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10
109화
이정현의 약혼식에서 쓰인 음악은 2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쓰여 온 웨딩 행진곡을 갈아치웠다.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음악가 이정현이 자신의 약혼자인 메건을 위해 직접 작곡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 곡은 각지의 결혼식 현장에서 유행처럼 번지며, 전 세계 사람들의 결혼 음악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다.
기존에 1800년대부터 결혼식에 쓰여 왔던 곡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웨딩 행진곡.
세계 곳곳에서 결혼을 위한 음악으로 쓰여 왔지만, 사실 이 곡이 쓰였던 오페라가 굉장히 비극적인 내용이었기에 그렇게 좋은 의미의 곡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것이 첫 번째 이유.
친구의 부인을 가로챈 바그너가 불륜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기에, 바뀌는 것은 정말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렇게 정현의 약혼식에서 쓰인 ‘메건의 결혼식’은 전 세계 사람들의 결혼식 때 사용하는 음악에 영향을 주었고, 자신들의 결혼식에 이 음악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정현과 메건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싣던 잡지들은 사람들의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예상하던 파경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현이 귀가 가렵다고 하던 그 순간. 또 다른 곳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들어 보시면 알겠지만, 그가 만든 모든 곡의 느낌은 다 다릅니다.”
“그건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건 곡을 쓰는 사람이건 각자의 버릇이라는 게 나올 수밖에 없어요!”
“네, 저 역시 베토벤이건 모차르트건 각자의 버릇이 담겨 있다고 배워 왔습니다. 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정현의 곡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 이번 곡처럼 트럼펫을 주로 도입부에 사용하는 것은 버릇이라고 할 수 없겠습니까? 지난번 대관식에서도 트럼펫이 많이 사용되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그렇게 보기엔 재작년에 나왔던 앨범의 곡에는 트럼펫이 삽입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문제지요.”
클래식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도시인 독일의 베를린과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음악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현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피아노계의 성지라고 불리는 바르샤바에서 내년에 펼쳐지는 쇼팽 콩쿠르에, 정현이 가르친 것으로 알려진 학생이 2차 예선까지 통과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급기야 이정현의 영향력이 커지며 음악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하는 학생들이 찾는 곳이, 베를린과 빈에서 런던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왔다.
“솔직히 그가 피아노계에서는 아무런 힘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하지만 그의 누나가 발표했던 앨범 , 기억 안 나십니까? 이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극찬한 피아노 독주곡이 아니었습니까?”
“그리고 생각을 해 보십시오. 그렇게 대단한 곡들을 꾸준하게 발표하고 있습니다. 비록 수년 사이에 네다섯 곡밖에 되질 않습니다만, 모두 교향곡 아닙니까?”
전설적인 음악가 악성 베토벤은 56세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아홉 곡의 교향곡을 발표했다.
특히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으로 알려진 9번 ‘합창’은 기록 매체인 CD가 만들어졌던 초기, 규격을 ‘합창’의 연주 시간인 74분으로 맞춰 만들게 할 정도로 음악을 넘어 IT까지 영향력을 끼친 곡이었다.
하나의 교향곡을 작곡하는 데에 들어간다고 알려진 시간은 짧게 잡아도 수년이지만, 이정현은 4년 사이에 다섯 곡을 발표했고 기존 세 곡까지 포함해 총 여덟 곡의 교향곡을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아직 그 영향력이 베토벤 같은 거장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그의 활동에는 10년이라는 공백이 있었다.
활동 시간에 그렇게 긴 공백이 있었음에도, 그 여덟 곡은 누가 들어도 명곡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한 곡들이었다.
혹시라도 사망한 후에 악성에 비견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정현은 현재 영국의 국적을 가진 한국계 영국인.
이 일은 클래식의 중심지라고 자칭하던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음악가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클래식의 중심지가 빈이나 베를린에서 런던으로 옮겨가고 말 겁니다. 그의 신곡 발표는 모두 런던 필하모닉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들은 모두 소외되고 있다 이 말입니다.”
“그런 말 하지 마십시오. 그래도 아직 클래식계에서 우리들이 갖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쇼팽의 폴란드, 퀸 엘리자베스의 벨기에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러시아. 모두 유럽 대륙에 있습니다.”
“언제 그 섬나라 놈들이 유럽 대륙을 신경을 쓰기나 했습니까? 항상 제멋대로 하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18년 전에 유럽 연합을 탈퇴하면서 이제 유럽 연합에는 있지도 않은데.”
영국은 10여 년 전 유럽 연합을 탈퇴하는 이른바 ‘브렉시트’ 이후 경제가 침체되고 있었다.
내수 시장이 침체하자 IT나 금융뿐만이 아니라, 영화나 음악 같은 일종의 미디어 산업 시장들까지도 침체하며 외부 시장과의 일종의 단절이 일어났다.
바다만 건너면 프랑스와 벨기에가 있었지만, 전처럼 하나의 유럽 연합이 아니었기에 사람들이 예전처럼 쉽게 여권 없이 건너거나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영국이 유럽 시장에서 고립되어 가던 중, 이정현의 잇따른 신곡 발표로 인해 런던 필하모닉뿐만이 아니라 다른 공연까지 지속적으로 모두 매진.
해외에서 음악을 듣기 위해 방문한 관광객들로 수익이 넘쳐났다.
경제계에서는 이것을 이정현 효과로 이름 붙였다. 이정현에 의해 런던의 경제가 활성화되었다고 여긴 것이었다.
이 현상에 위기감을 느낀 기존 클래식의 중심지인 베를린과 빈의 음악가들은, 한자리에 모여 위기를 벗어날 방법에 관해 토론하고 있었다.
“그는 영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뿌리는 영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지요. 협연을 제의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브렉시트를 겪지 않았으니 유럽에 대한 반감이 없어 거절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그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차라리 우리 협회에 참가를 제안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유럽의 콩쿠르에서 상이란 상은 다 쓸어갔으니 저희와 함께하는 것도 좋아할 겁니다.”
그리고 한참 동안이나 방법을 생각하며 상석에 앉아 있던 남자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좋습니다. 제가 바로 전화를 해 보도록 하죠!”
이탈리아 출신의 독일인인 유럽 클래식 연합의 회장 로미오 몬테규. 그는 자신감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회장님이 직접 전화를 한다면 이정현도 바로 함께한다고 하겠죠!”
“이걸로 오스트리아의 경제도 전보다 더 호황이 될 겁니다!”
“독일은 어떻고요! 옥토버페스트에 맞춰서 초대하면 딱 좋겠네요! 하하.”
이정현 때문에 영국에 빼앗긴 관광객이 자국을 방문해 수입이 늘어나면, 당연히 그 공은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며 흥분했다.
“그렇다면 저희 축제에 쓰일 곡들도 의뢰하면 어떻겠습니까?”
“그거 좋은 아이디어네요! 하하하.”
떡 줄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는데, 이들은 마음속으로 자신들이 이정현을 품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상상하며 설렘에 부풀어 올랐다.
***
“아, 귀 간지러워. 누가 내 이야기를 하나….”
“면봉으로 해요. 손가락으로 그러지 말고.”
귀가 가려워 새끼손가락을 넣어 보았지만 조금도 나아지질 않았다. 사무실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알렉산드라는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면봉을 내게 건네주었다.
요즘에는 이상하게 귀가 자주 가렵단 말이지. 뒷이야기가 많이 나올 만한 일을 저질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고마워요. 갑자기 귀가 가려워서….”
“음악가에게 귀가 얼마나 중요한데 그렇게 막 다루세요…. 저처럼 면봉을 항상 들고 다니세요.”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 왔어도 내 귀는 잘 작동하는 것 같은데,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사무실에서 뜬금없이 학부생인 알렉산드라에게 한 소리 들었다….
“새로 만들어서 발표하신 그 곡이 약혼식 선물이었다면서요? 저는 교수님이 그렇게 로맨틱한 분인 줄 몰랐어요.”
“…아…. 그 말 칭찬이죠?”
요즘에 주변에서 말을 빙빙 돌려서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칭찬인지 욕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대체 나의 원래 이미지는 어땠길래….
“약혼녀를 위해 교향곡을 만들다니. 중매로 만났다는 뉴스 기사와는 다르게 원래 마음에 두고 계신 분이었나 봐요?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만들어 오신 거예요?”
“그, 글쎄요….”
‘이틀이요’라고 정직하게 대답하기엔 알렉산드라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기에, 실망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냥 얼버무리고 말았다.
물론 곡을 만들고 메건에게 비밀로 하느라 악보를 만드는 데 고생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몇 번 배우기는 했어도 아직 악보 그리는 데에 익숙하지가 않았으니까.
그래도 약혼식장에서 제목을 듣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메건의 모습에 만들었던 보람이 있다고 느꼈다.
그 뒤에 제목을 말해 주자 영 별로라고 말하는 수원의 말에 조금 시무룩하기는 했지만, 내게 네이밍 센스가 없는 건 뭐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제목에 메건의 이름을 넣어야 한다고 본능이 시켰으니, 나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었다.
“게다가 연인의 이름을 곡의 제목까지 넣으시다니…. 이제는 헤어질 수도 없겠네요.”
“헤어질 마음도 없어요.”
“요즘 음악원 내에서 교수님이 하셨던 것처럼 연인의 이름을 넣어서 제목을 짓는 게 유행이래요.”
“뭐라고요?! 그런 게 왜 유행을….”
아무 생각 없이 본능이 시키는 대로 제목을 지었는데, 수원이는 분명 촌스럽다고까지 했잖아. 그런데 이게 어쩌다가 유행까지 해 버리는 거냐고.
어처구니가 없는 사실을 들어 기분이 조금 묘했다. 전에 힙합 차트 전쟁에서도 느꼈지만 내가 만든 음악이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도 좋은 음악만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만 줘야겠다는 결심을 했었는데, 설마 약혼식에서 메건에게 선물해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던 음악이 이런 영향력을 끼칠 줄이야.
“사람들이 로맨틱한 러브 스토리에 순위를 매긴다면 아마 그 안에 들어갈 거예요. 로미오와 줄리엣 같았다니까요.”
“우리 집안 서로 친해요….”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만큼 로맨틱했거든요. 안 그래요, 경호원 씨?”
에이. 아무리 그래도 수백 년간 로맨스의 기준점으로 불리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벼 볼 수는 없지.
경호원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마치 필요 없는 것을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대체 무슨 교육을 받았길래 이런 거야. 이 정도라면 어떤 고문이라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그나저나 분명 그리스에서 유학하러 온 것으로 알고 있는 알렉산드라는 영국인들이 갖는 것보다 더 심한 관심을 내게 갖고 있었다.
Brrrr-
알렉산드라의 끝없는 관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그 순간, 다행히 전화가 진동하며 책상의 나무판을 두드리며 큰 소리를 만들었다.
처음 보는 전화번호. 게다가 국제전화였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이정현 씨. 저는 유럽 클래식 연합의 회장을 맡고 있는 로미오 몬테규라고 합니다.]진짜 로미오가 등장해 버렸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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