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9)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9화
귀환
“승자! 티그리스 디 노르베르드!”
고든은 티그리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가르침을 주신 것 정말 감사합니다.”
“결승전에서 자네를 만나 나도 다행이라 생각했네.”
티그리스는 자신의 검을 고든에게 건넸다.
“받게. 내 호의의 표시이니.”
고든은 거절하지 않았다.
고든은 부러진 검을 땅에 내려놓고 공손히 검을 받았다.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그 아름다운 모습에 귀족들까지도 작게 박수를 쳤다.
그때 경기장 문이 열리며 붉은 융단이 깔렸다. 융단 위로 면류관을 쓴 황제가 걸어왔다.
티그리스와 고든은 황제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티그리스 디 노르베르드, 고든 데이커 둘 다 모두 일어나게. 훌륭한 경기를 보여준 젊은이들에게 내 직접 상을 내리고자 하니.”
티그리스와 고든은 둘 다 일어났다.
티그리스는 황제의 두 눈을 쳐다보지 않고 입술과 코 사이를 부드러운 시선으로 쳐다봤다.
고든은 예법을 잘 몰랐기에 티그리스를 보며 따라 했다.
토드 황제는 티그리스를 보며 말했다.
“자네가 검술에 조예가 깊다고 들었네만 19세에 고리 4개를 만들 줄은 진정 몰랐다. 하늘이 황국에게 내려준 최고의 보물이라 생각되는구나.”
“망극하옵니다. 폐하.”
황제의 옆으로 환관이 직접 다가와 고급스러운 검은 상자에 담긴 금패를 공손히 황제에게 건넸다.
황제는 금패를 꺼내 티그리스의 가슴에 달았다. 금패는 따로 고정하는 핀이 없었지만, 옷에 자석처럼 달라붙었다.
“앞으로 북방은 전혀 걱정이 없겠군.”
“망극하옵니다. 폐하.”
“그러면 지금 소원을 말해보겠는가? 아니면 나중에 말하겠는가?”
“지금 말씀드리겠습니다.”
본래 소원의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
황제의 기사가 되기를 청하는 것.
하지만 티그리스는 황제의 기사가 되기를 청할 생각이 없었다.
“황금 기사단이 갖는 수사권과 즉결 처분권을 제게 주십시오.”
수사권과 즉결 처분권을 달란 말에 뒤따라오던 가신들이 모두 놀랐다.
기사들의 권한은 가문마다 차이가 있지만 굉장히 높은 축에 속한다.
독자적인 수사권을 주는 경우도 있고, 면책권, 징발권, 즉결 처분권 등 영주나 귀족이 행할 수 있는 권한을 대리로 부여해 주곤 한다.
하지만 한계가 명확한데 해당 영지 내에서만 각종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고, 다른 영지나 황실이 관리하는 공공지에선 권한을 남발할 수 없었다.
그러나 황금 기사단은 다르다. 황금 기사단의 징발권, 수사권, 즉결 처분권은 황국의 영토 전역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심지어 반역·내란 행위의 경우에는 영주마저 직접 처벌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있었다.
환관이 정중히 황제 폐하에게 아뢰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수사권과 즉결 처분권은 황금 기사단원 중에서도 법리 교육을 실시하고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발급하옵니다. 권한만을 따로 제공하는 경우는 전례에 없던 일이옵니다. 그리고…….”
황제는 손을 들어 환관의 말을 멈추게 했다.
“수사권과 즉결 처분권을 달라고 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겠느냐?”
답은 간단했다.
황국 전역에 숨어 있는 로타와 아르펨의 권속들을 찾아내 모조리 죽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직 황국은 로타와 아르펨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르기 때문에 그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티그리스는 적절한 대답을 말했다.
“황국을 혼란케 하는 내부의 적들을 직접 처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내부의 적?”
“황국은 찬란한 문명을 꽃피우고 있으나 백성들과 제후국들을 괴롭히는 문제들이 여전히 산재되어 있습니다. 2년 전에 일어난 붉은 혈귀 사건과 수도 빅토리에 내부에서 꾸준히 일어나고 있는 실종 사건, 수인족 납치 사건 등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티그리스가 문제들을 언급할 때마다 환관들과 신하들의 얼굴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오늘 회의가 길어진 것은 빅토리에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실종 사건의 보고와 수인족 납치 사건 때문이었다.
황제는 이 사건들의 해결이 보이지 않자 밀림 지역을 관리하는 남부 사령관 바로스 후작과 경찰국장을 불러 빠르게 해결할 것을 종용했다.
“제게 수사권과 즉결 처분권을 주신다면 부족한 솜씨로나마 돕고 싶습니다.”
“황금 기사단에 들어오면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왜 그런 권한만을 얻길 바라느냐?”
“아뢰옵기 황송하옵니다만 이미 노르베르드 변경백의 기사가 되기로 먼저 약조를 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흠…….”
소원을 빌면 그 자리에서 바로 들어주는 것은 맞으나 너무나 민감한 사안이었다.
그리고 변경백의 기사가 황국의 수사권과 즉결 처분권을 가질 수 있는지 법리적인 검토도 필요했다.
“황국을 생각하는 마음은 갸륵하나 네 소원은 황국의 법도를 혼란케 할 수 있다. 다른 소원을 빌 생각은 없느냐?”
“그 외엔 없습니다. 폐하.”
황제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러면 짐이 고민한 후에 답을 내려주겠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어차피 곧바로 수사를 들어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급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변경백의 후계자가 황국의 미래를 걱정해 주니 너무나도 든든하구나. 본래 3등 보고의 문을 열어야 하나 자네의 갸륵한 마음에 감동하였으니 특별히 2등 보고의 문을 여는 것을 허락하겠다.”
티그리스는 무릎을 꿇고 정중한 예를 표했다.
“성은이 망극합니다.”
3등 보고가 아니라 2등 보고를 열 수 있다는 말에 티그리스는 주먹을 꽉 쥐었다.
2등 보고는 일반 아티팩트가 아니라 별들의 힘이 담긴 성물들도 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제는 이어서 은패를 집어 고든의 가슴팍에 달아주었다.
“자네의 무위도 굉장히 인상이 깊었네.”
“망극하옵니다. 폐하.”
“짐의 식견을 높여주고 눈을 즐겁게 해주었으니 특별히 금화 20개를 내리도록 하겠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황제는 부드럽게 미소 짓곤 입을 열었다.
“베르강.”
뒤에 서 있던 베르강이 앞으로 나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예. 폐하.”
“자네가 할 말이 있다고 들었네.”
“예. 그렇습니다. 폐하.”
베르강은 둘의 결투가 끝나자마자 결심을 내렸다.
고든을 이대로 잃을 수 없다고.
고든은 이 토너먼트가 끝나고 나면 욕심과 질투심 많은 귀족의 결투 신청을 받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모래바람에 바위가 깎여 나가듯이 고든은 점차 닳아 사라질 것이었다.
그건 베르강으로선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베르강 폰 아인볼프는 블랙 마이스터로서 고든 데이커를 제자로 삼길 바라옵니다. 폐하.”
베르강은 자신의 권력으로 고든을 지키기로 했다.
그 말에 귀족들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고든도 놀랐다.
“고든은 제 제자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재이옵니다. 허락하여 주시면 제국을 지키는 검으로 길러보겠습니다.”
“짐의 허락은 필요 없네. 뜻대로 하게.”
베르강은 감격하여 붉게 충혈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고든을 보며 말했다.
“고든. 너는 내 가르침을 받겠느냐?”
고든은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예. 그러겠습니다.”
고든의 눈에서 감격의 눈물이 떨어졌다.
* * *
모든 것이 완벽하게 끝이 났다.
티그리스는 고든이 만약 베르강의 제자가 되지 못했다면 자신이 품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라면 귀족답지 않은 귀족들의 추한 질투심과 명예욕으로부터 고든을 지켜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럴 필요도 없이 베르강이 고든을 제자로 삼았다.
베르강은 티그리스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황금 기사단에 오게. 자네와 검을 나누면 기쁠 것 같군.
고든은 베르강과 함께 경기장을 나가기 전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반드시 이 은혜는 죽어서도 갚겠습니다.
티그리스는 고든과 만날 날이 내심 기다려졌다.
고든이 베르강에게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우고 나면 얼마나 강해져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고든이 발전할수록 로타와 아르펨에게 대항할 수단이 늘어나는 것이니 기꺼울 수밖에 없었다.
티그리스는 눈을 떴다.
그와 동시에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번 역은 종착역 슈테른. 슈테른역입니다.
노르베르드 변경령의 수도 슈테른역에 마력 열차가 멈춰 섰다.
레니는 한층 밝아진 미소로 창밖을 내다봤다.
“제인. 여기가 티그리스 님과 나의 고향 노르베르드야. 어때 괜찮지?”
제인은 무쇠 팬에서 하품하며 나왔다.
“하음~ 여기가? 오~ 그나마 여기가 수도보다 친근한 것 같아.”
슈테른은 빅토리에처럼 차가운 회색빛이 아니라 보드랍고 따뜻한 파스텔 톤으로 가득했다.
칙칙한 회색빛의 직사각형은 전혀 없었고 다양한 색감의 지붕과 낮은 담벼락들로 구성된 정감이 가는 도시였다.
그 도시 뒤로 거대한 파도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장벽이 세워져 있었는데, 그 광경이 마치 갈리아 산맥이라는 거대한 거인을 향해 달려드는 병정들처럼 용감해 보였다.
제인은 창밖 구경을 잠깐 하더니 무쇠 팬으로 다시 쏙 들어갔다.
-그럼 난 여기에 있을게~
혼령은 포그우드에선 굉장히 흔해서 별 주목을 받지 않았지만, 빅토리에나 슈테른에선 소환수보다 희귀한 존재였다.
제인처럼 반투명한 혼령이 플랫폼에 활보한다면 도시는 난장판이 될 것이었다.
티그리스가 마력 열차에서 나오자 플랫폼에서부터 수십의 검은 늑대 기사들과 세바스찬을 비롯한 사용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바스찬과 부기사단장 덴버가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게 되어 다행입니다. 공자님.”
“고맙네. 그런데 좀 과하지 않나 싶군.”
플랫폼 한편을 가득 채울 만큼 기사들과 사용인이 오와 열을 맞춰서 대기하고 있었다. 티그리스가 변경백의 후계자라고 하지만 이 정도 환대는 과했다.
“그나저나 레니가 공자님을 모시는 데 부족함은 없었습니까?”
세바스찬의 말에 레니는 살짝 뜨끔했다. 걸리는 게 몇 가지 있기 때문이었다.
“부족함도 없고 더욱 발전하고 있네.”
세바스찬은 의외라는 듯이 눈썹을 까딱였다.
“……그렇습니까?”
“세바스찬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되네. 그리고 레니의 공적을 변경백님께 직접 보고드릴 예정이니 그리 알고 있게.”
“예. 알겠습니다.”
티그리스는 시선을 덴버와 검은 늑대 기사들에게 향했다.
덴버와 검은 늑대 기사들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이는 눈빛으로 티그리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네 번째 고리를 완성하시고 토너먼트에서 우승까지 하셨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고맙군.”
“그간 검은 늑대 기사들도 공자님의 가르침을 받고 발전했습니다. 모두 공자님의 덕입니다.”
티그리스는 검은 늑대 기사들의 눈빛과 자세를 봤다.
잘 갈무리되어 있는 기세로 보아 확실히 못 본 사이 전체적으로 성장한 듯 보였다.
“시간이 되면 확인하러 가보겠네.”
“언제든지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덴버는 티그리스의 옆으로 비켜섰다.
“그럼 모시겠습니다.”
척! 척! 척! 척!
도열한 기사들이 플랫폼부터 시작하여 마차가 있는 입구까지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이트 로드.
기사들이 고위 귀족이나 황족을 영접하는 최고의 예법이었다.
그 부담스러운 광경에 레니는 안절부절못했다. 기사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서 걸어갈 때 괜히 발이 꼬여서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기까지 했다.
티그리스는 기사들이 만든 나이트 로드를 따라 걸었다.
티그리스는 다른 귀족들처럼 금과 보석으로 치장된 옷을 입은 것도 아니고, 번쩍이는 보검을 찬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백성들은 걸음걸이에서 느껴지는 품위에 하나같이 경외심을 담아 한쪽 무릎을 꿇었다.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슈테른 전역에 티그리스가 노르베르드에 귀환하였음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퍼졌다.
* * *
티그리스가 저택에 도착하자 집무실로 바로 올라오라는 베오울프의 명을 받았다.
“레니, 제인과 함께 따라오거라.”
레니가 들고 있던 가방에서 하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나더니 제인이 나타났다.
그 모습에 사용인들과 기사들이 화들짝 놀랐다.
“으음~ 나도?”
“그래. 아버지께 인사를 드려야 하니까. 예법은 아나?”
제인은 귀찮다는 듯이 귀를 팠다.
“뭐, 나도 황궁의 궁녀였으니까……. 그런데 나도 굳이 예법을 지켜야 하나?”
“가문에 몸을 의탁하기로 했으면 응당 가주에게 예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다. 그건 네가 혼령인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에휴……. 170년이 지나도 이 뻣뻣한 귀족 사회는 변함이 없어요.”
제인은 제대로 몸을 만들어 바닥에 내려섰다. 허름한 옷과 신발이 사라지고 과거 황국의 궁녀로 살 때 입었던 예복이 입혀졌다.
“……후.”
제인은 눈을 감고 숨을 한번 내쉬었다.
그리고 눈을 떴다.
평소 천덕꾸러기 같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자세는 고아하게 변하고 눈빛은 차분해졌다.
티그리스는 제인이 준비가 다 된 것 같자 집무실로 향했다.
똑- 똑-
티그리스가 집무실 앞에 도착하자 집무실에 상시 대기 중이던 사용인이 문을 두들겼다.
“베오울프 변경백님. 티그리스 공자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들라 하게.”
사용인은 문을 열어주었다. 베오울프의 눈이 티그리스와 레니를 거쳐 제인에게 향했다.
베오울프도 혼령을 본 적이 있지만 노르베르드 땅에선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버젓이 혼령이 고아한 자태로 서 있으니 베오울프도 살짝 놀랐다.
“……한 달 사이에 정말로 많은 일을 겪은 모양이구나.”
“네. 그렇습니다.”
베오울프는 혼령을 보며 말했다.
“귀하의 이름은 무엇인가?”
제인은 궁중 예법으로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베오울프 디 노르베르드 각하. 제인 그랑드리아라고 합니다.”
“그랑드리아? 그랑드리아라면 대대로 황족을 모셨던 남작 가문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
“네. 그렇습니다.”
베오울프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제인을 봤다.
“그런데 그랑드리아 가문은 170년 전쯤에 멸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그것과 관련이 있나?”
그랑드리아 남작 가문의 사람들은 대대로 환관과 궁녀를 배출하는 유서 깊은 가문이었다.
그러나 170년 전 그랑드리아 가문이 내란을 모의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자 한 명도 빠짐없이 안개의 형을 받았다.
안개의 형이란 당시 유행하던 최고 형벌로 안개의 숲을 맨몸으로 걷게 만드는 일이었다. 악령들이 판을 치는 안개의 숲에서 그랑드리아 가문의 사람들은 악령에게 괴롭힘을 받아 죽고 말았다.
제인은 악령에게 괴롭힘을 받진 않았지만, 결국 굶어서 죽고 말았다.
그러나 훗날 조사 결과 그랑드리아 가문의 자리를 노린 다른 가문의 계략으로 밝혀져 황실이 완전히 뒤집혔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러나 개의치 마십시오. 이미 모두 잊은 일입니다.”
“그렇군. 내가 괜한 얘기를 꺼냈구려.”
베오울프는 집무실 한편에 자리한 소파를 가리켰다.
“그럼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듣고 싶구나. 시간은 충분하니 들어보자꾸나.”
* * *
베오울프는 얼추 티그리스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고 있었지만 처음 듣는 것처럼 몰입하여 들었다.
학교장님과의 면접 후에 검술 교관이 되었다고 했을 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고, 모리타가 티그리스와 노르베르드 가문을 모욕했다고 했을 땐 잠잠히 분노했다.
결국 티그리스가 결투로 명예를 되찾아왔다고 말했을 땐 무릎을 치며 만족해하셨다.
영약을 찾으러 안개의 숲으로 향했다고 했을 땐 손바닥에 땀을 쥐고 들었고, 레니가 제인과 수호령 계약을 맺고 얼음 정수를 얻었다고 했을 땐 레니를 크게 칭찬했다.
그 외에 영약을 먹고 네 번째 고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 토너먼트에서 톰과 고든이라는 인재를 만난 이야기, 토너먼트에서 우승해서 금패를 받았고 황국 2등 보고에서 무기를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모두 마치자 집무실로 붉은 노을이 쏟아져 들어왔다.
“정말로 자랑스럽구나.”
베오울프는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들이 너무나도 대견했다.
‘언제 이렇게 다 컸을까?’
베오울프는 다 큰 아들에게서 자꾸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아빠라고 불렀을 때, 처음으로 검을 잡았을 때, 검을 너무 좋아해서 잠을 잘 때도 검을 껴안고 자는 모습…….
티그리스가 오만한 천재라는 소문이 나고, 실제로 티그리스의 성격이 삐뚤어졌을 때 조금 걱정했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다 큰 성인이 되자 오만했던 모습은 싹 사라지고 진정한 귀족이자 기사로 성장했다.
베오울프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려는 것을 참아냈다.
“새해를 보내고 바로 빅토리에로 향해야겠구나.”
“네. 그렇습니다.”
“강의 준비를 해야 할 테니 최대한 빨리 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조금 아쉽긴 하구나.”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베오울프는 고개를 저었다.
“바스티얀 학교장님께서 배려를 해주셨다곤 하지만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나나 어미보단 너를 먼저 생각하거라.”
베오울프는 헛기침하며 말했다.
“그저 연락만 잘해주면 된다.”
“매달 전보를 보내겠습니다.”
베오울프는 레니와 제인으로 시선을 옮겼다.
“둘에게 정말 고맙구나. 둘 덕분에 티그리스가 오러 고리를 하나 더 만들 수 있었으니까.”
베오울프는 레니에게 상을 내리기로 했다.
“레니. 네가 바라는 것이 있느냐?”
레니는 잔뜩 긴장한 채로 말했다.
“어…… 없습니다. 변경백님. 저는 티그리스 공자님의 시종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 저택에는 총 49명의 시종이 있다. 그중에 제인의 한을 달래줄 수 있는 음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너뿐이었을 것이다. 안 그런가 제인?”
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레니는 제가 만나본 사람 중에서 제일 따뜻한 마음씨와 손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만약 레니가 아니었다면 얼음 정수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레니는 처음으로 겪어보는 칭찬의 향연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너무 부끄러워서 얼굴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베오울프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흠……. 네가 요리를 잘한다고 하니 단순한 시종으로 남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내가 추천서를 써 줄 테니 수도에 있는 그라지에 요리 아카데미에 다니도록 하거라.”
그라지에 요리 아카데미는 황국에서 내로라하는 요리사들을 배출하는 아카데미였다. 그곳에서 요리를 배운다면 레니의 요리 실력이 한층 더 발전할 것이란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제…… 제가 아카데미에…….”
“왜 싫으냐?”
“아뇨! 아닙니다! 너무……! 너무 좋습니다!”
레니는 아예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일어서서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변경백님! 티그리스 님!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