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232)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232화
우로스(4)
라칸은 높은 성벽을 플라이 마법으로 넘나들며 아티팩트를 점검했다.
[본 공세 전까지 모든 공성 아티팩트를 점검하고 고장 난 아티팩트들을 수리해라.] [남은 아티팩트: 9개] [남은 시간: 0시간 29분 58초]‘바쁘다 바빠.’
본 공세까지 30분 정도 남았으니 이동하는 데 1분, 점검하고 고치는 데 2분 정도 걸린다고 쳐도 아슬아슬하다.
물론 나달이나 레인로버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더 빠르게 할 수 있긴 하지만, 나달은 푸른 산호 마법사단을 통제하고 있고 레인로버는 아티팩트를 다룰 줄 모른다.
결국 라칸이 이 넓은 화산 지대를 날아다니며 점검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라칸을 발견하면 깜짝 놀라서 눈을 껌뻑였다.
“세상에! 하늘을 나는 드워프라니!”
“아티팩트를 사용하고 있어서요.”
“아, 그런가?”
“일단 아티팩트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 좀 할게요.”
방벽에 배치되는 수성용 아티팩트의 종류는 보통 3개로 분류된다.
하나는 몰려오는 적을 공격하는 공격형 아티팩트.
다른 하나는 날아오는 공격을 막는 방어형 아티팩트.
마지막으로 다양한 버프ㆍ디버프 마법을 걸 수 있는 지원형 아티팩트다.
보통 마법사가 상시 배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지원형 아티팩트가 많고, 없는 경우에는 방어형과 공격형 아티팩트가 주를 이루는데 이곳은 오직 한 가지 아티팩트밖에 없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죄다 공격용 아티팩트네.’
드워프들은 죄다 화끈한 것을 좋아해서 방어하는 것보단 엄청난 화력을 이용해서 적을 몰살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와이번을 타고 내려온 몬스터들의 공수 공격이나 아일랜드 터틀처럼 방어력이 높은 몬스터들을 대응할 수단이 없어진다.
실제 역사서에도 적의 공수 공격 때문에 많은 마법사들이 죽어서 방어가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바꾸면 될 일이지.’
라칸은 아티팩트를 즉석에서 손봐서 ‘그레이트 실드’ 마법을 심었다.
아티팩트를 사용하는 전투 마법사들이 이상하게 라칸을 쳐다봤다.
“뭐야? 왜 파이어 월 마법이 그레이트 실드로 바뀌었지?”
“설명 못 들으셨습니까? 이 지점은 적의 공수 공격이 시작되면 마법사와 궁수들이 피하는 벙커 역할을 할 겁니다.”
“못 들었는데?”
당연히 못 들었을 거다.
작전 내용을 주고받을 시간조차 없었으니까.
“그럼 푸른 산호 마법사단장님께 다시 한번 물어보십시오. 그럼 전 갑니다.”
“아니, 지금 어떻게……!”
라칸은 마법사의 말을 무시하고 빠르게 다음 지역으로 넘어갔다.
라칸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아티팩트를 고치고 점검하는 사이.
네메시스는 홀로 방벽 밖으로 나갔다.
적들의 공세가 몰려오는 방향은 정확하게 동쪽이다.
그란티스 군도가 화산 지대의 동쪽 지역에 위치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란티스가 용언 마법을 사용해 약 50마리의 용아병을 화산 지대 서쪽에 침투시켜 상대적으로 방비가 약한 서쪽을 공략한다.
용아병들은 하나하나가 거의 5성에서 6성 기사급이기 때문에 하나라도 내성에 잠입하는 순간 공략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한다.
그러니 이들이 방벽 내부에 잠입하기 전에 외부에서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여기다.’
네메시스는 지도와 주변을 훑어본 뒤 재빠르게 함정 아티팩트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종류는 용아병들에게 잘 먹히는 벼락 마법.
네메시스는 꼼꼼하게 함정 마법을 설치한 뒤 마지막으로 좌표 보조 마법을 심고 기다렸다.
‘본 공세 시작 20분 전에 이곳에 온다고 했지?’
네메시스는 시계를 보며 침착하게 기다렸다.
‘5, 4, 3, 2, 지금!’
기이한 마력 파동과 함께 용아병 50마리가 정확하게 네메시스가 설치한 함정 위에 안착했다.
용아병은 네메시스도 얘기만 들어봤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용아병은 드래곤이 세상에서 사라지면서 멸종한 몬스터 중 하나였으니까.
용아병의 겉모습은 인간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두 발로 걷고 검과 창, 투구까지 착용했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기사처럼 생겼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피부 군데군데가 갈색 비늘로 뒤덮여 있었으며, 갈색 비늘로 뒤덮인 꼬리까지 있었다.
그리고 하나하나가 지금의 네메시스와 비슷할 정도로 강력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단단한 비늘과 육체도 이 함정 마법들 앞에선 무용지물일 것이다.
콰르르르르르릉!
용아병들이 함정을 밟자마자 함정 아티팩트가 바로 발동하며 청백색의 벼락이 놈들의 몸을 지졌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제아무리 6성 기사라도 라이트닝 스톰을 무방비 상태로 맞으면 죽거나 혼절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마치 좀비처럼 꾸역꾸역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역시 그란티스의 이빨로 만들어진 놈다웠다.
그러나 이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네메시스가 아니었다.
“어딜.”
네메시스는 밖으로 빠져나오려는 용아병들의 앞으로 그림자를 타고 이동해 발로 뻥 차서 안으로 집어넣었다.
네메시스가 한 7마리 정도를 걷어찼을 무렵.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모이기 시작했다.
네메시스는 곧바로 용아병들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졌다.
우르르릉!
검은 구름 사이로 황금빛 번개가 위험한 소리를 내며 방전하고 있었다.
용아병들은 하늘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마력의 흐름에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검은 구름이 쏘아낸 황금빛 징벌은 용아병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콰르르르릉!
라이트닝 스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황금빛 번개 한 줄기가 바닥에 내려꽂히자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당연히 그 거대한 벼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용아병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네메시스는 엄청난 마법에 휘파람을 불었다.
“성능 확실하네.”
루체트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황금 벼락 지팡이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물론 시야도 없이 무려 4㎞나 떨어진 곳에 정확하게 벼락 마법을 꽂는 것은 나달이나 바스티얀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좀 전에 네메시스가 함정 마법과 함께 박아둔 보조 좌표 마법 덕분에 레인로버는 쉽게 벼락 마법을 꽂을 수 있었다.
네메시스는 수정구를 작동시켰다.
“도마뱀 구이 완성이요. 좀 많이 탔는데 드실 분 있습니까?”
시작이 좋다.
* * *
그란티스는 하품을 하며 쭉~ 늘어졌다.
거의 20년 만에 용언을 써서 그런가?
마나가 쑤욱 빠져나가 몸이 나른해지는 것이 잠자기 딱 좋다.
그란티스는 자신의 소중한 금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한 일주일 정도 자다가 일어나면 화산 지대 점령은 끝나 있으리라.
그때, 용아병들의 신호가 뚝 끊겼다.
그것도 방금 전에 막 텔레포트시켰던 용아병 50마리의 신호가.
“……뭐지?”
설마 용언이 잘못됐나?
그란티스는 눈만 떠서 용언 마법을 다시 머릿속으로 다시 되내였다.
아니다.
분명히 화산 지대 서쪽 4㎞ 지점에 용아병 50마리를 텔레포트시켰다.
그런데 신호가 끊겼다는 말은 모두 죽었다는 말이다.
그란티스는 다시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직접 확인해 볼까?
하지만 그란티스는 눈꺼풀을 짓누르는 나태함과 졸음을 이겨낼 수 없었다.
어차피 용아병 50마리 정도는 큰 타격이 아니다.
무려 500마리의 용아병과 1,500마리의 와이번 그리고 25,000마리의 몬스터들이 화산 지대를 향하고 있으니.
그란티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코를 골며 잠에 빠졌다.
* * *
아이린은 동쪽 바다를 쳐다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저 검은색 점들이 전부 와이번인가?”
아이린의 말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근처엔 아무도 없었다.
레인로버와 트리샤도 그리고 샤를로트도 저 어마어마한 군세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저게 끝이 아니다.
바다 밑에는 그란티스에게 굴복한 몬스터들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벌써부터 쪼는 거냐?”
수인족의 왕 바야가가 망루 위에 섰다.
“저런 피라미들에게 쫄면 그란티스는 어떻게 상대할 거냐! 이 녀석들아!”
바야가의 우렁찬 외침이 화산 지대에 메아리쳤다.
그러자 몸을 떨던 병사들이 제정신을 차렸다.
바야가는 엘프들의 리더 타티아나를 보며 말했다.
“야. 귀쟁이. 저 날벌레들 좀 떨어뜨려 봐.”
타티아나는 시위에 화살을 걸며 말했다.
“미개한 놈이 내게 명령을 내리지 마라.”
“그러니까 제대로 해보라고.”
타티아나는 바야가의 도발에 한숨을 내쉬었다.
“또 귀쟁이라고 부르기만 해봐.”
타티아나가 시위를 당겼다.
그러자 다른 엘프들도 모두 시위를 당겼다.
레인로버는 엘프들의 화살에 정령이 깃드는 것이 보였다.
인간은 화살에 마나를 담는 일은 못 한다.
화살에 오러를 담는 것까진 가능하긴 하지만 날리는 순간 오러가 사라지기 때문에 사용하나 마나인 셈이다.
하지만 엘프들은 다르다.
화살에 자신들의 정령을 태워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라칸이 개발한 마탄총보다 훨씬 더 강력하며 다채롭다.
“발사!”
타티아나의 명령에 엘프들의 화살이 날아갔다.
바람의 정령, 불의 정령, 땅의 정령 등 각기각색의 정령들이 깃든 화살이 날아가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물론 지켜보는 입장에서야 장관이지 저 화살에 맞을 몬스터들의 입장에선 재앙과도 같았다.
화살들이 와이번에게 날아가 꽂혔다.
몇몇 개체들은 몸을 뒤틀어 피했지만 정령이 화살의 날아가는 방향을 비틀어 와이번들만 쏙쏙 골라 맞췄다.
“와아아아아!”
검은 점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가을철에 떨어지는 밤송이들 같다.
사기가 올라간 병사들이 병장기를 두들기며 환호성을 지른다.
엘프들은 날아갔던 정령들이 다시 되돌아오자 다시 시위를 당기고 놓았다.
최강의 몬스터가 누구인가에 대한 토론이 시작되면 절대 빠지지 않는 하늘의 제왕, 와이번들이 바다에 빠지는 모습이 기가 막히다.
하지만 기뻐하기엔 아직 일렀다.
드드드드-
갑작스러운 지진과 함께 땅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화산이 폭발하기라도 하는 걸까?
병사들은 모두 뒤를 돌아 화산을 쳐다봤지만, 지진의 근원지는 뒤가 아닌 앞에 있었다.
-크어어어어어어!
드래곤의 아류종이자 바다의 지배자 레비아탄 다섯 마리가 땅을 뚫고 올라왔다.
“어째서 레비아탄이 땅속에서?!”
바야가를 포함한 다른 병사들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레비아탄은 한 마리만으로도 작은 섬 하나는 손쉽게 침몰시킬 수 있다.
실제로 바닷사람들은 원래 있던 섬이 잠기거나 사라지면 레비아탄이 한 짓이라고 먼저 짐작할 정도로 포악한 놈이다.
그런 악마 같은 놈들이 바다도 아니고 땅을 뚫고 올라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레비아탄은 땅 위로 올라오지 못하는 저주에 걸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설에 따르면 레비아탄이 땅을 먹어치워 바다로 세상을 메워 버리려고 하자 위대한 거인족 중 하나가 레비아탄에게 땅을 먹거나 걷지 못하는 저주를 내렸다고 한다.
그래서 레비아탄에게 팔과 다리가 사라지고 폐가 사라지고 아가미가 생겨 완전한 물짐승이 되었다고 한다.
혼란스러워하는 타티아나의 질문에 레인로버가 답했다.
“그란티스의 용언 마법입니다.”
“용언 마법?”
“저 레비아탄을 보십시오. 피부에 얇은 물 보호막이 있지 않습니까?”
레인로버의 말대로 레비아탄의 표면에 얇은 물 보호막이 걸려 있었다.
저 물 보호막 덕분에 레비아탄이 지상으로 기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저것을 없애기만 하면 레비아탄은 아무것도 못 할 겁니다.”
“하지만 어떻게…….”
레인로버는 황금 벼락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하늘에 검은 구름이 몰려들었다.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에 레비아탄은 본능적으로 레인로버를 향해 달려들었다.
“지금!”
그러나 라칸이 바꿔놓은 보호막 아티팩트가 레인로버의 앞에 났다.
레비아탄들은 그레이트 실드에 머리를 그대로 박아버렸다.
쩌저적!
최상급 마석을 무려 10㎏이나 넣은 그레이트 실드가 위험한 소리와 함께 금이 갔다.
다시 한번 레비아탄이 박치기를 시도하는 순간 무조건 부서질 것이다.
-크아아아아아!
하지만 레비아탄도 타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전력을 다해 그레이트 실드에 머리를 박아 넣어버렸기에 살짝 뇌진탕에 걸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사이 레인로버의 벼락 마법이 모든 준비를 마쳤다.
레인로버는 온 힘을 다해 지팡이를 아래로 내려그었다.
그러자 검은 구름에서 날카로운 황금빛 벼락이 송골매처럼 내려꽂혔다.
콰르르르릉!
레비아탄 하나의 정수리에 그대로 벼락이 꽂히자 용언 마법으로 만들어진 단단한 물 보호막이 벗겨졌다.
물 보호막이 벗겨지자 레비아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숨을 쉴 수 없게 되자 레비아탄은 몸을 뒤틀며 난동을 부렸고, 레비아탄의 머리 위를 날아오던 와이번과 날 몬스터들을 짓이겼다.
“헉…… 헉…….”
레비아탄 한 마리를 처리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레인로버의 마력이 바닥이 났다.
하지만 숨을 쉬지 못해 바다로 도망가 버린 레비아탄 한 마리를 제외하면 여전히 살아남은 레비아탄의 숫자는 총 4마리.
심지어 살아남은 와이번의 숫자는 1,000마리가 넘었고 해변가로 드래곤 터틀과, 서펜트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몬스터들의 공세에 샤를로트의 입이 저절로 열렸다.
“……이길 수 있을까?”
샤를로트의 질문에 대답을 한 것은 티그리스였다.
“승리를 의심하면 이길 전쟁도 진다.”
티그리스는 샤를로트를 스쳐 지나가며 검을 뽑아 들었다.
샐러맨더의 검신이 지옥불처럼 붉게 달아오르며 발화했다.
“앞을 보지 말고 뒤와 옆을 돌아봐라. 저들도 우리를 보며 똑같이 의심할 것이다. 이 높고 튼튼한 방벽을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우리를 어떻게 죽일 수 있을까?”
샤를로트는 그제야 보이지 않던 아군들과 방벽이 보였다.
깎아지를 듯 높은 절벽 위에 강철을 덧대 만든 외벽과 내벽 그리고 수없이 많은 수성용 아티팩트들.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엘프와 수인, 드워프 마지막으로 인간들까지.
적들도 강력하지만 우리도 만만치 않다.
“전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언제나 기세와 확신이다. 무조건 이길 것이라는 확신과 그 믿음을 관철시킬 수 있는 기세.”
티그리스는 방벽 끝을 밟고 올라섰다.
티그리스의 넓은 등에 태양이 가렸다.
“그 확신과 기세를 아군에게 심어주는 것은 언제나 압도적인 화력과 힘이다.”
티그리스는 다리를 구부렸다.
마치 단단한 강철을 억지로 구부린 것처럼 기이한 소리가 티그리스의 다리에서 흘러나왔다.
“……설마.”
퉁-!
티그리스가 날았다.
샐러맨더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이 긴 꼬리를 만들었다.
그 모습은 평범한 불화살 하나가 적진을 향해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병사들이나 다른 사람들도 멍하니 보게 되는 것처럼 레비아탄들도 자살행위와도 같은 움직임에 멍하니 티그리스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혼란스러운 전쟁 중에서의 방심은 죽음을 가져올 뿐이다.
쿵!
날아간 티그리스가 레비아탄의 머리를 향해 검을 내려찍었다.
샐러맨더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지옥불이 레비아탄의 뒤통수를 뚫고 폭탄처럼 터져 나왔다.
거대한 화염의 해일이 원뿔 형태로 퍼져 나가며 전장을 휩쓴다.
자연재해를 보는 것만 같다.
“……말도 안 돼.”
샤를로트와 아이린 그리고 레인로버와 라칸은 티그리스가 굉장히 강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나 강한지에 대해 감히 추측조차 할 수 없었다.
티그리스가 진심으로 싸우는 것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이게 한 사람이 한 일이라고?”
샤를로트는 회귀 전의 티그리스가 오만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인간 하나가 자연재해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데 어찌 오만하지 않을 수 있는가?
티그리스는 석탄이 되어버린 레비아탄의 머리를 타고 내려와 공포에 질려 굳어버린 몬스터들을 쓱 훑었다.
그 모습은 마치 살아 있는 악귀와도 같았고.
아군에게 있어서 하늘에서 내려온 불의 천사와도 같았다.
티그리스는 횡으로 검을 그었다.
티그리스의 검강이 전장 왼쪽 끝에서부터 오른쪽 끝까지 쭉 그어지며 불의 길을 만들었다.
티그리스는 이글거리는 불의 길의 뒤편에 서서 고요하게 경고했다.
“지금부터 이 선 이상 넘어오면 내게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