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229)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229화
우로스(1)
레인로버는 라칸과 트리샤와 함께 보고로 향했다.
라칸은 신이 나 입가에 미소가 떠나갈 줄을 몰랐다.
“큰 상을 내리실 거라곤 생각하긴 했는데, 설마 성물을 3개나 가져가라고 하실 줄은 몰랐네요.”
“그만큼 큰 공을 여러 개 세웠으니까. 불안했던 길리온 왕국과의 동맹을 다시 세우고, 카이라를 찾아내 죽이고, 우로스까지 찾아 왔잖아. 우리가 한 일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거지.”
레인로버는 신이 난 라칸이 귀여운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라칸. 생각해 둔 성물이라도 있어?”
라칸은 잠깐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보고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 뭘 골라야 할 지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어떤 종류의 성물을 골라야 할지는 대충 알 것 같아요.”
“어떤 종류?”
“마력 흡수나 아니면 마력 저장하는 성물 쪽으로 찾아보려고요.”
레인로버는 이상하다는 듯이 라칸을 쳐다봤다.
“왜? 너 마력이 부족해? 너 마력만큼은 티그리스 경하고 비슷할 정도 아니야?”
실제로 라칸은 이번 카이라 퀘스트를 기점으로 마력에 거의 대부분을 투자하여 ‘최상’까지 찍었다.
포인트로 투자해 성장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찍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했다.
“그게…… 새로 익히려고 하는 스킬이 때에 따라선 마력을 좀 많이 잡아먹는 거라서요.”
“무슨 스킬?”
“그건 보고에 마력 보충할 수 있는 성물이 있는지 보고 말씀을 드릴게요. 없으면 거의 쓸모가 없어서요.”
“그래. 너라면 알아서 잘하겠지.”
잡담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보고 앞에 도착했다.
역시나 보고지기 마테오가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황금의 일족을 뵈어 영광입니다.”
“또 만나네요. 마테오.”
“저야 황녀님을 또 뵐 수 있어서 언제나 영광이지요.”
며칠 전 황제 폐하를 알현했을 때 마테오에게 우로스를 맡겼으니 며칠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마테오만 있지 않았다.
마테오의 옆엔 마테오와 똑같은 녹빛 머리칼의 젊은 사내가 있었다.
“옆에 계신 분은 혹시…….”
사내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보고지기 파블로 데 그람이라고 합니다. 인사를 드리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마테오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제 아들이자 그람 가문의 가업을 이어 나갈 후계자입니다. 이번에 인사를 드리게 되면 좋을 것 같아 데려왔습니다.”
마테오가 이리 말을 하니 그의 머리에 희끗희끗 보이는 흰머리가 굉장히 신경이 쓰였다.
이제 마테오도 바스티얀처럼 슬슬 떠날 준비를 하는 구나.
“……곧 그만두시는 건가요?”
“아직은 아닙니다. 하지만 파블로가 보고지기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을 때 황성을 나오려 합니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아들에게서 손자로.
가업과 뜻이 이어진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긴 하지만, 떠나는 이를 놓아줘야 한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향수처럼 진하게 남는 모양이었다.
“떠나기 전에 꼭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그동안 정이 있는데 말없이 훌쩍 떠나 버리시면 아쉬우니까요.”
“네. 편지를 꼭 드리겠습니다.”
마테오는 옆에 놓여 있던 등불을 들며 말했다.
“레인로버 황녀님께선 저를 따라오시면 되고, 나머지 두 분은 파블로를 따라가시면 됩니다. 파블로에게 돋보기를 줄 테니 먼저 두 분께선 가져가고 싶으신 성물들을 먼저 고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라칸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 레인로버 님은 어디로 가시나요?”
“응. 난 따로 받기로 한 게 있어서. 조금 이따가 거기로 갈게.”
“아, 네 알겠습니다.”
라칸과 트리샤는 레인로버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황궁 일에 호기심을 갖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니라는 걸 나달과 티그리스에게 귀에 피가 나도록 들었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저를 따라오시죠.”
트리샤와 라칸이 파블로를 따라간 사이 레인로버는 마테오를 따라 보고로 향했다.
그리고 보고의 숨겨진 길 앞에 섰다.
전에 티그리스와 함께 왔었던 0등 보고 앞이다.
“그럼 전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레인로버는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보고 안으로 들어갔다.
긴 복도를 지나니 레인로버의 눈앞에 두 개의 성물이 나타났다.
하나는 얼마 전 아우로므의 가슴을 꿰뚫고 있었던 ‘신의 창’이었고
다른 하나는 ‘황금 벼락 지팡이’었다.
레인로버는 얼마 전 토드 황제를 찾아가 따로 부탁을 했다.
-1등 보고의 성물은 제게 필요 없어요. 대신 0등 보고에 있는 신의 창과 황금 벼락 지팡이를 모두 빌려주세요.
-그래라.
-……네?
단박에 빌려줄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레인로버는 살짝 놀랐지만 토드 황제에게도 뜻이 있었다.
-성물 우로스를 안전하게 공략하려면 그 성물들이 반드시 필요하겠지. 잘 쓰고 돌려놓도록 해라.
‘잘 쓸게요.’
레인로버는 토드 황제의 배려에 마음속으로 감사를 표하며 제일 먼저 신의 창의 앞에 섰다.
신의 창은 정확한 형체랄 것이 없는 붉은 번개 덩어리처럼 생겼다.
파직- 파지직-
심지어 벽에 걸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험한 소리를 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만지면 바로 감전당할 것처럼 사나운 녀석이었지만, 레인로버는 용기를 내 조심스럽게 신의 창을 잡았다.
‘음?’
겉모습과 달리 굉장히 폭신하면서도 따뜻한 솜을 만지는 느낌이다.
전해 듣기론 이 성물은 원래 인간의 것이 아니라 잊혀진 고대 종족의 것이라고 한다.
이 성물이 고대 종족의 멸종과 함께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드래곤을 죽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무기라는 전설 때문이라 들었는데…… 정확한 기원은 모른다.
그래서 이게 부서지면 두 번 다시 성물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성물이 다시 나타나도 공략 방법 자체를 몰라 영원히 봉인될 수 있는 성물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부담감이 레인로버의 어깨를 짓눌렀다.
레인로버는 아공간 주머니에 신의 창을 집어넣었다.
다음은 황금 벼락 지팡이였다.
루체트 가문이 들어선 이후로 이 황금 벼락 지팡이를 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루체트 황가는 군림하지 않고 평화로 다스리겠노라고 귀족들과 백성들에게 선포했기도 했고, 이 지팡이가 세상에 나타나는 날은 루체트 황국이 위험에 처했을 때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 그 순간이겠죠.’
루체트 황국을 넘어 대륙을 위기로 몰아넣을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몰아낼 것이다.
이 지팡이의 힘으로.
루체트의 이름으로.
레인로버는 지팡이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 * *
아이린은 흑룡아를 종으로 그었다.
묵직한 대검이 범인의 눈으론 쫓아갈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움직였지만, 바닥에 소복이 쌓인 눈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아이린은 이 고요하면서도 부드러운 움직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요란함보단 고요함에서, 거침보단 부드러움에서 진정한 힘이 나온다는 티그리스의 말에 따르면 아이린의 검술은 100점짜리였다.
물론 키가 작았을 때도 지금처럼 고요한 검술은 얼마든지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땐 오러 고리를 무려 3개나 모두 사용해야만 했다.
땅과 발을 고정시키는 오러 운용술 뿌리내리기를 사용하느라 1개.
무거운 검의 운동 에너지 때문에 체중이 강제로 앞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뿌리내리기를 강화하느라 1개.
마지막으로 검을 들어 올려 내려치느라 1개.
총 3개의 고리를 사용해야 했지만, 지금은 2개면 족하다.
검을 내려칠 때 1번 그리고 뿌리 내리기 1번.
이제 고리 1개가 남아돌았다.
그 말은 오러 사용량 자체가 줄었다는 말도 되지만 남은 오러 고리 1개로 새로운 오러 운용술을 추가로 펼칠 여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가벼운 롱소드나 바스타드 소드를 사용하면 고리 2개가 더 남는다.
체형이 바뀌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검술의 안정성과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아이린은 주변을 쓱쓱 둘러봤다.
‘아무도 없지?’
아이린은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고리 3개가 맹렬하게 돌며 오러가 마력 회로를 질주한다.
아이린이 만족할 만큼의 속도가 나자 아이린은 흑룡아에 오러를 집어넣었다.
마치 지렁이가 파고드는 것처럼 흑룡아의 결을 타고 오러가 스며들자 흑룡아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연한 갈색빛의 검기가 덧씌워진 것이다.
아이린의 검기는 본래 밝은 푸른색이지만 신기하게도 흑룡아에 검기를 불어 넣으면 연갈색으로 빛이 났다.
말레우스의 말에 따르면 흑룡아는 단순히 흑철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서쪽의 용 그란티스의 피’를 머금은 대검이라 그렇다고 설명했다.
수만 번 흑룡아를 휘둘렀지만 흑룡아에 이런 과거가 있을 줄은 몰랐기에 살짝 신기했다.
아이린은 조심스럽게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내려쳤다.
훙-!
검로가 극심하게 흔들리며 아이린을 중심으로 세찬 바람과 함께 소복하게 쌓인 눈이 모조리 날아갔다.
그리고 촛불처럼 일렁이던 검기가 꺼졌다.
‘아직인가.’
검기를 만들어내는 것까진 가능하지만 검술을 펼치는 것은 역시 불가능했다.
아이린은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사실 지금 당장에라도 4번째 고리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아직 몸에 완벽하게 적응하기 전인데 4번째 고리를 만들면 오히려 아이린의 몸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티그리스가 수십 번이고 말을 했다.
티그리스의 명령이라면 불구덩이라도 들어갈 수 있겠지만, 당장 눈앞에 일렁이는 욕심을 참아내는 것은 아이린으로선 너무나도 고역이었다.
그러니 참아내야만 한다.
숙성된 과실만큼 달콤한 것이 없다는 옛말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아이린은 더 이상 조급한 마음에 무너져서 티그리스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아이린은 찾아오는 번뇌를 검으로 다스리려 했지만,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나려야 왜?”
“앗. 들켰네.”
나려는 아이린 몰래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왔지만, 아이린의 감각을 뚫을 순 없었다.
“티그리스 교관님이 찾으셔.”
나려의 제국 공통어 실력이 확실히 늘었다.
발음은 살짝 수인어 느낌이 나긴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어느 산골 지방 사투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정도였다.
“날? 왜?”
“나도 몰라. 뭔가 급한 일인 것 같은지 바로 오라고 하던데?”
티그리스가 아이린을 찾을 때는 검술을 가르칠 때를 제외하곤 없다.
하지만 네메시스 교관 아니라 나려를 불러 찾는 거라면 다른 이유가 있을 듯했다.
아이린은 검집에 흑룡아를 집어넣었다.
“지금 바로 갈게.”
* * *
티그리스는 아이린만 부른 것이 아니었다.
샤를로트와 레인로버, 나달, 트리샤, 라칸, 아모리스, 네메시스까지 모두 집무실에 모여 있었다.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네가 마지막이 아니다. 자리에 앉아라.”
아이린이 자리에 앉자마자 문을 부술 듯이 들어왔다.
아이린의 앉은 키와 비슷한 사내.
드워프 말레우스였다.
말레우스는 잔뜩 흥분했는지 맥주를 한 통 다 마신 것처럼 얼굴이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그게 정말인가?! 티그리스! 우로스를 공략하겠다고?!”
무슨 이유에서 이 사람들을 모두 불렀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 성물 우로스의 공략 멤버들이었다.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으시지요.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드리겠습니다.”
“커흠! 알겠네.”
말레우스는 빈 소파로 성큼성큼 걸어가 앉았다.
하지만 많이 흥분했는지 콧바람에 수염이 거칠게 흔들렸다.
“우선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우로스 공략을 다음 주 중에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공략 준비는 전부 되어 있지 않습니까? 말레우스 님?”
말레우스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는 다 끝났지. 와이번들을 모조리 죽일 대형 작살부터 시작해서 대원들이 입을 갑주들까지 제작이 모두 끝났네.”
“아이린. 자료 정리는 다 끝났나?”
아이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 바로 브리핑할까요?”
트리샤가 고디바 왕국을 떠난 사이 성물 우로스의 자료 조사와 공략 준비는 아이린의 몫이었다.
아이린은 내년에 등장할 성물 ‘용혈검’을 공략해야 했으니, 공략 준비를 해보는 경험은 아이린에게 굉장히 중요했다.
“트리샤 경에게 컨펌을 받은 뒤 내일 브리핑을 받을 테니 준비 부탁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것보다 많이 궁금해하실 겁니다. 우로스 공략은 학사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이후에 시작하기로 알고 계실 테니까요.”
나달과 네메시스를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인로버가 나달과 티그리스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아니라 나달 님께서 얘기해 주시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나달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도를 염동 마법으로 띄웠다.
길리온 왕국 지도였다.
“현재 길리온 왕국 동부 지역에서 반란이 일어난 것은 알고 계실 겁니다. 당초 인퀴지터의 예상에 따르면 내년 봄에서 여름까진 버틸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현지 조사원의 보고에 따르면 약 일주일 전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반란군이 모두 소탕당한 것을 파악했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당초 루체트 황국의 계획은 내년 봄까지 군사 재정비를 마친 후 반란군과 함께 연계하여 길리온 왕국을 기습 공격하려고 했었다.
전쟁을 해야만 한다면 남의 땅에서 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말처럼 전후(戰後)를 생각한다면 길리온 왕국 내에서 끝내는 게 제일 좋으니까.
하지만 반란군이 모두 소탕되어 버렸으니 어떻게 해야할 지 군사 전문가들과 장군들은 머리를 감싸쥐며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 동부 지역에 곳곳에 퍼진 소수의 반란 세력들을 소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아무리 길어봐야 내년 봄으로 예상됩니다.”
“서북부에 있던 핏줄 거미들은 어떻게 됐죠?”
“그쪽은 인퀴지터가 도저히 파고들 수 없을 만큼 경계가 삼엄해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쪽으로 각종 연구 시약들 그리고 성수가 이동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 말은 지금 핏줄 거미들을 상대로 다시 키메라 실험을 하고 있다는 뜻인가요?”
“아직 정확하게 알진 못합니다. 그곳으로 들어간 인퀴지터들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길리온 왕국이 현재 뭐를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레인로버는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현재 핏줄 거미들의 위치나 상황을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이네요?”
“핏줄 거미들의 영역이 확장되지 않고 있단 것 정도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나달이 자리에 앉자 티그리스가 입을 열었다.
“현재 저희에게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우로스 공략을 아예 뒤로 미룰까도 고민했습니다만, 일단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우로스의 능력이 이번 전쟁에서 많이 유용할 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우로스의 능력이 정확히 뭔가요?”
말레우스가 입을 열었다.
“착용자에 한해 드래곤 피어에 대한 완벽한 면역 그리고 용언과 마법 공격에 대한 완벽한 면역.”
여기까진 드래곤 사냥에만 쓸모가 있지 실제 전쟁에선 그리 쓸모없어 보인다.
하지만 마지막 능력이 정말 사기적이다.
“마지막으로 착용자를 중심으로 반경 1㎞ 이내의 인간과 드워프 그리고 엘프 종족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에게 광범위한 정신 공격을 가할 수 있네.”
“정신 공격 기능이요? 세뇌 같은 건가요?”
“세뇌해서 조종하는 것은 아니고 적들의 사기를 꺾고 겁에 질리게 할 수 있지.”
티그리스는 우로스의 사기성을 몸소 경험해 봤다.
성배로 몸이 변이가 된 불사자들이나 키메라들은 모두 우로스를 입은 티그리스의 앞에서 반항조차 하지 못했고, 심지어 지능이 떨어지는 변종 오크들의 경우에는 자살까지 하는 걸 두 눈으로 봤다.
이런 어마무시한 능력을 포기하기엔 조금 어려웠다.
아모리스는 마시던 차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복잡한 이야기는 제쳐두고 한마디로 우로스 공략을 서두르자는 거군.”
“네. 최대한 빠르게 공략할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 같아?”
그 대답은 아이린에게서 나왔다.
“짧으면 사흘. 늦으면 일주일 정도 맞죠? 말레우스 님?”
“무조건 사흘! 사흘 안에 끊어보겠네!”
티그리스는 트리샤를 보며 말했다.
“사흘이면 별바라기 천체지도를 사용했을 때 현실 시간으로 얼마나 걸리지?”
“이번 공략에 들어가는 드워프들의 숫자에 따라 달라지긴 해요. 15명까지는 저번처럼 10배까지 가속시킬 수 있지만, 30명이 넘으면 5배 정도죠.”
30명 정도 들어간다고 치면 현실시간으로 약 13시간, 15명이 들어가면 7~8시간이면 충분하다.
그 정도도 투자 못 할 것은 없다.
사람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말레우스 님, 이번 공략에 투입되는 드워프들의 숫자는 얼마나 됩니까?”
말레우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 혹시 몇 명까지 가능한가?”
“몇 명을 데려가려고 하시길래 그러세요.”
말레우스는 수염을 긁적거리며 입을 열었다.
“……한 100명 정도는 안…… 되려나?”
“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