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89)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89화
섬멸(1)
날이 밝기도 전인 야심한 새벽.
15명의 사내들이 허름한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미리 준비를 끝마친 바질이 있었다.
바질은 마력등을 들어 사내들의 얼굴을 비쳤다.
“올페르 백작님도 그렇고…… 직접 오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브누아 도련님.”
제일 앞에는 차기 올페르 백작가의 후계자 브누아가 있었고.
그 뒤로 브누아를 따르는 포션 공방의 동료들이 있었다.
이번 작전을 올페르 백작이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치적 계산이 밑바탕에 깔린 걸까?
아니면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없는 걸까?
“네놈이 일만 잘했다면 우리가 이런 냄새나는 곳에서 만날 리가 없었겠지. 물건은?”
표정이나 말투를 보아하니 셋 다 해당되는 것 같았다.
바질은 테이블을 덮었던 천을 걷었다.
그 안엔 작은 가스통과 방독면들이 있었다.
가스통은 코트 안에 딱 감추기 좋을 정도로 제법 작았지만, 하나라도 터지는 순간 2천 명을 죽일 수 있는 극독이 들어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브누아 도련님.”
“이게 전부야?”
“네. 정확하게 주문하신 대로 15개 준비 완료했습니다.”
“네놈 거는?”
브누아의 말에 바질은 품속에서 올페르 백작이 건네주었던 상자를 슬쩍 보여주었다.
“저는 이게 있으니 괜찮습니다.”
브누아는 바질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허튼수작 부리려는 것은 아니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니. 네놈이 파스칼처럼 나를 매장시켜 버리려는 게 아닌가 싶어서.”
“제가 언제 파스칼 도련님을 매장시켰다고 하십니까?”
브누아는 가스통의 입구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당장에라도 열어버릴 듯했다.
“파스칼이 멍청한 짓을 하기 전에 분명히 넌 막을 기회가 있었어. 하지만 너는 하지 않았다. 너는 파스칼이 더 큰 실수를 범하게 되리란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놔둔 것 아니냐?”
브누아의 말이 맞았다.
바질은 파스칼이 더 큰 실수를 하도록 놔두었다.
그래야 파스칼이 그놈이 곤란해질 테니까.
하지만 바질은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아닙니다.”
브누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노예 각인 때문에 브누아의 앞에서 거짓말을 절대 할 수 없을 텐데…….
그럼 저게 진심이라는 말인가?
브누아는 믿기지 않아 다시 물었다.
“너와 파스칼이 어떤 관계인지 나와 백작님은 알고 계신다. 그럼에도 거짓말을 할 셈이냐?”
역시 올페르 백작은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질을 파스칼에게 보낸 것은 노예 각인으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던 오만함과 자식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던 무관심함 때문이리라.
물론 바질 외에 다른 사람이 올 만한 자리가 아니기도 했다.
바질은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그렇다 한들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뭐?”
“브누아 도련님. 아니, 공방장님. 백작님께서 예전부터 누누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사람을 믿지 말고 처한 환경과 상황을 믿으라고.”
바질은 셔츠를 반쯤 젖혀 등을 보여주었다.
푸른 마법등으로 지져진 낙인이 흉물스럽게 도드라져 있었다.
“저는 배신할 수 없는 노예 각인이 찍혀 있습니다. 저는 노예로서 백작 각하께 죽으라는 명령을 받았고 거부할 수 없습니다.”
가스통과 마스크를 챙기던 바질의 옛 동료들은 바질의 인두 자국을 보자 자신의 등허리가 화끈거렸다.
사내들도 모두 바질과 똑같은 처지였기 때문이었다.
바질은 셔츠를 여미며 말했다.
“스스로 사지를 들어가는 제 입장을 조금이라도 고려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브누아는 바질을 한참이고 노려보더니 가스통 입구에서 손을 뗐다.
“네가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네가 먼저 움직여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행이 되지 않으니까.”
브누아는 가스통과 방독면을 각자 하나씩 챙겨 든 사내들에게 말했다.
“가자.”
“네. 도련님.”
바질은 떠나는 브누아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몸 조심히 가십시오. 브누아 도련님.”
브누아는 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텐가.
놈의 말대로 놈은 오늘 죽을 텐데.
브누아와 사내들이 떠나자 그림자를 밀어내고 네메시스가 나타났다.
“저 15명이 끝인가?”
“맞습니다. 하지만 광장에 저 15명만 투입되는 건 아니겠죠.”
“그건 우리도 예상하고 있어. 광장 일은 우리에게 맡기고 너는 라칸이 말한 대로만 하면 돼.”
바질은 상자를 열어 신의 종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정말로 이 종을 사용해도 되는 겁니까? 위험한 성물이라면서요.”
네메시스는 피식 웃었다.
“작동 안 되게 만들었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게 가능합니까?”
“뭐, 티그리스 님이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믿어야지. 그리고 이거 받아.”
네메시스는 바질에게 텔레포트 스크롤과 함께 말레우스의 마탄총 설계도를 건넸다.
“적당히 분탕질 치고 빠져나와. 아, 맞다. 그리고 라칸이 다치지 말고 몸 건강히 오래.”
“……그렇습니까?”
바질은 따뜻한 말에 심장이 꿈틀거렸다.
지금까지 바질의 몸을 걱정해 줬던 사람은 부모님 이외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걱정받는 기분이 뭔가 새삼스럽……
“앞으로 할 일이 산더미라고. 다치면 침대에서 일 시킬 거라고 했어.”
……지 않았다.
라칸도 역시 바질을 좋은 실험실 노예로 생각할 뿐이었다.
호랑이를 피해 늑대를 만난 기분이랄까?
‘그래도 늑대가 낫지.’
“최대한 안 다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몸조심하고.”
네메시스는 나타났던 것처럼 조용히 사라졌다.
***
아침이 밝자 황도 빅토리에에서 가장 큰 광장, 미들타운 광장에 단두대가 설치되었다.
사람들은 흔히 볼 수 없는 귀족들의 처형식이라는 말에 금요일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몰려들었다.
특히 아침에 할 일이 없는 어린아이들도 슬그머니 나타났다.
“와…… 단두대 날이 번쩍번쩍거린다.”
“예끼 이놈들아! 너희들이 볼 게 안 돼. 어서 가라!”
“아악!”
경비들과 어른들은 어린아이들이 광장 근처엔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근처 건물 지붕 위에 어떻게든 올라가 앉아서 단두대가 설치되는 것을 구경했다.
기자들은 지붕 위에 올라선 아이들을 향해 사진기 셔터를 누르며 중얼거렸다.
“저 꼬맹이들도 참 대단하군. 별로 좋은 구경이 아닌데 말이야.”
“경비들이 알아서 해결하겠지. 우리야 좋은 컷 하나 땄으니 됐지 뭐. 그것보다 단두대 날 번쩍거리는 것 좀 봐. 얼마나 사용을 안 했으면 저렇게 관리가 잘됐겠어.”
“내가 듣기론 기존에 쓰던 게 녹슬어서 버리고 새 걸로 맞춘 거라든 데?”
“그래? 그럼 제법 잘 잘리겠군.”
“그나저나 올페르 백작이 이 굴욕적인 광경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자기 아들을 다른 것도 아니고 단두대로 목을 날리는 건데.”
“그놈들이 뭘 어떻게 하겠어. 황도에 티그리스 경과 블랙 마이스터 베르강 경이 있는데.”
“하긴.”
기자들의 말을 가만히 엿듣던 브누아는 이를 갈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 동생이 사람들의 조롱을 받으며 목이 잘려 죽을 거라 생각을 하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몰려왔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더니.’
못난 동생 하나 때문에 올페르 가문과 귀족파가 얼마나 큰 수모를 겪는가?
파스칼을 구하면 아버지가 말려도 자기가 직접 파스칼의 팔다리를 죄다 부러뜨리리라.
브누아는 회중시계를 슬쩍 쳐다봤다.
8시 50분.
9시 정각에 파스칼을 포함한 죄인들이 경비들이 만든 길을 따라 걸어올 것이다.
그때, 바로 작전 시행이다.
‘그놈이 잘하려나?’
바질 그놈이 죽기 싫다고 허튼 짓거리를 계획한 게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이번엔 정확하게 명령을 내려두었으니 괜찮을 거라고 장담을 했으니 믿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놈이 ‘변질된 신의 종’을 울리는 순간 미들타운 광장에서도 알 수 있을 만큼 큰 소란이 일어날 것이다.
그때, 브누아와 노예들은 가스통 마개를 열어 광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죽인 후 파스칼과 죄인들을 탈출시키면 끝이었다.
지하 감옥 쪽은 아버지가 알아서 하시기로 했으니 괜찮을 것이고…….
하지만 브누아는 유난히 쾌청한 저 봄 날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뭔가 불길하달까?
바질 그놈이 뭔가 일을 제대로 말아먹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9시 정각.
브누아는 고개를 뻗어 길목을 슬쩍 쳐다봤다.
이제 슬슬 작전이 시작됨과 동시에 파스칼이 저 길을 따라올 게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호송 마차가 광장 앞에 멈추며 죄인들이 하나둘씩 내리기 시작했다.
제일 앞을 걷는 것은 파스칼이었다.
그 뒤로 올페르 백작에게 뇌물을 처먹은 제국 대학 교관들이 있었다.
파스칼은 멍청하게도 자신을 찾고자 관중들 주변을 두리번두리번거렸고, 브누아는 옷깃을 세워 얼굴을 가렸다.
‘이제 시작이다.’
브누아는 못난 파스칼이 아니라 남쪽 하늘을 쳐다봤다.
놈이 종을 울렸다면 하늘에서 날개 달린 신의 사도들이 내려와 그레이타운을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다.
1분.
2분.
3분.
그러나 하늘은 여전히 조용하고 쾌청했다.
파스칼이 죄인의 길을 지나 단두대 옆에 무릎 꿇고 앉을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젠장할……!’
뭔가 일이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브누아는 반사적으로 품속에 있는 새로 개발한 ‘텔레파시 수정구’를 만졌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바질을 미행하던 동생 놈에게 물어봐야만 했다.
브누아가 수정구를 만지자 수없이 많은 텔레파시가 들려왔다.
-젠장! 신의 종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백작님!
-가브리엘! 그게 무슨 말이냐?!
-길리온 왕국 놈들이 우리를 속였단 말입니다! 지금 종을 계속 치고 있는데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어어……?! 바질이 말레우스에게 달려듭니다!
브누아도 당황해서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얗게 변했는데, 노예 놈들은 어떻겠는가?
브누아는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백작님! 이쪽에서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뭐?! 안 된다! 그러면 티그리스가 네놈들 쪽으로 갈 거다!
-바질이 잡히면 놈들은 어떻게든 올페르 가문을 엮을 겁니다. 지금이 아니면 놈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도 안 된다! 차라리 파스칼을 버리는 게 나아. 놈의 단독행동이라고 몰아세우고 일단 탈출…….
그때, 가브리엘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바…… 바질이 설계도를 갖고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뭐?!
-바질이 숨기고 있던 수가 있던 모양입니다! 주변에 있던 황금 기사들과 마법사들을 이상한 가스로 죄다 기절시키고 설계도를 갖고 탈출합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올페르 백작의 텔레파시가 수정구를 타고 들려왔다.
-브누아! 당장 시작해라!
안 그래도 브누아는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티그리스와 베르강의 귀로 들어갔을 터.
바질에게 어그로가 끌린 틈을 타 파스칼과 죄인들을 구하면 가능성이 있었다.
브누아는 수정구에서 손을 떼고 재빨리 방독면을 썼다.
브누아와 기자들과 눈이 마주쳤다.
기자들은 동시에 브누아를 향해 사진기를 들었다.
이 상황에서 사진이라도 찍겠다는 건가?
어차피 가스통을 열기만 하면 모두 끝날 이야기다.
번쩍!
사진기에서 섬광이 터지며 브누아의 눈이 순간 멀었다.
“큭!”
눈이 타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지만 브누아는 가스통 입구를 재빨리 돌렸다.
하지만 가스통 입구가 녹슬었는지 돌아가질 않았다.
“이…… 이게 왜!”
바질이 가스통을 들고 낑낑거리는 사이 양옆에서 브누아의 팔과 다리를 잡고 땅에 내리꽂았다.
“컥!”
그리고 끈적한 액체가 브누아에게 쏟아짐과 동시에 손목에 수갑이 채워졌다.
그리고 브누아의 앞에서 잡담을 나누던 기자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브누아, 너를 테러 미수 및 테러 단체 구성죄 혐의로 체포하겠다.”
브누아는 빨리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마나가 움직이지 않았다.
마법사와 기사들의 마나 운용을 막는 특제 수갑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순식간에 브누아를 제압할 수 있는 첩보기관은 하나뿐이다.
‘인퀴지터……!’
브누아는 재빨리 수정구로 아버지께 알리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브누아는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묵직한 감각에 그대로 기절했다.
***
올페르 백작은 바질이 설계도를 갖고 도망친다는 가브리엘의 보고를 듣자마자 바로 작전을 시행했다.
브누아에게서도 연락이 끊긴 것을 보면 브누아도 광장에서 한창 일을 진행 중인 듯했다.
‘역시 그냥 죽이기엔 아까운 놈이야.’
바질은 올페르 백작이 인정한 연금술의 천재다.
지금 유통되고 있는 웬만한 회복 물약부터 시작해서 몬스터 사냥에 사용되는 외과 치료에 사용되는 마취제까지 바질의 손을 거치지 않은 물건이 없었다.
‘놈이 파스칼에게 원한만 없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노예 각인으로 놈을 통제할 수 있으니까 오늘 일만 잘 마무리하면 연구실에 평생 가둬놓고 연구만 시켜둬야 할 것 같았다.
일단 황금 기사들도 죄다 재워 버리는 그 기기묘묘한 물약의 레시피부터 알아내야지.
곧 벌어질 황국과의 전쟁에서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백작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뒤에서 들려온 올페르 백작의 셋째 아들 막스의 말에 올페르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해라.”
막스는 뒤에서 잔뜩 긴장한 채로 자신을 쳐다보는 100여 명의 사내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마셔라. 노예들아.”
사내들이 녹색 물약을 꿀꺽꿀꺽 삼키기 시작했다.
“아냐……! 싫어……! 싫어!”
몇몇 사내들은 자신들의 손에 든 병을 마시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 물약이 무엇인지도 잘 아는 연구실 직원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등에 찍힌 노예 각인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하자 모두 무릎을 꿇었다.
결국 사내들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전원 물약을 마셨고, 사내들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우득-! 우드득!
사내들의 몸이 커지고 털이 숭숭 나기 시작했으며 주둥이가 튀어나오며 동공이 세로로 찢어졌다.
올페르 백작이 만들어낸 역작이자 비밀 실험의 결과물.
‘늑대인간’들이었다.
-쿠어어어어어어!
늑대인간들은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이 늑대 인간들은 단순히 강해지고 빨라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늑대인간들의 체액엔 독특한 병균이 증식하는데, 이 병균에 감염된 동물들은 죄다 이들처럼 늑대화가 되어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를 짙은 공격성을 드러낸다.
-크어어어어어어!
늑대 인간들의 눈이 뒤집혀 올페르 백작과 정예 마법사들을 향해 공격을 해오려고 했다.
하지만 등허리에 박혀 있는 노예 각인이 타오르며 제약을 걸었다.
늑대 인간이 되어도 노예 신분을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올페르 백작은 흉흉한 살기를 뿜어대는 늑대 인간들을 향해 말했다.
“명령이다. 가서 모조리 죽여라.”
올페르 백작의 명령에 늑대 인간들은 지하 감옥을 향해 달려 나갔다.
이제 늑대 인간들이 지하 감옥을 휘젓고 다닐 때, 올페르 백작과 정예 마법사들은 죄수들을 구출하면 모든 게 끝이다.
아니, 끝일 터였다.
-깨갱! 깽!
감옥을 향해 달려들던 늑대 인간들이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더니 코가 깨졌다.
쾅! 쾅! 쾅!
늑대인간들은 잔뜩 흥분해서 벽을 마구 쳐댔지만 그 벽은 금조차 가지 않았고, 오히려 늑대 인간들의 손톱과 이빨이 깨질 뿐이었다.
“이게 무슨……!”
올페르 백작은 갑자기 펼쳐진 거대한 앱솔루트 실드로 만들어진 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하 감옥 전체를 5서클 실드로 덮으려면 얼마나 많은 마나를 갖고 있어야 가능할까?
적어도 7서클의 대마법사 정도만이 가능할 것이다.
‘설마…….’
쿠궁-!
한 노인이 지하 감옥을 걸어 나왔다.
노인의 얼굴은 올페르 백작이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현자 바스티얀이었다.
“오랜만이군. 올페르 백작.”
바스티얀은 지팡이를 내려찍었다.
그러자 불의 뱀이 혀를 낼름거리며 나타났다.
그 불의 뱀은 바스티얀의 들끓고 있는 분노를 투영한 듯 매섭게 타올랐다.
“자네에게 따로 듣고 싶은 게 많아. 그러니 순순히 잡혀줄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