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4)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4화
자질(1)
티그리스와 베오울프가 직접 잡아 온 멧돼지는 전속 요리사 데일이 만찬이 열리기 5시간 전부터 잔디밭 위에서 열심히 구웠다.
멧돼지 기름이 숯에 떨어질 때 나는 고소한 냄새가 퍼지자, 사용인들은 느릿하게 떨어지는 해를 재촉했다.
느림보 거북이 같던 해는 결국 떨어지고 가로등 불이 켜질 때, 만찬은 시작되었다.
노르베르드 가문의 혈육들과 가신들은 따로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멧돼지 고기를 즐겼다.
그 외의 사용인들이나 검은 늑대 기사단원 등은 자유롭게 오가며 고기를 즐겼다.
데일은 멧돼지 고기뿐만이 아니라 아끼던 돼지와 닭도 잡아서 풍족하게 차려 모자라지 않았다.
“티그리스 님. 3개의 별을 얻으신 걸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호른 경.”
3개의 별이란 말은 오러 고리를 3개 만들었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기사 서임을 받으면 고리의 개수마다 성(星)이 붙는데, 티그리스는 아직 기사가 아니었지만 관례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었다.
“이제 기사 서임만 남았군요. 사실 지금이라도 기사가 되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과거에 기사는 한번 주군을 섬기면 평생 가는 영구적인 주종 관계였지만, 지금은 좀 더 가벼운 계약관계가 되었다.
기사 서임을 받으면 길게는 10년 짧게는 3년 동안 해당 영지에서 기사로 활동하곤 했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방랑 기사 신분이 되는데, 실력이 좋으면 계약이 연장되거나 스카우트를 받았다.
이런 자유로운 풍조 때문에 기사 하나가 많게는 6~7명이나 주군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보니 일종의 자격증으로 굳어졌다.
“10대에 기사 서임을 받는 경우도 있으니, 각하께서 기사 서임을 하시지요.”
기사 서임은 귀족 또는 황족에게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의 기준은 딱 정해지지 않았다.
고리 1개 이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조건이 있지만, 그저 귀족이 마음에 들면 평민을 기사로 삼든 10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를 기사로 삼든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내리는 경우도 있었고, 서자나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난 차남이나 삼남의 경우에는 다른 가문에 들어가 기사 서임을 받기도 했다.
가신들과 기사들은 모두 베오울프를 봤다.
“티그리스는 기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기사로서의 명예도 알고 검술 또한 훌륭하니까.”
베오울프는 내심 직접 티그리스에게 기사 서임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베오울프는 알고 있었다. 티그리스는 노르베르드가 담기엔 너무나도 큰 사람이었다.
“하지만 난 티그리스가 더욱 큰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말씀은…….”
“난 티그리스의 첫 기사 서임은 황제 폐하께 받았으면 좋겠구나.”
황제 폐하란 말에 가신과 기사들은 웅성거렸다. 노르베르드의 가문의 위세와 변경백의 작위는 작은 것이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황제 폐하에게 직접 받는 것보단 못했다.
명예에 살고 명예에 죽는 귀족 사회에서 황제 폐하에게 첫 기사 서임을 받는 명예를 얻는다면 장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내년이면 제국 대학을 갈 테니, 그곳에서 활약하여 황제 폐하를 뵙고 기사가 되기를 청하거라. 그곳에서 몇 년간 견문을 넓히고 노르베르드를 이어받아도 늦지 않다.”
“아닙니다.”
티그리스는 베오울프를 보며 말했다.
“저는 아버지께 첫 기사 서임을 받을 겁니다. 제가 제일 존경하는 분은 베오울프 디 노르베르드 각하십니다. 각하께 기사 서임을 받는다면 그것은 제 일생의 제일 큰 영광일 것입니다.”
가솔들은 모두 놀라면서도 감동의 물결에 젖어 들었다. 베오울프는 놀란 듯이 물었다.
“티그리스 넌 전에 황제 폐하께 기사 서임을 받길 바라지 않았느냐?”
“그간 검을 수련하면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기사는 단순히 검을 잘 다룬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맞는 인성과 품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검과 인성과 품위를 모두 각하에게 배웠으니 기사 서임은 베오울프 각하에게 받는 것이 옳습니다.”
“난 네게 검을 가르친 적도 품위와 인성을 가르친 적도 없다. 넌 스스로 배워 나갔지.”
“가까이 보면서 배우는 법이 있는 법입니다. 그러니 기사 서임을 해주십시오.”
과거 티그리스가 후회한 것 중의 하나가 베오울프에게 기사 서임을 받지 못한 것이었다.
황제 폐하와의 계약관계가 끝나고 베오울프에게 기사 서임을 받을 무렵 베오울프가 죽었기 때문이었다.
베오울프는 감격하여 눈물이 흐르려는 것을 참아내고 입을 열었다.
“네가 그리 말하니 아비가 부끄러우면서도 너무나도 기쁘구나. 기사 서임식은 언제가 좋겠느냐?”
“준비가 되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전 언제든지 받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좋다. 그러면 해를 넘기는 날 기사 서임을 하겠다. 이것은 신성한 갈리아산 앞에서 선조들이 모두 들은 언약이니 반드시 지켜질 것이다.”
-우와아아아아!
밤새들이 놀라 달아날 정도로 우레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바탕 술잔이 돌고 베오울프는 붉은 얼굴로 말했다.
“그럼 제국 대학은 가지 않을 셈이냐?”
“아뇨. 제국 대학은 가겠습니다. 기사 작위는 내려주시되 직위가 없는 자유 신분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암! 그 정도야 못 하겠느냐.”
티그리스가 제국 대학을 가려는 이유는 단순했다. 제국 대학은 수없이 많은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다.
벨프 가문의 아이린, 황녀 레인로버, 티그리스를 과거로 보내준 해괴한 마검사 라칸, 프리하르덴 가문의 샬롯 등 티그리스가 돌아봤을 때 인류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천재들이 제국 대학으로 모였다.
과거 티그리스는 그들의 재능이 티그리스보다 못하다 생각하여 무시했다. 하지만 오만을 내려놓은 지금은 안다. 그들이 없었다면 로타와 아르펨을 죽이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한번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그들의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고 함께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아르펨과 로타를 베고 끝내 오염과 침식의 여왕 우노를 죽일 것이다.
그러나 티그리스에게 용납이 되지 않는 게 하나 있었다.
“제국 대학과 관련해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뭐가 또 있느냐?”
“학생 신분이 아닌 검술 교관을 지원하겠습니다.”
제국 대학의 검술 교관을 하겠다는 폭탄 발언에 베오울프는 물론이고 가솔들은 모두 놀랐다.
“검술 교관? 학생이 아닌 네가 제국 대학의 검술 교관이 되겠다는 말이냐?”
“네. 그렇습니다. 제국 대학에서 학생 신분으로 제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제국 대학을 다녀봤기에 알고 있다. 티그리스에게 있어서 제국 대학의 딱딱한 교육체계는 맞지 않았다.
1학년 때 배우는 황국 제식 검술은 이미 통달했고, 다른 검술을 교관들이 알려주려고 해도 티그리스의 성장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 오히려 제국 대학의 교육 방식은 티그리스의 성장을 저해했다.
“네가 고리가 세 개가 되었다고 하나 그곳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각종 공학부터 시작해서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외교학 등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그 지식들은 네가 노르베르드를 이어받을 때 유용할 것이다.”
티그리스도 알고 있었다. 제국 대학에서 가르쳐 주는 지식들은 매우 유용하다는 사실을. 하지만 티그리스는 이미 졸업했기 때문에 모두 배운 내용이었다. 두 번 들어봤자 의미가 없었다.
“그 지식들은 중앙으로 가면 따로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검술은 다릅니다. 제게 제일 중요한 것은 사회학이나 경제학이 아닌 오직 검술입니다. 제국 대학의 딱딱한 시스템은 제 검술 성장에 방해가 될 것입니다.”
베오울프의 눈썹이 까딱였다.
“제국 대학의 교육 시스템은 그 어느 학교들보다 유연하다. 조기 졸업도 가능하고 자신에게 맞는 수업을 골라서 배울 수도 있다. 거기에 검술 교관 중 5성 기사도 있다고 들었다. 그 교관에게 배울 것이 정녕 없겠느냐?”
티그리스도 인정하는 바였다. 하지만 학생 신분으로 가는 것은 시간 낭비였다.
정해진 학점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수업을 집어넣어야 할 때도 있고, 과제 때문에 개인 수련 시간은 새벽과 야간밖에 없으며, 5성 기사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는 3~4학년이 되어야 가능했다.
심지어 티그리스보다 못한 교관에게 교육을 받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검술 교관으로 가려는 것이다. 교관으로 가면 자신의 뜻대로 시간 조절도 가능하고 인재들을 가르칠 기회와 합법적인 권위 또한 갖게 된다.
결정적으로 티그리스는 고리 8개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 5성 기사에게 검을 배울 수 있다는 건 전혀 메리트가 없었다.
“그렇다면 제가 교관이 될 자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되겠습니까?”
“자질을 증명하겠다고? 어떻게 말이냐?”
“내일 오후 검은 늑대 기사단의 임시 검술 교관이 되겠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것을 보시고 만약 납득을 하지 못하신다면 검술 교관직을 포기하고 학생 신분으로 대학을 다니겠습니다.”
“나를 납득시킬 자신이 있다는 말이냐?”
“네. 그렇습니다. 아버지께서 만족하시지 못한 수준이라면, 제국 대학의 검술 교관이 될 자격이 없을 테니 말입니다.”
베오울프는 티그리스의 굳은 의지가 담긴 눈을 봤다.
베오울프는 티그리스의 천재성을 일찍이 알아봤다.
티그리스는 검술을 한 번 보여주면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었고, 두 번을 보여주면 그 검술에 담긴 묘리를 깨우쳤다.
티그리스에게 부족한 것은 딱 두 가지, 경험과 고리의 개수였다.
그래서 티그리스는 베오울프가 따로 관여하지 않고 개인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했다.
베오울프는 지금 이 결정이 티그리스의 미래를 결정하는 갈림길이라 확신했다.
화끈하게 오른 술기운을 날려 보내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허황된 말이지만 아들이 깊게 고민하고 한 말일 것이다. 그러니 진중하게 생각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베오울프는 왠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검술가 베르강의 말이 떠올랐다.
-천재에겐 천재만의 방식이 있다. 천재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논리의 영역이 아닌 직관의 영역이니까.
-네 아들은 천재다. 아마 나보다 뛰어날 수도 있다.
-네 아들은 중앙에서 수많은 천재들과 부딪히며 깎여 나가야 한다. 그 촌구석에 썩히는 것은 너무 아깝다.
현 블랙 마이스터인 베르강 폰 아인볼프는 베오울프의 제국 대학 동기였다. 현재 7성 기사인 베르강은 남들과 너무나도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봤고 기이한 행각을 자주 벌였다.
특히 그는 수업을 매번 빠지고 홀로 멸지(滅地)와 신비의 땅을 탐험하기를 좋아했다. 한번은 왜 그렇게 수업을 빠지냐고 물었다.
-탐험과 여행이 검을 수련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를 미친놈 취급했던 동기들은 3성 기껏해야 4성 기사에 머물렀고, 그를 인정했던 자신과 프리하르덴 백작은 6성 기사가 되었다.
베오울프는 그 시각 차이가 범인과 수재 그리고 천재를 가르는 척도라고 생각했다.
베오울프는 깊은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내일 하루만 검은 늑대 기사단의 일일 검술 교관으로 임명하마. 3개의 고리를 가졌으니 다른 기사들도 납득을 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티그리스는 솔직히 베오울프가 허락을 해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베오울프의 그릇은 생각보다 컸다.
검은 늑대 기사단장 호른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얀 늑대 기사단이라면 모를까 검은 늑대 기사단에 3개 고리 이상을 가진 기사들은 저를 포함해 5명뿐이니 대다수가 납득할 겁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호른은 솔직히 불쾌했다. 검은 늑대 기사단의 검은 늑대 검술은 티그리스가 그간 연마한 노르베르드류와 달랐다.
노르베르드류에서 파생된 검술인 것은 맞지만 집단전에 특화되어 오러의 기동이나 검로가 달랐다. 제아무리 천재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수련하지 않은 검은 늑대 검술을 가르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베오울프가 티그리스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가 티그리스의 교육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 제대로 망신을 당해봐야 오만함을 내려놓고 잠자코 제국 대학을 갈 것이니까.
‘이번 기회에 많이 배우셨으면 좋겠군.’
실패를 겪어봐야 성장한다. 호른은 식은 맥주를 마시며 그렇게 생각했다.
* * *
다음 날 아침이 되자 티그리스는 연무장으로 나왔다. 연무장엔 리니아가 잔뜩 긴장한 상태로 기다리고 있었다.
“손은 좀 괜찮으냐?”
“아, 예. 손은 다 나았습니다.”
“손을 줘보거라.”
“예?!”
“어서.”
리니아는 온화한 티그리스가 여전히 적응되지 않았다. 리니아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손을 내밀었다.
상처는 확실하게 아물어 있었다. 포션이 섞인 연고는 보존 기한이 짧지만, 상처를 빠르게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검을 사용하는 데 불편함은 없겠느냐?”
“네……. 그렇습니다.”
“좋다. 그러면 바로 시작하지.”
티그리스는 일정 거리 떨어졌다. 리니아는 긴장을 풀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켜고 내쉬었다.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검을 잡은 두 손에서 맥박이 느껴질 정도였다.
‘집중하자.’
지금까지 단련한 모든 것을 보여 드리는 것이다. 리니아는 티그리스 오라버니에게 크게 혼난 이후로 단 한 번도 게으름을 피운 적이 없다.
그러니 저번보다 확실하게 나아졌을 것이다. 리니아는 그렇게 믿었다.
리니아는 노르베르드류 검술을 하나씩 보여주기 시작했다.
제1식 폭포 가르기.
단순히 한 손으로 검을 횡으로 긋는 횡베기처럼 보이지만 노르베르드류의 가장 기초적인 공격술이자 방어술이었다.
마치 거대한 폭포를 가르는 듯한 느낌으로 묵직하게 베어내는 것이 핵심이었다.
훙-!
리니아의 폭포 가르기가 묵직하게 허공을 갈랐다. 공기를 가르지만 거대한 폭포를 가르는 듯한 저항감이 확실히 느껴졌다.
‘성공이다.’
리니아는 속으로 ‘아자!’를 외치곤 이어서 제2식 거센 폭포를 시전했다.
훙-!
성공이다.
다음은 제3식 거목 가르기, 다음은 제4식 바위 가르기, 다음은 제5식 낚아채기…….
리니아는 자신이 시연 중이라는 것도 까먹을 정도로 검술에 집중했다. 초식을 모두 선보이자 3식에서 1식으로 넘어가는 연속 동작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10분을 검을 휘두른 리니아는 검을 멈췄다.
“후우…….”
단 10분뿐이었지만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두르니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리니아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마무리했다.
‘……왜 아무 말씀이 없으시지?’
티그리스는 리니아의 검술을 봤지만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지만 리니아는 티그리스를 감히 볼 수 없었다.
실망했다는 듯한 눈빛으로 리니아를 보면 부끄러워서 더 이상 검을 들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실망하셨구나.’
리니아는 한동안 말이 없는 티그리스를 보며 그리 생각했다. 저번에도 이런 식으로 긴 침묵 끝에 ‘네 검술은 쓰레기다’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티그리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말 예상외였다.
“훌륭하다.”
“죄송합…… 네?”
“훌륭하다고 했다.”
리니아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두 번째 들어보니 확실했다.
‘오라버니에게 훌륭하다는 소리를 듣다니!’
리니아는 너무나 기뻐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정말입니까? 제…… 제 검술이 괜찮습니까?”
“괜찮은 것을 넘어 훌륭하다고 했다. 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숙련도가 느껴졌다. 많이 연습했구나.”
리니아는 당장에라도 방방 뛰고 싶었다. 하지만 티그리스가 귀족이 품위를 잃으면 안 된다고 누누이 말했기 때문에 간신히 참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족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네?”
리니아는 하늘 높이 솟은 자신감이 갑자기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노르베르드류의 강점은 무엇에 있다고 생각하느냐?”
리니아는 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차분하게 대답했다.
“베기에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가문의 검술보다 더 묵직하여서 단단하고 질긴 것도 쉽게 벨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노르베르드류 검술의 목적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어…….”
리니아는 고민했지만 답을 낼 수 없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하니 좋구나. 노르베르드류 검술의 목적은 오우거에 있다.”
갑자기 튀어나온 오우거에 리니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오우거 말씀이십니까……?”
“갈리아산에 사는 오우거는 멸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이한 마력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 때문에 다른 오우거들보다 피부가 질기고 근육이 단단하지. 그래서 노르베르드류 검술이 아닌 다른 검술로 갈리아산 오우거를 베어내기란 굉장히 까다롭다.”
모든 검술엔 목적과 이유가 있다. 피부가 질기고 근육이 단단한 몬스터가 주로 포진되어 있는 갈리아 산맥에선 그에 대항하기 위한 검술이 발달했다. 그래서 찌르기가 아니라 묵직한 베기가 발달한 것이었다.
“가볍고 경쾌한 베기가 특징인 소리엔 가문의 검술이나 티에니 가문의 검술로는 오우거의 질긴 피부를 가르기 까다롭다. 그렇다고 두 가문의 검술이 모자라냐? 그것은 아니다. 두 가문의 검술은 샤벨 타이거나 망키 같은 빠르고 작은 몬스터들을 사냥할 목적으로 탄생하였다. 반대로 노르베르드류 검술로 샤벨 타이거나 망키, 임프를 잡는 것은 굉장히 까다롭지. 노르베르드류 검술은 보법을 섞기보단 오우거나 오크의 공격을 막거나 튕겨내고 베는 정적인 검술이기 때문이다.”
리니아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지만 굉장히 이해가 쉬웠다.
“모든 기술엔 목적이 있다. 노르베르드류 검술은 언뜻 보면 근력이 중요해 보이지만 정교함이 훨씬 중요하다. 아무리 날을 세운 검이라고 하더라도 갈리아산 오우거의 피부를 힘으로 가를 수 없다.”
티그리스는 검을 빼어 들었다.
그리고 폭포 가르기를 시전했다.
–!
분명 횡으로 검이 그어졌지만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 소름 돋는 날카로움에 리니아는 몸을 떨었다.
“첫째도 정교함이고 둘째도 정교함이다. 세밀하게 근육을 통제하여 힘을 온전히 검에 싣고 결을 느끼며 베어내야 한다. 그것이 노르베르드류의 검술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리니아는 자신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바로 깨달았다. 지금까지 노르베르드류의 모든 베기의 장점이 묵직함이라 생각했는데 정교함이었다.
“아…….”
리니아는 검을 빼어 들었다.
그리고 다시 폭포 가르기를 했다.
웅-!
검이 바람을 타고 매끄럽게 흘렀다.
티그리스는 리니아의 검을 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더 훌륭하다.”
“감사합니다.”
리니아는 검술이 발전했다는 것보다 티그리스가 미소를 지어준 것이 더더욱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