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Knight Who Eternally Regresses RAW novel - Chapter (267)
267. 때릴 수 있는 게 너희만은 아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건 곰팡이가 잔뜩 낀 돌로 된 천장이었다.
메엘룬은 기억을 잃기 전 순간을 떠올렸고, 프록의 강인한 정신력은 그 모든 걸 명확하게 기억했다.
그렇기에 그는 속된 말로 자신이 말 음경 같은 상황에 처했다는 걸 깨달았다.
“물 좀 줘. 기왕이면 먹을 것도 좀 챙겨 주고, 나 과일 좋아한다.”
메엘룬은 몸을 반쯤 일으키며 말했다.
팔은 재생됐고 양팔과 양다리에 족쇄가 채워져 있으며, 그 족쇄는 쇠사슬로 기둥에 연결되어 있었다.
아무리 프록이라도 힘을 뚫고 나가긴 무리였다.
그럼, 남은 건 뭐겠나.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마지막 발악으로 먹은 약 때문인지 머리통이 쪼개질 듯 아팠고, 심장도 저렸다.
‘빠져나갈 수 있으려나?’
대부분 프록이 그렇듯, 그는 죽음보다 제 욕구와 욕망의 길에서 벗어났다는 게 더 아쉬웠다.
‘이상한 새끼.’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자신을 때려눕힌 놈이 떠오르기 마련이었다.
‘만만해 보였는데.’
왜 만만하지 않은가. 분명히 할 만한 놈이었는데, 자신보다 약한 놈이었는데, 제 눈으로 볼 때는 그랬는데.
‘왜냐?’
프록의 전투 감각은 한순간에 유불리를 판단케 한다.
그는 전투 감각이 호소하는 직관에 맞춰 싸웠다.
그럼 최소한 호각이어야지, 왜 일방적으로 쥐어 터지고 깨졌는가?
그들의 전투 감각은 재능을 보고 판독하는 눈의 연장선이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엔크리드는, 프록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형태의 인간이었다.
재능은 보잘것없으나 기어서라도 위로 올라선 인간.
오늘의 반복을 통해 포기하지 않았기에 생긴 현상이다.
엔크리드는 프록의 전투 감각에 판독되지 않는 인간이었다.
특히나 메엘룬은 재능을 보는 눈에 그리 자신 있는 편도 아니었다.
프록 중에서도 당연히 특기가 갈리는 법이다. 재능을 판독하는 데 특화된 프록이 있다면, 전투에 특화된 이도 있는 거였고.
그중 메엘룬은 걷는 재주가 탁월했다.
‘관절 부위를 지독하게 노리더니.’
재생된 팔뚝이 은근히 쓰렸다.
전에도 팔이 잘렸는데, 이번에도 잘렸다.
아니, 이번에는 눈깔까지 찔렸다.
‘싸울줄 아는 놈이다.’
단순히 검을 잘 다루는 것과 싸움 좀 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제 가문에 쳐박혀 검술을 익히는 병신들은 곱상하게 검을 휘두르곤 했다.
대륙에선 그런 이들을 두고 귀족 검술이라 폄하하지 않던가.
자신을 눕힌 상대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프록이 가진 미끄덩한 피부의 약점을 잘 파악했다.
눈과 관절 부위를 노려 찌르고 잘랐다.
전에 봤을 때도 이랬던가? 원래 이렇게 잘 싸웠나?
솔직히 잘 기억나진 않았다. 얼추 좀 치는 놈이었지만, 다시 만났을 때 압도할 줄 알았지.
‘김 다 샜네.’
기운도 없고 배도 고프고.
“물하고 말린 과일이요. 이제 겨울이라 생과일은 구하기 어렵수다.”
간수는 순순히 먹을 걸 가져다줬다. 생각보다 친절한데?
메엘룬은 생각하며 물을 마시고 말린 과일을 씹어 삼켰다. 잘 구운 빵과 마멀레이드도 있었다.
“야, 이거 맛있다.”
“다행입니다.”
간수는 웃음기 없이 답했다. 긴장한 기색이 없지 않아 드러났지만, 그렇다고 사지가 굳진 않았다.
‘훈련이 잘됐네.’
프록이기에 눈으로 보면 대강 알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의 재능 판독안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그 새끼는 좀 특이하지.’
엔크리드를 본 무수한 재능 판독가들이 한 말과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이틀.
메엘룬은 힘으로 빠져나가긴 글렀음을 깨닫고 어떻게 간수라도 매수해 보려 했으나 그 또한 불발.
“당신 놓치면 난 죽을 거요.”
“실수한 병사를 바로 죽이진 않을 것 같은데?”
슬슬 꼬시자 병사가 자조적인, 그러니까 한탄 비슷한 걸 얼굴에 드러냈다.
물론 메엘룬이 그걸 알아본 건 아니었다. 다만, 이어진 병사의 말에 이게 뭔가 싶었을 뿐.
“간수 근무에 잘리고 영원한 훈련 지옥에 빠지겠지,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수도 있수다.”
저건 또 무슨 말이야?
어쨌든 간수는 깐깐하진 않으나 매수당할 것 같지도 않았다. 금덩이를 준다고 해도 고개를 저을 것 같았다.
“그러다 걸리면 진짜 죽고, 지금 버는 거에 딱히 불만도 없수다. 여기서더 벌겠다고 욕심부리다가 토끼 같은 자식들 두고 뒈지기 싫수.”
“결혼했나?”
“아직.”
“…… 그럼 토끼 같은 자식은 뭐냐?”
“미래의 자식 말이오, 미래의 자식.”
이 영지는 병사 하나까지도 혀가 매서운 건가?
그런 생각과 함께 다시 하루가 지나자, 메엘룬은 슬슬 자신을 가둬 두고 잊은 건 아닌가 했다.
지하에 갇혀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는 채 있자니, 서글픈 감정도 조금 들었다.
‘괜히 염병할 일에 끼어서는.’
다시 이틀이 더 지났고.
메엘룬은 조급해졌다.
이대로 두면 자신은 여기에 평생 갇힐지도 몰랐다.
팔다리를 잘라서 나가 봐?
힘으로 사지를 뜯으며 족쇄는 해결될 것 같은데, 아무리 프록이라도 사지가 잘린 채로 피를 미친 듯이 흘리면서 눈앞의 철창을 우그러뜨릴 순 없을 것 같은데?
‘아, 이거 뭐냐?’
초조함이 메엘룬을 감쌌다. 하루하루가 애가 탔다. 욕망과 욕구에 충실한 프록은 언제 죽는가.
머리가 잘렸을 때?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심장에 화살이 박혔을 때?
심장이야 터지면 죽는 게 기정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잔인한 방법이 있다.
프록은 말려 죽는 걸 견디지 못하는 종이다.
제 호기심과 욕구에 휩싸여 사는 종 아닌가.
“야, 혹시 나 잊어버린 거 아니냐?”
낮잠인지, 밤잠인지를 자고 일어난 메엘룬이 철창 밖의 간수에게 물었다.
말하며 작은 테이블과 의자 두 개가 놓인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간수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보였다.
정확히는 총 네 명이었다.
자신을 때려눕힌 놈 하나, 눈 크고 허약해 보이는 인간 하나, 어둠 속에 몸의 반을 걸치고 횃불 빛으로 딱 얼굴의 반만 보이도록 선 인간 하나.
간수는 없다. 드디어 온 거다. 자신을 잊지 않고 찾아왔다. 죽을 땐 죽더라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기에 메엘룬은 내심 기뻤다.
“가루약 어디서 났나?”
안 그래도 그거 먹고 내장이 욱신거려 뒈질 뻔했다.
당장 자신의 정체를 묻는 것도 아님에 메엘룬은 순순히 답했다. 기다림이 길었기에, 쓸데없는 말로 이들을 돌아가게 두고 싶지도 않았고.
“오다 주웠다.”
“어디서?”
“작은 마을이었다.”
물은 건 요정이다. 표정은 없고 냉랭한 분위기다. 딱 봐도 자신보다 밑은 아니었다.
‘여긴 순 괴물만 모였나?’
변방의 영지에 뭐 이런 놈들이 잔뜩 있는 건가.
메엘룬은 마저 말했다. 애초에 숨길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여기서 서쪽으로 가면 된다. 내 걸음으로 이틀, 말로는 하루 반나절이 좀 넘게 걸릴 텐데, 작은 고원에 울타리를 친 마을이 하나 있다. 이름은 몰라, 촌장은 젊고 이쁜 여자였다. 이름은 카이셀라.”
프록의 심미안은 아름다운 인간을 선호한다.
“검은 칼에서 보냈나?”
“도적? 검은 칼? 아닌데?”
메엘룬은 며칠을 갇혔고, 프록에게 그건 손톱을 뽑고 눈깔을 뽑아내는 것보다 괴로운 일이었다.
이대로 영원히 갇히면 죽을 때까지 욕구를 누른 채로 말라 죽을 테니.
아아, 프록에게 그보다 더 괴로운 건 없으리라.
“이게 되네.”
엔크리드가 중얼거리자, 뒤에서 크라이스가 조잘거렸다.
“생각보다 더 잘 먹히긴 하네요.”
엔크리드는 의자에 앉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엔크리드도 루아그네와 놀다 보니, 프록이란 종족이 어떤 이들인지는 대충 감이 왔으나, 크라이스는 다른긴 달랐다.
‘신기한 머리통이야.’
새삼 크라이스가 한 말이 떠올랐다.
“프록은 제 욕구를 따릅니다. 저렇게 떠돌아다니는 프록이라면 욕구가 뭘까요? 가둬 두면 생각보다 술술 답할지도 모릅니다.”
크라이스도 반만 확신하고 한 일이긴 했으나, 애초에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남다르다는 거다.
며칠 묵혀 놓으면 심문 따위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기에 그렇게 했다.
그 판단이 맞았다.
다만,
“프롬쉘이라는 상인을 아나? 그 작자가 대륙 곳곳에 귀를 뿌리는 일을 했다. 난 거기에 고용된 거고. 간단히 말하자면 정보 길드를 운영하는 작자라 이거다.”
이렇게까지 전부 말할 줄은 몰랐다. 프록의 표정을 읽을 순 없으나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건 당연했다.
상대는 프록이다.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할 거라면 입을 다물 종족이라 이거다.
고로 검은 칼과 연관이 없는 일이란 거다.
가루약은 그야말로 우연히 얻은 거였고, 그에게 이 일을 시킨 건 어떤 상인이란다.
그러니까 정보 길드를 운영하는 놈이란 건데.
그럴듯했다. 그러기에 더 기억에 남기도 했다.
‘프롬쉘, 프롬쉘.”
엔크리드는 두어 번 그 이름을 되뇌어 외웠다.
“귀족?”
“아니라고 알고 있다.”
“그게 전부냐?”
“지금 한 말에 거짓이 있으면 충동과 파도의 신에게 벌을 받을 거다.”
“언약도 할 수 있고?”
“물론.”
프록에게 언약은 약속이며 맹세, 반드시 지키는 무언가다.
“나도 속았다. 프롬쉘, 그 말 새끼한테.”
메엘룬이 콧김을 뿜으며 말했다. 엔크리드는 들을 건 다 들었다고 판단했다.
아니, 필요한 것 이상으로 들었다.
일단 가루약을 얻은 마을 위치를 듣지 않았나.
“거길 찾는다고 그 고생을 했는데, 마을 안에 숨겨 뒀군.”
요정이 중얼거렸다.
“전투 가용 인원은?”
요정이 물었다. 이미 할 말은 다 했기에 메엘룬은 거침이 없었다.
“내가 볼 때는 마을 인원 태반이다.”
“전부?”
“대륙 오십 명은 넘을 걸.”
프록은 말했고, 엔크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나 풀어 주나?”
엔크리드는 또 고개를 끄덕인 뒤, 의자에서 일어나 철창 앞으로 다가갔다.
“봐서.”
“뭐?”
“봐서 풀어 주겠다.”
“이 새끼, 약속은!”
그런 거 한 적이 없다. 물론 엔크리드는 풀어 줄 생각이었으나, 이곳에 오기 전에 크라이스가 간곡히 부탁하지 않았던가.
“저한테 맡겨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 간절함에 엔크리드는 그러라고 했다.
“잠깐, 잠깐 나랑 얘기하시죠.”
엔크리드를 향해 프록이 긴 혀를 내보이며 욕설을 뱉을 찰나다. 그 사이로 크라이스가 끼어들었다.
그의 큰 눈과 외모는 프록에게 호감을 얻을 만했다. 다만, 메엘룬은 남자이기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큰 눈만큼은 나빠 보이지 않았다.
메엘룬은 눈이 클수록 잘난 얼굴로 치는 경향이 있었다.
“자, 메엘룬?”
크라이스의 순수함을 가득 담아 웃었다. 엔크리드를 그 얼굴을 보며 메엘룬이 당하리라는 걸 예감했다.
크라이스가 저렇게 웃을 때는 호구를 등칠 때 뿐이니.
* * *
지하 감옥을 나와서 마커스의 집무실을 향하는 중이었다.
몰아서 하려고, 아예 프록 심문까지 끝내고 보고하러 가는 참이었다.
마커스 대대장이 그만큼 바쁘기도 했다.
영지가 돌아가는 걸 보니, 그의 몸이 세 개나 네 개라도 부족할 듯 했다.
그 와중에 무슨 사교도가 들어왔다가 잡혔다지?
자신이 없을 때 영지에도 이런 일 저런 일이 있었다고 들었으니.
지하 가목은 병영 구석에 있었고, 거기서 나오자마자 엔크리드가 입을 열었다.
“설명을 좀 들어 봤으면 좋겠는데?”
요정 중대장은 이 일과 연관이 있다. 그동안 충분히 유추하도록 말하지 않았던가.
마을을 찾네 마네 같은 말도 했다.
그 자리에서야 그냥 넘어갔으나, 지금은 듣는 프록이 없었다.
그래서 물으니.
“비밀 임무였다.”
요정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녹색 눈이 엔크리드를 직시했다.
그럼 마커스에게 들어야겠군.
막 그리 생각하는 참에 요정이 재차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 비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미 많습니다. 비밀로 하시죠.”
엔크리드가 급히 말했다.
“아니, 됐다. 검은 칼이란 놈들이 왕국 내에 뿌리내린 마수와 관련된 이야기다.”
“비밀로 합시다.”
엔크리드가 재차 말했으나, 요정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연금술사를 납치해서 약을 만들었다.”
“내 말이 안 들리는 것 같은데?”
“당연하게도 보통 약은 아니지. 왕국에서 금지하는 약이자, 연금술 길드에서도 반대하는 약이다. 물론 그들이야 겉으로는 그렇게 하고 뒤에서 연구 결과 따위를 받아먹을 수도 있겠지만.”
엔크리드는 포기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보통 약은 아니었다. 프록이 먹고 눈깔이 돌아갔으며.
일반 사람이 먹으면 한순간 광전사처럼 싸울 수 있으나 약 기운이 빠지면 그 반작용으로 뒈져 버린다나.
요정은 그 본거지를 찾기 위해 외부 임무가 많았다고 했다. 최근 핀을 데려간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핀에게 어울릴 만한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엔크리드는 묵묵히 듣고 작센에게 물었다.
이쪽도 뭔가 아는 눈치였으니.
“넌?”
“필요한 게 있어서 구하다 보니, 검은 칼이랑 연관된 것 같았습니다.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에 마르타이에서 만난 검은 칼 전령이 쓴 약에서 연금술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작센은 엔크리드의 예상과 완전히 부합되게 답했다.
고로.
‘숨기는 게 있네.’
상대가 듣고픈 말만 한 거다. 직감이지만, 그럴 것 같았다.
그렇다고 따지진 않았다.
그냥 넘어갔다. 묻는다고 답할 놈도 아니고.
이걸로 제 뒤통수를 후려칠 생각이라면 한 번쯤은 그냥 맞아 줄 의향도 있었다.
그만한 신뢰까진 아니더라도 작센에게 그만한 신세는 졌다.
특히나 최근에 새로이 얻은 유검식 검술의 기반을 감각기예로 얻은 것임에야.
“그래, 그렇다고 하자.”
“안 믿는 눈치인데?”
작센이 무표정하게 되물었다.
“믿어.”
엔크리드는 아우딘을 떠올리며 답했다. 그러니까, 믿음을 담아 답했다는 거다.
“맞습니까?”
작센이 되물었다.
“맞아.”
그 때쯤 마커스의 집무실에 당도했고, 셋은 안으로 들어갔다. 밖을 지키는 호위가 군례를 표했다.
중대장만 둘이요, 그 중 하나는 요정이고 다른 하나는 독립 중대의 지휘관이다.
마커스의 호위가 바짝 굳은 자세로 옆으로 비켜섰다.
안으로 들어서자, 서류와 양피지 더미 사이에서 마커스가 고개를 들며 물었다.
“영지 한복판에서 암살질당하는 기분은 어떤가?”
엔크리드는 진정과 진심을 담아 말했다.
“개 같습니다.”
“나도 그래.”
뭐랄까, 별말 하지 않았는데 둘 사이에 이어진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엔크리드는 암살자를 상대하며 놈들의 품을 뒤져 물건을 챙기고.
프록을 묵혀 심문한 뒤부터 내내 생각했다.
‘왜 당하기만 해야 할까.’
그래서 크라이스에게 물은 바 있었다.
“네가 검은 칼의 수장이라면 어디를 맞아야 제일 아플 것 같냐?”
“금화 주머니를 누가 채가면 아플 것 같습니다.”
너 같은 놈이 아니면 타격이 없지 않겠냐는 말에.
“어떤 집단이든 주머니가 비면 뼈 아픈 법입니다.”
라는 답이 돌아왔다.
타당했다.
그럼, 그렇게 할 방법이 있지 않겠나?
반은 보고였고, 나머지 반은 그와 관련된 얘기를 하고자 마커스 대대장을 찾아온 참이었는데.
“이건 의뢰도 아니고 보복도 아니다. 영지의 책임자로서 내리는 임무다.”
간단한 보고 이후에 마커스는 눈을 빛냈다.
이후 영지의 책임자이자, 상관의 명령이 떨어졌다.
“조져.”
엔크리드는 그 말에 충실히 임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검은 칼은 조져 버리자.
왜 당하기만 해야 하는가.
그런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당분간 독립 작전권을 준다. 시나르, 당신도.”
“알겠소.”
요정 중대장은 엔크리드를 대할 때와는 달리 더없이 차가운 어조로 답했다.
그 모습이 엔크리드에게는 퍽 어색했다.
불현듯 드는 생각도 있었다.
‘왜 나한테만?’
알 수 없는 일이다. 놀리기 좋게 생겼을지도 모른다. 용병 무리에 꼈을 때도 가끔 그런 얘기를 듣긴 했으니.
어쨌든 엔크리드는 검은 칼에게 알려 줄 셈이었다.
때릴 수 있는 게 너희만은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