 웃으며 지켜봤다.
그 모습이 정말 악마 같아 레니와 카렌은 눈을 돌리며 차만 마셨다.
그때 카렌은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는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기 아모리스님.”
“손 들지 말고 편하게 대하라니까. 그냥 언니라고 불러.”
“……언니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요.”
“뭐, 그래. 아무튼 뭐가 궁금해?”
“그 레니가 혼령술에 재능이 있다고 하셨는데, 모든 제삿밥을 레니가 혼자서 차리는 이유가 혼령술에 재능이 있어서 그런 건가요?”
아모리스는 재미있다는 식으로 물었다.
“왜? 레니가 혼자서 밥 차리는 게 힘들어 보여서 그래?”
“……네. 조금 도와주고 싶은데 그래도 되는지 궁금해서요.”
“아쉽게도 안 돼. 카렌 너는 레니만큼 따뜻한 손을 가지지 못했거든. 이건 타고난 체질이라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야.”
“아……. 그런가요?”
“그래도 혼령술을 너도 배워두면 나쁘지 않지. 잡귀들을 쫓아내면 집안이 훈훈해지니까. 노르베르드로 돌아가거나 다른 곳에서 일을 할 때 써먹으면 나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너도 배워둬.”
카렌은 눈을 반짝였다.
“그럼 저도 혼령술을 배워도 된다는 건가요?”
“그래. 겸사겸사 가르치는 건데 뭐 나쁘지 않지.”
“감사합니다! 열심히 배울게요!”
카렌은 솔직히 레니가 조금 부러웠다.
레니는 요리하는 것도 배우고 혼령술도 배우는데 카렌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하다 보니 조금 소외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둘이 굉장히 친하네. 예전부터 친구였어?”
레니가 입을 열었다.
“카렌이 1년 정도 먼저 노르베르드 가문에서 일을 하다가 저를 추천해 줬어요. 덕분에 시녀로 일을 할 수 있었죠.”
“으음~ 그랬구나. 그래서 둘이 친자매처럼 잘 지내는 거네?”
“네. 헤헤. 언제나 카렌에게 감사하죠.”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던 중 갑자기 아모리스의 눈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어? 지금 누가 온다고?”
아모리스는 혼령의 보고에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미…… 미친! 갑자기 왜?!”
레니와 카렌은 아모리스가 이렇게 다급한 표정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다소 당황했다.
“누가 오신대요?”
“자…… 잠시만!”
아모리스는 말도 하지 않고 다급하게 파우치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자 레니와 카렌은 재빠르게 티 세트를 정리한 뒤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집 안 청소를 하던 혼령들도 재빠르게 청소 도구들을 제자리로 가져다 놓은 후 싹! 사라졌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레니와 카렌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엘리베이터엔 티그리스와 레인로버, 샤를로트, 아이린, 트리샤, 네메시스, 소라 그리고 라칸이 있었다.
티그리스는 레니와 카렌을 보며 말했다.
“아모리스 님은 어디 계시지?”
“화장실에 계십니다.”
“나오시면 서재로 오시라고 전해라.”
“예. 알겠습니다.”
네메시스와 소라는 경계 모드를 풀었다.
그러자 실컷 한바탕 신나게 놀다가 지친 강아지처럼 소파에 축 늘어졌다.
“레니~ 나 시원한 레몬에이드 좀~”
“난 자몽에이드!”
레니는 곧바로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뭐 필요하신 거 없나요?”
레니와 카렌은 주문을 받던 중 트리샤를 쳐다봤다.
“트리샤 경. 혹시 필요하신 건 없나요?”
“……없어요. 저 좀 방에 들어가서 쉴게요.”
트리샤는 굉장히 저기압이었다.
트리샤는 최근 티그리스의 경호 업무를 잠시 멈추고 성좌의 던전 공략의 총괄 계획 팀장으로 일을 하던 중이었다.
그래서 트리샤는 눈코 뜰 새 없이 굉장히 바빴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었다.
오히려 더 즐거워했다는 표현이 맞았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기운이 없는 걸까?
레니는 샤를로트와 아이린을 쳐다봤지만 그녀들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기도 모른다는 제스처를 취할 뿐이었다.
일단 레니와 카렌은 트리샤를 제외한 모든 이의 주문을 받은 뒤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에는 이미 혼령들이 준비를 착착! 끝내놓은 후였다.
레몬청과 자몽청, 시원한 얼음, 허브, 찻잔 등 식탁에 쫙 깔려 있었고 레니와 카렌은 정리된 대로 준비하면 끝이었다.
“……이런 건 정말 좋은 것 같네.”
“그러게.”
레니는 레몬에이드를 만들며 화장실을 흘금 봤다.
“그나저나 아모리스 님은 왜 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가신 걸까?”
“글쎄?”
그때, 화장실 문이 열리며 아모리스가 나왔다.
아모리스는 깔끔하게 머리를 뒤로 묶었고 향수를 뿌렸는지 굉장히 좋은 냄새가 은은하게 났다.
게다가 화장도 한 듯 안 한 듯 옅은 화장으로 바꿨는데, 그 짧은 시간에 이 모든 일을 다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듯 레니와 카렌은 하던 일도 멈추고 멍하니 아모리스를 쳐다봤다.
아모리스는 거실 주변을 휙휙 훑어보더니 레니에게 속삭였다.
“혹시 라칸은 어디로 갔어?”
“……라칸 님은 티그리스 님과 레인로버 님과 함께 서재에 들어가셨습니다. 아, 그리고 티그리스 님께서 아모리스 님을 찾으셨습니다.”
“그래? 큼! 알았어.”
아모리스는 마지막으로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뒤 옷에 뭐가 묻은 게 없는지 점검했다.
그리고 아모리스는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지금 나 어때? 역시 옷을 갈아입고 오는 게 좋을까?”
“……네?”
“그러니까 나 옷차림이 이상하지 않냐고. 너무 평범하지 않아?”
“아뇨……. 괜찮은데요?”
천장에서 나타난 제인은 갑작스레 풋풋한 10대 소녀처럼 변한 아모리스의 모습에 적응하지 못하고 눈을 껌벅였다.
“초겨울에 더위를 먹은 것도 아니고…… 혹시 차에 이상한 약 같은 거 탔어?”
“입 닥쳐. 제인.”
“입이 험한 걸 보니까 약 먹은 건 아닌 것 같네. 그럼 도대체 왜 그러냐고.”
“그럴 일이 있어. 아무튼 너나 혼령들이 서재에 들어오면 아주 아작을 내버릴 테니까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마. 알겠어?”
아모리스는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서재로 향했다.
제인은 그 모습에 소름이 돋아 레니를 꽉 껴안았다.
“진짜 뭔가 잘못 먹은 것 같은데…….”
* * *
아모리스가 서재 안으로 들어가자 라칸은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아모리스 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예. 오랜만이에요. 라칸.”
아모리스는 최대한 동요하지 않은 척 연기하며 소파에 앉았다.
마차에서 라칸의 앞에서 한바탕 울음을 터뜨린 이후로 처음 만나는 거라 굉장히 긴장이 되었다.
솔직히 이렇게 긴장할 일은 아니지만 아모리스는 자꾸 라칸을 보면 옛날의 페레이라가 떠올라 표정을 관리하기 힘들었다.
그걸 티그리스도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모리스의 격정적인 감정 변화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아모리스는 일부러 라칸과 마주 보지 않는 옆자리에 앉았다.
얼굴을 보면 자꾸 헤실헤실 멍청한 미소가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길래 라칸이 여기까지 온 거죠?”
“던전 공략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올해 12월에 해치워야 할 일들이 산더미다.
우선 철혈 심장 던전을 일주일 내로 끝을 내고, 약혼식을 치른 후 바로 검술 가문의 정기 모임 슈베어트를 진행해야 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에 인원 편성을 세밀하게 나눠야 하는데, 시작부터 굉장히 큰 문제에 봉착했다.
“아모리스 님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네. 말하세요.”
“영혼이 없는 호문쿨루스는 성좌의 던전이나 성좌의 시련을 받을 수 있습니까?”
아모리스는 애매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음…… 일단 영혼이 없는 존재는 성좌의 시련을 받는 게 불가능합니다. 성좌의 시련은 영혼에게 내려지는 것이지 육신에게 내려지는 게 아니거든요.”
그 말에 레인로버와 라칸 그리고 티그리스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체념했다는 듯한 표정이랄까?
아모리스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무슨 문제가 생기셨나요?”
“이번에 철혈 심장의 던전에 들어갈 멤버 중 핵심 멤버 하나가 호문쿨루스입니다.”
나달은 제국 내에서 유일한 7서클 연금술사다.
그가 이번 철혈 심장 던전에 들어가지 못하면 던전 공략은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아, 그러고 보니 인퀴지터의 수장이 호문쿨루스라고 했던가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라는 거죠? 혹시 호문쿨루스는 영혼이 없으니까 성좌의 던전에 입장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레인로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이 사실을 알았다면 다른 연금술사를 구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았을 텐데…….”
“전 연금술사는 아니지만 저도 영혼을 다루는 입장이다 보니 호문쿨루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호문쿨루스의 핵심은 영혼을 연금술로 만들어내는 거잖아요?”
레인로버는 고개를 갸웃했다.
“네? 호문쿨루스가 연금술로 영혼을 만드는 거라고요? 육체가 아니라요?”
“육체를 만드는 것 정도는 재료만 충분하다면 5서클 마도사 수준이면 만들 수 있습니다. 불법이라서 만들지 않을 뿐이죠.”
“그럼 호문쿨루스를 만들지 못한 이유가 설마 영혼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그런 건가요?”
“네. 맞아요. 이 세상의 그 어떤 물질로도 영혼을 만들 수 없어요. 그래서 연금술사들이 호문쿨루스를 만들지 못하는 거죠.”
티그리스와 라칸 그리고 레인로버는 이상하다는 듯이 서로를 쳐다봤다.
“그럼 나달은 뭐죠? 나달은 분명히 자신은 영혼이 없다고 말했잖아요.”
아모리스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세 사람을 쳐다봤다.
“그 사람이 혹시 혼령술사인가요? 아니면 연금술사인가요? 아니면 영혼을 부리거나 볼 수 있는 마법을 개발하기라도 했나요? 아니면 호문쿨루스를 만드는 방법을 아나요?”
“……그건 아니죠?”
“그럼 그분은 무슨 근거로 자신의 몸에 영혼이 없다고 말하는 거죠?”
레인로버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레인로버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냥 나달 스스로 자신이 영혼이 없는 호문쿨루스라고 말해서 믿었을 뿐이었다.
그럼 나달이 거짓말을 한 것일까?
아니, 나달은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다.
“그럼 나달이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제 생각에는 그래요. 제가 연금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긴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육체는 영혼 없이 움직일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연금술사들이 호문쿨루스를 만들지 못하는 거고요.”
아모리스는 티그리스를 보며 말했다.
“그분한테 얼굴이나 좀 보자고 해요. 진짜로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 내가 봐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