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248)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248화
악몽(3)
샤를로트의 악몽은 매튜 왕자의 악몽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파괴력이나 속도는 매튜 왕자의 것보다 월등히 떨어지지만, 기교와 센스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악몽은 샤를로트의 디테일한 기억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매튜 왕자는 자신의 망상으로 만들어진 괴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까다로워.’
악몽이 샤를로트의 검신을 뱀처럼 미끄러지듯이 타고 올라와 목을 노렸다.
샤를로트는 가드로 타고 올라오는 검을 막았다.
예상했다는 듯이 악몽은 발을 강하게 굴렀고, 무게중심이 비틀려 휘청거렸다.
그 틈을 노리고 악몽은 검을 찔러 넣었다.
쩡-!
그러나 허공에 샤를로트의 창이 튀어나와 악몽의 검을 막아내며 오히려 역으로 역공을 가했다.
‘머리 아파.’
악몽과의 전투는 마치 체스를 두는 것 같았다.
하나를 내어주면 반드시 하나를 받아 가고, 함정을 깔면 그 함정을 역으로 이용할 방법을 찾는다.
샤를로트의 얼음창 세 개가 땅을 뚫고 악몽의 다리를 노리고 들어온다.
악몽은 그 얼음창을 부수며 돌진했다.
‘허점!’
얼음창 때문에 몸의 균형이 살짝 무너졌고 그 틈을 비집고 샤를로트는 검을 찔러 넣었다.
샤를로트가 이 검술을 익힌 후로 굉장히 즐겨 쓰는 패턴이었고, 이 패턴에 당한 몬스터들이나 성기사들이 제법 되었다.
그러나 티그리스는 그 공격을 받아내지 않고, 피해냄과 동시에 검을 횡으로 그었다.
샤를로트는 이를 악물며 막아냈지만 버티지 못하고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 위로 악몽이 검을 내려찍었다.
샤를로트는 간신히 검을 들어 막아냈지만, 온몸이 저려왔다.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네 검술은 내가 만들고 내가 가르쳤다.
샤를로트의 등허리에서 검은색 얼음창이 튀어나온다.
샤를로트는 간신히 검을 비껴내 피해냈다.
“큭!”
하지만 연이어 들어온 공격을 피하진 못했다.
샤를로트는 갑옷의 빈틈을 정확하게 노리고 들어온 티그리스의 검을 쳐다봤다.
티그리스의 검이 짐승처럼 뒤흔들리며 샤를로트의 왼쪽 어깨 갑옷 사이를 헤집었다.
샤를로트의 입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와 악몽에게 흡수된다.
-너의 검술을 내가 모를 것이라 생각한 거냐?
샤를로트는 검을 휘둘렀다.
티그리스는 망설임 없이 검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샤를로트는 이를 악물고 검을 뽑아냈다.
그 검은 연기로 변하더니 악몽의 손에 다시 들렸다.
뚝- 뚝-
샤를로트의 갑옷 안으로 피가 새어 나와 바닥을 적셨다.
티그리스는 그런 샤를로트를 보며 비웃었다.
-너는 절대 나를 이기지 못해.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지금도 그럴 것이다.
악몽은 샤를로트의 모든 검술 패턴을 알고 있다.
못된 버릇부터 시작해서 샤를로트가 익힌 이 검술에 대해서도 모두 알고 있겠지.
‘어떻게 하지?’
샤를로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이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힘과 속도에서도 샤를로트보다 한 수 위다.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안 보여.’
샤를로트의 거침 숨결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티그리스에게 흡수된다.
악몽이 샤를로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고, 당연하게도 한 손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쩡-!
샤를로트의 검이 하늘 높이 솟구치며 날아간다.
“아.”
샤를로트와 악몽의 눈이 마주쳤다.
저 눈빛은 과거 슈베어트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던 티그리스의 눈빛과 동일했다.
-내 말이 맞지? 넌 영원히 나를 이기지 못해.
티그리스의 검이 샤를로트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죽음이 다가온다.
어처구니없고 허무하며 무자비하게.
주변에 티그리스도 없고 아이린도 없으며 트리샤도 없다.
그 누구도 샤를로트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
외롭고 고독하다.
그때, 티그리스의 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네 목에 칼이 들어오더라도 포기하지 마라.
살아날 방법을 찾아라.
고민해도 답이 보이지 않거든 도박 수라도 던져라.
으득-!
샤를로트는 이를 악물었다.
죽고 싶지 않다.
이렇게 죽고 싶지 않다.
아니, 자신의 악몽에겐 절대 지고 싶지 않다.
훙-!
검이 샤를로트의 목덜미를 베고 지나간다.
하지만 베는 촉감이 없다.
유령 걸음이었다.
악몽의 검이 멈추지 않고 뒤로 향한다.
유령 걸음의 최종 경로는 언제나 상대방의 뒤로 정해져 있다.
그걸 악몽이 모를 리가 없었다.
악몽의 검이 뒤를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그곳엔 샤를로트가 없었다.
-어째서?
샤를로트의 오른 주먹이 티그리스의 얼굴에 직격한다.
퍽-!
악몽은 골을 뒤흔드는 충격에 주저앉았다.
악몽은 자신을 때린 샤를로트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올려다봤다.
“이제야 네가 어떤 녀석인지 이해가 가네.”
샤를로트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새로운 검을 꺼내 들었다.
별다른 능력이 있는 검이 아닌 드래곤의 뼈로 만들어진 검이었다.
“너 내가 기억하고 있는 티그리스 님의 모습만 따라 하는 거구나.”
악몽이 샤를로트의 기척을 읽을 수 있었다면, 샤를로트가 유령 걸음에 변주를 줬다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악몽은 샤를로트가 어디로 이동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유령 걸음은 무조건 뒤로 이동한다는 것에만 집중해 검을 뒤로 휘둘렀다.
그리고 놈은 샤를로트가 맨주먹으로 공격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막아내지도 못했다.
악몽이 다시 달려든다.
좀 전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다.
얼마나 빠른지 샤를로트가 순간적으로 티그리스의 신형을 놓쳤을 정도였다.
그러나 샤를로트는 놈의 검이 어디로 향할지 모두 알고 있다.
‘이걸 왜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까?’
빠르고 강력하다.
하지만 이 검로와 움직임은 굉장히 익숙했다.
이건 과거 슈베어트에서 티그리스가 처음으로 샤를로트를 향해 달려들었을 때 사용한 길이었다.
샤를로트는 검을 쳐내지도 않고, 정확하게 반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악몽의 검이 샤를로트의 갑옷을 살짝 스치고 지나간다.
샤를로트는 막기 까다로운 각도로 검을 올려 쳤다.
악몽은 반사적으로 피해냈다.
그 때문에 몸의 균형이 무너졌고, 뒤이어 날아올 공격을 대비했다.
본래 샤를로트의 성격이라면 빈틈을 보이는 순간 무조건 물어뜯을 테니까.
하지만 샤를로트는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뒤로 물러났다.
샤를로트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포션을 꺼내 어깨에 부었다.
조금 삐걱거리긴 하지만 관절이 돌아오자 샤를로트는 검을 들었다.
악몽이 다시 돌진했다.
이번엔 내려 베기.
샤를로트는 검을 비껴 쳐 악몽의 검로를 뒤흔들었다.
동시에 샤를로트의 얼음창이 놈의 옆구리를 향해 날아갔다.
티그리스는 그 얼음창을 피해내며 검을 다시 휘둘렀다.
샤를로트는 악몽의 검을 막아냈다.
-하지만 나 역시 너의 모든 걸 알고, 막을 수 있다. 그걸 모르는 건 아닐 텐데?
“네 말이 맞아.”
샤를로트가 역으로 공격을 가했다.
악몽은 샤를로트의 검을 힘으로 튕겨냈다.
허공에 얼음 고드름이 생겨나며 샤를로트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샤를로트는 그 고드름을 얼음창으로 막아내며 땅을 강하게 굴렀다.
그러자 땅에서 솟구치는 거대한 얼음창.
완벽한 변주였고 악몽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거대한 얼음창이 티그리스의 배를 꿰뚫었다.
“하지만 난 너랑 다르게 매분 매초 발전할 수 있어.”
악몽은 검은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그러나 검은 안개를 뚫고 샤를로트의 악몽이 다시 걸어 나왔다.
-넌 나를 절대 이기지 못해.
“이젠 아니야.”
악몽이 샤를로트를 향해 달려든다.
샤를로트는 티그리스가 늘 자신에게 해준 이야기를 떠올렸다.
넌 모든 것을 베어내려는 오만한 방패와도 같다.
샤를로트는 그게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몇 번이고 티그리스에게 물어봐도 그건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 하는 문제라며 샤를로트를 괴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악몽의 움직임을 보니 이제야 이해가 된다.
과거의 샤를로트라면 지금 티그리스의 공격을 무조건 받아내고 역공을 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저 횡 긋기는 절대 완력으로 막아내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를로트는 어떻게든 저 검을 정면으로 막아내고 받아치려고 했을 것이다.
그게 기사라면 당연한 행동이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샤를로트는 티그리스의 검을 비껴냈다.
반격이 들어올 것을 예상한 악몽은 방어를 준비했지만 샤를로트는 공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샤를로트는 자세를 가다듬고 티그리스의 연속 공격을 기다렸다.
악몽의 검이 솟구친다.
샤를로트의 검이 다시 검로를 읽어내고 비껴내 막아낸다.
원래라면 절대 막아내지 못할 가공할 속도지만, 샤를로트는 놈의 어깨와 손목의 각도 그리고 눈빛만으로도 놈이 어디로 공격할지 완벽하게 계산할 수 있었다.
쩌적- 쩌적-
악몽의 관절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렸다.
샤를로트의 검에서 흘러나온 냉기가 악몽의 몸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었다.
냉기는 얼음 조각이 되고 얼음 조각은 악몽의 발을 붙잡고 관절에 파고들었다.
악몽은 얼음 조각을 털어내 보려 하지만 단단히 붙어 있어 움직여지지 않았다.
샤를로트가 처음으로 반격을 시도했다.
완벽한 타이밍이었으나 악몽은 아주 쉽게 벗어났다.
그러나 샤를로트의 공격은 성공했다.
콰직-!
악몽의 몸에 달라붙은 얼음 조각들이 날카로운 가시와 꽃잎이 되어 돋아났다.
마치 악몽의 몸을 타고 장미가 피어난 것 같은 기분이다.
샤를로트는 지금까지 이 검술의 이름을 명확하게 짓지 못했다.
얼음창을 만들어내고 소환하는 것까진 괜찮았으나 굉장히 애매했다.
마법이라고 하기엔 약하고 검술이라고 하기엔 허술했으니까.
하지만 샤를로트는 이제야 이 검술의 이름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설화(雪華). 그래, 설화(雪華)가 좋겠어.”
악몽은 사라졌고 샤를로트는 악몽을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려도 악몽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멀리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저, 저리 가! 저리 가!”
샤를로트는 의아한 눈빛으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개 너머로 원혼들이 매튜 왕자를 끈질기게 쫓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 * *
오슬로는 자신의 악몽과 마주했다.
그 악몽은 너무나도 하찮아서 검을 휘두를 이유조차 없었다.
-…….
악몽은 바로 자신이었다.
검은 오슬로는 쭈구려 앉아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오슬로도 잠을 잔다.
하지만 오슬로는 악몽이라는 것을 꿔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감정이란 게 거의 없는지라 공포나 절망과 같은 감정은 오슬로에게 있어서 굉장히 생소한 것이었으니까.
심지어 여분의 육체만 준비되어 있다면 거의 반불사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공포도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왜 자신의 모습이 악몽으로 나온 것일까?
오슬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슬로는 악몽을 베어냈다.
하지만 악몽은 다시 나타났다.
오슬로는 다시 베었고, 또다시 나타났다.
오슬로는 계속 베어나가며 전진했고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 악몽의 심장에는 7개의 고리가 돌고 있었다.
“아…….”
오슬로는 이 악몽이 자신의 과거가 아닌 미래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르펨의 명령대로 소드 마스터가 된 자신.
하지만 그것을 이룬 아르펨은 목적을 잃고 아주 먼 옛날처럼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오슬로의 입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와 악몽에 흡수되었다.
그러자 악몽이 입을 열었다.
-해야 할 일이나 목표조차 계획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나태다.
오슬로는 그제야 자신에 대해 깊게 사유하기 시작했다.
“내가 소드 마스터가 되고 나면 뭘 해야 하지?”
오슬로는 검은 오슬로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검게 물든 하늘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 * *
리니아가 검을 휘두른다.
티그리스는 천공의 사슬을 놓고 양손으로 검을 치켜들어 리니아의 검을 막았다.
끼기기기긱-!
소름 끼치도록 날카롭고 구슬픈 소리가 전장을 가득 메운다.
그 여파로 아르펨은 마치 바람에 휘날리는 연처럼 나부끼며 날아갔다.
티그리스는 아르펨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오직 리니아에만 집중했다.
리니아의 눈에서 흐른 검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넌 누구지……?
리니아가 티그리스를 밀쳐내며 뒤로 물러났다.
리니아의 검은 눈물이 바닥을 추적추적하게 적신다.
-넌 누구길래 날 아프게 하는 거지?
리니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티그리스의 심장이 난도질하는 것처럼 아파왔다.
리니아의 검신에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난다.
검신에 돋아난 가시가 가드와 손잡이를 타고 리니아의 손까지 타고 올라가 리니아의 피부를 난도질했다.
리니아의 손에서 눈물 같은 피가 흘러 검과 가시를 물들였다.
리니아는 검을 횡으로 그었다.
노르베르드류, 제1식 폭포 가르기다.
자세와 힘 그리고 타이밍은 완벽했다.
그렇기에 슬펐다.
그녀가 그토록 완성시키고자 했던 폭포 가르기는 부모님과 오빠 그리고 가문의 기억을 지워 버린 후에야 티그리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고통이 섞인 검은 피가 티그리스의 심장을 가르기 위해 날아온다.
티그리스는 그 날카로운 일격을 베어냄과 동시에 돌진했다.
티그리스는 폭포 가르기를 사용했다.
리니아의 눈이 사슴처럼 크게 커진다.
-어떻게 내 검술을…….
리니아는 티그리스의 검을 간신히 받아낸 후 찔러 넣는다.
티그리스는 그 움직임을 손쉽게 간파했다.
티그리스는 그녀의 검을 겨드랑이 사이로 피하고, 티그리스의 검은 리니아의 심장을 꿰뚫었다.
리니아의 손이 티그리스의 얼굴을 매만진다.
놀랍도록 차갑고 건조하며 거칠다.
-아……. 왜 난 당신이 이렇게 두려운 거죠?
리니아는 검은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티그리스의 눈에서 처음으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하지만 악몽은 늘 그렇듯 지독하게도 티그리스를 따라다녔다.
쩡-!
검이 구슬프게 울자 리니아의 눈이 티그리스를 향한다.
-넌 누구지……?
“난…….”
티그리스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검은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네 하나뿐인 오빠다.”
구슬픈 검의 울음소리가 전장을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