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72)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72화
루안(2)
고립된 군인들과 용병들은 마법사들이 임시로 구축해 둔 방호벽 위에서 처절하게 검을 휘둘렀다.
“젠장! 마법은 언제 준비돼?!”
“모두 마나 탈진으로 기절했습니다!”
“이런 제기랄!”
빌어먹을 바로스 후작의 후장이나 빨아주던 놈들이곤 하지만, 마법은 위대했다.
파이어볼이나 파이어월 마법이 펼쳐지자 몬스터들이 떼로 죽어 나갔고,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자마자 바로 높이 2.5m짜리 방호벽을 주변에 둘러 세웠으니까.
하지만 몬스터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 보니 마법사들의 마나가 바닥나기 시작했고, 결국 모든 마법사가 마나 탈진으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제발! 신이시여!”
사람들의 눈에 절망이 드리우기 시작할 때, 저 멀리서 몬스터 무리를 도륙 내며 다가오는 수백 명의 용병들과 군인들이 보였다.
개중 최전방에서 몬스터들의 피로 샤워라도 한 것처럼 온몸이 붉은 사내가 유난히 돋보였다.
“토마토다!”
“우린 살았어! 세상에!”
톰은 바람잡이 검술로 몬스터들의 발목을 모조리 베며 성벽에 올라탔다.
그리고 푸른 매 용병대장 스미스의 멱살을 잡았다.
“이 새끼가 그딴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지! 난 혈귀라고 혈귀!”
“하하하하! 이 빌어먹을 몬스터 웨이브에서 살려주면 그리 불러주도록 하지.”
스미스는 속속히 임시 방호벽 안으로 들어오는 용병과 군인들을 보며 말했다.
“그것보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온 거지? 난 최소 30분은 더 걸릴 것 같았는데?”
“네가 믿을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겐 전쟁의 신이 있거든.”
“전쟁의 신?”
톰은 방호벽 위에 올라선 티그리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티그리스 경일세.”
스미스의 실눈이 급격하게 커졌다.
“세상에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가? 황도의 영웅을 여기서 보다니!”
티그리스는 가히 영웅이라 불릴 만한 풍채와 용모를 갖추고 있었다.
한마디로 겁나게 잘생겼다는 뜻이었다.
왜 여자들이 티그리스가 나온 잡지나 신문을 스크랩해 모아두는지 이해가 갈 것만도 같았다.
“스미스라고 했나?”
스미스는 바짝 긴장했다.
“네! 그렇습니다! 티그리스 경.”
“여기에 있는 생존자들이 전부인가?”
스미스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급작스럽게 공격을 받아서 이곳을 지키던 2대대장 도톤 중령이 전사했습니다. 2대대도 거의 괴멸 상태라 제가 임시 지휘를 하고 있었습니다.”
“알겠다.”
마법사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지만 몬스터 웨이브 한가운데에서 이 정도로 버틴 것만으로도 용하다.
역시 세상엔 아직 죽기엔 이른 사람들이 많다.
“뒤따라오는 구출대 대대장인 하람 중령의 통제를 받아서 이곳을 탈출하도록. 나는 이 몬스터 웨이브를 끝내도록 하겠다.”
“몬스터 웨이브를 끝내신다고요? 어떻게요?”
“이 몬스터 웨이브는 아마 오크 주술사가 벌인 것일 거다. 그러니 주술사만 죽으면 몬스터 웨이브는 끝이 나지.”
“오크 주술사를 죽이면 끝난다는 게 무슨……. 아니, 그리 알고 있겠습니다.”
여기는 학교도 아니고 전장이다.
티그리스가 하나하나 알려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티그리스가 하겠다는데 막을 자격도 없다.
티그리스는 톰을 보며 말했다.
“하람 중령에게 그리 전하도록. 그리고 네 용병단에서 한 사람을 빌리고 싶은데?”
“네? 누구를 빌리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루안. 그자를 빌리고 싶군.”
“……루안 유격대장을 말씀이십니까? 제법 실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티그리스 경의 실력에 미치진 못할 텐데요?”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 혹시 힘든가?”
톰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부단장에게 유격대 지휘권을 맡기면 될 겁니다.”
“그럼 됐군. 빌려 가겠다. 소라, 트리샤. 너희는 날 따라오지 말고 구출을 돕도록. 금방 뒤따라오겠다.”
티그리스는 그 말을 뒤로 방호벽을 내려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내가 루안을 소개해 줬던가?”
***
루안은 갑자기 자신을 데려간다는 말에 이상함을 느꼈지만, 티그리스의 명령을 곧바로 따랐다.
이유는 한 가지.
티그리스에게 잘 보일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날 좋게 본 게 분명해!’
루안의 목표는 다른 용병들과 마찬가지로 돈을 쓸어 담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잘 보여서 돈으로 샤워를 하는 기사가 될 것이다.
루안은 티그리스와 함께 몬스터들을 뚫고 이동했다.
어디로 가는지 설명해 주진 않았지만 일단 방향이 중간에 틀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가는 곳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모양이었다.
루안은 티그리스의 뒤를 쫓으며 티그리스의 유려한 검술을 홀린 듯이 쳐다봤다.
톰의 검술은 거칠지만 강하다는 인식이 강했고, 티그리스의 검술은 겉보기에도 아름다웠다.
기사들이 사용하는 검술은 차원이 다르다고 하던데 이런 의미에서 하는 말이었나?
그런데 하람 중령이 쓰는 검술은 하찮아 보이던데.
하긴 그놈은 진짜 기사가 아니라 지휘관이니까.
각설하고 루안은 티그리스의 뒤를 쫓으며 검을 꽂아 넣을 몬스터들을 찾아 나섰다.
티그리스에게 잘 보이려면 검술을 좀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루안의 레이피어가 닿을 만한 거리엔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았다.
‘……할 게 없는데?’
티그리스가 그냥 죄다 죽여 버렸기에 루안에게 남은 일은 그저 뒤처지지 않게 달리는 것뿐이었다.
잠시 후.
‘……죽을 것 같아!’
달리기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티그리스의 뒤를 쫓았지만, 티그리스의 달리기 속도는 너무나도 빨랐다.
“헉! 헉!”
처음에는 체력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기에 따라붙을 수 있었지만, 점점 한계가 오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티그리스를 놓치고 고립되고 말 것이다.
허파가 찢어지는 고통에 루안은 결국 입을 열었다.
“티그리스 경! 너무 빠릅……!”
루안은 당황했다.
티그리스가 없다.
언제 놓친 거지?
루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주변에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다.
고블린과 놀들뿐이었지만 숫자가 너무 많다.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살아남으려면 일단 티그리스의 흔적을 쫓아 무조건 앞으로 달려야만 했다.
루안은 몬스터들의 포위망에서 제일 허술한 틈을 노리고 돌진했다.
루안의 몸놀림은 바람과도 같았다.
루안의 장기는 단순한 찌르기가 아니라 적의 후방을 교란시키거나 적장의 목을 따는 기습 공격이다.
그래서 루안이 맡은 유격대는 개인 역량이 뛰어난 대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루안은 그런 유격대의 장을 맡고 있는 만큼 생존력 하나만큼은 발군이었다.
루안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독침과 칼날 그리고 몽둥이를 단번에 피해내고, 뚫어내야 할 놈들만 철저하게 죽여 활로를 뚫었다.
‘오크 놈들 사이에서도 살아남았어. 이 정도로 죽을 순 없지!’
찌르기의 장점은 적은 힘으로도 강력한 일격을 날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조금이라도 타점이 벗어나면 역으로 당할 수도 있다는 게 큰 단점이긴 하지만, 루안은 특유의 빠른 발놀림과 반사 신경으로 이 모든 것을 극복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왔다.
“이런 제길!”
티그리스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반면 주변에 오크들이 가득했다.
모양새를 보아하니 몇 달 전 습격해 왔다가 도망쳤던 오크 놈들이었다.
늑대 굴을 피해 도망쳐 왔더니 호랑이굴에 들어온 격이었다.
하지만 루안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루안은 반드시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덤벼라!”
오크들이 붉은 안광을 빛내며 루안에게 달려들었다.
오크의 가죽은 굉장히 질겨서 베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찌르는 공격은 제법 잘 들어간다.
루안은 심장, 고간, 눈알 등 오크들의 약점만 골라 찔러 넣었다.
하지만 오크 놈들의 생명력은 대단했다.
놈들은 심장이 찔려도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오직 루안의 머리를 쪼개기 위해 돌도끼를 내려찍었다.
‘미친!’
고통을 느끼는 놈들이라면 필히 공격을 받으면 움찔거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놈들은 고통도 죽음에 대한 공포도 느끼지 못하는 듯 루안의 공격을 몸으로 받으며 공격해 왔다.
뭔가 이상했다.
“제기랄!”
체력이 너무 많이 빠졌다.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 때문인지 루안은 옆에서 날아오는 도끼를 분명히 알아차렸지만,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쩡-!
루안은 레이피어로 도끼를 막아냈다.
“컥!”
하지만 루안의 얇은 레이피어가 반절로 쪼개지며 레더 갑옷을 때렸다.
레이피어가 그나마 막아준 덕에 레더 갑옷을 뚫진 못했지만, 몸이 날아가 나무에 부딪혔다.
오크 놈들이 사방에 가득했다.
“제길…….”
이럴 줄 알았다면 티그리스를 따라오는 게 아니었는데.
기회라고 생각했던 게, 사지로 가는 길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느린 법.
루안은 부러진 레이피어를 짚고 일어났다.
루안은 죽음의 공포에 물들어 떠는 손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오크들을 노려봤다.
“나 질겨서 꼭꼭 씹어 먹어야 할 거다. 새끼들아.”
-쿠어어어어어!
오크들은 루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루안의 두 다리와 팔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죽음을 기다리던 순간.
뜨거운 핏물이 루안의 온몸을 적셨다.
순간 자신의 피인 줄 알고 식겁했지만,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
사방에서 달려드는 오크들의 몸이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에서 피 분수가 일었다.
뒤이어 시체들의 산을 밟고 걸어오는 사내가 보였다.
사내는 한 손에 해골 지팡이 하나를 들었고, 은은한 붉은빛이 도는 검을 들고 있었다.
티그리스였다.
루안은 털썩 주저앉았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다리가 풀려 버린 것이었다.
“실력 잘 봤다.”
루안은 그제야 티그리스가 자신을 일부러 고립시켰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도 자기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서.
루안은 순간 욕지거리가 목구멍을 타고 흘러나올 뻔했지만, 꾹 참았다.
“……좀 온건한 방법으로 테스트해 주실 수 없었습니까? 지리는 줄 알았습니다.”
지리는 줄 알았던 게 아니라 진짜로 지리긴 했지만, 오크 놈들 피 때문에 들키진 않으리라.
루안은 한숨을 내쉬며 부러진 레이피어를 쳐다봤다.
“젠장……. 결국 부러져 버렸네.”
“귀한 거였나?”
“귀한 거죠.”
티그리스는 좀 미안해졌다.
루안이 다른 검을 쓰지 않고 레이피어를 고집하는 걸 보면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검일 수도 있었다.
실제로 레이피어는 오래 사용했는지 이리저리 흉터가 나 있었으니까.
“무려 금화 두 개짜리 검인데……. 안 부러뜨리려고 얼마나 애지중지 써온 검인데요.”
“부모님의 유품 같은 게 아니라?”
“부모님의 유품이요? 저희 아버지는 농사꾼인데요.”
“…….”
루안은 갑자기 땅을 치며 한탄을 했다.
“아이고오오! 이젠 아예 부러져서 쓰지도 못하겠네!”
그러면서 루안은 티그리스를 슬쩍슬쩍 눈치를 봤다.
어떻게 좋은 검 하나 사주면 안 되나 싶은 표정으로 보는 거다.
“레이피어 만드는 대장장이를 만나려고 얼마나 남부를 돌아다녔는데에에~! 아이고오 아이고오~!”
티그리스는 무슨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은 표정으로 루안을 쳐다봤다.
“레이피어를 굳이 고집한 이유가 있나?”
“네? 그거야 다른 검에 비해 싸니까요.”
“싸니까?”
“요놈이 이래 봬도 노르베르드산 강철로 만들어진 놈입니다! 그걸로 같은 길이의 롱소드를 만들면 5골드나 한다고요.”
티그리스는 루안이란 놈의 캐릭터를 단번에 파악했다.
전형적인 돈미새, 돈에 미친 새…… 가 아니라 돈 밝히는 용병이라는 거다.
삶의 기준 첫 번째가 돈이고 그다음도 돈이고 마지막도 돈인 놈.
“그럼 일반 롱소드를 사주면 레이피어를 놓을 생각도 있나?”
“그야 두말하면 잔소리죠. 아, 그리고 레더 갑옷도 부서졌는데……. 이건 50실버…….”
“유격대장이면 돈을 많이 벌 텐데 장비에 좀 투자하는 게 좋지 않나?”
“어차피 부서지고 망가지는 소모품인데 싼 걸 쓰면 되지 않습니까? 비싼 건 기름도 계속 먹여줘야 하다 보니 유지비가 장난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렇게 슉슉! 피하면 만사 오케인데요.”
“돈을 그렇게 모으는 이유가 뭐지?”
“뭐, 그냥 모으는 거죠. 용병에게 다른 이유가 있겠습니까?”
티그리스의 눈썹이 꿈틀했다.
루안은 방금 거짓말을 했다.
“다시 한번 묻지. 돈을 모으는 이유가 뭐지?”
“……왜 그런 걸 물으십니까? 그냥 돈이 좋으니까.”
“마지막이다. 귀족 앞에서 거짓을 고하는 자는 즉결 처형이다. 알고 있겠지?”
루안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머리를 북북 긁으며 말했다.
“아니……. 그냥……. 하……. 이런 얘기까지 해야 하나……. 제 어머니가 좀 아픕니다. 좀이 아니라 많이 아프죠. 용한 치유술사를 불러도 보고 약도 지어서 먹여봤는데…… 아무리 해도 안 낫는 겁니다. 그래서 돈을 모아 성수를 사려고 돈을 모은 겁니다.”
“성수를?”
“네. 성수를 마시면 모든 질병이 싹 낫는다고 해서 말이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성수가 엄청 비싸지 않습니까? 그래서 돈을 열심히 모으는 거고요.”
일반인이 성수를 구하는 방법은 딱 두 가지다.
하나는 룩스 교단에 금화 50개를 헌금해 얻는 방법.
다른 하나는 고위 성기사나 사제가 되는 방법.
루안은 첫 번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성기사가 될 생각은 안 했나?”
“고위급 성기사가 되려면 무려 20년이나 개처럼 굴러야 합니다. 실력이 있다고 해서 파박! 올라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돈 많이 버는 용병이 된 거죠. 위험하긴 해도 몇 탕 뛰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까요.”
티그리스는 회귀 전 루안에 대해 거의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 어린 루안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 것만도 같았다.
“돈은 얼마나 모았지?”
“절반 정도 벌었습니다.”
“제법 많이 벌었군.”
“이번에 철도 공사 일을 맡으면서 제법 벌었습니다. 하지만…….”
루안의 눈가에 깊은 그림자가 졌다.
“어머니의 병세가 너무 안 좋아지시는 탓에……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길리온 왕국이나 룩스교와의 연줄은 아무것도 없겠군.”
“그냥 제 고향이 길리온 왕국이라는 점? 그것 빼곤 없습니다.”
모두 진실이다.
자세한 내용은 인퀴지터를 통해 들어야겠지만, 일단 루안이 마음에 들었다.
수전노라는 점은 아쉽긴 하지만 그게 효심 때문이라 생각하니 그리 나쁘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네게 제안을 하나 하마.”
“역시! 저를 기사로 써주시는 겁니까?”
“아니. 트리니티 입학 테스트를 봐라.”
루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저보고 학교를 다니란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러면 돈을 못 벌지 않습니까!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돈이 중요…….”
티그리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트리니티에 대한 홍보를 작년 겨울부터 쭉 해왔는데, 아직까지도 트리니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티그리스는 인내심을 갖고 설명을했다.
“트리니티에 입학하는 순간 너는 준남작 취급을 받는다. 무사히 졸업만 하면 흑토지대에 있는 풍요로운 영지 또한 하사받지. 앞으로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건 너무 먼 이야기 아닙니까? 제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돈을 모으는 이유는 성수를 구매하기 위함입니다. 제가 무사 졸업하기 전에 제 어머니는 돌아가실지 모릅니다.”
“그리고 트리니티에 들어가면 너는 황국의 3등급 보호 대상이 된다. 간단히 말해서 너와 네 주변 가족의 신변 보호는 황국에서 책임져 준다는 말이지. 그 말은 네 어머니의 병세를 낫게 하기 위해 황국 최고의 치유술사들이 발 벗고 나선다는 말이다. 그리고…… 아니다. 이거나 보도록.”
티그리스는 황국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팸플릿을 꺼내 루안에게 건넸다.
“트리니티 입학 시 주어지는 혜택과 졸업 후 주어지는 혜택까지 모두 써 있다. 네 어머니의 문제는 앞으로 걱정할 필요 없으니 입학 테스트만 보면 된다.”
“……하지만 제가 트리니티에 입학할 재능이 있는지 어떻게 압니까? 만약 떨어지면 어떻게 합니까?”
“떨어질 리 없다.”
루안의 재능은 보석처럼 빛난다.
만약 떨어진다면, 마사라이의 뼈 바늘에 오류가 난 것이리라.
“하지만 전 큰 리스크를 질 수밖에 없습니다. 티그리스 님의 제안은 정말 감사드리지만 제가 중앙으로 향하는 순간 용병단을 떠나야 한다는 말이고, 그에 대한 위약금 문제도…….”
루안은 생각이 깊은 듯 얕았다.
티그리스가 그냥 오라고 하면 웬만한 일들은 다 처리해 줄 수 있다는 뜻일 텐데, 불안하다는 듯이 미주알고주알 떠들었다.
“톰하고 따로 얘기해서 네가 테스트를 볼 수 있게 배려를 해달라고 하겠다. 만약 떨어지더라도 붉은 이리 용병단에 다시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 이 정도면 됐나?”
루안은 팸플릿을 보며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로써 1명은 건진 것 같아 티그리스도 만족스러웠다.
인퀴지터의 신원 조사 결과 보고서를 확인해 봐야겠지만, 티그리스의 느낌상 루안은 깨끗해 보였다.
루안은 티그리스가 건네준 팸플릿을 읽었다.
그런데 읽는 모양새가 좀 이상했다.
“루안.”
“예. 티그리스 경.”
“왜 팸플릿을 거꾸로 뒤집어서 읽는 거지?”
루안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글을 못 읽는 사람도 트리니티에 들어갈 수 있는 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