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43)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43화
성좌의 던전(13)
티그리스는 세계수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은 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집중적으로 나누었던 대화 주제는 당연히 ‘우노’였다.
“우노를 죽이는 방법은 나도 알지 못한다.”
세계수도 우노를 죽이는 법을 모를 줄은 몰랐기에 티그리스는 살짝 당황했다.
“세계수 너도 모르는 건가?”
“그럼 한 가지 묻지. 성좌가 죽는 이유를 알고 있나?”
티그리스는 연인자리 성좌에게 들었던 내용을 떠올리며 말했다.
“지성체들에게 모두 잊혔을 때라고 알고 있다.”
“그래. 맞아. 이 땅에 살아가는 지성체들 중에 자신을 알고 있는 자가 단 하나도 없을 때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우노는 굉장히 독특하지.”
티그리스도 우노가 특별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우노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지성체들이 아니라 다른 행성의 지성체들이 기억하고 있으니까.
“네가 우주로 나가서 다른 행성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는 한 우노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역시 그렇군…….”
‘불가능’이라는 답을 세계수에게 직접 들으니 티그리스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세계수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티그리스의 표정을 보곤 입을 열었다.
“꼭 우노를 죽여야 하나?”
“……그게 무슨 말이지?”
“내 말은 꼭 우노를 죽여야만 하냐는 것이다. 우노를 죽일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게 낫지 않겠나? 예를 들면 봉인이라든가.”
“봉인? 그러면 우노를 봉인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건가?”
세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봉인하는 방법이야 이미 예전에 사용한 방법이 있지.”
“예전? 신비의 땅을 말하는 건가?”
“그래. 페레이라가 마왕을 봉인한 것처럼 우노를 상징하는 성물을 찾아 봉인을 시켜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봉인할 수 있지.”
“우노의 성물? 성물이 지금 이 땅에 있다고?”
세계수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면 우노의 권속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을 거라 생각했나? 그리고 그 권속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그 말도 안 되는 힘을 다른 인간들에게 전해줬고? 당연히 아니지.”
세계수는 우노의 상징 성좌인 오염된 옥좌자리를 그렸다.
“성물은 단순한 성좌의 상징이 아니다. 분신이지.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내릴 수 없는 성좌의 분신. 그 성물을 완벽하게 봉인한다면 우노가 제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이 행성을 노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럼 마왕을 봉인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인가?”
세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셈이지. 마왕도 한 성좌의 분신이니까.”
드디어 막혔던 실마리가 풀렸다.
마왕도 일종의 성좌였고 성물이었다.
마왕을 봉인한 방법을 사용한다면 우노도 충분히 봉인할 수 있다.
“잠시만 그러면 마왕은 성좌이자 성물이라는 뜻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성물이라고 볼 수 있지.”
“그럼 어떻게 성물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던 거지? 그리고 왜 대륙을 침공한 것이고?”
“미안하지만 마왕에 대한 정보는 더 알려주기가 곤란하다.”
세계수의 단호한 말에 티그리스는 눈썹을 찌푸렸다.
“이유가 뭐지?”
“내가 앞서 말했듯이 마왕은 성좌의 분신인 성물이다. 그리고 성좌가 죽는 이유는 지성체들이 성좌를 기억하지 못할 때지.”
티그리스는 세계수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이해했다.
“그럼 반대로 성좌에 대해 아는 이가 늘어날수록 성물의 힘이 강력해지겠군.”
“맞다. 네가 마왕을 상징하는 성좌에 대해 알수록, 그리고 마왕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마왕의 힘이 강력해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우노가 마왕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다면?”
그보다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다.
만에 하나 우노가 궁지에 몰려 마왕의 힘을 이용하려고 하는 순간 대륙은 우노 때문이 아니라 마왕 때문에 멸망하고 말 것이다.
“잠시만, 설마 마왕을 부활시키는 방법이 마왕을 상징하는 성좌를 이 땅의 지성체들이 알게 하는 것인가?”
세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서 호스와 마녀들이 눈물을 머금고 마녀의 시대를 연 것이다. 마왕과 관련되어 있는 모든 역사를 왜곡하고, 역사학자들의 눈과 혀를 뽑았지. 그 과정에서 수많은 성좌들이 죽거나 자신의 힘을 잃었다.”
세계수는 티그리스가 옆구리에 메고 있는 샐러맨더의 검을 가리켰다.
“마치 헨게나의 검처럼 말이지.”
티그리스는 자신의 검을 내려다봤다.
그러고 보니 샐러맨더의 검은 이름과 달리 정말 말도 안 되는 성능을 갖고 있었다.
검날이든 검 자루든 잘려 나가거나 부서져도 어떻게든 다시 부활하며, 원한다면 악령도 불태울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붉은 도마뱀자리가 유명한 성좌라고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성능을 갖고 있는 성물은 굉장히 드물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애용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러니 마왕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말고 찾지도 말아라. 호스 너와 마녀들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생한 모든 일을 허사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그럼 아모리스 님은 마왕이 성좌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알고 있겠지. 하지만 물어봐도 절대 말을 해주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자체적으로 주술을 걸어서 기억을 영구적으로 삭제했든가. 내가 아는 아모리스라면 그렇게 했겠군.”
티그리스는 허탈했다.
아모리스가 생각보다 마왕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자체적으로 주술을 걸어서 기억을 없앴다니.
현세로 돌아가면 아모리스에게 자세한 내용을 물어봐야겠다.
그나저나 아모리스가 봉인술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줄지 모르겠다.
아모리스가 봉인술의 ‘ㅂ’ 자만 꺼내도 라칸을 데리고 떠나 버린다고 했으니…….
‘이건 날을 잡아서 아모리스 님과 대화를 나눠봐야겠군.’
세계수는 하늘의 흐름을 읽더니 말했다.
“그나저나 너무 시간이 오랫동안 지체되었군. 네 육체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거다.”
“내 육체가?”
“그래. 아무리 너라도 거의 아흐레 동안 가만히 서 있는 일은 쉽지 않겠지.”
“……벌써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고?”
세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있는 모든 일엔 대가가 필요하다. 신과 대화를 나누는 일에도 당연히 대가가 필요하지. 네 경우에는 시간일 뿐이다.”
세계수는 천천히 다가왔다.
이제 티그리스를 보내주려는 모양이었다.
“네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 아이들에게 말해라. 무엇이든 구해다 줄 테니.”
“네 나뭇가지나 이파리도 괜찮나?”
세계수는 티그리스에게서 다시 살짝 떨어지더니 양팔로 몸을 가렸다.
“내 몸을 가지려고 하다니. 응큼하군.”
“…….”
“아직 이 정도 농담은 못 받아들이는 건가? 역시 호스는 호스군.”
“……엘프들이 네가 이런 성격인 줄 알면 나랑 비슷한 표정을 지을 거다.”
“내가 아무한테나 농담을 하는 줄 아는 모양인데 너니까 하는 거다.”
세계수는 이런 종류의 농담을 더 이어가고 싶어하는 듯했지만, 티그리스는 냉담하게 외면했다.
“됐고, 궁금한 점이 갑자기 하나 생겼다.”
“시간이 그리 없는데……. 일단 말해봐라.”
“내가 호스의 환생인 것은 어떻게 알았지? 아모리스 님도 영혼을 볼 줄 알지만 내가 호스인 것은 알아보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난 네 영혼을 보고 알아본 게 아니다. 바로 네 운명을 보고 알아챈 것이지.”
여기서 또 운명이 나올 줄은 몰랐다.
“넌 마왕으로부터 인간들을 지키고 군림할 운명을 타고났다. 그런데 마왕이 죽고 난 이후의 시대에 그런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 내 눈앞에 떡하니 있는데 당연히 알아볼 수밖에 없지.”
“……그 운명론이라는 게 너무 설명하기 편한 이론인 것 같군. 환생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말이지.”
“착각하는 것이 있는데, 환생이든 빙의든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다. 원래 사람이든 엘프든 죽으면 그대로 끝이다. 죽음을 맞이한 영혼들은 ‘영계(靈界)’로 가지. 그런데 영혼을 조작해 천 년이 넘는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태어나게 한다? 그것은 아모리스 정도의 혼령술사니까 가능했던 일이지 다른 이들은 꿈도 못 꿨을 일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환생한 것이지?”
“그거는 나도 모른다. 마녀들 중의 하나가 혼령술을 공부했을지도 모르지. 100년이라는 시간은 한 가지 분야를 파고들기엔 충분히 기니까.”
세계수는 티그리스의 심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그 시간의 풍파 속에서 네 영혼과 페레이라의 영혼이 정상적일 것이란 생각은 갖지 마라. 너희 둘은 천 년이란 세월을 뛰어넘으며 영혼이 변질되었다. 아모리스도 처음 라칸의 영혼을 봤을 땐 살짝 긴가민가했을 텐데?”
그러고 보니 아모리스도 라칸을 보자마자 곧바로 알아챈 게 아니었다.
세계수의 말대로 살짝 긴가민가하다가 라칸이 ‘김유신’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라칸이 페레이라의 환생임을 알아본 것이다.
“……영혼이 변질되면 어떻게 되지?”
“보통은 안 좋은 쪽으로 변하지. 원래 갖고 있던 재능이 사라지거나 성격이 더 괴팍해지거나 아니면 몸이 자주 아프거나 그럴 것이다.”
“……설마 라칸이 검을 잘 못 다루는 게 그 이유 때문인가?”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지. 그런데 이상하군. 아모리스가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네게 그런 이야기를 안 해주다니……. 아! 그럴 만도 하겠군.”
세계수는 뭔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그 이유는 아모리스에게 들어라. 나도 알지 못하는 일을 감히 추측하는 건 잘못된 일이니까.”
세계수는 티그리스에게 다시 부드럽게 다가왔다.
“그럼 이제 정말 떠나야 할 때가 왔군.”
세계수는 티그리스에게 세계수의 씨앗을 넘기며 말했다.
“내가 말해준 운명에 대해 잘 기억해라. 넌 인간들을 지키고 군림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그 짐이 무거울진 몰라도 넌 그 운명을 이뤄내야 해. 안 그러면 우노에게 질지도 모르니까.”
세계수는 티그리스의 이마를 부드럽게 밀었다.
“그럼 내 아이들의 미래를 부탁하지. 티그리스.”
티그리스의 눈이 저절로 감기며 기절했다.
* * *
티그리스는 침상에서 일어났다.
해먹이 아닌 침상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아 티그리스가 머물던 숙소는 아닌 듯했다.
“일어났나?”
옆에서 들린 익숙한 목소리에 티그리스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뮤네였다.
“얼마나 잤지?”
“하루 종일 잤다. 네가 세계수님과 대화를 나눈 시점으로 치자면 열흘째겠군.”
티그리스는 몸을 일으켰다.
살짝 피곤하긴 한데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그나저나 열흘이 흘렀다면 지금이 딱 성좌에 던전에 들어간 지 18일이 되는 날이다.
“네메시스와 소라는 어떻게 됐지?”
“그 두 수인을 말하는 건가? 세계수 요정의 날개 가루를 건네받곤 어디론가 향했다.”
“내가 여기에 있는 건 봤나?”
“그래. 네가 세계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곤 굉장히 놀라더군. 하긴 다른 엘프들도 놀랐는데 수인들이 보면 기겁을 했겠지.”
티그리스는 침대에서 일어나 검을 들었다.
“혹시 세계수에게 다 들었나?”
티그리스가 세계수‘님’이 아닌 세계수라고 반말을 하자 뮤네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우리 어머니와 반말을 할 정도로 친해진 모양이군.”
“……세계수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긴 했지.”
티그리스는 뮤네나 다른 엘프들과 괜한 말다툼을 하기 싫었기에 그냥 ‘님’자를 붙이기로 했다.
‘……나도 많이 변했군.’
괜한 말싸움이 싫어서 피하다니.
회귀 전의 티그리스였다면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었다.
“아무튼, 네가 우선 요청한 게 세계수의 잎과 나뭇가지였나? 그것은 어머니께서 이미 준비해 두셨다.”
뮤네는 방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거대한 자루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은은한 황금색 빛이 났는데, 세계수의 잎과 나뭇가지가 한가득 실려 있었다.
“저것으로 뭘 할 셈이지?”
“아직 생각해 둔 건 없다.”
세계수의 잎과 나뭇가지는 역사 속에서도 최상급 재료라고 정평이 나 있다.
말레우스에게 가져가면 제법 좋은 무구를 만들어줄 것이다.
아니면 라칸이나 나달에게 보내서 실험용으로 쓰거나.
뮤네는 자신의 품에 고이 보관해 둔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 이건…… 네가 어머니께 받은 거다.”
티그리스는 작은 주머니를 열었다.
그 안에는 세계수의 씨앗이 들어 있었다.
“그건…… 혹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맞나?”
“세계수 님의 씨앗을 말하는 건가?”
뮤네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설마 했지만 정말로 세계수의 씨앗일 것이라곤 생각을 못 한 듯했다.
“세계수 님의 씨앗을 처음 보는 모양이군.”
“……그걸 왜 어머니께서 네게 맡기신 거지?”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으면 이 숙소를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았기에 티그리스는 어느 정도 이야기해 주기로 했다.
이야기를 들은 뮤네는 살짝 충격을 받은 듯 비틀거렸다.
“그러니까 넌 성좌의 던전을 통해 들어온 것이고…… 어머니와 엘프들은 사투티메오에게 모두 멸망했다고?”
“그래. 믿기지 않겠지만 믿는 편이 좋을 거다.”
“그럴 리가……. 사투티메오에게 대항하기 위한 대책은 모두 마련되어 있을 터……. 잠시만, 최근 사투티메오가 조용한 이유가…….”
뮤네가 정신적 충격을 받아 뭐라 중얼거리는 사이, 티그리스는 탁자에 놓인 아공간 주머니를 열어 세계수의 나뭇가지와 잎을 모두 집어넣었다.
그리고 세계수의 씨앗도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으려던 순간…….
뮤네의 손이 벼락처럼 날아와 티그리스의 손목을 낚아챘다.
“설마 지금 세계수 님의 씨앗을 그 요상한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으려는 건 아니겠지?”
“……그럴 건데 무슨 문제가 있나?”
“지금 내가 쏟아내고 싶은 말이 한 바가지나 있지만 참도록 하지. 넌 세계수님이 지정한 어린 세계수님의 양육자니까.”
……그런 거창한 칭호가 붙을 것까지 있을까 싶지만, 티그리스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니 아주 짧게 잔소리를 좀 하겠다. 세계수 님의 씨앗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다. 아공간 주머니의 신뢰성을 내가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만에 하나 마법적 오류가 발생했을 때 세계수 님의 씨앗은 허무의 공간 속에 사라지고 말겠지. 그리고 다른 것도 아니고 거인의 더러운 귀와 함께 세계수님의 씨앗이 함께 보관되는 불경한 짓을…….”
……귀에서 피가 날 것 같다.
뮤네의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할 것 같긴 하지만 티그리스는 점점 지쳐갔다.
티그리스는 아공간 주머니를 닫고 씨앗이 담긴 주머니를 검집에 묶었다.
“이러면 됐나?”
“세계수의 씨앗을 어찌 그렇게……!”
“검은 내가 24시간 동안 보관하고 있다. 절대 잃어버릴 일이 없지. 당연히 다칠 일도 없고.”
티그리스의 말에 뮤네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품 안에 집어넣는 것보단 밖에 보인 채로 다니는 게 안전할 수도 있겠군. 그리고 네가 검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니까…….”
“그럼 이제 됐나?”
“……그럼 주머니를 더 튼튼한 것으로 바꾸겠다. 혹시나 씨앗이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까.”
그 정도는 해줄 수 있기에 티그리스는 뮤네에게 씨앗을 넘겼다.
뮤네는 아주 공손히 씨앗을 건네받곤 목에 걸었다.
커다란 씨앗이 가슴께에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목에 방울을 단 고양이 같았다.
“그나저나 더 필요한 것은 없나? 어머니께서 네가 원하는 것은 웬만하면 다 들어주라고 하셨다.”
티그리스의 아공간 주머니는 거의 꽉 찬 상태다.
불필요한 비상식량이나 물건들을 다 빼더라도 담을 수 있는 용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마음 내키는 대로 다 가져갈 수 없다.
그렇다면 작지만, 굉장히 좋은 물건들을 중심으로 챙겨야 한다는 건데…….
“붉은 마나초 같은 영약들이 좀 있나?”
당장 떠오르는 것들은 영약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