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33)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33화
성좌의 던전(3)
달마저 구름에 몸을 숨긴 어두운 야밤.
고즈넉하고 험준한 산맥 한가운데에 푸른빛이 번쩍이며 12명의 인형이 나타났다.
그들은 텔레포트로 도착하자 대부분이 허리를 꺾으며 구토를 시작했다.
“우에에에에에엑!”
“웁!”
이들은 성좌의 던전 공략대원들이었다.
무려 9번이나 연속으로 텔레포트를 경험했다 보니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나마 몸이 튼튼한 티그리스와 베르강, 아모리스 정도만이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서 있을 수 있었지, 다른 이들은 모두 털썩 쓰러져 구토를 하거나 심지어 실신했다.
특히 바스티얀은 피부가 거무죽죽하게 변하더니 털썩 쓰러졌다.
“편히 누우십시오. 이곳은 안전합니다.”
보름 전, 최종 도착지 안전 확보를 위해 먼저 출발했던 황금 기사들과 인퀴지터 요원 그리고 치유술사들이 쓰러지는 대원들을 업어 텐트에 몸을 뉘였다.
“하나 두울…….”
트리샤는 초인적인 정신력 덕분인지 아니면 책임감인지 모르겠지만 몸을 일으켜 인원들의 숫자를 세려 했다.
티그리스는 트리샤의 이마를 부드럽게 누르며 말했다.
“그만 쉬거라. 내가 대원들 상태를 파악할 테니.”
트리샤는 티그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기절했다.
티그리스는 대원들 상태를 확인했다.
일단 A팀인 나달과 라칸.
둘은 인퀴지터들이 건네주는 포션을 마시고 있었다.
“몸 상태는 어떻습니까?”
“다중 텔레포트를 무려 9번이나 연속으로 탔는데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죠.”
나달은 말이라도 할 기운이 있는지 티그리스의 말에 대답을 했고 라칸은 간신히 고개만 끄덕였다.
솔직히 라칸이 버틸 수 있을까 걱정됐는데, 체력에 포인트를 투자했다고 하더니만 그 덕인지 몰라도 상태는 생각보다 양호했다.
아마 오늘 푹 쉬고 나면 몸 상태는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다.
그다음은 C팀이었다.
트리샤는 방금 상태를 확인했으니, 레인로버네를 확인해야만 했다.
티그리스가 레인로버가 있는 텐트를 향하려고 하자 베르강이 나오고 있었다.
“황녀님의 몸 상태는 괜찮네.”
역시 베르강은 레인로버의 몸 상태를 먼저 확인한 듯했다.
그래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텐트로 들어가려 하자 베르강이 가로막았다.
“황녀님께서 자네를 별로 보고 싶어 하지 않으시네.”
“……왜 그러십니까?”
“지금 구토를 하고 계시거든. 레인로버 황녀님도 여자라는 것을 잊지 말게.”
그러고 보니 텐트 안에서 헛구역질을 하는 소리가 엷게 들리고 있었다.
언제나 티그리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레인로버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티그리스는 레인로버의 텐트를 지나치기로 했다.
다음은 샤를로트와 아이린 그리고 리니아가 함께 있는 텐트였다.
샤를로트와 아이린은 항아리를 하나씩 붙잡고 토를 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것은 괜찮은 징조였다.
둘은 포션을 마시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내일 아침에 몸을 털고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리니아는 조금 달랐다.
리니아에겐 치유술사 하나가 붙어서 치유마법을 전개하고 있었다.
“리니아의 상태는 어떤가?”
“전체적인 신체 컨디션엔 이상이 없습니다. 아마 충분한 안정만 취하면 괜찮아질 겁니다. 문제는 언제 일어나실지 장담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내일 아침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리니아는 라칸과 마찬가지로 육체 수준이 제일 약하다.
그래서 다중 텔레포트를 견딜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9번째 다중 텔레포트에서 큰 충격을 받아 기절한 모양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리니아의 몸으로 다중 텔레포트를 9번이나 견딘 것도 대단한 것이었다.
라칸이야 시스템의 능력으로 체력을 늘렸다고 하지만, 리니아는 순수하게 개인 신체 능력과 정신력만으로 버틴 거니까.
리니아가 이런 고생을 하고 성좌의 던전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리니아는 큰 상심에 빠지고 말 것이다.
티그리스는 열심히 리니아의 몸에 활기를 넣어주고 있는 치유술사에게 말했다.
“잘 부탁하겠네.”
“맡겨만 주십시오.”
티그리스는 리니아의 손을 한번 잡아준 뒤 텐트를 떠났다.
그다음은 네메시스와 소라가 있는 텐트였다.
둘도 몸 상태가 별로 안 좋겠거니 했는데, 네메시스와 소라는 포션이 아니라 빵과 물을 마시고 있었다.
“다신 이런 개 같은 경험은 하고 싶지 않아.”
“나도. 앞으로 텔레포트 마법은 죽어도 경험하지 않을 거야. 차라리 네발로 뛰고 말지.”
둘의 상태는 지금까지 만나본 대원들 중에 제일 나았다.
역시 육체 하나만큼은 제일 튼튼한 수인다웠다.
티그리스는 아모리스가 있는 텐트로 향했다.
아모리스는 하품을 하며 야전침대에 누워 있었다.
“설마 내가 걱정돼서 온 거야? 나 그렇게 안 늙었는데?”
“그냥 상태를 확인하러 온 겁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으니까 바스티얀이나 찾아가 봐. 걔 완전 죽어가고 있으니까.”
아모리스의 말에 티그리스는 바스티얀이 있는 텐트로 향했다.
바스티얀이 있는 텐트엔 치유술사가 무려 3명이나 붙어 있었다.
바스티얀의 상태는 겉보기에도 정말 좋아보이지 않았다.
“바스티얀 님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치유술사 하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최소 한 달…… 아니, 두 달 이상은 포그 우드에서 요양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다중 텔레포트 마법은 체내 마나를 엄청나게 잡아먹는다.
아무리 마나를 빠르게 채워주는 마나 포션을 섭취하고 명상을 했다고 하지만, 9번이나 연속으로 다중 텔레포트를 사용했으니 몸이 남아날 리가 없었다.
티그리스는 바스티얀의 몸을 확인했다.
바스티얀의 몸 안에 남아 있는 마나가 거의 없어 마나 탈진 상태에 빠져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치유술사가 인공호흡 마법을 걸어주지 않았다면, 질식사를 했을 정도였다.
몸에 무리가 갈 것이라 예상은 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안 좋아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너무 급했나.’
바스티얀이 이렇게 사경을 헤매고 있으니, 티그리스의 마음이 좋지 못했다.
차라리 조금 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움직였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후회가 티그리스의 온몸을 감싸기 시작할 때, 누군가가 티그리스의 어깨를 두들겼다.
“티그리스 경.”
베르강이었다.
“잠깐 이야기 좀 하지.”
티그리스는 베르강과 함께 텐트를 나왔다.
구름에 가린 상현달이 모습을 드러내며 어두운 숲을 비추고 있었다.
베르강은 텐트에서 다소 벗어나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비밀스럽게 나눌 이야기가 있는 듯했다.
“원래는 알릴까 말까 굉장히 고민했네만 방금 인퀴지터로부터 첩보를 하나 받았네.”
“무슨 첩보입니까?”
베르강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지금 베오울프가 열차를 타고 황도로 내려오고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티그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고 있습니다. 지금쯤 출발하셨겠지요. 혹시 열차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겁니까?”
“열차 문제는 아니고……. 자네도 알다시피 인퀴지터 최정예 요원들과 황금 기사들이 비밀리에 베오울프를 호위하고 있었네. 그런데 어제 그 호위들이 열차에 탑승하기 직전에 모두 사망했네.”
티그리스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어떻게 죽었습니까?”
“뼈와 근육은 이상이 없었지만 전부 뇌진탕으로 죽었네.”
티그리스는 곧바로 범인이 누구인지 잡아냈다.
“로타의 귀 비브라토입니다.”
비브라토의 능력은 모든 종류의 파동을 증폭 또는 상쇄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맹인이라고 하지만 수준 높은 7서클의 대마법사인지라 파동 능력과 함께 마법을 사용하면 대학살을 일으킬 수도 있고, 지금처럼 조용히 암살할 수도 있었다.
“놈이 어떻게 비밀 호위들만 짚어서 살해한 것인지 알고 있나?”
“놈은 ‘심연의 안대’를 갖고 있습니다. 인간이 가장 숨기고 싶어 하는 비밀을 알아내는 성물이죠. 아마 그 능력으로 비밀 호위들의 정체를 알아냈을 겁니다.”
“빌어먹을 그 성물 때문에 모두 당한 거로군.”
베르강은 신경질적으로 나무를 주먹으로 쳤다.
가을에 미처 떨어지지 못한 마른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베르강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
“내가 이러려고 자네를 부른 게 아닌데 미안하네. 자네가 제일 심란할 텐데.”
“……아닙니다.”
“아무튼 이 일 때문에 황제 폐하께서 급보로 내게 명령을 내리셨네. 지금 당장 베오울프를 호위하러 가라고 하셨지. 그리고 자네에게는 선택권을 주셨네.”
베르강은 저 멀리 텐트를 잠깐 바라보곤 입을 열었다.
“성좌의 던전을 포기하고 베오울프를 향해 갈 것인지. 아니면 나를 믿고 성좌의 던전을 공략할 것인지 결정하라는 것이네.”
티그리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텐트를 쳐다봤다.
이번 공략을 위해 바스티얀은 2달을 요양해야 하고, 트리샤는 거의 3달 동안 밤을 지새워 가며 공략 준비를 했다.
여기서 티그리스가 베오울프를 구하기 위해 열차로 가면 이 모든 고생이 헛수고가 된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열릴 약혼식과 슈베어트도 모조리 어그러지게 된다.
‘사흘. 사흘만 버티면…….’
사흘이면 충분하다.
사흘만 베오울프가 살아 있기만 한다면 어떻게든 구할 방법이 있다.
그런데 그 사흘을 버틸 수 있을까?
“뭔 고민을 그렇게 해?”
그때, 한 인형이 달빛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모리스였다.
“넌 성좌의 던전이나 후딱 깨고 와. 네 아버지는 나한테 맡기고.”
* * *
다음 날 아침.
티그리스를 포함한 공략 대원들은 모두 성좌의 던전의 앞에 섰다.
리니아의 상태가 제일 걱정되긴 했지만 리니아는 생각보다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하여 몸을 털고 일어났다.
샤를로트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상한 점을 느꼈는지 티그리스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베르강 경하고 아모리스 님은 어딜 가신 건가요?”
“……급한 용무가 생겨 떠나셨다.”
현재 베오울프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티그리스와 공략대의 팀장인 트리샤뿐이다.
트리샤도 베오울프가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는 것만 알지 정확한 경위는 모르고 있었다.
트리샤는 티그리스에게 다가와 작게 말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티그리스 경.”
지금이라도 성좌의 던전 공략을 그만둘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아니면 늦추거나.
티그리스는 최대한 덤덤히 말했다.
“이미 결정을 내린 사안이다.”
티그리스는 어젯밤 성좌의 던전을 공략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마왕을 봉인했던 마녀와 황국 최고의 소드 마스터가 나서서 해결하지 못할 일이면 티그리스가 지금 나서도 해결할 수 없다.
그러니 티그리스는 둘을 믿어볼 수밖에 없었다.
트리샤는 티그리스의 눈빛에 흔들림이 없자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 공략 중 괜한 잡생각이 빠지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지만 트리샤는 티그리스를 믿고 있다.
티그리스라면 충분히 자신의 할 일을 해낼 것이다.
트리샤는 적당한 바위 위에 올라서서 대원들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성좌의 던전에 들어가기 전 정말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던전 안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몸입니다. 옆의 동료가 죽거나 크게 다쳐도 각자 나눠 드린 신호기로 알려주시기만 한다면 어떻게든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동료를 구할 수 없다고 판단이 되면 가차 없이 버리고 신호기를 작동해 인근에 있는 다른 동료들과 접선하십시오. 아시겠습니까?”
트리샤의 섬뜩한 충고에 대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성좌의 던전에서의 죽음은 진짜 죽음이 아니다.
오히려 던전 내에서 크게 다치거나 죽은 뒤 성좌의 던전을 공략하면 그 사람은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그러니 주변에 상황을 빠르게 알리고 던전 공략을 다시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말 것인지 빠르게 판단하는 것이 무조건 중요했다.
트리샤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별바라기의 천체구슬을 꺼냈다.
“지금부터 성좌의 던전 공략을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전원 저를 따라오십시오.”
트리샤는 성좌의 던전의 입구인 작은 동굴로 향했다.
사람들은 트리샤의 뒤를 줄줄이 따라갔고 티그리스는 목에 걸린 페르셴과 아드네 목걸이를 옷 속에 집어넣으며 제일 마지막으로 따라갔다.
동굴 입구는 햇빛마저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어두웠지만 레인로버와 나달, 라칸이 만들어낸 라이트 마법 덕분에 시야가 방해되진 않았다.
그리고 이상하게 더 깊이 들어가면 깊이 들어갈수록 기묘한 어두우면서도 푸른빛이 시야를 밝히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깊게 들어가자 라이트 마법 없이도 앞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동굴 안을 밝게 비추었다.
“우와…….”
네메시스는 입을 떡 벌리며 탄성을 내질렀다.
동굴 깊숙한 곳에는 아름다운 우주가 있었다.
한 혜성이 소라의 옆을 지나치자 소라는 반사적으로 혜성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아무것도 잡히는 것이 없었다.
“진짜 예쁘다…….”
사람들이 모두 성좌의 던전 입구를 몽롱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을 때 트리샤는 던전 입구에 써져 있는 별의 문자를 읽었다.
[마도의 길을 걷는 연금술사가 통과할 수 있을지어다.]보통 마도의 길이라고 함은 4서클 이상의 마법사를 뜻하지만, 레기우스가 살고 있던 시대에는 5서클의 마법사부터 마도사라고 불렀다.
그러니 오직 5서클의 연금술사만이 이 성좌의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트리샤는 멍하니 성좌의 던전 입구를 쳐다보고 있는 대원들을 향해 말했다.
“이곳이 바로 성좌의 던전 입구입니다. 이제 곧 들어가기 전에 별바라기의 축복을 드리겠습니다.”
트리샤는 별바라기의 천체지도를 천천히 쓰다듬은 후에 작게 중얼거렸다.
“억겁의 시간의 발을 늦추소서.”
그러자 천체지도가 밝게 빛나더니 검푸른색 빛 덩어리가 트리샤에게 스며들었다.
저것이 별바라기 천체지도의 능력 중 하나인 시간 왜곡의 축복이었다.
천체구슬의 시간 왜곡의 축복을 받으면 던전에서 아무리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도 몸 상태는 그대로 유지되고, 성좌의 시련과 던전에서 보내는 시간과 현실 시간의 차이가 무려 10배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 천체지도의 능력이 없었다면 이번 던전 공략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트리샤는 푸른빛 덩어리들을 잡아 하나둘씩 건네기 시작했다.
제일 앞에 있는 나달과 라칸에게 스며들고 제일 뒤에 있는 티그리스에게까지 빛 덩어리를 건넸다.
티그리스까지 몸에 푸른 별빛이 감돌자 트리샤는 천체지도를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지금부터 서로 손을 잡으시고 함께 통과할게요. 공간이 비좁더라도 최대한 발을 맞춰서 걸어요.”
나달과 동시에 던전을 통과하지 않으면 성좌의 던전에서 튕겨져 나갈 수 있다.
그러면 성좌의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동시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했다.
나달이 제일 중앙에 서고 그 옆으로 트리샤와 라칸부터 시작해서 12명이 나란히 서서 손을 잡았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트리샤의 신호에 맞춰 밤하늘을 향해 걸어갔다.
수없이 많은 별과 은하 그리고 혜성과 별똥별들이 머리칼과 볼을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12명은 성좌의 던전에 진입했다.
* * *
“호국경님!”
철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강철 부츠가 대리석을 때리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기사다.
티그리스는 뒤를 돌아보았다.
갈색 수염을 깔끔하게 정리한 기사가 티그리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제물 준비는 모두 끝마쳤습니다.”
티그리스는 그제야 주변을 살필 여력이 생겼다.
티그리스는 커다란 성채 위에 있었다.
성채 아래에는 쇠사슬로 이어진 수갑을 착용한 젊은 여인들이 무릎을 꿇고 싹싹 빌고 있었다.
“호국경님! 저희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정말 저는 빵을 훔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잡혀가면 제 홀어머니는 어떻게 합니까!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티그리스는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아챘다.
철혈 심장의 던전의 배경은 말레 왕국이다.
말레 왕국은 인근에 있는 거인들의 지배를 받고 있었는데, 거인들은 매달 20명씩 젊은 여자를 먹이로 달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왔다.
말레 왕국은 거인들과 전쟁을 할 힘이 없었으므로 죄인들을 잡아들여 거인들에게 보내곤 했다.
아마 저 여인들은 거인들에게 바칠 제물일 것이다.
티그리스는 말없이 수갑을 찬 20명의 죄인들을 쳐다봤다.
티그리스는 저들이 단순한 죄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들은 단순히 매달 20명씩 제물을 바치기 위해 만들어진 죄인들일 뿐이었다.
“호국경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년들이 기어코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그때, 한 병사가 곤봉으로 여인의 머리를 내려치려고 하자 티그리스의 신형이 사라졌다.
“컥!”
티그리스는 눈 깜짝할 새에 내려와 곤봉을 내려치려는 병사의 목을 잡아채 들어 올렸다.
티그리스의 표정은 마치 악귀처럼 살벌했다.
“호…… 호국경님!”
티그리스는 대원들이 옆에 있을 땐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렸다.
이 들끓는 감정을 드러내면 다른 대원들이 당황할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티그리스는 살기를 마음껏 뿜어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병사들과 기사들이 하나같이 몸을 떨며 무릎을 꿇었다.
특히 티그리스의 손에 잡혀 있는 병사는 눈을 뒤집어 까며 거품을 물고 있었다.
티그리스는 두려운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병사들과 기사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내 명을 거역하는 놈들은 찢어 죽일 것이다.”
베오울프의 목숨이 위험한 만큼 티그리스는 이 던전에 시간을 많이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