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226)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226화
끝없는 전투(1)
낯선 천장이다.
소설 속 작가들이 시나리오를 넘길 때 왜 낯선 천장이라는 말을 제일 먼저 집어넣는지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이 말만큼 이 상황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
방금까지 카이라와 격전을 치렀다가 앞을 탁 가로막는 천장이 눈앞에 나타나니 너무나도 당황스럽다.
‘……여긴 어디지?’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어깨에서 시작한 날카로운 통증에 일어나지 못했다.
어깨 쪽을 바라보니 하얀 붕대로 둘둘 말려 있었다.
‘맞다. 나 다쳤었지?’
붕대가 정성껏 묶여 있는 것을 보니 뮬을 잘 빠져나온 모양이다.
만약 카이라에게 당했다면 수술실이나 이상한 물이 가득 들어가 있는 플라스크에 들어가 있었겠지.
“라칸! 괜찮아?!”
고개를 들어 보니 아모리스가 보였다.
아모리스는 물이 들어가 있는 바가지와 수건을 들고 달려왔다.
“몸은 좀 어때? 열 기운은 없어?”
“네……? 열이요?”
팔다리를 걱정해 줄 줄 알았는데 왜 갑자기 열 이야기가 나오지?
그러고 보니 라칸의 이마엔 살짝 미지근해진 수건이 올라가 있었다.
“너 열이 39도까지 치솟았었어. 그래서 거의 사흘 동안 쭉 누워 있었고.”
“카이라의 손톱에 무슨 독이라도 있었던 건가요?”
“아니, 원래 날붙이 같은 거에 크게 다치면 그런 열병에 걸리는 경우가 있어. 넌 그쪽이야.”
그러고 보니 포션 개발 연구 서적을 읽다가 본 이야기가 있다.
팔다리가 잘리거나 관통상에 당한 병사는 포션으로 치료하면 어떻게든 응급처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몇몇 병사들은 열이 급격하게 올라 열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상처를 타고 바이러스나 병균이 들어가 열병을 일으키는 것이긴 할 텐데…….
아무튼 라칸이 딱 그쪽인 듯 했다.
‘그러고 보니 나 이렇게 크게 다친 적은 처음이구나.’
생채기 정도는 나본 적이 있어도 관절과 뼈가 상하는 정도의 상처는 입어본 적이 없다.
뭔가 지금까지 세상을 구한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한번 크게 다치니 실감이 나서 기분이 좋기도 하고 다신 그런 고통은 겪고 싶지 않아 무섭기도 하고…….
뭔가 기분이 애매하다.
아모리스는 수건을 걷고 라칸의 이마에 손등을 가져다 댔다.
“아직 열이 조금 있네. 의사 선생 말로는 열이 다 떨어질 때까진 계속 누워 있어야 한대.”
“그런가요?”
“그래. 그러니까 당분간 움직일 생각은 하지 마.”
“그럼 여긴 오랫동안 머물러도 괜찮은 곳인가요?”
아모리스는 잠깐 고민하더니 의자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네가 기절한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를 좀 해줘야겠구나.”
아모리스는 물에 젖은 새 수건을 쭉 짰다.
“우선 트리샤가 뮬 밖으로 잘 데려왔어. 레인로버는 탈출 준비를 잘해놓은 덕분에 카이라가 만들어낸 이상한 공간이 붕괴하기 전에 잘 벗어나 고디바 사막 동쪽 끝에 있는 고스라는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어.”
“그럼 카이라는 죽었다는 뜻인가요?”
아모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악령들이 모든 한을 풀고 사라졌으니 카이라는 죽은 거겠지.”
“하하…….”
트리샤가 목을 베는 장면까진 기억이 난다.
하지만 로타와 아르펨의 권속 특성상 목숨줄이 끈질기기 때문에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악령들이 한을 풀고 사라졌다는 말을 들으니 뭔가 속이 시원했다.
원혼들도 구원받고 카이라는 더 이상 고디바 왕국을 병들게 하지 못하고.
모든 것이 계획대로다.
하지만 마음속 한편에 불안함이 싹텄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세뇌당했던 사람들 얘기하는 거지?”
“네.”
세뇌를 당한 사람이 뮬에만 있었을 리 없다.
도적질을 하건 장사를 하건 뮬에서 쓸 돈을 벌고 있던 사람들이 더 많았을 텐데, 그 사람들은 지금 어떨까?
“그 사람들은 모두 기면증에 걸렸어.”
“기면증이요? 갑자기 잠에 드는 병 말씀하는 거 맞죠?”
“맞아. 이 도시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 다른 도시들도 비슷할 거야.”
지금까지 마법 학계에 알려진 바론 세뇌 마법에 당했다가 풀려난 사람들은 총 세 가지 부작용을 겪는다.
하나는 자신이 세뇌에 걸렸을 당시 자신이 저질렀던 일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정신병에 걸리거나.
다른 하나는 기억을 아예 하지 못해 기억에 공백이 생겨 굉장히 혼란스러워하거나.
다른 하나는 영원한 잠에 빠져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카이라가 세뇌 마법을 쓴 것은 아니지만 세뇌라는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에 아마 비슷한 현상을 겪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기면증은 처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잠시만요. 그러면 트리샤 경은 어떻게 됐죠? 저를 구하러 뮬에 들어오셨지 않았었나요?”
“트리샤는 처음에 조금 힘들어하긴 했는데 지금은 괜찮아. 뮬의 공기를 조금만 들이마셔서 그런 건지 아니면 카이라의 힘이 약해져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한숨 푹 자고 일어나니 쌩쌩해졌어.”
라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죠?”
“확답은 할 수 없어. 그 사람들은 트리샤처럼 몸이 튼튼한 고리 6개짜리 기사가 아니니까. 솔직히 말해서 트리샤가 그 정도로 힘들어했는데 일반인들이 괜찮을 거라고 말하긴 힘들 것 같아.”
“……그렇군요.”
고디바 왕국은 제법 오랫동안 이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다.
특히 고위층 자제들과 부족장들이 뮬을 많이 오갔다고 했으니 사회 시스템이 아예 붕괴해 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선량한 사람들이 얼마나…….
딱!
라칸은 눈앞에서 아모리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깜짝 놀랐다.
“라칸. 네가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었는지 내가 맞춰볼까?”
“……이미 답을 알고 계실 것 같은데요?”
아모리스는 라칸의 이마에 새 수건을 갈아주었다.
시원한 느낌이 드니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다.
“라칸. 드래곤이 한번 날갯짓을 하면 산천초목이 떨고 천 년을 산 나무도 부지깽이처럼 부서져 버려. 그렇다고 해서 드래곤 보고 날지 말라고 해도 될까?”
“……하지만 저희가 한 일은 단순히 날갯짓을 한 일이 아니잖아요.”
“아니, 우리는 멸망해 가는 세상을 지키기 위해 한 걸음 발자국을 움직였을 뿐이야. 그 과정에서 곤충이 밟혀 죽고, 어린 새싹을 밟아 죽이는 것? 그건 어쩔 수 없어. 그것까지 모두 생각하기엔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이 급하잖니?”
라칸은 아모리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신중하게 발을 움직였으면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 거죠.”
“세상에 완벽한 답은 없어. 만약 그랬다면 나와 페레이라는 드래곤 성산을 마왕의 봉인지로 삼지 않았을 거야. 드래곤이 빌어먹을 놈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드래곤이 아예 멸종하길 바란 건 아니거든. 하지만 마왕을 막으려면 드래곤 성산을 봉인지로 만드는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어.”
아모리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는 신도 아니고 모든 이에게 행복한 엔딩을 줄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사람이 아니야. 다만, 네가 지금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건 좋은 거라고 봐. 네가 아파하고 힘들어한다는 건 네 안에 선량한 마음이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
아모리스는 스스로 말을 하면서도 굉장히 신기했다.
이 말.
과거 페레이라가 아모리스에게 해줬던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모리스가 전쟁터에서 죽은 사람들을 위령을 하고 있을 때.
죽은 이들의 비명과 고통, 회환을 이겨내지 못해 몸부림을 치던 어린 날.
페레이라가 아모리스를 안아주며 이런 말을 했었다.
우리는 드래곤이다.
우리는 거인이다.
날갯짓에 날아가는 이들과 밟혀 죽는 이들을 외면하지 말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날갯짓과 발걸음을 멈추지 말자.
우리는 쉼 없이 나아가야만 하는 영웅이니까.
우리의 등 뒤를 바라보는 산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으니까.
이 말을 아모리스가 김유신에게 되돌려 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페레이라가 어떤 마음으로 아모리스에게 이런 말을 해줬는지 알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아모리스는 미지근해진 수건을 물통에 담갔다.
“……나처럼 사람 수만 명이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닳고 닳아버린 인간이 아니라.”
“아모리스 님. 전…….”
라칸은 아모리스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모리스는 라칸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지 충분히 알았어. 그러니 괜히 위로하려 하지 않아도 돼.”
라칸은 반사적으로 아모리스의 손을 잡았다.
아모리스는 살짝 놀라 몸이 굳었다.
“……전 아모리스 님이 이기적이거나 닳아버린 사람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아모리스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무희들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죽은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건 아모리스 님이 선량하기 때문에 그런 거니까요.”
김유신은 김유신이구나.
아모리스는 저 순수한 눈빛과 말에 가슴이 아리도록 위로를 받았다.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 * *
라칸은 다음 날 털고 일어났다.
포인트를 아껴서 좋을 건 없었으니 최상급 포션을 구매해 상흔에 부어 단번에 치료했고, 열도 한숨 푹 자고 일어나니 금세 나았다.
“그러니까 여기서 동쪽으로 10㎞ 정도만 가면 안개의 사막이라는 거죠?”
“맞아. 그리고 거기엔 레인로버가 계약을 맺을 만한 고대의 영혼들도 있겠지.”
레인로버가 라칸네를 따라온 이유는 여행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회귀 전 레인로버가 얻었다던 고대의 영혼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고대의 영혼은 소문에 의하면 안개의 사막 근처에서 자주 나타난다고 들었다.
“정말 운이 좋았지. 사막 서쪽 끝에서 튕겨져 나왔으면 안개의 사막을 가는 건 거의 꿈도 못 꿨을 거야.”
“그럼 안개의 사막으로 그냥 가기만 하면 될까요?”
레인로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 며칠 동안 이 도시에 있던 혼령술사들과 얘기를 좀 나눴어. 안개의 사막 중에서도 고대의 영혼을 만나고 싶다면 길과 흉이 엇갈리는 곳을 가야 한다고 하던데?”
“길과 흉이 엇갈리는 곳이요?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답은 아모리스에게서 나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악령과 수호령이 영역 다툼을 하고 있는 곳을 의미하는 거야. 그런데 레인로버 네가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고대의 영혼이라고 한다면 너랑 꽤 관련이 깊은 혼령일 가능성이 있어.”
레인로버는 혼령술사가 아닌 소환술사다.
혼령술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수호령을 길들이려면 레니처럼 혼령술에 기가 막힌 재능이 있다거나, 아니면 수호령이 레인로버에게 이끌릴 만한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저랑 그 고대의 영혼과 관련이 있다고요?”
“그래. 알다시피 너는…… 으음……. 말해도 되나?”
“어떤 거요?”
“마녀 이야기.”
“아아…….”
레인로버는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알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둘은 입이 무거우니까요.”
“그럼 적당히 말할게.”
트리샤는 고개를 갸웃했다.
“두 분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시는 거예요?”
“음……. 사실 레인로버는 티그리스처럼 환생을 했어. 그리고 나와 같은 마녀였지.”
아모리스는 레인로버와 어깨동무를 했다.
“그러니까 우리 둘은 사실 자매다~ 이 말이야.”
트리샤와 라칸은 믿기 어려운 표정으로 아모리스와 레인로버를 번갈아 쳐다봤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죠? 환생술은 아모리스 님만 가능한 게 아니었나요? 아니, 그러면 왜 레인로버 황녀님은 혼령술을 못 다루시는 거죠?”
아모리스는 선을 딱 그었다.
“정확하게는 설명하기 힘들어. 많이 민감한 문제거든. 하지만 최대한 설명할 수 있는 만큼 설명해 준다면, 레인로버가 혼령술을 왜 못 다루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소환술 하나는 기가 막히잖아? 공감 능력도 마찬가지고. 그 점은 전생과 굉장히 유사해. 그리고 전생에도 호스를 사랑했는데, 그것까지도 똑같지.”
트리샤의 눈이 반짝거렸다.
“세상에 전생부터 시작된 사랑이라는 거네요?”
“뭐, 그런 셈이지.”
겉으론 로맨틱해 보이지만 더 추악한 과거가 숨겨져 있다.
호스가 사람들을 죽인 죄책감을 이겨내지 못해 자살했고, 자살한 호스의 영혼을 레인로버가 전생시켰단 이야기.
마지막으로 마왕을 탄생시킨 왕국 이야기까지.
이런 슬픈 과거는 아직 세상이 받아들이기엔 덜 성숙하다.
“그러니 레인로버가 찾는 고대의 영혼이란 건 레인로버의 과거와 관련이 있는 영혼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
“그러면 아모리스 님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겠네요?”
“뭐, 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겠지. 아무튼 여기서 계속 떠들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어. 그냥 가보는 게 훨씬 낫지.”
아모리스의 말에 셋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 * *
고스란 도시는 분명 라칸이 듣기로 안개의 숲의 포그우드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들었다.
혼령술사들이 혼령들을 연구하고 마나가 많아 사람들이 휴양을 오는 곳.
하지만 고스는 조금 분위기가 달랐다.
우선 포그 우드처럼 푸른 등불이 하나도 없으며, 답답하게 앞을 가로막는 안개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동쪽으로 약 10㎞ 정도 떨어진 지점엔 마치 절벽처럼 단단한 안개 뭉치가 가로막고 있었다.
저기가 안개의 사막이다.
한마디로 포그우드는 안개의 숲 안에 들어간 전초기지 같은 느낌이라면, 고스는 도로를 이용하기 전에 들러야 하는 톨게이트 같은 느낌이다.
왜 포그우드와 고스가 다르냐는 라칸의 질문에 아모리스가 설명해 주었다.
“고스엔 푸른 등불이 소용이 없어.”
“푸른 등불의 힘이 약한 건가요? 아니면 이 지역만의 특색인가요?”
“저 안개의 사막 안에 들어가 있는 악령 하나가 문제야.”
“무슨 악령이요?”
“저 안에 화염룡 타이케스의 악령이 있는 모양이야.”
라칸은 깜짝 놀랐다.
“화염룡 타이케스요? 그 악령이 어떻게 살아남은 거죠?”
“나야 모르지. 사냥 당했던 곳이 안개의 사막 근처였거나 아니면 누가 장난질을 했을 수도 있겠지. 나도 여기 와서 처음 알았어.”
“화염룡 타이케스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왜 아무도 몰랐을까요?”
“아무도 모른 게 아니라 여기에 있는 혼령술사들은 안개의 사막 안에 타이케스가 있다는 걸 알아. 그리고 여행가들에게 설명해 주기도 했고.”
“그래요? 그런데 우린 왜 몰랐죠?”
레인로버가 입을 열었다.
“전부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생각했대. 그리고 믿고 싶지 않았던 거지. 사막 전사들이 화염룡 타이케스를 무찔렀다는 것에 여기 사람들은 모두 자부심을 갖고 있어. 그런데 짜잔~ 사실 살아 있었습니다. 라고 말하면 뭐라고 생각하겠어? 그래서 알아도 쉬쉬했다고 하더라고.”
“……그래도 타이케스가 살아 있다는 건 중요한 문제 아닌가요?”
“어차피 안개의 사막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는 걸 뭐.”
“왜요?”
“고대의 영혼들이 타이케스가 밖으로 나오려고 하면 필사적으로 막고 있대.”
죽어서도 타이케스를 붙잡고 있는 사막 전사들이라니.
뭔가 가슴이 찡하다.
레인로버는 아모리스를 쳐다봤다.
“그래서 더 의문이에요. 화염룡 타이케스를 사냥했던 혼령들은 마왕의 시대에 살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저와 관련이 있는 혼령이 저 안에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답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저 안에 들어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
대화를 주고받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안개의 사막 코앞에 다다랐다.
혼령술사들의 말대로 안개의 사막은 마치 거대한 절벽을 보는 것처럼 단단한 안개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더 이상 다가오면 안 된다고 경고하는 것 같아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무심코 발길을 돌릴 것 같다.
“그럼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