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Knight Who Eternally Regresses RAW novel - Chapter (393)
393. 몽둥이 대신 두 주먹으로
라이칸스로프가 된 남자의 이름은 로날드였다.
로날드는 인간일 적에도 사람을 죽이거나 몸을 해체하는 걸 취미로 삼은 변태였다.
“재밌잖아.”
a
게다가 그는 자신이 하는 짓에 재미를 느끼는 것을 부인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당연한 결말이었다. 로날드는 현상금 사냥꾼에게 쫓겼고, 죽기 직전까지 몰렸다. 그때 몰센 백작을 만났고 마물의 힘을 받았다.
로날드는 그걸 행운으로 여겼다.
마물의 힘이 들끓어 팔과 다리로 이어진다. 쿵쿵 뛰어 대는 심장이 전신에 피를 공급했다.
힘이 넘쳤다. 넘쳐흘러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당장 누구라도 사지를 찢어 내장을 파먹고 싶었다. 피를 마시고 싶었다. 뼈를 어금니로 깨물어 부수고 싶다.
욕망이 요동치며 솟구쳤고, 그게 눈에 드러났다.
“크흐흐흐우우우우!”
웃음소리와 하울링이 섞였다.
참지 못해 외치는 괴성이다. 앞에서 버티고 선 병력 무리가 보인다. 겁에 질리지 않은 척 버티는 거다.
그보다 앞에서 팔을 들고 뒤로 뻗는 덩치가 있다.
질겨 보이지만, 괜찮다. 자신의 날카로운 송곳니라면 무엇이든 찢고 가를 수 있으니까.
마구잡이로 씹어 주리라.
그리고 도시로 들어간 다음, 겁에 질린 채 숨어서 지켜보는 것들 중 어린 여자만 골라 죽이고 살점을 씹을 것이다.
“끼힛!”
기대감을 삼키며 손톱을 세우고 달려드는 순간이었다.
훙.
바람이 밀려들며 안면을 때렸다. 반응할 수 없는 속도였다. 로날드의 힘은 전보다 배는 강해졌기에 속도 역시 그만큼 빨라졌으나, 아우딘에게는 그게 그거였다.
꽝!
전속력으로 내달린 마차 두 대가 부딪친 것 같았다.
라이칸스로프 무리의 하울링 사이로 굉음이 터졌다. 조각조각 부서진 놈의 머리통이 사방으로 튀었다.
아우딘은 왼손은 펴서 칼처럼 세우곤 오른손을 뻗어 멈춘 자세로 멈췄다.
오른손에 낀 징 박힌 가죽 건틀렛에서 검붉은 액체가 뚝뚝 떨어졌다.
본래 그가 몽둥이를 쓰는 이유는 두 주먹을 쓰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막지 못하면 끝장납니다.”
크라이스가 말하지 않았던가.
자신의 뒤, 보더 가드란 도시에 있는 모두가 죽을 것이다.
손에 자비를 두지 않을 이유가 또 있다.
인간이되 마물의 삶을 택한 말종 무리가 상대였다.
주께서 말하길, 인간이 인간임을 포기한다면 그들이 있을 곳은 오롯이 주의 곁일 뿐이라.
주의 곁에서 용서를 구하라.
주의 곁에서 심판을 받아라.
무려 성전에 쓰인 말이다.
“내 왼손은 칼이요, 오른손은 바위니.”
아우딘이 중얼거렸다. 멈춘 채로 움직이며 읊조리듯 계속 말했다.
“아버지께서 보우하사 두 손에 자비를 담지 말라 하셨으니.”
살육의 욕망에 취한 라이칸스로프 무리는 겁을 잊은 채로 달려들었다. 인간의 이성을 잃었기에 그랬다.
정면에서 이끌던 놈이 피떡이 돼서 날아갔지만, 그걸 봤음에도 마성에 사로잡힌 머리통은 그걸 인지하지 못했다.
그들 앞을 아우딘이 막듯이 다가갔다.
한발 한발 땅을 지르밟으며 나아간다. 앞을 막는 게 무엇이든 쳐 내고 부술 전차처럼 보이는 걸음이었다.
그는 그대로 우직하게 나아갔다.
“한때 인간이었으나.”
기도하며 왼손으론 달려드는 놈을 내리친다. 왼손은 칼이다. 손날이 사선으로 그어지자, 안대를 낀 라이칸스로프의 머리통은 손날이 그은 궤적에 따라 잘렸다.
푸왁 하고 피가 솟는다. 죽었으나 달려오는 힘이 남아 그대로 아우딘을 덮쳤다.
아우딘은 왼발을 축으로 몸만 살짝 틀어 피했다. 머리통이 잘린 라이칸스로프는 바닥에 고꾸라지며 주르륵 밀렸다.
꽝!
머리통이 잘린 놈이 바닥에 널브러져 채 멈추기도 전에 굉음이 터졌다.
아우딘의 오른손이 바로 뒤에서 달려들던 놈의 가슴팍을 때렸기에 난 소리다.
주먹을 맞은 자리에선 내장 조각, 뼈, 살점, 피 모든 게 섞여 방사형으로 퍼졌다.
오른손이 때리고 빠져나간 자리에는 인간의 주먹으로 만들었다곤 믿을 수 없는 구멍이 생겼다.
“이제는 마물이 된 것들을 올려보내나니, 이들의 죄가 무엇인지 알리고 심판하소서.”
기도를 끝내기 전까지 아우딘은 왼손을 세 번, 오른손은 네 번 휘둘렀다.
그렇게 라이칸스로프 세 마리의 몸 어딘가가 잘렸고, 네 마리는 어딘가가 부서졌다.
막 그렇게 기도를 끝낸 참이다.
아우딘의 왼편으로 허스키한 음성이 뒤따라와 붙었다.
“용서와 심판은 주의 일이니.”
테레사가 방패를 수평으로 들며 이어서 기도하는 소리였다.
그녀는 그대로 왼손을 뒤로 뺐다가 앞으로 뻗었다.
방패가 훙 소리와 함께 허공을 격하고 날아갔다. 화살보다 빠르다고 할 순 없으나 테레사의 몸을 반이나 가리는 큰 방패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그렇게 날아간 방패 모서리가 앞에 있던 라이칸스로프 한 놈의 허리를 쪼갰다.
날카롭게 갈아 둔 방패 모서리가 테레사의 힘과 만나니, 그것 자체로 명검이나 다름없었다.
줄을 당기자 방패는 퉁 하고 다시 테레사의 손으로 돌아왔다.
그사이 옆에서 다른 놈이 달려들었으나 테레사는 방패를 당기는 동작을 하면서도 달려든 놈의 정수리를 검면으로 때렸다.
쩡!
혼혈 거인의 힘이 라이칸스로프의 머리통에 작렬했다.
우직- 하며 두개골이 부서지고 잘린 혀와 부러진 이빨 등이 빨갛게 물들어 튕겨 나갔다. 으깬 감자가 된 머리통에서 검붉은 피가 콸콸 쏟아졌다.
새로이 중갑보병대를 책임지는 지휘관을 비롯한 몇몇이 그걸 보았다.
그들은 알면서도 놀랐다.
저게 인간이야?
아우딘이 작정하고 싸우는 건 처음 보는 거긴 했다.
인간이 두 손으로 저럴 수 있는 건가?
양손에 낀 건틀렛이 터지고 부서졌으나 아랑곳하지 않으며 오른손 주먹과 왼손을 휘두른다.
무슨 파쇄기 같았다. 달려들던 라이칸스로프 무리가 순식간에 갈린다. 움직이는 고깃덩이가 된 것처럼 잘리고 터지고 박살이 났다. 그 옆으로 테레사가 방패와 검을 들고 움직였다.
오십 마리의 라이칸스로프라면 어지간한 도시에서 맞이하기도 부담스러운 병력이었다.
그 위협이 단 두 명의 손 앞에서 찢어지고 부러지고 깨졌다.
지켜보던 상비군 지휘관 중 하나가 고개를 좌우로 털고 크게 외쳤다.
“전원 돌겨어억!”
승기를 잡았을 때 나가라.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었다. 전령으로 내려온 왕눈이 놈이 귀에 피가 날 정도로 강조한 내용이었다.
“뭘 보든 놀라지 말고 앞으로 나갑니다. 진형을 흐트러지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밉니다.”
“적이 후퇴해도?”
“진형을 유지하는 겁니다. 그게 중요합니다. 쫓는 건 그다음이라고!”
크라이스란 미친 새끼는 말이 너무 많다. 하지만 말이 많은 것과 별개로, 지휘관은 그 명령에 충실했다.
모든 건 성주 그레이엄의 재가를 받고 진행된 일이니.
무엇보다 이 모든 일이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를 지키는 일이었다.
전면에 나선 부대원 중 태반은 보더 가드가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이들이었다.
크라이스는 일부러 그런 이들만 내보냈다.
병력이 앞으로 진격하되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잘 훈련된 병력이란 방증이었다.
당연하게도 몰센 백작군을 이끄는 지휘관의 눈에도 그게 보였다.
무슨 전투가 화살 한 발도 없이 주먹질로 시작해서 진군하는 거로 끝난단 말인가?
‘이게 뭔데?’
그가 아는 상식에선 한참이나 벗어난 전투였다.
백작이 보낸 이는 뛰어난 지휘관이라 하기엔 모자라지만, 그래도 제 몫은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여기서 그나마 제일 나은 선택을 했다.
“후퇴! 후퇴하라!”
준비한 칼이 꺾였으니 재정비가 필요했다. 그대로 군대를 뒤로 물려 도망갔다.
딱 크라이스가 바라는 대로였다.
여기까지다. 더 밀어붙여서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어림도 없다.
당장 몰센 백작이 준비한 병력 중 극히 일부만 여기에 왔을 터다.
그러니 시간을 벌면 그만이었다.
물러가는 적군을 보며 크라이스는 생각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니냐고.’
백작이 이미 왕궁까지 집어삼키고 온 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그랬다면 굳이 보더 가드를 칠 필요가 없다. 이건 기습에 가까운 습격이었다.
‘내가 왕궁을 먹었으면 충성 맹세부터 하라고 하겠지.’
포위한 상태에서 하면 더 효율적인 제안이 되긴 할 것이다.
상대의 선택지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제안 아니겠나.
하지만 상대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건 보복.’
보복의 대상은 누구인가.
여기서는 머리를 쓸 필요도 없었다.
백작과 엮인 사람이 도시 내에 누가 있을까.
성주인 그레이엄?
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도시를 지키겠다 선언했을 뿐이다.
크라이스도 눈치가 있고 감이 있었다.
‘대장이 엮인 건 아닐까?’
작은 의심이지만, 내심 확신하는 의심이다.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으니 무조건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높은 확률일 것이다.
‘골치 아플 것 같은데.’
딱 봐도 내전, 전쟁이다. 거기에 백작이 내세운 게 무엇인가.
라이칸스로프 오십 마리다.
인간이 갑자기 늑대로 변했다. 보는 순간 오줌이 마렵지 않으면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크라이스의 기준으로 엔크리드를 비롯한 몇몇은 사람이 아니었다.
괴물이지.
그들이라면, 지금과 같은 무리를 본다고 해서 겁을 집어먹기는커녕 신나서 뛰쳐나가지 않을까 했다.
그것도 아니면 귀찮아서 덤비는 놈만 죽일지도 모르고.
어쨌든 백작은 위험한 전력을 그냥 드러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게 비장의 한 수가 아니라는 것.
즉.
‘저게 끝도 아니라는 거지.’
인간에서 마물로 변하는 건 검은 칼 도적단을 치며 봤던 놈들이다. 크라이스도 안다.
배후에 몰센 백작 본인이 있었다는 걸 선언하는 듯한 병력이었다.
‘거기에 영지군의 훈련도 뛰어나고.’
라이칸스로프랑 어깨동무까진 아니더라도 함께 진격했으면 놀랄 법도 하지 않나? 그럼에도 묵묵히 잘 물러난다. 진형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런 순간을 대비한 것처럼 보였다.
저들이 뒤에 뭘 숨겨 뒀을지 모르니 쫓는 건 다음으로 미뤘다.
아니, 쫓으면 안 된다.
머리로 알았고 가슴에서도 그리 말했다.
다행히 상대 병력은 유유히 물러났다.
“거인 남매!”
누군가가 아우딘과 테레사의 별명을 읊었다.
아우딘은 묵묵히 손에 묻은 피를 털고 망가진 건틀릿을 벗는 중이었다.
두 손으로 이뤄낸 일에 비해 주먹에는 생채기 몇 개가 전부였다.
둘의 앞에서 죽은 라이칸스로프의 사체만 마흔 구가 넘었다.
나머지 열댓 마리는 둘을 지나쳐 달렸고, 새로 편제된 장창 방패 부대가 막았다.
그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장창으로 거리를 벌리고 방패로 자신을 숨겼다.
분대가 하나가 되어 손발을 맞춘 전술이다.
동부 대륙의 용병왕이 흔히 부리는 소규모 전투 대형으로, 최근에 합류한 용병 출신 지휘관의 작품이었다.
그렇게 고슴도치가 된 분대 하나가 늑대인간을 한 마리씩 차분히 찌르며 쳐 내고 죽였다.
아우딘과 테레사 정도는 아니지만, 혼자서 늑대 인간 한 마리 정도는 죽일 실력자도 여럿 있었다.
그러니 당연한 승리다.
크라이스는 이번 전투로 보더 가드가 가진 전력이 여기저기 퍼지리라 예상했다.
‘아즈펜이고 뭐고 간에 전력 분석을 할 텐데.’
지켜보는 눈과 귀 전부를 막을 수는 없을 테니, 보더 가드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는 게 알려지는 건 금방일 것이다.
그게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될까?
‘당연히 도움이 되지.’
힘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은 건 너무 당연한 말 아닌가.
크라이스는 그리 한숨을 돌린 뒤에 다음을 준비했다.
‘백작의 목표는 왕궁이다.’
보더 가드를 삼키면 좋겠지만, 어지간하면 어렵다는 걸 알려 줬으니 그의 다음 걸음이 왕궁으로 향한다는 걸 예상하는 건 어린이 손에서 사탕 빼앗는 것만큼이나 쉬웠다.
그러니 그걸 위한 대비를 여기서도 해야 할 것이다.
크라이스는 이 모든 걸 그레이엄에게 말했다.
그레이엄은 고개를 끄덕였다.
“왕궁으로 가장 빨리 나는 새를 보내겠다.”
시작하기 무섭게 끝난 싸움의 뒤, 크라이스는 상당히 처절한 내전이 예정되어 있음을 직감했다.
몰센 백작이란 인간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만약 자신이라면.
‘확신 없이는 나서지 않을 테니까.’
백작 또한 이길 자신이 있으니 나섰을 거다.
그에게 보더 가드를 찔러 보는 건 그야말로 가벼운 장난 같은 거였을 테니.
“하여간 어디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겁니까?”
크라이스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제 대장이 무슨 짓을 하고 있을지 유난히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으니.
* * *
“뭡니까, 이건?”
잠에 들었고, 눈을 떴다. 엔크리드는 배 위에 올려진 처음 보는 도구를 바라봤다. 테이블이다. 의자다.
나룻배가 전보다 배는 커진 듯했다.
“얘기를 나눠 볼까 한다. 너와.”
의자는 둘, 맞은편에 앉은 사공이 말하며 후드를 뒤로 젖혔다.
그 안에선 이전에 봤던 갈라진 황무지와 같은 회색 피부와 보라색 눈이 보였다.
램프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사공의 두 눈이 램프와 같은 빛을 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