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244)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244화
마지막 왕자(1)
노르베르드 장벽.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금지된 강 유역에서 태어난 호전성 높은 변이 몬스터들의 주기적인 침공을 막기 위해 탄생한 인류의 역작.
장벽을 수호하는 기사들과 병사들은 모두 베테랑이고.
피와 눈물로 쌓아 만들어진 전술과 노하우는 후세에게 고스란히 남겨져 내려오고 있으며.
각종 군수품과 비상시에 대비한 식량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철혈 요새.
그러나 이런 노르베르드 장벽도 키메라를 상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다.
“당장 거미줄을 불태워라!”
“기름을 부어라! 어서!”
병사들은 하늘에서 날아오는 길고 붉은 거미줄을 향해 아티팩트를 작동시켰다.
하지만 산바람을 타고 변칙적으로 날아오는 거미줄을 아티팩트로 사냥하기란 활로 날아가는 새를 맞히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
결국 끈적한 거미줄이 장벽 위에 달라붙자 병사들은 기름을 부어 태웠다.
치이이익-!
거미줄에서 나오는 붉은 연기.
그 연기를 들이마신 병사들의 눈이 몽롱해지더니 불타는 거미줄을 향해 걸어갔다.
“안 돼!”
다른 병사들이 뜯어말려 보지만 그 병사는 기어코 거미줄을 향해 몸을 던졌다.
다른 병사들도 거미줄에서 뿜어져 나오는 환각제에 당해 장벽 위에서 스스로 몸을 던지거나 불타는 거미줄을 향해 좀비처럼 걸어갔다.
병사들은 동료들의 죽음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땅을 뒤흔드는 감각에 아티팩트를 잡았다.
“아라크네다!”
“전방 500m 지점 아라크네 발견!”
달이 밝지 않는 밤이라 벌써 산을 내려온 줄도 몰랐다.
섬광 마법이 방벽 곳곳에 터지자 아라크네의 모습이 나타났다.
몸 아래는 핏줄 거미의 몸통과 다리가 달려 있었고, 위로는 인간의 몸을 가진 거미의 형상이었다.
기록조차 발견하기 어려운 고대 시대에 존재했다던 괴물 ‘아라크네’를 닮은 모양새에 병사들은 공포에 젖었다.
지금까지 노르베르드 변경령의 병사들은 모두 그린스킨 계열의 몬스터만 상대해 왔다.
놈들은 굉장히 몸이 튼튼하고 빠르게 번식을 하며 재생 능력도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능이 그리 높지 않았다.
그래서 방벽과 인간만 보면 눈이 벌게진 채로 무조건 달려드는 경향이 있어 유인책이 굉장히 잘 먹혔다.
하지만 아라크네의 지능은 굉장히 높았다.
유인책 따위는 당연히 먹히지 않았고, 오히려 아라크네들은 길리온 산맥으로 도주하는 척했다가 추적해 온 기사들과 병사들을 잡아먹기까지 했다.
그렇게 당한 병사들과 기사들만 해도 지금까지 1,000여 명.
심지어 놈들은 발전하고 있었다.
아라크네들은 거미줄을 마치 마탄처럼 쏘아내 아티팩트를 맞혔다.
“젠장! 아티팩트에 거미줄이 붙었어!”
“이걸 어떻게 하지?”
“마법사! 마법사를 불러와 어서!”
화력이 줄어든 틈을 타 대규모 공격을 가하는 아라크네들.
아라크네들은 오크나 오우거와 달리 다리에 날카로운 털이 달려 있어 노르베르드 방벽의 매끄러운 성벽도 잘 올라왔다.
“으아아아악!”
“살려줘어어어!”
아라크네는 마치 곳간에서 감을 빼먹듯이 병사들을 하나둘씩 납치했다.
거미줄을 그물 모양으로 만들어 아예 한 분대를 통째로 가져가는 놈도 있었고, 발톱으로 몸통을 꿰어 그 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개체도 있었다.
병사들이 마탄총으로 응수해 보지만 아라크네의 단단한 하반신은 뚫지 못했다.
그나마 연약한 상반신을 노려야만 했으나 머리나 심장을 노리지 않으면 죽지도 않았기 때문에 상대하기 굉장히 까다로웠다.
서걱-!
-케에에에엑!
병사들의 눈이 절망으로 가득 찰 때, 검을 든 기사들이 나타났다.
하얀 망토를 입은 기사는 노르베르드 가문의 혈족이자 엘리트로만 구성된 ‘하얀 늑대 기사단’이었고
검은 망토를 입은 기사는 노르베르드 가문에 충성한 ‘검은 늑대 기사단’이었다.
“아라크네들을 방벽 밑으로 몰아내라!”
“아티팩트를 먼저 사수해!”
하얀 늑대 기사단은 홀로 아라크네 진형에 들어가 아라크네들을 썰어 넘겼다.
하얀 늑대 기사단이 익히고 있는 검술은 노르베르드 가문의 혈족에게만 전수되는 ‘노르베르드류’ 검술.
그들은 제아무리 단단한 아라크네의 겉껍질이라고 하더라도 손쉽게 부술 수 있었다.
그들은 최전선에서 나서서 잡혀가는 병사들을 구출함과 동시에 검은 늑대 기사단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검은 늑대 기사단은 하나의 팀으로 구성되어 본격적으로 아라크네들을 밀어내며 빼앗긴 아티팩트 진지를 되찾아 왔다.
거기에…….
“변경백님이다!”
베오울프가 횡으로 검을 그었다.
드윈의 검에서 흘러나온 날카로운 검풍이 아라크네 수십 마리를 단번에 양단 냈다.
베오울프는 하얀 늑대 기사들과 함께 방벽 위를 내달리며 아라크네들을 몰아냈다.
질퍽!
베오울프는 자신의 다리를 붙잡은 거미줄을 쳐다봤다.
“더 영악해졌군.”
아라크네들은 베오울프와 기사들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직접적으로 싸우는 것을 피했다.
그 대신 중장거리에서 거미줄을 탄환처럼 쏘아내 베오울프와 기사들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베오울프는 다리에 달라붙은 거미줄을 죄다 잘라냈다.
연이어 거미줄이 베오울프의 팔다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베오울프는 한 줄기의 바람 같은 움직임으로 놈들의 거미줄을 죄다 피해내며 아라크네들에게 검격을 날렸다.
베오울프는 전장을 훑었다.
아라크네들은 병사들을 먹는 대신 주변에 거미줄을 까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마치 새 거미 둥지를 만들려는 것처럼 주변이 온통 거미줄 천지였다.
“불을 가져와!”
“기름이 필요해! 당장 부어!”
“저, 저기에 아군이 묶여 있어! 아직 마법을 쓰지 마! 아직!”
노르베르드의 병사들이 죽어간다.
어느새 방벽 아래로 내려온 아라크네들이 주민들을 습격하고 있다.
이것이 키메라.
이것이 티그리스가 겪었던 전쟁.
티그리스는 이런 끔찍한 전쟁을 얼마나 많이 겪었던 것일까?
그리고 얼마나 많이 절망했을까?
베오울프는 이를 악물고 날카로운 한 줄기의 바람이 되어 방벽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베오울프는 검기를 난사했다.
사방에 날아드는 날카로운 검풍이 태풍이 되어 아라크네들을 휩쓸었다.
아라크네들은 손쓸 기색도 없이 죽어 나갔다.
베오울프는 오러를 마치 오늘만 살고 내일은 살지 않을 것처럼 아낌없이 사용했다.
아라크네들은 베오울프가 있는 곳을 최대한 피하려 했으나 베오울프가 만들어낸 태풍의 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라크네들이 비명을 지르며 날카로운 검풍에 갈려 나간다.
전선에 빈 공백이 생겨나자 역공의 틈이 생겼다.
마법사들은 방벽 위에 내려앉은 거미줄을 죄다 불로 태워 거둔 뒤 아티팩트를 되찾았다.
“쏴!”
아티팩트에서 뿜어져 나온 불이 전장을 휩쓸었다.
“헉……. 헉…….”
베오울프는 숨을 돌리며 방벽 위로 올라왔다.
놈들의 공세가 약해진다.
그러나 승리했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드드드드드-!
길리온 산맥으로 더 많은 아라크네들이 내려온다.
“아, 아라크네들입니다!”
“분명 1만 마리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어째서…….”
베오울프는 안력을 높여 산을 내려오는 아라크네들을 쳐다봤다.
“크기가 작군.”
조금 전 공격해 온 아라크네들보다 절반 이상 작다.
하지만 그 숫자는 더 많다.
어느 정도냐면 섬광 마법이 닿지 않는 범위까지 작은 아라크네들이 가득했다.
“설마 아라크네들의 새끼들인가?”
놈들이 병사들과 몬스터들의 사체를 왜 집어 가나 했더니만, 저 새끼들의 먹이를 주기 위함이었던 모양이었다.
베오울프는 검을 다시 들었다.
병사들도 아티팩트와 마탄총 등을 다시 점검했다.
아마 오늘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
그게 자기 자신이 될 수도 있고 절친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병사들은 도주하지 않았다.
이 뒤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조상들이 평생을 바쳐 살아온 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와라!”
병사들은 전의를 불태우며 놈들이 사정거리까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그때, 베오울프의 옆으로 하얀 수염을 기른 마법사가 유령처럼 나타났다.
베오울프는 눈을 의심했다.
“……바스티얀 님?”
“고생이 많아 보이는군. 베오울프 변경백.”
분명 8일 전에 전해 듣기론 노르베르드에 증원군이 도착하기까지 최소 10일은 걸릴 것 같다고 들었다.
그런데 바스티얀은 불과 일주일 만에 노르베르드에 당도했다.
“설마 텔레포트를 쓰신 겁니까?”
“아니, 드워프들이 출발 직전에 열차 엔진에 손을 좀 본 모양이더군. 멀미 때문에 고생을 꽤 했지만 그래도 빨리 온 보람이 있군.”
병사들의 옆으로 드워프들이 선다.
“비켜봐! 빨리 설치해야 하니까!”
“어허! 이건 고장 난 거잖아! 당장 버려!”
드워프들은 고장 난 아티팩트들을 죄다 방벽 아래로 떨어뜨려 버린 후 자신들이 가져온 마공학 대포들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바스티얀의 옆에 선 말레우스가 말했다.
“바스티얀 님. 시간을 좀 벌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10분 정도면 될 것 같은데.”
“그 정도면 충분하죠.”
바스티얀은 미리 메모라이즈 해둔 7서클 마법을 사용했다.
하늘 위로 거대한 마법진 하나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마법진을 타고 주홍빛 화염구가 쏟아졌다.
-케에에에에에에에!
-키야아아아악!
그 화염구에 맞은 아라크네들은 몸이 부서져 죽어 나갔다.
그러나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화염구들이 연신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펑! 소리와 함께 온몸이 불로 된 도마뱀들이 튀어나왔다.
분명 화염 마법이건만 불꽃 도마뱀들은 아라크네들의 몸통을 물어뜯으며 동시에 불태웠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바스티얀이 세상의 작은 이치를 깨달은 7서클 대마법사이기 때문이었다.
나달이 자신이 완벽하게 이해한 유기물을 분해하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바스티얀의 경우엔 자신이 이해한 동물의 행동 방식을 마법에 덧입힐 수 있었다.
붉은 도마뱀들은 이리저리 날뛰며 아라크네들을 이리저리 뛰놀며 뜯어먹었다.
아라크네들이 거미줄을 날려도 마법으로 만들어진 도마뱀인지라 그대로 몸을 통과했다.
오히려 거미줄에 붙은 불꽃에 다른 아라크네가 맞으며 고통스러워했다.
그 사이 말레우스와 드워프들은 방벽에 신형 수성용 마공학 대포를 설치했다.
“시험 발사 한 번씩 해봐!”
말레우스의 말에 대포들이 불을 뿜는다.
마치 운석을 연상케 하는 화염이 적진 한가운데로 파고든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거대한 폭발과 함께 핏줄 거미들이 폭사했다.
어마어마한 화력에 병사들은 모두 넋 놓고 쳐다봤다.
“약간 각이 틀어졌는데?”
“균형이 맞지 않아. 바닥에 깔 만한 게 필요하겠어.”
드워프들은 다시 한번 교정한 뒤 흐르는 땀을 닦아 냈다.
그리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병사들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뭐 해! 대포 쏘는 법 안 배울 거야?! 아님 내가 계속 쏠까?”
“아, 예! 예! 배우겠습니다!”
베오울프의 뒤로 소라와 리니아가 다가왔다.
“아빠!”
리니아는 베오울프에게 안겼다.
“몸은 괜찮으세요? 걱정했어요.”
“지금은 괜찮다. 그것보다…….”
베오울프는 리니아의 방패와 검을 봤다.
리니아의 방패와 검은 베오울프도 익히 알고 있는 성물이었다.
방패와 검이 한 세트로 3월을 상징하는 별자리 ‘2번째 달’이라는 성물이었다.
그 외에도 리니아는 번쩍이는 황금 갑주를 입고 있었는데, 아우로므의 비늘로 만든 갑주였다.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리니아의 심장에서 돌고 있는 3개의 고리였다.
“……많이 성장했구나.”
“네. 이제 저도 도와드릴게요.”
베오울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리니아는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이 아닌 누군가를 지킬 수 있는 기사가 된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티그리스는 지금 어디에 있지?”
대답은 소라에게서 나왔다.
“티그리스 교관님은 안 왔어요.”
베오울프는 티그리스의 결정을 이해했다.
베오울프라면 노르베르드를 충분히 잘 지켜낼 것이라 믿은 거겠지.
그것보다 더 급한 곳은 따로 있다.
“그럼 동부 전선으로 간 건가?”
“그건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티그리스 경의 위치 정보는 극비라서 알고 있는 사람이 굉장히 적죠.”
“음…….”
바스티얀은 식은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걱정이 티그리스 걱정이네. 그것보다 우리가 더 걱정이지.”
바스티얀의 마법 도마뱀들이 모두 사라지자 아라크네들이 잔뜩 흥분하여 달려들기 시작했다.
소라는 세검들을 공중에 띄우며 말했다.
“그 말이 맞긴 하죠. 티그리스 교관님께서 죽는다는 건 도저히 상상이 안 가니까요.”
드워프들이 말했다.
“모두 준비 완료됐습니다!”
베오울프는 검을 치켜들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아라크네를 향해 말했다.
“그럼 전원 발포!”
수십 발의 마공학 대포가 불을 뿜으며 북부 전선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 * *
권속들이 만들어낸 키메라들과 달리 로타와 아르펨이 직접 만든 키메라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성수’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룩스의 성배가 타락하면 성수에 과도한 치유 효과와 더불어 주변에 있던 모든 유기물을 집어삼켜 기괴한 모양새의 키메라들을 만들어낸다.
아라크네나 살덩어리들은 티그리스도 처음 보는 것이지만, 회귀 전에 봐왔던 키메라들과 원리는 일맥상통했다.
그러니 이번 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내려면 룩스의 성배를 찾아내 부수는 것이 중요했다.
트리샤는 은묘의 망토를 뒤집어쓴 채 거대한 성전을 지켜봤다.
주변에 강력한 성기사들이 가득 깔린 것은 기본이고, 주변에 희미한 마력이 느껴지는 것으로 봐서 알람 마법까지 깔려 있는 모양이었다.
트리샤는 성전 입구에서 나오는 마차를 주의 깊게 쳐다봤다.
그 마차는 희한하게도 머리가 2개에 다리가 8개 달린 말이 마차를 끌고 있었다.
심지어 놈의 덩치가 얼마나 큰지 웬만한 말보다 4~5배는 더 큰 것 같았다.
마차 뒤엔 큰 오크통 여러 개가 실려 있었는데,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저건 성수가 분명했다.
트리샤는 수정구를 꺼냈다.
“티그리스 님. 성배 찾았습니다.”
-저 이자벨 성전이 맞나?
“네. 천체지도가 가리키는 곳이 정확히 저기예요. 그런데 자세한 위치는 성전 안을 안 들어가 봐서 잘 모르겠네요.”
-그 정도면 충분하다.
“어떻게 들어가실 생각이세요? 제가 은묘의 망토를 빌려드릴까요? 아니면 네메시스를 들여보내실 생각인가요?”
네메시스가 트리샤의 뒤에서 나타났다.
“저기에 뭐가 있는 줄 알고 날 들여보내겠다는 거야. 트리샤.”
“네 그림자면 충분하지 않아?”
“내 그림자 이동술이 만능은 아니지. 그리고 내 능력은 신성력에 약해. 아마 사제들이 쓰는 기도 마법에 난 힘도 제대로 쓰지 못할걸.”
“그럼 어떻게 하지?”
수정구에서 티그리스의 말이 흘러나왔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하겠다.
“네? 어떻게요?”
-보면 안다. 최대한 뒤로 물러나도록.
트리샤와 네메시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뭘 보면 안다는 거지?”
“어……? 저기 하늘 봐봐.”
네메시스의 말에 트리샤는 고개를 들어 성전 위를 쳐다봤다.
거대한 유성 하나가 유려한 곡선을 이루며 날아오고 있었다.
“저거 설마…….”
자세히 보니 유성이 아니었다.
등에 붉은 날개가 달린 티그리스였다.
티그리스가 날아왔던 하늘은 푸른색이 아닌 붉은색으로 물들며, 뜨겁게 불타올랐다.
“피, 피해!”
네메시스는 그 말과 함께 그림자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야! 네메시스! 나만 두고 어디가!”
티그리스가 성전 중심부를 향해 떨어지기 5초 전.
트리샤는 은묘의 망토도 걷어 내고 죽어라 달렸다.
콰아아아아아앙-!
땅이 푹 꺼지는 느낌이 들며 트리샤는 비명을 질렀다.
“이렇게 할 거면 진작에 말 좀 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