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45)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45화
케일 자작(2)
주말은 쏜살처럼 다가왔다.
라칸은 얼마 전에 거지에게 동화 10개로 구매한 냄새나고 해어진 옷을 입었다. 그리고 그 거지에게 거지처럼 보이는 노하우를 배웠다.
기왕 잠복 수사를 나서기로 했으니 제대로 할 생각이었다.
라칸의 머리는 사흘간 감지 않아 머리가 떡 져 있었고 얼굴엔 검댕이 발려 있었다. 그리고 며칠간 먹지 못한 연기를 하기 위해 실제로 사흘간 음식을 먹지 않았다.
라칸은 진심으로 땅에 떨어진 빵도 주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굶주렸다.
라칸은 거지꼴을 한 채로 그레이 타운 서남쪽에 있는 쓰레기 처리장을 향해 갔다. 그곳엔 쓰레기를 뒤지는 거지들 천지였다.
라칸도 거지들처럼 보이기 위해 쓰레기들을 뒤졌다. 그 속에서 곰팡이가 핀 호밀빵 한 조각을 발견했다.
아무리 배가 고프다지만 썩은 빵을 먹을 수 없었다. 하지만 라칸은 현재 거지였다. 진짜 배고픈 거지라면 이걸 먹어야만 했다.
‘이걸 어떻게 하지?’
라칸은 고민 끝에 한 입 먹기로 했다. 라칸은 지금 거지니까.
한입에 다 집어넣으려던 찰나 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야.”
빼빼 마른 사내 네 명이 라칸을 둘러싸고 있었다.
“네……?”
“여기 우리 구역인 거 몰라? 저리 안 꺼져?”
이곳에도 구역이 있었던가? 전혀 알지 못했다.
그것보다 라칸의 덩치는 사내들보다 컸다. 사흘간 밥을 먹지 못했다고 해서 근육이 순식간에 빠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오러 고리도 갖고 있었기에 주먹다짐을 한다면 라칸은 네 놈을 때려눕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들의 흉흉한 눈빛을 본 라칸은 절로 눈을 깔고 말았다.
악에 받친 눈빛이라고 표현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생존 싸움을 위해 병든 사자에게 달려드는 하이에나들의 눈빛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라칸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들과의 기세 싸움에서 밀려 얼어붙은 것은 확실했다.
그때, 사내 중 하나가 라칸이 들고 있던 빵을 홱! 낚아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세 사내가 그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야 이 새끼야! 내놔!”
썩은 호밀빵을 낚아챈 사내는 입에 구겨 넣었다. 그러나 사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내의 입을 벌려 손가락을 집어넣고 빵을 찢어 입안에 집어넣었다.
“……미쳤어. 미쳤어.”
라칸은 그 광경이 너무나 충격적이라 말을 잇지 못했다. 썩은 빵 한 조각을 먹기 위해 저렇게 처절하게 달려들다니.
라칸은 저들의 생존 싸움에 낄 자신이 없었다.
라칸은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뒷걸음치다가 쓰레기에 걸려 넘어져도 재빨리 일어나 그들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도망쳤다.
하지만 갈 곳이 없었다.
구석지고 바람이 불지 않는 명당은 이미 거지들로 가득 찼다. 그리고 거지들은 홀로 있지 않았다. 마치 추위를 피하기 위한 펭귄 떼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라칸은 홀린 듯이 거지들에게 향했다. 저들 틈에 섞여 있으면 거지처럼 보일 것 같았다.
거지들은 라칸이 자기 옆에 오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경 쓸 기운이 없는 것이었다.
라칸은 근처에 돌아다니는 신문 하나를 뒤집어쓰고 황도의 작은 지옥을 훑었다.
쓰레기 매립지를 관리하는 관리인에게 손을 벌리는 어린 거지들, 먹을 것을 발견하면 일단 입에 집어넣고 보는 사내들, 혹시나 자신이 차지한 명당을 빼앗길까 봐 자리 근처에서 오줌을 누는 거지까지…….
그레이 타운에 수색을 위해 몇 번 왔었지만, 제국 대학 학생의 신분으로 저들을 바라보는 것과 거지가 되어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보는 것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었다.
지금이 훨씬 차갑고 무서웠다.
봄이 왔지만 너무나 찬 바람이 불어와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악취에 적응할 때쯤이면 또 다른 악취가 라칸의 코를 괴롭혔다.
라칸은 정신을 차리고 쓰레기 매립지에 시선을 고정했다.
라칸은 이곳에 거지 체험을 하러 온 게 아니다.
케일 자작을 찾아내기 위함이다.
라칸은 작은 지옥 속에 사는 주민들에게서 애써 눈을 떼고 쓰레기 매립지 입구를 계속 쳐다봤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스름이 내려앉는 저녁 입구 쪽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작은 소란이야 이 매립지에서 몇 번이고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아저씨! 아저씨! 저 주세요!”
“나한테 줘. 그 봉투 나한테 줘요!”
거지들이 한 사내에게 몰려들었다.
마치 공원 벤치에 앉아 빵조각을 던져주는 할아버지 앞에 몰려드는 비둘기 떼처럼 거지들이 사내에게 몰려든 것이다.
“에이 X발 거지새끼들.”
한 거구의 사내가 쓰레기를 매립지 입구에 내던졌다. 그러자 거지들은 사내에게서 떨어지고 봉투를 향해 달려들었다.
봉투엔 밀빵과 살이 달라붙은 고기 그리고 식어버린 스튜가 뒤섞인 음식물 쓰레기가 들어 있었다.
라칸의 눈빛이 변했다.
저놈이다.
사내는 품에서 파이프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사내는 담배를 피우며 자신이 일으킨 거지들의 싸움을 쳐다보곤 웃었다.
“병신 새끼들.”
라칸은 순간 열이 뻗쳤지만 참았다. 침착하게 사내가 담배를 다 피우고 자리를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
사내는 한참을 거지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다가 재를 털어내고 파이프를 품속에 집어넣었다.
라칸은 곧바로 사내를 쫓았다.
얼마 전 1,000포인트를 주고 배운 길고양이의 발걸음을 사용하며 은밀히 쫓았다.
라칸의 발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라칸은 그림자에 몸을 숨기며 사내를 쫓았다.
사내는 구불구불한 그레이 타운의 판자촌 길가를 거닐었다.
뒤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은 것으로 보아 라칸이 쫓아간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사내가 한 허름한 집 앞에 멈춰 섰다.
다른 판잣집과 별다를 게 없었다.
건장한 사내 몇 명이 주변에서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별것이 없었다.
라칸의 상급 탐색이 자동으로 발동되었다.
수없이 많은 정보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상급 탐색의 능력은 굳이 라칸이 생각을 하지 않아도 신뢰성 있는 정보를 취합하고 자동으로 알려주었다.
이 능력으로 라칸은 버려진 밀빵과 케일 자작을 연관 지을 수 있었다.
상급 탐색을 돌린 결과가 총 3가지로 압축되어 라칸의 눈앞에 나타났다.
[탐색 결과.]1. 케일 자작이 저 건물에 있을 가능성이 현저히 크다.
2. 라칸이 너무 쉽게 사내를 추적해 온 감이 없지 않다.
3. 위험하다. 당장 도망치자.
라칸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뒤를 돌자 방망이를 든 사내 두 명이 라칸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거 눈치가 좋네?”
라칸이 도주할 곳이 없었다. 이 길목은 외길이었다. 저 둘을 어떻게든 뚫고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라칸은 품에 감춰둔 단검을 잡았다.
죽지 않기 위해서라면 죽여야 한다.
언젠간 이 손에 사람 피를 묻힐 날이 올 것으로 생각했다. 이곳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죽음과 살인이 너무나도 당연한 세계였다.
그러나 쉽사리 단검이 품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직 죽는 것도 누군가를 죽이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때, 라칸의 목에 걸린 붉은 루비 목걸이가 빛이 났다.
그리고 붉은빛과 함께 한 사내가 라칸의 앞에 튀어나왔다.
티그리스였다.
“케일 자작의 위치는?”
라칸은 떨리는 손으로 뒤에 있는 집을 가리켰다.
“……저 집이요.”
“알겠다. 잘해주었다.”
사내들은 티그리스의 얼굴을 보자 사색이 되었다.
“티…… 티그리스……?”
이 황국에서 황제 다음으로 유명한 인물이자 황도를 지켜낸 영웅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적이었다.
“젠…….”
놈들이 방망이를 내려치기도 전에 티그리스의 검이 먼저 움직였다.
두 사내의 목이 공중을 날며 피가 솟구쳤다.
라칸은 두 눈을 의심했다.
‘지금 사람이 죽은 건가?’
이렇게 허무하게?
순간 라칸은 구역질이 나올 뻔했다.
티그리스는 라칸의 멘탈을 케어해 줄 시간이 없었다.
“여기에 가만히 있어라. 금방 정리하고 올 테니.”
라칸은 간신히 정신을 붙잡으며 말했다.
“……네.”
티그리스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리고 판잣집 근처에서 비상 상황을 알리던 사내들의 목 4개가 동시에 날아갔다.
* * *
티그리스는 판잣집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사내 4명이 보였다.
티그리스는 놈들의 수준을 단번에 파악했다. 가장 안쪽에 있는 놈은 고리가 4개였고 나머지 3명은 고리가 3개였다.
그레이 타운에 이만한 실력자가 있을 리가 없으니 케일 가문이 고용한 기사이거나 전쟁 용병일 가능성이 컸다.
“너……!”
티그리스의 칼이 번뜩였다.
한 번의 횡 베기에 세 명의 목이 동시에 날아갔고 뒤이은 사선 베기가 4성 기사에게 날아갔다.
사내는 검기를 뽑아내 티그리스의 검을 간신히 막아냈다.
아니, 막아낸 줄 알았다.
놈의 검기와 칼은 티그리스의 횡 베기에 단번에 잘려 나갔고, 동시에 목까지 날아갔다.
1분.
2성 기사 5명과 3성 기사 4명, 4성 기사 1명을 베어 죽이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티그리스는 주변을 훑었다.
이 안에 케일 자작은 보이지 않았다. 티그리스는 주변을 걸었다.
삐걱-
놈들이 조금 전까지 앉아 있었던 테이블 근처에만 소리가 이상하게 났다.
똑-! 똑-!
그리고 잘려 나간 목에서 나온 핏물이 바닥에 스며들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지하에 또 다른 공간이 있는 것이다.
티그리스는 바닥을 향해 검기를 쏘아냈다.
티그리스의 두꺼운 검기가 나무로 된 바닥을 터뜨렸다.
그리고 숨겨진 공간이 나타났다.
“넌…… 넌!”
그 아래에서 살이 뒤룩뒤룩 찐 붉은 머리의 중년의 사내 하나 그리고 똑같이 붉은 머리칼을 한 젊은 사내 두 명, 금발의 여성 하나가 보였다.
케일 자작과 그 아들들 그리고 아내였다.
주변엔 사용인들로 보이는 사람도 보였고, 검을 든 기사도 보였다.
“꺄아아아악!”
사용인들은 바퀴벌레들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쳤고 옆에 있던 기사는 검을 뽑았다.
케일 자작은 티그리스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봤다.
“당장 쳐라! 기껏해야 4성 기사다!”
케일 자작이 고용한 5성 기사, 메도르는 침착하게 티그리스를 노려봤다.
케일 자작의 말대로 티그리스는 4성 기사였다. 티그리스를 빨리 죽이고 또 다른 은신처로 재빨리 도망치면 끝날 일이었다.
메도르는 검을 허공에 찔러 넣었다.
그와 동시에 메도르의 신형은 사라졌다.
그 어떤 전조도 없었고 발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메도르는 사라졌다.
슥!
메도르의 신형은 티그리스의 뒤에서 나타났다. 발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메도르가 티그리스의 뒤에 나타날 수 있었던 이유는 메도르의 검에 걸린 마법 덕분이었다.
메도르의 검은 블링크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였다.
메도르는 블링크 마법을 사용해 상대방의 뒤를 점한 뒤 검을 찔러 넣어 죽이는 수법을 자주 사용했다.
이 기습적인 공격에 죽어 나간 기사만 해도 30명이 넘었다.
게다가 찌르기는 메도르가 가장 자신하는 공격이었다.
이 찌르기 공격 하나만큼은 6성 기사와 비견될 정도라고 자신했다.
티그리스는 이 공격을 절대 피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러나 메도르의 검이 허공을 찔렀다. 티그리스가 옆으로 살짝 도는 것만으로 메도르의 공격을 피해낸 것이다.
그리고 티그리스는 뒤도 돌아보지도 않은 채 역수로 검을 잡아 메도르의 심장을 찔렀다.
푹-!
“어…… 어떻게…….”
“아티팩트를 너무 맹신했군.”
이런 기습이 아니라 정석적으로 맞붙었다면 티그리스도 꽤 고전했을지 모른다.
이 바닥은 튼튼하지 못했고, 판자촌 골목은 굉장히 복잡했으니까.
블링크를 도주용으로 쓰고 지형지물을 이용해 기습했다면 몇 분간은 시간을 끌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메도르는 티그리스를 기습해 죽이고 같이 도망치겠다는 만용을 부렸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죽고 말았다.
티그리스는 놈의 몸에서 검을 뽑았다.
푹!
메도르는 검을 놓치며 앞으로 고꾸라지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메도르의 검은 나무 마룻바닥에 꽂혔다.
티그리스는 메도르의 검을 뽑아 들었다.
‘라칸이 사용하면 딱 괜찮겠군.’
블링크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는 희귀하다.
게다가 메도르가 서슴없이 블링크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자동으로 마법이 충전되는 형태인 듯했다.
라칸에게 목걸이만 준 게 조금 아쉬운 차였는데, 마침 좋은 무기를 얻었으니 선물로 주는 게 나아 보였다.
티그리스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검집에 검을 집어넣었다.
티그리스는 케일 자작과 가족들을 내려다봤다.
케일 자작과 가족들은 두려움에 떨며 티그리스를 쳐다봤다.
그리고 회중시계를 꺼냈다.
“통신.”
그러자 회중시계가 은사로 변하더니 은사의 목이 목도리도마뱀처럼 쫙 펼쳐졌다.
“케일 자작을 찾아냈다. 최초 발견자는 라칸 우드. 수신 위치로 오도록.”
케일 자작의 도주극은 라칸에 의해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 * *
라칸은 쏟아지는 빗물을 받아 세수했다. 검댕과 얼굴에 묻었던 오물, 그리고 피가 씻겨져 내려갔다.
사람이 죽는 모습을 정면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정말 나쁜 사람들이긴 했지만…… 아직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포인트로 을…… 아니야. 포인트를 아껴야지.’
포인트로 이 떨리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건 라칸이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
아니, 견뎌야만 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 라칸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우산이었다.
“네가 라칸인가?”
라칸은 처음 들어보는 사내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피처럼 붉은 눈에 새하얀 피부를 가진 사내였다. 마치 전설 속 뱀파이어를 보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라칸의 상급 탐색이 저절로 발동했다.
[푸른 핏줄이 보일 정도로 새하얗고 얇은 피부] [사람이라면 나는 체취가 나지 않는다.] [왼쪽 동공의 움직임과 오른쪽 동공의 움직임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하얀 장갑, 하얀 양복에 흙 하나 묻지 않았다.] [빗방울에 튄 오물이 양복 겉을 타고 미끄러지듯 깔끔하게 떨어졌다.]…….
[탐색 결과.]1. 이 사내는 지독한 결벽증이다.
2. 이 사내는 뛰어난 마법사다.
3. 왼쪽 눈이 의안일 가능성이 높다.
4. 이 사내는 인퀴지터일 가능성이 높다.
라칸은 경계심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내게서 뭐가 보이지?”
“네?”
“내 몸을 반사적으로 훑지 않았나. 마법은 아닌 것 같고 자네만의 기술인 것 같은데?”
라칸은 이게 시험이란 걸 곧바로 눈치챘다.
그냥 시험이 아닌 인퀴지터의 시험.
시험이라면 라칸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 맞았다. 라칸은 티그리스와 회귀 전 자신에 대한 대화를 나눴을 때, 자신이 인퀴지터에서 활약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도 이 이란 능력이 인퀴지터와 잘 맞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라칸은 자신의 재능이 수사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살리려면 황국 최고의 수사기관 인퀴지터에 들어가는 것이 맞았다.
라칸은 입을 열었다.
“지독한 결벽증에 한쪽 눈은 의안이시고 수준 높은 마법사에 인퀴지터이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가 오는 것을 싫어하십니다.”
사내는 라칸의 말을 듣더니 입이 기괴하게 비틀렸다.
“사람이 죽는 걸 처음 봤나?”
“네.”
“사람을 죽일 자신은 있나?”
라칸은 품에서 날이 시퍼런 단검을 꺼냈다.
“죽지 않기 위해 죽일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사내의 눈이 호선을 그렸다.
“나쁘지 않은 각오군.”
사내는 그 무엇보다 라칸이 자신이 던지는 질문의 뜻을 모두 읽었다는 것에 합격점을 주고 싶었다.
적어도 듣는 귀가 먹지 않았다는 소리니까.
“내 이름은 나달 드 아센시오다. 인퀴지터의 수장이지.”
라칸은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자신 눈앞에 있는 사람이 인퀴지터의 수장, 코드네임 히드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라칸 너는 황국을 지키는 뱀이 될 생각이 있는가?”
라칸은 주저 없이 말했다.
“그게 사람들을 지키는 길이라면.”
라칸은 영웅으로 거듭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