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Knight Who Eternally Regresses RAW novel - Chapter (109)
109. 불 지르는 것도 버릇
마법사의 시선, 엔크리드는 렛샤라는 상대의 눈을 바라봤다.
‘마법사도 눈이 있잖아.’
코도 있고 입도 있다.
인간이란 소리다.
“인간은 누구나 반사적인 행동이 있습니다.”
작센의 가르침이 새삼 떠올랐다.
그에 맞춰 준비한 것.
엔크리드는 사납게 몰아치는 가시넝쿨을 잠깐만 멈추게 하면 그만이었다.
그러기 위한 수단.
숨겨 둔 한 수.
이제까지의 오늘에서도 몇 번 시도했던 것.
연습은 충분했단 거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왼손만으로 검을 들고 쳐 내고 피하다가 가시넝쿨 하나가 퍽 하고 왼쪽 손목 위를 때렸다.
하수도의 시체 애호가에게 얻은 가죽 건틀렛 겉면이 갈기갈기 찢겼다.
엔크리드는 그 순간 오른손을 위로 번쩍 들었다.
그 손짓에 렛샤의 눈썹이 꿈틀댔다.
투척 무기 던지는 것만 몇 번이나 보여 줬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렛샤는 상대가 뭘 던져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어지간한 물리력은 막아 내는 주문 방벽을 두른 상태 아닌가.
그리 방심한 그녀의 눈앞으로 단검 대신 돌이 날아왔다. 수정을 닮은 얇은 구슬이었다.
번쩍!
갑자기 터진 불빛이었다. 횃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광원.
반사적으로 엔크리드가 던진 물건에 시선을 던진 렛샤를 포함한 모두의 눈이 멀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그들은 시야를 잃었고.
“습.”
호흡을 삼킨 엔크리드의 몸이 움직였다.
바닥만 보며 이 순간을 기다린 엔크리드의 수작이니.
소매에 숨겨 둔 건 하수도에서 얻은 빛나는 돌.
켜는 법을 알아내느라 고생 좀 했다.
그걸 이렇게 쓸 줄은 몰랐지만.
숨겨서 던지는 건 하이드 나이프란 기술을 이용했고.
빈손을 보여 줌으로써 상대의 방심을 끌어낼 의도였고, 그게 제대로 먹힌 셈이다.
이 모든 상황이 겹쳐 종잇장 같은 틈을 만들었다.
엔크리드에게는 그거면 충분했다.
툭.
그 어느 날 견습 기사, 스콰이어를 보며 배웠던 돌격기.
바짝 자세를 낮춘 채로 앞으로 내달린다. 양손으로 그립을 쥐고 검을 치켜들었다.
상체를 크게 들며 왼발을 앞으로 뒤에서 앞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며, 수직 내려베기.
때마침 시야를 회복한 렛샤가 그걸 보고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악!”
그게 그녀의 단말마이자, 유언이었다.
슉, 쩡-.
렛샤의 방어막이 부서진다. 중검식 내려베기, 그것도 힘을 몰아넣기로 작정한 일격이었다.
뒤를 생각하지 않은 일격에.
렛샤의 머리가 걸렸다.
퉁. 드드득.
방어막을 깨며 방향이 틀어진 칼날이 그녀의 머리 가죽을 벗기고 귀를 자르고 빗장뼈를 갈라, 밑으로 빠져나왔다.
푸브그륵.
결국, 내장 일부와 상반신의 삼 할을 베어 낸 칼날이 허리쯤에서 빠져나오고.
칼날에 잘린 팔 하나를 포함한 살덩이가 퍽 하고 떨어졌으며.
멀뚱히 선 채로 내장과 피를 바닥에 콸콸 흘리는 반송장이 된 마법사를 만들었다.
이렇게 베인 자가 무슨 말을 할까.
눈에 어린 빛이 단숨에 흐려진다.
마지막 순간에 무슨 짓을 하고 싶었는지는 여실했다.
엔크리드의 뒤에서 넝쿨 몇 개가 꿈틀거리다가 힘을 잃고 쓰러졌으니.
“후.”
엔크리드가 그제야 들이켠 숨을 뱉었다. 엔크리드는 렛샤의 보호막이 일정 이상 충격을 받으면 깨진다는 걸 알았다.
가령 무게를 실은 일격이라면 쉽게 깰 수 있다는 거다.
단검은 그냥 무시하면서 핀의 도끼에는 영향을 받지 않았던가.
기실 오늘을 반복하며 배운 모든 걸 활용한 한 판이기도 했다.
하이드 나이프의 수법으로 빛나는 돌을 숨기기도 했으니.
“나머지 정리 안 해?”
엔크리드가 허공에 뜬 빛나는 돌을 낚아채며 말했다.
이 빛 때문에 도시 안쪽에서도 성벽에 소란이 인 걸 금세 알 거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소리였다.
휙.
핀이 먼저 움직이고 토레스가 그 뒤를 따랐다.
남은 병사가 많진 않았다.
끄악!
성벽 위로 병사의 단말마가 이어졌다.
달빛이 아직도 엔크리드를 비추고.
토레스 핀을 포함한 적병까지도 그의 등에서부터 달빛이 후광처럼 빛나는 걸 봤다.
뭔가 다른, 일반적인 인간은 아닌, 그런 냄새를 물씬 풍겼다.
피 냄새와 장미의 향기가 성벽 위에서 섞였다.
그건 참 묘한 냄새를 풍겼다. 새로 나온 향수라고 해도 믿을 만큼 독특한 향이었다.
* * *
성벽을 넘고 내려선 뒤는 핀의 세상이었다.
그녀는 이미 준비했다는 듯, 벽 안쪽에 붙더니 땅 일부를 파내고 보따리 하나를 끄집어냈다.
“비상시를 대비한 준비물.”
아마도 안쪽, 고양이라 불리는 첩자가 준비해 둔 것이리라.
보따리 안쪽 더러운 거적이 나왔다.
그녀는 곧바로 그걸 엔크리드와 토레스에게 던졌다.
엔크리드와 토레스가 성벽에 붙은 빈민촌 끄트머리에서 거적을 머리 위로 뒤집어쓰는 동안.
핀은 뭔가 싶어 근처에 머리를 들이민 거지 둘의 목을 꺾었다.
우득 소리도 없이 상대를 잠재우는 솜씨를 보자니, 역시 핀이라고 해야 할까.
그동안 수없이 오늘을 반복하며 보질 않았나.
핀의 에일 카라즈 식 무투는 무르익은 열매요, 숙련자의 그것과 같았다.
빈민촌의 다수는 주변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까 더는 목격자가 없단 소리다.
그렇게 어둠과 더러운 거적 속으로 셋은 숨어들었다.
엔크리드는 그 뒤를 따르며 제 세상에 빠져들었다.
거듭된 생각이다. 매번 하던 대로 복기였다.
오늘을 반복할 때, 엔크리드 앞에는 세 가지 길이 있었다.
그럼, 그 길 중 하나를 택해 뚫으면 그만일까?
‘굳이 하나를 택할 필요가 있을까?’
어깨의 힘을 빼고 나니 보이는 게 있었다.
그러니까 굳이 세 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할 게 아니라, 세 개의 벽을 다 이용하는 거다.
가능할 것도 같았다.
그레이 독이 기다리는 개구멍에서는 정예 부대에 포위당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마물 라이칸스로프 무리와 싸울 때는 난전에서 싸우고 피하는 법을 익힐 수 있었다.
거기에 장미 넝쿨의 렛샤는 얼마나 좋은 교보재인가.
엔크리드는 그레이 독, 라이칸스로프, 렛샤.
셋 전부를 훈련 도구로 봤다. 좋은 교보재였다.
엔크리드는 그렇게 ‘오늘’을 만들었다.
‘나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왼손 건틀렛 위에 맞은 일격에 손목이 조금 아프고.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공격은 몸에 두른 가죽 갑옷을 믿고 맞기도 했다.
하지만 치명상은 없다.
“쉿, 고개 숙여. 순찰이다.”
핀의 말에 엔크리드가 고개를 숙인 채 잠든 척을 했다.
장비 일부를 숨기고 더러운 거적 하나를 뒤집어쓴 것으로 위장은 끝났다.
“냄새 미치겠네.”
“참아라. 성벽 위에서 난리 난 거 몰라? 여기로 숨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 여길 쓸어버리든가.”
“쉿, 여기서 쟤들이 다 덤비면 어쩌려고?”
순찰병 둘이 떠드는 걸 들으며 엔크리드는 눈을 가늘게 떴다.
“됐다. 움직이자.”
그녀는 익숙한 길을 가듯 거침없이 엔크리드와 토레스를 이끌었다.
걸으며 고개를 드니, 엔크리드의 눈에 도시 일부가 들어왔다.
저 멀리 보이는 높은 종탑, 흙길, 안쪽에서 은은하게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으나 대부분 어두운 골목길이다.
엔크리드가 핀의 뒤를 따르며 걷는 사이, 핀은 바로 뒤에 따라오던 토레스의 곁에 붙었다.
토레스가 할 일이나 하지 뭐 하냐는 눈빛을 보내자.
“변방수비대는 다 저런 거야?”
“응?”
“다 저 정도 하냐고.”
핀이 엄지로 뒤를 가리켰다.
뒤, 엔크리드다.
토레스는 핀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 정도 칼잡이? 그러니까 마법사의 기괴한 가시넝쿨을 방패도 아니고 칼로 튕겨 내서 막고, 빈틈을 만들어서 베어 버리는 재주를 가진 그런 칼잡이?
몇 번 가르쳐 줬더니 자기 장기인 하이드 나이프를 묘한 형태로 활용하는 그런 칼잡이?
라이칸스로프와 적의 정예병을 사이에 두고 목숨 반 개쯤 걸고 회피하며 버티는 그런 칼잡이?
결국, 덤비는 상대를 쫙쫙 베어서 혼자서 라이칸스로프 군체도 슥삭 하고 정예병도 해치운 그런 칼잡이?
토레스는 변방수비대에서 난다 긴다 하는 이들을 되새겨 봤다.
자, 어디 보자.
아이젠? 바니? 효운?
되겠냐!
순수하게 실력만 봐도 이제는 어떤 선을 넘어 버린 느낌인데.
“있겠냐?”
“응?”
“있겠냐고, 저런 괴물이 막 널렸겠어?”
진짜 묘한 기분이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밑이었고.
이곳에 오며 대련할 때는 어울릴 만했다.
그런데 어느새 달라졌다. 숙련도가 달라지고, 검을 휘두르는 게 달라졌다.
“하.”
토레스의 반응에 핀이 한숨 섞인 감탄을 뱉었다.
엔크리드란 병사가 한 걸 봐라.
‘이게 소대장? 겨우 소대장?’
돌아가서 이걸 보고하면 어떻게 되려나.
그녀는 고양이가 남긴 암어를 찾기 위해 주변을 훑으면서도 엔크리드가 한 일을 믿기는 할까 걱정했다.
달빛에 의지하고 어둠을 이용해 순찰을 피하는 사이.
그들이 난리 친 성벽 위가 소란스러웠다가 금세 조용해졌다.
엔크리드는 조용해지는 게 더 불길하다고 생각했다.
마법사를 해치우고 나니 직감이 제대로 발동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이걸 너무 믿으면 또 골로 가겠지.
기껏 세 가지 벽을 다 이용해서 성벽을 넘었는데.
이대로 내일을 맞이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방심하지 않았다.
신경을 곤두세웠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반응하려고.
그렇게 핀은 아침까지 헤맸고.
셋은 피로를 느끼긴 했으나, 아무 일도 없었다.
성벽 위에서 시작된 소란은 도시를 강타하지 않았다.
오히려 쉬쉬하는 느낌이 있었다.
막 골목길을 끼고 숨어 있는데 대로를 지나가는 순찰병 둘이 떠드는 걸 들어 보니 확실히 그랬다.
“밤에 무슨 일 있었냐? 누가 성벽을 넘었다던데?”
“쉿, 그거 말하면 안 된다고 명령 떨어졌다. 괜히 입 함부로 놀리다가 감봉당하지 말고.”
둘이 멀어지고.
핀이 뒤에서 중얼거렸다.
“안 좋은데?”
“왜?”
“끊겼어. 고양이는 죽었어.”
“헛걸음한 거란 거냐?”
토레스가 거듭 물었고 핀은 그건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밀지를 남기긴 했는데. 그게 좀 그렇네.”
“뭐가?”
골목길 구석, 핀이 끙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성문 앞에 약속한 장소가 있어, 거기에 파묻어 뒀단 거야.”
“왜 하필 성문 앞이냐?”
“그만큼 급했다는 거겠지. 혹시 탈출하다가 실패하면 마지막으로 들를 만한 곳이니.”
골치 아프게 됐다.
토레스가 엔크리드를 툭 치며 물었다.
“뭐, 좋은 생각 없냐?”
“성문 앞에서 물건을 회수하고 돌아간다. 그럼 되는 거 아닌가.”
“그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
‘이게 고민이 된다고?’
엔크리드가 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머리가 굳었다.’
그럴 법도 했다. 오밤중에 겪은 일이 한둘인가.
거기에 엔크리드 자신은 인지하지 못했지만, 그가 보여 준 모습 때문에 둘 다 놀라기도 했다.
검술과 모든 상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감한 행동력.
그게 엔크리드가 보여 준 어제다.
“불 지르자.”
“……응?”
“밤을 틈타 불을 지르고 빠져나가자고. 가는 길에 물건 챙기고. 어제 있었던 성벽에서의 일을 함부로 떠들지 못하게 한다는 건 숨어 들어온 이들이 사고를 치는 걸 기다리는 거로 들리는데, 그렇게 해 주자고.”
핀의 눈이 반짝였다. 기가 막힌 비책이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내가 먼저 말했어야 했다.’
그녀는 자기 머리가 굳었음을 인지했다. 그럼 된 거다.
핀은 훌륭한 레인져였고.
훌륭한 레인져는 심각한 말썽꾸러기가 되기도 했다.
적국의 눈으로 보자면 그렇단 거다.
셋은 밤까지 잘 숨어 있다가 건초가 쌓인 여관 앞에 불을 놨다.
화르륵.
총 여섯 군데, 흩어져서 동시에 불을 질렀다.
핀이 가장 신난 상태였다. 그녀의 발은 빨랐고 손은 날랬으며, 그러면서 불이 났다고 가장 먼저 외침으로 입도 신나게 털었다.
그게 사람들의 혼란을 조장했다.
타오르는 불을 등지고 어둠을 틈타 움직이며 엔크리드는 생각했다.
‘어째 툭하면 불을 질러 대는 것 같은데.’
이러다 기사가 아니라 방화범이 될 것 같았다.
불 지르는 것도 버릇이 드는 것 같으니.
물론, 지금 신경 쓸 문제는 아니었다. 횃대 하나를 쥐고 들고 뛰다시피 걷고서 건초 위에 던진다. 그 위에 여관에서 슬쩍한 기름병도 추가.
화르르륵.
잘도 탔다.
방화범 수준이 아니라 방화범 전문가가 되어 가는 것 같지만, 효과는 출중했다.
“불이야! 불이다아!”
낮부터 하늘이 어둑한 걸 보니 곧 봄비가 내릴 것 같았는데.
그게 오늘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건초와 짚 더미는 잘 탔다.
곁에 있던 나무 건물도 잘 탔고.
횃대 몇 개를 쓰러뜨렸더니, 세차게 불길이 치솟았다.
시선이 전부 불길에 몰린 사이, 핀과 토레스 엔크리드는 유유히 빠져나왔다.
성문이 닫히기 직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당연히 핀은 땅을 파서 밀지를 챙겼고.
“이제 돌아가면 되는 것 같은데?”
토레스가 말했다.
핀과 엔크리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복귀할 시간이었다.
“마법사 이름은 어떻게 알았냐?”
성문을 나와 복귀하는 길, 토레스가 물었다.
왜 안 물어보나 싶었다.
엔크리드는 준비한 변명을 뱉었다.
“운이었다. 용병 시절 내 동료를 수없이 죽인 여자 마법사 이름이었는데, 그냥 그걸 뱉었다.”
이걸 믿으라고 하는 소리인가?
말이 되지 않기에 오히려 말이 되는 것처럼 들렸다.
토레스는 머리가 복잡해졌고, 곧 신경을 거뒀다.
‘알 게 뭐람.’
다 잘 끝났으면 된 거였다. 훌륭한 군인의 자세였다.
* * *
아브나이어는 실소가 나왔다.
크로스 가드 내부에 있는 제 집무실에 앉아 연신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
‘다 뚫렸다고? 하룻밤 만에?’
적의 첩자를 잡았고 정보를 뽑아냈다.
그걸 토대로 함정을 팠다.
첩자인 척 정보도 흘렸고.
혹 들어오게 되면 누구라도 죽여주리라고 생각했다.
이러면서도 크로스 가드로 누가 잠입을 할 거로 생각지는 않았다.
그랬는데.
‘개구멍에 있던 정예병이 거의 전멸에.’
렛샤가 죽었다.
그녀는 여기서 죽을 몸이 아니었다.
가시넝쿨의 렛샤는 이름 있는 마법사였다.
“기사가 나타난 거라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그런 것도 아니고.
일단 소란을 잠재우고 들어온 놈들이 뭘 하나 잡아 보려고도 했다.
제 직속 부대를 써서라도 그러려고 했는데.
그렇게 기다리는 사이 일어난 화재.
암살 시도를 비롯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뒀는데.
불만 났다.
그 뒤 잠입한 이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불만 지르고 나가?’
아브나이어는 계속 웃었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입은 웃었고, 눈은 웃지 않는 묘한 표정이었다.
아즈펜의 천재 전략가.
그런 이름으로 불리던 자신이다.
그런 자신이 완벽하게 당했다.
어떻게 웃음이 나오지 않겠나.
* * *
에취!
복대로 복귀하는 길, 또 대련이나 하자는 말에 핀은 엔크리드가 확실히 미친 새끼라고 생각했고.
토레스는 완곡한 어조로 거절했다.
“안 힘드냐? 난 힘들다.”
그렇게 도착한 보더 가드.
엔크리드는 막사 앞에서 묘한 장면을 봤다.
후줄근한, 거지라고 봐도 믿을 만한 차림의 대머리가 병사에게 하소연하는 장면이다.
엔크리드의 고개를 옆으로 절로 꺾게 만드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