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57)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57화
서열전(4)
라칸과 아이린은 평소처럼 수련의 숲을 걸으며 몬스터와 참가자들의 흔적을 쫓았다.
3일 차쯤 되니 몬스터들의 씨가 말라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제 포인트를 얻으려면 참가자들의 라이프 코인을 빼앗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
그때, 수풀 속에서 한 마법사가 기습적으로 튀어나와 마법을 펼쳤다.
그녀의 오른손에 펼쳐진 푸른색 마법진 두 개가 청명하게 빛이 났다.
2서클 전투 마법 5연발 마탄이었다.
마탄은 마법사들 간의 전쟁에서 견제기로 사용된다.
파괴력은 약하지만 캐스팅 난이도도 낮아 빠르게 마법을 빚어낼 수 있어서 기습 공격을 하거나 상대방의 캐스팅을 끊을 때 유용했다.
토도도동!
마탄 다섯 발이 곧게 직선으로 날아간다.
이 거리에서 화살만큼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마탄을 모두 막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라칸과 아이린은 마법사가 기습할 것이라 이미 알고 있었다.
라칸과 아이린은 마법이 날아오자마자, 바로 자리를 스위칭했다.
투두두둥!
아이린의 넓적한 대검에 마탄이 모조리 튕겨 나갔다.
“……젠장.”
마법사는 입술을 씹었다.
마법을 사용한 마법사는 시위에 화살이 걸려 있지 않은 궁수와 마찬가지다.
지금 거리를 좁혀야 한다.
아이린이 돌진했다.
그 기세가 흉흉해 오금이 저릴 것 같았지만, 마법사는 피식 웃었다.
플랜 A가 통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 플랜 B도 짜두었기 때문이었다.
마법사의 옆에 있던 나무에서 권술사가 재빠르게 튀어나왔다.
아이린이 대검을 내지르기 직전, 권술사의 발차기가 아이린의 옆구리를 향해 날아갔다.
서열전은 정말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그냥 버클에 걸려 있는 이중 배리어 마법 중 외부 배리어만 깨부수면 되는 일이었다.
이 각도와 거리 그리고 타이밍에 이 발차기를 피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아이린은 곡예와 같은 움직임으로 중간에 몸을 비틀었다.
‘말도 안 돼!’
권술사의 발차기가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고 아이린의 발차기와 대검이 각각 마법사와 권술사를 향해 날아갔다.
권술사는 팔뚝에 차고 있던 권갑으로 아이린의 발차기를 막아냈고, 마법사는 미리 캐스팅해 둔 2서클 택티컬 배리어로 대검을 비껴냈다.
“꺄아아악!”
그러나 아이린의 대검에 마법사가 걸어둔 택티컬 배리어가 와장창 부서지며 날아갔다.
권술사는 간신히 버티긴 했지만, 손이 저렸다.
“핫!”
권술사는 아직 공중에 떠 있는 아이린의 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번엔 타격기가 아니라 손목이나 어깨를 잡아채려고 했다.
아이린은 권술사의 공격을 방어할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라칸을 믿고 있었으니까.
라칸의 마나 배리어 마법이 아이린을 감쌌다.
권술사의 손이 마나 배리어에 막혔다.
딱딱한 저항감이 느껴졌지만 권술사는 기어코 마나 배리어를 손가락으로 부수고 아이린의 몸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마나 배리어에 권술사의 손이 막힌 그 잠깐의 시간은 아이린이 몸의 균형을 되찾아오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이린은 권술사의 주먹을 피하고 옆구리에 대검을 꽂아 넣었다.
“컥!”
외부 배리어가 산산이 부서지면서 내부 배리어에 막혔지만, 권술사는 마치 적시타를 맞은 야구공처럼 바닥을 몇 번 구르더니 나무에 부딪혔다.
권술사의 버클이 푸른색으로 변했다.
사망 처리된 것이다.
이어서 아이린은 곧바로 마법사를 향해 달려갔다.
마법사는 침착하게 캐스팅을 했지만, 아이린의 묵직한 대검이 날아오자 캐스팅에 실패하며 마법진이 산산조각 났다.
쨍그랑!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외부 배리어 마법이 부서지더니 대검이 마법사의 옆구리에 멈춰 섰다.
내부 배리어는 타격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법사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털썩 주저앉았다.
나무에 몸을 기댄 권술사가 손을 들었다.
“……졌습니다.”
아이린과 라칸이 지금까지 만나봤던 팀 중에 이 팀이 제일 조합도 좋고 강했다.
기습할 것이란 걸 눈치챘으니 망정이지, 만약 눈치채지 못했다면 아이린과 라칸이 당할 뻔했다.
권술사는 품속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라이프 코인을 꺼내 아이린에게 던졌다.
아이린은 라이프 코인을 받았다.
라이프 코인엔 바세르망이라 적혀 있었다.
바세르망은 아이린도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황국 내 몇 없는 권술 가문 중 하나인 레오 가문의 후계자로 한번 손목을 잡히면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소문이 난 사람이었다.
샤를로트도 바세르망을 이기기 위해 12번이나 도전했다고 하니 라칸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이린도 꽤 고전했을 것이었다.
바세르망은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일어났다.
“이렇게 아예 상대가 안 될 줄은 몰랐군요.”
“손목을 잡혔으면 제가 졌을 겁니다.”
“결국 잡지 못했죠. 그래서 진 겁니다.”
마법사도 덜덜 떠는 손으로 라이프 코인을 꺼냈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라칸은 마법사의 라이프 코인을 받았다.
라이프 코인엔 코냐라고 적혀 있었다.
코냐도 제국 대학 내에서 굉장히 유명한 전투 전문 마법사였다.
캐스팅 속도 하나만큼은 제국 대학 내에서 제일 빠른 것으로 유명했는데, 철혈 마법 병단 측에서 러브 콜을 보냈을 만큼 유능한 인재였다.
라칸은 허리춤에서 물을 꺼냈다.
“물 좀 마시고 진정하세요. 다리가 풀리신 것 같은데.”
“아……. 네 감사합니다.”
코냐는 라칸이 건넨 물을 마시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마법은 정말 혼자 배운 건가요?”
“아뇨. 스승님이 따로 있습니다.”
“아……. 역시.”
“마법서로 혼자 배웠다는 소문이 도는 것 같은데, 그 정도는 절대 아닙니다.”
“그래도 마법이 굉장히 정교한 것 같더라고요. 조만간 2서클 마법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던데요?”
코냐는 아이린에게 덧씌워지는 배리어 마법을 보곤 살짝 감탄했다.
1서클의 간단한 마나 배리어이긴 했지만, 바세르망의 손을 잠깐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튼튼했다.
“2서클은 아직……. 왠지 두 손으로 다른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라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연습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
“하긴 마법은 2서클부터 시작이니까요.”
코냐는 라칸에게 수통을 건넸다.
“물 고마워요. 너무 압도적으로 져버려서 화가 나지도 않네요. 곧 1등 하시겠네요.”
“아이린이 하겠죠. 제가 한 게 뭐가 있겠어요.”
“포인트가 공동으로 분배되는 게 아니었나요? 그럼 포인트가 똑같아야 할 텐데요?”
“제가 업혀 가는 대신에 식량이랑 물은 제가 포인트로 구매하기로 했거든요.”
“업혀 간다고 하기엔…… 뭐, 그거야 둘 사정이니까…….”
라칸은 코냐에게 손을 내밀었다.
코냐는 라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옷을 벗고 다니시는 것만 좀 고치시면 마법 동아리에 들어가 보세요. 라칸 씨나 저처럼 평민 출신 마법사들이 모인 동아리가 있어요. 그곳에 들어가면 아마 2서클 마법에 대한 해답을 얻으실지도 몰라요.”
“아……. 네. 생각해 볼게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좋은 소식 있길 바랄게요.”
코냐와 바세르망은 캠프로 떠났다.
아이린과 라칸은 주머니에 라이프 코인을 넣었다.
오전에만 무려 8팀을 박살 냈다.
그 덕분에 얻은 포인트는 총 160포인트.
중간에 흰 털 원숭이들과 고블린도 잡아서 총 201포인트를 얻었다.
이대로만 가면 목표치인 3,000포인트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법 동아리 들어가 보려고?”
“아니, 그럴 시간이 없어.”
라칸은 일일 퀘스트를 깨고 나달에게 마법 수업을 받느라 주말에도 쉴 틈 없이 바빴다.
동아리 같은 걸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이제 점심 먹고 바로 출발할까? 간단히 육포 어때?”
“괜찮은 것 같아.”
그때, 머리 위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쩡-!
아이린은 곧바로 뒤를 돌아 대검으로 기습 공격을 막아냈다.
“호오~ 제대로 노리고 기습한 건데.”
샤를로트였다.
라칸은 곧바로 마법을 캐스팅하려 했다.
그러나 하지 못했다.
옆에서 에프린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라칸은 마법 캐스팅을 중지하고 검을 뽑아 들었다.
쩡!
에프린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막아낸 라칸은 침음을 삼켰다.
“어디서 마법을 사용하려고!”
라칸은 자신이 방심했음을 인정했다.
상급 탐색을 계속 쓰고 있었어야 했는데, 코냐와의 대화에 집중하느라 주변에서 누가 접근해 오는지 알지 못했다.
물론 샤를로트가 기척을 죽이는 법을 티그리스에게 배운 덕분도 있었다.
샤를로트와 아이린 쪽은 아예 난리가 났다.
샤를로트와 아이린의 검이 부딪힐 때마다 충격파가 흘러나와 나뭇잎이 눈처럼 떨어졌다.
에프린은 공격을 이어나갔다.
쩡-! 쩡-!
“제가 선배이긴 한데, 초면이니까 반말은 안 할게요. 혹시 포인트 얼마나 모았어요?”
라칸은 에프린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만으로도 벅찼기에 입도 열지 못했다.
“……1,600포인트 정도요!”
라칸은 에프린을 밀쳐냈다.
하지만 에프린은 능숙하게 라칸에게 달라붙었다.
“많이 모았네. 우리도 딱 그 정도 모았는데. 여기서 탈락하는 사람은 1등은 못 하겠다. 그죠?”
라칸은 에프린이 왜 자꾸 말을 거는지 알아챘다.
에프린은 라칸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려고 하는 것이었다.
일방적으로 질문을 던짐으로써 빈틈을 만들어내 빨리 끝내려고 하는 것이었다.
라칸은 입을 꾹 다물고 에프린의 공격에 집중했다.
라칸의 상급 탐색 능력이 펼쳐지며 빠르게 오른발을 빼냈다.
“이것도 피하실 줄 아네요. 마검사는 검을 휘두르면서 마법을 사용할 줄 안다던데, 한번 사용해 보시겠어요?”
현재 라칸과 아이린의 구도는 굉장히 불리했다.
현재 라칸으로선 에프린을 절대 이길 수 없었고, 아이린도 샤를로트를 이길 수 없었다.
원래라면 라칸과 아이린이 에프린을 먼저 기습하여 에프린을 리타이어시키고 둘이서 함께 샤를로트를 공략해 나갔어야 했다.
‘이걸 어떻게 하면…… 어?’
그때, 라칸의 눈에 기묘한 것이 걸렸다.
[거대한 무언가가 땅을 뚫고 오고 있음.] [나무들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음.] [나무들이 아이린과 라칸과 에프린을 덮치려고 하고 있음.]탐색 결과
1. 즉시 탈출.
라칸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자 에프린은 빈틈을 향해 검을 집어넣었다.
라칸은 빠르게 판단했다.
라칸은 에프린의 검을 피하지 않았다.
쨍그랑!
외부 배리어가 산산조각이 나며 에프린의 검이 라칸의 내부 배리어를 때렸다.
배리어를 부수자 에프린은 환호성을 질렀다.
“아자! 어……?”
라칸은 에프린의 품에 들어가 껴안고 바로 아티팩트에 마력을 흘려 넣었다.
우지끈-!
나무들이 라칸과 에프린이 있었던 곳을 덮치며 뭉개 버렸다.
그걸 본 샤를로트와 아이린은 기겁했다.
“라칸!”
“에프린!”
샤를로트와 아이린은 서로 싸우던 것을 멈추고, 나무들이 쓰러져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땅을 헤집고 나오는 뿌리들과 나무들의 공격에 멈추고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젠장!”
샤를로트와 아이린은 서로 등을 지고 마구잡이로 날아오는 나무들과 뿌리들을 계속 쳐냈다.
사방팔방에서 날아오는 공격에 정신이 없었지만 샤를로트와 아이린은 마치 곡예라도 펼치듯이 모조리 쳐냈다.
이윽고 무너진 나무들 틈 사이로 숲지기가 튀어나왔다.
-우어어어어!
숨 돌릴 시간이 잠깐 생기자 아이린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목에 걸린 루비 목걸이를 확인했다.
‘아냐……. 약해지지 마.’
만약 지금이 죽을 위기에 처한 것이었다면 이미 연인 자리의 성물이 작동했을 것이다.
샤를로트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 무너진 나무들 틈 사이로 에프린과 라칸이 묻혀 있으리라 생각하니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샤를로트는 숲지기를 노려봤다.
“죽여 버리겠어…….”
“선배. 정신 차려요. 에프린 선배는 살아 있을 거예요.”
“……뭐? 어떻게?”
“마지막에 라칸이 블링크로 에프린 선배랑 같이 이동하는 걸 봤어요.”
“블링크? 라칸이 어떻게?”
“아티팩트예요. 스승님께 받았대요.”
샤를로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우리만 신경 쓰면 되는 건가?”
“네. 일단 버티기만 하면…… 어?”
쨍그랑! 화르륵-!
그때, 숲지기의 몸이 돌연 불타기 시작했다.
-구어어어어어어어!
숲지기는 마치 살아 있는 장작처럼 미친 듯이 발광을 했다.
무슨 이유로 갑자기 불타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아이린과 샤를로트는 이게 절호의 기회임을 눈치챘다.
아이린과 샤를로트는 재빨리 숲지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숲지기의 난동에 불타는 넝쿨들이 사방팔방에서 날아왔지만, 아이린과 샤를로트는 재빠르게 피하고 막아내며 전진했다.
결국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아이린이었다.
“으아아아!”
아이린의 대검이 하늘을 쪼갤 듯 숲지기의 어깻죽지를 향해 날아갔다.
퍽!
숲지기의 단단한 표피가 불에 의해 물렁해지면서 아이린의 대검이 단숨에 파고들었다.
그러나 아이린의 힘이 살짝 모자랐다.
숲지기의 심장 언저리까지 파고들었지만 결국 심장을 가르지 못했고, 중간에 멈춰 섰다.
아이린은 입술을 깨물며 검을 빼내려 했지만 숲지기의 초재생능력이 발현되며 검을 집어삼켰다.
-우어어어어!
“칫.”
대검이 빠지질 않자 아이린은 결국 대검을 놓고 뒤로 빠졌다.
“힘이 부족했어요…….”
“젠장 이제 어떻게 하지?”
아이린의 대검이 없으면 저 숲지기에 다가갈 수도 없다.
게다가 문제는 숲지기의 몸에 달라붙은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그때, 유리병 같은 게 날아오면서 숲지기의 얼굴을 강타했다.
타닥!
그리고 숲지기의 얼굴에 불이 붙었다.
-구어어어어어!
숲지기는 눈알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울부짖었다.
“야 이! X새끼야!”
아이린과 샤를로트 그리고 숲지기는 반사적으로 목소리의 근원지를 쫓았다.
라칸이었다.
라칸은 웃옷을 묶은 나무 지팡이에 불을 붙인 뒤 흔들었다.
“나 잡아봐라 새끼야!!!”
-구어어어어어어어!
숲지기는 라칸을 향해 넝쿨을 날렸다.
* * *
[퀘스트 성공!]아이린 앞에서 웃통 벗기.
500포인트 획득!
라칸은 눈앞에 아른거리는 퀘스트창을 없애 버렸다.
[머리]재빨리 고개를 숙여 넝쿨을 피해냈다.
“이크!”
라칸은 굉장히 우스꽝스럽지만 라칸을 향해 날아오는 모든 넝쿨과 나무들을 피해내고 있었다.
숲지기의 눈이 타들어 가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조준을 못 하는 것도 있었고, 라칸의 상급 탐색 능력이 굉장히 사기적인 것도 있었다.
라칸은 자신의 목에서 찰랑거리는 붉은 루비 목걸이를 흘금 봤다.
빛나지 않았다.
그 말은 라칸이 충분히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하는 것일 터였다.
티그리스가 설명해 주길 정말 죽을 위기가 아니면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왼쪽 허벅지 뒤.] [오른쪽 옆구리.] [발아래.]라칸은 상급 탐색의 경고에 맞춰 재빨리 피하며 앞으로 전진했다.
이렇게 시선을 끌다 보면 반드시 티그리스가 구하러 올 것이었다.
-구어어어어!
숲지기의 몸에 붙은 불이 벌써 꺼지기 시작했다.
숲지기의 재생 능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라칸은 바지 주머니에서 마지막 남은 화염병을 꺼냈다.
그냥 화염병도 아니고 ‘라이드 식물유로 만든 화염병’이었다.
생나무도 단번에 태워 버릴 수 있는 화력에 물과 만나면 오히려 폭발을 일으키며 강하게 불타오르는 화염병이었다.
개당 100포인트나 하긴 했지만, 그 값을 톡톡히 했다.
놈에게 던졌다.
놈은 화염병을 나무로 막아냈다.
“젠장!”
숲지기가 샤를로트와 아이린에게 정신이 팔려 있을 땐 맞추기 쉬웠지만, 지금은 거의 불가능했다.
게다가 잃었던 오른쪽 눈도 다시 되돌아왔다.
[오른쪽 다리, 왼쪽 옆구리, 머리]라칸은 아직 세 방향에서 날아오는 넝쿨과 나무들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마지막 세 번째 블링크를 사용하기로 했다.
우지끈-!
라칸의 몸이 사라지며 나무와 넝쿨들이 서로 뒤섞이며 기괴한 소리를 냈다.
이제 정말 피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숲지기는 라칸을 향해 미친 듯이 쫓아왔다.
턱-!
라칸은 발밑에 솟구친 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진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감히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라칸은 간신히 뒤를 돌아봤다.
거대한 숲지기가 웃으며 다가왔다.
놈의 넝쿨이 라칸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라칸의 눈과 코, 입, 귀에 들어가 속을 난장판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제발……!’
라칸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기 시작했을 때, 라칸의 옆으로 누군가 튀어나왔다.
“수고했다. 라칸.”
티그리스였다.
티그리스의 검이 두 번 사선으로 그어졌다.
X자로 날아간 아름다운 은빛의 호선이 넝쿨을 모조리 잘라내고 숲지기의 심장을 도려냈다.
-우어어어…….
숲지기는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퀘스트 성공!]숲지기에게서 살아남기
3,000포인트 획득!
라칸은 살았다는 안도감에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라칸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이거 목걸이 너무 발동 조건이 애매한 거 아니에요?”
“연인 자리가 너희들이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는 일이라 판단한 거겠지. 실제로도 그랬고.”
“……세상에 쉬운 건 없구나.”
티그리스는 까맣게 타버린 숲지기의 몸을 향해 갔다.
숲지기의 가슴엔 아이린의 대검이 꽂혀 있었다.
대검을 뽑아내어 대검의 상태를 확인했다.
날이 굉장히 무뎌져 있었고, 가드 쪽은 살짝 뒤틀려 있었다.
‘드워프의 대장간에 다시 가보라고 해야겠군.’
“스승님!!!”
숲지기의 몸통 너머로 달려오는 샤를로트와 아이린이 보였다.
숲지기가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들어서 쫓아오기 힘들었을 텐데, 용케 쫓아왔다.
아이린은 다급하게 물었다.
“라칸은요!”
“살아 있다.”
아이린은 헤헤 웃고 있는 라칸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뭔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야. 라칸.”
“어? 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한 거야? 그리고 그 불은 도대체 뭐고?”
“어…….”
두 개 모두 답하기 굉장히 곤란한 질문이었다.
라칸은 티그리스를 흘금 봤다.
“……어 비밀?”
“뭐? 비밀?”
“어 비…… 으아아악!”
아이린은 라칸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어디서 또 스승님 흉내를 내려고! 어서 당장 말해! 무슨 생각으로 숲지기 어그로를 끈 거냐고! 너 몸도 약해 빠졌으면서!”
샤를로트와 티그리스는 아이린이 저렇게 흥분한 것은 처음 봤다.
“그만해라. 아이린. 사람마다 비밀 하나쯤은 갖고 있으니.”
아이린은 티그리스의 차분한 목소리에 흥분을 가라앉혔다.
도대체 어떻게 라칸이 숲지기의 몸에 불을 붙인 것인지 아이린으로선 알 수 없었지만, 저 능력 때문에 티그리스가 라칸을 등용했을 것이라 판단했다.
“네 능력이 뭔진 모르겠지만, 다신 네 목숨 가지고 도박하지 마. 알았어?”
라칸은 아이린의 진지한 눈빛에 침을 꿀꺽 삼키며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
“……알았어.”
아이린은 라칸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샤를로트는 티그리스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이 숲지기는 어쩌다가 이 안에 들어온 거예요?”
“모른다. 이제 조사를 해봐야겠지.”
티그리스는 아이린에게 흑룡아를 건넸다.
“예전에 알려줬던 대장간으로 가서 검을 고쳐라. 날이 많이 무뎌진 것 같으니.”
“예. 알겠습니다.”
아이린은 이곳에 오면서 검집도 잃어버렸기 때문에 검집도 다시 맞출 겸 그 대장간에 들를 예정이었다.
“그나저나 서열전은 어떻게 되나요?”
“아직 그것까진 모른다. 조만간 학교 측에서 결과를 알려주겠지.”
티그리스는 난장판이 된 수련의 숲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뒷수습을 하려면 정말 쉽지 않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