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Knight Who Eternally Regresses RAW novel - Chapter (328)
328.
사고의 순발력 사흘 내내 엔크리드는 궁리와 복기를 반복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골병이 안 든 게 용할 정도로 몸을 너무 굴렸다.
덕분에 몸을 움직이는 훈련은 아주 간단한 것만 해야 했다.
유연성을 기르는 동작 몇 개와 감을 잃지 않기 위해 허공에 검을 휘두르는 정도가 전부였다.
나머지 시간은 궁리와 복기에 쏟았다.
그렇다고 딱히 지겹진 않았다.
“지금 몸을 쓰는 건 깨진 그릇에 물을 담는 격입니다.
형제님.”
아우딘의 말은 지금은 뭘 해도 줄줄 흘러 건져 낼 게 얼마 없다는 거다.
과거, 그러니까 오늘을 반복하기 전이었다면 그릇이 깨지든 말든 굴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쉴 땐 쉬어야 한다.
“제대로 쉬어야 나아갈 수 있는 법입니다.
형제님.
옛날에 ‘누’라는 염소가 있었습니다.
누는 쉬지 않고 걸을 줄 알았지요.
아주 튼튼한 다리를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염소 누는 쉬지 않고 걸었습니다.
누가 생각하기에 앞으로 나아가고 또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자신에게 이리 튼튼한 다리를 준 이유라 생각했지요.
그렇게 누는 쉼 없이 걸었습니다.
그걸 본 주께서 말씀하시되, 방향을 보지 않고 걸으면 네가 어느 곳에 있는지 모른다는 말을 남기셨습니다.”
아우딘은 설교를 늘어놨다.
듣기 나쁘진 않았다.
옆에서 테레사가 무릎 꿇고 앉아 같이 들었다.
둘은 묘하게 잘 어울렸다.
일단 덩치가 비슷하지 않나, 그 덕에 거인 남매 따위로 불리기도 했으니.
지금 와서 보니 분위기가 비슷해진 것 같기도 했다.
아우딘의 설교 및 잔소리 이후로 테레사가 있었던 일을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첫 만남을 생각하면 참 어색할 법도 했으나, 엔크리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부드럽게 이끌 줄 알았다.
대화하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면 엔크리드는 상당한 능력자였다.
“다쳤다고 쉬는 건, 같은 처지 같은데.”
“네, 그렇지요.”
“주교를 죽였으니 그쪽에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진 않나?”
“모르겠습니다.”
“대응은?”
“할 수 있는 만큼 할 생각입니다.”
테레사는 의외로 사교 쪽 소식에 밝지 않았다.
그러니 그녀를 통해 어떤 정보를 얻는 건 어려웠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크라이스는 몇 가지 이야기를 듣고서 뭔가를 추측하는 듯하긴 했다.
“요즘은 노래를 배웁니다.”
테레사가 대뜸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특유의 탁성이다.
거친 나뭇결 같다고 볼 수 있으나, 엔크리드는 감각 기예를 통해 발달한 청각으로 상대의 목소리가 가진 장점을 엿봤다.
‘탁성이지만.’
매력적인 목소리다.
거친 나뭇결이지만, 그대로 테이블로 만들면 멋들어진 가구가 될 듯한 그런 목소리 말이다.
엔크리드 자신은 노래에 재주가 없지만, 돌아다니며 주워들은 노래가 꽤 있었다.
개럿의 목소리가 답지 않게 꽤 맑고 고왔으니, 탁성인 테레사와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넌 대장이 구르는데 뭐 했냐?”
“싸웠다.”
“그러니까 어디서 싸웠냐고, 너 일부러 말 그렇게 하냐?
아, 맞는 거 좋아하지, 너?”
“안 좋아한다.”
“그래, 그래, 가자.
우리 맞자, 아니 대련하자.”
한쪽에선 렘이 기다렸다는 듯 둔바켈을 미친 듯이 갈궜다.
라그나는 구석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그 또한 몸을 회복하는 중이었다.
그사이 연회를 여느니 마느니 하는 말들이 오갔고, 엔크리드는 기본적인 훈련 외에는 휴식에 집중했다.
휴식에는 궁리와 복기, 부대원과의 대화 같은 것들이 있었다.
끼니는 야무지게 챙겨 먹었다.
“장어라는 놈이 배달되면 꼭 먹어 봐라.”
이렇게 추천까지 해 줬다.
옆에서 라그나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본 렘이 관심을 보였다.
“저 까다로운 혓바닥이 인정하는 거요?
장어는 나도 먹어 봤는데.”
“양념이 달라.”
엔크리드는 막사 내에 묘한 기류가 흐르는 걸 느꼈다.
라그나와 렘이 서로 소 닭 보듯 무심히 외면하는 광경은 여러 번 보였다.
긴장감 비슷한 게 흘렀다.
이런 일이 어디 한두 번이었을까, 엔크리드는 가뿐히 무시했다.
“연고다.”
시나르가 간간이 들리더니 또 연고를 줬다.
“요정족 보물 창고라도 털어 온 겁니까?”
“어떻게 알았지?”
엔크리드는 요정식 농담에 익숙해졌기에 능숙하게 받아쳤다.
“감으로 알았습니다.”
“그 감으로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다고 들었다.
훌륭하다.”
시나르는 시답잖은 말과 함께 휙 사라졌다.
실제 저 연고는 직접 만드는 거다.
손때가 묻은 작은 질그릇에 담긴 연고에서 엷은 풀냄새가 났다.
그릇은 낡았으나, 안에 든 것에선 새것의 냄새가 난다는 거다.
그러니 직접 만드는 거지.
시나르가 떠난 뒤에도 일상은 변함이 없었다.
엔크리드는 시간이 남을 때마다 제 안으로 파고들었다.
익히고 배운 것을 되새겼다.
실제 몸을 격하게 움직이지 못하니 어쩌겠나.
머리라도 미친 듯이 굴릴 뿐이다.
이번에 얻어 낸 것들이 적지 않았다.
‘감을 활용하는 건, 싸움에서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충분히 가능할 듯했다.
넓게 보면 전장에서 승패의 기점을 파악하는 직관성이 되지만.
‘마주해서 싸우는 적에게 집중하면 다른 방식으로도 쓸 수 있다.’
이미 공왕 기사단의 기사란 작자를 통해 증명한 사실이다.
야수의 심장을 통한 대담함, 감각 기예로 이뤄진 예민함, 여기에 집중력까지 있으니.
부족한 건 무엇인가.
궁리는 파악이다.
자신의 현재를 직시하는 눈을 기르는 힘이었다.
이걸 수천 번은 해 왔기에 엔크리드는 금세 자신의 부족함이 무엇인지 알았다.
정확히는 지금 필요하고 현재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줄 알았기에, 쉽게 답이 나왔다.
지금 필요한 것, 사고의 순발력이다.
상황, 순간, 현상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여러 가지를 재빨리 생각하되 최선을 선택해 실행하는 거다.
단순히 감각의 영역이 아닌, 생각하는 것 자체에 익숙해져야 했다.
‘직감이 아니라.’
사고의 과정을 축약하는 거다.
실제 ‘감으로’란 세 글자에는 경험으로 인한 직관이 함유되어 있었으니.
결론은 사고의 순발력이라 이거다.
감에만 의지하면 기만하는 검에 당한다.
그동안 발렌 식 용병검을 활용해 얼마나 많은 이득을 봤던가.
엔크리드는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언제든 똑같이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항상 염두에 뒀다.
당연했다.
어릴 적, 천재 소리를 들으며 마을 밖으로 나온 후론 수없이 치이고 치였던 삶이었다.
반복하고 단련하는 게 몸에 붙은 이유이기도 했다.
한 번 불이 붙은 생각은 꺼지지 않고 타올랐다.
엔크리드가 그리 자신 안에 침잠하는 사이 바깥에선 일이 생겼으나 알 바 아니었다.
아니, 들리지도 않았다.
“누구를 찾아와?”
어렴풋이 들리는 외부 소리를 무시한다.
엔크리드는 자신의 더 안으로, 더 깊게 파고들었다.
‘기사.’
그 작자의 검이 몇 번이고 떠올랐다.
검의 궤적을 읽어 내는 게 전부였다.
호흡조차 읽을 수 없어서 죽음을 대가로 수없이 보고서야 반응할 수 있었다.
‘무엇이 다르지?’
다름은 알겠다.
다만, 그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빠져들고 파헤치니, 느껴지는 것 또한 있었다.
반복된 오늘을 넘어섬으로 엔크리드는 색다른 시야를 가졌다.
아이를 구하는 것에 필요한 빠름은 무엇이었나.
전략이란 이름의 벽을 넘는 데 필요한 건 인지였다.
기사의 검은 절망이라 했다.
그건 절망이되 절망이 아니었다.
넓어진 시야와 기사를 상대해 본 경험.
그건 엔크리드의 안에 있던 무언가를 깨웠다.
기사의 검을 넘어서기 위해 관점을 바꿨다.
막는 게 아니라 먼저 때렸다.
‘한 번’이라는, 상대가 걸어 둔 조건을 넘어서는 방법이다.
‘아.’
작은 깨달음이 불꽃처럼 떠오르고 스러지고 다시 떠올랐다.
인지한 순간, 엔크리드는 스스로 변화를 촉구했다.
아이를 구하겠다고 땅을 박차며 얻은 건 무엇인가.
‘순간의 윌.’
타인의 시선이 돌아서는 짧은 틈을 파고들 속도가 필요했다.
그렇게 ‘윌’이 깃들었다.
전략이란 틀에 갇혔을 때도 같다.
불길함의 족쇄와 회피의 감, 공격 의도를 감각 위에 얹는 것, 전부 다른가?
아니다.
같다.
감각 기예 안으로 스며들고 섞는다.
뭉쳐서 주물러서 하나로 만든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감’을 얻었다.
그 안에 ‘윌’이 조금도 관여하지 않았나?
아니, 했다.
느껴진다.
의지력이, ‘윌’이 자신의 의도 위에 덧씌워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위압을 이겨 내기 위해 거절을 깨달은 것과 같았다.
기사의 검을 받아 내기 위해 일궈 낸 짓누르는 검은 어떤가.
여기서 엔크리드는 고민했다.
큰 한 걸음을 내딛을까?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그게 옳은 길인지는 모르겠다.
앉은 채로 눈을 감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잠이 들었는지 사공이 보였다.
“하던 대로 해라.”
사공은 얼굴만 흐릿하게 떠오르고 사라졌다.
조언인가, 아니면 훼방인가.
엔크리드의 감은 이런 순간에도 발동했다.
조언으로 들렸다.
엔크리드는 이정표를 세워 걸었다.
한 걸음씩 꾸준히, 하던 대로 하기로 했다.
그게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정리하고 눈을 뜨니.
“거, 툭하면 잠드는 버릇 좀 고치는 게 어떻수?”
렘의 말이 들렸다.
자기도 모르게 또 자신을 잊고 검의 세계에 빠져든 거다.
“얼마나 됐냐?”
“이틀이요.”
답은 크라이스가 됐다.
그런데 문제가 그게 아닌 듯했다.
“성주께 빨리 가 보는 게 좋겠는데요.”
“왜?”
“어제부터 기다린 사람이 있거든요.”
엔크리드는 대강 상황을 살폈다.
자신은 막사 안에 있고 아우딘이 보이지 않았다.
감각 기예로 발달한 청각이 저 멀리서 아우딘이 누군가와 대화하는 걸 알려 줬다.
“어제는 내가 막았수다.”
렘이 말을 보탰다.
뭔가 불퉁한 태도였다.
엔크리드는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또 침 흘리며 자신을 잊고 검의 세계에 빠져드니, 그걸 방해하지 말라고 부대원이 나선 듯했다.
그런데 그걸 알면 그레이엄 성주도 놔뒀을 텐데?
어지간한 위인이 오지 않고서야 자신을 이리 불러낼 리가 없었다.
“누가 왔는데.”
엔크리드가 일어나며 물었다.
“몰센 백작이요.”
답은 크라이스가 했다.
“직접?”
“네.”
크라이스의 말에 엔크리드가 걸음을 옮겼다.
변방의 왕, 야망을 품은 괴물이자 귀족이다.
여기까지 왔다면 꿍꿍이가 있을 법했다.
“딱 대장 보러 왔다고 했거든요.
조심해야 합니다.”
크라이스가 경고했다.
귀족이 이틀이나 기다려 줬단다.
여기서 더 버티는 거야, 뭐 필요하다면 할 수도 있지만, 아둔한 일이었다.
엔크리드는 검에 미치긴 했으나, 멍청하진 않았다.
어느 쪽이 더 편한 길이라는 건 알았다.
배가 좀 고프긴 했지만 머리는 맑았고, 몸 상태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잠깐만요.”
엔크리드가 빠른 걸음으로 나서니, 크라이스가 쫓아왔다.
할 말 있으면 알아서 쫓아오겠거니 하는 생각에 곧바로 병영 앞으로 향했다.
그곳엔 아우딘과 함께 긴 흑발이 돋보이는 얇은 털 코트를 걸친 여자가 보였다.
에스터였다.
“표범으로 지내기 지겨웠나?”
그 털이 참 부드럽고 따뜻했는데.
엔크리드가 던진 말에 에스터가 고개를 돌렸다.
“원해서 짐승이 된 게 아니다.”
까칠했다.
평소와 같다는 말이다.
아우딘의 앞에는 사나운 인상의 남자와 비늘 갑옷을 입은 여자 하나가 보였다.
여자는 반쯤 눈을 감고 있었는데 눈에서 묘한 빛이 나오는 듯했다.
남자는 바위처럼 단단해 보였고 여자는 곧은 자세로 서 있었다.
여자의 뒤로 줄줄이 몇 명의 병사가 더 보였다.
“이야기를 듣고 가시라니까.”
뒤에서 크라이스가 말하고 엔크리드를 발견한 여자가 입을 열었다.
눈으로 얼굴과 몸을 훑으며 하는 말이다.
“그대가 엔크리드란 종자인가?”
“네, 맞는데, 그쪽은?”
“자매님, 보십시오, 기다리니 나오시지 않습니까.”
아우딘이 끼어들고.
“이틀째다, 백작님을 기다리게 하다니.”
남자가 바위 같은 입을 움직였다.
어금니를 깨물자, 턱 근육이 조여지는 게 보였다.
어지간한 돌도 씹을 것 같은 근육이었다.
주 무기가 이빨인가.
병영 앞이었다.
근무를 서는 병사는 난감해하나, 아우딘은 덤덤하게 평소와 같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허허, 나왔으니 됐지요.
형제님.”
“이 땅에서 백작님의 이름을 가볍게 보는 건가?
그러다 일 치른다.
너 덩치 큰 놈.”
남자가 경고했고, 엔크리드는 그사이 아우딘의 앞에 섰다.
아우딘은 쉬이 화내지 않으나, 그렇다고 상대의 도발을 넘기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걸 잘 알기에 자신이 나섰다.
안 말려도 냅다 두들겨 패진 않겠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다.
자신이 나왔으면 된 거 아닌가.
“결례했습니다.
이제 가시죠.”
“이쪽이 먼저일 것 같은데.”
그러자 허리를 곧게 편 여자가 말했다.
둥근 투구를 옆구리에 끼고 두꺼운 모피 망토를 두르고 있는데 눈 색깔이 묘했다.
동공이 하얗게 빛났다.
“눈에 주문을 담은 일족이다.”
뒤에서 에스터가 말했다.
그런 일족도 있나.
엔크리드는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그래서?
눈에 주문을 담은 게 중요한 건 아닐 텐데?
물론 그 이유로 에스터가 여기 나선 것 같긴 했다.
상대에 마법사가 있으니 신경 쓰였을 수도 있으니.
엔크리드의 추측이 맞았다.
에스터는 상대가 혹 어설픈 수작을 부리면 대가를 치르게 할 요량으로 나섰다.
어디서 같잖은 주문을 외우려 한단 말인가.
엔크리드는 오른손 검지로 턱을 긁었다.
이 모든 게 자신을 방해하지 않으려 그런 거라니, 그 또한 놀랄 따름이고.
‘아니, 이제 놀랄 것까진 아닌가.’
이들이 이렇게 행동하리라는 것, 이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 않나.
맞는 말이었다.
눈에 주문이 담긴 여자가 재차 말했다.
“바이사르에서 나왔다.
그대에게 용무가 있는 분이 기다리신다.”
나우릴리아 왕국에는 귀족이 얼마나 있을까.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 사이에서 엔크리드는 속된 말로 하자면 촌놈에 가까웠다.
수도에 간 적은 있지만, 머물기에는 물가도 비쌌으며 할 수 있는 일도 적었다.
변방을 떠돈 이유다.
괜히 해안가 구석까지 가서 검술 교관을 만난 게 아니었다.
그런 엔크리드도 센터폴, 엄지 가문 그러니까 왕국을 구성하는 다섯 개의 가문은 안다.
마커스의 본가였다.
바이사르 후작가, 이명으로 센터폴 또는 엄지 가문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수도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문이라 이거다.
마커스가 돌아왔다면 이런 방식은 아니었을 테니.
다른 사람이 왔을 테고.
엔크리드는 몇 마디 말로 상황을 인지했다.
사고의 순발력은 이런 순간에도 쓰였다.
생각의 과정을 축약하고 답을 정해 행동했다.
“같이 보시죠.”
둘이 노리는 바가 뻔해 보였기에 이렇게 해도 상관없을 듯했다.
아니, 이게 자신에게는 더 나으리라 생각했다.
그 말에 바위 턱과 눈깔 주문이 서로를 바라봤다.
둘 다 더 기다릴 수 없다는 건 확실했다.
지금까지도 사정을 많이 봐준 거였다.
전쟁 영웅, 기사가 될지도 모르는 자라는 말이 없었다면 절대 기다리지도 않았을 터였다.
곧 둘의 고개가 끄덕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