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93)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93화
키메라(2)
베르강은 바람처럼 황제의 허가를 받고 왔다.
더불어 황금 기사들과 철혈 마법사들의 지원까지 끌어오기까지 했다.
숫자가 늘어난 만큼 보급 문제가 신경이 쓰였지만, 하이덴 백작 쪽에서 모두 해결해 주기로 했기 때문에 몸만 가면 되었다.
티그리스는 열차에 같이 오르는 바스티얀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학교장님도 가십니까?”
“나 하나 없다고 해서 학교가 안 돌아가면 그건 학교에 문제가 있는 거지 내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네. 그리고 나는 제국 대학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네.”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지금은 제국 대학에 큰 문제가 있지 않은가?
“지금 마법학부 재조정 건 때문에 알렌 학부장님께서 밤낮없이 일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요?”
“제국 대학 문제보다 이 키메라 사태를 해결하는 게 우선 아니겠는가? 혹시 7서클의 화염계 대마법사가 없어도 될 정도로 사태가 간단한가?”
바스티얀이 그렇게 말을 하니 할 말은 없지만, 단순히 키메라 사태 때문이 아님을 티그리스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올페르 백작을 놓쳐 버린 일 때문에 황국이 키메라 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늦어진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건 바스티얀의 잘못이 아니기도 하고 올페르 백작의 공격으로부터 감옥 시설을 완벽하게 지켰으니 임무를 다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지금 설명해도 의미가 없겠지.’
증원하겠다고 역 앞까지 나온 상황에서 바스티얀을 돌려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기도 하고, 바스티얀의 도움이 절실한 것도 맞는 사실이다.
괜한 말로 바스티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싶진 않았다.
“그건 아닙니다.”
“그럼 문제는 해결됐군. 그럼 어서 지도나 펼치게. 사건 해결부터 해보지.”
인퀴지터 요원들은 대륙 지도를 세팅된 지휘용 칠판에 고정을 시켰다.
그리고 나달이 곧바로 보고를 시작했다.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내용은 1급 기밀임으로 외부로 내용이 유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달은 칠판에 사진 몇 장과 보고서를 붙였다.
“우선 해리퍼드 자작령과 샬롱 자작령 그리고 올페르 백작령에서 기밀 작전을 진행 중이던 요원들의 보고 내용을 토대로 보고드리겠습니다.”
원래 키메라 때문이 아니라 올페르 백작 쪽에서 군대를 일으키지 않나 감시하기 위해 배정해 둔 요원들이라고 들었다.
이번 키메라 사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순국했다고 들었는데, 피가 묻은 보고인 만큼 티그리스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올페르 백작으로부터 얻은 정보대로 키메라들은 지하수로에서부터 나왔으며 시각은 오전 9시 54~55분경에 최초로 발견되었습니다. 올페르 백작의 작전이 최종적으로 실패했다고 판단되는 오전 9시 35분에서 불과 2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키메라들이 나타난 것입니다.”
베르강이 손을 들고 입을 열었다.
“그럼 빅토리에 내부에 키메라 마법사들의 스파이가 있었다는 말인가?”
“그럴 가능성은 낮습니다. 올페르 백작령과 해리퍼드 자작령 그리고 샬롱 자작령에 보내진 전문 송수신 내용을 확인해 본 결과 작전 실패 최초 보고가 9시 11분경에 송신되었고 9시 52분경에 올페르 백작령에서 수신받았습니다. 아마 그 보고를 받은 올페르 백작령 측의 키메라 마법사들이 움직인 것 같습니다.”
‘같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지만 나달은 확신에 찬 듯한 목소리로 답을 했다.
왜냐하면 이번 올페르 백작 측에 전문으로 작전 실패 보고를 한 자들을 죄다 잡아들여서 심문했기 때문이었다.
올페르 백작 심문 과정에서도 로타와 아르펨의 지원을 받은 건 성물밖에 없었다고 했으니 황도 내부 스파이는 없는 것이 확실했다.
“물론 전문보다 더 빠른 통신 수단을 키메라 마법사 측에서 보유하고 있다면 모르겠습니다만······.”
나달이 은근슬쩍 티그리스를 쳐다보자, 티그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전문 같은 빠르고 확실한 통신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한, 놈들은 통신구를 이용한 단거리 무선통신 수단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아르펨에게 장거리 통신 수단이 있다고 했을 때 굉장히 놀란 것이다.
그런 게 있었다면 회귀 전에 티그리스의 유격전에 왜 그렇게 휘둘렸을까?
‘아르펨의 통신체계는 십중팔구 제한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분명하다.’
예상컨대 아르펨이 직접 나서야만 한다거나 아니면 시간제한이 있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럼 이어서 발견된 키메라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달은 사진을 하나하나 짚으며 말했다.
“올페르 백작령에서 나타난 키메라는 한 종으로 거미 형태의 키메라입니다. 특이하게 거미들의 팔이 모두 인간의 팔 모양의 구조를 하고 있으며 다리가 8개가 아닌 10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머리부터 발까지 대량 2.5~3m로 오크 정도의 크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티그리스는 침음을 삼켰다.
티그리스는 저 키메라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로타의 손 스페스가 만든 역작 중의 역작.
핏줄 거미다.
‘저놈만 나오지 않길 바랐는데.’
사막에 사는 거미들이 그렇듯이 굴을 파고 거미줄을 쳐 둥지를 만드는데, 저들은 굴을 파는 대신 도시 전체에 거미줄을 쳐 둥지를 만든다.
그 거미줄이 다른 거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의 핏줄을 꼬아 만든 거미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놈들의 거미줄에는 수분이 많아 불로 태우려고 해도 잘 태워지지 않으며, 심지어 핏줄 거미는 핏줄을 이용해 각종 요술을 부린다.
유독가스 분출은 기본이고, 발목을 잡는 덫을 설치하거나, 핏물로 만든 가시를 뿌리는 등 점령한 지역을 수비하는 데 있어서 괴랄한 능력을 보유한 키메라다.
저 핏줄 거미를 공략하는 방법은 마법사들이 대량으로 마법 폭격을 가해 거미줄을 죄다 없애고 기사들이 진입해 거미들을 죽이는 단순한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거미줄이 터지면서 유독가스가 자욱하게 깔리기 때문에 절반은 죽을 각오를 하고 들어가야만 했다.
‘저건 내가 처리해야겠군.’
하지만 티그리스라면 다르다.
티그리스는 거미줄을 죄다 날려 버릴 수단이 있다.
바로 샐러맨더의 검.
샐러맨더의 검은 무엇이든 불태울 수 있는 화염을 만든다.
그리고 핏줄 거미의 독을 정화할 수 있는 오러 운용술도 회귀 전에 개발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
나달은 이어서 계속 설명했다.
해리퍼드 자작령에서 발견된 키메라들은 두 가지 종으로 ‘오염 두더지’와 ‘오염 박쥐’였고 샬롱 자작령에서 발견된 키메라는 ‘인면 나무’와 ‘분쇄자’였다.
오염 두더지와 오염 박쥐는 로타의 코 포에토의 키메라고, 인면 나무와 분쇄자는 로타의 발 사티로스의 키메라였다.
다행히 인면 지네라든가 악몽 기사, 오염 덩굴과 같은 키메라들은 만들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키메라들이 본격적으로 활개치기 시작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5~6년 뒤였으니 아직 개발 중일 가능성이 높았다.
“현재 키메라들은 굉장히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파악된 정보에 따르면 철도 선로부터 파괴하고 있으며 인간들을 우선적으로 사냥하는 것이 아닌 지역을 먼저 점령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고든이 손을 들고 입을 열었다.
“그 말은 키메라 마법사가 키메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통솔하고 있다는 뜻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현재 키메라들은 선로와 가드 포인트를 모두 망가뜨린 후 후방으로 빠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숫자를 복구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공격이 들어올 수 있을 겁니다.”
베르강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휘봉을 들었다.
“이제부터 우리의 작전 목표를 설명하겠습니다. 우리의 작전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최우선 목표는 키메라들을 몰아내 전문 송수신용 아티팩트를 정해진 구간마다 심어 에이미로 황자령과의 통신망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목표는 키메라 마법사들을 발견해 즉각 처리하는 것이고요.”
“두 번째 작전은 누가 수행하는 겁니까?”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에 극소수의 인원만 참여할 겁니다.”
“인원 선발 기준은 어떻게 됩니까?”
“두 번째 작전의 인사 결정 권한은 제게 없습니다.”
베르강은 덤덤히 자신을 쳐다보는 티그리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작전 수행자는 오직 티그리스 경의 선택을 받은 자만 참여할 것입니다.”
군사 전문가들과 황금 기사들은 모두 티그리스를 흘금 쳐다봤다.
티그리스가 대단하긴 한 것은 맞긴 한데 왜 베르강이 아닌 티그리스가 인선 결정권을 갖고 있는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을 밖으로 꺼낼 정도로 간덩이가 부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베르강은 칠판을 툭툭 치며 말했다.
“그러니 그것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작전에 대해 계속 설명하겠습니다. 전문 송수신용 아티팩트는······.”
티그리스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티그리스는 이곳에 오기 전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가 정해져 있었다.
황금 기사들과 철혈 마법사들이 선로를 점령할 수 있도록 로타의 권속들의 시선을 끄는 것.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적의 가장 큰 약점을 노리는 것이다.
그 위치는 여기에 있는 모두가 알고 로타의 권속들도 안다.
올페르 백작령의 수도 ‘리벡’이다.
* * *
아르펨은 핏줄 거미들의 핏줄로 만들어진 왕좌에서 눈을 떴다.
“기침하셨습니까?”
제일 먼저 눈에 보인 것은 무릎을 꿇고 있는 거구의 사내였다.
사내의 몸은 큰 후드로 가려져 있었지만 이따금씩 불룩불룩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몸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현재 진행 상황은?”
“지시하신 대로 남부 철도와 가드 포인트들을 망가뜨렸습니다. 에이미로 황자령과 밀림은 황국으로부터 완벽하게 고립되었습니다.”
“좋군.”
아르펨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내려갔다.
스페스는 고개를 더욱 조아리며 입을 열었다.
“아르펨 님.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말해라.”
“명령을 주신 대로 지금까지 제작한 모든 키메라들을 풀어놓긴 했습니다만, 왜 벌써 일을 진행하신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너무 성급한 것 같나?”
“제 미천한 생각으론 그렇습니다.”
“급한 게 맞다.”
아르펨은 주변을 둘러싼 핏줄 거미들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날카로운 무기가 있다는 것 하나쯤은 보여줘야 길리온 왕국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겠지. 안 그런가?”
“맞습니다.”
“그러니 포에토와 사티로스에게도 전해라. 철저히 황국을 유린하라고. 그리고······ 너희도 욕구불만이지 않았나?”
아르펨은 스페스가 가슴 깊이 숨기고 있는 저열한 욕망을 알고 있었다.
아르펨의 권속들과 다르게 로타의 권속들은 특별한 감정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인간이란 종족을 더욱 탐구하고 더 나은 종족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연구하고자 할 뿐.
물론 로타의 뿔 같은 특별 케이스도 있긴 했지만, 그 또한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가 되고 싶어 하는 연금술사의 본능이 있었다.
사티르스와 포에토도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젠 숨어서 연구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까?”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탐구하고 연구하라. 그리고 그 결과물을 나와 로타에게 보여주거라. 너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하구나.”
“흐흐······. 흐흐흐흐······!”
스페스의 후드가 찢겨 나가며 가려졌던 스페스의 몸이 드러났다.
그의 몸에는 12개의 크고 작은 손들이 촉수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명령······ 받들겠습니다.”
* * *
작전 회의가 끝이 나고 티그리스는 개인 방으로 향했다.
그때, 나달이 티그리스를 불렀다.
“티그리스 경.”
“무슨 일이지?”
“잠깐 시간 되십니까?”
티그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개인실 안으로 나달을 들여보냈다.
개인실은 1등석보단 넓진 않지만 침대 하나와 소파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넓은 칸이었다.
나달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아공간 주머니에서 작은 함을 꺼냈다.
“이건······.”
보지 않아도 함에서 피어오르는 진한 마나의 향기에 티그리스의 손이 움찔거렸다.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가져갈 뻔했다.
“급하게 준비하느라 일단 하나밖에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걸 몇 개나 만들 수 있습니까?”
“물론이죠.”
나달은 작은 함을 열었다.
그 안에는 진한 황금빛을 내뿜는 환단이 하나 들어가 있었다.
“드래곤 하트가 생각보다 굉장히 크고 갖고 있는 마나가 많더군요. 드래곤 하트를 7조각을 내서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그 이상 먹으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더군요.”
나머지 6조각은 누구를 줘야 할까?
샤를로트와 아이린은 줘야 하는 것이 맞는데······.
나달은 잡념에 빠진 티그리스의 앞에 환단을 내밀었다.
“그나저나 평범한 기사가 이 환단을 흡수하려면 최소 1달, 길면 1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전 사흘이면 충분합니다.”
티그리스는 환단을 집어 들었다.
손끝으로 마나가 흡수되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굉장히 정순하면서도 광포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걸 먹으면 티그리스는 단숨에 7번째 고리를 완성시킬 수 있다.
아니, 욕심을 부린다면 8번째 고리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지도······.
“그럼 사흘간 이곳에 아무도 출입하지 말라고 전해두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이 영약의 이름은 뭡니까?”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드시고 좋은 이름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달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이건 뭡니까?”
“황제 폐하께서 드리라고 하신 성물입니다.”
티그리스는 함을 열었다.
그 안에는 예전에 봤던 망토가 들어 있었다.
“이건······ 북극성의 망토군요.”
모험가라고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원하는 망토.
현재 위치 파악, 아공간, 단거리 순간이동, 온도 조절, 자동 세척 등 웬만한 보조 능력을 다 갖고 있는 성물이다.
티그리스가 맡은 임무의 특수성을 보자면 굉장히 필요한 성물이다.
“아공간에 비상용 텔레포트 스크롤도 집어넣으셨습니다. 좌표는 봄의 궁전으로 고정해 두었으니 만약 위험하면 즉각 사용하시라고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티그리스는 망토를 집어 들었다.
망토 아래에는 작은 쪽지가 붙어 있었다.
[우리 딸 울리지 말게.]티그리스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원래 망토만 받으려고 했는데 상자까지 통째로 받아야 할 것 같다.
티그리스는 상자까지 나달에게 건네받았다.
“당분간 제가 밖을 나올 때까지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해주십시오. 집중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나달이 나가자 티그리스는 바닥에 정좌로 앉아 숨을 깊게 들이시고 내쉬었다.
환단을 먹기 전 마음을 정돈할 필요가 있다.
‘가자.’
약 1시간 동안 명상을 마친 티그리스는 환단을 입에 털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