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220)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220화
길 잃은 자의 낙원(9)
일행들은 잠시 밤 여행을 중지하고 적당한 동굴에 들어가 야영을 하기로 했다.
동굴 내부는 죽은 지 오래되어 보이는 시체 한 구를 제외하곤 특별한 건 없었기에 자다가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을 것 같진 않았다.
투투 조종사들이 눈치껏 잠자리를 준비하는 사이 넷은 긴급회의를 시작했다.
“텔레포트라도 쓴 걸까요?”
수십 ㎞의 거리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이동할 수 있는 건 텔레포트 기술밖에 없다.
아니면 아모리스가 예전에 말했던 텔레포트 게이트라도 사용하는 걸까?
라칸은 고개를 저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죠. 설령 텔레포트를 사용하는 대마법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무의미하게 텔레포트를 남발할 이유가 없죠.”
트리샤는 약 1시간 동안 별바라기의 천체지도를 사용해 우로스가 움직이는 동선을 지도에 표시해 두었다.
그러나 고디바 사막을 내에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제외하곤 별다른 규칙 없이 마구잡이로 움직이고 있었다.
“넘쳐 흐르는 마나를 주체할 수 없는 드래곤이 아닌 이상에야 이런 짓을 할 리가 없긴 하죠. 설령 텔레포트 스크롤을 사용하더라도 단기간 동안 저렇게 많이 텔레포트를 사용하면 티그리스 경이라도 버티기 힘들 거예요.”
텔레포트로 장거리 여행이 얼마나 끔찍하게 힘든지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경험해 보지 않았던가?
그리고 텔레포트 스크롤은 저렇게 마구잡이로 낭비할 수 있는 물건이 절대로 아니다.
대마법사 바스티얀도 일주일에 하나 정도씩밖에 양산하지 못하는 귀중한 물건이라 이번 작전에 텔레포트 스크롤을 아예 못 들고 오지 않았는가?
아모리스는 트리샤의 천체지도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럼 혹시 성물이 고장이라도 난 걸까?”
트리샤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다른 성물들의 위치는 정확하게 잘 표시되고 있어요. 우로스가 특이한 것뿐이죠.”
성물에도 이상이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는 말인가?
모두가 침묵하며 고민하고 있을 때, 라칸이 입을 열었다.
“그럼 이유는 하나뿐이겠네요.”
“그게 뭔데?”
“우로스가 뮬에 흘러 들어간 거죠.”
“뮬? 갑자기 왜?”
“레인로버 황녀님. 뮬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뮬에 대해 모르는 건 아니긴 하지만 회귀록을 10번 이상 읽어봤던 레인로버만큼 아는 것은 아니다.
레인로버는 잠시 뮬에 대한 정보를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
“티그리스 경이 직접 가보진 않아 뮬이 어떻게 생겼는지 듣진 못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회귀 전의 라칸과 내게서 뮬이란 도시가 어떤 도시인지 대충 들었다고 했죠.”
뮬.
별칭 환락 도시.
또는 길을 잃은 자의 낙원.
사막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나타난다고 전해지는 도시이자 도피처다.
하지만 한번 빠져들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과 같은 환락 도시다.
“카이라의 키메라인 ‘서큐버스’들이 뮬에 들어오는 남자들을 모두 세뇌시켜 뮬에 돈과 시간을 탕진하게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뮬에 세뇌된 고디바 왕국의 주요 세력들을 규합해 고디바 왕국에 반란을 일으켰고 딱 하루 만에 고디바 왕국은 무너졌다고 들었죠.”
아모리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 여자들이 뮬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데?”
“여자들이 어떻게 되는지 정확하게 알진 못한다고 들었어요. 다만, 여성들은 카이라의 키메라 ‘서큐버스’가 된다고 추측될 뿐이었죠.”
회귀 전 티그리스가 직접 고디바 왕국에 온 것도 아니고 당시 레인로버와 라칸과 별로 친하지 않았기 때문에 뮬에 대해 많은 걸 들을 수 없었다.
덕분에 회귀록에 적을 수 있는 양이 그리 많지 않았고, 그래서 티그리스가 레인로버를 떠나보내기 싫어했던 것이다.
정보가 없다는 건 예상치 못한 위험이 가득하다는 뜻이니까.
“그렇다면 우로스가 뮬에 있을 거라 가정하는 이유는 뭐야?”
대답은 라칸에게서 나왔다.
“뮬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의 앞에서 나타나요. 그러니 우로스가 뮬 안에 있다고 가정해 보면 사막 여기저기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이유는 길을 잃은 사람들의 앞에서 나타나기 때문이겠죠.”
레인로버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회귀록에선 뮬이 어떻게 길을 잃은 사람들의 앞에서 나타나는지 제대로 설명이 나온 적이 없어. 길을 잃은 사람들을 데리고 오는 것인지 아니면 뮬이 직접 움직이는지 아무것도 몰라.”
“그러니 결국 가설이라는 거죠. 제 가설이 맞는지 확인을 하려면…….”
“길을 잃어야겠지. 하지만 그건 너무 위험해.”
티그리스가 떠나기 직전까지 뮬에 웬만하면 들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지금처럼 아무것도 확정 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덜컥 뮬에 가는 건 굉장히 위험한 짓이다.
“그럼 이 가설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우로스는 뮬에 있는 것 같아.”
트리샤는 별바라기의 천체지도를 끄며 말했다.
“혹시 몰라서 오랫동안 주인이 밝혀지지 않은 다른 성물들의 위치를 찾아봤어. 쌍두사 자리라든가 부러진 창날 자리라든가 쥐잡이 자리 이런 거 말이야. 그랬더니 우로스의 위치와 모두 동일하게 움직이고 있었어.”
레인로버는 조심스럽게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한 사람이 그런 성물들을 모두 갖고 있을 가능성은…….”
“이런 말을 제 입으로 해서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저보다 더 많은 성물을 사냥한 성물 사냥꾼은 없습니다. 저만큼 많은 성물을 보유한 경우는 수집욕이 강한 귀족 정도가 끝이었죠.”
수집욕 강한 귀족이나 부자가 척박한 사막 한가운데를 거의 10분마다 수십 ㎞를 종횡무진할 이유가 전혀 없다.
소거법으로 답을 추려나가면 결국 답은 하나밖에 없다.
“우로스는 뮬에 있는 게 분명해요.”
트리샤의 말에 레인로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희가 많이 늦은 걸까요?”
“오히려 더 빨랐죠. 국왕 폐하로부터 투투를 받지 않았다면 낙타를 타고 이동했을 텐데요. 그랬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요.”
라칸의 말이 맞았다.
투투를 받지 않았다면 도적들과 몬스터를 직접 사냥해 가며 움직여야 했을 테니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모리스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그럼 당장에 우로스가 도망가지 않을 거란 건 확실하니까…… 잠이나 자자.”
태평한 소리인 것 같지만 맞는 말이기도 했다.
장거리 여행을 한 탓에 투투와 조종사들도 지쳤고, 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깊은 밤중엔 투투를 타지 못한다고 조종사들이 말하지 않았던가?
어차피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푹 쉬고 체력을 보충하는 게 맞았다.
“아모리스 님 말대로 일단 쉬고 내일 아침에 다시 이야기를 나눠보죠. 지금 섣부르게 판단해서 결정을 지을 내용은 아닌 것 같으니까요.”
* * *
아침 해가 뜨려면 조금은 이른 새벽.
라칸은 누군가가 몸을 흔들자 깨어났다.
“하암……. 고생하셨어요. 이제 들어가…….”
라칸은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트리샤가 입에 손가락을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불침번 교대 때문에 깨운 것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라칸은 주변을 둘러봤다.
이미 레인로버와 아모리스 그리고 조종사들까지 모두 깨어나 있었다.
모두 칼과 지팡이, 낫을 꺼낸 것이 무슨 상황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야습이다.
“몬스터는 아니죠?”
“도적 떼들이야. 규모는 20~30명 정도 되는 것 같아. 동굴 주변을 감싸고 있어.”
덩치가 워낙 커서 투투를 동굴 안에 못 집어넣은 게 도적들의 표적이 된 원인인 것 같았다.
“어떻게 할까?”
이 팀의 리더는 라칸이다.
결국 라칸이 결정지을 사안이다.
라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최대한 죽이지 말고 생포하는 방향으로 가죠. 레인로버 황녀님과 저 그리고 조종사 4명이 투투를 지키고 아모리스 님과 트리샤 님이 외곽에서 치는 것으로 하고요.”
“오케이.”
트리샤는 빠르게 다른 인원들에게 작전을 간략히 설명했다.
조종사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괜찮겠습니까? 두 분이서만 도적들을 상대하는 게…….”
“차고도 넘쳐요.”
“하지만 숫자가…….”
“저희는 투투한테 날아올 화살만 걱정만 하면 돼요.”
트리샤는 소드 마스터 직전에 이른 6성 기사고 아모리스는 마왕의 시대를 호령했던 전쟁 영웅이다.
자다가 갑자기 화살이 날아온 거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대비할 시간이 충분한 경우 문제 될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모리스와 트리샤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심심한데 내기할래요?”
“누가 도적들 많이 생포하는 지로?”
“생포? 잡는 게 아니고요?”
“죽이는 숫자까지 포함하면 재미가 없지.”
트리샤는 피식 웃었다.
“하긴 그렇긴 하네요. 내기는 뭐로 할래요?”
“아침 식사 당번 바꾸기 어때?”
“나쁘지 않네요.”
트리샤는 활활이와 콸콸이를 들고 동굴 입구를 쳐다봤다.
아직 해가 수평선을 뚫고 올라오지 못한 새벽녘이라 거의 밤이나 다름이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그럼 준비…… 시작.”
트리샤의 외침과 동시에 둘은 번개처럼 동굴 밖으로 튀어 나갔다.
* * *
트리샤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목을 부여잡고 쓰러진 도적들을 쳐다봤다.
“혼령술을 쓰는 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닌가요?”
내기 결과는 아모리스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트리샤의 발이 아무리 빠르다고 한들 이미 발동 준비가 완료된 마법이나 주술에 비하면 한참 느린 법이다.
트리샤는 간신히 아모리스의 혼령술에 저항하던 도적 두목의 머리를 쳐서 기절시킨 것을 제외하곤 한 게 없었다.
“그럼 너도 혼령술 배우든지.”
아모리스가 사용한 혼령술은 제법 난이도가 높은 혼령술 중 하나인 ‘기억 공유’라는 것이었다.
혼령의 사망 시점의 기억을 뽑아내 도적들이 모두 겪게 만드는 일종의 정신 공격 주술이었다.
그 결과 도적들은 끔찍한 탈수 증세에 반항도 하지 못하고 제압을 당해 버린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봐요. 언제부터 혼령술을 준비했어요?”
“불침번 할 때 심심해서 동굴에서 죽은 혼령하고 대화를 좀 나눴지.”
“이건 사기야!”
“내가 내기하자고 했냐? 네가 하자고 했지?”
그것도 맞는 말이었기에 트리샤는 할 말이 없었다.
“젠장, 오늘 아침은 건너뛸 수 있었는데.”
“난 오늘 고기가 들어간 신선한 샐러드면 좋겠어.”
“사막 한가운데에서 샐러드 찾는 사람은 아모리스 님뿐일 겁니다.”
“그럼 내기에서 이기든지.”
조종사들이 도적 떼들을 모두 끈으로 포박을 완료했다.
“모두 포박 완료했습니다.”
“그럼 이제 풀게.”
아모리스는 혼령술을 풀었다.
그러자 도적들은 모두 제정신을 차렸다.
“다, 당신들 도대체 뭐야. 무슨 마법을…….”
라칸은 도적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건 알 거 없습니다. 그것보다…….”
라칸은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도적들의 몸에서 분내와 달콤한 향기가 진동했다.
“당신들 뮬에서 왔죠?”
“……그게 뭐 어때서?”
뮬이란 이름이 나오자 도적은 라칸을 굉장히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럼 뮬에 대해 잘 아시겠네요? 좀 들어볼까요?”
“차라리 죽여.”
도적의 말에 아모리스는 기가 찼다.
“너희 지금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너희 지금 우리가 죽일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야. 몰라?”
대장은 아모리스가 있는 곳을 향해 침을 뱉었다.
아모리스의 신발에 더러운 침이 묻었다.
“더러운 년이 어디서 사내의 말을 끊어! 너 같은 년은……!”
뻑!
아모리스의 발이 대장의 머리로 날아가기도 전에 라칸의 주먹이 먼저 반응했다.
라칸의 주먹이 대장의 턱을 완전히 뭉개 버렸다.
퍽! 퍽! 퍽! 퍽!
라칸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대장의 얼굴을 계속 가격했다.
트리샤가 오히려 당황해 라칸을 말릴 정도였다.
“라칸! 그만해! 그러다가 진짜 죽겠어!”
라칸은 피 묻은 주먹을 손수건으로 닦곤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라칸은 꿈틀대는 도적 대장의 얼굴에 피 묻은 손수건을 던졌다.
“이분은 너 같은 놈이 함부로 대해도 될 분이 아니야. 이 새끼야.”
라칸이 이 정도로 분노하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라 세 사람은 살짝 당황했다.
라칸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하얀 장갑을 꺼내 끼웠다.
그 모양새가 나달과 비슷해 보여 굉장히 오싹했다.
“웬만하면 대화로 풀어나가려고 했는데, 말씀을 하지 않으실 것 같으니 할 수 없지요.”
라칸은 레인로버와 트리샤 그리고 아모리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이 사람들은 제가 취조하겠습니다.”
“라칸 굳이 네가 할 필요는…….”
“제가 좀 흥분한 것은 맞긴 한데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뽑아내는 건 제 전문입니다. 저도 나름 인퀴지터라고요.”
라칸은 도적 하나를 어깨에 들쳐맸다.
“그럼 아침 식사나 준비해 주세요. 그전에 쓸 만한 정보들 다 모아놓을 테니까요.”
“안 돼! 살려줘! 난 아무것도 몰라!”
라칸은 살려달라 애원하는 도적을 동굴 뒤편으로 사라졌고 트리샤와 레인로버 그리고 아모리스는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 * *
라칸이 33명의 도적들을 모두 취조하고 돌아온 건 아모리스 네가 식사를 모두 마친 이후였다.
사람들은 모두 라칸의 흰 장갑에 주목했다.
라칸의 장갑엔 의외로 피가 묻어 있지 않았다.
“……잘 끝났어?”
“네. 교차 검증할 수 있는 인적 증거가 33명이나 있었으니까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그럼 도적들은 어떻게 했어?”
라칸은 사람들이 뭘 궁금해하는 지 알았다.
“모두 동굴 뒤편에 모두 묶어놨으니까 이제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해 보죠.”
“모두 살아 있는 거야?”
“당연하죠. 제가 스승님께 취조 기술을 배우긴 했지만 고문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걸 좋아하진 않아요.”
“그럼 어떻게 취조했는데?”
라칸은 품속에서 말린 보랏빛 꽃잎을 꺼내 들었다.
“이건 흑토 지대에서 주로 발견되는 달빛 투구꽃이라는 건데요. 원래는 독성이 굉장히 강하지만 태양빛에 바짝 말린 뒤 연금술로 정제하면 제법 훌륭한 자백제가 되거든요. 이걸 사용했죠.”
물론 달빛 투구꽃이 붉은 마나초만큼이나 굉장히 희귀해서 도적 따위에게 사용하는 것은 아까운 일이긴 하다.
하지만 트리샤나 레인로버 그리고 아모리스가 걱정과 불안이 뒤섞인 눈빛으로 라칸을 쳐다보는 게 조금 마음에 걸려서 결국 최대한 온건한 방법으로 취조를 했다.
“이제 취조한 내용을 알려 드리려고 하는데…….”
조종사들은 눈치껏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났다.
“저희는 투투 밥이나 좀 먹이고 오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조종사들이 모두 나가자 라칸은 작은 지도가 그려져 있는 종이를 동굴 벽에 붙였다.
“일단 이건 뮬 지도예요. 100%확신할 순 없지만 적어도 어떤 건물들이 있는진 알 수 있겠죠.”
세 사람은 라칸이 구해온 지도를 꼼꼼히 살폈다.
뮬은 전체적으로 둥근 모양이었는데 굉장히 특이한 점이 있었다.
“여기 길목들에 ‘물’이라고 적혀 있는데 설마 이 작은 소로들이 모두 물이야?”
라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주 교통수단이 마차가 아니라 작은 조각배라고 하더군요.”
“사막 한가운데에 이렇게 물이 많을 수 있나?”
“신기루처럼 사막 이곳저곳에 나타나는 것보단 그나마 상식적이긴 하죠.”
“……하긴 그렇긴 하네.”
라칸은 이어서 브리핑을 계속했다.
“뮬에는 단순히 홍등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설 도박장부터 시작해서 경매장, 결투장 등 다른 오락 거리들이 가득 차 있어요. 그것뿐만이 아니라 각종 의뢰와 정보를 주고받는 용병 사무소도 있고요.”
“말을 들어보니 그냥 환락 도시라기보단 관광 도시 같은데?”
“네. 맞아요. 대부분의 도적들도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라칸네처럼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나 죄의 도시처럼 느껴지는 것이지, 정작 뮬에 오고 가는 사람들은 휴양하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찾는 목표가 여기에 있어요.”
라칸은 뮬 정중앙에서 약간 오른쪽에 위치한 ‘성물 보관소’를 가리켰다.
“이곳에 사막 한가운데에서 발견된 모든 성물들이 모이고 보관된다고 해요. 성좌가 내린 시련을 극복한 성물이든 극복하지 못한 성물이든 이곳에 모두 모이죠.”
“카이라가 직접 수집하는 거야?”
“아뇨. 그건 아니고 뮬의 성주가 직접 운영하는 경매장 또는 전당포에서 맡겨진 성물을 보관하는 곳이라고 해요. 보통 사막 한가운데에 떨어진 성물을 성물 사냥꾼들이나 도적들이 주워다가 경매장에 팔아 돈으로 바꾼 후 홍등가에서 흥청망청 쓰는 게 당연하다고 하네요.”
라칸은 성물 보관소에 동그라미를 쳤다.
“우로스가 뮬에 흘러 들어갔다면 분명 이곳에 있을 거예요.”
“그럼 우로스가 뮬에 들어갔는지 안 들어갔는지는 정확히 모른다는 거네?”
“그렇죠. 결국 제가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 봐야 알 것 같아요.”
“네가 직접?”
“네. 여자가 뮬에 들어가면 무조건 성주에게 판매해야 한다는 법이 있대요. 그래서 손님들 중에선 남자밖에 없다고 하고요.”
아모리스는 라칸의 의견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
“네가 직접 가는 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폴리모프 마법도 있잖아.”
“하지만 현지 조사에 있어서 저보다 뛰어난 사람은 이 중엔 없죠. 제겐 탐색 스킬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전 서큐버스의 정신 공격에 저항할 수 있는 명경지수의 정신이 있고요.”
라칸의 말에 아모리스는 반박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우선 우로스가 있는지 없는지만 확인해 볼게요. 그리고 만약 경매장에 우로스가 판매되고 있다면 안전하게 금화로 사서 가지고 오고요.”
“그럼 이제 가장 중요한 게 남았네.”
“어떤 거요?”
“뮬에 어떻게 갈 수 있어? 길을 잃어야 한다는 게 그냥 나침반 없이 그냥 사막을 걸으면 되는 건가?”
“물론 그래도 되긴 하지만, 그것보다 더 간단한 방법이 있어요.”
“엥? 그게 뭔데?”
라칸은 동굴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도적들을 이용하면 더 빨리 뮬에 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