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91)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91화
질투(4)
모리타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티그리스에게 복수를 하고 티그리스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아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양손을 되찾고 티그리스를 꺾을 준비를 철저히 한 후에 실천할 일이었다.
모리타는 말을 더듬었다.
“네…… 네가. 왜…….”
티그리스는 굉장히 의외라고 생각했다.
폴리모프 마법으로 체형과 외모도 바꾸고 고유 오러 파동까지 바꿨는데 단번에 알아보다니.
놈의 뇌리에 박힌 티그리스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경종을 울려준 모양이었다.
“이러면 야…… 약속이…….”
모리타의 계획은 단순했다.
경기에서 이긴 후 상대가 가진 무기를 들고 그리프 자작에게 달려들어 죽인다.
그리고 관중들 사이로 난입하여 약속한 10명을 죽이고 난 후에 스미스와 함께 마케돈 결투장을 탈출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상대가 티그리스일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모리타의 눈동자가 생기를 잃었다.
“아니야…….”
모리타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일어났다.
“아닐 거야. 네놈이 여기에 있을 리 없어.”
모리타는 덜덜 떨리는 검 끝을 티그리스를 향해 내밀었다.
“네가 여기에 있을 리가 없다고!”
모리타는 막무가내로 티그리스에게 달려들었다.
“죽어어어어!”
놀랍게도 모리타의 의수검에 푸른 검기가 맺혀 있었다.
모리타가 3성 기사가 상대라고 했을 때 코웃음을 쳤던 이유가 이것이다.
모리타는 7년 동안 얻지 못한 네 번째 고리를 우습게도 양손을 잃은 뒤에 얻었다.
모리타는 생사가 오가는 결투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틈만 나면 자신을 단련했기 때문이었다.
티그리스는 모리타의 검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낸 뒤, 발을 걸었다.
모리타는 마치 고양이처럼 땅에 닿기 전에 몸을 뒤틀어 땅에 착지했다.
그리고 또다시 티그리스에게 달려들었다.
훙-! 훙-!
티그리스는 단 한 번도 모리타의 검을 쳐내거나 반격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하게 피할 뿐이었다.
그 거만한 모습에 모리타는 더 약이 바짝 올랐다.
“이 개자식이! 또 나를! 또 나를 농락하려고오오오!”
모리타의 검술은 솔직히 말해서 형편이 없었다.
양 손목이 아예 없다는 것을 가정해도, 모리타는 생각 없이 자신이 휘두르고 싶은 대로 휘두를 뿐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모리타는 생각이란 것을 할 여유가 없었다.
난데없이 티그리스가 등장함으로써 가슴속에 지핀 희망의 불꽃이 완전히 사위었기 때문이었다.
티그리스는 빈틈을 노리고 모리타에게 검을 찔러 넣었다.
모리타는 엄청난 반사 신경으로 티그리스의 검을 피해내고 다시 검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아!”
공격을 하는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피하고 반격을 하는 것을 보면 모리타의 신체 조건은 말도 안 되게 좋았다.
모리타의 반사 신경은 아이린과 샤를로트에 필적할 정도고, 근육도 탄력적이라서 순간적인 방향 전환과 폭발적인 돌진이 가능했다.
평범한 3성 기사들이었다면 모리타의 재능을 이기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쓰러졌겠지만, 토너먼트에서 만났던 톰 정도의 재능과 만났다면 지는 것은 모리타였을 것이다.
티그리스는 더 이상 검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티그리스는 모리타의 명치를 향해 주먹을 꽂아 넣었다.
“컥!”
과거 토너먼트에서 고든이 보여준 모노하르 가문의 고유 오러 운용술 ‘공파’로 공격한 것이라 내장이 꼬였을 것이다.
“우에에에엑!”
모리타는 오늘 아침에 먹은 것을 모조리 토해냈다.
티그리스는 그런 모리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모리타, 이만 여기서 멈춰라.”
티그리스의 말에 모리타는 어깨를 떨었다.
단순히 멈추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티그리스는 역시 그 스미스와의 계약을 알고 있는 듯했다.
“여기서 멈추면 네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웃기는 소리.”
모리타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티그리스를 쳐다봤다.
“넌 내 모든 것을 앗아갔다. 귀족의 명예도 체면도 그리고 내 검술도. 그렇게 내 모든 것을 빼앗아 간 주제에 새로운 삶?”
모리타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건 새로운 삶이 아니라 네가 정해준 삶이겠지. 넌 결국 내 삶까지 빼앗아 가겠다는 뜻이 아니냐!”
모리타의 양손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잃었던 손목이 돌아왔다.
그리고 돋아난 살점이 의수검을 집어삼키며 거대한 살덩어리로 이루어진 검으로 변형되기 시작했다.
“난 더 이상 살기 위해 도망치는 삶을 살지 않겠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또 내 것을 빼앗기지 않겠다.”
이윽고 모리타의 양손이 합쳐지며 거대한 뼈와 살덩이로 이루어진 대검으로 변했다.
“난 네 삶을 빼앗는 삶을 살겠다!”
-난 네 삶을 빼앗는 삶을 살겠다!
티그리스는 모리타의 저 말이 굉장히 익숙했다.
회귀 전에 모리타가 티그리스에게 늘 하던 말이었으니까.
‘결국…….’
모리타는 결국 질투를 깎아내는 자가 되기로 결정을 내렸다.
회귀 전, 아르펨으로부터 받은 모리타의 능력은 ‘도플갱어’였다.
능력의 이름에서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시피, 모리타의 능력은 원하는 상대로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었다.
단순히 외형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사소한 습관부터 시작해서 말투까지 완벽하게 따라 할 수 있었고 심지어 재능까지 복제하는 것이 가능했다.
모리타가 말한 대로 남의 인생을 통째로 빼앗아 갈 수 있는 능력이었다.
모리타는 그 능력으로 티그리스를 지독하게 괴롭혔다.
검술 실력으로 티그리스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모리타는 티그리스의 명성과 명예를 훼손하고 가뜩이나 기울어져 가는 노르베르드 가문에 큰 타격을 주었으며 전장에 혼란을 주었다.
모리타가 다시 그 능력을 얻게 놔둘 순 없었다.
모리타는 티그리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으아아아아!”
모리타의 뼈와 살덩이로 만들어진 대검이 바람을 가르며 티그리스를 덮쳐왔다.
폴리모프한 몸으로 피해내기엔 약간 무리가 있는 난격이었다.
티그리스는 결국 검기를 뽑아내 모리타의 검을 올려 쳤다.
서걱-!
모리타의 대검이 절반으로 뚝 잘려 나갔다.
“끄아아악!”
모리타는 고통에 울부짖었다.
모리타의 살과 뼈로 만들어진 대검이다 보니 타격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대검은 금세 자라났다.
‘로타의 손이 만들어낸 약물을 주입했나 보군.’
로타의 손이 만들어낸 약물은 단순히 손을 재생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기나 갑주까지 집어삼키는 부작용이 있었다.
물론 감정 컨트롤과 오러 컨트롤을 잘하면 무기나 갑주에 살점과 뼈가 붙는 일은 없지만, 모리타는 현재 감정 컨트롤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뒈져!!!”
모리타가 다시 티그리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티그리스는 또다시 무기를 잘라냈다.
잘려 나간 단면에서 핏물이 솟구치며 사방을 피바다로 만들었다.
“끄으으으!”
이런 로타의 손의 약물을 주입받은 기사들을 상대하는 법은 굉장히 간단했다.
무기에 타격을 계속 주는 것이다.
무기를 재생할 때 어마어마한 양의 열량과 오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계속 베어내기만 하면, 모리타는 체력과 오러가 바닥이 나서 쓰러질 것이다.
“허억……. 허억…….”
모리타는 이제 겨우 세 번째 재생임에도 불구하고 피골이 상접했다.
게다가 빈혈기가 도는지 눈의 초점도 맞지 않고 몸이 좌우로 비틀거렸다.
모리타는 무너져 가는 체력을 정신력으로 버텨가며 티그리스에게 달려들었다.
모리타의 공격은 마치 모닥불을 향해 날아가는 불나방 같았다.
불타 죽어버릴 것을 알면서도 매혹적인 빛에 이끌리는 것처럼, 모리타는 티그리스란 불꽃을 향해 달려드는 것 같았다.
훙-!
모리타의 대검이 허공을 갈랐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티그리스가 있었던 곳을 베었건만 보이지 않았다.
“어디……!”
티그리스는 모리타의 뒤에 있었다.
티그리스는 검을 치켜세웠다.
사형집행인이 사형수의 목을 베는 모양새였다.
티그리스는 모리타와 검을 마주했을 때 사실 좀 망설였다.
점괘를 봤던 대로 모리타의 얼굴을 보자마자 회귀 전에도 느껴보지 못한 복잡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복잡한 기분은 작은 미련으로 남게 되었고, 티그리스는 정체가 탄로 날 것을 각오하고 모리타에게 기회를 수차례 주었다.
그러나 이미 티그리스와 모리타와의 관계는 이미 비틀려서 수습할 수 없었다.
티그리스의 입이 움직였다.
“미안하다.”
“……!”
티그리스는 점괘를 받은 후 요 며칠간 왜 자신의 마음에 미련이 남았는지 고민하고 고민했다.
그리고 결국 왜 자신의 마음에 미련이 남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모리타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우노의 마수로부터 대륙을 구한다는 대의가 있긴 하지만, 티그리스 개인적으론 모리타에게 몹쓸 짓을 저지른 것은 맞다.
모리타의 양손을 자른 것이 잘못된 게 아니라, 모리타가 레비스의 유혹에 빠져 인류를 배신할 것이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만히 둔 것.
그것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티그리스에게 있었다.
회귀 전이었다면 이런 죄책감 따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날려 버렸겠지만, 티그리스는 최근 여러 감정에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것은 티그리스가 인간다워지고 있다는 증거이자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다채로워진다는 뜻이지만, 이런 죄책감과 미련 그리고 후회와 같은 익숙하지 않은 마음의 고통도 동시에 겪어야만 했다.
모리타는 티그리스의 사죄를 듣자 얼어붙었다.
짧고 담백하지만 그렇기에 티그리스의 마음이 온전히 녹아 있었다.
모리타는 눈을 감았다.
티그리스는 죽음을 묵묵하기 기다리는 모리타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이로써 우리의 악연은 모두 끝날 것이다.
그때, 티그리스의 귓가에 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검을 모리타에게 내지르면 부식될 것이다.”
퍼석-!
티그리스의 검이 모리타의 목에 닿자 마치 썩은 나무토막처럼 부서지더니 먼지로 변해 사라졌다.
모리타를 포함한 관중들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 했지만, 티그리스는 단번에 이해했다.
레비스가 나선 것이다.
모리타와 티그리스의 앞에 새하얀 얼굴의 사내가 갑자기 등장했다.
사내의 입에는 기괴한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그 녀석을 줄 수 없다.”
놈이 등장했을 때 마력 파동이 생겨난 것으로 보아 순간 이동 계열 마법이 있는 아티팩트를 사용한 듯했다.
레비스는 마법을 전혀 사용할 줄 모르니까.
“그 녀석은 우리한테 꼭 필요하거든.”
레비스는 모리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레비스의 손목에 걸린 팔찌형 아티팩트가 빛이 나더니 모리타와 레비스의 몸에 붉은색 보호막이 생겼다.
7서클 배리어 마법 중 하나인 ‘리플랙션 배리어’였다.
사방에서 들어오는 물리ㆍ마법 공격을 반사시켜 막아내는 배리어로 굉장히 까다로운 마법 중 하나였다.
“보아하니 모리타를 통해 나를 추적한 것 모양인데 너무 방심했군. 너무 모리타에게 정신이 팔렸어.”
티그리스는 바짝 긴장했다.
레비스가 등장한 순간부터 이제 저놈의 말을 조심해야 한다.
레비스의 능력은 ‘일방적인 약속’.
놈이 티그리스 또는 주변 인물에게 일방적으로 거는 약속이 이루어지면 무조건 저주가 걸린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너무 복잡한 저주는 못 걸고. 아주 간단한 저주를 걸어주지. 나와 모리타를 추적하면 발목이 부러…… 커어어어억!”
레비스는 자신의 심장을 헤집는 고통에 무릎을 꿇었다.
가슴을 보니 황금색으로 빛이 나는 말뚝의 끝이 튀어나와 있었다.
레비스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뒤에는 밤 여우 네메시스가 있었다.
“잡았다. 요놈.”
차륵!
네메시스는 말뚝과 연결된 황금색 사슬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레비스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바닥에 널브러졌다.
천공의 사슬의 능력에 의해 온몸의 힘이 쫙 빠진 것이다.
“어떻게……!”
티그리스는 레비스의 추적 담당을 네메시스에게 일임했다.
레비스는 시선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냄새로 상대방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네메시스에게 맡긴 것이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림자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최상급 이동기가 있다는 것과 모든 종류의 방어막을 무시하고 타격할 수 있는 ‘하사신의 귀걸이’란 성물이 있는 것도 컸다.
티그리스는 품속에서 스크롤 하나를 꺼냈다.
다중 텔레포트 스크롤이었다.
“이동한다.”
이 투기장에서 레비스를 처리하기엔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티그리스는 텔레포트 스크롤을 찢었다.
그러자 티그리스와 모리타, 레비스 그리고 네메시스가 같이 빛무리와 함께 사라졌다.
* * *
네 사람이 텔레포트로 이동한 곳은 황도 빅토리에의 동쪽에 있는 하이덴 숲이었다.
티그리스는 이동하자마자 폴리모프 마법을 풀었다.
“여기요.”
티그리스는 하이덴 숲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트리샤에게 샐러맨더의 검을 받았다.
티그리스는 곧바로 레비스에게 향했다.
“커어어억!”
레비스는 심장에 박힌 천공의 사슬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천공의 사슬의 능력 때문에 텔레포트도 안 되고, 온몸에 힘이 빠져서 몸을 제대로 컨트롤하지도 못했다.
어쩌다 같이 딸려 온 모리타는 장거리 텔레포트에 대한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듯 바닥에 널브러졌다.
레비스는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재빨리 사방을 훑었다.
“쿨럭……!”
사방이 죄다 적이었다.
황금 기사들과 철혈 마법사들은 기본이었고 황국 최고의 무력 블랙 마이스터 베르강과 인퀴지터의 수장 나달도 있었다.
‘어서 도망쳐야……!’
레비스는 재빨리 영혼과 육체를 분리시켜 도주하려고 했다.
그러나 영혼이 육체와 분리되지 않았다.
철컹-!
레비스가 긴급 탈출을 하려고 할 때마다 심장에 박힌 천공의 사슬이 막았기 때문이었다.
“벌레처럼 또 도망을 치려고 하는군.”
“……티그리스!”
레비스는 가슴에 박힌 천공의 사슬을 붙잡으며 일어났다.
“어떻게 내가 모리타를 노릴 줄 알고……!”
“그걸 말해주면 로타도 알겠지. 다른 녀석들과 달리 네 영혼과 로타의 영혼은 연결이 되어 있으니까.”
레비스는 너무 놀라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네가 어떻게 그 사실을…….”
로타란 이름은 케일 자작과 바로스 후작도그 외의 누구도 모른다.
아니, 그것을 떠나서 어떻게 로타와 레비스의 영혼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걸까?
그건 다른 권속들을 포함해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그것뿐일까? 이미 네놈이 반격할 준비도 다 끝났다는 것도 알고 있지.”
티그리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레비스의 눈빛이 돌변했다.
“나와라, 악령들이여!”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사방이 어둠에 휩싸이기 시작하더니, 땅에서 기묘한 악령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악령들은 두 종류였는데 하나는 낫을 든 사신이었고, 다른 하나는 기사들이었다.
티그리스는 저 악령들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하나는 검은 사신, 다른 하나는 월식 기사.
레비스가 연구를 시작하고 로타가 완성한 악령 키메라들이었다.
이 악령 키메라들에 의해 황국의 남부가 완전히 점령당하고, 황도 빅토리에도 삽시간에 무너졌다.
이 악령 키메라들은 다른 키메라들처럼 무언가를 먹을 필요도 마실 필요도 없고 잠잘 필요도 없는 최상의 키메라들이었으니까.
그러나, 티그리스가 알고 있던 것과 조금 모양새가 달랐다.
검은 사신들은 본래 죽음의 연기를 흩뿌리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식물들이 검게 썩어 죽어야 했고, 월식 기사들은 유령마를 타고 있어야 했는데 유령마는커녕 말발굽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역시 아직 미완성이군.’
로타가 이 키메라들을 완성시키는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6년 뒤다.
전체적으로 스펙이 떨어진 것이 분명했다.
베르강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당황하지 마라! 훈련받은 대로 만하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모두 발검!”
황금 기사들은 모두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런데 일반 철제 검과 달리 모두 달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악령에게 직접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신비로운 강철, ‘월광’ 합금으로 만들어진 강철이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월광은 포그 우드나 신비의 땅에서 간혹 발견되는 광물이라 굉장히 양이 적지만, 황궁의 보고엔 황금 기사들을 전부 무장시킬 정도는 있었다.
철혈 마법사들은 기사들에게 정신력을 증진시켜 주는 버프 계열 마법을 잔뜩 뿌려주었다.
악령은 원래 보기만 해도 기가 약한 사람은 정신을 잃고 쓰러지지만, 정신력을 올려주는 ‘강철 의지’라든가 정신을 치료해 주는 ‘사이코 테라피’와 같은 마법을 사용해 주면 버틸 수 있었다.
-흐흐흐흐흐흐흐흐!
베르강은 악령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한 마리도 남김없이 일망타진하라!”
“우와아아아!”
월식 기사들과 검은 사신들은 모두 합해도 100기 정도에 불과하지만, 황금 기사들과 철혈 마법사들은 모두 합하면 531명이었다.
전력 차가 무려 5배가 차이가 나는데 지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크아아아아아!
-캬아아아아악!
황금 기사들의 검이 월식 기사의 허리를 동강 내자 월식 기사들은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자신들이 든 월광검이 진짜 효과가 있자 황금 기사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은 사신들이 낫을 휘두르고 월식 기사들이 애처롭게 황금 기사들의 검을 막아보려고 해도, 숫자나 상성 상으로 이길 수가 없었다.
레비스는 실시간으로 죽어 나가는 악령 키메라들의 모습에 그저 멍하니 쳐다보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적어도 가까이에 있는 티그리스만이라도 죽여보려고 했지만, 샐러맨더의 불꽃의 힘에 의해 악령들이 검에 닿자마자 죽어버리니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이건 말도 안 돼…….”
레비스는 악령들 한복판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티그리스를 노려봤다.
어떻게든 저놈이라도 죽여야 한다.
대적자건 뭐건 이제 상관이 없다.
일단 놈을 죽이고 봐야 했다.
심장에 박힌 천공의 사슬 때문에 ‘일방적인 약속’을 이용한 저주를 거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상태다.
곧바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저주를 거는 것은 굉장히 고난이도 주술에 속하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 주술을 집행하려다가 레비스가 역으로 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있는 주술용 성물이 있었다.
레비스는 공허 주머니에서 하얀색 뼈 바늘을 꺼내 들었다.
수인들이 그렇게 애타게 찾아다니던 마사라이의 뼈 바늘이었다.
원래라면 세상 밖에 절대 나오지 말아야 할 성물이지만, 지금이 아니면 티그리스를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잠깐만 사용하고 다시 공허 주머니에 집어넣으면 돼.’
레비스는 빠르게 이 마사라이의 뼈 바늘을 주술의 집행자로 설정하고 ‘일방적인 약속’을 이용해 저주를 걸었다.
“티그리스 네놈은 검을 사용하면 온몸의 근육이 녹아내릴 것이다!”
레비스 입에서 나온 검은 연기가 마사라이의 뼈 바늘에 스며들더니, 저주가 완성되었다.
“됐……! 어?”
분명 저주는 완성되어 티그리스에게 걸렸지만, 티그리스의 왼 손목에 걸린 팔찌가 저주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더니 사라졌다.
처음 보는 기가 막힌 광경에 레비스는 순간 정신줄을 놓았고, 그 틈을 티그리스는 놓치지 않았다.
서걱-!
레비스의 오른손이 날아갔다.
티그리스는 잘려 나간 레비스의 오른손에 들린 마사라이의 뼈 바늘을 빼냈다.
“역시 마사라이의 뼈 바늘을 네놈이 가지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