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30)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30화
수사(2)
일일 퀘스트를 제외하고 남은 퀘스트는 총 2개였다.
하나는 마법 학부로 전과하라는 퀘스트였고 다른 하나는 빅토리에에 오자마자 받은 퀘스트였다.
[실종 사건의 진위를 파악해라!]빅토리에 주민들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실종 사건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다!
실종 사건의 진위를 완전히 파헤쳐라!
보상: 15,000포인트.
라칸은 이 퀘스트를 깨기 위해 1달간 빅토리에 전역을 쏘다녔다.
실종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그레이 타운과 트레져 타운에 잠복도 해보고 탐문 수사도 해봤다.
그러다가 갱단에게 죽을 뻔하기도 했지만, 소득은 전혀 없었다.
다른 퀘스트들은 용기와 노력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이 퀘스트는 노력과 끈기만으론 해결할 수 없었다.
마치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특출난 능력이 하나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구매한 기술이 바로 ‘하급 탐색’이었다.
[얼마 전에 움직인 듯한 맨홀 뚜껑.] [습기를 머금은 진흙.] [사람의 발자국이 아닌 듯한 이상하고 커다란 발자국.]탐색 결과: 얼마 전 이 맨홀 뚜껑이 열리고 사람이 아닌 존재가 나온 것 같습니다.
‘하급 탐색’은 시스템과 연동되어,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 것들을 대신 캐치해 주고 굉장히 객관적이고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퀘스트를 깨기 위해 외출증을 받고 이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말인가? 조사를 시작한 것은 1달 전부터였고?”
“네. 제가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그레이 타운에서 총 12번, 트레져 타운에서 5번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가 맨홀 뚜껑을 열고 기어 나온 흔적이 있어요.”
“혹시 지도에 표시해 두었나?”
“네. 보세요.”
라칸은 빅토리에 지도를 펼쳐서 티그리스에게 보여주었다.
라칸은 지도에 연필로 마크해 두었다. 그레이 타운 쪽은 지도가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도는 떨어졌지만 대략 위치가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아예 머리가 안 굴러가는 녀석은 아니군.’
“제가 예상해 보건대 이 괴생명체와 이번 실종 사건이 관련이 높다고 생각해요.”
“왜 그렇지?”
“제 감이요.”
마지막 대답은 조금 맥 빠지긴 했지만, 라칸은 조사 방향을 정확하게 잡고 있었다.
정말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이 사건의 진상을 모두 파헤칠 수 있을 정도였다.
“티그리스 교관님도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계신 건가요?”
“맞다.”
“그럼 이 사건의 진범이 누구인지 알고 계세요?”
티그리스는 주변을 훑었다. 사방이 가로막혀 있고 사람은 시루떡처럼 가득했다. 이곳은 대화를 나누기엔 적합한 장소가 아니었다.
“일단 장소를 옮기지.”
* * *
티그리스와 라칸은 퍼플 타운으로 자리를 옮겼다. 퍼플 타운은 공장 지대로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공장 굴뚝에서 쉼 없이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티그리스와 라칸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티그리스는 바로 본론부터 말했다.
“3개월 뒤, 황도 대학살 사건이 터진다. 무려 1만 명의 시민이 사망하고 에볼루션 브릿지가 파괴되는 대참사였지.”
범인은 한 명이 아닌 1,500마리에 달하는 키메라들이었다.
그들은 그 어떤 전조도 없이 맨홀을 열고 튀어나와 황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나마 강 이북 지역과 이남 지역의 하수구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이북 지역은 별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이남 지역은 말 그대로 대학살이 일어났다.
샤벨 타이거, 랫 맨, 고블린, 시체 파리 등 갖가지 몬스터들이 뒤죽박죽 섞인 키메라들이 튀어나와 양 떼 사이에 놓인 늑대처럼 죄다 죽이고 먹어치웠다.
그래도 트레져 타운에는 오러 고리를 가진 오러 유저들도 있었고, 출동한 무장 경찰들 중에서도 실력 있는 기사와 마법사들이 있었다.
그들의 힘으로 키메라들을 막으며 전선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힘만으로 이겨낼 수 없는 존재가 튀어나왔다.
훗날 로타와 아르펨과의 전면전에서도 활약한 ‘뿔의 기사’들이었다.
“뿔의 기사는 ‘슈비츠’라는 연금술사이자 흑마법사가 만들어낸 최악의 작품이다. 오러 유저의 몸을 키메라화해서 오러를 사용할 수 있는 인간형 키메라를 만들었지. 모두 최소 4개의 고리를 사용할 수 있는 키메라들이었기 때문에 일반 병사들과 경찰들론 막을 수 없었다.”
녀석들은 자신의 뿔로 만들어진 칼과 창에 검기를 먹여 죄다 쓸고 다녔다.
게다가 팔다리가 잘려도 수 초 내에 재생했기 때문에 동급의 기사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귀족들을 포함한 오러 유저들이 납치되기 시작된 것도 뿔의 기사를 만들기 위한 연구 재료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지.”
라칸은 마른침을 삼켰다.
뿔의 기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티그리스같이 검기를 내뿜을 수 있는 키메라들이 갑자기 튀어나온다면 이곳은 지옥도로 변할 것이 분명했다.
“그럼 그 실험실도 위치를 아시겠네요?”
“모른다.”
“예? 왜요?”
“실험실의 위치와 하수도 지도는 국가 기밀이었다. 당시 난 학생이었다 보니 알 길이 없었지.”
“아……. 그렇겠구나.”
그때, 라칸의 눈에 퀘스트가 새로 갱신이 되었다.
[퀘스트 갱신!]실종 사건의 진범이 키메라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군요!
그렇다면 키메라를 연구하고 있는 비밀 실험실을 찾아내 알리세요!
문제 해결에 얼마나 많이 기여하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포인트가 증가할 겁니다!
보상: 최소 15,000포인트 ~ 최대 50,000포인트.
“어? 저 퀘스트가 갱신되었어요. 키메라 비밀 실험실을 찾아내 알리라고 하는데요?”
티그리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 된다.”
“네? 왜요?”
“너무 위험하다. 지금 이 황도 아래에는 1,000마리가 넘는 키메라들과 인류를 배신한 연금술사들과 마법사들이 있다. 네가 그들과 만나는 순간 넌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다.”
고리 1개에서 2개 이상의 사람들도 손을 쓰지 못하고 납치되고 있는 와중에, 라칸이 키메라와 만나는 순간 죽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 아녜요. 그냥 노예라고 생각하고 저를 부려주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라도 기여도를 올려서 보상을 높여야 해요.”
“기여도?”
“그러니까 이번 문제 해결에 얼마나 많이 공헌했느냐에 따라 최대 50,000포인트까지 얻을 수 있어요. 이런 퀘스트는 처음이긴 하지만 웹소설에서…… 아니, 그러니까! 아무튼 뭔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네가 이 문제 해결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기만 해도 얻을 수 있는 포인트의 양이 달라진다는 그 말인가?”
“네. 맞아요.”
티그리스는 아직 라칸을 신뢰하고 있지 않았다.
녀석이 리니아보다 한 살 적고 주인공 병에 걸린 놈이란 것을 알게 됐다 보니 일을 시키기가 꺼림칙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철없는 라칸은 결국 인퀴지터의 수장이 되었다.
‘녀석에게 내가 모르는 재능이 분명히 있다.’
티그리스는 라칸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
오만했던 티그리스는 검의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로 사람을 구분했지, 그 외의 재능은 모두 쓰레기 취급했기 때문이었다.
검에 재능도 없고 대마법사도 되지 못한 라칸이 인퀴지터의 수장의 자리에 올랐다는 뜻은 티그리스가 알지 못하는 재능이 있다는 뜻이었다.
녀석의 진짜 재능을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녀석에게 이 일을 시켜보는 게 맞는 듯했다.
“내가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나?”
“네! 만약 도움이 안 돼서 나가라고 한다면 바로 나갈게요. 그러니 시켜만 주세요.”
지금의 눈빛은 티그리스가 알고 있던 라칸의 눈빛과 굉장히 흡사했다.
진중하고 진지한 눈빛이었다.
티그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한번 믿어보지.”
“아자!”
라칸은 도움이 된다는 게 정말 기쁜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다면 첫 번째 임무를 주겠다.”
“네! 말씀만 하십시오!”
“네가 지도에 표시한 곳에 있는 맨홀의 번호를 적어서 내게 가져오도록. 5시간 뒤 업타운의 레비올라 찻집에서 보는 걸로 하겠다.”
“네! 알겠습니다!”
라칸은 신나서 뛰어나갔다.
“억!”
중간에 발이 꼬여 넘어지긴 했지만, 녀석은 꿋꿋하게 다시 달려 나갔다.
그 모습에 갑자기 불안해지긴 했지만, 티그리스는 이미 쏘아진 화살이라 생각하고 미련을 털어냈다.
이제 티그리스가 할 일은 하나였다.
하수도 지도를 구하는 일이었다.
* * *
상하수도 시스템이 등장한 것은 20년도 채 되지 않았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인분을 포함한 각종 오염 물질은 루체트강에 그대로 버려졌고, 시민들은 그 강물을 퍼다 마셨다.
게다가 공장이 급속도로 만들어지면서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들이 강에 그대로 버려지면서, 각종 수인성 질병은 물론이고 전염병의 발생률이 하늘을 모르고 치솟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쓰는 물과 버리는 물을 구분하자는 상하수도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이 상하수도 시스템이 만들어지면서 공중 보건이라는 개념이 튀어나왔고, 덕분에 민간인들의 사망률이 크게 낮아졌으며 전염병 발생률 또한 크게 낮아졌다.
이 상하수도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현 황제 토드 데 루체트는 공중 보건의 황제라는 이명까지 얻게 되었다.
그러나 워낙 상하수도 시스템이 만들어진 지 20년도 채 되지 않은지라 미처 인지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상하수도가 보안에 굉장히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3백만 명의 인분을 처리해야 하는 데다가 여름에 홍수라도 나면 빗물들이 하수도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몇몇 하수도는 성인 남성 세 명이 팔짱을 끼고 지나가도 될 정도로 넓었다.
거기에 신체를 자유롭게 축소할 수 있는 키메라는 더더욱 이동이 자유로웠다.
이 점을 인퀴지터들과 경찰들이 빠르게 파악했다면 이번 사건을 쉽게 해결했겠지만, 지금은 하수도가 보안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던 상황이라 불가능했다.
티그리스는 수도국으로 향하는 대신 노르베르드 타워로 발걸음을 옮겼다.
티그리스는 가문 전용 엘리베이터 대신 로비로 들어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레이아나. 베이튼이 지금 몇 층에 있지?”
그러자 엘리베이터 버튼이 저절로 눌렸다. 제인이 붙여준 레이아나라는 혼령이 버튼을 직접 누른 것이었다.
레이아나는 자신을 불러준 게 기쁜 듯 엘리베이터 거울에 글씨를 썼다.
-자주 불러줘요♡
‘……제인에게 혼령을 바꿔달라고 해야겠군.’
티그리스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들어갔다.
티그리스의 옷깃이 살짝살짝 움직였다. 레이아나가 베이튼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려는 모양이었다.
복도를 지나 티그리스는 ‘더 노르베르드’ 입구에 다다랐다. 입구에는 경비가 있었는데, 티그리스의 얼굴을 보자 화들짝 놀라 경례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티그리스 공자님.”
경비들 교육을 잘해놓았는지 티그리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티그리스를 알아보고 경례했다.
티그리스뿐만이 아니라 VIP들의 얼굴을 익히도록 한 것이 분명했다.
“베이튼이 지금 어디에 있지?”
“안쪽 사장실에 있습니다. 안내자를 부르겠습니다.”
“아니네. 내가 직접 가지.”
“예! 알겠습니다.”
경비는 통신용 수정구에 대고 말했다.
“티그리스 디 노르베르드 공자님 입장하십니다.”
티그리스는 안으로 들어가 사장실로 향했다.
사장실 앞에는 비서실이 있었는데 비서는 경비의 통신을 받았는지 바로 접대 준비를 마쳐놓았다.
“티그리스 디 노르베르드 공자님이 들어가십니다.”
비서는 곧바로 사장실 문을 열었고 그 안에는 베이튼이 있었다. 베이튼은 업무를 보고 있었는지 책상엔 설계도를 포함한 각종 서류들이 놓여 있었다.
베이튼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티그리스 공자님을 뵙습니다.”
“되었네. 이야기 좀 하지. 금방 나갈 테니 차도 필요 없네.”
비서는 준비된 티 세트를 들고 그대로 문을 닫고 나갔고 티그리스는 상석에 앉았다.
베이튼의 표정은 평소처럼 무표정이었기에 당황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지만, 티그리스는 베이튼의 심장박동 수가 미세하게 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베이튼은 지금 굉장히 당황한 상태였다.
군대로 표현하자면 대대장실에 예고 없이 사단장이 갑자기 들어온 격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베이튼은 왜 여기까지 직접 행차한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티그리스가 입을 열 때까지 꾹 참았다.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하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급하게 하나 해결해 주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일세. 혹시 시간이 되나?”
‘실종 사건의 실마리를 잡으셨구나.’
베이튼은 ‘더 노르베르드’의 사장이기 전에 집사다. 티그리스의 스케줄을 외워두는 것은 기본이었다.
티그리스가 이렇게 자신을 급하게 찾아온 것은 분명 이번 황도 연쇄 실종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를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예. 말씀하십시오.”
“오늘 안에 강 이남 지역의 하수도 지도를 받을 수 있겠나?”
베이튼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하수구 지도를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한 뒤 즉답했다.
“가능합니다.”
“대신 내가 그 하수구 지도를 원한다는 소문이 퍼져선 안 되네.”
“흠……. 보안 유지가 중요한 것이군요.”
제인은 이 건물에 살던 혼령들에게 베이튼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모두 모아 티그리스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몇 달간 혼령 하나를 붙여 베이튼을 추적·관찰하도록 시켰다.
그 결과 베이튼은 로타나 아르펨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제인이 부동산 산업에 대해 잘 모르긴 하지만 비밀스럽게 다른 이들과 소통하거나 회동을 하는 등의 행동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 티그리스를 배신할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마침 하수구 지도 여분이 하나 있습니다.”
“하수구 지도가 있다고?”
“예. 건물을 올릴 때 하수도와 상수도의 위치는 중요하니까요. 수도국을 통해 정식으로 구입했습니다.”
티그리스는 마치 사탕 가게에서 사탕을 사듯이 수도국에서 상하수도 지도를 살 수 있다는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아무나 하수도 지도를 달라고 하면 구매할 수 있나?”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부동산 업자들을 포함한 건축업자들은 이런 상하수도 지도를 갖고 있습니다.”
‘하긴 지금은 하수도가 키메라들의 이동로라는 걸 모를 테니까…….’
“지금 하나 드리겠습니다.”
베이튼은 서랍에서 커다란 지도를 하나 꺼내 펼쳤다.
하수도 지도가 마치 사람의 혈관처럼 황도 전역에 펼쳐져 있었다. 겉보기엔 복잡했지만 한 가지 패턴을 찾을 수 있었다.
큰 나뭇가지 하나에 수십 개의 나뭇가지가 이어지듯, 대하수로를 중심으로 수백 개의 중·소하수로가 이어졌다.
강 이남 지역에는 총 15개의 커다란 대하수도가 있었고 그 대하수도는 모두 루체트강 하류로 내려가고 있었다.
거기에 맨홀 뚜껑의 번호와 주요 시설들의 이름도 모조리 적혀 있었다.
티그리스는 라칸이 보여주었던 지도를 떠올리며 연필로 체크를 시작했다.
‘27-113, 27-16, 29-84…….’
티그리스는 체크하면서 한 가지 패턴을 알 수 있었다.
모두 27번과 29번 대하수도와 연결된 하수도에서 키메라들이 튀어나왔다는 것이었다.
27번과 29번은 동쪽에 위치한 트레져 타운에서 시작해서 그레이 타운을 거쳐 퍼플 타운까지 한 번에 가로지르는 대하수도였다.
‘그렇다면 35번 하수도도 예상 범위에 들어가겠군.’
35번 하수도도 27번, 29번과 마찬가지로 강 이남 지역 전체를 훑는 대하수도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27, 29, 35번 하수도는 아예 별개의 하수도다. 연결되는 지점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키메라 연구소는 하나다.
납치한 사람들을 모두 실험실 쪽으로 이동시켜야 하는데, 이렇게 다 떨어져서는 한 실험실로 이동시킬 수 없다.
대하수도들은 서로 최소 1.5㎞씩 다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이 하수도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구역이 있나?”
“아, 그러고 보니…… 공사를 하다가 중단된 하수도가 하나 있습니다.”
“공사가 중단됐었다고?”
“예. 그렇습니다. 본래 케일 건축이라는 회사가 하수도 공사를 맡았었는데, 중간에 도산해서 대하수도 하나가 아예 버려졌다고 들었습니다.”
“그 위치는 아나?”
베이튼은 잠시 생각이 나지 않는 듯 눈썹을 찌푸리더니 연필로 선 하나를 그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이렇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대하수도들은 동서를 가로질렀지만, 베이튼이 그린 선은 달랐다.
남에서 북으로 이어지는 5㎞ 남짓한 실선.
그 실선은 27번, 29번, 35번 대하수도를 완벽하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위치는 퍼플 타운과 아카데미 타운을 잇는 에볼루션 브릿지 근처였다.
키메라 실험실의 위치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