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29)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29화
호문쿨루스(2)
나달은 제국 대학 내 연구실에 놓여 있던 각종 재료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폰의 갈기털, 와이번의 뼛조각, 고디바 사막의 푸른 산호, 불의 정령이 머물고 간 최상급 마석 등.
모두 철혈 심장 던전 공략을 위해 준비했던 최상급 연금 재료들이었다.
지난 1달간 나달과 라칸에게 맡겨진 임무는 하나였다.
철혈 심장 던전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모든 사전 준비를 마칠 것.
레기우스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모든 재료가 있다는 가정하에 철혈 심장을 만드는 데 최소 3개월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놓을 수 있는 재료들은 미리 만들어놓았다가 던전에 입장하면 시간을 정말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던전에서 구해야 할 거인의 심장과 닉스의 눈물, 세계수 요정의 날개 가루만 준비된다면 던전의 시간으로는 1달, 현실 시간으론 사흘이면 충분히 던전을 공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소용없어졌다.
-그…… 그걸 도대체 왜 이제 말하는 거예요?!
트리샤는 나달이 호문쿨루스인 것을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달이 호문쿨루스라는 사실은 1등급 기밀이기 때문에 황족을 제외하면 바스티얀과 베이튼, 티그리스 정도만 알고 있다.
그렇기에 트리샤에게 나달이 호문쿨루스라는 정보를 알려준 것은 정말 예외 중의 예외라는 것이다.
만약 트리샤가 이번 던전 공략의 핵심 인물만 아니었다면 평생 모른 채 살았을 것이다.
나달은 자신도 모르게 손에 들린 비커를 떨어뜨렸다.
비커 속에 담겨 있던 내용물이 바닥에 퍼지며 나달의 신발을 더럽혔다.
“…….”
나달은 자신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달은 문득 30년 전의 그날이 떠올랐다.
나달이 처음으로 숨을 쉬고 세상을 보았을 때.
즉,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였다.
* * *
“쿨럭!”
위 속까지 가득 찬 끈끈하고 붉은 액체를 토해낸 나달은 비틀거리며 두 발로 일어나려고 했다.
마치 어린 기린이나 코끼리가 태어나자마자 일어서려고 하는 것처럼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근육이 완벽하게 제어되지 않는 듯 바들바들 떨리며 일어나지지 않았다.
그때, 어떤 한 사내가 말없이 부축했다.
눈조차 뜰 수 없었는데 사내라고 판단한 이유는 간단했다.
사내의 까끌한 수염이 나달의 두피를 긁어서 피가 났기 때문이었다.
“아……. 아…….”
나달은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근육이 약해서 일어서는 것도 못 하는 자가 말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나달은 눈을 떠 주변을 훑으려 했다.
하지만 얼굴을 뒤덮는 끈끈하고 붉은 액체에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았다.
잠시 후 사내가 가져온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자 눈꺼풀을 가로막고 있던 끈끈한 액체가 사라졌다.
나달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축하는 사내가 누구인지 보고 싶었다.
나달은 인상을 쓰며 왼쪽 눈을 살며시 떴다.
“아아악!”
하지만 세상은 나달의 연약한 동공이 받아들이기엔 너무나도 밝았기에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왼쪽 눈이 타들어 갈 것처럼 아파 손을 감싸 쥐었다.
그때, 자신을 부축해 주는 사내가 입을 열었다.
“피부만 약한 게 아니라 눈도 굉장히 약하군.”
사내는 얼굴을 닦아준 수건을 나달의 머리에 씌워주었다.
그제야 나달은 자신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이 두 가지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나는 청각이고 나머지는 통각이었다.
나달은 온몸이 난도질을 당한 것처럼 아파왔다.
피부가 너무 약해 강하게 잡기만 해도 피부가 너덜너덜해졌다.
모든 피부가 마치 백사의 허물과도 같았다.
사내는 나달을 근처에 있는 낡은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밝은 빛을 보지 못하는 하얀 인간을 위해 사방을 비추는 라이트 마법을 모조리 껐다.
그제야 나달은 눈을 떠서 세상을 볼 수 있었다.
나달의 눈에 처음 들어온 색은 녹색과 검은색이었다.
나달은 녹색과 검은색으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 ‘인간형 실루엣’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달은 그 실루엣을 쳐다봤다.
자신을 구해준 사내의 모양새였다.
그러나 너무 어두워서 사내의 표정은 확인할 수 없었다.
사내는 말없이 나달을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내 말을 알아듣는다면 고개를 끄덕여라.”
나달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인지능력이 있군. 정말로 성공할 줄은 몰랐어.”
나달은 당시 궁금한 것이 많았다.
여긴 어디며 나는 누구이고 사내는 누구인지.
나달이 알고 있는 것은 이제 막 태어났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할 뿐이었다.
사내는 근처에 있던 낡은 의자를 끌고 와 나달의 손과 얼굴을 확인했다.
“피부도 너무 약하고 한쪽 눈은 실명했군. 하지만 이것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지.”
나달에게 남은 오른쪽 눈이 녹색 빛에 적응될 때쯤 사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다부진 눈매에 고집 있는 입술을 가진 중년의 사내였다.
사내는 나달과 눈을 마주치자 입을 열었다.
“난 마고 드 아센시오다.”
나달은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럼 나는?”
마고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나달은 사람의 표정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없었기에 지금 마고가 짓고 있는 저 표정이 무슨 표정인지 알 수 없었다.
사내는 나달의 이름을 먼저 알려주지 않았다.
그보단 나달이 평생 지고 가야 할 저주를 먼저 내렸다.
“넌 앞으로 황국에 평생 충성하고 황국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존재다. 그러기 위해 만들어졌고 앞으로 그렇게 살아야 하는 존재다.”
마고는 깍지 낀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그리고 네 이름은 나달. 고대어로 ‘구원자’라는 의미다.”
* * *
문이 열리자 나달과 레니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나달이 펜트하우스에 직접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티그리스의 펜트하우스는 아무에게나 개방된 장소가 아니다 보니, 티그리스와 관련이 있는 사람만이 드나들 수 있었다.
나달은 인퀴지터의 언더커버 요원이자 인퀴지터의 수장이다 보니 이런 펜트하우스에 드나들 자격이 없었다.
물론 지금은 티그리스의 직장 동료인 조코비치의 얼굴로 찾아왔으니 개연성은 충분했지만, 티그리스와 어떻게든 연줄을 대보고 싶어 안달 난 다른 교관들이 보면 거품을 물고 달려들지도 몰랐다.
똑똑-
레니가 서재 문을 두들기며 말했다.
“조코비치 교관님께서 오셨습니다.”
서재 문이 열리자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보였다.
티그리스, 레인로버, 라칸 그리고 처음 보는 여인 하나.
그러나 저 여인의 정체가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예전에 티그리스가 보고했었던 페레이라의 동료이자 마녀인 아모리스였다.
서재 문이 닫히자 나달은 폴리모프 마법을 풀었다.
그러자 조코비치의 얼굴이 아닌 나달의 본모습인 새하얗고 창백한 얼굴로 돌아왔다.
나달은 아모리스에게 인사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나달 드 아센시오입니다.”
“아모리스입니다.”
나달은 의안으로 상대방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아모리스는 겉보기엔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나달은 아모리스가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분노, 당황]나달은 아모리스가 왜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달의 무언가를 보고 화가 난 모양인데 그게 무엇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일단 나달은 빈 좌석에 앉았다.
아모리스와 정면으로 마주 보고 앉은 자리였다.
아모리스는 나달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달의 심장을 계속 보고 있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티그리스가 입을 열었다.
“아모리스 님 혹시 나달과 구면이십니까?”
“아뇨. 처음 봐요.”
티그리스도 역시나 아모리스의 감정적 동요를 눈치챌 수 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던전 공략과 호문쿨루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이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아모리스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라칸 때문에 오히려 살짝 즐거워하는 듯했다.
그런데 나달이 등장하자마자 곧바로 표정이 굳더니 극심한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라칸의 앞이라서 참는 것이지 평소의 아모리스라면 쌍욕을 쏟아부었을 만큼 굉장히 분노하고 있었다.
아모리스가 나달에게서 무엇을 보았는가?
나달의 영혼에게서 이상한 것을 느낀 걸까?
아모리스는 잠시 라칸과 트리샤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티그리스 씨.”
“네.”
“죄송하지만 라칸 씨와 조금 이따가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는데 괜찮을까요?”
아모리스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몇 가지 있을 것이다.
아모리스의 과거를 모두 털어놔야 하거나, 회귀록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야 하거나 아니면 라칸이 들어선 안 되는 비밀이 있다거나.
아모리스는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지만, 라칸은 눈치 좋게 티그리스가 말하기도 전에 일어났다.
“저는 조금 이따가 들어오겠습니다.”
“고마워요. 라칸 씨. 제가 나중에 전부 설명 드릴게요. 지금은 타이밍이 좋지 않아서요.”
“이해합니다. 전 밖에서 트리샤 씨 상태를 조금 보고 올게요. 안 그래도 트리샤 씨가 걱정됐거든요.”
라칸은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나갔다.
아모리스는 라칸이 나가자마자 표정이 확 변했다.
마치 범 같았다.
“너 그거 어디서 났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모리스는 나달의 심장을 가리켰다.
“심장. 그 심장 네게 아니잖아.”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아모리스는 나달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그거 스칼렛 거잖아.”
“……누구요?”
“나와 같이 그 지옥 같은 마왕의 실험실에서 빠져나온 내 자매 말이야!”
나달의 심장은 마녀의 심장이었다.
이건 티그리스나 레인로버도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기에 굉장히 놀랐다.
“그러니까 나달의 심장이 그러니까 마…….”
“그래. 마녀. 마녀의 심장이야. 그러니까 저렇게 말도 안 되는 마나 양을 갖고 있는 거지. 스칼렛은 다른 자매들 중에서도 마법에 제일 재능이 있던 녀석이었으니까.”
아모리스는 나달을 쏘아보며 말했다.
“그러니 제대로 설명해야 할 거야. 그 심장 어디서 났어?”
나달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아모리스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에 설명을 시작했다.
“제 심장은 제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오직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심장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절 만든 연금술사는 이미 죽었거든요.”
“그 자식이 누군데?”
“필립이라는 악독한 연금술사였습니다. 제 양부 되시는 마고 님께서 필립을 죽이시고 저를 발견하셨습니다.”
“그럼 그 심장은 어디서 났는데?”
“그것까진 알 수 없습니다. 만약 제 심장이 마녀의 것인 줄 알았다면, 호문쿨루스를 만드는 방법도 알았겠죠.”
아모리스는 한숨을 푹 내쉬며 머리 끝까지 차오른 분노를 식혔다.
“그러니까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
“예. 그렇습니다.”
“그럼 그 마고란 사람은 어디에 있는데?”
“이미 몇 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모리스는 진지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한 가지만 물어볼게. 그 마고란 사람이 널 만든 건 아닌 게 확실해?”
“예. 그렇습니다.”
나달은 자신의 주변에 가득했던 시체 더미를 떠올리며 말했다.
“황국에 충성을 맹세한 인퀴지터의 수장이 그런 악독한 짓을 저질렀을 리가 없으니까요.”
아모리스는 하고 싶은 말이 목젖까지 차올랐다가 삼켰다.
그러나 나달은 아모리스의 눈빛에서 무엇을 묻고 싶어 하는지 알아챘다.
“제 아버지를 너무 믿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그 근거가 있습니다. 아버지께선 대마법사이시긴 했습니다. 하지만 호문쿨루스 제작과 전혀 관련도 없는 물 원소 마법사였습니다.”
“그러니까 아버지인 마고가 널…… 아니, 호문쿨루스를 만들 수 있는 지식이 없었다는 말이야?”
“예. 그렇습니다. 오히려 제가 만들었다는 게 더 신빙성이 있을 겁니다. 전 7서클의 연금술사니까요.”
“그럼 네 아버지와 필립과의 관련성은 없어?”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관련 수사 자료를 원하시면 황제 폐하께 허가를 받고 드리겠습니다.”
아모리스는 나달과 한동안 눈을 마주쳤다.
그러나 나달의 표정엔 별 미동이 없었다.
마치 기계로 된 인간과도 같았다.
아모리스는 마른세수를 하며 한동안 말이 없더니 입을 열었다.
“미안해. 내가 조금 과민 반응을 보인 것 같아.”
“아뇨. 괜찮습니다. 당연히 화를 내셔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 평범한 인간과 다른 호문쿨루스입니다. 이런 일로 상처를 받거나 하지 않습니다.”
“흐음…….”
아모리스는 팔짱을 끼며 나달을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그 문제 때문에 널 부른 거였지. 내가 티그리스에게 전해 듣기론 네겐 영혼이 없다고 들었는데 맞아?”
“예. 그렇습니다.”
아모리스는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왜 네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
“연금술사가 말하는 호문쿨루스의 정의에 따르면 영혼은 필수적인 요소가 아닙니다. 완전한 인간형 육체에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자의식을 갖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 게 호문쿨루스라면 다크 나이트처럼 흑마법으로 일으킨 몬스터들도 똑같아. 다크 나이트도 인간과 비견될 정도로 똑똑한 지능을 갖춘 인간형 몬스터니까. 하지만 다크 나이트를 인간이라고 부르진 않잖아?”
“다크 나이트는 지속적으로 흑마법사가 마력을 불어넣어 줘야 하기 때문이죠. 그건 인간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럼 연금술사들이 말하는 영혼의 정의는 뭔데?”
“인간의 자의식을 담당하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영혼이 없으면 그건 인간이 아니죠. 그냥 시체일 뿐입니다. 하지만 호문쿨루스에게 있어서 자의식은 영혼과 동의어가 아닙니다. 생각을 하고 판단을 내리는 일종의 알고리즘이죠. 마치 기계나 아티팩트처럼 말이죠.”
“그러니까 너는 영혼이 없고 기계처럼 정해진 기준에 따라 움직이는 복잡한 알고리즘이 네 안에 들어가 있다는 말이야?”
“예. 그렇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호문쿨루스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거짓말.”
아모리스는 목을 삐딱하게 꺾으며 말했다.
“너도 최근 들어 느끼고 있잖아. 네가 정해진 알고리즘대로 살아가는 기계 같은 놈이 아니라는 것쯤은. 너도 감정을 느끼고 살아 있다는 감각을 점점 느껴가고 있잖아.”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회중시계에 험한 욕을 한다고 해서 시곗바늘이 느리게 가거나 빠르게 가진 않지. 아티팩트에 매일같이 마법을 가르쳐 줘도 정해진 마법 이외의 다른 마법을 사용할 순 없어. 네 말에 따르면 너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어. 하지만 넌 7서클의 대마법사가 되었지.”
“저를 기계나 아티팩트에 비유한 거지 제가 기계나 아티팩트와 같다고 하진 않았습니다.”
“그럼 기계나 아티팩트는 ‘감정’을 배우는 게 가능한가? 아니, 애초에 감정을 배운다는 표현이 맞을까?”
아모리스는 나달의 심장을 가리켰다.
“감정은 오직 영혼을 가진 개체에 게만 허락된 능력이야. 단순한 뇌의 복잡한 화학작용에 의한 반응이 아니라고. 그리고 그 감정이 바로 자의식, 다른 말로 영혼이지.”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전 호문쿨루스가 아니라 그냥 인간입니다. 제 육체는 다른 인간들과 구성은 비슷하지만 만들어진 게 확실합니다. 빠르게 육체를 성장시켜서 뼈마디는 얇고 성장판이 빠르게 증식한 흔적이 있습니다. 이건 제가 만들어진 인간이라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네 육체는 만들어진 게 확실해. 물론 그 심장을 제외하면 말이지. 하지만 영혼이 없다고?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아모리스는 나달의 심장에서 작게 박동하는 메마른 영혼을 보며 말했다.
“그럼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네 영혼은 뭐가 되는 거지? 내 눈이 잘못된 걸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넌 호문쿨루스 따위가 아니라고. 잘 만들어진 육체에 원래 살아 있던 인간의 영혼이 들어간 인간이지.”
“저는 30여 년간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하며 살았습니다. 물론 최근 들어 기묘한 감정을 느끼긴 했지만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제 30여 년간의 삶 속에서 그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의 아주 적은 오차일 뿐입니다.”
아모리스는 주먹을 뚜둑 꺾으며 말했다.
“왜 못 믿겠어? 그래. 못 믿을 수도 있지. 그럼 믿게 해줄게.”
아모리스는 얼마 전 제인을 흠씬 두들겨 팼던 글러브를 꼈다.
“네가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 곧 알게 될 거야.”
“지금 무슨…….”
“조금 아플지 모르겠지만 참아. 아, 그리고 이빨 꽉 깨물고.”
아모리스는 말없이 나달에게 다가가 주먹으로 턱주가리를 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