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209)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209화
어린 세계수
아이린이 일어나자 주변엔 사람들이 가득했다.
샤를로트와 리니아, 트리샤, 네메시스, 소라, 레인로버······ 그리고 티그리스가 있었다.
아이린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티그리스였다.
“스승님······.”
“세계수를 만나고 온 건가?”
“네······. 그······.”
아이린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자꾸 입을 열려고 해도 혀가 마비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티그리스는 아이린의 상태를 곧바로 이해했다.
티그리스도 세계수와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고 거의 하루 종일 잠만 자지 않았던가?
아이린은 지금 상당히 피곤할 것이다.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된다. 우선 푹 자라.”
“아뇨······. 분명 전해달라는 말이······.”
“전해달라는 말?”
아이린은 눈꺼풀 위에 거인이라도 올라탄 것처럼 자꾸 눈이 감겨왔다.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게 아니라······.”
아이린은 몰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아주 작은 말만 남긴 채.
“스승님 따님이 너무 보고 싶다고······.”
아이린은 그대로 기절했다.
* * *
순간 정적이 흐르고 주변에 몰려 있던 사람들은 모두 티그리스와 레인로버를 쳐다봤다.
티그리스에게 몰래 숨겨놓은 딸이 있었던가?
정황상 세계수가 아이린에게 이야기를 해준 것 같은데, 당최 머릿속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세계수는 어떻게 티그리스의 딸에 대해 알게 되었고, 어떻게 소통한 것일까?
네메시스는 겨루의 어깨를 잡고 뒤흔들었다.
-겨루야! 세계수한테 뭐 들은 거 없어? 티그리스 님을 꼭 닮은 딸이 있다고?!
-에······? 에?! 티그리스 교관님께 딸이 있대요?! 어떻게 생겼어요? 귀여워요?!
베르강은 불안한 눈빛으로 레인로버를 쳐다봤다.
너무 충격을 받아 뒷목을 잡고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레인로버의 표정은 평온하다 못해 고요했다.
베르강은 그게 더 불안했다.
“······황녀 전하 괜찮으십니까?”
“네? 뭐가요?”
중증이다.
아예 귀까지 막아버린 건가?
아니면 충격이 너무 커서 기억이 순간 날아가 버린 걸까?
레인로버는 베르강의 표정을 읽곤 피식 웃었다.
“티그리스 경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는 거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나랑 손잡는 데만 반년이 넘게 걸린 숙맥이 딸을 만든다고? 허! 차라리 마른하늘에 벼락 맞아 죽을 확률이 더 높죠.”
레인로버는 당연히 아이린이 헛소리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티그리스가 난봉꾼도 아니고 여자를 건드리고 다닐 리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레인로버와도 달달한 연애를 할 시간도 없는데 아이를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황녀 전하.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습니다. 말씀이 조금 거치십니다.”
“거칠다고요? 뭐가 거칠어?! 첫 연애의 달달함도 정도껏이지 지금 너무 달아서 혀가 마비되게 생길 정도인데, 누구는 그렇고 그런 짓을 몰래 한다고? 그게 말이야 방구야! 안 그래요? 베르강?!”
“아······.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이성적으론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레인로버의 마음은 자꾸 흔들렸다.
티그리스에게 딸이라니!
딸은 내가 낳고 싶었는데?!
이상한 망상이 얽히고설켜 레인로버의 정상적인 사고 회로가 작동하지 않고 자꾸 오작동을 일으켰다.
레인로버는 티그리스를 자신도 모르게 노려봤다.
“뭐, 사실 우리끼리 왈가왈부해 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쵸?”
사람들은 말은 하고 있지 않았지만 티그리스의 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티그리스는 레인로버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입을 열었다.
“저도 아이린이 무슨 말을 한 건 지 잘 모르겠습니다.”
참다못한 소라가 소리쳤다.
“그러니까 바람 피운 거냐고 안 피운······ 으읍!”
네메시스는 소라의 입을 틀어막았다.
“조용히 해. 소라.”
티그리스는 깊게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전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니 해명을 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아이린을 깨울까요?”
“아뇨. 아이린은 놔두십시오. 지금은 충분히 쉬어둬야 하니까요. 그러니 세계수에게 가봅시다.”
그 말을 끝으로 티그리스는 병실을 나섰다.
살짝 빠른 걸음으로.
* * *
티그리스는 세계수 앞에 도착했다.
레인로버처럼 트리니티에 계속 있었던 사람들은 세계수를 매일같이 봐서 별 감흥이 없었지만, 티그리스는 제법 신선했다.
미약하지만 세계수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시원하면서도 청명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티그리스는 마치 칭찬을 바라는 아이처럼 꼬리를 살랑거리는 겨루를 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빨리 컸군. 다른 나무들보다 2~3배는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것 같은데?
-네! 역시 세계수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솔직히 제가 할 일은 거름을 주고 세계수가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벌레를 쫓는 일뿐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가만히 있으면 심심할 테니까 이야기도 자주 해주고 동화책도 읽어주기도 했죠. 아! 세계수는 마왕을 무찌른 용사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말하기 편한 수인어로 세계수 이야기가 나오니까 방언처럼 말이 터져 나온다.
지금은 겨루가 얼마나 열심히 세계수를 키웠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기에 티그리스는 겨루의 말을 끊었다.
-그것보다 세계수와 대화를 한 적이 없다고 했던가?
-네. 제가 일방적으로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일상 이야기를 해준 것밖에는 없어요.
그렇다면 세계수와 이야기를 주고받은 사람은 아이린밖에 없다는 뜻이리라.
‘흠······.’
티그리스는 세계수와 대화를 나눴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분명 티그리스가 세계수의 몸에 손을 가져다 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면 세계수에 손을 가져다 대면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티그리스는 손을 뻗어 세계수의 파릇한 이파리를 만졌다.
티그리스의 뜨거운 체온 때문에 이파리가 화상을 입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여리며 풋내가 난다.
‘별 반응이 없군.’
아이린과 대화를 하면서 세계수도 제법 지쳤을 것이다.
아마 이야기를 나누려면 제법 시간이 필요하겠지.
역시 아이린이 깨어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나?
그렇게 포기하려던 순간 티그리스의 왼손이 꿈틀거렸다.
“음?”
티그리스는 왼손을 봤다.
티그리스의 왼손 약지에 껴 있던 다이아몬드 반지가 마치 알을 깨고 나오려는 새처럼 부리로 툭툭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건 뮤네가 선물해 준 정령이 들어 있는 반지다.
이게 움직인다는 뜻은 하나다.
‘설마······.’
결국 티그리스의 반지에서 찬란한 황금빛을 토해내는 정령이 튀어나왔다.
솔직히 겉모습만 봤을 땐, 정령이라기보단 엘프를 작게 축소시켜 놓은 요정과 같은 모양새였다.
요정은 티그리스에게 달려들며 우렁차게 외쳤다.
“아빠아아아!”
요정은 티그리스의 목을 껴안았다.
킁카킁카 냄새도 맡고 목덜미에 키스까지 한다.
마치 새끼 강아지가 주인을 보자마자 꼬리를 흔들며 달려드는 것 같다.
“정말 보고 싶었어요! 정말! 정말! 정말!”
티그리스는 보기 드물게 굉장히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요정을 떨어뜨렸다.
“······정령인가?”
“앗! 내가 이런 실수를!”
그녀는 녹음이 뒤섞인 녹안을 반짝이며 가슴을 탁! 쳤다.
“전 세계수예요. 아빠!”
“······세계수?”
티그리스의 기억 속 세계수는 성인 여성의 모습이었다.
물론 아직 탄생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으니 어린 모습을 갖출 수 있다곤 하지만, 세계수가 밖으로 나왔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티그리스는 세계수의 진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얼굴에 가득한 하얀 휘광 때문에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못했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볼 수 있는 거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어떻게 밖으로 나온 거지?”
“정령의 몸에 제 의식을 집어넣은 거예요. 그러니까 저것도 저고 그리고 이 몸도 저죠!”
정령의 몸을 빌려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던 건가?
아니면 이 반지에 담긴 정령석이 특별한 것일까?
물론 뮤네가 말하길 이 반지를 낀 사람에게 알맞은 정령을 탄생시킬 수 있다고 하긴 했지만, 세계수가 의식을 옮길 수 있을 거라곤 생각조차 못 했다.
트리샤가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럼 세계수 님은 티그리스 경이 어디에 있든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세계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 그건 아니야. 이 정원 근처에서만 내가 있을 수 있어. 물론 아빠랑 아빠의 반지가 근처에 있다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세계수는 티그리스의 어깨에 올라탔다.
“근데 아빠는 저 안 보고 싶었어요? 굉장히 바쁘다는 건 들었는데 절 한 번도 안 보러 오신 건 너무 섭섭했어요.”
“······미안하다. 그런데 설마 아이린이 보고 싶다고 말했던 사람이 너였나?”
“네! 아이린과 약속을 했거든요. 아빠를 데려와 달라고요! 역시 바로 지켰군요! 이렇게 빨리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그렇군······. 그런데 궁금한 게 왜 나를 아빠라고 부르는 거지?”
“아, 그거요? 그냥 제가 그렇게 부르고 싶어서 그렇게 부르는 건데요?”
너무나도 당당한 답변에 티그리스는 말을 잃었다.
세계수가 그냥 아빠라고 부르고 싶다는데 부르라고 해야지.
문제는 티그리스가 아니라 레인로버다.
티그리스야 세계수가 뭐라 부르건 별 상관은 없지만 레인로버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티그리스는 레인로버를 조심스럽게 쳐다봤다.
“······그럼 내가 엄마? 이렇게 예쁘고 반짝거리는 요정이 내 딸이라고?”
레인로버는 홀린 듯이 세계수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안녕? 난 레인로버라고 해. 네 엄마야. 엄마라고 불러봐. 엄마.”
레인로버는 생각보다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네가 레인로버?”
“응. 맞아. 레인로버.”
틱!
세계수는 매몰차게 레인로버의 손을 내치며 표독스럽게 쳐다봤다.
“저리 가. 도둑.”
“어······? 도둑?”
“아빠는 내 거야. 훔쳐 갈 생각하지 마!”
세계수는 티그리스의 머리카락 뒤로 숨었다.
“그러니까 저리 가! 우리 아빠한테서 떨어지라구!”
세계수는 마치 어린 맹수처럼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소환수를 다루고 길러본 레인로버의 입장에선 조금 사나운 고양잇과 몬스터일 뿐이었다.
이렇게 질투심 많은 아이를 다루는 법은 생각 외로 간단하다.
병을 주고 약을 주면 된다.
“티그리스 경.”
“네. 황녀 전하.”
“이리로 와봐요.”
티그리스는 고개를 갸웃하며 레인로버에게 향했다.
그러자 티그리스의 머리카락 사이에 숨어 있던 세계수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저, 저리 가!”
“무슨 소리야? 내가 네게 간 게 아니라 티그리스 경이 내게 온 거야. 그리고······.”
레인로버는 티그리스에게 팔짱을 끼며 티그리스와 똑같은 모양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여줬다.
“우린 이미 결혼한 것이나 다름없는 사이야.”
“······아직 안 한 거잖아! 아직!”
“하지만 티그리스 경이 내게 먼저 고백했는걸? 그럼 결혼한 거나 다름이 없지.”
“하지만······. 하지만······.”
레인로버는 세계수가 어떤 심정으로 티그리스를 소유하고 싶어 하는지 대충 이해하고 있었다.
세계수는 지금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었다.
레인로버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세계수를 쳐다봤다.
“난 티그리스 경을 빼앗아 가지 않아. 세계수야.”
“······어?”
“티그리스 경은 너를 굉장히 아껴줄 거야. 그러기로 약속했거든.”
“거짓말······.”
세계수는 불안한 눈빛으로 티그리스의 귀를 안았다.
“그건 거짓말이야. 날 지켜주기로 했는데······. 날 소중하게 여겨준다고 했는데······. 나를 계속 떠나 있었는걸? 내가 아빠 얼굴 보려고 열심히 춥고 어두운 땅을 비집고 나왔지만 보이지 않았는걸?”
세계수는 굉장히 불안했다.
겨루가 항상 옆에 붙어서 지켜주겠다며 안심하라며 말도 해주고 동화책도 읽어줬지만, 분명 엄마가 말하기로 티그리스가 자신을 지켜줄 거라고 했었다.
하지만 새싹이 되어 일어날 때까지 한 번도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그래서 난 너무 슬프고 너무 무서웠어. 까마귀가 내 연약한 줄기 위에 앉아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됐어. 초여름에 분 세찬 바람을 견디기 위해 난 죽을힘을 다해 버텨야만 했어. 하지만 그때도 아빠가 없었어.”
세계수의 떨림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티그리스는 성좌의 던전에서 만났던 전대 세계수와 분명 약속했다.
세계수의 씨앗을 심고 보살펴 줄 것.
하지만 티그리스는 단순한 나무라고 생각을 하고 나무를 잘 보살피는 겨루에게만 일임을 했다.
그게 이 작고 여린 아이를 불안하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니까 우리 아빠 뺏어가지 마. 난 아빠가 필요해. 아빠가 있어야만 해. 그러니까 우리 아빠 뺏어가지 말아줘.”
레인로버는 부드럽게 세계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누구도 티그리스 경을 빼앗아 가지 않아. 세계수야.”
“하지만 너랑 결혼하면 아빠는 훌쩍 떠날 거잖아. 난 아빠랑 같이 있고 싶어.”
이 불안 증세는 레인로버가 뭐라고 말을 하든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티그리스만이 이 불안 증세를 호전시킬 수 있다.
레인로버와 티그리스의 눈이 마주쳤다.
티그리스는 어깨 위에서 떨고 있는 세계수를 조심스럽게 떼어내 눈을 마주쳤다.
“······미안하다. 내가 신경을 쓰지 못했다.”
“난 아빠가 많이 필요해. 난 아직 너무 어리고 약해. 난 보살핌이 필요해.”
“솔직히 말해서 난 너와 평생 같이 있을 수 없다. 난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세계수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었다.
“······나도 알아. 엄마한테 들었어. 아빠는 그 누구도 품지 못할 큰 소망을 갖고 있다고. 그래서 굉장히 바쁠 거라고.”
“그러니 너와 약속을 하겠다. 내가 네게 떠나 있는 시간만큼 너와 함께 하겠다고.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
“······정말? 진짜로?”
티그리스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래.”
“그럼 약속해.”
세계수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너무 작아서 티그리스의 손가락에 걸리지도 않을 테지만, 티그리스는 손가락을 내밀었다.
세계수의 새끼손가락 끝과 티그리스의 새끼손가락이 맞닿았다.
* * *
티그리스는 사실 할 일이 많았다.
드워프의 기록보관소에 들어가 텔레포트 게이트와 멸지와 관련된 정보들을 모아야만 했고.
곧 있으면 성물 우로스가 나타날 것이기에 공략 준비 또한 마쳐야만 했고.
샤를로트와 리니아, 아이린에 대한 검술 지도와 곧 있으면 2학기 개학 준비도 해야 했다.
하지만 티그리스는 세계수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검술 훈련이야 세계수 근처에 있는 공터에서 훈련을 하면 그만이고.
자료 수집은 드워프의 기록보관소에 있는 자료들을 대여해서 세계수의 옆에 앉아 읽으면 그만이고.
성물 우로스 공략의 대체적인 준비는 트리샤가 한 뒤 회의를 하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물론 샤를로트와 리니아의 검술 지도에 살짝 문제가 있었다.
샤를로트는 4성 기사고 이제 검기를 다룰 줄 알기 때문에 세계수의 근처에서 검기를 이용한 공방을 주고받다간 크게 다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었다.
바스티얀이 세계수를 지킬 수 있는 배리어 아티팩트를 선물한 덕분에 세계수는 전혀 다치지 않았다.
“샤를로트. 얼음창의 모양과 크기를 정형화하는 연습을 해라. 그렇게 불규칙하게 만들면 소모되는 오러도 많고 비효율적이다.”
“오오오!”
“리니아. 네 방검술의 핵심은 반격이다. 직선은 곡선을 이기지 못한다는 묘리를 떠올리며 비켜 막은 뒤 상대방의 몸을 열게 만들어라.”
“오오오오오! 아빠 멋있어!”
세계수는 티그리스가 검술 지도를 할 때를 굉장히 좋아했다.
티그리스가 검을 들면 겨루가 읽어준 마왕이 쳐들어와도 전혀 무섭지 않다고 할 정도였다.
“나도 검을 수련해 볼까? 에잇! 에잇!”
세계수는 근처에 떨어진 풀잎을 주워 휘둘렀다.
“지금이닷!”
찰칵! 찰칵!
레인로버와 겨루는 동시에 사진기를 들고 세계수가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찍었다.
“찌······ 찍지 말라니까?! 부끄러워!”
“왜~ 귀여운데!”
“나······ 귀여워?”
“응. 정말로. 다시 한번 검을 들어봐요. 우리 용사님.”
“이······이렇게?”
“응! 응!”
레인로버는 특유의 친화력 덕분에 세계수와 빠르게 친해졌다.
물론 아직 엄마라고 불러주지 않아 레인로버는 조금 아쉬워하긴 했지만, 그건 시간문제라며 꼭 세계수의 입에서 엄마 소리를 듣겠다고 했다.
그때, 네메시스가 급하게 달려왔다.
“아이린이 정신을 차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