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94)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94화
키메라(3)
열차는 선로가 연결되어 있는 마지막 역, 페기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본래 로랑 남작령의 수도인 페기는 본래 빅토리에에서 닷새는 걸려야 하는 거리다.
하지만 물자 보급 문제 때문에 헤이든역에 잠깐 들렀던 것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역을 정차하지 않고 쭉 달렸기 때문에 나흘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페기역에 도착하자 전쟁의 향취가 코끝을 간질였다.
피 냄새와 수성용 아티팩트를 과부하 될 정도로 사용하면 나는 텁텁한 먼지 냄새까지.
이곳도 키메라들에게 공격을 받는 격전지였다.
열차에서 황금 기사들과 철혈 마법사들이 내리자 가까스로 키메라들에게서 도망친 피난자들이 모여들었다.
“베르강 경이다! 황금 기사도 왔어!”
“우리는 살았다! 티그리스 경도 왔어!”
“황제 폐하께서 우리를 버리지 않은 거야!”
몇몇 사람들은 황제 폐하를 찬양하며 자신들을 구하러 왔다는 것에 희망을 부르짖었지만······.
“우리 아이가 아파요! 제발 포션 하나만 주세요!”
“배고파요! 빵 하나만 주세요!”
“이 열차를 타면 황도로 이동할 수 있소?! 값은 치를 테니 내 아이만이라도 태워주시오!”
대다수의 사람들은 배고픔과 추위에 고통을 받아 구해달라고 부르짖을 뿐이었다.
심지어 황금 기사들과 철혈 마법사들이 먹을 식량을 내리는 걸 보자 피난민들의 눈이 뒤집혀 앞다투어 달려들었다.
“저기 빵이다! 빵! 고기도 있어!”
“어서 줘! 어서!”
“멈춰라! 이놈들이······!”
피난자들이 벌떼처럼 몰려왔고, 로랑 남작령에서 파견 온 경비병들과 기사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럼에도 말을 듣지 않지 않자 창대나 곤봉으로 때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피난민들은 당장의 매질보다 굶주림의 공포가 더욱 컸기 때문에 맞으면서 어떻게든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고 했다.
고든은 경비병들 사이로 팔을 내뻗은 피난민들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로랑 남작님께서 구호소를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남작 가문의 기사 하나가 지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구호소는 한계까지 가동하고 있습니다. 남작님께서도 하루에 한 끼 정도만 드실 정도로 물자를 아끼지 않고 풀고 계시죠.”
“그런데 왜 저리 굶주린 사람이 많죠?”
“피난민이 상상 이상으로 너무 많아서 그렇습니다. 정확한 숫자는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만······ 약 10만 명이 몰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계속 피난민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거고요.”
심지어 아직 겨울 보리를 추수할 수 없는 보릿고개라서 비축된 식량이 거의 다 바닥이 난 상태였다.
전해 듣기론 피난민들이 굶주림의 공포 때문에 아직 덜 자란 보리를 마구잡이로 뽑아가 버린 탓에 추수할 보리마저 없다고 한다.
이게 키메라 사태가 터진 지 닷새 만에 일어난 일이라곤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우리가 먹을 식량을 조금이라도······.”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일까지 신경 쓰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고든은 옆을 쳐다봤다.
티그리스가 덤덤한 표정으로 피난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농부가 아니라 기사다. 우리는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인 키메라들을 쳐 죽이기 위해 온 거지 피난민들을 구휼하기 위해 온 게 아니다.”
이 광경은 티그리스의 입장에선 질리도록 많이 본 상황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회귀 전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다.
지금은 병사들이 곤봉과 창대로 시민들을 통제할 수 있지만, 회귀 전엔 곤봉이 아니라 칼을 들어도 식량과 깨끗한 물을 발견하면 도적떼로 변모하여 무조건 털어갔으니까.
그래서 식량 창고나 포션 창고의 위치는 극소수의 군인들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들을 그냥 보고 지나칠 순 없지 않습니까?”
티그리스는 너무나도 기사다운 고든의 말에 한숨이 새어 나올 뻔했다.
이것은 비단 고든만의 생각이 아니라 다른 황금 기사들과 철혈 마법사들의 생각이란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회귀 전 티그리스도 황금 기사였었기 때문에 고든과 이들이 왜 이렇게 잔뜩 해이해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들은 황국의 신민들과 황제를 지키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 사람들이다.
피를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눈앞에 있는데 이를 가만히 지켜보는 것은 이들의 입장에선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티그리스는 따끔한 말을 해주려다가 로랑 남작 가문의 기사들이 있기 때문에 적당한 대답을 해주기로 했다.
“흑토 지대에서 구호물자가 올 거다. 다행히 재작년과 작년에 풍작을 맞아서 비축하고 있는 식량이 제법 있었다더군.”
“아!”
빈스모크 백작이 흑토 지대를 통일하면서 농부들이 농사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2년 연속 전례 없던 풍작을 맞았다.
그래서 현재 흑토 지대에는 밀이 풍족하게 남아 있었다.
그 악독한 빈스모크 백작의 덕을 이런 식으로 보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 했지만,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것이다.
“피난민들에게 일주일 내로 구휼 물자가 도착할 테니 차분히 기다리라고 전하도록. 내가 보장한다고 전해라.”
고든과 로랑 남작 가문의 기사의 죽은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네! 알겠습니다! 티그리스 경!”
로랑 남작 가문의 기사가 떠나자, 티그리스는 덤덤히 입을 열었다.
“고든. 아직 저들에게 연민을 갖기엔 이르다.”
“네?”
티그리스는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주시했다.
그 구름 위에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저 괴물들이 오늘 밤 이들이 감당해 내야 할 키메라들이다.
이런 해이한 정신 상태로 저 괴물들을 상대하면 제아무리 황금 기사들과 철혈 마법사들이라고 하더라도 전멸할 수도 있다.
“오늘 밤이 지나면 저 피난민들이 너를 불쌍하게 여길테니까.”
티그리스의 냉철한 말에 고든의 등골이 오싹했다.
* * *
깊은 밤이 되자 성채를 지키는 로랑 남작령의 병사들은 덜덜 떨었다.
“제······ 제발. 제발 여기로는 오지 마라. 제발.”
“젠장. 오늘은 보름달인데 하필 구름이 이렇게 짙게 깔리다니.”
“조용히 해. 그러다가 박쥐 놈들이 오겠어.”
키메라 마법사들이 만들어냈다던 키메라들은 하나같이 끔찍한 것들밖에 없었다.
땅 밑을 파고 다니며 간이 성채를 한 번에 무너뜨려 버리는 오염 두더지부터 시작해서.
익스플로전 마법이 걸린 수성용 아티팩트로도 가죽에 흠집조차 가지 않는 분쇄자.
나뭇가지를 채찍처럼 사용해 사람을 케이크처럼 잘라 버리는 인면 나무까지.
오로지 인간을 죽이기 위해 태어난 악마들이 캄캄한 어둠에 몸을 숨겨 자신들을 노리고 있었다.
그중에 병사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어둠의 적막함에 몸을 숨겨 소리 없이 다가와 사람들을 납치해 가는 오염 박쥐였다.
오염 박쥐에게 당한 사람들은 일말의 비명 소리와 함께 귀신처럼 사라졌는데, 벌써 그렇게 당한 병사들만 무려 300명이 넘었다.
“제발. 여신이시여······.”
“룩스 여신은 재수 없게 왜 찾아. 너도 그 빌어먹을 흡혈귀 놈들이냐?”
“하지만 우리에게 남은 신이 룩스밖에 없잖아. 그럼 누구한테 비는데.”
“그건······.”
그때, 뒤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축축한 습기를 머금은 뜨거운 콧김과도 같았다.
병사들은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성채에 박혀 있는 횃불에 비친 거대한 박쥐가 자신들을 향해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오염 박쥐였다.
“미······!”
-샤아아아아아!
죽음을 확신한 병사들이 혼절하기 직전 바람을 가르고 날아온 은빛 검기가 박쥐의 몸통을 양단했다.
짙은 녹색 빛깔의 끈적한 피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병사들에게 튀었다.
그러나 병사들의 몸에 튀기 직전, 푸른 실드가 오염 박쥐의 피를 우산처럼 막아주었고 오염 박쥐의 피는 실드를 타고 미끄러지듯이 흘러 떨어졌다.
“이······ 이게 무슨······.”
갑작스러운 실드 마법에 병사들이 당황할 무렵 성벽 계단으로 두 사내가 걸어오고 있었다.
“오염 박쥐의 피엔 맹독이 있다면서? 냅다 그렇게 죽이면 어떻게 하나?”
“바스티얀 님이 실드를 써주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허, 참.”
횃불에 비친 얼굴을 보자 신문에서나 보던 사내 둘이 자신들의 눈앞에서 농담이나 따먹고 있었다.
그들은 황도를 구한 영웅 티그리스와 7서클 대마법사 바스티얀이었다.
“몸은 괜찮은가?”
“아······. 예. 예.”
“그럼 눈을 모두 감게.”
“네? 아, 네.”
병사들은 군말 없이 눈을 꽉 감았고 바스티얀은 하늘에 1서클 섬광 마법을 수십 발 터뜨렸다.
그러자 하늘을 곡예하며 날아다니던 오염 박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뿐만이 아니라 오염 박쥐들은 갑작스레 바닥에 추락했다.
쿵-! 쿵!
떨어진 오염 박쥐들만 무려 400마리가 넘었다.
놈들은 타는 듯한 눈을 감싸 쥐며 바닥을 뒹굴었다.
날지 못하는 박쥐들은 기사들의 밥이나 다름이 없었다.
“오염 박쥐들을 죽여라!”
“오염 박쥐들의 피가 묻지 않게 철혈 마법사들은 기사들에게 실드 마법을 써주도록! 피나 체액이 묻으면 살이 썩어 들어간다!”
“박쥐들은 빛에 약하다! 정신을 차린 박쥐 놈들이 보이면 눈에 섬광 마법을 터뜨려 주도록!”
“땅에 떨어진 박쥐들은 날지 못한다. 그러니 안심하고 뒤를 노려라!”
기사들은 시력을 잃은 박쥐들을 손쉽게 잡아냈고, 그 모습을 쳐다보는 바스티얀은 덤덤히 입을 열었다.
“자네 말대로 오염 박쥐는 섬광에 굉장히 취약하군.”
“네. 그렇습니다.”
오염 박쥐들의 약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땅에선 빠르게 날아다니지 못하고 어느 정도 양력을 얻을 수 있는 고지대에서 날개를 펼쳐야 날 수 있다.
지금처럼 땅에 떨어진 이후엔 뒤뚱뒤뚱 걸어 다니며 도망칠 수밖에 없다.
그것 외에도 박쥐들은 공격 마법보다는 디버프 마법에 취약하다는 점이라든가 디버프 마법 중에서도 마찰력 계수를 높이는 ‘거친 피부’ 마법에 취약하다는 것도 황금 기사들과 철혈 마법사들은 알고 있었다.
모두 인퀴지터 비밀 요원들이 얻어낸 정보라고 꾸미긴 했지만, 그 모든 것은 티그리스의 회고록에서 나온 정보였다.
“전열을 가다듬고 박쥐들을 한곳으로 몰아라!”
“놈의 약점은 날개다! 날개부터 없애!”
황금 기사들과 철혈 마법사들은 그 정보를 토대로 차분하게 오염 박쥐들에 대응하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보고 있자니 티그리스는 뭐라 표현하기 힘든 감정에 휩싸였다.
원래 이 공략법은 셀 수도 없이 많은 기사들과 마법사들의 피로 적어 내려간 귀중한 정보다.
그 병사들의 얼굴을 일일이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 앞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기사들과 마법사들 중에 티그리스의 눈에 익은 자들이 몇몇 있었다.
자신의 피와 살점을 바쳐서 만들어 낸 공략법이 자기 자신을 구원하다니.
이 광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서 절로 손에 힘이 들어갔다.
“오염 두더지나 인면 나무는 근처에 없는 듯하군. 원래 밤에 잘 활동을 안 한다고 했지?”
“인면 나무는 햇빛을 받아야 활동을 할 수 있고 오염 두더지는 밤에 번식 활동을 합니다. 놈들이 명령을 내리지 않는 한 별도의 행동은 보이지 않을 겁니다.”
티그리스는 멍하니 자신들을 쳐다보는 병사들을 향해 손짓을 했다.
“너희들은 부상자가 없는지 확인해 보도록.”
“아! 예!”
병사들은 눈치 좋게 망루에서 떠났고 티그리스는 입을 열었다.
“오늘 밤, 저 혼자 올페르 백작령으로 향하겠습니다.”
“너무 위험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나달이나 베르강 경을 데려가는 게 좋을 듯싶은데.”
“아뇨. 선로 복구 작업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제가 혼자서 움직이는 것을 놈들이 확인하면 생각보다 더 많은 키메라들을 유인할 수 있을 겁니다. 놈들의 입장에서 저를 굉장히 죽이고 싶어 할 테니까요.”
바스티얀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자네의 뜻이 그러하다면······. 알겠네.”
티그리스는 성벽 난간에 올라 검을 뽑았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하늘을 뒤덮었던 구름이 반쪽으로 갈라지며, 눈부신 달빛이 전장에 쏟아졌다.
바스티얀은 어이없다는 듯이 티그리스를 쳐다봤다.
“7성 기사가 되더니 하늘까지 가르는군.”
“아직 부족합니다.”
티그리스는 달처럼 창백했던 우노를 떠올렸다.
“신을 베려면.”
* * *
말은 그렇게 했지만 티그리스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족쇄를 차고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강했는데, 이젠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티그리스의 심장에서 돌고 있는 7개의 고리가 있었다.
화르륵!
티그리스의 검이 한번 움직이자 메뚜기 떼처럼 하늘을 뒤덮은 오염 박쥐들이 죄다 불타 사라졌다.
하늘에 눈이 내리듯 재로 변한 박쥐들의 사체들이 나풀나풀 떨어져 숲을 뒤덮었다.
‘······효력이 더 좋아진 것 같은데?’
과거 게헨나의 검이라고 불렸던 샐러맨더의 검의 효과는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냥 티그리스가 7번째 고리를 완성시키고 나서 확실히 실력이 좋아졌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주 미세한 차이까지 느끼고 변주할 수 있는 티그리스로선 이 과도한 능력의 향상에 기시감이 느껴졌다.
샐러맨더의 검의 성장의 원인은 무엇일까?
티그리스는 답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의 인식이 변했군.’
게헨나의 검이 마녀의 시대를 지나 역사가 통째로 사라지고 변하며, 샐러맨더의 검으로 퇴화했듯이 도마뱀 성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자세히 알아봐야겠어.’
그래야 샐러맨더의 검이 어떤 식으로 변모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티그리스는 잡념을 없애고 검을 다시 휘둘렀다.
티그리스의 검 끝이 향한 곳은 숲이었다.
티그리스의 오러와 함께 뒤섞여 만들어진 화염의 파도는 숲을 파괴했다.
엘프들이 보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끔찍한 광경임에도 불구하고 티그리스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
-우어어어어어어!
나무에 화염이 닿을 때마다 나무들에게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티그리스가 태운 것은 그냥 나무들이 아니라 나무로 위장한 인면 나무들이었다.
인면 나무들은 살아 있는 나무들의 껍질을 벗기고 나뭇잎을 떼어내 위장을 하는데, 위장을 알아보지 못하고 인면 나무 숲에 들어온 희생자들을 찢어발긴다.
일반 나무와 인면 나무를 구분하는 방법은 딱 두 가지가 있다.
티그리스처럼 마나 감지로 찾아내거나, 나무 주변 땅이 파헤친 것과 같은 흔적이 보이면 그 나무는 인면 나무였다.
‘벌써 숲을 이루었군.’
인면 나무는 다른 키메라들에 비해서 번식력이 느리다.
그도 그럴 것이 인면 나무는 새끼를 치려면 반드시 인간의 머리가 하나 이상 필요하기 때문에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키메라가 등장한 지 나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숲을 이룰 정도로 인면 나무들이 많다는 것은 적어도 이 나무들의 숫자만큼 사람들이 죽었다는 뜻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일까?
천 명? 아니, 2천 명?
만 단위로 세어야 할까?
티그리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젠 익숙해진 줄 알았던 전쟁의 향취가 티그리스의 몸에 배기 시작하자 분노의 감정이 들불처럼 타올랐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로타의 권속들을 죄다 찢어발겨 죽인다.
‘우선 스페스부터.’
티그리스의 시선이 저 멀리 보이지 않는 ‘리벡’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