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205)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205화
마녀들의 신전(3)
레인로버의 미간이 좁혀졌다.
“결국 드래곤과 거인들이 인간들을 괴롭히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 아닌가요?”
드래곤과 거인들이 인간을 노예로 삼아 인신 공양과 황금과 보석을 요구했고 이를 견디다 못한 인간들이 마왕을 만들었다.
당연히 인간에게 무거운 책임이 있긴 하지만, 드래곤과 거인들에게 책임이 아예 없다곤 할 수 없었다.
“물론 모든 종족들이 평화롭고 욕심 없이 공존해 왔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지. 하지만 그게 가능하다고 보니? 인간도 전쟁을 벌이고 피를 흘리잖아.”
“······물론 그렇긴 하죠.”
“인간도 그런데 거인이나 드래곤보고 평화롭게 공존하자고 얘기하면 말이 먹힐 것 같니? 그건 절대 불가능해.”
거인들과 드래곤은 성질이 포악하고 지배욕이 강하다.
그런 거인들과 드래곤들에게 인간과 드워프를 괴롭히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하는 것은 엘프보고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마왕 사건도 터졌으니 평화협정 같은 걸 맺어도 되는 거 아니었나요?”
아모리스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평화협정? 나도 당시 신비의 땅에 봉인되어 있어서 각 종족들 사이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 수 없어. 하지만 보나 마나 뻔하지. 성산과 함께 멸종의 위기에 봉착한 네 마리의 드래곤과 왕의 핏줄을 잃어버린 거인들은 화풀이할 대상이 필요했을 거야. 그래서 인간을 모두 죽이자고 했겠지.”
“엘프들이나 수인 그리고 드워프는 왜 동조했는데요?”
“드워프 녀석들은 발언권조차 없으니까 말도 못 꺼냈을 거고, 수인들은 생각이 없으니까 눈치 보다가 흐름에 탑승했겠지. 엘프의 경우엔 세계수의 뜻이 아닐까 싶은데. 세계수한테 뭐 들은 거 없어?”
티그리스는 세계수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세계수는 단순히 인간을 못 믿어서 그런 겁니다. 언젠간 인간들이 마왕을 부활시키거나 새로운 마왕을 탄생시킬지 모른다고 생각한 거겠죠.”
“하긴 세계수는 언제나 인간의 욕심을 경계했어. 그놈의 운명론을 들먹이면서 인간들 사이에서 재앙의 씨앗이 탄생할 징조가 있었다고 뻔질나게 얘기하던 놈이었지.”
아모리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어느 정도 이해가 갔지? 어떻게 인간들이 마왕을 탄생시켰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대략적으로 이해는 갔어요. 그런데 조금 궁금한 게 있어요.”
“뭔데?”
“마왕을 탄생시키는 방법을 로타나 아르펨도 모를까요?”
“그거야 당연하지. 놈들이 1,300년 전에 있었다면 모를까 마왕을 탄생시키는 법을 어떻게 알아?”
“아, 그게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을 성좌로 만드는 방법이요.”
“······어?”
듣고 보니 그랬다.
로타와 아르펨 그리고 우노는 성물이나 성좌에 관해선 모르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현세에 성좌를 강림시키는 것 정도야 모를까?
“그러니까 로타와 아르펨이 마왕을 만들어낼 거란 얘기야?”
“아니면 이미 만들었을 수도 있고요.”
티그리스는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회귀 전엔 마왕처럼 불사의 능력을 가진 녀석은 없었습니다. 만약 성좌를 강림시킬 수 있는 지식을 갖고 있었다면 진작에 사용했겠죠.”
“사용 안 하긴요. 이미 사용했잖아요.”
“사용했다고요?”
“로타랑 아르펨이요. 그 둘의 이해가 불가능한 능력의 원인이 성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지 않으세요?”
티그리스는 그간 풀리지 않았던 퍼즐이 맞춰지는 듯해 소름이 돋았다.
“······그러니까 아르펨과 로타가 성좌라는 겁니까? 마왕과 같은?”
“안 그러고서야 권속들에게 그런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줄 수 있겠어요? 그리고 오러라곤 한 방울도 없는 아르펨이 티그리스 경의 검을 피해냈다면서요. 그건 어떻게 설명하실 건가요?”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다.
“그 말이 맞다면 로타와 아르펨과 관련된 이야기가 이미 세간에 떠돌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하지만 로타와 아르펨과 관련된 이야기는 회귀 전에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저희야 모를 수 있죠. 하지만 길리온 왕국의 사람들이라면 다를 거예요.”
“시민들이 알고 있었다면 이미 황국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졌을 겁니다.”
“당연히 아무에게나 알려줬을 리는 없겠죠. 믿을 만한 성기사나 사제들에게만 은밀하게 알려줬을 거예요.”
아모리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혹시 지금까지 성기사들이나 사제들에게 룩스의 새로운 교리를 가르친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있었나?”
“그 이야기는 20년 전부터 있었어요. 룩스의 교리가 조금 과격해졌고 인간을 제외한 이종족들에게 배타적인 성향이 강해졌다는 이야기가 돌았죠. 그래서 길리온 왕국이 거의 대놓고 수인들을 납치해 올 수 있었던 거고요.”
“별자리 이야기는?”
“그것까진 저도 자세히 알진 못해요. 전 어렸을 때부터 그리 성실한 룩스교 신자가 아니었어서······.”
레인로버의 추측이 날카롭긴 했지만, 정확한 물증이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티그리스나 아모리스는 레인로버의 추측이 거의 99% 맞다고 생각했다.
“그건 룩스교 성기사나 사제를 잡아서 물어보면 될 겁니다. 그러면 로타와 아르펨을 상징하는 별자리에 대한 단서도 잡을 수 있겠죠.”
추가로 잘하면 우노의 별자리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레인로버는 상자 안에 같이 들어 있던 녹슨 검을 들었다.
“그나저나 이 검은 누구 건가요?”
아모리스는 덤덤히 말했다.
“호스 거야.”
“호스가 사용한 검이라면 ‘문나이트’라는 성물 아닌가요? 성물도 이렇게 녹슬 수 있나요?”
“호스는 검을 하나만 사용하진 않았어. 제일 유명한 것은 성물 문나이트가 맞지. 하지만 그 외에도 드워프들이 만들어낸 보검 ‘레퀴엠’도 사용했고, 또 다른 성물인 ‘상투스’도 사용했지. 사실 전장에서 잡히는 대로 그냥 막 사용한 것 같아.”
“아하······.”
“그래도 호스에게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검은 하나가 있지. 호스의 가문으로부터 사사받은 보검 ‘실렌시움 라쿠스’라는 검이야. 그게 바로 이 검이지.”
레인로버는 아모리스에게 검을 건넸다.
“이 검에 특별한 능력이라도 있는 건가요?”
“그건 아니야. 이 검은 호스의 가문, 그러니까 소로나 왕가의 보검이야.”
아모리스는 녹슨 검 면을 쓰다듬었다.
“호스는 티그리스 너처럼 가문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겨서 매일 이걸 차고 다녔어. 의식을 치르거나 기사 책봉을 할 때 항상 실렌시움 라쿠스를 사용했지. 그리고······ 생을 마감할 때도 이 검을 사용했어.”
“호스의 시체는 어디에 있죠?”
아모리스는 상자를 뒤져 굉장히 두꺼운 속죄록을 하나 꺼냈다.
“마리아의 속죄록을 보면 호스는 자신의 시체를 멸지의 몬스터들이 먹도록 버려달라고 부탁했다고 해. 자신에겐 무덤도 사치라고 하면서 말이야.”
아모리스는 검을 놓고 속죄록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그리고 호스······ 아니, 티그리스 네가 환생한 이유도 여기에 적혀 있어.”
[검을 휘두를 땐 그 어느 때보다 냉철했지만 뜨거운 심장을 가진 호스는 신전을 완성시킨 후 밖을 나섰다.] [인류의 정점에 선 그의 육체는 시간마저 비껴가 늙지도 않고 쇠퇴하지 않아 죽음조차 쉽지 않았다.] [그래서 호스가 택한 죽음은 그토록 그가 사랑했던 소로나 왕가의 보검 실렌시움 라쿠스에 의해 죽는 것이었다.] [검을 휘두르는 데 있어서 단 한 번을 주저하지 않았던 호스는 자신의 육체를 상대로도 주저하지 않았다.] [실렌시움 라쿠스는 조용히 호스의 심장을 파고들어 등을 뚫고 나왔다.] [피 냄새를 맡은 오우거 무리들이 미친개처럼 달려온다. 그리고······]글이 중간에 끊겨 다음 장을 넘겼다.
다음 장엔 오우거의 녹색 피와 붉은 피가 진득하게 묻어 있었다.
[호스 이 빌어먹을 새끼.] [개새끼.]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 줄 알면서.]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버텨왔는데.] [넌 거짓말쟁이야.] [모든 게 끝나면 우리 함께 늙어 죽자고 했잖아.] [행복하길 바란 건 아니었어. 그냥 너와 함께하고 싶었을 뿐인데.] [넌 왜 나만큼 버티질 못한 건데?] [난 너만 바라보며 버텨왔는데.] [넌······ 아니, 우리는 이렇게 끝나면 안 돼.] [우리는 결국 행복해야만 해.] [다음 생에서라도.]아모리스는 책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마리아는 굉장히 뛰어난 마녀이기도 했지만 혼령술을 제법 다룰 줄 알았어. 하지만 그 어려운 전생술까지 다룰 수 있을 거라곤 생각을 하지 못했지.”
“······마리아가 그럼 전생에 성공했다는 이야긴가요?”
아모리스는 티그리스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그래. 그러니까 호스의 영혼이 여기에 담겨 있는 거겠지. 이 못된 놈아.”
“······전 호스가 아닙니다.”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덧나냐?”
“아모리스 님께 잘못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얼씨구? 그럼 마리아를 보면 미안하다고 할 거야?”
티그리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럴 의향은 있습니다.”
“의향은 무슨 무릎 꿇고 미안하다고 백번 천번 절해도 모자랄 판에······ 쯧.”
아모리스는 티그리스를 흘겨보며 말했다.
“그럼 어서 미안하다고 말해.”
“······네?”
“넌 이럴 때만 눈치가 없는 것 같다?”
아모리스는 티그리스의 앞에 레인로버를 대령했다.
“어서 미안하다고 말하라고. 마리아한테.”
“에?”
아모리스는 레인로버를 따뜻한 눈빛으로 보며 말했다.
“그래. 맞아. 레인로버. 네 전생이 바로 마녀 마리아야.”
레인로버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제, 제가 어떻게······. 전 혼령도 못 보는데요? 마리아는 혼령술을 잘 다뤘다면서요. 제 전생이 마리아라면 소환술이 아니라 혼령술에 재능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대신 마녀들처럼 몬스터들과의 교감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잖아. 그리고 네가 혼령을 못 보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네. 1,000년이나 육체 없이 영혼만 이승을 떠돌았을 테니, 영혼에 상처를 입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
아모리스는 박수를 짝! 쳤다.
“아무튼 티그리스, 어서 아모리스에게 사과해. 이 여자 마음을 가지고 논 나쁜 놈아.”
티그리스는 뻘쭘하게 레인로버를 쳐다봤다.
레인로버도 지금 이 상황이 얼떨떨해 머리칼만 매만질 뿐이었다.
티그리스는 이 상황이 굉장히 불편해 그냥 하지 말까 고민했지만 세계수와의 대화가 갑자기 떠올랐다.
-용서해 주십시오. 호스. 당신에게 너무나도 모진 일을 시켰습니다.
이미 티그리스는 세계수로부터 호스의 입장에서 사과를 받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은 호스가 아니라는 둥 이야기를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았다.
티그리스는 고개를 숙여 정중하게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기이하게도 레인로버는 티그리스에게 사과를 받자 뭔가 가슴 속에 꽉 막힌 응어리가 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 * *
밤이 깊어지기도 했고 배가 고프기도 해서 잠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레인로버는 빵을 수프에 적셔 먹으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언제부터 제가 마리아라는 걸 안 건가요?”
“한 달 정도 됐나?”
“그런데 왜 티를 전혀 안 내셨어요?”
아모리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걸 어떻게 말해. 사실 넌 마녀였고 내가 아끼던 동생이었다고 말하면 네가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
“······음.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참은 거야. 티그리스가 오면 전부 설명하려고.”
“아하······.”
티그리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 속죄록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군요.”
“하긴 이걸 가져가면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역사가 뒤엎어질 거야. 룩스교는 더 배척을 당할 것이고, 마녀사냥을 옹호했던 다른 가문들도 골 아파할걸? 특히 네 가문 말이야.”
노르베르드 가문의 보검은 마녀 사냥꾼 자리의 성물 드윈의 검이다.
만약 성좌의 이름과 성물의 이름을 바꾼다면, 드윈의 검의 능력은 필히 바뀌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 드윈의 검의 능력이 어떤 능력으로 변모하게 될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 마녀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되면 드윈의 검에 들어 있는 마법을 베어내는 능력이라든가 바람을 날리는 능력이 사라질 수도 있어. 물론 더 좋은 능력으로 변모할 수도 있겠지만······.”
“드윈의 검의 능력이 변하면 그건 더 이상 노르베르드 가문의 상징이 아니게 되겠죠. 노르베르드류는 현재 드윈의 검의 능력을 모방하고 있으니까요.”
티그리스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깊게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분들의 잃어버린 명예보다 더 중요할진 잘 모르겠습니다.”
“뭐, 사실 내가 이래라저래라 떠들긴 했지만, 결정 내려야 하는 건 결국은 너희 둘밖에 없어.”
티그리스의 영혼은 호스고 레인로버의 영혼은 마녀 마리아다.
그러니 이 속죄록을 공개할지 말지 결정할 권리는 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레인로버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로타와 아르펨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요. 지금 괜히 마녀들의 비밀을 밝혀봤자 좋을 건 하나도 없죠.”
“타이밍이 아니라 이거지?”
“네. 모든 게 마무리되고 난 이후에 진실을 밝혀도 나쁘지 않아요.”
티그리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난 이후에 가주님께 제대로 설명드리고 드윈의 검을 봉인해 둬야 한다고 말씀드리면 이해하실 겁니다.”
“그래. 그게 좋겠다.”
아모리스는 티그리스의 옆에 놓여 있는 녹슨 검을 보며 말했다.
“그럼 그 검은 어떻게 할래? 가져갈래?”
“어차피 너무 망가져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역사적 가치로나 의미가 있겠죠.”
“드워프들에게 맡기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죠. 호스의 검이라고 대놓고 밝힐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이것도 함께 봉인해 두겠습니다.”
티그리스는 입을 손수건으로 닦은 후 말했다.
“한 가지 여쭈어보지 못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뭐가 또 궁금한 게 있어?”
“성좌를 죽이는 방법이 정말로 사람들이 성좌를 모두 잊는 방법 하나밖에 없었습니까?”
이제 기억이 모두 돌아왔으니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아모리스는 성좌를 죽이는 또 다른 방법을 알고 있지 않을까?
아모리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 방법 하나밖에 없어. 나랑 페레이라가 마왕을 봉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마왕 자체가 불사의 몸이기 때문도 있었지만, 성좌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기도 해.”
“그럼 우노나 아르펨 그리고 로타를 죽이려면······.”
“그 셋을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네가 우노를 알고 있는 행성을 모두 찾아가지 않는 이상.”
티그리스는 침음을 삼켰다.
아모리스의 기억을 되찾았지만 결국 답은 정해져 있었다.
우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그 방법이 뭡니까?”
“우노의 성물이 분명 이 땅에 있겠지. 아니면 아르펨이나 로타처럼 살아 있는 인격체로 돌아다니고 있거나. 그 연놈들을 싹 잡아다가 신비의 땅에 마왕과 함께 봉인시켜 버리는 거야.”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됩니까?”
“각 성좌마다 성물은 단 하나밖에 내릴 수 없어. 그놈들의 성물을 신비의 땅에 묻어버리면 우노나 아르펨이나 로타 때문에 대륙이 멸망할 일은 없겠지.”
“레비스처럼 말입니까?”
“그래. 그 레비스처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우노의 야욕을 완전히 막을 순 있다.
티그리스와 레인로버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지금으로선 그게 최선이네요. 그런데 문제는 아르펨과 로타의 영혼을 잡아둬야 한다는 건데······.”
아모리스는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그건 내 전문이니까 걱정하지 마. 넌 내 앞에 아르펨과 로타를 대령하기만 하면 돼.”
아모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제 정리하고 돌아가 볼까? 안개의 숲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썼어.”
“네.”
* * *
아모리스와 티그리스 그리고 레인로버는 황도로 복귀했다.
나달과 라칸이 때마침 트리니티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곤 세 사람은 트리니티로 향했다.
그리고 나달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우노의 별자리와 성물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그, 그곳이 어디죠?”
트리샤는 대륙 지도를 펼쳐 펜으로 한 지점을 가리켰다.
“멸지, 그것도 마왕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