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15
114화
단순하게 생각하면 별것 아닌 일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갑자기 계획범죄라는 게 밝혀지면서 규모가 커져 버렸다.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어떻게, 공식 성명을 내시겠습니까?”
“공식적으로 무얼 말해야 할까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어떠한 말도 생각나질 않았다.
그렇지만 가슴 속이 답답해져 오며 느껴지는 분노를 표현할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공식 성명을 낸다고 하더라도 뭐가 바뀔지는 알 수 없다.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 나를 원망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좋을까?
그저 내가 한 일이 원인이 되었다며 나를 원망하는 사람들을 향해 내가 아니라 그쪽을 원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을 한다면 받아들일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그들은 그저 원망할 대상이 필요했을 뿐일 거다.
마치 한국의 기자들이 한국의 클래식계를 걱정한다며 씹을 거리로 나를 택했던 것처럼 말이지.
“공식 성명을 낸다고 하더라도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공식 성명이 그들에게 밥을 사 주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그렇다고 조용히 있을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이 일이 이정현 경의 책임은 아니지 않습니까. 잘못한 쪽은 도주해서 편히 사는데 피해를 이정현 경이 감수해야 하는 것은 말이 되질 않습니다.”
거실은 알버트와 대니얼의 토론회장이 되어 버렸고 필립은 그 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솔직히 나 역시 하고 싶은 말들은 많았지만, 나보다 더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에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돈을 내주는 것은 있을 수가 없었다. 그건 범죄자의 뒤처리를 내가 해 주는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까.
“이건 어떻겠습니까? 이정현 경이 직접 나서서 그들이 연주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겁니다.”
시끄럽던 거실을 한 방에 조용히 잠재운 것은 필립의 말이었다.
“이정현 경의 영향력이 작지 않다는 것은 지금 온 유럽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실입니다. 음악계의 모든 눈이 지켜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렇네. 하지만 지금까지 이야기로는 그들에게 돈을 주거나 하는 것은 오히려 범죄자를 옹호하는 일밖에 되질 않는다는 결론이 나질 않았나.”
알버트는 특유의 차분한 말투로 필립의 말을 반박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 중에 나왔던 말을 되새기며 필립의 말이 어째서 해결책이 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받지 못한 임금을 주자는 말이 아닙니다. 그들이 사기꾼들에게 당한 것을 보상해 주자는 것도 아니지요.”
필립의 의견은 아마추어들이 지속해서 무대에 설 기회를 내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 주자는 것이었다.
무료로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고, 유럽 클래식 연합이 했던 것처럼 전면에 나서서 무대를 이끌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
세부적인 내용은 아마 더 많이 만들어야 할 테지만, 큰 줄기는 아마추어들의 연주를 개선해 나아가고 그 개선된 연주자들을 무대에 세운다는 계획이었다.
“그렇게 한다면 나빠진 인식도 좋게 만들 수 있고, 사기꾼들에 대한 보상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겠군.”
“하지만 알버트 경. 필립의 말대로 가장 쉬운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 일은 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도우미가 필요할 것 같네요.”
“그렇겠군요…. 이정현 경이 혼자서 전 유럽에 있는 아마추어 연주자들을 아우르기는 어려울 테니까 말이죠.”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나는 필립의 말에서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해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을 말했다.
***
2학기가 시작되는 1월.
2주에 가까웠던 연휴를 보내고 학교에 돌아오자, 학교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연휴의 피로감 때문인지 오히려 더 피곤해 보였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교수님은 연휴 끝났는데 후유증이 없으신가 봐요.”
“제 나름대로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꽤 많은 일이 있었거든요.”
알렉산드라의 말에 연휴 기간 동안 먼지가 내려앉은 책상과 기물들을 마른걸레로 닦아내면서 내가 대답했다.
이런 청소 같은 것은 사실 청소부들에게 말을 하면 해 주지만, 책상이나 책장 같은 것은 내 손으로 닦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직접 걸레를 손에 쥐었다.
내가 누군가를 마주하며 시험을 보거나 채점할 일이 없어서 책상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일은 드물었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장소였으니까.
“그런데 이야기 들으셨어요?”
“어떤 이야기요?”
열심히 청소하던 중에 알렉산드라가 말을 걸었다.
“다음 달에 정부에서 무슨 발표를 한다고 하던데요. 그게 우리를 위한 정책 같아요.”
“발표요?”
“무슨 문화 산업 부흥 정책에 관한 거라고 하던데 자세한 건 모르겠네요.”
아…. 나와 알버트가 이야기했던 것의 승인이 되었나 보다. 그런데 이렇게 대대적으로 예고까지 하며 발표할 줄은 몰랐네.
조용하게 지나갈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었으니.
나는 별로 흥미가 없다는 듯이 알렉산드라에게 대답했지만, 그녀는 더욱 흥분하며 기대감을 높여 갔다.
“문화 산업 부흥 정책이라니, 당연히 저희와도 관련이 있는 거겠죠?”
“아닐 거예요. 왕립 음악원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프로잖아요. 프로들을 위한 정책은 아니에요.”
너무 흥분해 있는 것 같아서 흥분을 잠재우기 위해 입을 열었는데, 그게 아무래도 판도라의 상자였던 모양이었다.
알렉산드라는 그저 기대감만 충만하던 때보다 더욱 흥분해서 나에게 물어왔다.
“교수님도 알고 계시는 거였어요? 뭔데요? 무슨 내용이에요?”
“…거리의 가난한 음악가들이나 아마추어들을 위한 정책이에요. 자세한 건 TV에서 발표하는 걸 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저도 자세한 걸 알지는 못해서….”
미안, 알렉산드라.
내가 만들자고 한 것을 발표하는 것이라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
호들갑을 떨고 있는 이야기 없는 이야기를 모두 하는 기자의 말들이 또렷하게 들려 왔다. 저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이야기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그리고 화면에는 영국의 총리가 단상에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추어들이 설 수 있는 소극장을 많이 만들어서 무대의 허들을 낮추자는 것이었는데, 그걸 저런 식으로 포장할 수도 있다는 게 신기하다.
소극장을 많이 만들어서 아마추어들도 그 무대 위에 부담 없이 설 수 있게 되어 수익이 발생한다면, 나에 대한 원망도 줄어들고 당연히 유망주들도 많이 발굴될 테니 일석이조가 아니겠냐는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걸 발표하는 총리는 국왕 윌리엄 5세의 공으로 돌려 버리며, 왕가가 주도하는 산업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왕가가 주도하는 산업 딱지가 붙은 것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사람들의 유행이 된다.
영국은 자신들이 동화 속 왕국에 사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왕가의 소식들을 즐기고 왕실 소속 딱지가 붙은 기업에서 만든 상품들을 구매하니까.
왕가가 보증해 버리면, 망하려야 망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카메론 총리는 그런 것들을 한순간에 물 흐르듯이 발표해 버렸다.
와…. 정치인들의 말발은 진짜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가는구나. 나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정치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저런 식으로 말하라면 당황해서 혀를 깨물 것 같은데….
총리의 말이 끝나기 전에 나의 이름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나는 최대한 조용하게 넘어가고 싶었는데, 나를 간판으로 세울 모양이었다.
알버트도 내가 중심이 되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 주어야, 베를린에서 나를 원망하고 있는 사람들이 비자를 쉽게 얻어서 넘어올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었으니까.
그래. 여기까지는 수긍했다. 내가 만들자고 했던 정책이었고, 제도였으니까.
그렇지만 알렉산드라가 울먹이는 것은 도무지 적응되질 않았다.
“교수님! 지난달에는 잘 모르신다고 하셨잖아요! 저한테는 알려 주셔도 되는데….”
“미안해요, 이게 정부에서 발표 때까지는 발설하면 안 되는 거라…. 게다가 세부 사항은 저도 정말 몰랐어요.”
“너무해, 힝….”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하루가 지나기 전에 다시 원래의 시끄러운 모습으로 멀쩡하게 돌아왔다.
***
이정현이 정부와 손잡고 만든 정책은 그들이 예상했던 범주를 넘어섰다.
유럽 연합에서 탈퇴할 때, 이제는 각자의 길을 걷겠다며 무비자 정책도 없어졌었다. 그 뒤 사람들은 영국과 유럽을 오갈 때 비자가 필요해졌기에, 관광객들이 확연히 줄어들었었다.
런던은 최근 이정현 효과로 브렉시트 이전의 관광 수입에 가까운 수익을 올려 왔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정책은 이정현 효과보다 더 큰 반향이 일었다.
가장 먼저 길거리 버스킹이 곳곳에 만들어진 공개 소극장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 공개 소극장은 최소 입장 인원 50명, 최대 입장 인원 100명을 기준으로 하는 작은 무대였다.
기존에 서서 관람을 해야 했던 버스킹과 달리, 간이 지붕과 좌석까지 있어 편안하게 관람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양옆으로는 트여 있어, 좌석에 앉지 않더라도 무대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시범적으로 런던 곳곳에 세워지게 된 공개 소극장은 관리인들의 고용까지 이루어지게 되었고, 개선된 음향 효과로 관람객은 물론 무대에 서는 아마추어 아티스트들까지 만족시켰다.
물론 관객의 만족감에서 오는 수익이 늘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기존에 존재하던 소극장들이 망했던 이유는, 극장주들이 이익을 얻기 위해 과도하게 책정된 무대 사용료와 부실한 관리에서 발생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나라에서 소극장을 복지 제도의 일환으로 만들어 버리며, 수익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게 되면서 사라져 버렸다.
독일에서 넘어온 유럽 클래식 연합의 회장 로미오에게 임금을 떼인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은 새로운 전형의 아티스트 비자로 런던에 들어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정현은 비난하는 말들은 모두 찬사로 바뀌었다.
인지도가 낮은 아티스트들의 수입도 지켜 주었고, 세수도 늘려 나라의 세금 수입까지 늘어나게 된 성공적인 정책.
그렇게 영국의 소극장 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었다는 소식에 모든 유럽의 국가들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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