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73)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73화
고향
루안을 트리니티에 입학시키겠다는 말에 톰은 순순히 받아들였다.
“루안 이놈이 큰일을 낼 놈이긴 했죠. 안 그래도 놈의 재능이 아까워서 트리니티에 지원해 보라고 말을 해볼까 했었는데 잘 됐습니다.”
“루안이 빠지면 용병단 운영에 차질이 있을 텐데 괜찮겠나?”
“이놈 하나 빠진다고 용병단이 흔들릴 정도라면, 그건 용병단에 문제가 있는 거겠죠. 충분히 감당 가능합니다.”
톰은 루안의 등을 탁! 치며 씨익 웃었다.
“네가 재능이 있긴 한 모양이다. 티그리스 님의 눈에 딱 들어오고 말이야.”
“뭐……. 그동안 나 같은 어린놈 때문에 고생 많았수.”
“고생은 무슨. 앞으로 네가 고생해야지. 트리니티에 들어가기만 하면 땡이 아니라 졸업도 해야 할 거 아니야. 글도 모르는 까막눈이 졸업할 수 있을 것 같아?”
“거참. 안 그래도 하려고 했어! 내가 안 해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한다니까요!”
“그 마음을 몇 번이나 먹는 줄 모르겠다.”
“아, 형님! 좀!”
티그리스는 회중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이젠 가봐야겠군. 루안, 너는 주변을 정리하는 대로 황도로 올라와라.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티그리스 경.”
“그럼 나는 가보도록 하지. 열차 시간이 늦었다.”
톰은 떠나가는 티그리스를 향해 말했다.
“언젠가 또 볼 일이 있겠죠? 나리?”
티그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분명히 있을 거다.”
로타와 아르펨의 목을 치는 결전의 날.
티그리스는 톰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
몬스터 웨이브 처리 때문에 모든 일정이 지연되고 밀렸다.
그렇다고 해서 트리니티 홍보를 멈출 순 없었다.
루안과 같은 아름다운 보석이 황국 곳곳에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티그리스는 더 적극적으로 알렸다.
그렇게 남부와 동부를 지나 북부에 도착한 티그리스.
북부에는 티그리스의 고향 노르베르드가 있었다.
노르베르드 변경령의 수도 슈테른.
파스텔 톤의 아름답고 따뜻한 풍경의 도시가 홀로 겨울을 녹이고 있었다.
레인로버는 아름다운 슈테른의 풍경을 보며 말했다.
“정말 어렸을 때, 한 번 보긴 했는데 여전히 아름답네요.”
네메시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저 도시만 겨울이 아니라 봄 같아요.”
소라는 바늘을 손가락으로 굴리며 말했다.
“그것보다 나흘간 맘 편히 쉴 수 있는 거 맞아요? 홍보 일정 때문에 바쁘잖아요.”
티그리스는 창가에 딱 달라붙어서 슈테른이 얼마나 예쁜 도시인지를 열심히 설파하는 리니아를 슬쩍 보며 말했다.
“아무리 바빠도 무려 1년 만에 고향에 왔는데 조금 쉬어야겠지.”
“야호!”
소라는 손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이번 열차 여행은 소라와 네메시스에겐 꽤 고역이었다.
워낙 귀가 좋아서 열차 엔진 소리 때문에 밤에 잠도 잘 자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주변에 사일런스 마법을 걸자니 경계에 구멍이 뚫리기에 그것도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적어도 둘은 노르베르드에서 마음 편히 쉬게 해주는 게 좋아 보였다.
“맥주 파티다 맥주 파티! 와하하하하!”
……너무 풀어주지 않는 선에서.
***
티그리스는 슈테른 역에서 홍보를 마치고, 곧바로 저택으로 향했다.
부모님과의 간단한 저녁 식사 이후에 리니아는 저택을 일행들에게 소개해 주었고, 레니와 카렌은 같이 저택에서 일을 하던 사용인들과 만나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리고 티그리스와 레인로버 그리고 베오울프와 이자벨은 산책을 했다.
나눌 이야기는 많았지만, 당연히 부모님에게서 나온 제일 중요한 이야깃거리는 결혼 문제였다.
“그래서 약혼식을 하지 않고 바로 결혼식을 하고 싶으시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노르베르드 가문만 상관이 없다면요.”
이자벨은 티그리스를 슬쩍 봤다.
“같은 집에서 지낸 지 반년이 넘었는데, 약혼을 한 거나 다름이 없긴 하죠. 약혼식을 건너뛰어도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 거예요.”
“아하하……. 그렇겠군요.”
“혹시 티그리스가 같은 집에 설마 레인로버 황녀님께 불경한 일을 저지르진 않았는지요?”
레인로버는 황급히 손을 저었다.
“예? 아니요. 그러지 않았습니다.”
“아뇨. 제 말은 그 뜻이 아니라…….”
이자벨은 레인로버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였다.
베오울프나 티그리스는 뭐라고 하는 지 듣고 싶었지만, 일부러 기감을 죽여 듣지 않았다.
뭐라고 하는 지 잘 모르겠지만 이자벨이 뭐라고 속삭일 때마다 레인로버의 귀가 토마토처럼 빨개졌다.
“아무튼 그랬나요?”
“아……아뇨. 그렇게 엄청난 일은…….”
이자벨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티그리스를 쳐다봤다.
“역시 티그리스도 그랬군요.”
“……네?”
“제 남편도 그랬답니다. 기사는 레이디를 지켜줘야 한다나 뭐라나. 매일 밤마다 데이트가 끝나면 집에 아주 안전하게 데려다줬죠. 그게 참…… 좋으면서도 답답한 거 있죠?”
이자벨의 말을 듣자 레인로버는 고개를 붕붕 끄덕이고 말았다.
“베오울프 변경백께서도 그러셨군요.”
이자벨은 눈빛을 반짝였다.
“레인로버 황녀님 저랑 같이 따로 차나 한잔하실까요? 걷는 게 힘드네요.”
레인로버는 이자벨의 손을 꼭 잡았다.
“네! 반드시!”
베오울프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아니, 그래도 결혼식 날짜는 잡아야 하지 않겠소. 부인.”
“결혼식 날짜를 지금 맞출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가신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일정을 맞춰봐야죠.”
“그것도 맞긴 하군……. 그럼 우리도 산책은 그만하고 차나…….”
이자벨은 베오울프를 살짝 째려봤다.
“참 젊었을 적처럼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 말이야. 부자끼리 오붓하게 대화나 나누세요. 저는 예비 며느리와 찐~한 대화 좀 나눌 테니까. 어서 가시죠. 황녀 전하.”
“네! 어머님!”
“어머님? 호호호!”
이자벨은 레인로버와 함께 어디론가 떠났고, 베오울프와 티그리스는 산책로에 덩그러니 남았다.
“……내가 눈치가 없는 편이냐? 티그리스?”
티그리스는 고개를 으쓱였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전투 스타일을 보시면 전혀 그러시진 않는데…….”
***
티그리스와 베오울프는 산책로를 변경해 노르베르드 장벽으로 향했다.
노르베르드 장벽 위에서 내려다본 슈페른은 역시나 절경이었다.
티그리스와 베오울프는 병사들이 타 준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 주제는 다양했다.
우선 리니아 이야기.
“리니아의 실력이 제법 좋아졌더구나. 특히 방패 활용이 너무 좋아.”
“그래서 트리니티에 입학하면 리니아에게 적합한 방검술을 만들어 줄 생각입니다. 리니아의 육체는 노르베르드류하곤 잘 맞지 않으니까요.”
“하긴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했다. 노르베르드류로 대성할 스타일은 아니긴 했지.”
다음은 갈리아 산맥 이야기.
“네가 전에 말한 변종 오크나 오우거는 보이지 않는다. 토착종만 번성하고 있지.”
“잊혀진 평원 쪽 조사는 해보셨습니까?”
“아니. 거기까진 가지 못했다. 얼마 전 있었던 열차 사건으로 하얀 늑대 기사단 쪽에서도 큰 피해를 입어서 그럴 여력이 안 돼.”
“그래도 1년에 한 번은 무조건 조사를 해보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놈들의 번식력이 굉장히 빨라서 때를 놓치면 위험해질 겁니다.”
“알겠다. 6월 전까지 조사대를 꾸려보도록 하마.”
다음은 모르고트 이야기.
“네가 보낸 사람…… 바리안이라고 했던가? 바리안은 현재 검은 늑대 기사단 쪽에 합류해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도 검은 늑대 검술은 익혀야 할 테니까.”
“두 달 내로 완벽하게 익힐 겁니다. 그 정도 재능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럼 이번 잊혀진 평원 조사대에 바리안을 넣어도 상관이 없겠군?”
“예. 검술 실력도 나쁘지 않고 생존력도 강해서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이냐? 바리안이 길리온 왕국의 왕자라고?”
“예. 그렇습니다. 혹시 무슨 문제 있습니까?”
베오울프는 바리안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아이고 세상에 제가 살면서 노르베르드 변경백님과 독대를 하게 될 줄이야! 정말 영광입니다! 저는 남부에서 용병 짓이나 하다가 하늘 같은 티그리스 경이 저를 어여삐 여겨주셔서 기사 추천을 받게 된 바리안이라고 합니다! 늑대 기사만 될 수 있다면, 요 신발 밑창을 1달에 한 번씩 바꿀 정도로 열심히 뛰겠습니다!
티그리스는 베오울프의 설명을 듣곤 입을 열었다.
“……아마 위조된 신분 설명에 용병 출신이라 적혀 있어서 그리 연기할 걸 겁니다. 모르고트…… 아니, 바리안은 살아남기 위해서 온몸에 똥칠까지 했을 정도니 그 정도 연기쯤이야 가벼이 해냈을 겁니다.”
“네가 보낸 편지를 읽지 못했다면 정말로 용병이라 생각했을 거다. 그래도 제법 싹싹해서 기사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더군.”
“다행입니다.”
그 외에도 드워프들과 라칸이 마탄총을 개발하고 있다는 이야기.
트리니티 관련 이야기.
아우로므의 목을 벤 이야기.
회귀 전에 있었던 이야기 등 여러 가지 종류의 대화를 나누었다가 결국 마지막으로 나온 이야기는 로타와 아르펨 관련 이야기였다.
“로타와 아르펨은 우노의 하수인일 뿐이고, 진정 중요한 것은 우노라는 거군.”
“네. 그렇습니다. 로타와 아르펨을 죽인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닌 우노를 죽여야 이 모든 게 끝날 겁니다.”
“흠…….”
베오울프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저들이 지금까지 당한 것은 네가 회귀했다는 정보의 우위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겠지.”
“네. 그렇습니다. 그 점은 이미 황국도 저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들은 지금 무슨 수를 쓰더라도 당장 황국을 무너뜨릴 순 없다. 길리온 왕국의 전력으론 황국을 무너뜨릴 수 없으니까.”
“예. 그 점도 알고 있습니다.”
“키메라 연구도 덜 되었기 때문에 키메라를 통한 공습도 불가능하다. 권속의 숫자도 확 줄었지.”
“네. 그렇습니다.”
“그럼 저들에게 남은 성공 플랜이 뭐가 남았지? 권속을 당장에 늘릴 수 있는 노릇도 아니라고 했고, 황국 내 키메라 연구 시설은 죄다 파괴되었다. 저들은 황국과 전쟁을 할 깜냥이 안돼.”
“그래서 전쟁을 준비하는 겁니다. 지금은 약하지만, 저들에게 시간을 주면 언제 또 기묘한 방법으로 빠르게 성장해 황국을 침공해 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니지.”
베오울프는 뒤를 돌아 어스름이 진 갈리아 산맥을 쳐다봤다.
“갈리아 산맥의 오크들은 호전적이지만 영리하기도 하다. 승산이 없는 싸움은 하지 않고 도망가 숨는다. 몬스터들도 그리할진대 저들이 그럴 리가 없지 않겠나?”
베오울프는 티그리스가 생각하지 못한 맹점을 찔렀다.
티그리스가 길리온 왕국을 공격하면 로타와 아르펨은 반드시 길리온 왕국을 방어하기 위해 모든 전력을 다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만큼 회귀 전의 저들은 집요하고 끈질겼으니까.
“저들이 포기하리란 말씀이십니까?”
“너는 너무 기사의 관점으로 보는 습관이 있다. 한발 물러나는 것도 하나의 전술이다. 저들이 길리온 왕국을 내어주는 것도 가능하겠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들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을 인질로 삼아야겠지. 오크들이 도망을 칠 때 제일 먼저 버리는 것은 늙은 오크들이다. 그들은 쓸모가 없지. 하지만 어린 오크들은 달라. 그들은 오크 부족의 미래다. 어린 오크들을 인질로 삼은 오크들은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고 어떻게든 어린 오크를 살려내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잔혹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그러니까 베오울프의 말은 저들에게 있어서 절대로 뺏기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을 인질로 삼으라는 것이었다.
길리온 왕국은 인질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저들은 길리온 왕국 사람도 아니고 외계에서 온 존재들이니까.
그런 거라면 하나밖에 없다.
“우노의 성물. 그거겠군요.”
“네가 맞다면 맞는 거겠지. 내가 봤을 땐 길리온 왕국과의 전쟁 준비보다, 그걸 찾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할 것 같구나. 그걸 찾는 방법이 있나?”
“네. 우노를 상징하는 별자리만 찾으면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트리샤가 갖고 있는 별바라기의 천체지도를 활용하면 우노의 성물 위치를 곧바로 찾아낼 수 있다.
“그럼 그 별자리를 찾는 방법은?”
“……그건 아직 방법이 없습니다.”
“그 방법을 찾아내는 게 우선이겠군. 그전까지 길리온 왕국과의 전쟁은 최대한 지연시키는 게 맞아.”
“안 그래도 마탄총 부대 양성과 마탄총 대량생산을 위해서라도 최소 4년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 안에 최대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래. 잘하리라 믿는다.”
***
토드 황제는 아침 회의를 위해 회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주요 안건이 뭔가?”
“총 세 가지입니다. 폐하. 남부 철도 공사 진행 현황 보고와 그레이 타운 개발 계획 보고 마지막으로 군비 증강 문제입니다.”
“그 외에 특별히 관심 가져야 할 내용은 없나?”
“하나 있습니다. 길리온 왕국에서 어제 특사를 파견해 왔는데, 황제 폐하를 접견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토드 황제는 콧방귀를 뀌었다.
“허. 그놈들이 바라는 것은 뻔하지. 룩스교에 대한 탄압을 멈춰달라고 하거나 마석의 재공급 그것도 아니면 관세를 풀어달라는 거겠지. 그것 외에 다른 게 있겠나?”
“황송하옵니다만 그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사가 논하고 싶어 하는 내용은 트리니티 입학 문제였습니다.”
토드 황제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따라오는 외무대신을 보며 말했다.
“외무대신. 자네는 알고 있었나?”
“예. 그렇습니다. 폐하. 안 그래도 이번 회의 때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놈들이 트리니티에 원하는 게 뭐지? 설마 학생들을 받아달라 이건가?”
“예. 그렇습니다. 길리온 왕국에도 재능이 있는 청년들이 있으니 그들에게도 가르침을 달라고 했습니다.”
“뻔뻔하기 그지없군. 지금 길리온 왕국과 황국이 어떤 관계인지 모르고서 하는 말인가?”
그놈들의 술수는 뻔히 보였다.
트리니티에 다니면서 티그리스나 그 주변 인물에 대한 조사를 하고 싶어하는 거겠지.
그놈들이 원하는 일을 해줄 리가 없었다.
“트리니티는 황국의 모든 최신 기술이 탄생하고 적용되는 곳이다. 그곳을 고디바 왕국도 아니고 길리온 왕국 놈들에게 보여줄 순 없지. 좋은 말로 할 때 알아서 나가라고 해라.”
“저도 웬만하면 들어보지도 않고 거절했을 겁니다. 하지만 길리온 왕국이 믿기지 않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그게 뭐지?”
“……룩스의 성배를 10년간 대여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토드 황제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결국 한마디를 내뱉고 말았다.
“그놈들이 드디어 미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