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odern Man Who Got Transmigrated Into the Murim World RAW novel - Chapter 28
28 章>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강빈관에 도착한 무황은 그 거대한 규모에 깜짝 놀라고 있었다.
“아니 무슨 주루가 이토록 크단 말인가?”
강빈관은 안휘의 합빈관보다 세 배는 더 컸다.
원체 합비보다 인구가 많은 곳이었고 또한 포양호의 뱃길로 인해 유동인구 자체가 달랐던 것.
웬만한 객잔 열 개 정도를 합한 규모이니 가히 대전각(大殿閣)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였다.
한데 무황과는 달리 단백우는 또 다른 점에 놀라고 있었다.
‘저게 모두 유리(琉璃)라고?’
등화를 감싼 채 형형색색의 수많은 빛깔을 일으키고 있는 투명한 물체.
저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들은 틀림없는 파사국(波斯國)의 유리였다.
같은 무게의 금보다도 비싸다는 유리.
한데 그런 유리가 대전각의 외부 곳곳에 알알이 박혀 있었다. 가히 그 값이 짐작조차 되지 않을 정도.
유리알에 비쳐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형형색색 마력적인 광휘들은 영혼을 진탕시킬 만큼 매혹적이었다.
“허허, 참으로 놀라운 곳이로고. 그 조휘라는 자를 이제는 정말 보고 싶구나.”
전각의 외관만 살폈음에도 이를 계획한 자의 고명한 수완이 느껴진다. 확실히 보통의 인물은 아니었다.
무황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강빈관의 입구 계단을 오르자.
“거 노인장은 입장할 수 없수.”
“음?”
비대한 근육을 씰룩이며 등장한 거구의 사내.
“저기 벽보에 써 놨지 않수. 건문(建文)년생 이상부터 입장 불가.”
건문년생 이상이라면 대충 서른에서 서른다섯 이상.
아니 무슨 주루가 이십 대 청년들만 받는단 말인가?
미간을 가득 찌푸리며 단백우가 나섰다.
“감히! 이보게 이분은…….”
“거 이분이고 저분이고 노인과는 실랑이하기 싫으니 빨리 갈 길 가슈.”
“아니 이 사람이?”
거한, 장일룡은 지친 얼굴로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강빈관은 합빈관과 피로도 자체가 달랐다.
워낙 사람이 많으니 입장하려는 시비의 횟수부터 다섯 배는 차이가 났다. 게다가 대부분이 뱃사람이라 성정이 사납기 그지없었다. 사파 영역 특유의 패도적인 분위기도 한몫했다.
방금 전에도 달려드는 패월장의 무뢰배들을 피떡으로 만들어 집에 보낸 마당이다.
장일룡이 눈짓으로 건너편의 조가객잔을 가리켰다.
“보이시우? 노인장들은 저기 가서 노시우.”
“…….”
무황에게 축객령을 내리다니!
산서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때, 무황이 방립을 치켜세우며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젊은이. 내 꼭 한빙주를 맛보고 싶네만 어떻게 안 되겠는가?”
무황의 얼굴을 살핀 장일룡의 표정이 일변했다.
무인의 눈은 일반인의 눈과 다르다.
깊은 현기 어린 노인의 두 눈.
순간적이지만 그것은 마치 무저갱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장일룡은 눈앞의 노인이 엄청난 고수라는 것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장일룡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한빙주는 조가객잔에도 있수.”
순간 무황의 두 눈에 이채가 서렸다.
태극무령(太極武靈)의 감각권 내에 익숙한 외기의 파장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진무역천권(眞武逆天拳)? 자네는 철웅패와 무슨 관계인가?”
“음?”
내공을 끌어올려 대비하다 어색하게 굳어져 버린 장일룡의 얼굴.
단지 기세만 살피고도 자신의 무공을 알아본다고?
게다가 이 노인은 사부님을 향해 존칭도 쓰지 않았다.
그 말인즉 사부님과 같은 세대, 혹은 선배라는 뜻.
어쨌든 기수식도 취하지 않은 자신의 무공을 알아본 자다.
단순한 고수가 아닌 것이다.
장일룡은 그제야 한껏 진지해졌다.
“대산과 연이 있으십니까?”
대산(大山).
녹림칠십이채의 지배자 녹림대왕이 거(居)하는 산을 뜻했다.
“도우의 제자인가?”
도우(道友).
도문의 제자가 속세의 사람들을 친밀히 부르는 말이다.
내심 장일룡은 불같은 마음이 일었다.
뻔뻔하게 도우라니?
무림맹이 녹림을 얼마나 핍박하는지 뻔히 알거늘!
무황이 아무런 말도 없이 진득하게 눈빛만 빛내고 있는 장일룡을 바라보며 더욱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거리껴진다면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되네. 그리 경계할 것도 없으이.”
그 순간 장일룡의 머릿속에 옛 추억이 떠올랐다.
-크아아악! 그 땅딸보 도사 놈의 수염을 모조리 뽑아 버렸어야 했는데!
철웅패, 자신의 사부가 술만 취하면 욕을 해 대던 도사가 있었다.
장일룡이 노인의 작은 키와 긴 미염을 살피며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무황?”
그때, 감찰교위 단백우가 서늘해진 눈으로 허리춤의 검을 움켜잡는다.
“감히 녹림도 주제에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
마치 살인멸구도 불사할 기세의 단백우를 바라보며 장일룡은 더욱 긴장했다. 그 역시 한눈에 봐도 자신의 아래가 아니었다.
이자들은 정파의 노괴물들.
“이곳에 찾아온 목적이 무엇입니까?”
단백우가 안광을 빛냈다.
“녹림도 따위에게 어찌 맹의 행사를 밝히겠느냐? 조가대상회의 수뇌에게 안내하라.”
“거 녹림도 아니오.”
“뭐라?”
장일룡이 한껏 자부심 어린 얼굴로 장삼을 들춰 속에 입고 있던 무복을 드러냈다.
가슴깨에 새겨진 글귀, 창천(蒼天)!
“대남궁세가의 외원 무사 장일룡! 맹주님을 모시겠소!”
“모, 목소리를 낮춰!”
장일룡이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장부의 걸음으로 걸어간다.
그의 발걸음이 향하고 있는 곳은 조가객잔이었다.
무황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장일룡을 따라나섰다.
“녹림대왕의 무공을 익힌 남궁무사라. 흥미로운 젊은이로세.”
그렇게 무황이 장일룡을 따라 객잔 내부로 들어서자 이상하게도 내부에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그때 이 층에서 거친 음성이 들려왔다.
“흥! 그게 왜 내 잘못이란 말이냐!”
“아니, 왜 사람이 머리를 안 써? 포구가 막혔으니 그 물류가 어디로 몰리겠어요? 모두 표국으로 몰리잖아요! 당연히 조가통운의 분점을 양천포에 세웠어야지!”
“그게 그렇게 잘못한 건가? 난 그냥 조휘 소협이 일러 준 대로 개점했을 뿐이다! 여기 지도를 보란 말이다!”
“아니 상황이 바뀌었으니 능동적으로 대처해야죠! 그대로 여강현에 개점하는 바람에 손해가 얼만 줄 아세요? 달포에 금화 육십 냥을 앉은 자리에서 날린 셈입니다만?”
“유, 육십 냥?”
무황이 보건데 이 층에서 언쟁하고 있는 저 젊은이들은 틀림없이 남궁세가의 소검주와 제갈세가의 소제갈이었다.
한데, 그 대화는 마치 수십 년을 상단에 몸담은 수전노들의 그것 같다.
안휘의 제왕과 지략의 신기제갈이 어쩌다 저 지경이?
“낄낄낄! 평생 검만 휘둘렀던 무식한 놈에게 얼마나 거창한 기대를 했길래 그리 화를 내는 거요?”
거대한 사슬낫을 등에 찬 염소수염의 청년이 벽에 기댄 채 다리를 탈탈 털고 있었다.
빠각!
“이 새끼가?”
남궁장호가 자신의 뒤통수를 후려갈기자 염상록이 사슬낫을 빼어 들며 으르렁거린다.
“싯펄! 뭐? 내가 틀린 말 했어? 네놈이 검 휘두르는 것 빼고 할 줄 아는 게 뭔데?”
남궁장호가 찍 하고 침을 뱉으며 말했다.
“그러는 네놈의 낫은 도대체 뭐냐! 농사를 지을 참이냐!”
그런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단백우.
예(禮)의 화신과도 같았던 남궁세가의 소검주였다.
소룡대연회에서의 그 정중하고 출중한 예법에 감탄한 것이 엊그제 같거늘!
그때.
쨍그랑!
제갈운이 찻잔을 떨어뜨린 채로 일 층을 쳐다보고 있었다.
“교, 교위님……?”
감찰교위 단백우.
그는 무림맹 내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지녔다는 감찰원(監察院)의 수장이며 맹 서열 십 위권 권력자이자 철두철미한 일처리로 명성이 높은 자였다.
그의 가장 특이한 점은 모든 것이 신비에 쌓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름 석 자 ‘단백우’ 외엔 사문이며 무공이며 외부에 알려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은 제갈운에게도 마찬가지.
감찰원의 수장이라는 것 외에는, 제갈운으로서도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얼굴을 두어 번 본 것이 그와 가졌던 접점의 전부.
같은 감찰원 소속이었던 제갈운도 이러할진대 외부에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런 비밀스러운 인사가 지금 강서 땅에 나타난 것이다.
무림맹 감찰원을 맡고 있는 자의 행사가 허술할 리가 없다. 조가대상회에 찾아왔다면 반드시 엄청난 맹령을 준비해 왔을 터.
하지만 그 전에, 그의 명령을 모두 이행하지도 못하고 서찰 한 장으로 사직을 통보했던 과거 이력 때문에 제갈운으로서는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이 영 힘들었다.
제갈운이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 단백우를 향해 예를 갖췄다.
“교위님을 뵙습니다.”
단백우가 반개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맹을 떠나서 그런지 신수가 훤하군.”
“아, 아닙니다.”
그간의 사정을 물어볼 법도 하건만 단백우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조휘라는 자는 부재중이라고 들었네. 그렇다면 현재 조가대상회를 대리하는 자는 누구인가.”
조휘가 사천행을 결심한 후 임시 회장직을 맡긴 사람은 다름 아닌 제갈운.
“미력하나마 제가 임시로 맡고 있습니다.”
“자네가?”
단백우는 잠시 놀라는 듯했으나 이내 은은하게 웃음을 짓는다.
“일처리가 더 편하겠군. 앉아도 되겠는가?”
“아! 죄송합니다.”
그때 무황이 다가오더니 가장 먼저 자리에 착석했다. 곧 그가 방립을 치켜들더니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한빙주라는 술을 한 병 내어 주게.”
“예? 아! 알겠습니다.”
제갈운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점소이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는 그때.
방금 방립 노인의 인상착의가 새삼스럽게 제갈운의 뇌리 속을 파고들고 있었다.
‘오 척 단신에 석 자에 이른 미염(美髥)?’
한 번도 본 적은 없었으나 그의 개성적인 풍채는 익히 들은 바가 있었다.
‘설마……?’
등줄기로부터 좌르르 일어난 소름.
제갈운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마냥 사정없이 흔들리는 동공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다시 노인을 바라본다.
“호, 혹시 맹주님?”
방립 아래로 흐뭇하게 웃고 있는 무황의 입술이 보인다.
침묵은 긍정.
“서천신기가(西天神機家) 제갈운! 무림의 하늘을 뵙습니다!”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봉황금선을 양손으로 잡고서 읍(揖)하고 있는 제갈운의 모습은 정도명가의 출중한 예법 그 자체였다.
가늘게 온몸을 떨고 있는 제갈운.
저 허약하고 순해 보이는 겉모습에 결코 현혹되면 안 된다.
눈앞의 노인은 팔십만 무림맹도의 생사여탈권을 한 손에 거머쥔 이 시대의 위대한 거인이요 강호의 절대자.
장강 이북의 광활한 땅을 오롯이 다스리는 무림의 황제.
무당제일검(武當第一劒)이자 자연경을 목전에 둔 칠무좌의 최정상이며 자하검성과 함께 천하제일을 다투는 유일무이한 무인.
그런 그를 형용하는 단어와 전설은 너무도 많아, 모든 강호인들의 선망과 존경을 받는 정파의 거목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대무인(大武人)이었다.
저 위대한 무인 하나만으로도 흑천련(黑天聯)과 사천회(邪天會)는 결코 장강 이북을 탐낼 수 없을 것이다.
“동천제왕가(東天帝王家) 남궁장호! 무림의 하늘을 뵙습니다!”
방금 전의 걸걸한 모습은 어디 가고 남궁장호 역시 제갈운과 함께 출중한 정도의 예를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곤혹스러운 얼굴.
마치 사고 치다 들킨 아이마냥 푸르죽죽해진 남궁장호의 낯빛을 바라보며 무황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그 귀여운 소년이 끝내 위풍당당하게 장성하였구나. 그래 지난번 소룡대연회를 우승했다지?”
“요행이었습니다!”
“성과(成果)에 이르는 방편이 어찌 무예 하나뿐이겠는가. 강호에서는 요행도 실력이거늘 애써 겸양치 말게나.”
“…….”
그때, 조가객잔의 입구에서 인기척이 들려오자 부드러운 바람이 일어 와 남궁장호와 제갈운의 몸이 저절로 일으켜 세워졌다.
그렇게 일단의 무리들이 주렴을 걷고 들어서고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흑천련의 두 왕(王)과 휘하들이었다.
남궁장호는 거칠게 얼굴을 구긴 채 다가오는 마겸왕을 쳐다보더니 한껏 긴장한 얼굴로 다시 무황에게 시선을 옮겼다.
‘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하던 무황에게서 아무런 기세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객잔의 풍경에 녹아 동화되어 버린 듯한 그런 자연스러움.
곧 마겸왕이 제갈운의 앞에 우뚝 선 채 흉신악살처럼 얼굴을 구기고 있었다.
“흥! 이건 약속이 틀리지 않느냐!”
역시 흑천련의 고수들은 무황 일행을 신경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약속 말씀이시죠? 해약은 정해진 시간에 보냈을 텐데요?”
제갈운의 퉁명스러운 모습에 마겸왕이 속이 뒤집어진다는 듯 자신의 가슴을 팡팡 쳤다.
“해약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전에 주문한 천상운차 열 대가 왜 아직도 본 련에 도착하지 않은 거냐!”
제갈운이 피식 웃었다.
“아 그거? 천상운차가 틀로 찍으면 툭 하고 튀어나오는 떡도 아니고. 뭔 인내심이 그렇게 없으세요? 달포 정도 더 기다리세요.”
“달포? 달포라고!”
성난 콧김을 씩씩 뿜기 시작하는 마겸왕.
“개 같은 놈들! 저번에도 달포만 더 기다리라고 하더니 또 달포 운운하는 것이냐! 네놈들이 본 련을 길들이려는 속셈을 내 모를 줄 아느냐?”
“거참, 정말 성질 급하시네. 천상운차는 제작 기간만 석 달이나 소요되는 명품이에요. 재고가 없는데 무슨 수로 출고를 할 수 있단 말인가요?”
마겸왕이 코웃음을 쳤다.
“흥! 이렇게 오리발 내밀 줄 알고 모두 조사해 왔지! 위화전장에 네 대! 대강도독부에 여섯 대! 오자향루 두 대! 네놈들이 당장 사흘간 곳곳에 납품한 천상운차가 자그마치 열두 대나 되지 않더냐! 이게 본 련을 우습게 본 처사가 아니라고? 어디 한번 발뺌해 봐라!”
“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제갈운.
“아니 그곳들은 모두 흑천련보다 먼저 주문한 곳이라고요.”
그 말에 마겸왕은 더욱 길길이 날뛰었다.
“관(官)인 대강도독부는 그렇다 치자! 네놈들에게 본 련은 전장이나 주루보다 못한 것이냐?”
“아니 거기서 흑천련의 위세가 왜 나오냐고! 주문을 순차적으로 출고하는 것이 우리 조가대상회의 원칙이라고!”
“이제는 반말이냐?”
듣고 있던 남궁장호도 열이 받았다.
“그래, 반말했다 어쩔래? 대접받고 싶으면 먼저 예를 갖추든가.”
“이, 이 새끼들이!”
갑자기 장일룡이 휘파람을 휘휘 불며 귀를 후벼 판다.
“거 살아 있는 송장이나 마찬가지인 늙은이들이 무슨 물욕이 그리 많아서.”
“소, 송장?”
부들부들.
“틀린 말 했수? 보름마다 우리가 주는 해약 없이는 죽은 목숨들인데 뭘 그리 물욕에 눈이 멀어 하루가 멀다 하고 깽판을 친단 말이요? 에잇 싯팔! 남궁 형! 제갈 형! 그냥 해약 끊어 버립시다!”
마겸왕의 흔들리는 눈동자, 그 동요하는 기색에서 일견 처량함이 느껴진다.
“네, 네놈들! 사람 목숨을 가지고 그러는 거 아니다!”
장일룡이 피식 웃었다.
평생을 수틀렸다 하면 낫으로 상대방의 이마를 찍어 버리며 살아온 살귀, 마겸왕께서 사람의 목숨을 운운하니 실소가 터져 나온 것이다.
“소림방장 머리 감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그 살벌한 낫부터 좀 치우고 사람 목숨 운운하슈.”
“풉!”
누구의 것인지 모를 웃음 참는 소리가 객잔 내부에 울려 펴지자 마겸왕이 정신없이 두리번거렸다.
“웃은 새끼 누구냐? 어떤 새끼야!”
손으로 입을 막고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제자 염상록.
마겸왕이 사슬낫을 빼어 들며 이를 꽈득 깨물었다.
“이놈들과 붙어먹더니 정녕 네놈이 실성을 해 버린 게로구나! 오냐! 네 오늘 네놈에게 사부의……!”
“가, 가까이 오지 마시죠?”
어느새 품에서 해약(?) 뭉치를 꺼내 창밖으로 던지는 시늉을 하고 있는 염상록.
보름마다 흑천련에 해약을 배달하는 임무는 염상록이 맡고 있었다.
“이거 다음 해약인데 지금 없앤다면 어떻게 될까요? 해약 만들기 힘든 것 아시죠?”
“와 씨. 겁나 화끈하구만.”
장일룡이 혀를 내두른다. 자신도 사부를 싫어했지만 저 정도는 아니었다.
‘이 무슨?’
단백우는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육중한 쇄겸과 희끗한 염소수염.
허리에 요대처럼 감고 있는 핏빛 강편과 엄청난 장신.
그 특이한 인상착의들만 봐도 저들은 틀림없는 흑천련의 마겸왕과 독편살왕이었다.
흑천련 내에서의 흑천팔왕(黑天八王)의 위계는 련주 이하 제일.
지금 그런 살벌한 자들을 극독으로 중독시키고 해약으로 부리고 있단 말인가?
이 정파의 어린 후기지수들이?
그때 마겸왕이 악귀처럼 변한 얼굴로 다시 제갈운을 쳐다보았다.
“그럼 한빙주와 흑청수의 공급이라도 늘려라! 지금의 양은 너무 터무니없다! 팔기는커녕 본 련이 소화하기에도 부족하단 말이다!”
장일룡이 귀를 판 손을 후 불었다.
“뭐 거긴 술 못 먹어서 죽은 귀신들만 있수? 안 먹고 팔면 되지 그걸 또 다 처먹어 버리는가 보네.”
제갈운이 골머리 아프다는 듯 미간을 매만졌다.
지금 조가대상회를 가장 곤란하게 하는 것은 의외로 천상운차나 철방의 병장기들이 아닌 한빙주와 흑청수였다.
특히 한빙주의 수요가 너무 폭발적이었다.
강서 일대의 주정(酒精)을 모조리 사들이고 있지만 그 특유의 공법 때문에 생산량에는 한계가 있었다.
한빙주의 출하량을 늘리려면 한설현 소저가 조가양조장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모든 얼음 생산을 그곳에 매진해야 하기 때문.
“그 문제는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나 당장은 어찌할 방도가 없네요.”
무언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지금 출하량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암시장에서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터.
당장이야 꿀을 빨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부작용에 시달리게 된다.
‘하…….’
또 한 번 감탄하게 되는 제갈운.
조휘의 빈자리가 새삼스럽게 거대하게 느껴진 것이다.
삼 년 동안 합비를 별천지로 만든 것도 대단했지만 이 골머리 아픈 모든 상황을 일일이 대처해 온 조휘는 진정으로 인간이 아니었다.
“상단이나 객잔, 주루에 납품하는 양을 줄이면 될 것 아니냐!”
“싯팔, 흑천련만 입이고 강서 사람들은 주둥이유? 수틀리면 그냥 판 뒤집는 수가 있수다?”
“파, 판을 뒤집어?”
장일룡이 비대한 가슴 근육을 씰룩였다.
“자꾸 앵앵대면 기존 거래도 끊어 버린다 그 말이여.”
“…….”
이미 흑천련은 한빙주와 흑청수, 육겹면포와 냉차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다.
련의 대부분의 무사들은 육겹면포로 점심 끼니를 때우고 있었고, 허구한 날 수하들과 한빙주로 술판을 벌이고 있는 철권왕, 심지어 련주는 머리만 어지러우면 흑청수를 대령하라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 환상의 맛, 미각의 별천지는 자신도 익히 인정하는 바.
이미 흑천련은 조가대상회의 먹거리에 종속되어 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도세력을 양분하고 있는 흑천련이 지금 음식으로 통제되고 있는 것이다.
비루먹은 강아지마냥 조가대상회가 던져 주는 먹거리의 양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것이 당금의 흑천련의 신세!
그때 제갈운이 후 하고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아니 저희가 이러라고 조가성심당의 운영권을 드린 게 아닐 텐데요.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라고 드린 거잖아요? 한데 그걸 다 흑천련이 소비해 버리면 어떡합니까?”
흑천련은 조휘에게 조가성심당의 운영권을 받고도 단 한 냥의 수입도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럴 거면 그저 성심당의 숙수만 제공해 준 꼴.
이미 흑천련의 조가성심당은 련에 종속된 식당에 다름이 아니었다.
그때,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독편살왕이 그 특유의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과연 그놈이 지금의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독편살왕의 눈이 살기로 물든다. 그가 말하는 ‘그놈’은 분명 조휘일 터.
“실로 무서운 놈이다. 이미 이런 모든 상황을 예상하고 련주님께 이걸 남겼더군.”
“그게 뭐냐?”
독편살왕이 마겸왕에게 건넨 것은 서찰이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서찰을 펼쳐 읽던 마겸왕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안휘의 물량을 일정 부분 본 련으로 보내 주는 대신 총단의 반을 철수하라고?”
흑천련 총단의 반을 철수하라고?
이건 단순히 인적 물적 자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문제가 아니다.
련의 고수 대부분은 강서의 상계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
사업장들을 맡고 있던 관리자들이 한날한시에 모두 빠져 버린다면 련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었다.
한데 독편살왕이 련주로부터 저 서찰을 전달받고 이곳에 가져왔다는 의미는?
그 불길한 예감, 설마 하는 마음에 마겸왕의 입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혹 련주께서 ‘그 새끼’의 의도대로 움직이시려는 건 아니겠지?”
마겸왕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독편살왕.
대신 대답은 제갈운에게 했다.
“총단의 반을 철수하도록 하지. 단, 조건이 있다.”
“크아아악! 뭐라고!”
비명과 함께 경악하며 날뛰는 마겸왕.
총단의 반을 철수하라는 그 새끼의 흉심대로 움직여 준다고?
아니, 련주가 미치지 않고서야?
“우리가 그런 요구를 왜 들어줘야 하느냐! 진정 련주님의 명이 맞기는 한 거냐?”
“……한심한 놈.”
독편살왕은 련의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화만 내면 다인 줄 아는 마겸왕이 한심했다.
“허구한 날 여자나 끼고 술만 처먹을 줄 알지 네놈이 련의 사정을 제대로 알기나 하느냐?”
독편살왕의 진득한 살기가 제갈운을 향했다.
“아마 이놈들의 주인은 여기까지도 예측했겠지. 총단의 절반 운운했던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터.”
독편살왕이 이를 꽈득 깨물며 마겸왕을 쳐다봤다.
“이미 조가대상회는 강서의 상권을 육 할 이상 잠식했다. 네놈은 본 련의 상권을 훑어본 적도 없느냐? 객잔이고 주루고 상단이고 모두 파리만 날리고 있거늘!”
“뭐라?”
“사람들이! 은자가! 모두 조가대상회로만 몰리고 있다! 본련의 고수들? 태반이 밥만 축내는 백수다 이놈아!”
돈도 못 버는 놈들이 의미 없이 밥만 축내고 있다고?
아니 무엇보다 이 자식들이 강서의 상권을 육 할 이상 처먹고 있다고?
이제 세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어이가 없었다.
보아하니 그 육 할이라는 것도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지금도 조가대상회가 찍어 내는 상품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터.
이런 마당이면 오히려 련에서 먼저 총단의 규모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개새끼들! 다 쓸어버리……!”
거칠게 소리치던 마겸왕이 갑자기 굳게 입을 닫는다.
지금껏 련의 이권을 침범했던 세력들 중에서 무사한 곳은 없었다.
그 엄청난 수를 자랑하던 녹림 역시 고작 련의 뱃길을 조금 침범했다고 열두 곳의 산채가 박살난 터.
한데, 고수는커녕 이런 조무래기들만 있는 조가대상회 따위가 무엇이 두려워……!
몹시 두렵다.
문득 마겸왕이 자신의 제자를 흘깃 쳐다본다.
아직도 창밖으로 뻗어 있는 저 빌어먹을 제자의 손에는 다음 달 초에 자신들이 먹어야 할 해약이 쥐어져 있었다.
“무슨 요구죠?”
제갈운의 질문에 독편살왕의 눈빛이 더욱 끈적해진다.
“무형지독의 완전한 해약, 그리고 조가대상회의 운영에 본 련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무영왕(無影王)을 파견하는 조건이다.”
제갈운은 내심 치밀어 오르는 웃음을 참느라 죽을 지경이었다.
저들이 보름마다 처먹고 있는 해약은 다름 아닌 조휘가 평소 자양강장제로 먹던 활력진단(活力眞丹)이다.
생사의문(生死醫門)의 유명한 상품인 활력진단은 고관대작이 아니면 입에도 대지 못할 정도로 비싼 생약.
허나 조휘는 해약의 맛이 바뀌면 흑천련의 의심을 살 것을 우려해 반드시 해약을 활력진단으로 유지하라고 명령했다.
조가대상회로서도 보름마다 수십여 명분의 활력진단을 내어 주는 것이 만만치 않은 재정 출혈인 상황.
상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서둘러 이 상황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그들이 중독되었다고 믿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득인 상황.
돈 몇 푼 아끼자고 흑천련을 손에 쥐고 흔들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불가. 일단 하독(下毒)의 당사자이신 조휘 소협이 출타 중인 상황에서 제가 완전한 해약을 담보드릴 수는 없는 문제죠. 그리고 조가대상회의 운영에 참견하시겠다?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올 것이 분명한데 그 역시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럼 총단의 절반을 철수하는 일은 없는 것으로 하지.”
“자, 잠깐만요.”
조휘가 안휘의 물량을 빼내어 준다는 약속까지 하며 흑천련 총단 절반의 철수를 다짐받았을 때는 다 그만한 이유와 계획이 있을 터.
한데 왜 이런 것을 자신에게 미리 언질해 주지 않고 훌렁 떠나 버렸단 말인가!
제갈운이 이를 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조금 양보하도록 하죠. 일단 그 무영왕이란 사람을 만나 보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회(會)의 운영을 함께 논할 인사인데 얼굴도 보지 않고 허락할 수는 없는 문제잖아요?”
“좋다.”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독편살왕의 태도를 살피며 그제야 당했다는 생각이 드는 제갈운.
그가 ‘완전한 해약’ 문제를 거론한 것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가림막에 불과했던 것이다.
애초에 협상의 진정한 목적은 조가대상회의 운영에 참여하는 것임이 분명했다.
“내일 무영왕과 함께 다시 찾아오도록 하지.”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객잔 밖으로 나가는 독편살왕.
졸지에 안휘의 물량을 내주고 회(會) 운영의 참여를 허락해 준 꼴이라 제갈운의 마음은 찝찝하기 그지없었다.
“개새끼들! 네놈들은 언제고 반드시 본 왕에게 처참하게 뒈질 것이다!”
마겸왕까지 휙 하고 사라지자 장일룡이 가슴을 씰룩이며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크흐, 조휘 형님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 하는 늙은이들이 허세가 아주 그냥 하늘을 찌르는군.”
그때,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무황이 감찰교위 단백우를 점잖게 불렀다.
“단 교위, 준비해 온 맹령을 이리 줘 보시게.”
“예, 맹주님.”
이내 단백우는 무림맹주의 직인으로 봉해진 서찰을 공손히 내밀었다.
“음…….”
서두에는 무림맹의 역사, 존재의 이유, 수많은 문파들이 공동으로 연대하는 목적과 명분을 도도하게 설명해 놓았고.
중간 부분부터는 수많은 강호의 혈겁 속에서 역대 무황들의 휘황찬란한 활약과 전설적인 무위, 무림맹의 전공과 성과들을 일일이 칭송하고 있었다.
종래에는 이런 위대한 역사 그 협의의 길에 참여하는 영광을, 조가대상회에게도 허락한다는 내용이 화려한 수사로 써져 있었다.
가히 일필휘지.
가슴이 웅장해지는 글귀다.
허나 이 모든 화려한 수사는 ‘무림맹의 휘하로 들어와 정기적으로 상납을 하라.’라는 말을 돌려서 좋게 말한 것에 불과한 터.
그런 맹령이 담긴 서찰이, 무황이 일으킨 삼매진화(三昧眞火)에 의해 삽시간에 불타올랐다.
“매, 맹주님!”
당황한 빛이 가득한 단백우의 얼굴.
지금 무황의 행동은 이 먼 곳까지 와서 맹령을 철회한다는 뜻이었다.
“단 교위.”
“예! 맹주님!”
무황의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본 맹 군사부(君師部)의 그 어떤 군사가 흑천련의 총단을 절반이나 강서에서 물릴 수 있었는고? 지금까지 그런 계책을 낸 이가 있었는가?”
“…….”
연신 긴 수염을 쓸어내리며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는 무황.
“그것도 아니면 강서 상권에서 흑천련의 영향력을 축소시켜 그들의 이익을 줄어들게 만들고 거시적으로는 사파(邪派)의 세력 자체를 약화시키는 일은 또 어떠한가?”
“아니 맹주님, 그렇지만 맹령을……!”
무황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제갈운에게 깊은 눈빛을 보냈다.
“허나, 아무리 적이라고는 하나 음독시켜 해약으로 구속하는 것은 명가를 자처하는 후배들로서 결코 행해서는 안 될 일. 굳이 정도(正道)를 따질 것도 없이 대장부의 의(義)가 버젓이 살아 있을진데 어찌 그와 같은 일을 벌였단 말인가?”
“그게 아니라…….”
제갈운이 뭐라 해명하려 들기도 전에 남궁장호가 깊숙이 몸을 숙이며 예를 표했다.
“맹의 일원, 세가의 이름에 부끄러운 짓을 했습니다. 맹주께서는 부디 노여움을 거둬 주십시오.”
남궁장호가 몸을 숙인 채로 노려보자 제갈운도 다급히 함께 몸을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후기지수들의 출중한 예법과 깔끔한 사죄에 그제야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는 무황.
“하루라도 빨리 결자해지(結者解之)하시게.”
그제야 뭔가 생각난 듯 제갈운이 정신없이 주방으로 뛰어갔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주방에서 잠시 소란스러운 소리가 일더니 곧 제갈운과 점소이가 옥으로 빚어낸 듯한 커다란 유리병(琉璃甁)을 쟁반에 받쳐 들고 왔다.
“호오?”
유리로 만든 병이라니!
그 고급스러움이 단숨에 느껴진다.
“그게 한빙주란 술인고?”
제갈운이 자부심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유리병을 내려놓았다.
“설화신주(雪花神酒)라는 이름을 지닌 술입니다. 저희 조가양조장에서 일 년에 백여 병 정도만 내놓는 극상품의 한빙주라 할 수 있습니다.”
“호오!”
무황이 서둘러 털썩 자리에 앉더니 코를 벌름거렸다.
“한빙주의 명성도 대단하거늘, 그 한빙주 중에서도 가려 뽑은 술이란 말인가? 허어!”
무황은 진인에 이른 도사답지 않게 지극한 주당.
그 소문을 제갈운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뽕!
제갈운과 점소이가 설화신주의 마개를 따며 뉘이자, 맑고 청아한 주향이 삽시간에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흡!”
그 그윽하고 청아한 주향에 무황의 정신이 달아날 지경.
꼴꼴꼴꼴.
흘러내리는 그 빛깔마저도 곱고 아리땁다.
“여기, 한번 드셔 보십시오.”
“어서! 어서 주시게나!”
무황이 건네받은 술잔을 코에 갖다 대며 한 차례 빙 두르더니 별안간 괴성을 질렀다.
“세상에 이런 주향이! 가히 취선(醉仙)에 이를 술이로구나!”
꼴깍꼴깍.
마침내 혀를 타고 술의 길(道)이 열렸다.
독특한 향과 함께 감미로운 맛의 향연이 혀를 감아 식도에 이르자.
‘허어!’
타는 듯한 목 넘김도 잠시, 위장 전체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감싸는 듯한 그 느낌이 실로 기묘하고 오묘했다.
끝 맛은 또 어떠한가!
알싸한 향, 그윽한 맛이 또 한 번 피어나 입 안에서 만발한다.
마침내 온몸의 구석구석이 상쾌해지는 듯한 청량하고 시원한 느낌으로 마무리!
“허어? 허어어어?”
엄청난 술맛의 쾌락이 지나가자 좀처럼 말을 잇지 못하는 무황.
그런 무황의 반응에 그렇지 않아도 호기심이 치밀던 단백우에게도 술잔이 건네진다.
“……흡!”
단백우의 충격도 무황에 못지않았다.
세상에 이런 술이 어떻게 존재할 수가 있단 말인가?
한데 그런 그들에게로 조가대상회의 자랑 흑청수마저 건네졌다.
“술의 쓴맛을 달래기에는 흑청수가 최고입니다.”
“흑청수(黑淸水)?”
“쭉, 쭉 들이켜시지요.”
“호오, 알겠네.”
호기심 잔뜩 어린 눈으로 흑청수를 바라보던 무황이 그대로 잔을 들이켜자.
“꺼어어어어억!”
세상에 이런 시원함이!
마치 뱃속의 십 년 묵은 기름진 고기들이 모두 내려가는 듯한 미친 소화감!
그 청량하고 시원한 쾌감에 심장이 다 벌렁거릴 지경이다.
“꺼어어어어억!”
단백우도 기절할 듯 놀란 얼굴로 흑청수가 담긴 잔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진정 이것들이 사람이 만든 술과 음료가 맞는 것인가?
“허허허허!”
단지 뭔가를 먹는 것만으로 이런 기꺼움이 느껴지는 것은 실로 오랜만.
순간 무황이 욕망 가득한 눈으로 제갈운을 응시했다.
“이 술과 흑청수를 맹으로도 보내 주시게.”
“예?”
무황이 협상은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으로 맹이 조가대상회를 핍박하는 일은 없을 것이네. 다만 맹으로 이 술을 보내야 할 것이야.”
“아, 아니 맹주님.”
아니 무황님?
산서가 어디라고 그 먼 곳까지…….
“어허! 이 좋은 술을 흑천련에게는 보내 주면서 맹은 안 된단 말인가?”
“…….”
멍하게 굳어 있는 제갈운과 남궁장호에게 무황이 추상같이 꾸짖었다.
“맹령(盟令)이야!”
* * *
무(武)란 무엇인가?
조휘는 이와 같은 명제를 그다지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막연하게 동경하던 힘.
인간이라면, 사내라면 누구나 갈망하고 꿈꿔 보는 평범한 욕망 중의 하나.
자신에게 있어서 무공이란 딱 그 정도의 욕망이었다.
현대 사회에서의 힘이란 부와 권력, 명예나 인지도, 혹은 외모나 언변에서 나온다.
반면 그 세계에서의 무(武)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공식적이지 않은 폭력은 모조리 불법이기 때문이다.
현대에서 싸움은 폭력이고 폭력은 강력한 법치로 제한된다.
투(鬪), 즉 무(武)가 허용되는 유일한 체계는 바로 스포츠.
인간의 내면에 내제된 잔혹한 폭력성을, 규칙과 제도로 거세하여 대중적인 열광만 남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조휘가 일평생 경험한 무(武)였다.
그래서 조휘에게 있어 무공이란, 자신의 성공을 이루기 위한 수많은 도구들 중 하나에 불과했던 것.
이렇듯 무(武)를 대하는 마음에 대해 단 한 번도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기에, 조휘에게 있어서 그런 자신의 마음가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당금의 강호에 자신을 능가하는 고수가 채 열을 넘기지 않을 거라는 검신 어른의 확언은 어제부로 철회되었다.
검신 어른으로서도 검총에서의 깨달음을 갈무리한 조휘의 진정한 능력, 그 밑바닥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검총을 겪었지만 내심 조휘는 검신 어른보다 자신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검신 어른은 현대의 수학을 몰랐다.
검천전능지체가 주는 물리학적, 수학적 정보들을 자신이 훨씬 구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제 검신 어른은 그런 검천전능지체가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확언했다.
조휘는 검신 어른의 그런 진단에 뼈저리게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만천화우를 피하던 검신 어른의 움직임.
그 움직임(動)들은 물리학적인 입장에서는 효율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은 다른 수많은 효율적인 선(線)들을 놔두고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측이 하나도 들어맞지 않았다.
무의미하다고 여긴 검신 어른의 움직임들은…….
먼저 나아갔으며, 이내 공간을 선점했고, 끝내 화우를 무력화했다.
그것은 마치 초당 수억 개의 연산을 할 수 있는 컴퓨터의 두뇌(CPU)라 할지라도 결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종류의 느낌이었다.
조휘의, 현대인의 눈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광경.
그 어떤 필설로도 형용할 수 없는 현묘한 동작.
그때 조휘는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검총에서 얻은 것은 무(武)가 아니라 기술(技術)이었다는 것을.
의념을 발휘하는 것이 무혼이며 그것이 즉 절대라고?
바로 사흘 전까지만 해도 조휘에게 있어 천검류의 성하력(星河力)이나 공공력(空空力)은 의념, 즉 무혼이 아니었다.
공간을 수학적으로 인식하고 파동으로 비틀어 움켜쥐는 것.
그 과정을 물리학적으로 ‘인식’하고 ‘발휘’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무혼일까?
검신 어른이 물었었다.
-네놈에게 있어 무(武)는 무엇이냐?
대답할 수 없어 역질문을 해 댔다.
‘어른에게 무(武)는 무엇입니까?’
검신 어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천하에 홀로 선 본 좌의 고독(獨)이자 필생을 염원하는 마음(心)이다. 갈망하고 희망해 온 길(道)이자 갈고닦아 헐어진 나의 넋(靈)이며 시련을 딛고 일어난 나의 얼(神)이다.
독심영신도(獨心靈神道).
검신이기 이전에 인간 조천의 정체성 그 자체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명료하게 설파하고 있었다.
자아(自我)의 강함이 수치로 표현될 수 있다면 검신 어른의 확고한 자아는 어느 정도나 될까?
과연 사람이 어떤 가치에 대해 저만한 확신을 가질 수가 있는 것인가?
검신 어른은 이런 자신의 어지러운 마음을 읽고서는 단번에 방향을 잡아 주었다.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하느니.
‘선택’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자신의 어떤 단면이 꿰뚫리는 듯한 시원한 깨달음의 충격이 몰아쳤다.
‘나는 강호인인가? 현대인인가?’
지금까지 언제나 조휘이면서도 조영훈이었다.
그것이 무혼을 가로막고 있는 단단한 벽.
이걸 선택해야 한다고?
이와 같은 물음에 섣불리 대답할 수 없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자신은 마음(心)을 세운 무인이 아니었다.
파아아앙!
야공 위로 조휘의 검광이 솟구친다.
극의를 이루기 위해 현대인의 정체성을 버리라고?
‘아니.’
종용하지 마시죠.
무의 극의에 이르는 방편이 그토록 단순하고 편협할 리 없잖습니까.
눈부신 검광이 사방으로 만발한다.
독심(獨心)?
저는 어른처럼 차가운 마음의 골방에서 외롭게 살기 싫습니다.
홀로 무한을 이룩해 본들 함께 나눌 이가 없다면 무슨 충만함이 있겠습니까.
촤아아아아아!
눈부신 검광들이 야공을 가득 메우더니 곧 수많은 별(星)들로 화했다.
갈고닦아 희망하는 마음이라고요?
저에게도 그런 것이 있습니다.
생(生).
그것은 살고자 하는 의지.
참(懺).
지난 생을 뉘우치는 회한이며.
진(進).
나아가고자 하는 욕망.
화아아아악!
마음(心)이 담긴 조휘의 검초는 과거의 천하유성검과는 달랐다.
검은 야공 속에서 표표히 흩날리는 광휘들.
한결 더 자유로워 보이는 그 빛살들은 마치 모두가 어떤 의지를 가진 것처럼 자유롭게 휘날리고 있었다.
그 순간 조휘는 검을 거두고 야공을 올려다보았다.
꽉 쥔 주먹 속에서 전과는 결이 다른 오묘한 힘이 느껴졌다.
-허허, 그것이 너의 선택이더냐.
조휘의 달라진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조휘이면서도 조영훈임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강호인이면서도 현대인의 자아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의지.
그런 자신의 선택을 검신 어른도 기껍게 인정해 주었다.
-훌륭하다.
무인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마음을 오롯이 세우는 것.
이제 자신의 어린 제자는 진정한 무(武)를 일신에 아로새길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
-본 좌가 검총에서 깨달은 검을 왜 천검(天劒)이라 칭했는지 아느냐?
하늘에 이른 검(天劒).
조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청 세니까?”
검신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허허, 무릇 검의(劒意)의 본질은…….
그렇게 검신은 자신의 제자를 진정한 무인, 한 사람의 검수로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당가타의 별원.
그곳에서 진정한 의미의 절대, 소검신(小劒神)이 탄생하고 있었다.
* * *
“가주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
당인상과 함께 별원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조휘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요.”
총관 당학서는 곧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외인이 암왕전(暗王殿)을 방문하는 것은 당신이 처음일 것입니다. 가시지요.”
길을 잡으려다 잠시 망설이던 당학서가 당인상을 응시했다.
“독조(毒祖)님도 암왕전에 와 계십니다.”
“음…….”
현재 당가타에서 공식적으로 독조라고 불리는 자는 단 한 명.
일백 세 이상을 향유하고 있는 전전대 가주, 당익(唐益)이었다.
문제는 그가 가주의 위에서 물러나며 금분세수(金盆洗手)를 했다는 것.
강호인이 금대야에 손을 씻는다는 것은 모든 은원을 씻고 은퇴한다는 의미.
금분세수를 한 강호인은 결코 강호의 행사에 참여할 수 없다.
원로원에도 남을 수 없는 그가 당가타의 암왕전을 방문했다는 것.
그것은 자신을 보겠다는 의미다.
‘아버지…….’
냉혹한 눈으로 당인상의 무공, 그 모든 것의 전폐(全廢)를 지시했던 사람.
그는 기어가는 자신에게 장난처럼 절대독룡포를 입혀 주는 형님을 제지조차 하지 않은 냉혈한이었다.
자신의 그 어떤 해명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아버지.
그렇게 가문의 배신자로 낙인찍어 놓고 이제 와서 왜 보겠다는 것인가?
“난 가지 않겠소.”
“짐작하셨겠지만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당인상은 냉정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대가 말한 대로 나는 외인. 외인이 함부로 암왕전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 나는 이곳에 남겠소.”
“음…….”
당인상이 이런 반응을 할 것이라 예상한 것일까?
총관 당학서가 소매에서 서찰을 꺼내 당인상에게 건네주었다.
“독조님의 서찰입니다.”
당인상은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으로 서찰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인상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터.
“갑시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길을 잡는 당학서.
조휘는 그를 따라 나서며 새삼스럽게 당가타를 훑어보았다.
어찌 보면 평범한 마을 같았다.
수확한 독초를 이리저리 헤집으며 해충을 확인하고 있는 아낙네들.
볏단 속에서 키운 독충을 서로 손에 든 채,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연신 키득거리는 아이들.
여기저기 소담스러운 굴뚝, 뭉게뭉게 피어나는 연기까지.
연공을 하러 떠나 독수들이 없는 당가타는 여타의 마을들과 별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정겨운 광경은 여기까지.
암왕전의 문턱을 지나자 모든 분위기가 일변했다.
끼이이이잉.
쾅!
암왕전의 문이 닫히자 끝 모를 어둠이 펼쳐졌다.
한 치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완벽한 어둠 그 자체인 곳. 그야말로 암왕(暗王)이 거하는 거처다웠다.
그때 조휘의 기감에 밀도 높은 살기가 감지되었다.
암왕전 곳곳에 은신하고 있는 독수들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야말로 물샐틈없는 호위.
만약 저들이 자신을 적으로 인식했다면 수많은 암기와 독이 일거에 쏟아졌을 것이다.
조휘는 오히려 삼패천이라 불렸던 흑천련보다 오대세가인 사천당가의 방비가 훨씬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이쪽입니다.”
안력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벽면에 자리 잡은 볼록한 기관 장치를 총관 당학서가 깊숙이 눌렀다.
쿠쿠쿠쿠쿠쿠.
거대한 벽이 해체되며 드러난 암왕의 대전.
저기 먼 곳에 수십 마리의 독룡이 양각된 태사의가 한눈에 들어왔다.
거기에 당무호가 앉아 있었다. 또한 당가의 최고수들이 당가주의 좌우로 포진해 있었다.
조휘가 그들의 면면을 살폈다.
흑천련의 팔왕 못지않은 고수들이 즐비했다.
그 분위기나 위압감은 어쩌면 남궁세가를 능가할 정도였다.
과연 홀로 사백 년 동안 천마의 후예들을 상대해 온 가문다운 위세.
조휘는 강호에 알려진 이들의 명성이 오히려 부족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꾸르르르르릉!
쿵!
암왕의 대전, 그 육중한 철문이 닫히자 조휘가 씁쓸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거 방비가 너무 철저한 것 아닙니까?”
그런 조휘의 말에 교룡당의 당주 당사(唐仕)가 진득한 눈빛을 빛냈다.
“그대는 홀로 암왕을 제압한 절대의 고수요. 이 정도 방비도 없다면 오히려 그대를 향한 모독이 아니겠소?”
“아직도 저를 적(敵)으로 인식하고 계시는군요.”
당사는 비릿하게 웃었다.
“당가(唐家) 이외에는 모두가 적이오.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소이다.”
너무도 오만하고 지독하다.
자신의 가문 외에는 모두가 적이라니.
하긴, 그것이 당가라는 이름이 지닌 힘의 근원.
“……혹, 천마성을 상대하자는 그대의 말, 그 속에 따로 담긴 진의가 있는가?”
지친 듯한 당무호의 음성.
태사의에 기댄 채 태연한 척하고 있었지만, 선천진기마저 소비한 그였기에 아직 회복은 머나먼 길이었다.
“왜 자꾸만 해석하려 드십니까. 제 본의에 다른 뜻은 없습니다. 우리 조가대상회와 철광석을 거래하는 대가로 함께 천마성의 사천지부를 도모하는 것. 그것이 저의 의지입니다.”
당무호는 침중하게 얼굴을 굳혔다.
저 말이 진심이라면 실로 환영할 만하다.
굳이 남궁의 봉공이라는 직위에 의미를 둘 필요도 없이, 눈앞의 청년은 사천당가에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절대경의 무인. 그 실력을 직접 본 마당이다.
하지만 그가 얻는 이문에 비해 자신들이 얻는 것이 너무 컸다.
“그대 쪽이 손해가 아닌가?”
당가 입장에서는 거래처를 바꾸는 단순한 일일 뿐이다.
물론 관을 자극하는 일이 될 것이 분명하지만 그마저도 조가대상회가 해결해 준다고 약속한 터.
절대경 무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가치와는 결코 견줄 수 없다.
“글쎄요.”
한편 조휘의 입장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일이었다.
사천당가가 생산하는 철광석의 전매권을 행사한다는 것.
원석 거래처의 다변화는 조가대상회의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었다.
서로의 이익이 이처럼 충돌하지 않으니, 오히려 성사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지경.
“그대의 진의에 다른 뜻이 없다면 그 거래, 승낙하도록 하지.”
“아뇨. 한 가지 더 확실하게 해 둬야죠.”
“천빙령 말인가?”
“잊지 않고 계셨네요.”
그때, 육중한 철문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쿠쿠쿠쿠쿠쿠쿠.
어둠을 뚫고 들어온 독수 하나.
“급보입니다!”
당무호의 눈빛이 일변했다.
“급보?”
독수가 조휘를 흘깃거리자 당무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당가의 외인(外人)이 아니니 어서 고하라!”
독수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천마성 사천지부에 천마성혼기가 세워졌습니다.”
당무호가 태사의에서 벌떡 일어났다.
“천마성혼기(天魔聖魂旗)?”
강호의 오랜 역사에서 천마성혼기는 단 하나만을 의미했다.
“……천마(天魔)가 재림(再臨)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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