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84)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84화
미끼(1)
파스칼이 시몽을 암살하려 했다는 소식은 제국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파스칼이 시몽을 ‘시녀 살인마’로 죽이려고 했대.”
“시녀 살인마? 그건 또 뭐야?”
“먼 옛날부터 귀족의 아이를 밴 시녀를 몰래 죽이는 데 사용된 독이야. 손수건에 시녀 살인마를 몇 방울 떨어뜨리고, 얼굴에 덮으면 5분도 채 되지 않아 심장마비로 죽는다고 하더군. 흔적도 없이 말이야.”
“……미친. 그런 독을 쓰려고 했다고? 아니, 그것보다 그 독약을 어떻게 구한 건데?”
제국 대학은 황국에서 내로라하는 잘나가는 잘난 집 자식들과 귀족, 심지어 황족까지 다니는 학교다.
거의 황궁에 필적할 정도로 높은 보안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곳인데, 어떻게 파스칼은 그 보안을 뚫고 시녀 살인마를 제국 대학에서 들고 다닐 수 있었을까?
라칸은 그 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물약 연구 동아리를 이용하셨더군요.”
파스칼은 라칸이 보여주는 자료를 외면했다.
“물약 연구 동아리에선 독극물도 다루니까요. 그러니 시녀 살인마의 핵심 재료인 ‘리스타 잎’, ‘세발자국 버섯’ 이 두 개를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겠죠. 안 그런가요?”
파스칼은 아무렇지 않은 듯 최대한 연기했지만, 속은 사실 썩어가고 있었다.
저걸 들켰다는 뜻은 물약 연구 동아리에 대한 국가 단위 조사가 진행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면 물약 연구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저지른 각종 부정이나 횡령도 들켰을 것이다.
“뭐, 그런 걸 주문한 적은 있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굉장히 불성실한 학생이라 시녀 살인마를 제작할 지식도 능력도 없어. 내 성적을 보면 알 텐데?”
“주제 파악이 빠르군요. 물론 나도 당신이 만들었으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녀 살인마는 실제로 제작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독극물에 속한다.
제국 대학 학생들은 당연하고 웬만한 연금술사도 만들지 못하는 게 ‘시녀 살인마’다.
그런데 그걸 파스칼이 만들었다는 건 어불성설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걸 만들 수 있는 연금술사가 제국 대학에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앙브레 교관이라면 말이 다르죠.”
“……!”
“현재 ‘앙브레 교관’이 바로 옆 심문실에 있습니다. 앙브레 교관 잘 아시죠?”
“……내 동아리 담당 교관이니까 알고 있지.”
“조사해 보니까 3일 전 앙브레 교관에게 상당량의 금품을 제공했더군요. 그 돈으로 앙브레 교관은 도박 빚을 좀 갚았고요.”
그것까지 조사가 끝난 건가?
파스칼은 이대로 주도권이 빼앗긴 채 끌려다니면, 아무것도 못 하게 될 것이라 판단했다.
파스칼은 은근슬쩍 말을 돌렸다.
“그것보다 넌 도대체 뭐길래 날 심문하는 거지? 날 심문할 시간에 그 마탄총인지 물총인지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라칸은 놈의 같잖은 꼼수에 코웃음을 쳤다.
어떻게든 주도권을 잡아보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은데…….
‘뭐, 잠깐 어울려 주지.’
“사실 그건 별로 상관없어요. 이미 마탄총 설계도는 완성되었거든요.”
“뭐?”
“시연회 때 보여준 게, 사실 시제품이 아니라 완성품이에요. 이제 황국은 공장과 시스템을 만들고 재료 공급처만 찾으면 끝이에요. 계획대로라면 올해 초여름부터 생산이 들어갈 거예요.”
파스칼은 눈빛을 반짝였다.
라칸은 현재 우쭐대고 있다.
심문관의 입장과 이겼다는 우월감에 빠져 불필요한 정보를 술술 불고 있다.
이 정보를 꺼내 아버지께 전해 드린다면 자신은 살 수 있다.
“그 마탄총 정말 네가 만든 게 맞나? 드워프들이 만든 게 아니고?”
“시연회 때 설명을 제대로 안 들으신 것 같은데, 드워프와 제가 공동으로 만든 겁니다.”
“이상하군. 너는 마법을 배운 지 1년 정도밖에 되질 않았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마공학까지 배운 거지?”
“그러니까 제가 트리니티를 다니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물론 마공학과 마법이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어서 빠르게 익힌 게 있긴 하지만요.”
“……재수 없는 새끼.”
파스칼은 그래도 알게 된 것이 있다.
라칸이 마공학 기술을 빠르게 배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마법사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 말은 마공학 기술이 올페르 백작 쪽으로 넘어가기만 한다면, ‘라칸 공방’과 비슷한 수준의 공방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기술을 어떻게 훔쳐 오냐는 것인데…….
“그나저나 이번 여름에 마탄총 생산에 들어간다고 하면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겠군.”
“제가 뭐가 그리 바쁘겠어요. 말레우스가 다 알아서 하는데요.”
“말레우스라면 그 시연회 때 네 옆에 있던 드워프를 말하는 건가?”
“네. 설계도는 이미 만들어졌으니까요. 포션 공방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포션 공방에서 레시피를 만들었다면, 그걸 어떻게 대량생산할지가 중요한 거잖아요.”
“하긴 그렇지. 그럼 그 드워프가 그 설계도를 갖고 있겠군?”
“뭐, 그런 셈이죠.”
파스칼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말레우스란 놈만 찾아낸다면 귀족파도 마탄총을 제작할 수 있어.’
이 정보를 올페르 백작에게 전한다면 자신의 처지는 180도 바뀐다.
망나니에서 귀족파를 구원해 낸 영웅으로.
파스칼은 최대한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젠장……. 그러면 널 붙잡고 있는 의미가 하나도 없군.”
“설마 제가 없으면 일이 하나도 진행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신 거예요?”
“그렇게라도 내 아버지께 도움이 되어야지. 제국 대학 내에서 독극물을 들고 다닌 것만으로도 강제 노역형에 처해지겠지. 아닌가?”
“강제 노역형은 무슨. 학생을 죽이려고 했으니까 단두대형이죠.”
파스칼은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났다.
“뭐?! 내가 죽는다고? 난 귀족이다! 사람 하나 죽이려 했다고 해서 내가 죽는다고? 황국의 법도상 불가능하다!”
“황녀 전하 앞에서 시녀 살인마를 꺼내 들었는데 살기를 바라시는 거예요?”
“그건 레인로버 황녀 전하께서 숨어 계셨으니까……!”
“어찌 됐건 당신은 단두대형에 처해질 거예요. 바스티얀 학교장님께과 마법학부 학부장님께서도 이번 일로 황궁에 불려가셨어요. 다른 마법학부 교관들도 줄줄이 조사를 받고 있고요. 이 일이 얼마나 커졌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기 힘들 거예요.”
라칸은 깍지를 끼우며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뭐, 파스칼 당신 덕분에 마법학부가 얼마나 썩었는지 알게 됐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마법학부 내 동아리를 중심으로 횡령부터 시작해서 자금 세탁까지…… 문제가 없는 교관들은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부패했더군요. 분명 마법학부 교관들은 박봉일 텐데 어떻게 황도에 아파트나 건물을 사들였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이유였는지 꿈에도 몰랐네요.”
개소리다.
마법학부가 부패했다는 건 황실이 아니라 학생들도 알고 있다.
마법 연구라는 분야가 돈 먹는 하마다 보니, 마법학부에 처음 들어온 신입 교관도 1년에 운용하는 금액이 금화 500개다.
티그리스가 처음 제국 대학의 검술 교관으로 임명됐을 때, 운용 가능했던 금액이 강의당 금화 10개였으니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심지어 연금학처럼 고급 소재를 다루는 분야면 금화 1,000개를 넘기도 한다.
그 막대한 자금을 운영하다 보면 어떻게든 삥땅 쳐보고 싶은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심이다.
친척 이름으로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후 불필요한 유통 과정을 늘려 수수료를 떼어먹는 것은 우습고, 특정 소모품을 한 회사 것만 구매하는 대신 로비를 받는 등 갖가지 편법을 이용해 돈을 갈퀴로 긁어모은다.
그러다가 걸리면 소소한 벌금만 내고 서남부 해안가에 큼지막한 저택을 짓고, 평생 놀고먹으며 사는 것이다.
특히 올페르 백작은 인간의 욕심을 깊이 파악했고, 매년 마법학부 교관들에게 로비를 해서 포션이나 시약들을 자기네 공방 제품만 사용하게 했다.
“몰랐는데 올페르 가문이 정말 많이 해쳐 드셨더군요. 마법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마석은 올페르 백작이 운영하는 광산 것만 구매하고, 마법 연구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마나 반응 시약은 죄다 메이드 인 올페르던데요?”
파스칼은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지금 그걸 건드리겠다고? 네가 잘 모르는 모양인데, 그걸 건드리는 순간 귀족파 전부를 적으로 만드는 거야. 특히, 올페르 가문이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시약이나 포션이 몇 종류인지 알아? 아버지께서 시약 판매를 중단하는 순간 황국 내 모든 마법 연구뿐만이 아니라 아티팩트 제작도 올스톱이 된다고!”
“그러니까요. 진짜 이 사달을 만든 사람이 도대체 누구일까요?”
파스칼의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지금 토드 황제는 미쳤다.
키메라 연구에 가담한 모든 귀족의 목을 날려 버린 것은 물론이고 흑토 지대 또한 날려 버렸다.
제국 대학에 빨대를 꽂고 있던 귀족파의 자금줄을 조이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법 연구가 삐딱선을 타고 아티팩트 시장도 경색되면 제 입장에선 굉장히 좋죠. 제 마공학 공방의 가치가 그만큼 올라가는 거니까요.”
“네 이익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볼지 모르나? 그러고도 네가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아?!”
“당신이 할 말은 아니죠. 마법사 가문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젊은 마법사들이 피눈물을 흘리는데요.”
평민 출신 마법사들은 자신들이 평생을 바쳐 만들어낸 마법과 논문을 마법사 가문들에 빼앗긴다.
빼앗길 줄 알면서도 마법사 가문의 휘하에 들어가는 이유는 그 방법 외엔 마법을 배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꿈과 열정을 쪽쪽 빨아먹고 호의호식한 주제에 그런 말을 내뱉으니 어이가 없다.
“그리고 마공학은 아티팩트와 거의 비슷해요. 마탄만 쏠 줄 아는 게 아니라, 바람도 만들어내고 실드도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현재 300명이 넘는 드워프들이 열심히 연구 중이에요. 몇 년 지나지 않아 마공학 제품들이 곧 아티팩트 시장을 죄다 장악하겠죠.”
“설마…… 이걸 다 계획하고 날……?”
“뭐, 누구 하나가 일을 저지를 거라곤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게 당신이었고요.”
라칸은 회중시계를 열어 시간을 확인했다.
“아, 잡담을 나누다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그리고 어차피 당신은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일주일 뒤, 재판이 열릴 거고 당신은 단두대형인데요.”
“그럴 리 없다! 아버지께서 날 버리실 리가 없어! 날 어떻게든 구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거다!”
“자신의 가치를 너무 고평가하시는 게 아닐까요? 당신은 올페르 백작의 막내로 태어난 것 이외에 자기 손으로 이룬 게 하나도 없잖아요. 제가 올페르 백작이라면 당신 하나 때문에 큰 정치적 리스크를 질 바엔 버리겠어요. 물론, 올페르 백작이 당신을 정말 아낀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라칸은 고소를 지었다.
“2주가 지나도록 올페르 백작의 무거운 엉덩이가 움직이지 않는 걸 보니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진 않는 모양인데요?”
라칸의 말이 맞았다.
올페르 백작은 파스칼에게 많은 기대도 사랑도 주지 않았다.
그저 철부지 망나니로만 생각할 뿐이었다.
단순히 파스칼을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을 구하기 위해 토드 황제에게 굽신거리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라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제가 여기에 온 이유도 적어도 올페르 백작의 자식이니까 뭔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서 온 거였어요. 하지만 듣다 보니 당신은 별로 알고 있는 게 없는 모양이네요. 당신과 이야기할 시간에 앙브레 교관을 심문하는 편이 더 많은 걸 건질 수 있겠어요.”
“잠시만! 잠시만!”
라칸이 심문실을 떠나려 하자 파스칼이 잡았다.
“왜 그러시죠?”
“아버지를 뵙게 해줘. 날 이렇게 버리실 분이 절대로 아니야!”
“제가 올페르 백작이 오려는 걸 막은 게 아니라 안 온 거라니까요? 안 오려는 사람을 어떻게 불러요?”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아버지는 나를 버릴 수가 없어!”
라칸의 눈빛이 살짝 반짝였다.
파스칼이 올페르 백작에 대해 뭔갈 알고 있는 듯했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파스칼이 얼버무리자 라칸은 문손잡이를 잡았다.
“뭐, 말하실 생각이 없나 보네요. 올페르 백작은 당신을 버렸는데 당신은 멍청하게 가만히 당하고 있겠다니…… 어마어마한 충성심이네요. 그거 하나만큼은 인정할게요.”
“잠깐! 그러면 내가 아버지에 대한 약점을 불면…… 사형은 면해주는 건가?”
“사법 거래를 하자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사법 거래를 하자.”
“흠……. 당신이 알고 있는 정보가 그리 대단할 거라 생각되질 않는데요?”
“아니야! 난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걸 알고 있어!”
“예를 들면?”
파스칼은 이를 뿌득 갈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성수.”
“성수?”
“최근 올페르 백작님께서 길리온 왕국으로부터 성수를 받고 있어. 그걸로 포션을 개발할 생각이라고 했지.”
“길리온 왕국과의 소통과 무역은 오직 황국을 통해서만 가능한데, 올페르 백작이 단독으로 길리온 왕국과 소통하고 계시다? 게다가 성수도 유통하고?”
“그래.”
“어떻게요?”
파스칼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그건 아버지를 불러주면 말해줄게.”
“지금 저랑 단독으로 사법 거래를 하는 거 아니었나요? 왜 올페르 백작을 자꾸 찾는 거죠?”
“……날 정말로 버릴 건지 듣기라도 하고 싶어. 아버지를 불러주면 정보를 다 불게. 그러니까 아버지를 뵙게 해줘.”
라칸은 피식 웃었다.
“뭐, 일단 윗선에 말씀드려 볼게요.”
그 말을 끝으로 라칸은 밖으로 나갔다.
심문실 밖에는 티그리스와 레인로버 그리고 나달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레인로버는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성수를 이용해 포션을 만들어 유통한다면 정말 싼값으로 포션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겠죠.”
나달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수는 희석시켜도 제 역할을 다하니까요. 게다가 성수는 외상뿐만이 아니라 웬만한 질병 또한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올페르 백작은 앉은 자리에서 떼돈을 벌 겁니다.”
“게다가 현재 올페르 포션 공방의 회복 포션 시장 점유율은 30%가 살짝 넘어요. 성수를 이용한 포션을 공식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다면 50~60%도 넘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귀족파를 자금으로 압박하긴 더욱 힘들어지겠죠. 그러니 어서 빨리 밀수 루트를 찾아야 합니다.”
티그리스가 입을 열었다.
“거기에서 그쳐선 안 됩니다. 밀수한 성수와 성수로 만든 포션도 전량 회수해야 합니다.”
티그리스는 타락한 룩스의 성배가 저지른 끔찍한 일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타락한 성수를 조금이라도 맛본 사람들은 평생 로타와 아르펨의 노예가 되니까요.”
“벌써 성배를 타락시키는 데 성공한 걸까요? 성배의 타락이 포착된 것은 원래 3년 후라고 했잖아요.”
“그만큼 저들도 빠르게 위기를 감지한 거겠죠. 길리온 왕국의 내부 혼란을 성수로 다스리려고 하는 겁니다. 성수에 중독되면 회복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타락한 성수의 무서운 점은 빠른 회복력도 있었지만, 성수에 중독된다는 점이었다.
성수에 중독된 자들은 성수 한 방울을 마시기 위해 목숨도 버리고 전쟁에 뛰어든다.
그래서 얼마 전 아르펨이 들고 온 성수 100병은 죄다 증발시켜 없애 버렸다.
“만약 올페르 백작이 만든 성수 포션이 용병들이나 민간인에게 풀리는 순간 그들은 모두 성수 중독에 걸릴 겁니다. 그러기 전에 올페르 백작의 성수 밀매를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그럼 파스칼이 알고 있는 정보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뜻이군요.”
“그렇습니다.”
나달이 깍지를 꼈다.
“그러면 이곳 말고 제 심문실로 옮기죠. 반드시 입을 열게 하겠습니다.”
고문을 하겠다는 말에 라칸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래선 의미가 없어요. 밀수 루트가 하나뿐일 리도 없고 로타와 아르펨이 또 다른 밀수 루트를 개척할 테니까요. 성수의 수요 자체를 없애야 합니다.”
“결국 귀족파를 빠르게 와해시켜야 한다는 거군.”
“그것도 빠르게요.”
“방법은?”
라칸은 초조하게 다리를 떨고 있는 파스칼을 매직미러 너머로 봤다.
“안 그래도 미끼를 슬쩍 놨어요. 놈들이 물기를 바라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