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83)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83화
경호(8)
트리샤가 사용하는 두 개의 검은 활활이와 콸콸이라는 다소 웃긴 이름을 하고 있었지만, 성능은 웃기지 않았다.
트리샤가 사용하는 ‘블리더(Bleeder)’는 그 이름에 맞게 한번 상처를 입히면 절대로 피를 멈추지 못하게 만드는 ‘출혈’이란 능력과 시전자가 구상한 대로 날아갔다가 돌아오는 ‘부메랑’이라는 능력이 있었다.
트리샤는 이 블리더를 굉장히 애용했는데, 무투가의 단점인 거리를 극복할 수 있었고 특히나 이런 난전 상황에서 너무나도 잘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년이…… 컥!”
트리샤의 뒤를 노리던 용병 하나가 되돌아온 트리샤의 블리더가 뒤통수에 꽂혀 그대로 고꾸라졌다.
트리샤는 용병의 뒤통수에서 블리더를 뽑아냈다.
그러자 블리더가 심하게 요동쳤다.
붉은 기운을 마구 뿜어내는 것이 겉보기에도 굉장히 위험해 보였다.
“콸콸이 너무 많이 먹은 모양이네. 그럼…….”
트리샤는 블리더의 붉은 루비를 콱 눌렀다.
그러자 혈조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피가 단단히 뭉치더니 보기에도 흉흉한 붉은 검신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블리더의 마지막 세 번째 능력인 ‘사냥의 시작’이었다.
무게는 마치 나비의 날개처럼 가벼웠고 검기를 담지 않은 채 검을 통째로 베어도 이가 하나도 나가지 않을 정도로 날카롭고 단단했다.
그 기이한 성물의 능력에 용병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마녀다……! 마녀가 사용하는 무기야!”
트리샤는 헛웃음을 쳤다.
“참나. 이게 네놈들이 말하는 마녀를 베어낸 검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수인족들이 마녀를 사냥하기 위해 만들었던 ‘블리더’라는 집단의 상징이었다.
수인족들은 대대로 마녀 사냥꾼들을 기리기 위해 하늘의 별을 이어 ‘붉은 루비 자리’를 만들었고, 매년 9월 9일이 되면 마녀 사냥꾼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치성을 드렸다.
“뭐, 그걸 네놈들이 알 리가 있겠냐마는.”
트리샤는 용병들에게 달려들었다.
붉은 검신이 휘둘러질 때면 마치 때 이른 수확 철처럼 용병들의 목이 날아갔다.
트리샤도 티그리스의 위업에 밀려 약한 것처럼 보였지만, 이런 저급한 용병들을 죽이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게다가 트리샤는 이런 난전 상황은 굉장히 익숙했다.
모든 전설적인 전쟁들은 언제나 그렇듯 아군이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다 보니 적국 병사들이나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여 전쟁을 벌일 일이 많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위험한 상황을 임기응변과 노련함으로 극복했다.
가령 석궁병과 같은 사수들이 트리샤를 노리지 못하도록 덩치가 큰 용병들 틈 속에서 숨어서 공격 한다든지, 아니면 트리샤의 빠른 발을 잡으려고 그물을 꺼내려고 하면 블리더를 던져 죽인다든지 하는 식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순간마다 필요한 방식으로 전투를 진행했다.
그때, 용병 무리들 중 숨어 있던 마법사 하나가 마법을 사용했다.
“슬로우!”
트리샤의 날쌘 발을 묶고자 트리샤에게 디버프 마법을 사용했다.
3서클 마법 중에 제법 효과가 좋은 슬로우 마법은 상대방의 발을 무겁게 만들었는데, 기사들에게 제일 치명적인 디버프 마법이었다.
이런 디버프 마법을 막아내려면 따로 마법 저항 훈련을 받아야 하지만, 트리샤는 정식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그러나 트리샤에게 있어서 이런 디버프 마법은 소용이 없었다.
트리샤의 오른손에 들린 ‘성화의 검’에서 금빛 오오라가 퍼져 나오더니 트리샤의 몸을 감쌌다.
성화의 검의 능력인 ‘디버프 마법 면역’이라는 능력 덕분이었다.
“말도 안 돼!”
마법사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트리샤는 마법사가 있던 곳으로 재빠르게 날아갔다.
“그러고 보니 마법사가 하나 있었지?”
“히이익!”
쩡! 서걱-!
성화의 검에 마법사가 걸어놓은 배리어 마법이 살짝 부딪혔지만, 성화의 검에 걸려 있는 ‘마법 관통’ 능력에 모래알처럼 부서졌다.
그러자 용병들의 눈에 공포가 서렸다.
트리샤는 쪽수로 밀어붙일 수 있는 상대가 절대로 아니었다.
트리샤는 저들의 공포를 적극 이용하기로 했다.
일부러 용병들의 피를 과도하게 흩뿌리고 다니고 고통에 젖은 목소리를 내도록 기도나 폐를 건들지 않았다.
아군의 기세만큼이나 적군의 기세도 전장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망쳐!”
한 용병의 공포에 젖은 외침에 용병들은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트리샤는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쩝 다셨다.
놈들이 쪽수를 믿고 덤빌 때 최대한 많이 죽여놨어야 귀찮게 쫓아다니며 죽이지 않아도 되었는데…… 너무 많이 살았다.
‘얼추…… 34명?’
서걱-!
‘이제 33명이네.’
온몸에 피 칠갑을 한 트리샤가 보랏빛 귀기를 뿌리며 쫓아오자 용병들은 오줌을 지리며 도망쳤다.
용병들의 목표는 이 정체 모를 여우 가면을 죽이는 게 아니다.
테론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러나 용병들은 테론이 아닌 할키스로 도주했다.
할키스가 여기에서 더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트리샤는 할키스로 도주하는 용병들을 보며 아차 했다.
“어?! 너희들 거기로 가면 안 되는데?!”
트리샤는 할키스로 도주하는 용병무리들을 제일 먼저 추격했다.
* * *
티그리스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한 사내에게 다가갔다.
사내는 티그리스에게도 익숙한 아이작 드 바로스라는 사내였다.
아이작의 오른팔은 없었는데, 텔레포트 스크롤을 사용하려 하자 티그리스가 오른팔을 날려 버렸기 때문이었다.
아이작은 남은 왼팔로 오른팔을 지혈하며 두려운 눈으로 검은 가면을 노려보았다.
“괴물 같은 놈…….”
아이작은 저 검은 가면의 사내가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저놈은 백 명에 달하는 암살자들을 불과 20분 만에 모조리 죽였다.
그것은 전투가 아니었다.
놈의 입장에선 사냥이었고, 아이작과 암살자들의 입장에선 생존을 위한 가냘픈 몸부림이었다.
암살자들이 아이작의 눈앞에서 모두 당했으니 용병들도 무사하지 못할 터였다.
티그리스는 검은 가면을 벗었다.
그러자 아이작은 눈을 크게 떴다.
“티그리스……! 아버지의 말이 맞았어. 네놈이 어떻게……!”
“질문은 내가 한다.”
“꺼져라! 내가 순순히 대답해 줄 것 같으냐!”
그러거나 말거나 티그리스는 아이작에게 질문을 했다.
“레비스를 아나?”
“지옥에나 가라!”
“예 또는 아니오로 대답해라.”
“닥쳐라! 네놈은 위대한 바로스 후작 가문이 두렵지도 않더냐?! 네놈이 멋대로 바로스 후작의 후계자를……!”
티그리스는 아이작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댔다.
그 서늘한 감촉에 아이작은 침을 꿀꺽였다.
“원래는 너를 설득할 필요는 없다. 그냥 인퀴지터에게 데려가면 되니까.”
아이작은 인퀴지터의 잔혹함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른침을 삼켰다.
놈들에게 잡혀가면 아이작의 목숨은 둘째치고 아이작이 생전 겪어보지 못했던 고통을 겪다가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너는 이미 내게 잡힌 시점부터 기록상 죽은 것이다. 그러나 내가 너를 살려주는 것은 네놈이 알고 있는 정보가 황국에게 꽤 유용하기 때문이지.”
“나보고 바로스 후작 가문을 배신하라는 뜻이냐?”
“곧 없어질 바로스 후작 가문을 배신한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군. 오늘 밤 이후로 바로스 후작 가문은 역사 속에서 사라질 것이다.”
아이작은 악에 박친 목소리로 말했다.
“황제가 우리 바로스 후작 가문을 버렸다는 그 말이냐? 지난 300년간 개처럼 충성해 온 우리를?”
“황국을 배신한 것은 이미 너희 바로스 가문이다. 그건 너희가 잘 알 텐데?”
“큭……!”
아이작은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바로스 후작은 황제를 배신하고 왕이 되기 위해 길리온 왕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작은 명분이 안 되자 이번엔 실리를 따졌다.
“우리는 수인족들과 길리온 왕국을 지키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없어지면 수인족들과 길리온 왕국이 어떻게 할지 잘 알 텐데?”
“제국 대학의 정치학 수업을 들으면 이런 말을 배우게 된다. ‘권력은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다’라는 말이지. 네놈 가문이 사라져도 남부 사령관의 직책을 얻고자 황제 폐하께 무릎을 꿇을 가문은 28가문이나 남았다.”
“그들이 그 권력을 탐하고자 전쟁을 안 벌일 거라 생각하나? 이 남부 지역은 전쟁통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예전의 황국과 지금의 황국이 같다고 생각하나? 남부 지방에서 일어난 내전을 해결 못 하시라 보는가? 그리고 바로스 후작과 그 후계자가 하루아침에 죽은 것을 보면 내전은커녕 황제 폐하께 충성을 맹세하기 위해 앞다퉈 황도로 올라올 것이다.”
“뭐……? 네놈이 감히 각하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이작, 너는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말을 의심하는군.”
아이작은 입술을 씹었다.
티그리스의 강함을 아이작의 눈으론 감히 측량조차 할 수 없었다.
물론 아버지인 바로스 후작의 마법 실력 또한 아이작의 눈으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바로스 후작의 등에 칼을 꽂으러 온 자를 황제가 아무나 보냈을까?
‘……도대체 저놈은 어디에서 나온 거란 말이냐.’
지금까지 황제가 지방 영주들의 횡포를 가만히 놔둔 것은 관여할 명분도 없었고 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티그리스가 황제의 검이 되기를 자처하면서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티그리스의 무력은 루카스의 목을 단 두 번의 칼질로 날렸을 정도로 대단했으며, 황도의 변이체를 사냥하며 민심까지 등에 업었다.
그 정의로운 칼날이 바로스 후작에게 향했을 때, 바로스 후작 가문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더 있을까?
아이작은 반쯤 포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내게서 얻을 정보는 없다. 어차피 바로스 가문은 멸문하게 될 것이고 나는 죽게 될 테니까. 하지만 네게 정보를 넘겨주지 않는다면 우리 아버지는 살아남으실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존재하겠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아이작은 아예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아버지가 살아남아 티그리스와 황국을 복수할 수 있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보태는 것이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으나, 그러기엔 아이작은 이 세상에 남겨둔 미련이 너무나도 많았다.
“루카스의 사례를 보고도 모르겠나? 현재 흑토 지대는 피바람이 불고 있다. 황제 폐하의 정규군과 황금 기사들 그리고 철혈 마법사들이 투항하지 않은 귀족 가문들의 식솔들을 모조리 죽이고 있다. 그들이 죄를 지었건 죄를 짓지 않았건 간에 말이지.”
실제로 흑토 지대는 피바람이 불고 있었다.
흑토 지대 안정화라는 온순한 내용의 글로 포장했지만, 그 잔혹함은 씻을 수 없을 정도다.
투항하지 않은 귀족들은 갓난아이까지 황제의 공포에 짓눌려 죽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황국이 하나로 통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제 폐하께선 마지막 자비를 베푸셨다. 투항하는 자들 중 죄가 없는 자들은 굳이 피를 보지 않으셨다. 몇몇 식솔들은 가주들이 어떤 흉악한 짓을 저지르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을 테니까.”
“…….”
“그러니 네 아내와 아이를 생각하라는 말이다. 아이작.”
티그리스가 아이와 아내를 들먹이자 아이작은 반사적으로 발작했다.
“내 아이를……!”
“수인족 아이들은 금화 한 줌에 넘겼으면서 네 아이는 소중한가 보군. 매일 아침 네 아이를 볼 때마다 안 역겨운가? 아이작?”
“…….”
아이작은 할 말이 없어 입술을 깨물었다.
“만약 내게 정보를 넘기면 아무것도 모르는 네 아내와 아이까지는 내가 어떻게든 지켜주마. 그리고 네 철모르는 동생 어셔까지. 물론 반역을 꿈꿀 수도 없게 연고가 없는 외지로 보내지게 될 것이다. 흑토 지대나 고디바 왕국 아니면 북쪽 갈리아 지역이 되겠지.”
아이작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아이작은 티그리스의 말의 진위를 가늠해 보는 듯했다.
“정말인가?”
“그렇다. 그리고 넌 억울하지 않나? 네 아비가 꾼 왕이란 꿈에 휘말려 죽는 것이.”
“그것까지 알고 있었나…? 아니지. 알 수밖에 없었겠지.”
바로스 후작이 왕이라는 꿈을 꾸지만 않았다면, 이 모든 불행은 없었을 것이다.
그저 남쪽 사령관으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다지고 황국으로부터의 경제적ㆍ군사적 지원을 받는 수준으로 만족했다면 남쪽 지방의 패권자로 명맥을 유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스 후작은 거기에서 만족하지 못했다.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황제라는 존재가 굉장히 거슬렸고, 보아하니 별 볼 일도 없어 보였다.
그저 황금의 피를 타고났다는 것 하나만으로 황제가 된 주제에 자신을 업신여기고 복종을 요구하는 것이 너무나도 아니꼬웠던 것이다.
“그리고 넌 이 상황을 이미 예견하고 있지 않았나? 나와 이렇게 마주할 것을 알고 테론으로 향한 거지.”
“…….”
티그리스의 말이 맞았다.
암살자들과 용병들이 테론으로 향한다는 정보를 흘린 것도 아이작이고 죽을 자리임을 알면서도 달려온 것도 바로스 후작 가문을 노리고 들어온 자의 얼굴을 직접 대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와 거래를 하고 싶어서.
바로스 후작 가문의 멸문은 시간문제라는 것을 현명한 아이작은 알고 있던 것이다.
흑토 지대의 안정화가 끝나면 황제의 분노의 칼날은 자신들에게 향할 것임을.
“바로스 후작의 오만한 꿈을 막아주마. 하지만 네 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너는 길리온 왕국에 수인을 팔아넘기고 각종 기밀 자료를 넘긴 죄가 있으니까.”
“그것까지 아는 것인가…….”
아이작은 허탈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좋다. 다 말하겠다. 대신 네 이름을 걸고 내 아내와 아들 그리고 죄 없는 이들의 목숨만은 살려줘라. 그것이 조건이다.”
티그리스도 무고한 자의 피를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티그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명예를 걸고 무고한 자의 피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
“고맙다.”
“그럼 첫 질문을 하지. 레비스를 아나?”
“대답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너도 알고 있을 테고.”
저 말은 ‘금언’의 주술이 걸려 있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안다는 것은 그만큼 레비스와 친밀하거나 레비스를 함부로 입에 올렸다가 죽은 자를 봤다는 것이다.
이것까지 확인했으면 티그리스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제 인퀴지터에 넘겨 심문을 하면 된다.
티그리스는 심문에는 재주가 없으니까.
그러나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있었다.
“올해 블랙 마켓은 어디에서 열리지?”
“수인들 쪽을 말하는 건가? 아니면 성물과 아티팩트를 말하는 건가?”
“둘이 따로 구분되어 있나?”
블랙 마켓은 수인들과 성물 그리고 아티팩트를 한 번에 거래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최신 정보는 모르는 모양이군. 이번 키메라 실험실 사태로 수인 거래는 황국 내에서 할 수 없게 되었다.”
원래 블랙 마켓은 바로스 후작 가문의 별장에서 진행되기로 되어 있었다.
그 별장에서 길리온 왕국이 수인들을 사면 수송 열차에 수인들을 싣고 길리온 왕국으로 보내는 것이다.
할키스에 수송 물자를 관리 감독하는 철도 관리국과 국세청 공무원들이 상주하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적당히 뇌물을 건네주면 몇몇 수송 열차 칸은 아예 검사를 하지 않는 식으로 진행했다.
“그렇다면 황국 내부에 있는 수인들은 어떻게 거래하지? 대부분이 황국 내부에 있을 텐데?”
“몰래 밀림을 거쳐서 길리온 왕국으로 건너가는 수밖에 없다. 최근 황국의 수사관들이 열차 수송 물자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통에 수인들을 함부로 옮길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 비싼 텔레포트 마법진을 사용하기엔 공급량도 없을뿐더러 가격이 배로 뛰니 사용할 수도 없다.”
“그럼 길리온 왕국 내에 있는 수인들은?”
“내가 알기론 길리온 왕국 내 수인들의 씨가 말랐다고 하더군. 국가적으로 수인들을 데려오려고 하지만 최근 수인 놈들의 대응력이 높아져서 말이지.”
티그리스의 눈이 살기로 가득 차자 아이작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니까 길리온 왕국 내 수인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분명히 우리처럼 노예로 부리는 것은 아니겠지.”
“키메라와 주술이겠군.”
“그럴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성물과 아티팩트 블랙 마켓은 아이작이 사로잡힌 이상 무조건 취소되거나 위치가 바뀔 것이다.
길리온 왕국은 티그리스가 현재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불가능하고.
일단 이 정보를 토대로 황국 내에 사로잡혀 있는 수인들을 구출하면 될 것이다.
“그럼 데려가라.”
티그리스의 말에 숨어 있던 인퀴지터 요원 둘이 나타나 아이작의 앞에 섰다.
아이작은 요원들에게 포박되어 끌려가는 한편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말 안 한 것이 있군. 내가 말하지 못한 그 녀석. 여기에 있다.”
레비스가 바로스 후작의 황국에 있다고?
티그리스는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어디에 있지?”
“사제들을 추적해 봐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보 고맙군.”
“난 약속을 지켰으니 너도 약속을 지켜라. 티그리스.”
아이작은 그렇게 떠났고 티그리스는 자리를 움직였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였다.
바로스 후작.
이 사단이 일어난 모든 것의 원흉.
놈만 죽으면 황국의 고혈을 빨아먹는 해충은 모조리 박멸되는 것이다.
그러나 티그리스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레비스가 여기에 있다는 뜻은 레비스가 바로스 후작과 접선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
‘조금 더 긴장해야겠군.’
티그리스는 트리샤와 약속했던 접선 장소로 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