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66)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66화
드워프의 시험(5)
말레우스는 솔직히 많이 당황스러웠다.
토드 황제도 말레우스에게 존댓말을 하는데, 도대체 이 묘령의 여인은 어째서 자신에게 반말을 하는가?
그 무엇보다 왜 자신은 이 여인에게 모욕적인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쫄아 있는가?
말레우스는 설명을 바라는 눈치로 티그리스와 레인로버를 쳐다봤다.
레인로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말레우스 님은 그러고 보니 초면이시죠? 이분은 아모리스 님이세요.”
“아모리스……? 설마……!”
말레우스는 과거 티그리스가 말해주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포그 우드에서 1,300년 전 페레이라의 동료이자, 인간들 사이에 완전히 잊혔던 마녀 아모리스를 찾았다는 이야기였다.
말레우스는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전 티토의 손자 말레우스라고 합니다. 혹시 방패 장인으로 유명한 티토를 기억하고 계십니까?”
티그리스와 레인로버는 말레우스가 이렇게 공손해질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드워프는 워낙 고집이 세고 드센지라 누구에게 고개를 숙이는 법이 없다.
마왕의 시대를 끝낸 영웅이라는 타이틀은 고집 센 드워프마저 허리를 굽히게 만드는 듯했다.
아모리스는 라칸을 슬쩍 보며 말했다.
“모르겠네요. 내가 구한 드워프들만 해도 셀 수가 없어서.”
“하긴…… 그러시겠죠. 워낙 많은 드워프들을 구하셨으니까요.”
말레우스는 다소 아쉬운 듯했지만 내색을 하지 않았다.
“뭐, 그건 그렇고 방금 라칸에게 뭐라고 한 소리 한 것 같은데? 그게 뭐죠?”
말레우스는 순간 당황했다.
“아……. 별거 아닙니다. 크게 신경 쓰실 필요는…….”
“난 신경 쓰이니까 말해줄래요?”
“그게…….”
“라칸이 마공학에 재능이 없나요? 그래서 이번 퀘스트를 깨지 못할 것 같다는 겁니까?”
말레우스는 손을 빠르게 내저었다.
“아뇨! 아닙니다! 그건 절대로 아닙니다.”
“그럼 답답하게 굴지 말고 어서 바른대로 말하세요. 라칸에게 왜 화를 낸 거예요?”
“그것이…….”
당장에 말하지 않으면 진짜로 용암 동굴에 처박아 넣을 것처럼 눈을 부라렸다.
라칸은 자신을 감싸는 아모리스의 태도에 조금 불편함을 느꼈지만,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말레우스 님이 제게 사제 관계를 제안하셨거든요. 전 거절했고요.”
티그리스는 물론이고 레인로버도 살짝 놀라 말레우스를 쳐다봤다.
말레우스는 부끄러운지 얼굴이 붉어졌다.
“커흠! 연금술이나 마법보단 마공학이 더욱 미래가 있다는 게 자명한 사실인데……. 그 고집을 자꾸 부리는 바람에…….”
“전 이미 스승님이 계신다고 했잖아요. 마공학은 배우긴 하겠습니다만……. 두 스승을 모실 순 없죠.”
“당연하지! 어떻게 스승을 두 명이나 모셔! 그 나달인지 나방인지 하는 놈은 당장에 꺼지라고 하고 차라리 나를……!”
아모리스가 말레우스를 쏘아보자 말레우스는 입을 닫았다.
“왜 라칸을 제자로 삼으시려고 하시는 건데요? 라칸이 재능이 있나요?”
“재능도 재능이지만 중요한 건 이 녀석 머릿속에 들어 있는 아이디어죠!”
“아이디어요?”
말레우스는 기염을 토하듯이 소리쳤다.
“라칸은 아이디어가 넘치는 아이디어 뱅크 그 자체라는 말입니다! 전 용사 페레이라가 살아 돌아온 줄 알았다니까요!”
페레이라란 말에 아모리스와 티그리스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아시다시피 페레이라도 라칸처럼……!”
티그리스는 재빨리 말레우스의 말을 잘랐다.
“상태창이 있다는 걸 말씀하고 계신 겁니까?”
“아, 네. 그렇죠. 그것도 그렇지만 페레이라도…….”
“한국인이잖아요?”
대답은 라칸에게서 나왔다.
아모리스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라칸은 아모리스를 보며 슬쩍 웃었다.
“아모리스 님의 옛 연인이시기도 하고요.”
말레우스는 갑자기 싸해진 분위기에 입을 꾹 닫았다.
티그리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아모리스는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 입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언제부터 안 거예요?”
“드라코 레퀴엠 산에서 아모리스 님이 마왕의 시대를 살았던 영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였어요. 물론 100% 확신할 순 없었지만요.”
사실 라칸에게 주어진 힌트가 많긴 했다.
라칸에게 주어진 힌트는 총 세 가지.
아모리스의 옛 연인이 한국인이다.
그리고 페레이라는 자신처럼 시스템이 있다.
마지막으로 아모리스는 1,300년 전 마왕의 시대를 끝낸 영웅 중 하나다.
그러면 답은 정해져 있었다.
페레이라가 라칸과 같은 한국인이고, 아모리스의 옛 연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페레이라 말고 또 다른 한국인이 이 세계에 왔을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희박하다.
하지만 아직 하나 모르는 것이 있다.
라칸은 자신의 전생에 대해 모른다.
하지만 라칸의 ‘시스템’ 즉, 얼마 전 10,000포인트로 구매한 ‘최상급 탐색’의 능력 덕분에 한 가지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페레이라 그 사람 저랑 관련이 있죠?”
아모리스와 티그리스가 대답을 하지 못하자 라칸은 뭔가 확신한 눈빛을 보냈다.
라칸은 말레우스를 보며 말했다.
“말레우스 님. 혹시 용사 페레이라의 한국 이름 알고 계세요?”
“어……. 그거야…….”
말레우스가 아모리스와 티그리스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잇지 못하자 한술 더 떴다.
“참고로 제 이름은 김유신입니다.”
라칸은 말레우스의 눈에서 일말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고, 한 가지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저는 페레이라군요.”
라칸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퀘스트 성공!]티그리스와 아모리스가 자신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다.
그 비밀을 밝혀내라!
3,000포인트 획득!
라칸은 퀘스트를 성공시켰지만, 가장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마차 안 분위기는 지옥 그 자체였다.
말레우스는 아모리스의 눈치를 보느라 눈알이 마차 바퀴처럼 쉼 없이 굴렀고.
아모리스는 당장에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싶은 표정이었으며.
레인로버는 빨리 마차가 목적지에 도착하길 바라고 있었으며.
티그리스는 자신의 잘못을 되짚고 있었다.
‘라칸을 너무 무시했나?’
라칸은 바보가 아니다.
오히려 눈치가 빠르고 똑똑한 축에 속한다.
‘탐색’이라는 사기적인 스킬이 있다곤 하지만 라칸 자체가 뛰어나기 때문에 나달이 라칸을 인퀴지터로 스카웃한 것이다.
그 외에도 라칸이 평범치 않다는 증거는 널려 있었다.
라칸은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티그리스를 회귀시키는 과감한 수까지 둘 줄 아는 승부사이자.
마왕을 봉인시켰던 페레이라다.
평범한 사람이 아닌 것이 당연한데, 티그리스는 라칸이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며 무시해 버렸다.
은연중에 라칸을 티그리스의 아래로 깔고 본 것이다.
‘아직 오만을 버리지 못한 건가?’
티그리스는 가까워져 오는 제국 대학 입구를 보며 입을 열었다.
“라칸.”
“네. 교관님.”
“숨겨서 미안하다.”
티그리스의 사과에 라칸은 미소를 지었다.
“아무 이유 없이 숨겼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아요. 아마 제가 지금 알면 안 되는 정보였겠죠.”
라칸의 배려 넘치는 말에 아모리스와 티그리스의 심장이 쿡쿡 쑤셨다.
레인로버도 마찬가지인지 라칸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 말씀해 주실 거죠?”
라칸은 아모리스를 쳐다봤다.
라칸의 눈은 페레이라를 닮아 있었다.
아모리스는 티그리스에게 말했다.
“……여기서 내려줘. 둘이 좀 걷게.”
***
아모리스와 라칸은 나란히 걸었다.
다행히 학교 안은 방학 시즌이라 텅텅 비어 있었다.
트리니티 건축에 쓰이는 자재들을 나르는 마차들만 간간이 보일 뿐이었다.
아모리스는 어디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라칸은 아모리스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우선 숨겨서 미안해요. 라칸.”
“아녜요. 괜찮습니다.”
또다시 침묵.
아모리스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죽을 만큼 괴로웠다.
라칸을 연인이었던 페레이라로 생각하고 말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한국의 김유신으로 생각하고 말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생판 남이나 다름이 없는 라칸으로 생각하고 말을 해야 할 것인가?
라칸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조차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다.
모든 진실을 말하는 것.
“전 페레이라를 사랑해요. 어느 정도냐고 묻는다면 페레이라가 죽는다면 저도 죽을 정도로 말이죠.”
아모리스는 페레이라와 닮은 라칸의 눈을 보며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 라칸 씨가 고통받지 않길 바라요.”
“제가 고통받는다는 말이 무슨 뜻이죠?”
아모리스는 다시 한참을 걷다가 입을 열었다.
“시스템이 봉인술을 배우라고 했죠?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라칸은 자신이 생각해 왔던 답을 말했다.
“죽이지 못하는 적을 봉인할 때 사용하라는 거겠죠. 마치 마왕처럼 말이죠.”
“맞아요. 그런데 그 봉인술을 우노에게도 사용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요.”
“우노라면 로타와 아르펨이 모시는 성좌를 말하는 거군요?”
“맞아요. 우노에 대해 얼마나 아세요?”
“저희가 노려야 하는 최종 목표는 로타나 아르펨이 아니고 우노라는 것 정도랄까요? 그 정도만 알아요.”
“그것만 알면 충분해요. 중요한 것은 우노는 성좌고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거예요. 검이나 마법이 닿지 않는 곳에 있으니까요. 심지어 우노는 마왕과 다른 특이 케이스이기도 해요.”
“특이 케이스요?”
아모리스는 우노가 행성 침략자라는 것과 이미 몇몇 행성들은 우노에게 점령이 당했다는 것까지 모두 말했다.
그 때문에 이곳에서 우노의 성물을 없앤다고 한들 우노를 죽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까지 설명했다.
“우노를 대응할 방법이 봉인밖에 없나요?”
“현재로선 그래요. 그래서 시스템이 봉인술을 배우라고 했겠죠.”
아모리스는 입술 씹었다.
“문제는 봉인의 기본 베이스가 주술이라는 점이에요. 아시다시피 주술에는 대가가 따라요. 마왕을 봉인하는 대가로 저와 페레이라가 함께 봉인된 것처럼 말이죠.”
“그럼 제가 우노를 봉인한다면 저도 함께 봉인이 된다는 뜻인가요?”
아모리스는 매섭게 라칸을 쏘아보았다.
“그래서 제가 봉인술을 가르쳐 주지 않겠다고 한 거예요. 유신 씨가 또 희생할까 봐요.”
아모리스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렀다.
“저와 유신 씨는 한 번 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희생했어요. 그 결과 1,300년이라는 시간 동안 평화를 얻었죠. 그거면 유신 씨는 할 일을 다 한 거예요. 그 망할 시스템과 퀘스트 그리고 이 세상에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고요. 그냥 유신 씨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다가 죽어도 그 누구 하나 손가락질할 사람이 없어요. 이미 지금 이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유신 씨에게 빚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 기억이 없는걸요?”
“……네?”
라칸은 아모리스에게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하지만 아모리스는 받질 않았다.
“전 세상을 구한 기억이 없어요. 페레이라로 살았던 기억이 없다고요. 그러니까 그건 노카운트예요.”
“유신 씨가 페레이라고 페레이라가 유신 씨라니까요? 모르시겠어요? 이미 유신 씨는 이 망할 세상을 한 번 구했다고요.”
“전 어렸을 때부터 영웅이 되고 싶었어요.”
아모리스는 분통을 터뜨렸다.
“알아! 그 망할 주인공 이야기! 백 번, 아니?! 천 번이고 들었어! 엑스트라로 살다가 죽고 싶지 않고 주인공으로 살다가 죽고 싶다는 이야기! 그것 망할 주인공 병 때문에 한 번 죽었으면 된 거잖아?! 그러면 그냥……!”
아모리스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지자 탁한 잿빛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냥 좀 나랑 같이 행복하게 살면 안 돼? 호숫가에 작은 오두막집 지어서 오순도순하게……! ‘둘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와 같은 동화 엔딩으로 끝나면 안 되냐고?!”
라칸은 볼을 타고 흐르는 아모리스의 눈물을 직접 닦아주었다.
하얀 손수건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아뇨. 그러면 제가 불행할 것 같아요.”
아모리스는 허망한 눈으로 라칸을 쳐다봤다.
“아직 제가 해야 할 일이 있고, 제가 도울 일이 남아 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제가 행복하게 살아요.”
“넌……!”
“전 용사 페레이라가 아니에요. 엑스트라 김유신도 아니고요.”
라칸은 애써 웃었고.
“이번 생은 라칸이에요.”
아모리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
덜컹이는 마차 안.
티그리스는 말레우스를 보며 말했다.
“말레우스 님.”
말레우스는 평소와 다른 티그리스의 분위기에 침을 꿀꺽 삼켰다.
“……말하게.”
“세계수로부터 들은 슬픈 이야기를 하나 알고 있습니다.”
“슬픈 이야기?”
“마왕의 시대가 끝이 나고 드래곤과 엘프들이 수만 명의 드워프들을 죽였다는 이야기죠. 혹시 알고 있었습니까?”
말레우스는 간신히 고개를 저었다.
“……모르고 있었네. 기록 보관소에도 없던 내용이라……. 왜 그분들이 죽었는가?”
“그 드워프들이 죽은 이유는 하나입니다.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아서. 그 알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말레우스 님께 설명드릴 수 없습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니까요.”
티그리스는 한숨을 짧게 내쉬며 말했다.
“지금처럼 말이죠.”
“……미안하네. 내가 너무 흥분해서 그만…….”
“아닙니다. 말레우스 님께서 잘못하신 건 없습니다. 라칸이 눈치채지 못할 거라 생각한 제 잘못이 크죠. 하지만 뒷수습은 해야겠죠.”
티그리스는 마차 안에 구비되어 있는 작은 수첩과 펜을 꺼내 적었다.
[라칸은 페레이라다.]티그리스는 종이를 찢어 말레우스에게 보여주었다.
“이 정보를 이른 시일 내에 기록 보관소에 보관하고 싶습니다. 당연하겠지만 다른 호기심 많은 드워프들이 볼 수 없게 금고 안에 넣어둬야겠죠.”
드워프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기록하는 습관이 있으니 말레우스에게 라칸이 페레이라라는 정보를 알게 되면 일기장이든 수첩이든 어딘가에 적을 것이다.
그러면 기록 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는 티그리스의 쪽지는 사라지게 될 것이고, 그 말은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말이 된다.
에둘러 말했지만, 한마디로 경고다.
괜히 다른 드워프에게 라칸이 페레이라라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는 경고.
이 경고를 무시했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말레우스는 티그리스의 엄중한 경고를 받아들였다.
“……알겠네. 조만간 기록 보관소의 문을 열어주도록 하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트리니티 전용 숙소나 본관은 아직 지어지고 있었지만, 실내 훈련장은 다른 건물들에 비해 짓기 쉬운 편이라 3일 전에 완공되었다.
오늘은 라칸의 마공학 테스트 날이기도 하지만, 이 실내 훈련장의 테스트 날이기도 한 것이다.
라칸은 홀로 실내 훈련장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실내 훈련장 안에는 수십 명의 드워프들과 티그리스 그리고 레인로버가 있었다.
“아모리스 님은?”
“잠깐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셔서요.”
“……그렇군. 알겠다. 너도 혹시 시간이 필요하다면 말해라. 기다려 줄 테니.”
호고는 순간 누구 마음대로 기다려 주고 말고를 결정하냐고 순간 버럭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말레우스가 손목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눈치 좀 챙겨. 늙다리야.
-뭔 일인데……?
라칸은 말없이 눈빛으로 대화하는 호고와 말레우스를 보곤 고개를 저었다.
“아뇨. 지금 바로 시작해도 상관이 없어요.”
말레우스가 라칸이 도착하기도 전에 간이 테이블 위에 필요한 공구와 마탄총을 위에 올려두었기에 라칸이 따로 준비할 것은 없었다.
호고는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고자 헛기침을 했다.
“커흠!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지. 좀 전에 말레우스에게 듣긴 했는데, 뭐 제법이라고?”
“열심히 준비했죠.”
“그럼 바로 테스트를 보는 것으로 하지. 다시 한번 설명하자면 마나 추출기와 마공학 엔진을 분해 결합하고 내게 완벽하게 설명하면 통과일세.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제안을 드릴 게 있습니다.”
“음? 뭐지?”
“제가 호고 님의 마공학 엔진을 저 나름대로 손을 봤는데 그 방식으로 재조립해도 될까요?”
호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 내 엔진을 바꿨다고? 어디를?”
“주파수와 마압 그리고 마선을 좀 손봤습니다.”
“그냥 전부 다 뜯어고쳤다는 말을 길게 설명하는 것 같은데? 그리고 엔진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걸 알 텐데? 잘못하면 마석이 폭발해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크게 다칠 수 있어.”
“테스트는 이미 한 번 해봤습니다. 그러니 안전합니다.”
말레우스가 호고를 툭툭 치며 말했다.
“내가 보증할 테니 한번 시켜봐. 잘할 거야.”
“말레우스. 네가 건드린 거냐?!”
“아니. 라칸이 혼자서 한 거야. 일단 시켜보기나 해봐.”
호고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라칸과 말레우스를 노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좋다. 한번 보도록 하지. 하지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라칸 자네는 탈락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잔말 말고 바로 시작하게.”
……잠시 후.
후우우웅!
라칸은 실내 훈련장에 놓여 있던 더미 인형을 향해 호고의 마탄총을 발사했다.
더미 인형은 일주일 전 호고가 보여준 것처럼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앞서서 말한 대로 총열이 과열되는 문제도 없었고, 파괴력은 그대로인데 효율성이 두 배 가까이 올라가 마석에 마나가 남아 있었다.
호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이 떡 벌어진 채 라칸을 쳐다봤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라칸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퀘스트 성공!]드워프 호고에게 인정을 받아라!
호고에게 인정을 받는 것을 넘어 경악하게 만들면 추가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50,000포인트 획득!
드워프들의 인정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