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78)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78화
경호(3)
트리샤는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항상 과거의 영웅들을 떠올린다.
용사 페레이라.
불굴의 전사 아하드.
세계수의 활 마이노베.
마녀 사냥꾼 로론.
…….
모두 대단한 영웅들이었지만, 트리샤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제일 도움이 될 만한 영감을 줄 영웅을 골랐다.
그건 위대한 성기사이자 마녀 사냥꾼이었던 ‘로론’이었다.
-첫 번째, 일단 사냥은 내가 한없이 유리한 상황에서 시도하는 거다.
마녀는 멸지의 마왕이 남기고 간 몬스터들을 부리고 다니며 마을과 성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마녀들이 부리는 몬스터들은 24시간 마녀를 지켰고, 로론이 공략할 수 없는 상황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로론은 자신이 유리한 상황이 한 번쯤은 온다고 확신했고, 실제로 로론은 그 기회를 귀신같이 잡아 마녀를 사냥했다.
트리샤는 로론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이 처한 상황과 저들이 처한 상황을 비교했다.
저들은 트리샤가 노리는 줄도 모르고 있지만, 트리샤는 녀석들을 노리고 있다.
저들은 트리샤의 정보를 전혀 모르지만, 트리샤는 저들의 모든 정보를 갖고 있다.
자료에는 저들이 어떤 임무를 수행해 왔으며 어떤 범죄를 저질렀고, 왜 신분을 바꿨는지까지 세세하게 나와 있다.
이런 세밀한 정보는 성좌의 시련을 조사할 때도 얻지 못하는 정보들이었다.
한마디로 트리샤가 굉장히 유리한 조건에서 놈들을 공략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두 번째, 내가 한없이 유리하다고 느껴지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
트리샤는 서류를 꼼꼼하게 다시 읽었다.
베키 용병단원들은 총 7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두 용병 생활 15년을 넘긴 잔뼈 굵은 용병들이다.
보통 용병 15년 차면 은퇴를 생각할 시기다.
10대부터 시작하더라도 용병들의 삶은 굉장히 혹독하기에 몸이 쉽게 망가진다.
나중에 작은 잡화점이라도 차려서 생계를 이어나가려면 돈을 조금씩이라도 모아놔야 했다.
하지만 저들의 계좌엔 돈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어디에 돈을 모아둔다거나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저들은 버는 족족 흥청망청 돈을 쓰는 타입이었다.
여자를 사거나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하는 등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았다.
트리샤의 머릿속에 저들을 죽일 방법이 수십 가지가 떠올랐다.
저놈들이 묵는 칸에 도수 높은 술들을 왕창 보내면 술에 취해 뻗어 잘 것이다.
그때, 은묘의 망토를 뒤집어쓴 채 단검으로 찔러 죽이면 놈들은 자기가 왜 죽는 것인지도 모른 채 죽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죽이는 것은 안 된다.’
놈들이 이 열차에서 죽는다면 조사가 들어올 것이다.
당연히 티그리스와 트리샤도 조사를 받을 것이고, 조사를 받는 동안 시간이 얼마나 허비될지 몰랐다.
그렇다면 트리샤의 손으로 죽이지 않고 놈들을 처리하는 방법은 없을까?
복잡한 문제인 것 같지만 해결하는 방법은 이 서류 안에 모두 들어 있었다.
베키 용병단원들은 전원 지명수배자들이었다.
오늘만 보고 사는 녀석들답게 놈들은 강간과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저질렀고 지명수배 목록에 얼굴이 올라와 있었다.
승무원들이 저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 것은 무려 만여 명에 달하는 지명수배자들의 얼굴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도 있었고 가짜 코를 붙이고 수염을 길러 얼굴을 가린 것도 있었다.
공략 방법은 세워졌다.
다음 역에서 지명수배자를 모아놓은 책자를 산 뒤 놈들의 이름을 찾아 승무원들에게 얘기하면 경찰들이나 역을 지키는 기사들이 달려와 놈들을 구속할 것이다.
대략적인 계획이 세워졌으니 이제 변수 통제만이 남았다.
트리샤는 정말 별의별 문제로 실패를 해본 사람이다.
등장인물들이 당연히 해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을 해주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트리샤가 모르고 있던 정보가 있어서 실패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트리샤가 직접 변수를 통제하는 것이 중요했다.
일단 당장 떠오르는 변수는 총 세 가지였다.
첫 번째, 트리샤의 말을 승무원이 믿지 못해 신고 자체를 묵살해 버리는 경우.
두 번째, 신고를 받고 기사들이 출동했으나 기사들의 역량이 부족하여 놈들을 놓치는 경우.
세 번째, 익명성을 보장받지 못해 트리샤가 놈들을 신고한 게 기록으로 남는 경우.
셋 중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실패나 다름이 없다.
트리샤는 긴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티그리스 님 제 계획을 좀 들어주실 수 있나요?”
티그리스는 서류에 눈을 떼고 말했다.
“말해라.”
* * *
코드로역 플랫폼에 승객 대신 기사들과 병사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들은 지명수배자들이 타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고, 그들을 단번에 잡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것이다.
취이이이-
열차가 코드로 역에 멈춰서자 기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2등석 13호실 양옆 칸에 진입했다.
지명수배자들이 옆 칸으로 도주할 것을 대비해 미리 막아둔 것이다.
“진입!”
기사단장의 명령이 내려지자 13호실 문을 기사들이 열어젖혔고 곧바로 진입했다.
그러나 기사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13호실에 있던 베키 용병단원들은 모두 술에 떡이 된 채 비틀거리고 있었다.
기사들은 일단 놈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지명수배 목록에 나와 있는 놈들이 모두 맞습니다.”
기사들은 일단 놈들을 모두 끌어내 용병패를 모두 확인했다.
용병패에 적힌 이름과 지명수배자 목록에 적힌 이름이 전혀 달랐다.
기사단장 마이노는 어이가 없었다.
“이런 녀석들이 어떻게 열차에 탈 수 있었던 거지?”
“신고를 받은 대로 신분을 세탁한 게 아닐까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군. 모두 당장 압송한다.”
베키 용병단원들은 반항도 해보지 못하고 기사들에게 끌려갔고, 열차는 승객을 태우고 출발했다.
트리샤는 베키 용병단원들이 모두 끌려가는 것을 창가로 보며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해결해도 괜찮은 거 맞죠?”
“어떤 게 말인가?”
“제가 직접 저놈들을 처리한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좀 전의 티그리스의 말을 들어봤을 때, 직접 저놈들의 목을 베었어야 할 것 같은데 굉장히 온건한 방식으로 처리했으니 티그리스가 원한 방식이 아니지 않나 생각이 든 것이다.
“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해주었다.”
티그리스가 주문한 내용은 두 가지다.
신분이 드러나지 않고 베키 용병단원들을 배제할 것.
트리샤는 티그리스의 요구 사항을 완벽하게 처리했다.
변수 통제 방법은 생각보다 쉬웠다.
일단 첫 번째 트리샤의 신고를 승무원들에게 전하는 게 아니라 전문으로 직접 코드로 역을 지키는 트레인 가드와 기사들에게 신고를 했다.
그들은 신고를 받으면 일단 조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었기 때문에 조사를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만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신고를 받은 기사들의 역량이 부족할 수도 있으니 제법 규모가 큰 코드로역에 신고했고, 혹시나 몰라 놈들에게 도수 높은 술을 사다가 몰래 던져주었다.
술이면 환장을 하는 놈들인데다가 긴 여행길에 술만 한 것은 없었으니 아무 의심 없이 죄다 마셔 버렸고, 그 결과 놈들은 술에 떡이 되어 기사들에게 끌려갔다.
세 번째, 익명성을 위해 은묘의 망토를 사용한 채 열차 내부에 있는 전문 타자기를 사용했다.
승무원들이 누가 신고했는지 찾아보려고 해도 아마 절대 찾지 못할 것이다.
“네가 직접 처리를 하든 안 하든 완벽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 추진하는 것이 맞다. 네 역량이 부족하면 남에게 도움을 청하고, 네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네가 하면 되는 것이다. 난 그것을 보길 원했고 넌 내가 원했던 모습을 온전히 다 보여주었다.”
트리샤는 티그리스의 칭찬에 뭔가 부끄러워 머리카락을 빙빙 꼬았다.
“아, 뭐…….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앞으로 이렇게 하면 되는 거죠?”
“그래. 그럼 할키스에 도착할 때까지 푹 쉬도록 해라. 고생 많았다.”
트리샤는 씩 웃었다.
“넵! 알겠습니다!”
* * *
거대한 성전의 문이 열리며 창백한 사내 하나가 들어왔다.
로타의 입 레비스였다.
햇빛이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와 만나 성전 바닥을 아름답게 수놓는 가운데, 레비스는 하얀 법복을 입은 거구의 사내에게 향했다.
그의 몸집은 너무나도 거대해서 마치 불곰이 기도를 드리는 것 같았다.
저 거구의 사내는 길리온 왕국의 교인이라면 모두가 아는 템페 추기경이었다.
“……이 땅에 악한 무리를 징벌할 힘을 제게 주셔서…….”
레비스는 템페의 근처에 앉아 템페가 기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템페가 기도를 하면 끝날 때까지 레비스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뿐더러 어차피 또 올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비스는 성전 정면에 놓인 거대한 룩스 여신상을 쳐다봤다.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그녀의 얼굴은 성전마다 다르다.
길리온 왕국에선 코가 길쭉하고 눈이 얇은 마리나인을 닮았고 황국의 서쪽 흑토 지대 쪽으로 이동하면 눈이 동그랗고 눈썹이 짙은 코카스인을 닮는다.
만약 고디바 사막 쪽에서도 룩스교를 믿는 사람이 있다면 히르페인을 닮은 룩스 여신상이 세워졌을 것이다.
그 말은 그 누구도 룩스 여신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고, 그리고 그 말은 룩스는 없다는 뜻과 같았다.
그럼에도 템페는 룩스 여신을 향해 기도를 한다.
그 아이러니함이 템페를 지탱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레비스는 템페를 뭐라 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처럼 답답할 때가 있을 땐 한마디를 쏘아붙이고 싶지만, 레비스의 입만 아프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그냥 놔두었다.
저벅- 저벅-
이윽고 거대한 성전이 다시 열리며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걸어 들어왔다.
노인의 인상은 전체적으로 인자해 보였지만 눈에는 옅은 광기가 느껴졌다.
“오랜만이군. 펠렌.”
펠렌이라 불린 노인은 대답 없이 레비스와 반대편 의자에 앉았다.
펠렌은 지팡이를 바닥에 톡톡 두들겼다.
그러자 바닥에 기묘한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귓가가 먹먹해졌다.
주변 일대에 사운드 블록 마법을 건 것이다.
캐스팅도 하지 않고 무영창으로 4서클 사일런스 마법을 걸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몇 없다.
7서클의 대마법사 바스티얀과 인퀴지터의 수장 나달.
그리고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8서클의 대마법사이자 교만을 깎아내는 자 ‘펠렌’이었다.
펠렌은 입을 열었다.
“자네가 맡은 임무가 그리 어렵던가? 아니면 사람을 보는 눈이 어두워진 것인가?”
교만을 깎아내는 자 펠렌, 식탐을 깎아내는 자 템페 그리고 로타의 입 레비스가 이리 한자리에 모인 것은 최근 연달아 들려오는 비보 때문이었다.
대륙 곳곳에 숨어 있던 슈비츠의 키메라 실험실이 들통이 났고.
루카스를 이용해 꽉 잡고 있던 흑토 지대가 눈 깜짝할 사이에 황국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었으며.
티그리스를 암살하려던 ‘검은 아귀’의 요원 두 명이 산 채로 잡혀 레비스가 개발한 주술 ‘야생의 본능’이 들통났으며.
템페의 통제 아래 있던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황금 기사단의 수감실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있다.
이게 겨우 4개월 만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펠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로타 님께서 잠에서 깨어나시면 너무 놀라서 기절하실지도 모르겠군.”
“이 모든 게 다 내 책임이라는 건가? 슈비츠 건이랑 루카스는 깔끔하게 처리했네. 문제는 이놈이지.”
레비스는 기도를 드리고 있는 템페를 쳐다봤다.
템페의 역할은 하나였다.
길리온 왕국을 종교로 관리하는 것.
그런데 매튜 왕자 하나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서 이 모양 이 꼴이 나고 말았다.
게다가 문제를 수습을 하기 위해 보냈던 ‘마티아’ 때문에 되레 꼬리를 잡힌 바람에 프란치스코까지 엮이고 말았다.
템페의 입이 열렸다.
“……모든 것은 룩스 님의 뜻이다.”
템페는 모았던 두 손을 풀고 굽혔던 허리를 쫙 폈다.
그러자 원래 컸던 덩치가 1.5배는 더 커 보였다.
레비스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룩스가 없다는 것을 제일 잘 알고 있는 놈이 룩스를 믿는다는 게 정말 어이가 없군.”
“룩스 님은 실존하신다. 네가 믿지 못할 뿐이지.”
“룩스는 그냥 성배일…… 됐다. 더 이상 말하면 입만 아프겠군.”
레비스는 종교쟁이와 종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큼 비생산적인 일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리곤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이 사태를 어떻게 할 거지? 다른 것은 다 떠나서 일단 템페 네놈의 권속들을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 아이들은 잘 버틸 것이다. 그들도 피의 갈망에서 벗어나 진정한 룩스 교인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레비스는 이성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템페의 대답에 어이가 없었다.
“그놈들이 전부 너와 같다고? 너는 그 모순적인 믿음으로 결국 극복했다 하지만 놈들은 아직 수행이 덜 됐다. 프란체스코 그놈은 그나마 3달은 버티겠다지만 다른 사제나 성기사들은 어떻게 할 건가? 그놈들은 1달만 피를 먹지 못하면 광증에 시달릴 텐데?”
“이것 또한 룩스 님의 시험이다.”
“미치겠군. 펠렌. 템페는 네 라인이니 네가 얘기해라.”
펠렌은 템페의 뒤통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르펨 님의 전언이다.”
아르펨의 말에 템페는 움찔했다.
“손에서 벗어난 자들은 처리하라고 하셨다. 더 이상 부수적인 피해를 늘릴 수 없다면서 말이다.”
“…….”
템페는 한동안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알겠다.”
펠렌은 레비스를 보며 말했다.
“됐나?”
“그래. 이제 건설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겠군.”
레비스는 깍지를 끼며 말했다.
“이번에 황국이 키메라 사건 때문에 테호 대장로를 부르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 케일 자작과 그 아들놈들이 위치를 다 불었겠지. 일단 밀림에 숨겨둔 키메라 연구소는 완벽하게 다 정리를 했지만, 길리온 왕국의 키메라 연구소가 문제다.”
레비스는 템페를 보며 말했다.
“아마 이 성전 지하에 키메라 연구소가 있다는 것을 놈들은 알고 있을 거다. 그리고 그 덜떨어진 왕자와 외무대신에게 말하겠지. 수습할 방법은 있나?”
템페는 입을 열었다.
“무시한다. 어차피 황국이 길리온 왕국에 군대를 보내 확인할 것도 아니니까.”
“참으로 담백하면서도 명쾌한 답이군. 바로스 후작가 쪽은 어떻지?”
펠렌은 입을 열었다.
“내 허락도 없이 바로스 후작이 발등에 불 떨어진 듯이 정리하더군. 그 때문에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데이터는 건졌나?”
“데이터만 간신히 건진 상태지. 하지만 그것 때문에 뿔의 기사는커녕 내가 제작하고 있던 ‘교만의 창’도 지장이 생겼다.”
“그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지. 그래도 우리 로타의 신체는 나와 슈비츠를 제외하면 타격은 거의 없다.”
“그럼 우리 깎아내는 자 쪽이 가장 타격이 크군. 오슬로도 흑토 지대에 이제 막 적응했는데 새 보금자리를 찾아야 하고, 템페 저 녀석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펠렌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 티그리스란 놈은 어떻게 할 수 없나? 그놈 때문에 우리가 이 지경에 온 게 아닌가?”
“말했던 대로 우리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놈이다. 놈이 갖고 있는 패가 무엇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5성 기사인데 검강을 썼다는 것 말인가?”
“검강인지 아닌지는 나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루카스의 팔이 재생되지 않았으니 검에 심득을 담았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게 말이 되나?”
“말이 안 되니까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거다. 놈의 한계를 내가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 적어도 아르펨 님께서 직접 확인하셔야 할 것 같다.”
펠렌은 고개를 저었다.
“아르펨 님께선 아직 몸을 회복하고 계신다. 놈에게 접근하는 것은 아직 위험해.”
“역시 페이라에게 분노의 권능을 준 게 너무 성급했던 건가?”
“그런 것도 있지. 오슬로에게 나태의 권능을 준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서 분노의 권능을 줬으니까.”
“몸을 회복하시는 데 얼마나 걸리나?”
펠렌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건 나도 확신을 할 수 없다. 이대로라면 내년까지 요양을 하셔야 할 수도 있다.”
“……큰일이군.”
“왜지?”
“티그리스를 대적할 인물을 구해야 하지 않겠나?”
“대적자 후보는 찾아놓고 하는 소린가?”
레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적합한 놈을 하나 찾아두었다.”
“그게 누구지?”
“모리타 디 그리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