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69
70. 차이나타운
“누… 누구냐!”
“네가 알아서 뭐 하게?”
냉소적인 표정으로 마법사를 비웃은 수혁이 주먹을 뻗었다.
쩌저저적. 와르르르.
마린느를 가두고 있던 새하얀 얼음 감옥이 허무하게 박살 났다.
새액… 새액….
축 처진 혀를 늘어트린 마린느가 숨을 헐떡였다.
수혁을 발견한 그녀가 다시 인간의 몸으로 되돌아왔다.
절망적이었던 그녀의 눈동자가 그를 보자마자 빛이 번뜩였다.
하울링을 듣고 나타난 마스터는 그녀의 새로운 가족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마스터….”
“고생했어. 쉬고 있어. 얘기는 나중에 하자.”
수혁이 그녀의 입에 포션을 흘려 넣어 주었다.
그가 마린느를 신경 쓰는 사이 빌런들의 사체에서 게걸스럽게 피를 빨아들인 마법사가 괴성을 질렀다.
“캬아아아악!”
잘린 두 팔의 단면을 뚫고 새로운 팔이 자라났다.
“빌어먹을 놈! 네놈도 똑같이 사지를 잘라 주마! 슬로우!”
희끄무레한 기운이 날아가 수혁을 덮쳤다.
그는 마법조차 신경 쓰지 않고 마린느를 계속해서 돌봤다.
그 모습에 마법사는 더욱 열이 뻗쳤다.
이렇게 무시당한 경험은 살면서 처음이었다.
“언제까지 여유를 부릴 거냐!”
마법사가 손톱을 세우곤 수혁을 향해 빛살처럼 쇄도했다.
손톱에는 새하얀 서리가 낀 듯 냉기가 철철 흘렀다.
이 손톱에 찢긴다면 상처가 곧장 얼어붙으며 포션으로도 재생이 안 될 것이었다.
‘얼려놓고 평생을 괴롭혀 주마.’
마법사의 손톱이 수혁의 얼굴을 찢으려 다가갔다.
찌릿한 냉기가 피부를 자극하는 와중에 수혁이 가볍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톱날검은 벽에 박혀 있기에 대응할 수단은 맨손뿐이었다.
‘건방지게 무기도 없이 덤벼?’
콰지직. 우드드득.
손톱과 손바닥이 맞부딪치며 둔탁한 파열음을 내뱉었다.
태생이 강인한 전사인 웨어울프와도 맞먹던 손톱이 허무하게 박살이 났다.
손가락의 관절이 바위와 부딪친 계란처럼 손쉽게 바스러졌다.
뼈를 시리게 할 냉기마저도 압도적인 강도 차이 앞에선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크아아아악-!”
이번엔 수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곧게 편 수도를 마법사를 향해 뻗었다.
느릿한 손끝에 묘한 예기가 서려 있었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손을 막기 위해 마법사가 부러진 손 대신 멀쩡한 손으로 앞을 가렸다.
퍼억.
두부 가르듯 손바닥을 손쉽게 뚫고 들어온 수혁의 손이 곧바로 마법사의 얼굴까지 관통했다.
금강석보다도 단단한 그의 손은 결코 막아선 안 된다는 것을 마법사는 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털썩.
수혁이 손을 빼자 얼굴의 휑한 빈 공간이 드러났다.
죽음을 맞이한 커럽티드 마법사의 다리가 힘없이 풀리며 쓰러졌다.
“피조차 쓸모없는 녀석이군.”
손에 묻은 오염된 핏방울을 털어 낸 그는 벽에 꽂힌 검을 다시 빼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력을 회복한 마린느가 쭈뼛쭈뼛 일어나 수혁의 눈치를 보았다.
“죄송합니다. 마스터… 제가 무능하여 토마스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토마스? 멀쩡하던데? 잠깐 기절했나 본데 곧 깨어날 거다.”
“네?!”
마린느가 후다닥 쓰러져있는 토마스에게 다가갔다.
그의 코에 손가락을 대 보자 미약하게나마 호흡이 이루어지는 걸 확인했다.
그제야 그의 목에 걸린 메달이 부서져 있는 걸 발견했다.
수혁이 건넨 아이템이 마법을 막아 준 것이었다.
조금만 침착했다면 그녀의 감각으로 금방 알아차렸겠지만 흥분한 나머지 인지를 못 했다.
“휴우…….”
마음이 놓인 마린느가 긴 한숨을 뱉어냈다.
마음의 짐이 사라진 그녀는 이제야 굳은 얼굴을 풀 수 있었다.
“역시 마스터께서는 모든 걸 안배하셨군요.”
“…….”
하루 만에 적이 올 줄을 나도 몰랐지.
이렇게 빨리 쓸 줄은 예상 못 했는데….
마린느가 초롱초롱한 눈빛을 마구 쏘아댔다.
“역시 무리를 이끄는 진정한 대장이십니다. 저로서는 발끝조차 따라갈 수 없는…… 왕족 혈통이라지만 저는 보잘것없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이 배우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마스터처럼 진정한 왕으로 발전해 저희 일족을 부흥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열정적인 그녀의 태도가 민망해 고개를 돌렸다.
토마스에게 다가가자 그는 곧 신음하며 눈을 떴다.
“으음… 헛! 마스터!”
수혁을 발견하고는 벌떡 일어났다.
“누워 있어.”
“괜찮습니다. 멀쩡합니다.”
“인사는 나보다는 마린느한테 하라고.”
토마스가 마린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고맙네. 덕분에 살았어.”
“…미안하다. 내가 너무 과신했다. 너에게 무례를 범한 걸 사과하겠다.”
“허허. 괜찮아.”
“다친 곳이 없어서 다행이다. 마스터께 꼭 감사함을 느끼도록. 마스터가 아니었으면 우린 둘 다 떠오르는 해를 못 볼 뻔했다.”
“그야 물론이지.”
두 사람 모두 수혁을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고개를 끄덕인 수혁은 곧 스마트폰에서 진동을 느꼈다.
문자는 선데이가 보낸 지도였다.
지도상에 적힌 한 부분에 적색의 x 표시가 보였다.
스마트폰에 날아든 문자를 확인한 그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감히 내 부하들을 사냥하려 해? 대가를 치러야지.
“토마스. 뒷정리는 알아서 할 수 있지? 마린느. 고생했어. 너는 블러드 길드가 쉬고 있는 호텔로 복귀해.”
말을 마친 수혁이 나타났던 창문으로 풀쩍 뛰어내렸다.
바람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그의 뒷모습을 토마스와 마린느가 멍하니 바라보았다.
곧이어 선데이가 보낸 지원 병력들이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 * *
뉴욕의 브루클린 다리를 지나온 거리를 붉게 칠해진 간판이 점령한 곳.
미국임에도 한자가 가득한 공간인 차이나타운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차이나타운에 도달한 수혁은 선데이가 보내 준 장소를 향해 걸어갔다.
길거리에서 풍겨 오는 묘한 향신료 냄새가 수혁의 코를 찔렀다.
“%$#@%@#%.”
미국인보다도 다양한 나라의 관광객들과 헌터들이 더 많이 보이는 혼잡한 골목이었다.
그러나 그들 사이를 지나가는 수혁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혁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한 중식당 앞이었다.
붉은 연등이 달린 가게 내부에는 만두를 찌는 수증기가 가득했다.
식당 내부에는 여러 손님이 술과 음식을 즐기며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수혁이 식당에 들어가자 일순간 손님들이 힐끗 쳐다보더니 곧 시선을 돌리고는 음식에 집중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벽에는 삼합회의 상징 문양이 떡하니 박혀 있었다.
“언제부터 삼합회가 비셔스의 쫄따구로 바뀌었지?”
식당 곳곳에서 풍겨 오는 말라붙은 피 냄새를 맡은 수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말을 꺼내자마자 시끌벅적했던 식당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일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사람들의 식탁 위의 손이 슬그머니 밑으로 내려갔다.
* * *
식당 입구에서 수혁과 가장 가깝게 앉아 있던 빡빡머리의 남성이 도끼를 쥔 손을 올리자마자 수혁의 검에 목이 날아갔다.
와장창.
바로 옆 테이블에서 자신들의 식탁을 냅다 수혁에게 엎었다.
시야가 테이블에 가린 틈을 타 삼합회 조직원들이 도끼를 휘둘러 테이블과 수혁을 동시에 쪼개려 했다.
콰직.
도끼에 잘린 테이블 너머로 수혁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놀라움에 동공이 커진 남성의 뒤에 나타난 수혁이 검을 횡으로 휘두르자 동시에 4명의 상체가 분리되었다.
“죽여어-!”
“와아아아아-!”
식당 안의 삼합회 조직원들이 눈치 볼 거 없다는 듯 괴성을 지르며 도끼와 검 등을 꺼내 들고는 수혁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이 휘두르는 날붙이들에는 말라붙은 피딱지들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얼마나 사람들을 죽여왔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쯧. 착한 빌런은 죽은 빌런뿐이지. 전부 갱생시켜 주마.”
삼합회 빌런들을 착하게 만들기 위해 수혁은 검을 앞으로 내질렀다.
눈앞의 빌런을 찌르고 몸을 옆으로 피하자 그가 있던 곳에서 화염 덩어리가 폭발을 일으켰다.
콰-앙.
식당 멀리서 이글거리는 화염을 손에 든 빌런이 비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시 한번 화염을 날리려던 빌런의 이마에 단검 하나가 꽂히자 화염구는 바닥에 떨어져 폭발을 일으켰다.
“으아악-!”
“저 새끼 어디에다가 쏘는 거야!”
뒤에서 대기하던 빌런들이 화염 마법에 맞고는 땅에서 나뒹굴었다.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땅바닥에 등을 마구 비벼 댔다.
간신히 불을 끈 빌런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푹.
“커헉.”
또 한 명의 빌런을 착하게 만들었다.
부지런히 수혁이 검을 휘두르자 식당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잠잠해졌다.
그들의 피를 흡수한 뒤 곧바로 주방을 지나 식자재 창고로 들어갔다.
냉기가 감도는 창고의 한쪽 벽면에 사람 손때가 많이 탔는지 번들거리는 벽돌이 눈에 들어왔다.
벽돌을 누르자 바닥이 갈라지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등장했다.
어두운 지하 내부에서 비릿하고도 오래된 피비린내가 마구 풍겨 왔다.
“…오염된 피 냄새군.”
계단 밑으로 내려가자 어두운 통로에는 불빛 한 점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앞을 보는 데 수혁은 지장이 없었기에 그저 묵묵히 걸어 나갔다.
생각보다 지하 통로는 길이 미로처럼 복잡하지 않았다.
오히려 땅굴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정도로 투박하게 만들어진 통로를 계속 통과하자 오염된 피 냄새가 더욱 짙어졌다.
마침내 통로의 끝에 다다르자 생각보다 거대한 동공이 드러났다.
곳곳에는 철창으로 막힌 통로가 하수구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동공의 가운데에서 흰 가운을 입고 헤드폰을 낀 백인 남성이 음악을 들으며 흥얼거렸다.
의자에 앉아 있는 남성의 앞에는 마치 수술대처럼 보이는 침대 여러 개에 벌거벗은 사람들이 묶여 있었다.
그들의 손목과 발목을 뚫고는 관을 연결해 피를 양동이에 모으는 중이었다.
“으음? 내가 여기까지 내려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너희 보스한테 얘기 못 들었어?”
인기척을 느낀 백인 남성이 수혁을 삼합회 조직원으로 착각하고는 파리 쫓듯이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럼에도 수혁이 계속 다가가자 귀찮다는 듯 헤드폰을 목에 걸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자꾸 가까이 오는 거야?”
“언제까지 모른 척할 거야? 다 알잖아.”
“푸흐흐흐흐. 내가 연기는 잘 못 하지. 그런데 친구 그거 알아? 여기는 차이나타운 지하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철창문이 열리며 하수구에서 삼합회 빌런들이 마구 들이닥쳤다.
무기를 든 빌런들이 수혁이 지나온 통로도 가득 메웠다.
그들 사이에서 빡빡머리에 눈가 주변으로 용 문신을 한 짙은 눈썹의 남성이 흉흉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
보아하니 차이나타운의 삼합회를 이끄는 간부로 보였다.
“감히 우리를 건들고 무사할 줄 알았나? 미국 정보국 요원?”
그들은 수혁을 선데이가 부리는 요원으로 착각했다.
간부의 외침에 삼합회 빌런들이 수혁을 향해 일제히 무기를 겨눴다.
사방을 포위당한 상황에 백인 남성이 배꼽을 잡고는 마구 웃어 젖혔다.
“낄낄낄낄. 친구. 이제 어떡할 거야? 왜 우리 일을 방해하고 그래? 혹시 살고 싶나?”
백인 남성이 품속에서 붉은 약물이 든 유리병을 꺼내 수혁에게 내밀었다.
“마셔. 마신다면 살 수 있어. 제법 강해 보이는데 그냥 우리 밑으로 들어와. 세상이 뒤바뀔 거야. 갈아탈 기회를 주지.”
“지랄 마! 그놈은 우리 부하들을 죽였어! 피에는 피로 갚는다!”
삼합회 간부가 소리치자 백인 남성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씁… 주제를 모르네.”
슈슉.
백인 남성의 신형이 먼지처럼 사라지더니 어느새 삼합회 간부의 앞에 도달했다.
눈이 커진 삼합회 간부의 가슴을 순식간에 백인 남성의 팔이 관통했다.
펄떡거리는 심장을 그대로 꺼낸 백인 남성이 심장을 입으로 가져갔다.
으적. 으적.
피가 줄줄 흐르는 심장을 베어 먹고는 삼합회 빌런들을 노려보았다.
삼합회 빌런들 모두가 그의 존재감에 압도당해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말대꾸한 대가다. 네놈들의 주제를 깨달아라.”
“너도 주제 파악해야지.”
백인 남성의 뒤에 나타난 수혁이 검을 휘두르자 잘 익은 과실처럼 목이 땅으로 뚝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