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92)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92화
키메라(1)
회귀 전, 아르펨은 간단히 말해 라칸의 상위 호환이었다.
7번째 고리를 갖고 있는 검사이자 8서클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괴물.
회귀 전에도 몇몇 군사(軍師)들은 그런 압도적인 아르펨의 무위가 거짓이거나 과장되었을 수도 있다는 말을 했지만, 직접 싸워본 티그리스는 안다.
그 압도적인 무위와 전투 경험은 진짜 아르펨의 것이라고.
그 무위가 너무나도 대단하기에 아르펨에게 그 이상의 능력이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르펨에게 그런 장거리 통신 능력이 있다고? 아니, 아르펨은 지금 어디에 있지?”
“아르펨을 아나?”
티그리스는 올페르 백작의 목을 강하게 쥐어짰다.
다시 얼굴이 붉게 물들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어서 대답이나 해라.”
올페르 백작은 좁은 숨구멍으로 말을 토해냈다.
“아······ 아르펨은 내 가문의 귀빈으로 대접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알아서 뭘 할 수 있겠나?”
올페르 백작은 티그리스의 눈을 보며 킥킥 웃었다.
“내 계획이 완전히 무너지고 내가 사로잡혔다는 소식을 지금쯤 아르펨이 들었을 거다. 게다가 난 내 전투 마법사들을 모두 끌고 황도에 왔다. 그 끔찍한 괴물들을 상대할 수 있는 마법사들은 아무도 없지.”
“그 괴물들을 직접 보았나?”
“봤지. 지옥에서 나온 자식들 같더군. 아마 삽시간에 내 영지를 둥지로 삼을 것이고 이윽고 주변 영지 또한 점령할 거다.”
티그리스는 비열하게 웃는 올페르 백작의 머리를 당장에 터뜨려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놈은 운이 좋았다.
아직 살 가치가 남아 있으니까.
티그리스는 올페르 백작을 내팽개쳤다.
“마음이 바뀌었다.”
“뭐······?”
“나달에게 넘기도록 하지. 네가 아는 모든 걸 다 토해낼 때까지 살려주도록 하겠다.”
“분명 날 죽이겠다고······. 안 돼! 안······!”
티그리스는 검면으로 올페르 백작의 관자놀이를 쳐 기절시켰다.
티그리스는 그리고 침착하게 생각했다.
어떤 종류의 키메라들일까?
일단 레비스가 만들어낸 월식 기사들과 검은 사신은 없을 것이다.
레비스를 봉인함과 동시에 모두 없앴으니까.
가장 최악은 ‘핏줄 거미’일 것이고 그나마 대처가 쉬운 키메라라고 한다면 ‘블러드 써커’일 것이다.
만약에 핏줄 거미가 올페르 백작의 성을 점령했다면?
올페르 백작의 성은 향후 100년간 사용할 수 없는 불모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큰 의문점이 하나 남는다.
왜 아르펨이 키메라를 사용하기로 한 걸까?
키메라들로 황국 전역을 점령할 수 있는 전략이라도 있는 걸까?
키메라가 끔찍한 괴물들인 것은 맞지만 키메라들만으론 부족하다.
그들을 조종하는 로타의 권속들이 직접 나서야 할 텐데 그것은 필히 전력을 노출하게 되어 있고, 티그리스에게 표적을 당하기 쉽다.
티그리스는 검에 묻은 피를 한번 휘둘러 털어냈다.
일단 중요한 것은 이 사실을 황국에 빠르게 알리는 것이다.
하루라도 더 빨리 대처하지 않으면 수십만 명이 죽을 것이다.
티그리스는 수정구를 들었다.
* * *
마왕성의 가장 깊숙한 곳.
어디를 둘러봐도 무채색만 가득한 왕의 회의실에서 아르펨은 눈을 떴다.
아르펨의 눈은 자연스럽게 회의실에서 가장 높지만 외로운 곳으로 향했다.
그곳엔 잿빛을 머금은 황금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고, 그 위에 로타가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로타.”
아르펨의 부름에 로타는 부스스 눈을 떴다.
“무슨 일이지?”
“올페르 백작이 실패했다.”
로타는 코웃음을 쳤다.
“그게 무슨 큰일이라고. 당연히 실패하는 계획 아니었나?”
“때론 결과보단 과정이 중요할 때가 있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올페르 백작의 계획은 30분도 채 되지 않아 완벽하게 실패했다. 민간인 희생자도 하나도 없지.”
로타는 듣기 지루한 듯 하품을 쩍 했다.
“그래. 네가 그토록 주장하는 티그리스가 미래를 보고 왔다는 가설이 맞아떨어졌다는 말을 하려는 건가?”
“그렇다.”
“그런데 티그리스 그놈이 진짜 신비의 땅에서 미래를 보고 온 게 확실하나? 내가 신비의 땅에 대해 조사해 봤는데, 신비의 땅에 다녀오면 굉장히 빨리 늙는다더군.”
“티그리스는 6성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검강을 사용할 줄 안다. 노화 정도는 어떻게든 막았겠지. 아니면 성물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
“뭐야.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잖아.”
“그러니까 네가 확인하고 오라는 것이다. 신비의 땅이 어떤 곳인지.”
로타는 눈썹을 찌푸렸다.
“내가 가기 싫다고 말을 했을 텐데? 신비의 땅은 시간과 공간이 뒤섞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영혼도 속박되는 주술적인 공간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거기 들어갔다가 죽으면 신비의 땅이 사라질 때까지 난 방황할 거다.”
“신비의 땅에 가면 사라진 네 영혼의 반쪽을 찾는 미래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 아닌가? 지금 그 모양 그 꼴로는 천 년이 지나도 전력에 도움이 하나도 안 될 거다.”
로타는 검지로 팔걸이를 툭툭 치며 생각했다.
아르펨의 말이 틀린 것은 하나도 없다.
영혼의 반이나 사라져서 권속을 늘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 않나?
그렇다고 언제까지 몸이 완벽하게 회복될 때까지 가만히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느낌이 좋지 않다.
뭔가 그곳에 가면 안 좋은 일을 당할 것 같다랄까?
아르펨은 굉장히 이성적이라서 감을 잘 믿지 않지만, 로타는 특유의 감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난 적이 많다.
“······그냥 내 영혼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는?”
“불가능하다. 그러다가 이 행성의 지성체들이 알아서 자멸할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로 엘프들과 드래곤이 이 행성에서 사라지지 않았나? 내 계산에 따르면 2천 년 내로 이 행성의 인간들과 수인이 멸망할 가능성은 무려 98%나 달한다.”
“음······. 그러면 좀 곤란하긴 하지.”
로타와 아르펨은 과거에 이런 실패를 경험하고 긴 잠에 빠져들었더니, 모든 지성체들이 자멸한 걸 경험해본 바가 있다.
그것이 바로 전 행성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행성을 오염시키지 못하면 다른 지성체를 찾는 여행을 떠나야 할 것이고, 그사이에 여왕이 죽으면 아르펨과 로타도 죽는다.
이 행성에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감을 따르느냐 아니면 이성을 택하느냐.
로타는 찝찝한 마음을 안은 채 입을 열었다.
“알았다. 그럼 할 수 없지. 다녀오겠다.”
“홀로 다녀올 수 있겠나?”
로타는 천천히 일어나 아르펨에게 걸어왔다.
“여왕님 덕분에.”
로타의 몸에 가려 보이지 않던 커다란 눈이 의자에 나타났다.
그 눈동자는 데굴데굴 움직이며 로타와 아르펨을 쳐다봤고, 로타와 아르펨은 의자를 향해 공손히 인사를 드렸다.
“모든 것은 여왕 폐하를 위하여.”
“모든 것은 여왕 폐하를 위하여.”
여왕이 눈을 스르르 감았다.
* * *
나달은 올페르 백작의 심문을 마치고 티그리스의 집무실로 향했다.
티그리스의 집무실엔 베르강과 바스티얀 그리고 레인로버가 자리에 앉아 키메라 사태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논의하고 있었다.
“나달. 올페르 백작의 말은 사실인가?”
“네. 키메라들을 지하 수로에 몰래 풀어 사형수들과 민간인들을 먹이로 줘서 키웠다고 합니다. 숫자는 셀 수도 없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나달은 심각한 표정으로 황국 지도를 꺼내 세 곳을 짚었다.
“길리온 왕국이 올페르 백작에게만 키메라를 준 게 아니라고 합니다. 해리퍼드 자작가와 샬롱 자작 가문에게도 키메라를 넘겼다고 합니다.”
“해리퍼드 자작가와 샬롱 자작가라면 귀족파 가문이군. 위치가 어디지?”
티그리스는 지도를 펼쳐 해리퍼드 자작가와 샬롱 자작가의 위치를 확인했다.
황도 빅토리에와 에이미로 자치령을 연결하는 남부 철도를 포함하고 있었다.
레인로버는 메마른 입술을 이로 물었다.
“만약 키메라들이 이대로 남하한다면 에이미로 자치령과 밀림이 고립될 겁니다. 키메라들이 선로를 망가뜨리고 둥지로 삼는 순간 보급로가 완전히 차단되니까요.”
“게다가 지금은 봄입니다. 파종해야 하는 시기에 키메라들이 황국 전역에 활개 친다면 올해 수확량은 바닥을 찍겠죠.”
“키메라만 걱정할 게 아니에요. 현재 길리온 왕국의 정국은 굉장히 불안합니다. 내부 정치적인 문제를 전쟁으로 해결하려 들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그때, 고든이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급보입니다. 해리퍼드 자작령과 샬롱 자작령에 있는 트레인 가드들과 연결이 끊겼다고 합니다.”
“벌써요?! 올페르 백작을 잡은 지 8시간밖에 되지 않았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놈들은 도시를 습격을 하기 전에 가드 포인트를 먼저 습격했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송수신 아티팩트가 훼손되어 로랑 남작령 이남 지역으론 통신이 되지 않습니다.”
송수신 아티팩트는 열차의 선로와 가드 포인트에 일정 거리마다 숨겨져 있다.
그 송수신 아티팩트를 이용해 전문을 주고받는 것인데, 그게 훼손되었으니 이제 에이미로 자치령과 소통할 수단이 전혀 없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럼 에이미로 자치령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전혀 모른다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나달이 지도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너무 이상하지 않습니까? 키메라들은 근처에 인간이 많은 곳을 본능적으로 찾아내 공격한다고 했으니 남부 철도와 연결된 도시를 습격하는 것까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도시가 아니라 왜 가드 포인트를 먼저 공격한 겁니까?”
“그러고 보니 맞네요. 가드 포인트에도 트레인 가드들이 있다곤 하지만 사람들이 몰려 있는 도시를 노리는 게 맞을 텐데 왜 가드 포인트들을 먼저 노린 걸까요?”
티그리스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로타의 권속들이 키메라를 조종하고 있는 걸 겁니다.”
“그러고 보니 키메라들은 로타의 권속들의 명령을 받는다고 했죠?”
베르강은 식은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문제가 심각하군요. 놈들이 단순한 지능 낮은 몬스터일 때는 어떻게든 대처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놈들이 권속들의 통제를 받는 군대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놈들은 황국의 주요 기반 시설을 먼저 공격할 것이고 길리온 왕국과 협력하여 남부를 아예 쑥대밭으로 만들 겁니다.”
“혹시 권속들이나 키메라의 단점 같은 건 없을까요? 그것을 노려보면 될 것 같은데요.”
사람들은 모두 티그리스를 쳐다보며 입을 열길 기다렸다.
모두 회귀록을 읽어봤기 때문에 키메라와 로타의 권속들의 약점을 알고 있었지만, 티그리스의 입에서 듣는 것만큼 정확한 것은 없기 때문이었다.
티그리스는 펜을 들었다.
“어떤 권속의 키메라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로타의 권속들에겐 공통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모든 권속들은 자신이 개발한 키메라들만 조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키메라들과 40㎞이상 떨어지면 통제가 불가능하죠.”
티그리스는 각 가드 포인트를 중심으로 40㎞ 반경의 원을 그렸다.
그리고 티그리스는 원이 겹치는 두 곳을 짚었다.
해리퍼드 자작령의 상업 도시 ‘그레미오스’와 샬롱 자작령의 수도 ‘뤼펜’이었다.
“현재 로타의 권속들은 이곳과 이곳에 있을 겁니다. 그리고 현재 살아남은 로타의 권속들은 셋이니, 마지막 하나는 올페르 백작령의 수도 ‘리벡’에 있을 가능성이 높겠죠.”
“만약에 로타의 권속들을 모두 죽인다면 어떻게 되는가?”
“키메라들은 본능에 이끌려 날뛸 겁니다. 키메라들은 권속들이 없으면 적아를 구분하지 못하거든요.”
그 약점을 알아낸 덕분에 황국이 최후의 전쟁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티그리스를 포함한 소수의 결사대가 로타의 권속들을 암살했고, 통제력을 잃은 키메라들이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전세가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키메라들은 본능에 휘둘리는 몬스터들이 아닙니다. 로타의 권속들의 명령을 받는 군인이죠. 하나로 단결된 군대보단 본능에 충실한 키메라를 상대하는 것이 훨씬 상대하기 편할 겁니다.”
“그럼 목표는 두 가지군. 선로를 빠르게 복구하는 것과 그레미오스와 뤼펜 그리고 리벡에 숨어 있는 로타의 권속들을 처리하는 것.”
“그것도 빠르면 빠를수록 피해는 줄어들 겁니다.”
베르강은 지도를 둘둘 말아 품속에 집어넣었다.
“황제 폐하께 설명을 드리고 작전 허가를 받아오겠네. 세밀한 작전 계획은 열차 내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하지.”
베르강은 고든과 함께 밖을 나갔고 티그리스는 나달을 보며 말했다.
“혹시 마탄총 생산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지금의 마탄총으로 키메라들을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땅을 숨어다니는 오염 두더지나 분쇄자나 핏줄 거미는 기사나 마법사 없이 처리하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블러드 써커라든가 오염 박쥐처럼 육체가 단단하지 않은 키메라들은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생산 시기를 더 앞당겨야 한다는 말이군요.”
“라칸과 말레우스 님께 그리 전해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나달은 집무실을 떠났다.
티그리스는 레인로버를 보며 말했다.
“황녀 전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아뇨. 그게 아니라. 결혼식이 또 미뤄지겠군요.”
뜬금없는 결혼식 이야기에 레인로버는 순간 멍을 때렸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게요. 이 정도면 하늘이 저희 둘을 어떻게든 갈라놓으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러니 먼저 이걸 드리려고 합니다.”
티그리스는 품속에서 작은 반지 상자를 꺼냈다.
반지 상자 안에는 한 쌍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 있었다.
“이건······.”
“성좌의 던전에서 만난 뮤네라는 엘프로부터 받은 반지입니다. 원래 결혼식 날 드리려고 했는데, 이대로 가다간 끝없이 미뤄질 것 같아 먼저 드리려고 합니다.”
티그리스는 멍하니 반지를 바라보고 있는 레인로버의 왼손을 잡아 끼웠다.
“그러니 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레인로버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라 마음이 복잡했다.
“······저도 같이 가면 안 되는 건가요?”
“레인로버 황녀님께서 직접 가시기엔 너무 위험합니다.”
“제가 로타의 권속들을 상대하기엔 아직 부족해서 그런 건가요?”
티그리스는 답을 하기 힘들었다.
아직 레인로버는 고대의 영혼과 계약을 하지 못한 상태다.
소환술사는 얼마나 강력한 소환수와 계약하느냐에 따라 전투력이 달라진다.
고대의 영혼 정도가 아닌 다른 몬스터들로 로타의 권속들을 상대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니 레인로버가 상처를 받을 것 같고 거짓말을 하자니 티그리스의 고고한 본능이 막아선다.
“그건······.”
“제가 실언을 했네요. 죄송해요. 티그리스 경이 너무 위험한 곳에 가니까 저도 같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이기적이었네요.”
티그리스는 어떤 말로 레인로버를 위로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고 있었다.
티그리스는 레인로버를 부드럽게 안았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빨리 돌아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하게 돌아오는 게 중요하죠.”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티그리스는 레인로버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매만지며 말했다.
“그리고 이 반지는 단순한 결혼 선물이 아닙니다. 엘프의 말에 따르면 그 반지에는 정령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정령이요? 그럼 이게 정령석이라는 뜻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세계수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레인로버 황녀 전하께서 그 정령의 선택을 받으신다면 정령술사가 되실 수도 있을 겁니다.”
“제가 정령술사가 될 수 있을까요?”
“네. 그럴 겁니다.”
“왜죠?”
이성적인 대답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티그리스는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입을 열었다.
“그게 제가 아는 레인로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