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31)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31화
성좌의 던전(1)
펠렌은 아르펨에게 새 목숨을 얻은 뒤로 대륙 곳곳을 누벼 보았다.
흑토 지대, 길리온 왕국, 밀림, 고디바 왕국, 멸지…….
당연하게도 노르베르드에도 온 적이 있었는데, 이 땅은 보면 볼수록 굉장히 신기한 땅이었다.
이 땅은 원래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었다.
갈리아 산맥에 사는 변종 오우거들과 오크들이 수시로 내려와 민간인들을 학살했으며, 땅은 척박하고 날씨는 추워 농사짓기 알맞지 않은 땅이었다.
그나마 질 좋은 광맥이 곳곳에 묻혀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광산은 인간의 욕심을 크게 자극하는지라 곳곳에 피가 흐르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노르베르드 변경령은…….
“너무나도 평화롭고 분주하군.”
펠렌은 자신의 생각이 읽힌 게 아닌가 싶어 옆을 돌아보았다.
옆에는 검은색 후드를 뒤집어쓴 사내가 있었다.
“광산을 노르베르드 가문이 독점하고 있지만 휘하 가문들에게 광산 개발권을 적절히 풀어서 분쟁이 일어나지 않게 막고, 갈리아 산맥에 사는 변종 오우거들과 오크들은 노르베르드 장벽과 기사단으로 막으며, 척박한 땅에서 농사짓는 대신 광산에서 얻은 수익으로 농산물을 직수입한다라……. 이 땅은 황국을 섬기는 변경백의 영토가 아니라 왕국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군.”
펠렌은 비브라토를 쏘아보며 말했다.
“내 마음을 멋대로 읽지 말라고 했을 텐데? 비브라토?”
비브라토는 고개를 들어 펠렌을 쳐다봤다.
그러자 비브라토의 가려진 얼굴이 드러났다.
비브라토의 얼굴은 극심한 화상 흉터로 가득했고, 양쪽 눈은 보이지 않는지 검은색 안대를 하고 있었다.
비브라토는 자신의 안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말했잖나. 이 성물은 사람의 마음을 골라서 읽는 건 불가능하다고.”
비브라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다른 놈들보다 네 마음 소리가 제일 잘 들린다네. 그렇게 마음이 요동쳐서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나?”
“……닥치고 정보 수집이나 해라. 내 마음은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말고.”
“내가 말했잖나. 그게 불가능하다고. 이럴 바엔 차라리 따로 움직이는 게 낫지 않겠나?”
“내가 사라지면 네놈은 농땡이를 피우겠지. 그 꼴을 내가 보고만 있을 것 같나?”
“타인의 추악한 마음을 듣는 것도 정신적으로 지치는 일이네. 특히 자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더더욱 힘들지.”
펠렌은 비브라토의 멱살을 콱! 잡아챘다.
“잡담은 그만하고 일이나 하라고.”
비브라토는 펠렌의 손을 쳐냈다.
“착각하는 모양인데 아쉬운 것은 자네 쪽이야. 내가 자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모를 것 같나? 이렇게 조급하니 저번 일도 그르친 게 아닌가?”
펠렌은 비브라토를 죽일 듯이 쏘아봤다.
“내가 조급해서 일을 그르쳤다고? 지금 이 상황이 모두 내 탓이라 이건가?”
“내가 자네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걸 잊은 모양이군? 자네가 제국 대학의 학생들을 건드려 보자고 솜니움에게 말하지만 않았어도, 이 일이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을 거란 걸 아주 잘 알고 있네. 결국 자네의 조급함이 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거라고.”
“제안은 내가 했지만 받아들인 것은 솜니움이다. 그리고 솜니움도 그 정도면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고 했고.”
“그래서 자네 잘못은 없다 이건가? 솜니움은 애초에 자네들과 달리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네. 하지만 자네가 계속 압박을 가하니 어쩔 수 없이 제국 대학의 마법사들과 접촉을 한 거겠지.”
비브라토는 후드를 깊게 뒤집어쓰며 말했다.
“그러니 이번 일은 제발 천천히 진행하자고. 조급하게 움직이지 말고.”
펠렌은 이를 뿌득 갈았다.
“네놈들은 언제나 그랬다. 아르펨 님과 우리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외부에 모습을 드러낼 때 너희들은 쥐새끼들처럼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키메라들이나 만지작거렸지.”
비브라토는 어처구니가 없는지 헛웃음을 쳤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겐 거짓말을 하지 말게. 네놈들이 자꾸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이유가 추악한 욕심을 채우기 위함이라는 것을 내가 모를 것 같나? 언제나 우리 로타의 신체는 네놈들이 싸놓은 똥을 치우느라 바빴지. 지금처럼 말이야.”
비브라토는 천천히 노르베르드 길거리를 걸으며 말했다.
“페이라는 흑토 지대의 분쟁을 끝낼 힘을 달라고 하고, 템페는 교단을 휘어잡을 힘을 달라고 하고, 카이라는 그 코딱지만 한 성채를 얻기 위해 힘을 달라고 하고. 아르펨 님은 너희에게 힘을 건네주었고 너희는 그 힘을 받아 욕망을 해소했을 뿐이지 않나?”
비브라토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 펠렌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너희들의 개인적인 욕망 해소를 로타와 아르펨 님을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말게.”
“너도 아무런 욕심 없이 로타와 아르펨 님을 섬기는 게 아니잖나? 네놈도 원하는 게 있으니까 로타와 아르펨 님께 영혼을 맡긴 거지. 아닌가?”
“내가 언제 순수한 마음으로 두 분들을 섬긴다고 했나? 적어도 나는 네놈처럼 역겨운 연기는 하지 않는다 이거지.”
비브라토는 천천히 길거리를 걸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쉬운 주제에 내게 이래라저래라 명령하지 말라 이걸세. 교만한 늙은이.”
펠렌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비브라토의 말이 백번이고 맞았기에 할 말이 없던 것이다.
비브라토는 펠렌과의 기 싸움에서 이겼다고 판단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무튼, 이 지역은 내가 한 달 정도 돌아 다녀본 결과 정말 물 샐 틈 없이 완벽한 곳이네. 최소 3년 아니면 4년은 작업을 쳐야 겨우 빈틈이 보이겠군.”
“……그 정도인가?”
“길리온 왕국과는 완전 딴판이지. 그곳은 왕가와 교단 간에 갈등이 심각해서 빈틈이 보였지만, 이곳은 각 가문들 간의 교류도 활발하고 수입 기반이 너무나도 튼튼해. 민심도 좋고.”
“광산 수입을 끊어버리면 답이 안 보이겠나?”
“광산 수입이 잠깐 끊기더라도 최소 2~3년은 버틸 부를 축적했네. 그리고 광산업에 차질이 생겨도 부동산업이 최근 급부상하면서 많은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지. 돈줄을 막아 흔들겠다는 생각은 접어두는 편이 좋을 걸세.”
“그럼 베오울프를 암살하는 것은?”
비브라토는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베오울프를 암살하고 티그리스를 변경백 자리에 앉혀놔도 기반이 너무 튼튼해서 쉽게 흔들리지 않을 걸세. 노르베르드를 흔들려면 베오울프가 아니라 노르베르드 지역을 통치하는 근본적인 시스템을 망가뜨려야 하네.”
“그래도 티그리스가 중앙 정치에 관여할 순 없겠지.”
“오히려 티그리스가 노르베르드 변경령의 병권을 모두 휘어잡을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나? 그렇게 되면 오히려 더 곤란해질 수 있어. 베오울프는 병사보단 민생 안정과 경제 발전에 더 신경 쓰는 타입이기 때문에 국방에 그리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아. 반면 티그리스는 국방에 더 관심이 많지.”
“그럼 오히려 베오울프가 노르베르드 지역을 다스리는 게 훨씬 낫다 이건가?”
“내 판단은 그렇네.”
펠렌은 입술을 씹었다.
펠렌의 생각도 비브라토와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레비스나 솜니움이 살아 있었다면…….”
“뭐, 그랬다면 훨씬 쉬웠겠지. 노르베르드 휘하에 있는 가문들을 이간질시켜 광산을 마비시키고 베이튼 준남작의 정신을 오염시켜 버리면 부동산 회사가 완전히 마비될 테니까. 자금줄이 금방 막히겠군. 하지만 좋은 방법은 다 물 건너갔네.”
“……그래도 티그리스가 중앙에 있는 것보단 나을 거야.”
비브라토는 펠렌의 조급한 마음을 읽었다.
펠렌은 이제 길어봤자 7년에서 8년밖에 살지 못한다.
그전까지 자신을 내친 로드엘림 가문에게 복수를 해야 하는데, 티그리스가 황도에 있는 한 그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어떻게든 티그리스를 노르베르드로 보낼 구실을 찾고 있는데, 비브라토가 자꾸 딴지를 거니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티그리스를 황도에서 치워 버리고 싶은가?”
“황도에서 치우는 게 아니라 죽이는 게 목표다.”
“그거야 먼 미래고. 지금은 불가능하다는 걸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다소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비브라토는 펠렌을 노려봤다.
“또 조급함에 일을 그르칠 생각인가?”
“이번에 베오울프가 약혼식하고 슈베어트 때문에 황도로 내려간다고 했지 않았나?”
“설마 베오울프를 습격할 생각인가? 어설프게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오히려 경계심이 올라가서 다음번에 노리기 힘들어질 걸세.”
“하지만 이런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
비브라토는 펠렌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기 때문에 잠시 고민했다.
“그럼 베오울프를 죽여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뭐지?”
“죽이는 게 아니라 간신히 숨만 붙여놔야지.”
비브라토는 펠렌이 노리는 바를 정확하게 알아챘다.
“원래 정권 교체가 되는 시기나 왕이 병들었을 때가 국가가 제일 흔들리는 시기긴 하지. 티그리스도 딴 곳에 신경 쓰지 못하게 막고.”
“내가 노리는 게 그것일세.”
비브라토는 다시 한번 신중하게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일단 천천히 정보를 수집해 나가면서 일을 추진해 보도록 하지. 하지만 조금이라도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순간 나는 무조건 빠질 걸세. 그것은 알고 있어야 해.”
“자네가 제대로 일만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걸세. 이번엔 우리 둘만 움직이진 않을 테니까.”
“다른 놈들도 부를 생각인가?”
“이번 일은 과하더라도 확실하게 처리하는 게 맞겠지.”
펠렌은 시끄러운 광차(鑛車)들 사이로 사라지며 말했다.
“그럼 나는 아르펨 님께 지원을 요청하도록 하겠네. 그러니 자네는 자네 할 일을 똑바로 하게.”
비브라토는 펠렌이 사라지는 방향을 정확하게 보며 중얼거렸다.
“이번 일은 적당히 도와주다가 빠져야겠군. 잘못하다간 내 목이 날아가겠어.”
* * *
2학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라칸은 제국 대학 수업도 들으면서 동시에 나달에게 개인적으로 연금 수업을 듣다 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티그리스는 던전에 입성하기 전까지 고리 6개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 수련에 집중했으며.
샤를로트와 아이린, 리니아도 철혈 심장의 던전에 들어가기 위해 훈련에 매진했다.
그렇게 매일을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새 눈이 내리는 12월이 되었고, 티그리스는 전보 하나를 받았다.
“변경백께서 다음 주에 출발하신다고 합니다.”
티그리스의 말에 레인로버는 입을 열었다.
“그러면 약혼식 바로 전날에 도착하시겠네요.”
“노르베르드에서 황도까지 열흘 정도 걸리니 그쯤 도착하시겠죠.”
티그리스는 전보를 곱게 접어 레인로버에게 건넸다.
레인로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불안하신가요?”
“안 그렇다고 할 순 없겠군요.”
이 12월이 제일 취약한 시기다.
지금 로타와 아르펨이 불시에 공격을 한다면 굉장히 치명적이다.
그것을 알기에 티그리스가 철혈 심장 던전을 공략한다는 사실을 베오울프도 알지 못하게 극비로 숨겼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놈들은 언제나 가장 최악의 타이밍에 예상치 못한 공격을 하니까.
“만약 제가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사흘간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놈들은 분명히 제 아버지를 노릴 겁니다. 아버지가 놈들에게 당할 만큼 약하시다는 것은 아니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티그리스는 회귀 전 베오울프에게 끔찍한 저주를 걸었던 레비스를 죽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순 없다.
여전히 로타와 아르펨에겐 펠렌이나 템페와 같은 괴물 같은 놈들이 있으니까.
놈들이 단체로 베오울프를 노린다면, 베오울프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 것이다.
레인로버는 티그리스의 손을 잡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도 충분히 대비하고 있으니까요.”
“알고 있습니다.”
회귀 전의 황국과 지금의 황국은 많이 다르다.
티그리스가 회귀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렇게 뒤바뀔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을 정도로 너무나도 좋아졌다.
하지만 불안하다.
지금부턴 티그리스가 알고 있는 미래와는 전혀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티그리스는 여전히 피로 점철된 붉은 전장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티그리스.”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티그리스와 레인로버는 뒤를 돌아봤다.
아모리스였다.
“둘이 이제 결혼한다고 티 내지 말고 서재로 가자. 트리샤가 진짜 진짜 진짜 마지막 최종 공략계획안이 완성됐다고 모이래.”
트리샤는 이번 성좌의 던전 공략대의 대장으로서 무려 3개월 동안 철저히 준비했다.
이번 공략을 위해 트리샤는 황금 기사단과 인퀴지터, 재정부 등 황국의 많은 부처들과 수없이 많은 회의를 해야만 했다.
황녀와 티그리스가 직접 움직이는 만큼 보안에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고, 던전을 안전하고 빠르게 공략해야 하다 보니 많은 아티팩트들을 지원받아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공략이 성공하든 안 하든 간에 1등 공신은 트리샤가 될 것이 분명했다.
“라칸하고 나달도 왔습니까?”
“어. 너희만 오면 돼.”
“알겠습니다.”
티그리스와 레인로버는 서재로 향했다.
티그리스의 서재가 작은 것은 아니었지만, 들어온 사람 수가 너무 많아 꽉 차 보였다.
우선 황금 기사단 대표 베르강, 인퀴지터의 수장이자 공략 핵심 멤버 나달, 이번 철혈 심장 공략대의 대장 트리샤가 있었고 그 뒤로 공략대의 멤버인 샤를로트, 아이린, 리니아, 레인로버, 티그리스, 라칸, 네메시스, 소라가 자리했고.
조언자이자 공략대를 철혈 심장의 던전까지 안전하게 수송시켜 줄 바스티얀.
그리고 아무 역할도 맡지 않았지만 문제가 일어나면 곧바로 지원해 줄 아모리스까지.
총 13명이 서재에 있었다.
티그리스가 상석에 앉자 다크서클이 잔뜩 낀 트리샤가 일어나 보드판으로 향했다.
“아! 아! 큼! 그러면 바로 최종 계획안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다 들으시고 딴지…… 아니, 중간에 말 끊지 마시고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다 들으신 후에 손을 들고 이야기 부탁드리겠습니다.”
트리샤는 이번 공략을 준비하면서 사람에게 많이 시달린 듯 굉장히 지쳐 보였다.
티그리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트리샤는 브리핑을 시작했다.
“우선 보안 문제 때문에 여러분들에게 모든 계획을 설명 드리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시간 관계상 지금은 핵심만 짚어서 설명 드릴 것이고 대부분 철혈 심장 공략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점 이해 부탁드리겠습니다.”
트리샤는 보드판에 커다란 종이를 붙였다.
보드판은 정전기 마법이 걸려 있어 종이가 마치 자석처럼 잘 붙었다.
종이에는 커다란 지도가 그려져 있었는데, 노르베르드 변경령 남부 지도였다.
트리샤는 노르베르드 남부 지역에 위치한 커다란 산맥 하나를 가리켰다.
“우선 사전 답사를 해본 결과 던전의 위치는 노르베르드 변경령 남부 지역에 있는 코우퍼 산맥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자세한 위치는 보안상 말씀드릴 수 없고 알 필요도 없습니다. 바스티얀 학교장님께서 여러분들을 3일에 걸쳐서 총 9번 다중 텔레포트 마법을 통해 이동시켜 줄 것이니까요. 그냥 코우퍼 산맥에 있다는 것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트리샤는 라칸과 샤를로트, 아이린과 리니아를 순서대로 쳐다보며 말했다.
“바스티얀 학교장님께서 저희를 안전하게 데려다주시면 그곳에서 8시간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던전 공략을 시작할 겁니다. 장거리 텔레포트로 인한 공간 충격에 8시간 안에 치유할 수 없는 피해를 입으신 공략 대원이 있다면 그 사람은 무조건 두고 갈 것입니다. 판단은 팀장인 제가 합니다. 그러니까 그전까지 컨디션 조절 잘해두세요.”
네 사람은 주먹을 꽉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은 그나마 괜찮겠지만 네 사람의 신체가 버틸지 알 수 없었다.
공간 충격을 무려 9번이나 연속으로 경험하는 것은 티그리스도 제법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신체 내부가 진탕이 돼서 영구적으로 치유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까.
트리샤는 다른 종이를 붙였다.
이번에도 지도였다.
“지금부터 핵심입니다. 공략대원들이 모두 신체에 이상이 없다면 공략팀은 총 네 팀으로 쪼개질 겁니다. 우선 나달 님과 라칸이 A팀으로 핵심멤버입니다. 철혈 심장 제조를 담당해 주실 것이고, B팀은 티그리스 경 혼자입니다. 가장 핵심 재료인 거인의 심장을 구해주실 겁니다.”
티그리스와 나달 그리고 라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와 레인로버 황녀님 그리고 샤를로트, 아이린, 리니아는 C팀이 되어 닉스의 눈물을 구하러 셀프스 호수로 향할 겁니다. 그리고 네메시스와 소라 두 사람은 D팀이 되어 세계수의 날개 가루를 구하러 밀림으로 향할 겁니다.”
트리샤는 보드판을 툭툭 치며 말했다.
“지금부터 집중해서 잘 들으셔야 합니다. 성좌의 던전에 입장하시면 무조건 100% 흩어지게 될 겁니다.”
트리샤의 표정은 굉장히 진지했다.
“그 이유는 ‘등장인물화’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