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211)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211화
용살자의 부적
아모리스가 섭섭하다는 듯이 투덜거려도 티그리스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모리스 님이라면 무슨 뜻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혼자 있을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아모리스의 투정은 90% 이상이 농담이거나 티그리스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물론 티그리스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아모리스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니까 레인로버가 답답해하지. 원래 남녀 관계라는 게 말이야.”
아모리스는 티그리스가 전혀 흥미 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입맛이 뚝 떨어졌다.
“······됐다. 네가 레인로버한테 뒤지게 맞으면서 배우는 게 낫겠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아모리스는 로브 안에서 팔뚝만 한 이빨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빨은 갈색 가죽끈에 매달려 있었는데 워낙 커서 목걸이로 쓰진 못하고 옆구리에 착용해야 할 것 같았다.
“이건······ 드래곤의 이빨 아닙니까?”
“그래 맞아. 이걸로 재미있는 훈련 도구를 만들었어.”
“훈련 도구 말씀이십니까?”
티그리스는 드래곤의 이빨을 받아들였다.
이빨엔 복잡한 검은색 문양들이 음각되어 있었는데, 그 문양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빛을 점멸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끈적한 젤 같은 것이 문양을 타고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건 티그리스의 착각이 아니었다.
-이노오오오옴! 무엄하다! 감히 더러운 손으로 나를 만지는 것이냐!
이빨에서 어디선가 들어봤던 노성이 흘러나왔다.
이건 드라코레퀴엠에서 만났던 아우로므의 목소리였다.
“히이이익!”
티그리스의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던 세계수는 깜짝 놀라 하늘 위로 솟구쳤다.
“뭐야?! 뭐야?!”
-넌······ 더러운 세계수로군. 내가 기억하기론 세계수는 이미 사투티메오에게 죽은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 끄아아아아악!
아모리스가 이빨의 등허리 부분을 손톱으로 긁어내리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야. 도마뱀. 내가 너 필요할 때 아니면 말하지 말라고 했지?”
-죄······ 죄송합니다. 아모리스 님. 죄송합니다. 그러니 제발 한 번만······.
티그리스는 신기하다는 듯이 이빨을 쳐다봤다.
“도대체 드래곤을 어떻게 굴복시키신 겁니까?”
드래곤을 상징하는 단어를 말하라고 한다면 공포, 그다음에 따라오는 것이 오만이다.
세상에 잘난 존재가 자기들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놈들인지라 다른 종족들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심지어 같은 종족과도 협력하지 않는다.
마왕에 의해 성산이 무너지고 드래곤이 4마리밖에 남지 않았을 때에도 드래곤들은 서로 협력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이 만든 둥지를 과시하며 경쟁했을 정도니까.
“정신과 시간의 방에 집어넣고 돌렸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왕을 봉인한 봉인술 있지? 그걸 조금 응용해서 조금 괴롭혔다는 거지.”
그러니까 안개의 숲처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답답한 미로의 땅에 셀 수도 없이 오랜 시간 동안 아우로므를 가둬놨다는 소리다.
“그건 괴롭혔다기보단 고문을 했다는 게 맞는 표현이지 않겠습니까?”
“에이~ 이 정도 가지고 무슨.”
티그리스와 아모리스가 살던 시대가 1,000년이나 차이 나니 고문과 괴롭힘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다른 걸까?
아니면 아모리스가 그냥 악랄한 걸까?
······표정을 보아하니 그냥 아우로므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사실 말로는 쉽지만 이것도 노하우가 있어. 무식하게 1,000년을 혼자 놔두면 정신이 망가지거든. 그러니까 점진적으로 늘렸어. 처음에는 2년, 그다음에는 4년 그다음엔 8년 그다음엔 16년 이런 식으로. 마지막엔 128년 동안 고립시켰지.”
단순히 128년을 고립시켰다면 아우로므는 버텼을지 모른다.
그런데 고립되는 시간이 제곱 배로 늘어가니 제아무리 억겁의 세월을 산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 훈련 도구······ 도구라고 하면 조금 이상하니 부적이라고 하는 게 좋겠군요. 이 부적은 어디에다가 쓰는 겁니까?”
“너 곧 그란티스를 상대하러 가야 하잖아.”
“네. 맞습니다.”
“그럼 적어도 드래곤 피어에 저항하는 훈련은 해야지 않겠어?”
티그리스는 드래곤 피어에 미약하게나마 저항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눈을 마주치지 않았을 때 이야기고 눈을 마주치면 지금의 티그리스라고 해도 얼어붙는다.
그건 마치 가젤이 사자에게 먹히는 것처럼,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가능합니까?”
“내가 그 증거야. 난 드래곤 피어에 완벽하게 저항할 수 있거든.”
“어떻게 적응하신 겁니까? 그때도 이 부적으로 저항하신 겁니까?”
아모리스는 피식 웃었다.
“우리 땐 이런 게 없었지. 그냥 드래곤 피어를 온몸으로 맞으면서 싸우다 보니까 적응된 거야. 나나 페레이라나 그 무식한 아하드 녀석도 그렇게 적응했지.”
아모리스는 부적을 툭 건드렸다.
“그런데 지금은 드래곤이 없잖아? 그래서 마침 아우로므의 영혼도 있겠다 한 번 만들어본 거야.”
“이 부적이 드래곤 피어를 내뿜을 수 있는 겁니까?”
“그런 셈이지. 강도는 이 녀석이 알아서 조절해줄 거야. 그러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말고.”
단순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의외로 좋은 훈련법인 것 같았다.
티그리스도 처음 그란티스를 상대할 땐 드래곤의 발톱만 봐도 몸이 굳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란티스가 직접 티그리스를 노려봐도 몸이 굳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결국 드래곤 피어도 인간이 적응할 수 있다는 뜻이리라.
“시간은 충분하니까 천천히 훈련해 봐. 공략대에 들어갈 녀석들도 훈련시켜 주고.”
“감사합니다. 잘 사용하겠습니다.”
티그리스는 부적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으려다가 멈칫했다.
“그나저나 이 부적을 뭐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아모리스는 악당처럼 웃으며 말했다.
“음······. 글쎄 뭐라고 불러주는 게 좋을까? 딱히 정한 건 없어서 말이야. 그냥 ‘아우로므 병신 새끼’가 좋을 것 같은데?”
부르르르-
이빨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왜 화났어? 화냤냐구~”
-······으닙느다.
“야~ 이빨 부서지겠다. 그러다 늙으면 고생해~”
이빨을 툭툭 치면서 끌끌 웃는 아모리스를 보니 누가 악당인지 모르겠다.
“쉽게 용살자의 부적이라고 하겠습니다.”
“뭐~ 나쁘지 않네.”
한동안 계속 떨던 아우로므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야, 약속은 지켜주시는 겁니까? 아모리스 님?
“일이 다 끝나면 널 평온하게 보내주겠다는 거?”
-······네.
“그래 모든 일이 다 끝나고 나면 풀어줄게.”
아모리스는 실눈을 뜨며 이빨을 노려봤다.
“그런데 그걸 꼭 티그리스 앞에서 얘기해야만 했어? 설마 공증인을 만들고 싶어서 그런 거야?”
아우로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꾹 다물었다.
얼굴도 보이지 않고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모리스는 살기를 숨기지 않았다.
“네가 한 짓만 생각하면 평온하게 죽이는 게 아니라 아주 불태워 죽여버리고 싶지만 약속이니 지켜줄게. 하지만 너도 내게 약속했다시피 허튼짓하면 알지? 정신과 시간의 방에 네 자아가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박아놓을 거야.”
-······알겠습니다.
“그래. 앞으로 잘하자. 우리 도마뱀.”
아모리스의 시선이 티그리스의 목 뒤로 향했다.
그곳엔 세계수가 있었다.
“그나저나······.”
“히익!”
세계수는 아모리스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티그리스의 등 뒤로 숨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아모리스는 굉장히 무서운 모양이었다.
“이거 세계수야?”
“네. 맞습니다.”
“흐음······. 그래?”
아모리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벌써 이 정도로 성장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다른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멸지 말이야. 세계수를 이용하면 멸지에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지.”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조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아모리스는 잔디밭에 앉았다.
티그리스도 눈치 있게 아모리스의 옆에 따라 앉았다.
“마왕은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강하긴 하지만 제일 무서운 점은 변이 입자를 내뿜는다는 거야. 그 변이 입자에 닿은 모든 생명체들은 변이되고 마왕의 수하가 되어버리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왕을 상대할 때 인간들은 룩스 여신의 가호를 받고 마왕을 상대했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히는 룩스의 지팡이가 한 일이긴 하지. 부정한 것들을 몰아내는 축복을 줄 수 있으니까.”
문제는 룩스의 지팡이가 길리온 왕국에 있다는 것이다.
로타와 아르펨이 룩스의 지팡이를 가만히 놔뒀을 리가 없으니 이미 변질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번 회의 때 아예 언급조차 안 했다.
“하지만 멍청한 거인들은 마왕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 마왕의 입자를 방어할 성물 같은 게 전혀 없었거든. 그래서 바다로 도망을 쳤지. 드래곤은 변이 입자를 정화할 수 있는 용언을 개발했지. 그렇다면 엘프들과 수인들은 어떻게 했을까?”
티그리스는 자신의 품 안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세계수를 흘금 쳐다봤다.
“세계수가 막았다는 겁니까?”
“그래. 세계수의 축복을 받은 신목(神木) 안으로 변이 입자가 날아오면 깔끔하게 정화됐어. 그래서 마왕이 세계수를 함부로 넘보지 못했던 거지.”
“그럼······.”
“아아. 무슨 말 하려는 지 알아. 세계수의 축복을 받은 나무를 심어가면서 멸지를 개발하자고 하려 했지? 그건 안타깝게도 지금은 불가능해. 안 그러니?”
세계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무들에게 축복을 내리는 건 아직 무리예요.”
“들었지? 불가능하다는 거.”
티그리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다른 방법이 있는 겁니까?”
“응. 세계수가 직접 인간에게 축복을 내리는 거지.”
“아직 나무에게도 축복을 내리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축복을 내립니까?”
“그거야 지금부터 힘을 아주 열심히 모아야지. 성장을 최대한 억제하고 힘을 축적한다면 가능할지도 몰라.”
아모리스의 말에 세계수의 표정이 파리해졌다.
“그, 그건 조금······.”
“왜? 세상을 위한 길이야. 티그리스를 위한 길이기도 하고. 조금 도와주면 안 돼?”
“아······. 그······.”
“아앙?”
아모리스의 말투나 표정은 완전 뒷골목 양아치 같았다.
티그리스는 세계수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그만하시죠.”
“왜? 쉽고 빠른 길이 여기 눈앞에 있는데.”
“지금 트리샤와 소라 그리고 네메시스가 기록 보관소에서 텔레포트 게이트의 위치를 찾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마왕성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고요. 모든 방법이 불발되고 난 이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아모리스는 피식 웃었다.
“뭐, 네 말도 맞긴 하지. 하지만 내가 전에도 말했지. 그 방법은 아마 소용이 없을 거야.”
아모리스는 어린 세계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세계수는 정말 싫어하는 것 같았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머리를 내어주었다.
“그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어. 마치 나나 페레이라처럼.”
티그리스는 아모리스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린 세계수라······. 참 신기하네. 세계수가 이렇게 연약해 보인 적은 처음인데.”
“······엄마를 만나신 적이 있으시죠?”
아모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대 세계수라면 인연이 제법 깊긴 하지.”
“신기하게 나무 향기가 나요. 아주 옅지만······.”
“세계수의 축복을 받았거든. 음······. 제법 오래된 이야기이긴 한데. 나랑 자매들이 마왕의 연구실에서 빠져나왔다는 거 혹시 들었니?”
“아뇨······. 처음 들어요.”
“마왕이 나랑 자매들을 상대로 아주 끔찍한 연구를 했거든. 그래서 내가 연구실에서 탈출했을 땐, 이렇게 예쁘고 날씬한 몸이 아니었어.”
처음 아모리스가 구해졌을 땐 여기저기 신체가 무너지고 있었다.
마왕의 변이 입자를 몸에 받아들였는데, 몸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그게 더 이상하리라.
죽음만을 생각하고 있던 그때, 페레이라가 세계수와 거래를 했다.
아모리스와 32명의 마녀들을 살려주면 세계수가 딱 한 번 그 어떤 무리한 일이라도 해주겠다고.
그래서 세계수가 나서서 아모리스와 32명의 자매들의 육체에 축복을 내려 무너져 내려가던 몸을 복구시켜 주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었지. 아마 내가 장수한 이유도 세계수의 축복을 받아서가 아닐까 싶어.”
“아······. 그래서 엄마 향기가······.”
“내 몸에서 세계수의 냄새가 나?”
“네. 조금 옅지만.”
아모리스는 몸을 활짝 열었다.
“그럼 안길래? 엄마 냄새 그리울 거 아니야.”
“아, 아뇨?! 괜찮아요.”
“섭섭하네. 너랑은 좀 친해지고 싶은데.”
“엄마랑 안 친했나요? 겨루가 말해줬는데 아모리스 님이랑 세계수랑 용사랑 같이 힘을 합쳐서 마왕을 물리쳤다고 들었어요. 그럼 친구 아닌가요······?”
“맞는 말이긴 한데 친구는 아니야. 난 별로 안 좋아했거든.”
“왜요?”
아모리스는 한창 순수한 아이의 눈을 쳐다봤다.
“그냥.”
그 말을 끝으로 아모리스는 일어나 털레털레 집으로 돌아갔다.
* * *
라칸은 개인 연구실에서 홀로 마력 엔진 개발에 몰두했다.
마력총 개량은 현장에서 쓰고 있는 마탄총병들의 애로사항 접수가 끝난 후에 작업을 할 거라 잠깐 미뤄두기로 했고, 지금은 공성용 마력포를 개발하고 있었다.
“휴······.”
라칸은 렌치를 내려놓았다.
얼추 마력 엔진이 만들어졌으니 이제 안정성 테스트만 돌리면 된다.
라칸은 최상급 마석을 마력 엔진에 집어넣은 뒤 테스트를 진행했다.
위이이잉–
이제 조금 쉴 시간이다.
라칸은 자리에 앉아 마력 엔진이 돌아가는 걸 멍하니 쳐다봤다.
푸른 빛을 내뿜으며 돌아가는 마력 엔진을 보고 있자니 어제 있었던 일이 문득 떠올랐다.
“······어떻게 하지?”
약 2주 전 라칸은 아센시오 가문의 비밀을 밝혀내라는 퀘스트를 깼다.
그러나 바로 보상을 받진 못했다.
‘공적치 계산 중’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다른 퀘스트를 먼저 진행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래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제저녁 갑작스레 보상이 들어왔다.
퀘스트 보상은 다름 아닌 ‘추가 보급권’이었다.
“포인트 상점.”
라칸은 포인트 상점을 열어 가장 밑으로 끌어내렸다.
[지구 귀환권]남은 개수: 1EA
가격: 1,000,000포인트
*추가 보급권으로 남은 수량을 1개 늘릴 수 있습니다.
[회귀의 회중시계]남은 개수: 0EA
가격: 1,000,000포인트.
*추가 보급권으로 남은 수량을 1개 늘릴 수 있습니다.
현재 남은 포인트: 150,150
라칸은 손가락을 들어 회귀의 회중시계를 클릭했다.
[정말로 회귀의 회중시계의 남은 수량을 증가시키겠습니까?]알림 메시지가 뜨자 라칸은 빠르게 손을 내저었다.
[취소하셨습니다.]한숨만 새어 나온다.
도대체 시스템은 왜 이런 걸 보상으로 준 걸까?
설마 다시 회귀를 반복하라는 말일까?
그럼 이번 회귀는 누가 사용하라고?
이것 때문에 어제 잠도 못잤다.
‘티그리스 교관님께 상담을 해야 하나······. 아니면 아모리스?’
다시 한번 회귀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티그리스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모리스는 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고.
언젠간 밝혀야 할 내용이긴 하지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나저나 회귀 전의 난 100만 포인트를 어떻게 모은 거지?’
지금 속도론 도저히 100만 포인트는커녕 50만 포인트도 모을 수 없다.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한 퀘스트 정도가 되어야 겨우 5만 포인트 정도가 넘고, 세상을 바꾸는 일 정도는 해야 10만 포인트를 얻는다.
도대체 회귀 전의 라칸은 100만 포인트를 무슨 수로 모은 걸까?
‘역시 부탁을 드려야겠어.’
라칸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마셜 장군이 만족할 만한 공성용 마력포를 만들어라!]보상: 5,000포인트
[성물 우로스를 회수하라!]보상: 10,000포인트
[웃통 까고 세계수 100바퀴 돌기.]보상: 100포인트
[세계수 울리기]보상: 50포인트
지금까지 라칸은 대형 퀘스트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마법 공부를 하고 마공학 엔지니어로 활약하는 편이 나았으니까.
그러나 이젠 다르다.
다시 한번 회귀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으니 어떻게든 악착같이 100만 포인트를 모아야만 했다.
그래야 만에 하나 일이 틀어져도 티그리스나 자신을 회귀시킬 수 있다.
기이이잉-
마력 엔진이 꺼졌다.
안정화 테스트는 성공이다.
라칸은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했다.
“으갸갸갸갸갸!”
라칸은 시원하게 기지개를 켠 뒤 씨익 웃었다.
“역시 머리 아플 땐 달리는 게 최고지.”
라칸은 콧노래를 부르며 세계수에게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