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59)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59화
봉인(5)
라칸은 단체 사진을 세 번 정도 찍었다.
사진을 확인한 라칸은 잠깐 고민했다.
“뭔가 이대로 끝내기가 조금 아쉬운데?”
화려한 조명과 살아 있는 마지막 드래곤이라는 완벽한 조합 앞에서 단체 사진 석 장만 찍고 끝내기엔 2% 정도 아쉬움이 들었다.
라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티그리스를 봤다.
‘아!’
뭐가 부족한지 알 것 같았다.
“티그리스 교관님 레인로버 황녀님! 두 분만 서보시겠어요?”
단체 사진을 찍었으면 커플 사진도 찍고 독사진도 찍고 우정 사진도 찍고 가족사진도 찍어야 하지 않겠는가?
“라칸 이쯤에서 그만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남는 건 사진밖에 없어요.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살아 있는 드래곤 앞에서 사진을 찍겠어요?”
“…….”
아모리스는 라칸의 기행이 너무나 재밌는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라칸의 사진 찍기를 도와주었다.
“맞아요. 괜히 뻗대지 말고 어서 둘이 붙어봐요. 다른 사람도 찍어줄 테니까 모두 비키시고.”
‘다음은 나랑 라칸 차례야.’
……사실 다른 마음이 있었지만.
아무튼, 아모리스의 말에 티그리스와 레인로버를 제외하고 모두 비켜섰다.
“레인로버 황녀님! 둘이 좀 더 붙어봐요! 곧 결혼할 사람이 뭘 그렇게 데면데면해요? 그리고 티그리스 경은 그렇게 무섭게 노려보지 말고 웃어봐요!”
티그리스는 황제 폐하 앞에서 경망스럽게 행동하는 라칸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어제부터 표정이 어두웠던 레인로버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자 도저히 거부하기 힘들었다.
레인로버는 티그리스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결혼사진 찍기 전 연습이라고 생각하죠.”
티그리스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눈을 감고 얼굴 근육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티그리스는 거의 6개월 동안 레인로버와 미소 짓기 특훈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창피할 정도로 기괴했지만, 레인로버의 도움으로 미소 지을 때 사용하는 모든 근육들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었다.
티그리스는 눈을 뜨고 레인로버를 쳐다봤다.
레인로버의 맑고 아름다운 눈동자를 본 후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까?”
레인로버는 환하게 웃었다.
“열심히 가르친 보람이 있네요.”
티그리스는 정면을 쳐다봤다.
그러자 사람들은 일동 숨을 죽였다.
항상 무표정 아니면 뭔가 집중하는 모습만 보여주었던 티그리스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 것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진중한 미소.
그 모습은 같은 남자인 라칸과 토드 황제마저도 탄성을 내지를 정도로 멋있었다.
“그럼 찍겠습니다! 하나 둘 셋!”
찰칵!
“자! 그다음!”
라칸은 티그리스와 레인로버의 사진을 찍어준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그다음은 레인로버와 황제를 찍기 시작하더니, 다음은 로건과 샤를로트 그리고 아이린과 샤를로트 그리고 리니아가 단체로 찍었다.
뒤로 가면 갈수록 사람들은 정석적인 포즈보단 다양한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는데, 네메시스와 소라는 아예 아우로므의 공동 주변에 널려 있던 보물들을 소품처럼 활용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기는 기자들이나 사용하는 건 줄 알았는데, 이런 용도로도 쓸 수 있네.”
“앞으로 사진기를 항상 들고 다녀야겠다.”
사진 찍기가 끝난 시점은 사진기에 담겨 있는 기록 아티팩트의 용량을 모두 소모했을 때였다.
사람들은 제법 아쉬워하는 듯 보였지만, 이젠 그만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
“나달과 로건 백작님을 제외하면 모두 저 통로까지 비켜주십시오.”
티그리스의 진지한 말투에 사람들은 군말 없이 통로까지 향했다.
나달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티그리스에게 건넸다.
티그리스가 상자를 열자 손가락 두 마디 크기만 한 은빛 심장이 들어 있었다.
철혈 심장이었다.
“철혈 심장 복용 방법은 따로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냥 삼키시기만 하면 됩니다.”
이것을 먹기만 하면 티그리스는 1시간 동안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육신의 한계에 도달한다.
아마 티그리스가 회귀하기 직전, 8성 기사가 되었을 때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이 될 것이다.
로건은 티그리스에게 프리하르덴의 여름을 검집째로 풀어 건넸다.
“가헌의 기사들은 오늘 일을 알고 있습니까?”
“기사 단장 하나만 알고 있네. 그리고 오늘 일이 앞으로 150년간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조건으로 빌려주는 것이란 건 알고 있겠지?”
“예. 알고 있습니다. 절대 함구하겠습니다.”
티그리스는 프리하르덴의 여름을 받았다.
손잡이가 아니라 검집을 잡은 것뿐인데도 프리하르덴의 여름에서 흘러나오는 기묘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차가움 속에 따스함이 담겨 있는 기묘한 기운은 프리하르덴이 어떤 곳인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티그리스는 샐러맨더의 검을 로건에게 건네며 말했다.
“로건 백작님만 여기에 남아 주시고 나달은 통로로 가주시겠습니까? 방호 마법을 걸어주시고 토드 황제 폐하를 지켜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티그리스는 나달이 통로 쪽으로 가 배리어 마법을 준비하는 것을 봤다.
최소 3중에서 5중으로 배리어를 펼쳐야 할 테니, 10분 정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사이 해야 할 일이 있다.
“프리하르덴의 여름의 시험은 알고 있겠지?”
“예. 알고 있습니다.”
“버틸 수 있겠나?”
“견뎌내야죠.”
프리하르덴의 여름은 성물 중에서도 주인을 가리는 몇 안 되는 성물이다.
시험은 간단하다.
프리하르덴의 여름에서 흘러나오는 냉기를 버티는 것.
프리하르덴의 여름의 시험의 강도가 개개인마다 다른 것으로 전해지지만, 대개 프리하르덴의 여름의 시험을 받으면 거의 사흘에서 나흘 정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진다.
만약 프리하르덴의 여름이 주인 자격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온몸이 얼어서 죽는다.
실제로 프리하르덴 가문의 사람들 중 프리하르덴의 여름의 시험을 받다가 사망한 사람이 세 명이나 있었다.
“당시 전 그 시험을 통과한 후에 오른손을 거의 닷새 동안 쓰질 못했었습니다.”
“……그 정도였는가?”
“로건 백작님께선 하루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맞습니까?”
“그렇네. 그래도 자넨 철혈 심장이 있으니 바로 회복할 수 있겠지.”
오른손이 망가지더라도 철혈 심장을 바로 복용하면 곧바로 나을 테니 걱정은 없었다.
다만 고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기에 티그리스도 선뜻 프리하르덴의 여름에 손이 가질 않았다.
그 고통은 티그리스가 겪었던 고통 중에 거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끔찍했다.
‘하자.’
티그리스는 심호흡을 한 뒤 프리하르덴의 여름을 잡았다.
그러자 프리하르덴의 여름에서 흘러나온 한기가 티그리스의 손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이 한기가 티그리스의 온몸을 타고 흘러 티그리스를 난도질할 것이다.
티그리스는 마음을 편하게 먹고 고통을 기다렸다.
“……?”
그러나 예상했던 고통은 없었다.
유리 조각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듯한 고통도.
마력 회로가 조각나는 듯한 고통도 전혀 없었다.
오히려 초겨울 아침의 시원하면서도 깨끗한 냉기가 티그리스의 세포 하나하나를 일깨워 주었다.
“지금 끝난 건가?”
“……네. 그런 것 같습니다.”
“허…….”
로건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티그리스를 쳐다봤다.
“회귀 전에 닷새는 오른손을 못 썼다면서?”
“정말입니다. 그땐 심지어 8번째 고리를 막 완성한 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이상이 없는 거지?”
“……잘 모르겠습니다.”
티그리스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땐 어금니에 금이 갈 정도로 고통스러웠는데, 왜 지금은 괜찮아진 것인가?
달라진 것은 티그리스가 회귀를 했다는 점 하나뿐이다.
‘……예전에 한 번 통과해서 그런가?’
그건 아니다.
연인자리가 티그리스를 몰랐던 것을 보면 성좌도 회귀의 영향을 받은 게 분명했다.
‘당최 모르겠군.’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것이다.
고통을 감수할 필요도 없고 편하게 검을 사용하면 된다.
“그럼 나도 이만 가겠네.”
“백작님.”
“뭐가 또 남았나?”
티그리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회귀 전, 백작님께서 이 프리하르덴의 여름을 건네며 제게 하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며칠 전에 말씀드렸는데 혹시 기억이 나십니까?”
“기억하네. 난 소드마스터가 될 재목이 아니니 프리하르덴의 여름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게 맞다고 했었지.”
“그럼 지금도 백작님께선 소드마스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베르강이 늘 말하는 게 있었네. 소드마스터는 7번째 고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검에 심상을 담는 경지라고 말이야. 하지만 난 그 심상을 검에 담는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어. 분하지만 나는 여기까지인 거겠지.”
“그 말은 틀렸습니다.”
“……뭐?”
티그리스는 프리하르덴의 여름을 뽑아 들었다.
“로건 백작님이 제자리걸음을 하시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요나스 드 프리하르덴 님의 프리하르덴류를 따라 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게 정확히 무슨 말인가?”
“프리하르덴류는 수준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 수준이 높다는 말은 오러 운용이 어려워서도 아니고 육체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성장해야 하기 때문도 아닙니다. 프리하르덴류가 어려운 이유는 요나스 님의 심상이 그 검술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프리하르덴의 여름은 당시 로건을 제외하면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 로건은 충분히 소드 마스터가 될 재능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진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군말 없이 프리하르덴의 여름을 받아들이고, 로건 백작에게 가르침을 주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오만함과 복수심 때문이었다.
자신이 아니면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고, 노르베르드를 멸망시킨 로타와 아르펨이 너무 미워서 복수할 수 있는 무기를 하나라도 더 갖고 싶어 그 진실을 꺼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티그리스는 로건에게 소드마스터가 될 길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프리하르덴류는 요나스 님께서 개발하신 이후로 단 한 번도 개조되거나 발전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프리하르덴 가문도 소드마스터 징크스를 피하지 못한 거 아닌가?”
소드마스터 징크스.
한 가문에서 소드마스터가 나오면 최소 300년에서 400년이 지나고 나서야 새 소드마스터가 나온다는 징크스다.
이 징크스는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깨지지 않은 징크스였다.
“그 징크스의 원인이 뭐라고 보십니까?”
“소드마스터의 재능을 갖춘 이가 그만큼 희귀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 말도 틀리지 않지만 완벽한 정답은 아닙니다.”
티그리스는 나달이 배리어 마법을 모두 펼친 것을 확인하자 상자에서 철혈 심장을 꺼내 들었다.
“소드마스터가 탄생하면 그 가문의 검술의 발전이 멈춥니다. 어떻게 소드마스터가 만든 검술을 5성 또는 6성 기사가 변형시킬 수 있겠냐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되었습니다. 소드마스터가 만든 검술은 오직 그 사람만이 제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검술에는 소드마스터의 심상이 담겨 있으니까요.”
겉으론 소드마스터의 검술의 흉내를 낼 수는 있다.
발동작이나 손동작 그리고 오러의 흐름까지 모두 따라 할 수 있지만 그 검술에 담긴 위력을 그대로 발휘할 수 없다.
그 검술을 창조한 소드마스터의 심상을 똑같이 따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가 프리하르덴류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전에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러나 전 요나스 님의 프리하르덴류를 절대 따라 할 수 없습니다. 전 요나스 님이 아니니까요. 그건 로건 백작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나만의 프리하르덴류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인가?”
“네. 그렇습니다.”
티그리스는 철혈 심장을 삼켰다.
매끄럽게 목구멍을 타고 흘러 들어간 철혈 심장은 신기하게 심장께에서 멈추더니 녹아들었다.
“지금부터 제가 보여 드릴 것은 저만 사용이 가능한 프리하르덴류입니다. 제 심상이 담긴 프리하르덴류의 변화를 주목하십시오. 그러면 로건 백작님께서도 길을 발견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육체의 변화는 즉각 일어났다.
겉보기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지만, 로건은 티그리스의 육체가 어떻게 변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티그리스의 마력 회로를 흐르는 오러는 원래부터 정순하고 밀도가 높았다.
별빛을 머금은 얼음 정수의 효과 때문도 있었지만, 티그리스가 굉장히 잘 관리해 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예 달랐다.
티그리스의 오러가 마력 회로를 타고 흐르는 것이 아니라 티그리스의 근육과 뼈와 하나가 되었다.
마치 거인이 무거운 하중을 버티기 위해 뼈가 최상급 마석으로 변한 것처럼 티그리스의 뼈가 마석처럼 변했다.
근육은 티그리스의 심장에 자리 잡은 6개의 고리처럼 자체적으로 오러를 뿜어대고 있었다.
이론적으로 티그리스는 굳이 고리를 사용하지 않고도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낼 수 있는 몸이 된 것이다.
티그리스는 온몸에 고루 퍼진 오러들을 마력 회로로 몰아넣은 뒤 돌리기 시작했다.
투둑- 툭!
평범한 인간의 몸이라면 아예 젤 형태로 변한 오러를 감당하지 못하고 마력 회로가 터져 버렸겠지만, 티그리스는 평범한 몸이 아니다.
철혈 심장의 효과로 신체 내구도가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한계 끝자락까지 성장한 상태다.
회귀 전에 달성한 8성 기사의 육체보다 반 배는 더 낫다는 뜻이고, 그 말은 이 밀도 높은 오러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티그리스는 폭주 기관차처럼 마력 회로를 따라 흐르는 오러를 더욱 밀어붙였다.
너무 아슬아슬해서 말려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나 티그리스는 멈추지 않았다.
오러 유동이 거의 한계까지 다다랐다.
준비가 끝이 났다.
티그리스는 6개의 고리를 모두 품는 커다란 고리 하나를 만들었다.
쿵!
심장에서 울려 퍼지는 깊고 낮은 고동 소리.
로건은 티그리스의 심장이 멈춘 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지만, 티그리스는 오히려 더욱 편안했다.
6개의 고리가 돌리던 오러들이 7번째 고리가 생기자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티그리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원래는 7번째 고리를 만들고 아우로므의 목을 내려쳐야 하는 게 원래 계획이지만, 철혈 심장의 효과가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8번째 고리를 만들어 전성기 시절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티그리스가 오러를 돌리자 몸에서 찬란한 은빛의 오러가 덧씌워졌다.
그 모습이 마치 풀 플레이트 갑옷를 뒤집어쓴 기사의 모습 같았다.
로건은 저것이 단순한 오러가 아니라 오러 블레이드와 똑같은 완벽히 유형화된 오러임을 깨달았다.
티그리스는 7번째 고리도 과부하될 정도로 가열차게 돌렸다.
티그리스의 마력 회로가 비명을 지르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티그리스는 자신의 육체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겨우 이 정도로 망가질 몸이 절대 아니다.
티그리스는 마구 요동치는 오러들을 달래가며, 7번째 고리마저 품는 8번째 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7번째 고리를 만드는 것보다 갑절은 더 힘든 과정이었지만, 티그리스는 끈질기게 밀어붙였다.
철혈 심장의 효과가 끝이 나면 몸이 원래대로 돌아오겠지만, 나중에 육체가 7번째 고리와 8번째 고리가 있던 자리를 기억을 할 것이다.
그러면 드래곤 하트로 만든 영약을 섭취하고 나면 단번에 8번째 고리도 완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쿠웅-!
티그리스는 심장에서 크게 요동치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8번째 고리가 만들어진 것을 느꼈다.
과부화된 오러 고리들이 8번째 고리가 생겨나자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고, 마력 회로 또한 8번째 고리에 적응하여 매끄럽게 흘렀다.
‘……드디어.’
티그리스는 마치 모든 족쇄를 벗어던진 것처럼 편안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 고양감과 자유로움.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까지.
완벽했다.
티그리스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육체의 컨디션은 최상이다.
티그리스는 눈을 감고 있는 황금 드래곤을 쳐다봤다.
그리고 검을 하늘 높이 치켜세웠다.
티그리스가 사용하려는 검술은 프리하르덴류 제1식.
본래 프리하르덴류는 드래곤의 비늘을 부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러 블레이드의 밀도와 크기 그리고 완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프리하르덴의 여름에 오러를 불어넣었을 때, 대검의 형태를 띠는 것이다.
그러나 티그리스의 절단의 심상이 담기니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검신을 휘감은 은빛 대검이 압축되기 시작하더니 검신에 착 달라붙었다.
순백색의 검신은 사라지고 티그리스의 내면을 그대로 비추는 깨끗한 거울처럼 변했다.
“이게 저의 프리하르덴류입니다.”
티그리스는 검을 내질렀다.
그러자 프리하르덴의 여름에서 발한 은빛의 호선이 아우로므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그 호선은 아우로므의 비늘과 만나자 사라졌다.
아니, 스며들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로건은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봤다.
은빛의 호선이 비늘과 근육과 목을 가르는 것도 모자라 뒤로 빠져나가는 것을.
드래곤의 길고 무거운 목에 실선이 생기며 중력에 이끌려 떨어진다.
텅! 텅! 텅!
아우로므의 목이 바닥을 굴렀다.
그 목은 마치 커다란 석상이 땅을 구르는 것처럼 날카로운 굉음을 냈다.
그리고 잘려 나간 목에서 프리하르덴의 한파가 떠오를 정도로 차가운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겉모습은 전혀 달랐지만 이건 분명 프리하르덴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