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215)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215화
길 잃은 자의 낙원(4)
레인로버는 트리샤의 손을 잡았다.
“······미안해요. 힘든 이야기를 꺼내게 해서.”
“아뇨. 오히려 걱정시켜 드려서 죄송하죠.”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지금이라도 뵙고 오실래요?”
트리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싶어도 방법이 없는 걸요. 전 이미 하마자르의 이름을 버렸어요. 갑자기 도망친 공주가 찾아왔다고 하면 왕성에서 무슨 소릴 하겠어요. 그리고······ 아시잖아요. 지금 제가 여기에 있다는 걸 들키면 카이라도 알게 될 거란 걸.”
카이라의 눈은 고디바 왕국 곳곳에 퍼져 있다.
만약 트리샤가 여기에 있다는 걸 들킨다면 우로스 작전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러니 함부로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다.
“제 말은 몰래 다녀오라는 뜻이에요. 트리샤에겐 은묘의 망토가 있잖아요.”
“······왕성의 보안은 철저해요. 은묘의 망토만으론 불가능할 거예요.”
“그럼 뭐가 더 필요하죠? 제가 도울 수 있다면 도울게요. 돌아가시기 전에 아버지의 얼굴을 뵙고 인사라도 드려야죠.”
트리샤는 입술을 씹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뵙고 싶다는 욕망과 작전에 피해가 돼선 안 된다는 걱정이 줄다리기를 했다.
“트리샤.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요.”
트리샤는 눈을 질끈 감곤 입을 열었다.
“······일단 이 이야기는 다른 팀원들이 오고 난 이후에 하도록 하죠. 저도 생각을 좀 정리하고요.”
“알았어요. 힘들면 언제든지 말해요.”
“네. 감사합니다.”
* * *
라칸과 아모리스는 해가 지기 직전에 돌아왔다.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네요. 9시간 정도 걸릴 거라면서요.”
라칸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생각보다 없어서요.”
라칸의 굳은 표정과 말투에서 싸한 기운이 느껴졌다.
뭔가 틀어져도 단단히 틀어진 모양이었다.
넷은 자연스럽게 거실 소파에 모여 앉아 회의를 다시 시작했다.
“우선 사마곤 지부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현지 상황과 남쪽 여행에 있어서 어떤 애로 사항이 있는지 듣기도 하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고디바 왕국의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심각하다는 게 어느 정도인가요?”
라칸은 지도에 사마곤을 중심으로 서에서 동으로 선을 쭉 그었다.
“사마곤 이남 지역에 있던 모든 요원들의 연락이 끊겼다고 하더군요. 이유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뮬’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남쪽에 있던 대부분의 요원들이 연락이 끊기기 전 전서구로 ‘뮬’을 발견했다는 말과 함께 연락이 끊겼다고 전해 받았다.
그 이후로 요원들을 찾아 나서려 했지만, 너무 위험해서 사마곤 지사장이 금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조금 이상하지 않아요? 그렇게 중요한 정보를 어떻게 라칸이 모를 수가 있죠? 인퀴지터로부터 사전 정보를 입수받았을 거 아니에요.”
“그게······ 카이라 때문인 것 같습니다.”
“카이라요? 카이라가 인퀴지터까지 손을 뻗었다는 말인가요?”
아모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빌어먹을 것들이 사마곤 지부를 중심으로 인퀴지터를 좀먹고 있었어.”
“그 이유가 뭔가요?”
“사마곤 지부장에게 굉장히 기분 나쁜 달콤한 냄새와 함께 세뇌의 흔적을 발견했거든.”
“세상에 그럼 카이라가······.”
“그래. 이미 카이라는 고디바 왕국 일대에 있는 모든 인퀴지터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보면 돼.”
카이라의 능력은 아주 단순 명료하다.
그녀가 창조해 낸 키메라, ‘서큐버스’와 접촉한 모든 남자들을 세뇌시켜 자신의 인형처럼 부릴 수 있다.
세뇌를 당하면 특유의 달콤한 냄새를 풍기게 되는데 이 능력에 의해 고디바 왕국은 뿌리부터 썩어들어 가다가 단번에 멸망당하고 말았다.
“그 말은 저희가 여기에 와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는 뜻 아닌가요?”
라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제가 비밀 서신을 보낸 순간부터 여기에 저희가 있다는 건 카이라도 알고 있다는 뜻이 되죠.”
라칸은 마른세수를 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인퀴지터들과 연락을 취하지만 않았어도······.”
라칸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이렇게 자신이 무력한 존재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티그리스에게 반드시 성공하고 돌아오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초장부터 위기라니.
지금 당장에 암살자들이 이 숙소를 기습해 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건 티그리스 경도 몰랐을 거야. 그래서 티그리스 경도 고디바 왕국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던 거고.”
레인로버의 말대로 티그리스가 왔어도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우로스가 발견된 이상 맨몸으로 카이라가 친 거미줄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문제를 인식했으니 됐어.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고.”
“혹시 계획은 있어?”
라칸은 심호흡을 했다.
레인로버의 말대로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일단 라칸은 자신이 갖고 있는 패들을 점검했다.
“우선 긍정적인 점 중 하나는 사마곤 지부가 썩어들어 가고 있다는 걸 제가 눈치챘다는 점이고, 둘은 사마곤 지부 요원들에게 들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요원들이 라칸 네가 카이라의 세뇌를 알아차렸다는 것을 못 알아차렸다는 뜻······ 이 맞나?”
“네. 그 말이죠. 게다가 저들은 왜 레인로버 황녀님까지 사마곤에 왔는지 몰라요. 지부장이 캐내려고 했는데 극비 임무라고 대충 얼버무렸거든요.”
트리샤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 말은 역정보를 흘릴 수 있다는 뜻이겠네?”
“네. 그러니까 굉장히 그럴싸한 정보를 인퀴지터들에게 흘리면 카이라의 정보망에 혼선을 줄 수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 정보의 소스죠.”
황녀까지 대동해서 사마곤에 와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을 이제부터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야만 했다.
그때 레인로버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런 거라면 좋은 게 하나 있지.”
“네? 그게 뭔가요?”
레인로버는 트리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편지 아직 갖고 있죠?”
“네? 어······ 갖고 있긴 한데······.”
“그거 보여줘도 괜찮죠?”
“아, 네.”
트리샤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왕으로부터 받은 밀서를 꺼내 펼쳤다.
[새장을 떠나간 작은 꾀꼬리야. 못난 아비가 눈을 감기 전에 널 보고 싶구나.]“······꾀꼬리? 이건 무슨 암호인가요?”
트리샤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어렸을 적 제 별명이에요.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 아버지께서 지금 굉장히 아프신 것 같아요. 그래서 돌아가시기 전에 저를 뵙고 싶다고 하신 거고요.”
“으음······.”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트리샤는 레인로버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사용할 수 있다는 거죠?”
“인퀴지터 요원들을 통해 저와 트리샤가 국왕 폐하를 몰래 뵙고 싶다고 전하는 거죠. 잘하면 고디바 왕국의 국왕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정보를 흘리고요.”
“그래도 공식적으로 온 게 아니라 몰래 온 이유는 안 되지 않나요?”
“음······. 거기서 걸리긴 하는데······.”
라칸이 입을 열었다.
“그 이유라면 제가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요?”
“왕을 무조건 살릴 수 있는 엘릭서를 들고 왔다고 하죠.”
엘릭서란 말에 아모리스가 벌떡 일어났다.
“너 설마 진짜로 그걸 사용하려는 건 아니지?”
“진짜로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해야죠.”
“라칸! 그건······”
라칸은 아모리스의 말을 잘랐다.
“엘릭서를 쓰는지 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정도는 되어야 저희가 몰래 온 이유를 카이라와 인퀴지터 요원들이 납득할 거란 거죠.”
엘릭서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천고의 묘약이다.
그걸 들고 고디바 왕국에 간다는 정보가 풀리면 사방에서 견제를 받을 것이다.
그러니 몰래 왔다는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다.
“약간 허술해 보이긴 하지만 적당히 속아 넘어가 줄 것 같긴 하네.”
“우선 고디바 국왕의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은지 그리고 국왕이 카이라의 세뇌를 받지 않았는지 누군가 확인하는 것이 좋겠죠. 하지만 그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이······.”
트리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거 내가 할게.”
“가능하시겠어요? 왕성의 보안은 지금 장난이 아닐 텐데요. 심지어 국왕 폐하께서 몸져 누워 계셔서 보안에 굉장히 민감할 거예요.”
“나도 알아. 하지만 우리 중에 이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트리샤는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왕성 내부라면 눈 감고도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 * *
뜨거운 태양에 달궈졌던 성벽이 창백한 달빛에 식는 밤.
트리샤는 왕성 외벽을 빠르게 넘었다.
트리샤는 하품을 하는 경비병들의 틈을 지나쳐 고양이처럼 왕성 내벽까지 당도했다.
‘여기까진 어렵지 않아.’
트리샤는 고개를 들어 왕성 꼭대기를 쳐다봤다.
저 멀리 등대처럼 붉은빛을 토해내는 보석이 보였다.
얼핏 보면 그냥 아름답게 반짝이는 보석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저 보석은 ‘관조자의 눈’이라는 성물이다.
왕성 내부로 들어오는 모든 생명체들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기능과 함께 관조자의 눈이 만들어낸 출입증이 없는 인간을 발견하면 붉은빛으로 비추는 기능이 있다.
은묘의 망토는 발자국 소리를 없애주고 모든 인간들의 시야를 왜곡시켜 보이지 않게 하는 기능이 있지만, 저 관조자의 눈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트리샤는 관조자의 눈의 치명적인 약점을 알고 있었다.
관조자의 눈은 건물 내부까지 감시하진 못한다.
그래서 성벽에서 왕성 입구까지 약 35m 길이의 탁 트인 정원을 만들어 관조자의 눈이 닿지 못하는 곳이 없도록 만들었지만······.
‘꼼수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
트리샤는 달그림자에 몸을 숨긴 뒤 은묘의 망토를 집어넣고 다른 망토를 꺼내 들었다.
그 망토의 이름은 북극성의 망토.
레인로버로부터 빌린 물건이었다.
아공간이나 온도 조절 기능도 있긴 하지만 중요한 기능은 자신이 원하는 위치로 단거리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번에 도약할 수 있는 길이는 30~40m가량.
정원의 폭을 생각해 보면 굉장히 아슬아슬한 길이긴 하지만 해볼 수밖에 없다.
트리샤는 망토를 착용하고 내성 벽 위를 달렸다.
트리샤는 매끈매끈한 성벽을 도마뱀처럼 빠르게 올랐다.
그리고 성벽 꼭대기에 오르자마자 붉은 보석이 트리샤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관조자의 눈이 발동되는 시간은 0.5초.
6성 기사에게 0.5초는 제법 긴 시간이었다.
트리샤는 빠른 반응속도로 북극성의 망토를 작동시켰다.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며 트리샤는 정원을 건너 왕성 벽에 딱 달라붙었다.
관조자의 눈과 달이 닿지 않는 그림자에 몸을 숨기자 트리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슬아슬했다.’
트리샤는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고 다시 은묘의 망토를 사용했다.
이젠 아빠를 찾아내는 일만 남았다.
아빠라면 침실에 있을 것이다.
트리샤는 익숙하게 아빠가 머물고 계실 침실로 향했다.
경비들이 굳게 닫힌 문을 지키고 있었지만, 트리샤는 익숙하게 침실 바로 옆방에 있는 서재로 들어가 북극성의 망토를 사용해 침실 내부로 들어갔다.
“······.”
커튼 사이로 달빛이 들어오는 창가 바로 옆엔 한 사내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트리샤는 침대 앞에 무릎을 꿇고 사내의 얼굴을 봤다.
고디바 왕국의 국왕 ‘이사’다.
“왜 이렇게 늙었어.”
10년 만에 본 아빠의 얼굴은 너무나도 노쇠했다.
검고 윤기가 흐르던 머리칼은 푸석푸석한 흰머리가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피부엔 주름이 가득했으며 눈가는 거뭇거뭇했다.
트리샤는 조심스럽게 아빠의 손을 잡았다.
딸이 와서 손을 잡는데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
고리가 무려 5개나 되는 아버지가 반응을 하지 못할 정도라면 정말 중병에 걸린 모양이었다.
트리샤는 이유 모를 죄책감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때, 문가에 인기척이 들렸다.
트리샤는 눈물을 닦아내고 빠르게 은묘의 망토로 갈아입었다.
문이 열리자 들어온 사내는 트리샤에게도 익숙한 사내였다.
트리샤의 첫째 오라버니 다우드였다.
“모두 비켜라.”
경비들은 문을 닫고 나갔다.
혹시 들킨 건가 가슴이 졸였지만 다우드는 트리샤를 보지 않고 있었다.
노쇠한 국왕을 가만히 보고 있을 뿐이었다.
다우드의 굳은 입술이 열렸다.
“질긴 노친네. 이젠 좀 죽지.”
“······!”
트리샤는 같은 혈육이긴 하지만 다우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아예 모른다고 표현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같은 왕성에 살면서도 거의 본 적도 없고, 나이 차가 워낙 많이 나서 선뜻 다가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우드에 대한 소문은 알음알음 들어왔다.
주색잡기를 즐기는 방탕한 왕자.
대놓고 얘기하는 경우는 없었으나 가신들과 왕조를 지지하는 대가문들은 다우드를 차기 국왕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고, 그래서 자주 아버지와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그래도 나이가 들면 어느 정도 감정의 골이 사라지고 왕으로서의 위엄과 지혜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버지를 증오하는 아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다우드는 품속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들었다.
딱 봐도 수상했기에 트리샤는 조심스럽게 다우드의 옆으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트리샤는 기이한 냄새에 발을 멈춰 섰다.
‘이건······!’
다우드에게서 굉장히 기분 나쁜 달콤한 냄새가 났다.
어질어질할 정도로 달콤해서 구역질이 나올 정도였다.
이건 분명히 라칸과 레인로버가 말한 서큐버스의 향기임이 분명했다.
‘세상에 다우드 오라버니가 카이라에게 세뇌를 당했다니!’
차기 국왕이 카이라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는데 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었다.
트리샤가 충격에 빠진 사이 다우드는 탁자에 놓인 향 상자를 집었다.
다우드는 상자에 담겨 있는 거뭇한 잎사귀를 향 상자에 대충 쏟아부었다.
그리고 다우드는 상자를 품속에 다시 넣고 탁자에 쏟아진 잿가루와 검은 잎사귀를 손수건으로 대충 툴툴 털어 날렸다.
“이젠 좀 가세요.”
다우드는 화로에 손수건을 던져 태워 버린 후 비릿한 미소와 함께 문으로 향했다.
“여봐라! 문을 열어라!”
열린 문으로 걸어 나가며 다우드가 경비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아침 문안을 드리러 올 때까지 아무도 침소에 들이지 마라.”
“예. 알겠습니다.”
쿵-
그 말과 함께 문이 닫히자 트리샤는 빠르게 향부터 확인했다.
잿가루들과 뒤섞인 향 안에는 말린 잎사귀들이 보였다.
‘이건 도대체 뭐지?’
혹시 독인가 싶어 손을 저어 냄새를 맡아봤지만, 평범한 향 냄새다.
6성 기사인 자신이 일반 향 냄새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물건이라니.
여기에 뭔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트리샤는 불이 붙은 잎들은 화로에 던져 버리고 말린 잎들만 골라 챙겼다.
나달로부터 연금술 연수를 받은 라칸이라면 이게 뭔지 알아낼 수 있으리라.
‘아, 맞다.’
트리샤는 작은 단도를 꺼내 들었다.
‘미안해 아빠.’
트리샤는 부왕의 손가락 끝에 단도를 살짝 찔러 넣었다.
피가 몽글몽글 흘러나오자 트리샤는 빠르게 유리병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머리카락도 조금 자르고 면봉으로 침과 콧물도 조심스럽게 채취했다.
‘이 정도면 됐겠지.’
마무리로 상처 입은 손가락에 포션을 발라준 후 트리샤는 창문으로 몸을 옮겼다.
“금방 다시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