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Knight Who Eternally Regresses RAW novel - Chapter (258)
258. 머저리를 다루는 법에 관하여 (3)
“뭐, 너만 바쁘냐?”
난쟁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엔크리드는 눈을 두 번 깜빡였다.
자신이 인지했던 상황과 현재에 괴리가 있었다.
엔크리드는 제 몸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며칠 굶은 것처럼 허기가 졌으며, 근육은 혹사라도 당한 것처럼 떨렸다.
눈앞이 흐릿하기도 했다.
시력에 문제가 있다는 건 피로 때문이다.
그것도 보통의 피로가 아니라, 잠도 안 자고 먹지도 않고 며칠 내내 산이라도 오른 것 같았다.
그만큼 몸이 무거웠다.
극도의 피로로 전신에 탈력감 같은 게 느껴지기도 했고, 즉 손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이틀은 잠도 안 자고 검만 휘두를 정도로 단련된 몸인데, 이런 상태라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나?”
엔크리드가 주먹을 쥐었다 펴며 말했다.
몸의 부하가 걸린 느낌이 여실했다.
“……이거 뻔뻔하기가 귀쟁이랑 맞먹는 놈이네.”
소녀 난쟁이가 황당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엔크리드는 굳이 난쟁이에게 답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 뒤로 렘과 라그나가 보였으니.
귀를 파던 렘이 먼저 말했다.
“사흘 좀 더 걸렸수다. 그래서 신나슈?”
“좋았습니까?”
이건 팔짱을 끼고 바라보던 라그나의 물음이다.
둘 다 숨도 안 쉬고 묻는 말에 엔크리드는 다시금 자신의 상태를 관조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꿈처럼 지나갔던 시간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매 순간, 매 걸음이 깨달음이었으며.
그 걸음 끝에 엔크리드는 몰두했고 몰입했다.
목표를 취했고 목적지에 도달했다.
‘검술을.’
하나 만들어 버렸다.
아직은 제대로 이름도 붙일 수 없고 뭐라 정리할 순 없으나, 확실한 건 유검식 하나를 창조했다는 것.
검술의 대가란 작자들이 보통 말년에야 제가 익힌 검술을 가다듬어 물려주곤 했다.
대가(大家), 검술의 조예가 깊은 이들조차 다듬는 게 고작인데.
엔크리드는 만들었다.
두근.
절로 심장이 뛴다. 탈력감과 별개로 제가 만든 걸 익히고 깨우치는 나날이 절로 그려짐에, 희열의 미소가 떠올랐다.
“웃어? 너 살짝 돌았니?”
“안 그래도 큰 영지에 있는 신전에 가면 치료받을 계획이었수. 난쟁이 여자야.”
난쟁이가 제 손가락을 귀에 대고 빙글빙글 돌리자, 렘이 말했다.
엔크리드는 희열과 기쁨에 차서 렘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아주 좋아 죽는구만.”
렘이 그걸 보며 이죽거렸으나, 그 또한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엔크리드를 지켜보던 라그나는 홀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군.”
소녀 난쟁이는 대륙을 떠도는 방랑자였다. 이미 십여 년이 넘도록 세상을 본바.
그녀로서도 아주 드문 경험이었다.
가진 바 재능과 성향과 별개로, 엔크리드란 인간을 포함한 이들은 순수하게 미친 작자들이었다.
* * *
깨어나기 하루 전에 난쟁이가 왔고, 그때까지는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막았단다.
이후 깨어나는 걸 보고 하도 불만을 내뱉기에 데려온 거고.
“그럼 무기만 놓고 가라니까?”
그리 말함에도 난쟁이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만든 무기를 쓸 놈들 낯짝은 다시 한번 보고 가야 한다. 그건 내가 정한 규칙이야.”
소녀 난쟁이는 자신이 만든 걸 전할 때 반드시 그에게 직접 건네고 대화하는 걸 철칙으로 삼았다.
난쟁이들은 가끔 자신만의 어떤 규칙을 강박에 가깝도록 지키는데, 이것도 그런 규칙이었다.
시간 아깝다며 징징거리면서도 지금까지 남은 이유였다.
어찌 됐든 난쟁이의 불만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그렇군.”
엔크리드는 탈력감 따윈 무시하고 난쟁이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으니.
나머지 중대원은 건들거리거나 듣지 않거나, 도리어 신의 가르침을 준다거나, 아예 상대도 안 하는 놈들뿐이었다.
그나마 크라이스란 놈은 얼추 대화 상대가 됐으나, 이 눈 큰 인간은 얼마나 바쁜지 얼굴 보기도 어려운 판이었다.
그런 와중에 엔크리드의 경청하는 자세는 소녀 난쟁이의 마음을 녹일 만했다.
애초에 듣는 자세만 보자면 대륙 제일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갖춘 인간이 바로 엔크리드였으니.
그 태도에 금세 난쟁이의 마음이 풀어졌다. 애초에 쪼잔함과 거리가 먼 성격도 한몫했다.
“그래, 미쳐도 곱게 미쳐서 다행인 것 같다.”
난쟁이는 그리 엔크리드를 평하고 무기를 건넸다.
의뢰는 검 두 자루, 도끼 두 자루다.
그게 너른 가죽에 잘 놓여 있었다. 그중 하나를 들고서 하는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난 제련이 장기가 아니야, 내 장기는 다른 쪽이지. 그래도 어쭙잖은 이들의 것보다는 나을 거다.”
이름도 모르는 난쟁이는 말했고, 엔크리드는 그 말을 인정했다.
난쟁이가 가죽 검집에 꽂힌 무기를 건넸다.
손잡이가 앞으로 나오도록 내밀어 주기에 잡아 들었다.
무게감은 꽤 있었다.
날은 길지 않으나 두꺼웠다.
지금 쓰고 있는 가드 소드만큼이나 두꺼운 칼날이다. 길이는 숏소드보다 조금 길었다.
글라디우스 형태를 변형해 만든 검이었다.
검집에서 검을 뽑아 보니, 칼날이 부드럽게 세상에 제 몸을 드러냈다.
은빛의 몸체가 부드러운 유선으로 이어졌다.
“잘 빠졌네.”
구경하던 렘이 말했다.
그 말 그대로였다. 여자라면 미인이요, 남자라면 미남이다.
요정 중대장이 쓰는 나이들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묵직함도 있고 딱 봐도 단단함이 느껴졌으니.
“멀쩡한 건 한 자루 있으니까, 보조는 이 정도가 적당하리라고 생각했다.”
난쟁이가 눈짓으로 엔크리드의 허리춤에 있는 본래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주문하지도 않은 걸 멋대로 만들어 왔으나, 그 말 그대로였다.
본래 자신이 가진 검도 명검이라 부를 만했다. 그걸 꺼내 보지도 않고 알아본 안목이 놀랍긴 했다.
과연 난쟁이라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곧 잡념은 날아갔다.
엔크리드는 쉬지도 않고 연무장에 선 채로 새로운 검을 몇 번 휘둘러 봤다.
다른 그 무엇보다 마음에 든 건 무게중심이었다.
손잡이에서 두 마디 위쯤을 중심으로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는 느낌이었다.
탄검식으로 던져도 훌륭한 무기가 될 것 같았다.
“던지고 베고 막고 때리고. 아무렇게나 쓰라고 튼튼하게 만들었다.”
난쟁이의 설명도 그와 같았다.
베는 맛과 던지는 맛, 둘 다 손에 착 감기는 기분이었다.
특히나 끝이 뾰족하고 칼날 윗부분이 길어 찌르기에도 용이해 보였다.
엔크리드는 위로 검을 던져 몇 바퀴 돌리다가 받아 냈다.
역시나 무게중심이 훌륭했다.
손잡이를 탁 하고 잡아채곤 가볍게 허공에 몇 번 휘두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검을 휘두르는 모습이 전보다 한결 부드러웠다.
이전과 다른 유연함이 돋보였다.
껍데기를 깨고 나와 변화가 있었다.
물론 그걸 알아본 사람은 몇 없었다.
검을 손에 쥔 엔크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의 고갯짓이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난쟁이는 내심 감탄했다.
‘이것 봐라?’
그 돌멩이를 누군가가 또 태웠고 깎았다. 변화다. 이런 변화가 짧은 시일에 일어난다?
‘보통 재능이 아니구나.’
난쟁이는 착각했다. 그럴 만도 했다. 진실은 무수한 노력이 쌓였으며, 그게 우연히 현재와 맞물려 터졌지만.
난쟁이가 보기에는 그저 재능 덩어리였다.
“내 건 안 주나?”
뒤에서 렘이 재촉하자, 난쟁이는 도끼를 휙 던졌다. 두 개를 동시에 던졌는데 렘이 두 자루 도끼의 손잡이를 정확히 잡아챘다.
무척 당연한 얘기지만, 도끼도 훌륭했다.
그 렘이, 그 성질 나쁜 렘이.
“……그때 난쟁이 박제를 안 만들길 잘했네.”
이렇게 말하게 했으니.
뭐가 웃기는지, 그 말에 소녀 난쟁이가 빵 터졌다.
저 말 어디에 웃음 요소가 있는 건지.
난쟁이의 정신 상태를 의심케 만드는 요소였다.
렘은 두 개의 도끼를 살폈다. 유심히 보고 또 봤다.
불도끼는 끝에 뾰족한 추를 달았는데, 손잡이 끝으로 찍는 형태의 무기처럼 쓸 수도 있을 듯했다.
나머지 하나는 켄타우로스 리더가 쓰던 글레이브를 통째로 녹여 그 철을 몽땅 써서 만든 도끼라고 했던가.
“무겁다. 그래서 마음에 들고.”
렘의 솔직한 평이다. 당연하게도 다들 만족했다.
마지막으로 검을 받은 라그나도 난쟁이에게 입을 열었다.
“괜찮군.”
그가 받은 건 북부식 츠바이핸더였다.
투핸드 소드, 즉 양손에 쥐고 휘두르는 검인데 검 두께가 다른 것보다 배는 두꺼웠으며 폼멜도 손잡이도 전부 컸다.
“북부식 마감으로 했다.”
난쟁이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자기 스스로 장인은 아니요, 제련이 특기는 아니라 했으나, 종족 자체의 특징일까.
그녀는 무기를 받고 만족하는 이들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보였다.
“좋아, 이거로 마무리다. 나중에 기회 되면 또 보자고.”
소녀는 화통하게 말하며 돌아서다가 마지막으로 크라이스를 봤다. 언제 나왔는지 크라이스가 무기를 건네받은 이들을 구경하다가 멀뚱히 난쟁이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 꼬맹아.”
외모만 보면 저쪽이 꼬맹이지만, 퍽 잘 어울리는 말투요, 호칭이었다.
“네?”
“나중에 너도 보석쯤 되면 생각해 보마.”
그 말에 크라이스는 뭣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의미는 모르지만, 하여간 또 보자는 소리로 들렸으니 좋은 거로 생각했다.
난쟁이는 그리 떠났다.
소년 난쟁이가 떠난 뒤다.
엔크리드는 모두의 시선을 받았다.
“몸은 좀 괜찮아요? 무슨 사람이 끼니도 안 챙기고 검만 휘두릅니까?”
크라이스가 물었다.
“보다시피.”
근육에 부하가 있으나, 당장 쓰러질 정도는 아니다. 배는 고프지만, 당장 뭘 먹지 못하면 죽을 정도도 아니었다.
엔크리드가 어떤 기회를 잡아 성장한 건 중대원 모두가 알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얘기를 꺼내 묻는 사람은 또 없었다.
막 정신을 차렸을 때 렘과 라그나가 말한 게 전부였다.
들리는 얘기론, 자신이 몰입해 주변을 보지도 못하고 어떤 소리도 듣지도 못하는 사이에 번갈아 근무 서듯이 서서 주변에 다가오는 사람을 쳐 냈다고 하던가.
나중에 마주친 토레스가 말하길.
“왕보다 만나기 어려운 사람 같았다.”
라고 했으니.
어쨌든 난쟁이가 떠나고 엔크리드는 하루를 내리 잤다.
자고 일어나 배를 채우고 다시 또 잤다.
잠깐이라고 생각한 게 사흘이었고, 그 몰입의 시간 내내 검을 휘둘렀단다.
어떨 때는 빠르고 강하게.
또 어떨 때는 저기 바다에 사는 거북이처럼 느리게.
다만, 쉬는 법은 없었다.
당연히 근육에 무리가 갔으나, 그동안 고립의 기법으로 단련한 몸뚱이 아닌가.
그렇게 하루 푹 자고 일어나니 멀쩡해졌다.
엔크리드는 몰입에서 깨어난 뒤 쉬고 먹고 자는 동안 다시금 자신이 깨달은 걸 정리했고.
이튿날 늦은 오후가 돼서야 말했다.
“렘.”
숙소 한쪽에 앉아 제 도끼를 쓰다듬던 렘이다. 심심하다고 둔바켈을 괴롭히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슬슬 지루함을 느낄 참이었다.
“오래 기다렸수다.”
그래서 더 반가운 부름에 렘은 벌떡 일어났다.
양손에 든 도끼에 기름을 발라 번들거렸다.
대련의 시간이었다.
결과만 보자면 엔크리드는 이기지 못했다.
아니, 전보다 더 쉽게 졌다.
“다시.”
도끼날을 향해 검을 들이대며 몇 번이고 같은 수법을 반복했으나, 쉬이 성공하는 법이 없었다.
그중 몇 번은 반쯤 성공했으나, 당연히 성에 차지도 않았고.
그러다 보니 거듭 밀렸다. 그래서 무슨 상관일까, 대련에서 이기고 지는 것보다 중요한 건 새로이 만들 걸 몸에 익히는 거다.
“좋수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시작한 대련은 땀에 푹 젖을 때까지 됐고, 결국 자정이 넘어서 끝났다.
늦은 시간에 목욕물을 데우던 시녀가 불평을 표하다 엔크리드의 몸을 보곤 입을 다무는 일이 있었고.
무슨 기운인지 아침저녁으로 검을 휘두르는 라그나를 보고 짐머가 대련을 요청한 일도 있었다.
아우딘은 기도하는 시간이 늘었고 전보다 표정이 더 부드러워진 듯했고.
둔바켈은 엔크리드를 보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고립의 기법 따위를 흉내 냈다.
“자기 몸에 맞는 방식이 있습니다. 몇 개 정도는 가르쳐 드리지요.”
그걸 본 아우딘이 돕기도 했다.
물론 아우딘은 도운 거였고, 둔바켈은 고문당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테레사도 말없이 땀을 흘렸다.
방패랑 검을 휘두르며 자신의 것을 갈고닦기 바빴다.
실상 엔크리드가 몰입에 빠진 상태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는 또 한 번 자극이 된 셈이었으니.
야생마는 인간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의 먹이로 병사들이 건초 더미를 한쪽에 뒀다.
보통 말이라 함은 아무 곳에나 분비물을 뿌리나, 이놈은 얼마나 영리한지 병영 한쪽에 제 발로 땅을 파고 볼일을 봤다.
발굽으로 땅을 파는 것도 기묘한 광경이었다.
힘이 대단하다고 마구간지기가 감탄했다.
“하아, 마구만 씌울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는데.”
마르타이의 군마를 책임지는 남자가 한 말이다. 기마, 전마(戰馬)야말로 기병대의 핵심 아닌가.
그런 말들을 키운 남자였다.
그는 진정 안타까워했으나, 야생마에게 어떤 짓을 하진 않았다.
섣불리 다가가면 살기를 뿜어내곤 했으니까.
엔크리드는 물끄러미 야생마를 보며 생각했다.
‘이름이라도 지어 줘야 할까?’
특이한 행동을 하는 거야, 주변에 그런 인간도 널렸다. 말 한 마리 더 추가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을까.
보더 가드로 가면 표범에서 인간으로 변하는 마법사도 있었다.
엔크리드는 이름 따윈 나중으로 밀었다.
당장은 야생마도 여기저기 구경 다니기 바빠 보이기도 했으니.
주변 모든 것이 놈의 호기심을 자극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사람에게 다가가는 법은 없었다.
특유의 파랗고 붉은 눈을 본 병사들은 이유 없이 오한이 돋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물 특유의 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무슨 미친놈처럼 훈련하고 대련하는 시간이 지나갔고.
난쟁이가 떠난 사흘째 이들도 움직였다.
쉴 새 없이 영지 시장을 탐방하고 성주와 독대하던 크라이스가 이제 떠날 때라고 한 순간이었다.
“돌아가자.”
자신들의 영지로 갈 시간이었다.
엔크리드는 그리 앞서 나갔고, 성주가 그들을 배웅했다.
“무운을 빌지.”
새벽 나절에 출발해 해가 뜰 때쯤, 그들의 뒤로 영지가 보이지 않았다.
길 안내는 크라이스가 했다.
말은 두고 왔고, 도보로 움직였다.
야생만 한 마리만 엔크리드 곁에서 걸을 뿐이었다.
“아, 눈이네.”
“악마 새끼들이 또 뿌리기 시작했수다.”
한참 걷는데 머리 위로 흰 가루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얀 가루는 바닥이나 일행의 갑옷 위에 떨어져 녹았다.
다행히 바람이 세차게 불지도 않았고 펑펑 쏟아지지도 않았다. 작고 하얀 알갱이가 가시 범위를 조금 제한할 뿐이었다.
눈은 고요하고 조용하게 내렸으며, 실상 그리 불편한 수준은 아니었다.
눈을 맞으며 일행이 양쪽으로 둔덕 두 개를 둔 길로 들어서자, 앞을 가로막는 이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눈에 익은 인물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