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Knight Who Eternally Regresses RAW novel - Chapter (251)
251. 횡재라
야생마에게 불타는 해골은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위협이었다.
그러하기에 놈은 도움을 요청했다.
그게 지금이었으며, 여기에 덧붙이자면 불타는 해골은 운이 없었다.
화르르르륵!
타오르는 미늘창, 그 뒤로 쭉 늘어선 해골견과 해골 병사들.
둘러보니 열셋이다.
불꽃 해골바가지를 빼면 열둘이고.
“삿되고 그릇되도다.”
이들이 운이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언데드를 보면 발작하는 종교쟁이 병사가 있었으니까.
화륵!
불꽃의 미늘창이 떨어진다. 아우딘은 그걸 손바닥으로 밀쳤다.
순간 그의 손으로 불이 옮겨붙었다. 아우딘은 허공에 팔을 휘둘렀다.
후앙!
팔을 휘둘렀는데 바람 터지는 소리 따위가 났다. 손에 어린 불이 꺼졌다. 허공에서 스러졌다.
마법적인 무언가는 아니었다. 물리적인 힘과 속도로 이뤄 낸 묘기지.
불타는 미늘창을 옆으로 비껴 낸 아우딘은 뒤쪽에서 달려들던 해골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주먹 한 방에 해골 대가리가 뼛조각이 되어 흩어졌다.
두개골이 대충 열여섯 조각이 되어 비산했다.
“……저 무식한 새끼.”
불 끄는 묘기는 렘도 감탄할 정도였다.
이후에도 아우딘은 해골을 보는 족족 머리통을 깨고 갈비뼈를 쪼갰다. 해골 병사의 척추 어림을 붙잡아 뽑았고, 척추뼈를 둔기처럼 휘둘러 해골견의 머리통을 부쉈다.
불타는 해골이 미늘창을 높게 들었다. 아우딘의 등을 노리려는 듯했다.
구경하던 라그나가 무슨 생각인지 대뜸 나섰다.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며 검을 뽑고, 허리를 틀며 휘둘렀다.
중검식 발검 베기다.
라그나의 칼날이 그대로 해골의 목뼈를 잘랐다.
경추가 잘린 머리통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떨어지는 사이 머리통에 붙은 불이 사라졌다.
고로 까맣게 탄 검은 해골 머리통만 남아 넝쿨과 짧은 풀 사이를 굴렀다.
머리통은 삐죽 솟은 돌덩이에 툭 하고 걸리며 멈췄다.
머리가 없음에도 불타는 해골은 여전히 손과 발을 허우적댔다.
“아우, 지랄한다.”
이후 렘이 나서서 나머지 불타는 놈의 사지를 도끼로 갈랐다. 자르고 걷어차 부쉈다.
그러다 불타는 해골이 반항하듯 미늘창을 좌우로 휘저었다.
뼈다귀밖에 없으면서도 힘은 좋았다.
렘은 그걸 가볍게 고개를 숙여 피하고 아래에서 위로 도끼를 휘둘렀다.
섬광이 된 도끼날이 해골의 팔꿈치 뼈를 잘랐고, 그 힘으로 미늘창이 허공을 날았다.
휙휙 돌더니 주변에 불똥을 뿌렸다.
엔크리드는 튀는 불똥 때문에 손등으로 눈을 가렸다가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미늘창이 막 제 앞에 떨어지는 중이었다.
피하거나 잡거나, 두 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그 창은 무슨 의지를 가진 것처럼 날아오는 듯했고.
엔크리드는 순전히 육감에 의지해서 피하지 않고 받았다.
뜨거우면 놓고 던져 버리면 될 일이었다.
그 모든 걸 순식간에 할 자신이 있었다.
미늘창의 불꽃이 주변을 태우지 않는 걸 보며, 주변으로 번지는 형태의 불길이 아니란 계산도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계산은 육감이란 개념에 들어간 채였다.
엔크리드가 그렇게 직감적으로, 피하지 않고 미늘창을 쥐었다.
화르르륵!
턱!
생각보다 뜨겁진 않았다. 손잡이를 쥐자마자 열기에 놓칠 정도는 아니었으니.
열기 대신이었다.
목소리가 들렸다.
-타올라라!
-다 타 죽어라!
-재가 되어라!
-불타 죽으라!
순식간에 십자가 형태의 장대에 묶여 죽은 남자의 삶이 머릿속을 지나쳤다.
한 남자가 불타 죽었다. 마법을 부렸다는 이유로 화형을 당했다. 무지한 마을 주민의 배신이 있었고, 그걸 주도한 영주가 있었다.
저주의 일종인가? 아니, 조금 달랐다.
‘펠이 가진 검이랑 비슷한데.’
원념이다. 그 원념을 무기에 깃들게 했다. 죽음에 이르는 원념은 곧 인간의 의지력으로 변하니.
‘윌’의 그것과 비슷해 보였다.
엔크리드는 한 남자의 삶을 반추하고, 그의 의지를 받아들인 뒤.
거절했다.
타죽는 걸 거부했다.
주문이 깃든 미늘창의 원념은 그대로 흩어져 사라졌다.
더 강력한 의지에 의한 정화였다.
팍- 하고 미늘창에 어렸던 불길이 꺼졌다.
찬물에라도 담근 듯했다.
그런 것치곤 수증기도 일지 않았지만.
말 그대로 갑자기 휙 팍 하고 불이 꺼진 셈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앞뒤 사정을 알아본 사람은 아우딘이 유일했다.
그는 처음부터 저 무기가 어떤 원념과 원한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았다.
결국, 저 불꽃 자체가 무기에서 시작되어 해골이 불타는 듯 보였다는 것도.
징치하고 정화할 생각도 했다. 신성을 뿜어야 하기에 통증을 감내할 생각도 했다.
금제로 인해 신성을 쓰면 극통이 찾아옴에도 그냥 두고 보기에는 위험한 물건이었다.
‘기절할지도 모르겠군.’
저 정도 원념을 정화하려면 그럴지도 몰랐다.
통증을 견디는 건 자신의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님에야.
사실 아우딘에게 금제를 건 이들은 아예 신성을 못 쓰게 만들 작정이었으나, 아우딘이 무시하고 쓰는 거였다.
그런 상황이었다. 기절하는 것까지 감수할 생각이었고.
이후 일부러 다른 삿된 것부터 해결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 미늘창을 엔크리드가 쥐더니 불꽃이 팍 하고 꺼졌다.
이미 모든 해골 무리를 처리한 뒤다.
바닥에 떨어진 해골 머리통을 테레사가 발로 밟았다. 뿌득 소리와 함께 으스러졌다.
조용한 가운데, 뼈 으스러지는 소리만이 울렸다.
야생마도 입을 다물고 지켜보기만 했다.
그런 가운데 렘의 목소리가 침묵을 깼다.
“……손에 땀이 많이 찼수?”
땀으로 불을 껐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가끔 보면 네 머리통은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다.”
기가 막힌 작센이 말했다. 그도 직업상 저런 물건을 많이 안다.
‘저 불꽃이 꺼지는 게 정상일까?’
그리 보이진 않았다.
“뭐라는 거야. 미친 살쾡이 놈이.”
렘이 말하며 엔크리드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무슨 일인지 설명이나 해 보라는 눈이기에.
“타 죽이겠다고 하길래, 싫다고 했는데.”
시발, 저게 설명이냐? 응?
렘은 황당함에 그리 눈으로 말하며 주변에 동의를 구했다.
라그나는 관심이 없어 보였고, 아우딘은 대강 원리를 알기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윌을 깨달은 지 얼마나 됐다고.’
저리 능숙하게 다루는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뭐, 잘됐군요.”
작센은 가벼이 넘겼다. 어차피 엔크리드가 해 온 짓에서 정상적인 게 있던가.
이곳에서 정상은 자신 하나이니.
“염병.”
렘은 “줘 보슈” 하며 말하곤 미늘창을 뺏어 들었다.
남은 의지의 원념 또한 렘을 공격했다. 과거를 보여 주는 일 따윈 없이 그저 타죽으라는 공격이다.
물론 그저 잔재, 미약한 반항일 뿐이다.
렘의 손길에서 불길이 이는 듯하다가 픽 꺼졌다.
“음?”
아우딘은 다시 놀랐다. 이번에는 뭐지? 의지로 찍어 누른 게 아닌데?
“누가 뭔 수작을 부렸네. 이거 나 써도 되는 거요?”
렘이 중얼거렸다. 뭔가 아는 눈치다. 그렇다고 엔크리드가 묻진 않았다. 알아서 뭐 하겠나.
“어.”
무기에 욕심도 없었다. 렘은 미늘창을 유심히 살피다 창대 중간쯤을 제 도끼로 잘랐다.
뚝 하고 마법 무기의 손잡이가 반으로 줄어들었다. 이제 손도끼 크기였다. 끝이 삐죽 솟은, 찌르기 좋은 형태의 송곳을 제하면 손도끼로 써도 무방한 모양이긴 했다.
물론 무게감은 영 개판이었지만.
“손잡이 끝에 추를 달면 되겠네.”
자른 부위를 손볼 겸 그리하면 될 것이다.
엔크리드가 조언했고, 렘이 고개를 끄덕였다.
퍽 마음에 드는 듯했다.
“횡재한 것 같수다.”
렘이 말로도 표현했고, 엔크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이곳 해골 놈들은 운이 나빴다.
여기에 모인 이들이 누구인가.
미치광이 중대.
전장의 향방을 바꾸는 무식한 이들의 집단이다.
엔크리드는 뽑은 검을 회수했다. 스릉 하고 검집에 검을 밀어 넣고 말에게 말했다.
“저게 다냐?”
말은 주춤했다. 이 인간들 뭐지? 해골은 큰 위협이었는데?
생각해 보면 이 인간은 그 위험한 켄타우로스 놈 머리통에 칼을 꽂기도 했다.
말은 수긍했다.
히이잉.
기쁨으로 치환해 울음을 토했다.
“그래.”
엔크리드는 말하며 앞으로 나섰다.
이건 누구의 묘지였을까? 적어도 가난한 이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 병신같이 불타는 미늘창과 해골이 전부는 아닐 것 같은데?
그동안 야생마 무리와 해골 놈들 때문인지 도굴꾼이 들른 흔적도 없었다.
“땅을 좀 파 볼까?”
정확히는 담벼락처럼 보이는 인공물 부근을 파면 어떨까?
엔크리드가 말하자, 작센이 답했다.
“안쪽에 상자 몇 개가 있습니다.”
작센 자식 싸우지 않고 뭐하나 했더니, 이미 안쪽을 한 바퀴 돌고 온 듯했다.
“하여간 들고양이 새끼, 손도 빨라.”
렘이 칭찬했다. 작센은 평소와 같이 무시했고 일행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동안 내린 비에 지반이 무너지고, 그 위로 눈이 내렸다가 녹고 다시 마르고 햇볕에 바싹 굳기도 하느라 지형이 험했다.
바닥은 울퉁불퉁했고, 곳곳에 뾰족하게 솟은 돌조각은 천연의 함정 같았다.
물론 전혀 문제가 되진 않았다.
“자, 신기한 거 보여 주겠수다.”
옆에서 렘이 걷다 말고 허공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붕.
위에서 밑으로, 그리고 다시 아래에서 위로.
두 번째 휘두른 도끼는 처음과 달랐다.
화르륵!
두 번째 도끼질을 따라 도끼날에 불꽃이 일었다.
“불도끼 렘, 어떻수? 내 별명으로?”
몇 번 만지작거리다가 어떻게 쓰는지 알아챈 거로 보였다.
“그래.”
엔크리드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여 줬다.
저걸 들고 싸우면, 아마 미친 도끼쟁이에서 미친 불도끼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말로 하진 않았다. 사람에게는 언제나 위로가 필요한 법이니까.
“흐흐, 좋수다. 좋아.”
만족하면 된 거다.
다들 상큼하게 무시하고 분지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섰다.
땅이 점점 걷기 편해지더니 안정적인 평지가 나왔다.
그리 깊은 곳 안쪽이다.
어디서 온풍이 불어오나 했더니 상자 하나가 반쯤 열린 채였다.
그 안에서 은은한 열기가 느껴졌다.
“온열석? 태양신의 가호? 주여.”
아우딘이 중얼거렸다.
엔크리드는 여기에 무덤을 만든 놈이 누군지는 몰라도 금화가 썩어 넘쳐나는 놈이었다는 걸 알았다.
“다 담아.”
엔크리드가 말했다.
상자 안에는 은화 따윈 없었다. 전부 금화요, 그 외에는 유물이라 부를 만한 것도 있었다.
일단 태양신의 가호라는 온열석부터 시작해, 묘하게 금속 재질 느낌이 나는 붕대도 있었다.
“귀한 물건입니다.”
암살자가 인생을 걸고 기획해서 만든 단검이 아니면 어떤 물건에도 불퉁한 반응의 작센이 하는 말이다.
고로 정말 귀한 물건이란 말이다.
엔크리드는 두툼한 까만 붕대를 살폈다. 넓이가 손바닥만 했고 그리 많은 분량은 아니었다.
작정하고 감으면 몸통은 다 두를 정도?
“부드러운 마수 가죽을 특수처리해서 몸에 두르는 형태로 만든 겁니다. 내갑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작센이 부단히 설명했다.
그 외 특별한 유물은 없었다. 발광석도 나왔으나 다들 밤눈이 밝은바, 그리 큰 관심은 두지 않았다.
그 외에 부츠와 장갑도 있었으나 망가진 채였고, 보석 몇 개와 일기장이 있었다.
일기장 내용은 별것 아니었다.
자신이 무슨 페가수스를 타고 다녔다는 둥 말도 안 되는 모험담 일색이었다.
그리고 이 땅에 자리 잡은 이유는 친구의 고향이라는 말로 끝나는 일기였다.
평생을 터전 없이,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누구누구 여기 잠들다.
뭐 그런 글로 일기장이 끝났다.
제 이름을 썼다가 슥슥 목탄으로 그어 둔 걸 보며 엔크리드는 여기에 묻힌 사람이, 이 일기장을 쓴 사람이 자신의 꿈을 피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일기장 곳곳에 그런 느낌의 말들이 가득했다.
모험이 제 꿈이요, 이 세상 모든 곳을 탐험하는 데 매번 신기하고 신비로운 게 가득하다고 그렇게 일기장에 적혀 있었다.
그 안에서 엔크리드는 자신과 비슷한 냄새를 맡았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자다.
다만 이자는 제 목표를 이뤘고 그에 만족했기에 친구의 고향을 찾았으며, 이름을 지움으로 자신이란 사람이 만족해서 떠났다는 걸 표현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낭만적인 건가, 멍청한 건가.’
본래 낭만과 아둔함은 한 끗 차이일까?
그런 말을 하는 검술 선생도 있었는데.
엔크리드는 자신과 빗대어 생각해 볼 뿐이었다.
물론 과감한 추측이었다. 중요한 것도 아니고.
일기장은 챙겼다.
괜히 마음에 들었다.
그 사이 작센은 주변 벽이나 기관 같은 걸 살폈으나 딱히 숨겨진 건 없었다.
이전에 한 번 이런 상황에서 갇힌 적이 있었고 그때 지금 손에 쥔 검을 구했으나, 여긴 하늘이 뻥 뚫린 곳이다.
묘한 지형이다. 지반이 무너져 드러나기 전에도 여기선 하늘이 보이도록 설계했을지도.
덕분에 궤짝 등이 멀쩡하게 보존된 것일 수도 있었다.
히잉.
말이 다가왔다. 엔크리드는 그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이제 됐냐?”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이다. 온열석 덕분인지 딱히 춥진 않았다.
온열석 하나만으로 그리된 건 아니고 불타는 해골 같은 걸 남긴 걸 보니, 이 안에서 여행자가 쉬도록 설계된 것 같았다.
벽 곳곳에 이상한 문자 같은 게 보인다고 작센이 말했다.
‘변태 같은 놈이긴 한데.’
일기장에는 해골을 만든 이유도 적혀 있었다.
-모험에는 난관도 있어야지! 여기를 찾은 사람이 이 정도는 해치우고 오길 바란다! 그럼, 내 유산 잘 가져다 쓰고!
일기장을 읽어 봤음에 유산이라고 할 것도 별다를 건 없었다.
‘비싸고 좋은 물건이긴 하지만.’
일기장에 쓰인 그대로라면, 무슨 전설의 유물이나 성물 정도는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어쨌든 모험가의 물건 중 나머지는 대륙을 떠돌아다니며 여기 주고, 저기 주고 다녔다고 했다.
아, 그리고 제 무덤은 하나가 아니란 말도 있었다.
-탐험가라면 내 나머지 무덤도 찾아봐.
변태 같은 놈이지만, 꿈을 향해 달렸다는 것만으로 엔크리드는 심장이 뛰었다.
재밌는 일이었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복귀한다.”
휴식처로 봐도 무방한 묘지였다. 계절에 어울리지 않은 온화함이 휴식을 종용하는 듯했다.
이 말에게 제 무리와 헤어질 시간도 주고 싶었다.
“그럽시다.”
렘은 어찌 됐든 좋다는 투였다.
그의 왼손에는 불도끼가 오른손에는 온열석이 들렸다.
온열 가죽 또한 귀한 물건이지만, 저 돌 하나면 막사 하나가 따뜻해질 테니.
저건 고위 귀족이 알면 천금을 줘서라도 사려 할 것이다.
그만큼 비싼 돌이었지만, 여기에 금전 감각이 투철한 사람은 없었다.
엔크리드는 렘이 추위를 많이 타니까 그에게 줘 버렸고.
라그나는 여전히 관심이 없었으며, 아우딘은 기도를 시작했고, 작센은 무심히 앉은 채로 눈을 감았다.
테레사와 둔바켈도 금전 감각은 매한가지였다.
둘 다 크로나에 연연하는 편이 아니었다. 사실 관심도 없었다.
제 삶, 변한 인생, 다가올 것들에 관한 것으로 머리가 복잡할 뿐.
밤이 되었고 모닥불도 없이 누워서 하늘을 보니, 별빛이 무덤 안으로 쏟아졌다.
처음 보는 환상적인 야경이라.
엔크리드는 쏟아지는 별빛을 이불 삼아 누웠다. 은은한 온기가 그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눈을 감은 엔크리드는 뱃사공을 만났고.
뱃사공은 언제나처럼 그를 비웃었다. 비아냥도 섞었다.
“꼭 저 같은 놈이랑 노는구나.”
엔크리드는 이게 칭찬인가 싶었다. 꿈은 짧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