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83)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83화
갈등(3)
발보다 빠른 것이 말이라고 하던가?
루안과 시몽이 결투를 벌인다는 소식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루안과 시몽이 결투를 벌인다는 소문이 퍼진 지 불과 3시간도 넘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결투가 열리는 제1 마법 결투장으로 속속히 모였다.
학생들은 마법 결투장으로 모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주일이면 귀족들도 많이 참았지.”
“자기들보다 우월하다고 으스대는 놈들을 어떻게 참아.”
“그런데 기사 출신이 아니라 마법사 출신이 결투를 먼저 신청한 건 의외네.”
의외로 학생들이나 교관들은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저 마법사가 먼저 결투를 신청한 게 이상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제국 대학 내에서 트리니티를 보는 시선은 정확하게 셋으로 갈린다.
하나는 호기심.
다른 하나는 호승심.
마지막 하나는 혐오.
샤를로트나 아이린, 라칸의 경우엔 지금까지 자신을 증명해 왔으니 그러려니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루안이나 빌처럼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재를 사람들이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천재라 불리는 족속이 얼마나 대단한 놈들인지 사람들은 궁금해하고 있었고, 특히 ‘루안’에 대한 관심도는 굉장히 높았다.
황국 내에서 사장된 무파나 다름이 없는 창술에 재능이 있는 평민.
루안의 창술이 얼마나 대단할지 시험해 보고 싶은 기사들이나 귀족들은 넘쳐났고, 몇몇은 루안에게 어떻게 결투를 신청해야 받아줄지 고민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다른 녀석도 아니고 마법사가 먼저 건드렸다.
“먼저 시비를 건 건 시몽이라던데?”
“시몽? 처음 들어보는 데 누구야?”
“몰라. 별로 질이 안 좋은 놈이라고 들었어.”
“질이 안 좋다고?”
“파스칼 패거리 놈이라는데?”
“아, 그래? X신이라는 거네.”
학생들은 관중석에 앉아 루안이 몸을 푸는 것을 구경했다.
“어? 그런데 쟤 창은 어딨대?”
“그러게. 쟤 창술 재능이라면서.”
“그건 이번에야 알려진 거고 용병으로 살 땐 레이피어를 사용했다더군. 남부에선 ‘붉은 송곳니’라고 하면 제법 알아줬다고 하던데?”
“아, 그러면 오늘은 창 대신 레이피어를 쓰겠군.”
“아마, 그러겠지.”
노먼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루안을 쳐다봤다.
“루안. 괜찮겠어? 내가 듣기론 시몽은 2서클 마법사래. 마법사!”
“마법사가 뭐 대수래? 마법진 만들기 전에 후다닥 해치우면 되지.”
“결투는 그렇게 치러지지 않아. 루안.”
루안은 뒤를 돌아봤다.
레인로버였다.
“어? 레인로버 누나?”
사람들은 루안이 레인로버를 보고 누나라고 부르자 경악했다.
아무리 이곳이 제국 대학이라고 하더라도 황족에겐 존댓말을 하거나 존칭을 해준다.
그런데 루안은 레인로버를 동네에서 만난 누나처럼 불렀다.
레인로버는 한숨을 내쉬며 루안을 쳐다봤다.
“어떻게 제국 대학에 딱 하루 풀어놨을 뿐인데 대형 사고를 칠 수 있는 거지? 응?”
“제가 아니라 저쪽이 먼저 시비를 걸었는데요?”
“그래도 문제가 생기면 나나 티그리스 교관님께 말씀을 먼저 드려야 하는 게 당연한 순서 아니야?”
“……죄송합니다.”
“뭐, 됐어.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그런데 루안은 결투가 처음이지?”
루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하지만 결투에 대해선 어느 정도 배웠는데요.”
“결투에 대해 배웠다고? 누구한테?”
“샤를로트 누나한테요. 누가 저한테 시비 걸면 뚝배기 깨줄…… 아악! 왜 그래요!”
레인로버는 루안의 등짝을 한 대 때렸다.
“어휴……. 어설프게 배우니까 마법사한테 결투를 신청하지.”
레인로버는 수인들을 슬쩍 쳐다봤다.
지금이야 루안이 시비에 걸려서 그렇지 수인들도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오늘 저녁 모임 때 결투에 대해 다시 제대로 알려줘야겠다.
“큼! 시간이 없으니까 속성으로 알려줄게. 우선 마법사와 기사가 결투를 할 땐 기사에게 핸디캡이 주어져.”
“핸디캡이요? 왜요?”
“사방이 뻥 뚫린 결투장에서 마법사랑 기사가 붙으면 당연히 기사가 더 유리하니까. 훈련되지 않은 마법사의 반응속도론 기사의 돌진을 막을 수 없어. 그래서 결투 전에 보조 마법 하나를 발동시켜 놓을 수 있거나, 메모라이즈해 둘 수 있지.”
“몇 서클이든 상관없이요?”
“그래. 만약 내가 너랑 결투를 벌인다면 동생님 신발에 ‘그리스’를 걸어둘 거야. 그러면 물구나무서서 달려오거나 아니면 신발을 벗고 달려들어야겠지? 아니면 기사의 왼팔과 왼 다리에 ‘체중 증가’를 걸어서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거나.”
레인로버의 말에 루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 마법도 있어요?”
“이제야 실감이 나? 마법사하고 결투를 한다는 게?”
루안이 지금까지 본 마법사들이라곤 철도 공사에서 땅이나 파던 사람들뿐이었다.
놈들은 몬스터가 나타나면 멀리서 파이어볼이나 찍찍 쏴대거나 실드를 거는 것밖에 없었다.
그런데 발바닥을 미끄럽게 만들거나 체중을 늘리는 보조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니.
아무것도 모르고 결투를 했다면 루안은 큰 곤욕을 당할 뻔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시몽은 그런 복잡한 보조 마법은 쓸 줄 몰라. 연금학 전문 마법사라서 포션을 만드는 쪽 전문이거든.”
“휴~ 다행이네요.”
“하지만 레이피어를 부식시켜서 고철 덩어리로 만들 줄은 알겠지. 연금학 전문이니까.”
“……그럼 전 맨손으로 싸워야겠네요?”
“그렇겠지?”
레인로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대전자(Champion)를 구해서 마법사끼리 싸우는 거야. 하지만 제국 대학 내에선 대전자 제도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니 불가능해.”
“대전자는 왜…… 아, 학생들 간의 싸움이 가문 싸움으로 번질 수 있군요.”
“그래. 그럼 결국 네가 결투를 직접 해야 한다는 거지.”
“어차피 제가 직접 나서려고 했어요. 제가 싼 똥은 제가 치워야죠.”
“루안, 이건 네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야.”
레인로버는 관중석을 가득 채운 학생들을 가리켰다.
“지금 저 학생들은 모두 너를 노리고 있어. 아무 생각 없이 너와 한번 싸워보고 싶은 사람들이 대다수겠지만, 시몽처럼 네게 처음부터 적대적인 녀석들도 있지. 넌 지금 그 패거리를 건드린 거야.”
“……하지만 걸려오는 시비를 어떻게 다 참아요.”
“그러니까 티그리스 교관님이나 내게 먼저 말을 했어야지. 귀족 이마에 몽당연필을 박아 넣는 게 아니라.”
루안은 레인로버가 직접 온 이유가 이번 결투를 도우러 온 것도 있지만, 따끔한 충고를 하기 위함도 있었다는 걸 눈치챘다.
“죄송합니다.”
“이만하면 잘 알아들었을 거라 생각해. 네가 트리니티를 졸업하고 귀족이 되고 난 후에 지금처럼 무책임하게 움직이면 네가 다치는 게 아니라 네 영주민들과 네 가족이 다칠 거야. 그러니까 당장 화를 내기보단 조심스럽게 행동해 줬으면 좋겠어.”
“네. 알겠습니다.”
레인로버는 루안이 대충 말귀를 알아들은 것 같자 아공간 주머니에서 검은색 봉을 꺼냈다.
“……이게 뭐죠?”
“일단, 무거우니까 받아줄래?”
“아, 네.”
루안은 자기 키보다 살짝 커다란 봉을 받아 들었다.
감촉이나 무게로 보아 통짜 철인 것 같았다.
“거인 스타이느가 들고 있던 철 몽둥이를 녹여서 만든 봉이야. 이걸로 싸워.”
“거인 스타이느가 누군데요?”
“그냥 티그리스 교관님이 성좌의 던전에서 구해 온 거라고 생각하면 돼. 아무튼, 이거면 시몽의 웬만한 연금 마법들은 다 저항할 수 있을 거야. 드워프들이 제련한 광물로 만든 거거든.”
“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런 걸 사용해도 되나요? 뭔가 사기를 치는 것 같은데…….”
“성물도 아니고 아티팩트도 아니니까 규정상 문제는 없어. 그러니까 사용해. 혹시 무거워?”
“아뇨. 그렇게 무겁진 않아요. 그런데 왜 하필 봉이에요? 전 창술 재능이잖아요.”
레인로버는 루안의 이마를 때렸다.
딱!
“악!”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면 그게 창이 되어 있었겠지. 그것도 드워프가 만든 특제 창으로!”
“으……. 죄송합니다.”
그때, 입회인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레인로버 님. 죄송합니다만 이제 결투를 진행해야 해서…….”
“아,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네요. 1분 뒤에 바로 보낼게요.”
“네. 알겠습니다.”
입회인이 떠나자 레인로버는 루안에게 손짓했다.
가까이 다가오라는 말이었다.
루안은 레인로버의 키에 맞춰서 고개를 숙였다.
“루안. 이 경기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루안이 이기게 되어 있어.”
“……네? 그게 무슨 말씀이죠?”
“이번 결투가 끝나면 다 얘기해 줄게. 그러니 이것 하나만 알아둬. 만에 하나 지더라도 결투의 규칙을 엄격하게 지켜.”
“결투의 규칙이요?”
“절대로 시몽을 죽이거나 심하게 다치게 해선 안 된다는 얘기야. 뼈를 부러뜨리는 것도 안 되고 웬만하면 기절시켜.”
“그러면 이 봉 말고 레이피어를 사용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그게 더 익숙해서…….”
“안 돼. 무조건 봉으로 싸워.”
“아, 맞다. 시몽이 쇠를 녹슬게 만들 줄 안다고 했죠.”
사실 그게 진짜 이유는 아니지만…… 레인로버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기로 했다.
“그러니까 잘 싸우고 와.”
레인로버는 뒤로 떨어졌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말해줬어.”
“네. 알겠습니다.”
루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결투장으로 향했다.
***
시몽은 루안이 들고 온 검은색 봉을 보자 입술을 씹었다.
‘왜 칼이나 창이 아닌 건데?!’
루안이 분명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봉이라니.
이러면 시몽의 계획이 완전히 틀어진다.
‘칼날이 올 때 슬쩍 새끼손가락을 내밀려고 했는데!’
평범한 시몽의 반응속도로는 검을 보고 막거나 피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오늘을 위해서 짧은 시간 동안 반응속도를 빠르게 올려주는 약물을 먹고 왔다.
지금 시몽의 반응속도는 거의 3성 기사와 맞먹는다.
하지만 놈이 봉을 들고 왔으니 말이 달라진다.
봉으로 얻어맞는다고 해도 뼈가 부서질 뿐 새끼손가락이 잘려 나가진 않는다.
‘이걸 어떻게…….’
“결투는 생사결이 아닌 생결로 진행한다. 또한 상대의 신체에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히는 경우 불명예를 떠안게 될 것이다. 동의하나?”
““동의한다.””
시몽은 어느새 결투 전 문답까지 다 했다.
시간이 없다.
시몽은 루안의 눈을 쳐다봤다.
베테랑 용병답게 놈의 눈은 시몽의 빈틈을 훑고 있었다.
특히 시몽의 눈빛 속에 담긴 당황을 읽었는지 슬쩍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 새끼……!’
당장 아가리를 찢어 놓고 싶지만 시몽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시몽은 관중석을 훑었다.
파스칼이 여유롭게 다리를 꼬고 앉아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일이 잘 풀리면 이득이고 수틀리면 시몽을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잘라 버릴 것이다.
“마법사는 마법을 미리 시전해 두겠습니까? 아니면 메모라이즈해 두겠습니까?”
“자……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상대방이 봉을 들고 올 줄은 꿈에도 몰라서…….”
입회자는 파스칼을 슬쩍 쳐다봤다.
파스칼은 고개를 저었다.
‘저 X발 새끼가!’
“죄송하지만 이제 곧 저녁 식사 시간입니다. 어서 결투를 진행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럼 딱 1분만. 1분만 주세요.”
입회자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 정도는 입회자가 재량으로 줄 수 있었다.
시몽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시몽의 목적은 새끼손가락을 다치는 게 아니다.
놈이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시몽에게 입히는 것이다.
‘X발! X발! X발!’
어떻게 하면 덜 다치고 끝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방법은 놈이 시몽의 무릎을 부숴서 평생 절름발이로 사는 방법뿐이었다.
‘그래……. 포션 공방에 들어가기만 하면 돼. 포션 공방에 들어가기만 하면…….’
시몽의 집안은 방계 출신이다 보니 그리 잘나가지 않는다.
게다가 넷째라서 아버지가 자금적인 지원도 해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제국 대학을 온 이유는 잘나가는 귀족들과 연을 만들어 인생 역전을 해보기 위해서였다.
‘넌 오늘을 위해 살아온 거야. 시몽.’
오늘 일을 망치면 제국 대학을 다니기 위해 빌린 천문학적인 학자금 대출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인생 역전 가자아아아!’
시몽은 바로 마법 하나를 시전했다.
시몽이 고른 마법은 기초적인 실드 마법.
보통 마법사들이 기사와의 결투 간에 실드 마법을 주로 걸어놓기 때문에 이 경기가 조작되었다는 의심은 없을 거다.
다만 시몽의 실드 마법은 조금 특별하다.
‘날카로운 공격에는 강하지만 타격에는 극도로 약하게……’
실드 마법 조작까지 끝마친 시몽은 입회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입회자는 완드를 들었다.
“그럼 준비.”
시몽은 심호흡을 했다.
상대방과의 거리는 대략 30m.
놈이 오러를 다 끌어모아 직선으로 뛰어온다고 하더라도 최소 3~4초는 필요하다.
놈은 겨우 고리가 2개니까.
달려올 때 대충 마탄 마법을 날려서 견제해 주는 척하다가 놈이 내지르는 봉에 무릎이나 팔꿈치를 가져다 대면 끝이다.
‘가자!’
“시작!”
그 소리와 함께 루안이 곧바로 돌진했다.
‘미친……!’
루안의 돌진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시몽은 반사적으로 마탄 마법을 전개했다.
마탄이 정확하게 루안의 이마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루안은 고개를 살짝 돌리는 것만으로 마탄을 피해냈다.
어마어마한 반응속도였다.
시몽이 다시 마탄 마법을 전개하려고 하는 순간 놈이 어느새 눈앞에 다가왔다.
단, 2초.
2초 만에 루안은 시몽의 앞에 도착했다.
루안의 어깨가 움직이며 봉이 함께 움직였다.
찌르기였다.
‘……젠장!’
엄청나게 아플 거다.
진짜 미친 듯이 아프겠지.
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절름발이가 되는 것쯤은 상관이 없었다.
‘나중에 돈을 모아 성수를 구하자.’
시몽은 봉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무릎을 올렸다.
반응속도를 높여주는 포션을 먹어서 그런지 놈의 봉이 아주 잘 보였다.
쩡-!
실드가 얼어붙은 호수에 돌멩이가 부딪힌 것처럼 쫙! 하고 갈라지며 봉이 가슴께로 들어왔다.
‘지금!’
시몽은 무릎을 들었다.
시몽의 무릎은 찔러오는 봉을 향해 정확하게 향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봉이 딱 무릎 관절을 칠 것이다.
그때, 봉의 움직임이 갑자기 빨라졌다.
‘여기서 더?!’
봉은 시몽이 무릎을 올리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찔러 들어왔다.
봉은 무릎과 팔꿈치 사이를 지나 명치에 정확하게 틀어박혔다.
“우에에에엑!”
시몽은 구토와 함께 기절했다.
루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보다 실드가 약한데?”
실드의 반탄력을 계산하고 제법 강하게 찔러 넣었다.
그런데 실드가 생각보다 약했다.
“뭐, 그래도 힘 조절은 했으니까.”
루안은 아주 찰나의 순간에 힘을 뒤로 뺐다.
잘못하면 가슴뼈가 부서질 테니까.
루안은 입회자를 쳐다봤다.
“이러면, 내가 이긴 거 아닌가요?”
입회자는 기절한 시몽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라면 시몽이 많이 다칠 때까지 질질 끌어야겠지만, 기절한 상대를 억지로 깨울 방법은 없다.
입회자는 파스칼을 슬쩍 쳐다본 뒤 입을 열었다.
“루안 승리!”
***
시몽은 숨을 크게 들이켜며 일어났다.
낯선 천장이다.
“여긴…….”
“어디긴 어디냐. 의무실이지.”
시몽은 옆을 슬쩍 돌아봤다.
파스칼이었다.
“서…… 선배.”
“쯧.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일어났네.”
“네?”
“뭐, 됐고. 내가 시킨 일이 그렇게 어려웠냐?”
“아뇨. 그게…….”
“변명은 됐다.”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제발!”
“기회는 무슨.”
파스칼은 품속에서 작은 물약을 꺼내 들었다.
“넌 오늘 죽을 텐데.”
“예? 그게 무슨……. 어? 손이.”
시몽은 이상하게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온몸이 꽁꽁 묶인 것 같았다.
시몽은 파스칼의 팔찌에 박힌 자줏빛 보석이 반짝이는 것을 봤다.
“서…… 설마.”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으마. 네가 잘했다면, 넌 죽지 않았을 거니까.”
“선배애애애!”
“잘 가라.”
파스칼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물약을 떨어뜨렸다.
“저주하겠다! 파스칼! 저주하겠다!”
“뭐래?”
파스칼은 시몽의 코에 물약이 묻은 손수건을 올려놓았다.
아니, 놓으려고 했다.
찰칵-! 찰칵-!
뒤에서 들리는 사진기 소리만 아니었다면.
“수틀리면 사람을 죽이는 게 너무 뻔하지 않습니까? 황녀 전하?”
“뭐, 그렇긴 해. 삼류 소설에도 나오지 않을 전개야.”
레인로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라칸. 너도 루안처럼 편하게 누나라고 부르라니까.”
라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건 루안이 특이한 거죠. 전 그렇게 못 해요.”
파스칼은 너무 놀라 손수건을 떨어뜨렸다.
“너…… 너……!”
“어이쿠! 안 되지.”
라칸은 빠르게 바람 마법을 사용해 손수건을 가져왔다.
“이것도 결정적인 증거인데.”
라칸은 손수건을 노란 봉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라칸은 마법 술식을 천천히 전개했다.
“파스칼 드 올페르. 너를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