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odern Man Who Got Transmigrated Into the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21
21 章>
높다란 신장, 장대한 체구.
송충이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노년의 장한이 포양호의 대흑객잔을 찢을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산발한 머리 사이로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강렬한 안광.
여기저기 찢겨진 무복 사이로 드러난 강철 같은 근육.
가히 남신상(男神像) 같은 위용!
새치로 뒤덮인 그의 잿빛 머리칼로 미뤄 보아 오십의 세수는 넘은 것이 분명한데 그 육체만큼은 이십 대의 젊음을 능가하고 있었다.
그런 육중하고 강건한 그의 체구에 질렸는지, 객잔 앞을 지나는 사람들이 연신 눈치를 살피며 시비를 피하고 있었다.
곧 노년 장한의 입에서 우레와 같은 음성이 터져 나왔다.
“일룡아! 이 배은망덕한 제자 놈아! 이 사부가 왔느니라! 썩 나오지 못할까!”
이 노인은 다름 아닌 녹림대왕(綠林大王) 철웅패(鐵熊覇).
단 두 주먹으로 녹림을 일통한 절대자이자 그 유명한 진무역천권(眞武逆天拳)의 주인공이었다.
그 거한인 장일룡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큰 철웅패가 더욱 크게 고함을 질렀다.
“빨리 나오지 못하겠느냐! 꼭 내가 다 부숴야 나올 참이냐!”
그때, 객잔의 주렴을 걷으며 장일룡이 뛰쳐나왔다.
귀신을 본 듯한 창백한 얼굴.
심지어 맨발이다.
“아, 아니 사부님이 여긴 어떻게?”
순간, 철웅패의 신형이 흐릿한 잔상과 함께 푸슉 꺼졌다.
“아악! 놔, 놔요!”
그야말로 놀라운 장면!
그 거대한 체구의 장일룡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철웅패가 장일룡의 뒷덜미를 움켜잡은 채 허연 이를 가득 드러냈다.
“강호에 녹림의 녹음(綠陰)이 닿지 않은 곳이 존재하더냐? 내 남궁 놈의 체면을 보아 지금까지 참아 왔다. 한데 이제는 이판사판이니라!”
순간, 철웅패의 두 눈이 용암처럼 이글거렸다.
“그래. 정파인이 되셨다고?”
“히익!”
기겁하며 눈을 감는 장일룡.
사부가 저런 눈이 되면 꼭 구타가 뒤따른다.
“아, 아니 그게 아니고요. 내 말 좀 들어…….”
“위대한 정파 협객께서 녹림도에게 비굴하게 굴종하려는 것이냐?”
뚜둑뚜둑.
철웅패가 고개를 좌우로 꺾으며 천천히 몸을 풀자 장일룡이 발악하듯 외쳤다.
“에잇 싯팔! 내가 이래서 도망쳤지! 뭔 말도 들어 보지도 않고 또 때리려고? 아니 내가 무슨 개요? 왜 허구한 날 복날에 개 맞듯 두들겨 맞아야 하는데!”
피식.
철웅패가 자신만큼이나 무식한 제자의 근육들을 살폈다.
“그래서? 네놈의 영세철갑신이 쓸모없다 그것이냐?”
영세철갑신(永世鐵甲身).
무식한 구타가 기본 수련법이라는 희대의 외공법.
진무역천권과 짝을 이루는 이 엄청난 외공은, 그 수련의 난이도가 너무 높아 백 년 내 대성한 자가 아무도 없었다.
때문에 철웅패는 장일룡에게 거는 기대가 아주 컸다. 이 짐승 같은 제자 놈의 놀라운 회복력은 인간의 수준을 벗어난 것이었다.
“그래. 아직 여물지 않은 네놈의 조문을 파괴해 주리? 이 사부가 준 것이니 거둬 가도 할 말은 없을 터.”
조문(照門).
외공을 익힌 무인들의 숙명과도 같은 약점이다.
적에게 조문이 발각된 외공의 고수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조문의 방어를 항상 염두에 둬야 했기 때문에 공수의 수발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영세철갑신도 물론 조문이 있었다. 허나 대성(大成)만 할 수 있다면 그런 조문이 사라진다.
전설의 금강불괴(金剛不壞).
그 소림의 위대한 외공에도 절대 꿀리지 않는 것이 영세철갑신이다.
그 순간 어디선가 여인의 뾰족한 귀곡성(?)이 들려왔다.
“꺄악! 남궁이닷!”
객잔의 꼭대기 지붕 위.
풀어진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호들갑을 떨고 있는 창백한 얼굴의 여인.
그녀의 시선이 닿아 있는 곳에는 삿갓을 깊게 눌러쓴 한 쌍의 장년인들이 이제 막 객잔 앞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순간, 철웅패가 상대가 패용하고 있는 검을 살피더니 이를 가득 깨물었다.
“제왕신검(帝王神劒)!”
나직이 한숨을 쉬던 장년인, 창천검협 남궁수가 삿갓을 들어 올리며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철웅패?”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인다!
지금 철웅패의 눈빛이 바로 그랬다.
이 주 전 흑천련이 갑작스럽게 병력의 해산을 통보해 왔다.
배에 몸 한 번 실어 보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해산이라니?
당천포에 투입된 녹림의 병력은 자그마치 칠천(七千). 그런 엄청난 병력을 동원해 물이 불어나기만을 기다리며 두 달 이상이나 숙영해 왔다.
칠천의 병력을 두 달 이상 먹이고 재우는 데 필요한 은자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번 출정에 그야말로 사활을 건 것이다.
녹림의 입장에서는 안휘를 접수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다.
한데 그 모든 계획을 백지화하자고?
뭔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열불이 터지는 심정을 도저히 주체할 수 없어 욕지거리를 내뱉을 무렵, 흑천련의 사자(使者)는 더욱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왔다.
동맹 파기.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싶어 몇 번이나 흑천련의 사자를 닦달했다.
그러나 흑천련의 사자는 분명하게 동맹 파기를 확언해 주었다.
아니 지들이 먼저 굽히고 들어와 동맹하자 해 놓고 이제 와서 뒤엎자고?
그 고루한 녹립십칠웅(綠林十七雄)들을 밤낮으로 설득하여 겨우 녹림의 뜻을 하나로 모은 이 판국에?
철웅패는 흑천련 사자를 일권(一拳)에 가루를 만들고 싶었지만 겨우 마음을 추슬렀다.
그 후 강서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즉각 수하들을 파견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곧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미 창천검협 남궁수의 활약상, 그 소문이 퍼질 대로 퍼져 있었던 것.
그 괴이한 소문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지만, 모든 사건의 중심에 창천검협이 있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철웅패의 주위로 진득한 투기(鬪氣)가 피어올랐다.
“어이, 창고 털이범.”
창천검협 남궁수가 허탈하게 웃었다.
자신을 잡범 취급하는 철웅패였지만 기이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다.
“모두 오해일세.”
“오해?”
철웅패가 두 주먹을 굳세게 움켜쥔다.
곧 그의 전신 근육이 격렬하게 꿈틀거리다 진무역천권 특유의 묵빛 강기가 그의 두 주먹에 서렸다.
권강지경(拳罡之境).
모든 권사들이 꿈에서 바라 마지않는 경지다. 그의 무위가 화경의 극에 이르렀다는 증표이기도 했다.
“두 번 오해했다가는 녹림이 멸망하기라도 하겠구먼? 한낱 미물도 막다른 길로 내몰리면 독아(毒牙)를 내밀거늘! 네놈은 녹림을 멸하기로 작정한 건가? 이게 무림맹의 뜻인가?”
“…….”
눈이 돌아간 놈에게 해명을 늘어놔 봐야 모두 헛소리로 들릴 터.
나직이 한숨을 내쉬던 남궁수가 천천히 검결지를 고쳐 잡았다.
정(正)과 사(邪) 간에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남궁은 제왕.
오롯이 검으로 말할 뿐이다.
문답무용(問答無用).
곧 광활한 창공의 검세가 사위를 집어삼킨다.
서서히 푸른 서기로 물드는 남궁수의 두 눈.
그 명백한 절대경의 상징 앞에서 철웅패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칠무좌(七武座).
정파무림의 일곱 하늘.
평생토록 녹림을 짓누르는 그 이름.
한때, 비천한 낭인의 삶을 전전긍긍하던 과거, 늘 우러러볼 수밖에 없었던 그 잘난 정도명가.
욱하고 치미는 오기, 그 강렬한 투쟁심이 순식간에 철웅패의 정신을 지배했다.
진무역천권(眞武逆天拳)
제삼권(第三拳).
역천구격세(逆天九擊勢).
꾸르르릉!
철웅패가 강력한 진각을 밟으며 뛰쳐나가자 객잔 앞의 땅거죽이 모두 뒤집어졌다.
아홉 줄기의 치명적인 권강(拳罡)이 그대로 남궁수를 짓쳐 들었다.
남궁수가 여전히 오연한 얼굴로 검을 치켜들었다.
창궁무애검(蒼穹無涯劒)
전사식(前四式).
천뢰암강포(天雷岩罡砲).
순식간에 나타난 수십 개의 검환들이 잠시 허공에 머무르더니, 그대로 포탄처럼 쏘아져 권강 다발들을 맞이한다.
콰콰콰쾅!
강력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호신강기(護身罡氣)를 일으키는 남궁수.
수많은 파편들이 그의 푸르른 호신강기의 기막에 막혀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곧바로 남궁수의 검극이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제왕검형(帝王劒形)
전삼식(前三式) 현현제왕도(玄玄帝王道).
전사식(前四式) 천단무극세(天斷無極勢).
절대경의 무인만이 펼칠 수 있는 오롯한 경지가 장내에 현신(現身)했다.
고절한 의형지도의 기운이 가득한 제왕검형, 그 엄청난 경지의 검식들이 연계초식으로 펼쳐진 것.
저잣거리의 사람들은 싸움 구경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지만 천지사방을 짓누르는 제왕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뿔뿔이 흩어졌다.
현현제왕도.
압도적인 검력으로 일정 범위의 공간을 지배하는 검식이다.
아무리 지고의 무위를 지닌 무인이라 할지라도 제왕의 검력, 현현제왕도의 범위 안에서는 제 힘을 쓰지 못했다. 철웅패도 예외가 될 수는 없는 터.
제왕검형을 잘 아는 자라면, 사백 년 남궁가의 모든 것이라는 제왕검형의 후삼식(後三式)보다도 이 현현제왕도를 더욱 두려워했다.
당혹한 기색으로 가득 물든 철웅패의 얼굴.
내부를 거칠게 휘감아 돌던 패룡심공(覇龍心功)의 기운이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내가진기의 수발이 가닥가닥 끊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가 그렇게 당혹해하고 있는 그때, 거대한 제왕의 검세마저 날아들고 있었다.
천단무극세.
하늘마저 벤다는 그야말로 제왕무극(帝王無極)의 검, 그 오만한 제왕의 검초가 그대로 짓쳐 오고 있는 것이다.
덜덜.
‘……이 정도였단 말인가?’
철웅패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소싯적에 몇 번 부딪힌 것을 제외한다면 정파무림의 칠무좌들, 절대경의 무인과 대적해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곧 철웅패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몸을 웅크렸다.
내가진기가 끊어져 권초로 맞설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믿을 수 있는 것은 무적의 외공 영세철갑신뿐이었다.
팟!
강력한 충격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자 철웅패가 조심스레 실눈을 떴다.
“음?”
내가진기의 수발을 괴롭히던 제왕의 패력이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다. 게다가 맹렬히 짓쳐 오던 검세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철웅패가 잔뜩 구겨진 얼굴로 창천검협 남궁수를 쳐다보았다.
그는 이미 검을 검집에 넣고서 뒷짐을 지고 있었다.
반개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그 무심한 얼굴.
‘이 내가……! 이 녹림대왕이……! 무인으로서의 자존심도 배려받지 못할 정도란 말인가?’
저 고고한 정파 놈이 검세를 거둬들인 의미는 단 하나, ‘자비’다.
마지막 일검이 상대의 목숨을 거둘 거라는 것을 확신했기에 검세를 회수한 것이다.
철웅패는 그 치욕에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개 같은 놈! 끝까지 잘난 정파 나리군!’
너무나도 허탈했다.
절대경과 이렇게까지 차이가 난단 말인가?
화경(化境)의 극(極)을 이루는 것만 해도, 그간 쏟아 온 열정과 집착은 광기에 다름이 아니었다.
잡힐 듯 말 듯한 절대경의 경지, 그 깨달음을 앞에 두고 긴 세월 동안 얼마나 절망했던가.
하지만 어쩌겠는가.
강호의 무인은 오로지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할 뿐.
이미 결투에서 패배한 마당에 또다시 그를 향해 시비를 건다는 것은 무인으로서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철웅패는 고수가 부족한 녹림의 현실, 그 한계를 직접 느끼는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착잡해졌다.
허나 자신의 대제자는 또 다른 문제.
저 절대(絶大)의 재목을 더 이상 방관할 수는 없었다.
장차 십만 녹림도의 비원을 이뤄 줄 아이.
“흥! 가자!”
또다시 목덜미가 잡힌 장일룡이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질렀다.
“아! 전 대산(大山)을 나왔다고요!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대산을 나왔다?
그런 고약한 제자의 언사에도 속이 뒤집어졌지만, 창천검협 남궁수를 흘깃거리며 흠모하는 태를 역력히 드러내는 그 눈빛이 더욱 괘씸했다.
퍼퍼퍽!
콰쾅!
장일룡이 찰진 타격음과 함께 저 만치 날아가 후원 한편에 처박혔다.
한동안 흙더미에 파묻혀 꿈틀거리던 장일룡이 흙 밖으로 솟구치며 역팔자의 눈썹을 했다.
“싯팔! 이게 무슨 제자냐고! 정파 놈들처럼 제자 사랑? 내가 그 정도는 바라지도 않아요! 아니 근데 이건 좀 정도가 지나치지 않나?”
철웅패가 자신의 손을 매만지며 다채로운 표정을 했다.
“……반탄지기?”
살면서 이토록 놀라운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반탄지기(反彈之氣).
외공의 경지상 금강불괴의 바로 전 단계로, 결코 저 나이에 이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외공에 관한한 가히 천고의 기재라 할 수 있는 장일룡의 재능이 또 한 번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허나 어디 재능만으로 무학의 경지가 꽃피워지던가?
저 고얀 놈이 그래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이다.
“영세철갑신이 비갑(碑甲)에 이른 것이냐?”
비갑은 영세철갑신의 단계 중 팔성(八成)의 경지를 일컫는 말이다.
“아닌데. 극광인데.”
“그, 극광?”
극광(極光).
구성(九成)의 경지!
극성의 금강불괴를 불과 단 한 단계만 남겨 뒀다고?
대산을 떠나 있던 지난 육 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 경지가 가능한 건지?
자신의 권으로 단련(?)도 해 주지 못했는데 어떻게?
철웅패의 머릿속을 맴돌던 온갖 의문들이 곧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용천타에 당하지 않고서 어떻게? 녹혈보도 없는 마당에? 더욱이 매일 먹던 웅혈(熊血)도 취하지 못했지 않느냐?”
장일룡이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 다 그 구타가 문제였다니까요? 대산을 나온 뒤로 그렇게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고요. 그저 잘 자고 잘 쉬고 잘 먹고 하니 성취가 두 배는 빨라지더이다.”
“음?”
용천타(龍天打)라 불리는 특유의 구타 수련법은 오랜 세월 검증된 영세철갑신의 가장 효율적인 수련법이다.
철웅패 자신도 그 옛날 사부에게 십 년이 넘도록 두들겨 맞았다.
그런데 그게 잘못된 수련법이었다고?
철웅패는 극도로 당황하고 있었다.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거참.”
장일룡이 자신의 웃통을 까며 극광의 상징, 광물처럼 번들거리는 그 특유의 광체를 드러냈다.
“이래도 못 믿겠어요?”
틀림없는 극광의 발현이다.
그 현신을 직접 마주하니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장일룡이 건들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사부님도 사조께 당한 거요.”
사부의 용천타로 단련해 온 그 십 년의 고련이 모두 구라였다고?
가만 생각해 보니 자신의 사부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다.
녹림투존(綠林鬪尊)의 그 괴팍한 성정은 당시의 강호에서 유명했다.
“씨발 어쩐지 표정이 묘하더라니.”
제자를 사랑하는 사부의 얼굴이 그렇게 희열로 번들거릴 리 있겠는가.
오랜 비밀의 실체를 깨달은 철웅패의 두 눈이 악귀처럼 변해 있었다.
그런 신색을 곧 급하게 지워 내는 철웅패.
“험험. 어쨌든 대산으로 돌아가자. 이것도 다시 입고 이놈아.”
툭.
자신의 발밑에 떨어진 녹의(綠衣).
장일룡은 그 지긋지긋한 녹혈보를 절대로 다시 입고 싶지 않았다.
“싫다고요!”
“이놈이!”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창천검협 남궁수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모로 가도 극의(極意)에 이르기만 하면 되는 것을…… 그대의 제자는 충분히 한 사람의 무인으로 성장했네. 무어가 그리 급하단 말인가.”
“흥!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지 마라!”
남궁수가 흐뭇한 얼굴로 장일룡을 바라보았다.
“외인(外人)이라…… 글쎄? 그는 이미 본가의 외원 순찰조 조장을 맡고 있는 당당한 남궁의 무인이라네. 내가 어찌 남궁의 처마 아래 있는 자를 외인이라 부를 수 있단 말인가?”
“헛소리! 이놈은 본 왕의 제자다! 장차 십만 녹림도를 이끌 소왕(小王)이란 말이다!”
“갈(喝)!”
어느덧 푸른 서기로 물든 남궁수의 두 눈이 강렬한 기운을 내뿜었다.
그의 가득 노한 음성이 곧바로 철웅패에게 향했다.
“세력의 종주라는 자가 어찌 그리 경박한가! 물론 천륜(天倫)으로 맺어진 사제지연을 부정할 수는 없는 터! 허나 사부 된 자로서 제자를 소유물로 여기는 그런 태도는 반드시 지양해야 하네!”
“뭐, 뭣이!”
“천하에 당당히 세운 대장부의 의지를 왜 그리도 무참히 짓밟으려 드는가? 제자가 바라는 간절한 지향은 사부가 지켜 줘야 함이 마땅하지 않은가? 누구에게나 한 번뿐인 삶이네! 스스로의 욕심 때문에 제자의 삶을 외면하려 들지 말게나!”
그런 남궁수의 일갈은 장일룡에게는 너무나도 커다란 울림이었다.
사부라는 자보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더욱 알아주고 또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 저 정파인(正派人)이다.
평소 장일룡은 그저 막연하게 정파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허나 이제는 확실히 알게 됐다. 자신의 이상향이 틀림없는 정도(正道)를 향해 있다는 것을.
창천검협 남궁수의 노기가 또다시 이어졌다.
“이제 자네는 들어가게.”
“예……?”
남궁수가 멍하니 서 있는 장일룡에게 다시 말했다.
“이자는 감히 흑천련의 무리들과 연합하여 칠천의 병력으로 내게 발톱을 세운바, 제자의 앞이라 살초를 자제했건만 이제 보니 그럴 가치도 없는 자가 아닌가.”
장일룡의 가슴이 두근거린다.
지금까지 자신이 만났던 대산(大山)과 사파의 고수들은, 아무리 위계와 직책이 높다고 해도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었다.
친구에게 뒤통수를 맞으면 화를 냈고, 여인을 탐하는 진득한 마음도, 권력과 재물을 향한 집착도 일반인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한데 눈앞의 창천검협, 남궁수는 달랐다.
몸짓이나 기도, 언변과 무위 그 모든 전반에 정도(正道)를 걷는 자로서의 철학과 신념이 느껴졌다.
칠무좌의 권위, 그 품위는 또 어떠한가?
사람이 사람에게 갖는 감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오늘 장일룡은 처음으로 한 인간을 향해 ‘존경’의 마음을 품게 되었다.
저 창천검협처럼 살고 싶었다.
강호를 위진하는 저 막강한 무위(武威)도, 그의 중심에 흔들림 없이 자리 잡고 있는 올곧은 신념(信念)도, 저 제왕의 기도와 품위도!
그런 그의 모든 것을 닮고 싶었다.
이제야 왜 사도(邪道)의 문파들이 역사가 짧은지 깨닫게 된다.
오로지 권력과 이익으로만 뭉친 사람들.
그들의 마음속에는 오직 이(利)만 존재할 뿐, 면면부절 이어져 온 명가(名家)의 품위와 전통이 없었다.
저런 품격 있는 자들이 문파의 어른, 기둥으로 존재한다면 그 휘하의 가솔이나 무인들의 충심은 어느 정도일까?
지금 자신도 이렇게 창천검협을 닮고 싶은 열정으로 들끓는데 말이다.
그저 꽉 막힌 사람처럼 보였던 남궁장호 형님이 이제는 부러웠다.
저런 아버지를, 저런 위대한 인간의 자식으로 살면 어떤 느낌일까?
남궁장호 형님은 이미 그런 환경 속에서 수신(修身)하고 또 수신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장일룡이 한껏 진지해진 얼굴로 남궁수를 향해 예를 다해 포권했다.
“제자라는 놈이 어떻게 사부의 위기를 모른 척할 수 있겠습니까. 끝내 제 사부를 죽이시겠다면 저도 한 수 거들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 장일룡의 익살스런 표정은 결코 보이지 않았다.
엄정하게 벼려진 기도, 곧은 눈빛.
천륜이니 사제지간이니 그런 강호의 시선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무리 대산에서 벗어나고 싶다 해도, 천둥벌거숭이처럼 뛰어놀던 자신을 거두어 주고 무인의 삶을 살게 해 준 자다.
그런 의리를 외면한다면 어찌 사내라 불릴 수 있겠는가.
“껄껄껄껄!”
창천검협 남궁수가 기다란 미염을 쓰다듬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눈빛에는 어느새 따스한 기운이 가득했다.
남궁수가 천천히 시선을 옮기며 철웅패를 바라봤다.
“철웅패.”
철웅패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눈이 있다면 제자의 눈을 한번 바라보게.”
정도(正道)란 협(俠)이다.
칼끝에 목이 걸려 그 목숨이 경각에 이를지라도, 끝끝내 불의에 맞설 수 있는 무인.
남궁수는 칠무좌를 앞에 두고도 감히 맞서겠다는 저 올곧은 기개가 기꺼웠다.
그런 신념이 느껴지는 장일룡의 강렬한 눈빛은 마치 푸르른 창천 같았다.
“그는 이미 훌륭한 남궁(南宮)이네. 자네 품에서 벗어났으이.”
철웅패의 얼굴에 온갖 감정이 떠오르고 얽히다, 끝내는 허허로운 표정이 되고 말았다.
“……고얀 놈.”
철웅패가 그 말을 끝으로 홱 하니 몸을 돌려 길을 되돌아갔다.
멀어져 가는 사부의 등을 멍하니 쳐다보는 장일룡에게로 남궁수의 시선이 다시 파고들었다.
“후회하지 않겠느냐?”
장일룡을 대하는 그의 말투가 어느덧 제자를 대하듯 부드러워져 있었다.
“예.”
멀어지는 사부에게로 천천히 절을 하는 장일룡.
그런 그의 울음기 가득한 얼굴이 왜 이리도 흐뭇한지.
그래도 남궁수는, 그가 살아가는 곳이 강호(江湖)라는 것을 확실히 일깨워 주었다.
“무(武)를 업으로 하는 강호인은 숙명적으로 은원(恩怨)을 쌓게 된다. 저자는 감히 본가에게 칼날을 세운 자. 비록 지금은 너를 보아 보내 주지만 다음은 반드시 벌할 것이다. 너는 이 모든 것을 진정으로 감내할 수 있겠느냐?”
장일룡이 흔들림 없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의 확고한 다짐 앞에 또다시 기꺼운 얼굴이 된 남궁수.
허나 남궁수는 금세 그런 기색을 지우고 엄정한 기도로 되돌아왔다.
“조 봉공은 어디에 있나?”
* * *
창천검협 남궁수가 각자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남궁장호와 제갈운을 끌고 객방에 들어간 지 벌써 두 시진째.
간간이 들려오는 꾸짖는 소리, 그 살 떨리는 고성에 염상록은 혀를 내둘렀다.
“와 씨 겁나 깨지는구만.”
진가희의 괴이쩍은 얼굴이 장일룡을 향했다.
“그냥 몇 대 맞는 것이 더 낫지 않아요? 아주 그냥 피를 말리네.”
꼭 자신도 함께 꾸지람을 듣는 것 같아 장일룡의 가슴도 한껏 무거웠다.
“니미 사고 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우리만…….”
창천검협을 존경하는 마음이 조금씩 잦아든다.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이제는 다음에 나올 대사가 예상될 지경.
정파의 어른들이 꼭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구나 싶은 장일룡이다.
저런 게 정도명가의 훈계 방식(?)이라면 생각이 좀 달라진다.
진가희의 말대로 차라리 몇 대 처맞는 게 훨씬 낫다.
세속에 얽혀 사는 오대세가가 이러할진대, 지독한 법도로 유명한 소림사나 무당, 화산파는 어느 정도일까?
정신이 가루가 될 때까지 저것보다 더한 연설을 들어야 될 터.
그때, 객잔의 앞마당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수많은 말들의 투레질 소리와 장정들의 와글와글한 목소리들.
장일룡은 굳이 쳐다보지 않아도 조가대상회의 상단 행렬임을 확신했다.
“조휘 형님!”
이 사태를 해결할, 저 불쌍한 형님들을 구해 줄 사람은 조휘밖에 없었기에 장일룡의 발걸음은 재빨랐다.
쿵쿵쿵쿵!
계단을 타는 장일룡의 움직임은 그 육중한 몸과는 어울리지 않게 마치 다람쥐 같았다.
객잔 밖으로 나온 장일룡이 반가운 얼굴을 했다.
하늘 위로 솟아오른 조가대상회의 깃발 아래, 수십 대의 수레 운차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하고 있었다.
여정에 지친 말들이 콧김을 내뿜으며 물을 마시고 있었고, 상회의 일꾼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커다란 봇짐들을 내리고 있었다.
장일룡이 양손에 침을 퉤퉤 뱉더니 함께 나온 염상록과 진가희를 쳐다봤다.
“뭐 하슈? 빨리 움직이지 않고?”
장일룡이 다부진 근육을 꿈틀거리며 상단의 행렬에 다가가자, 염상록이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했다.
“싯펄 내 팔자야.”
흑천련의 흑살, 그 잔악무도한 소마겸이 상단의 짐꾼으로 전락하다니!
곧 커다란 봇짐 하나를 내리던 장일룡이 깃발을 들고 있는 조휘를 발견하고는 얼굴을 굳혔다.
“형님 좆 됐수. 빨리 이 층 객방으로 가 보슈.”
조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요?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가주께서 오셨수. 지금 형님들 두 시진째 박살 나는 중이우.”
“……음.”
조휘의 얼굴도 편하지는 않았다.
물론 남궁세가가 펄쩍 뛸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한데 그 엉덩이 무거운 남궁세가의 가주가 손수 포양호에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점주에게 일러 말들을 넉넉히 먹이라고 해 주세요. 인원이 제법 되서 아마 근처의 객잔 몇 개를 더 수소문해야 할 것 같은데.”
“걱정 붙들어 매슈. 내가 다 처리하겠수.”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장 부장님.”
장일룡의 깔끔한 일처리를 아는 조휘로서는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조휘가 객잔의 주렴을 걷고 들어서자마자 이 층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닌 게냐! 아무리 친우(親友)라고 하나 불의를 저지른다면 뜯어말려야 함이 마땅하거늘! 소협은 왜 꿀 먹은 벙어리처럼 계속 서 있기만 하는가? 입이 있으면 말해 보게!
꼬장꼬장한 음성.
그 특유의 억양이 틀림없는 창천검협 남궁수다.
조휘가 가늘게 고개를 가로젓다 이 층으로 올라가 객방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가주님?”
“조 봉공……?”
조휘는 뭐라고 남궁수의 입이 떨어지기도 전에 성큼 걸어가 벽면에 걸려 있던 포양호의 지도를 회수했다.
이내 탁자 위에 활짝 펴진 지도.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남궁세가의 분타(分舵)는 이곳만 한 데가 없을 것 같습니다.”
“부, 분타?”
분타라는 것은 한 세력의 또 다른 거점이다.
지금까지 일개 ‘문파’나 ‘가문’이 분타를 연 적은 없었다.
무림맹이나 천마성과 같은 거대한 세력이 아니라면 엄두도 못 내는 것.
한데, 조휘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곳을 보라.
포양호 상권의 가장 핵심이 되는 곳, 여일포(麗日浦)다.
남창대여일(南昌大麗日).
포양호 근방에 사는 사람들치고 여일포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포양호를 지나는 상선들의 모든 물류가 모이는 곳.
그만큼 엄청난 상권을 자랑하는 곳으로, 남창대여일이라는 유명한 말처럼 여일포가 즉 남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엄청난 상권의 중심에 남궁세가의 분타를?
그게 가능하다면 남궁세가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이익이었다.
한데, 남창이 어딘가?
흑천련 세력권의 한복판이지 않은가?
그런 남궁수의 걱정을 읽었는지 조휘가 재빨리 품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이것이 조가대상회와 흑천련이 맺은 계약 내용입니다. 함께 읽어 보시죠.”
“아, 알겠네.”
홀린 듯이 계약서를 읽어 내려가는 남궁수.
계약서를 살펴보는 그의 얼굴이 점점 경악의 빛을 띤다.
“조가대상회와 남궁세가가 한 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걸 저희도 이용하고 가주님께서도 이용하는 겁니다. 일단 세가의 무사들부터 보내 주시죠. 저희 상회의 상단으로 위장하는 겁니다.”
이 무슨 개소린가 싶어 두 눈만 껌뻑이고 있는 남궁수.
“아, 아니 이보게 조 봉공…….”
조휘가 재빨리 남궁수의 말을 끊었다.
“처음은 원래 그렇게 은근슬쩍 시작하는 겁니다. 기호지세(騎虎之勢) 모르세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저와 함께 강서를 먹어 버리죠.”
강서를 먹어?
무림맹도 건드리지 못한 흑천련의 영역, 그 노른자 땅을 일개 상회와 가문이 먹자고?
조휘가 가장 핵심적인 계약 조항 몇몇을 읊기 시작했다.
“상업 활동이라면 그 어떤 흑천련의 간섭도 받지 않겠다는 조항을 보셨습니까? 조가대상회의 간판만 달면 만사형통이란 뜻입니다. 제가 어려울 때 세가에서 창천검패를 내줬듯이 이제는 제가 은혜를 갚겠다는 겁니다.”
조휘가 두 팔을 벌려 탁자 위를 짚더니 끈덕지게 남궁수를 쳐다본다.
“이제 제가 조가대상회의 이름을 빌려 드리죠.”
“……그 무슨!”
조휘가 또다시 남궁수의 말을 자르며 품에서 서류를 꺼내 들었다.
“자자, 지난 이 개월 동안 조가대상회가 매입한 땅의 규모를 보세요. 자그마치 육백이십만 평입니다. 저는 이 땅 중에서 사분지 일을 샀던 값 그대로 가주님께 넘길 생각입니다.”
“보, 본 세가에 그 많은 땅을?”
세가의 가주란 기본적으로 ‘경영’하는 자리다.
육백이십만 평의 어마어마한 규모.
그것도 묵은 땅이 아니라 노른자 같은 포양호 상권의 땅이다.
그런 엄청난 상권의 땅을 사분지 일이나 떼어 준다니 당연히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뭘 망설이십니까? 남궁세가의 간판만 달지 않으면 될 일입니다. 움직일 자들도 모조리 세가의 방계로 알아보셔야 할 겁니다. 흑천련에 발각되면 저도 힘들어지니까요.”
“…….”
조휘가 별안간 역정을 낸다.
“아니, 칠무좌씩이나 되는 분께서 뭘 그렇게 앞뒤를 재는 겁니까. 당장 남궁의 상단과 표국만 여일포에 들어온다고 생각해 보십쇼. 아마 합비의 사업장 전체가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더 많이 벌 겁니다. 상권 자체가 다르다니까요?”
묘하게 설득당하고 있는 남궁수.
“게다가 흑천련 저 새끼들 이미 제게 혼쭐이 난 상황이라 당분간 함부로 저희들에게 접근 못 합니다. 저 머리 나쁜 놈들의 대책이라고 해 봤자 기껏 창고를 옮기는 게 다겠죠. 그 전까지는 시간이 있습니다. 서둘러야 해요.”
드디어 남궁수가 호기심을 드러낸다.
“세가의 무인들부터 들여보낸다면 어떤 자들을?”
“얼굴이 알려진 대주, 부대주, 단주, 부단주급은 다 안 됩니다. 강호에 이름나지 않은 자들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일단 저희에게 시급한 것은 첩보력. 심지가 굳고 참을성이 많은 자들로 차출해 보내 주시면 제가 알아서 지도, 배치하겠습니다.”
“알겠네. 그리하도록 하지.”
조휘가 진지하게 다시 말했다.
“일만 잘 해결되면 남궁세가 역시 이 포양호에서 일 년에 금화 십만 냥쯤은 능히 가져갈 수 있을 겁니다.”
“시, 십만 냥!”
언젠가부터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장일룡이 허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아, 나의 정파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