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28
127화
“그게 무슨 말이야. 한국에 난리가 나다니?”
[엔터 업계가 난리가 났어. 나 지금 전화번호 바꿀까 생각 중이야.]“앞뒤 자르지 말고 본론부터 이야기해. 나 그런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
나는 이를 악물고 이야기했다. 어렸을 때였다면 버럭 화를 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조금은 참을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옆에서 내가 전화 통화하는 모습을 메건이나 시에스타가 지켜보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네가 백작이 되었다는 소리에 내 전화가 불타는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어릴 때였으면 내가 급정색하면 바로 본론부터 이야기해 주더니,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수원이도 제법 잘 벗어날 줄 알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작위를 받은 거랑 네 전화랑 무슨 상관인데?”
[너랑 나랑 친구 사이라는 걸 누가 소문내서 업계에 다 퍼졌어. 지금 모든 회사가 나한테 너 좀 연결해 달라 난리 치고 있다고.]그 이야기를 들으며 지난번 수원에게 외장 하드를 주었던 것에 조금 후회가 되었다. 내가 만든 곡들 때문에 소문이 난 것이 아닌가 싶었으니까.
수원이와 내가 친구라는 사실을 다른 이들이 알게 될 만한 이유가 이것 말고 다른 이유는 없지 않을까.
게다가 수원이를 찔러 본다고 해서 내가 곡을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다. 수원이에게도 만들어 준 적이 없으니까.
“모른다 그래.”
[…이미 소문이 다 났는데 모르는 사이라고 대답하라고?]“거기에서 그 소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잖아. 뭐 그런 걸 친절하게 하나하나 대답해 주고 있어.”
친구 사이라고 증명서를 발행하는 것도 아니고, 증명할 방법이 없는데 그걸 곧이곧대로 대답해 주고 있는 수원이도 대단하다.
[…난 그래도 네가 조금 자랑스럽던데, 친구라고 물어볼 때마다 뿌듯했다고….]“그렇게 뿌듯해서 새벽 한 시에 영국까지 전화를 거는 거냐? 할 말이 그게 전부야?”
[응….]한국이 영국보다 아홉 시간이 더 빠르기 때문에 오후 다섯 시가 되어가는 지금, 한국은 새벽 한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난리가 났다고 하길래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신경을 쓰면서 통화를 했는데 별일 아닌 것에 김이 빠졌고, 긴장하고 있었던 나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아니라 그래. 그러면 전화 안 하겠지. 일단 나는 일하는 중이라 끊는다.”
[그래….]전화를 끊을 때 우울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 왔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어릴 때부터 수도 없이 들어왔던 목소리였으니까.
서운하겠지만 별수 없다. 내가 옆에서 설명해 줄 수도 없는 일이니까.
“와, 저는 피디님이 한국어 하시는 거 처음 들어 봐요.”
“나도! 사장님이 한국 출신이라는 이야기는 들어 봤지만, 한국어도 그렇게 잘하시는 줄 몰랐어요”
“…너네는 영국에서 다른 나라 사람이 되면 영어를 못 하게 될 것 같냐?”
분명 전화 통화를 시작할 무렵에는 옆에 메건밖에 없었는데, 각자 내가 맡겼던 임무를 모두 마친 건지 슬금슬금 내 옆에 와서 내 통화를 듣고 있었던 시에스타.
올해 성인이 된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신선한 발상이었다. 한국 출신인 걸 아는데, 한국어를 못 할 거로 생각하다니.
“외국어 잘하는 사람이 그렇게 섹시하던데….”
“그 외국어 잘하는 사람 중에 나는 빼라. 저기 메건 언니 눈 잘 봐둬. 무서운 언니야.”
분홍색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루이스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돌돌 말면서 나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임자가 있는 몸에 그런 말을 하는 건 안 되지. 네 짝 찾아가라.
짝!
나는 손뼉을 크게 치며 주위에 몰려든 시에스타를 향해 말했다.
“자 오후 다섯 시니까. 마지막 시간대 시작해 보자. 케이트 너는 연주자 모셔와. 루이스는 입장하는 사람들 입장료 내는지 확인 잘하고. 헤나는 무대 장비 점검. 제이드는 좌석 주변 쓰레기 다시 한번 보고.”
“나는 왜 맨날 쓰레기만 주워요! 너무해!”
그렇게 숫기 없던 제이드가 이제는 좀 인기 좀 올라갔다고 시키는 일에 반항했다.
“사람은 원래 하던 걸 해야 하는 거야.”
“그런 게 어딨어요! 나도 루이스처럼 공연장의 얼굴이 되고 싶다고요!”
오, 이건 의외의 사실이었다. 입장료 징수원에게 공연장의 얼굴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까지 보아왔을 수많은 징수원들 중에 단 한 명의 얼굴도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너는 징수원들 얼굴을 기억해?”
“다는 아니더라도 한두 명은 기억하죠. 친절하게 대해 준 사람이라던가 아니면 엄청나게 잘생겼다든가.”
“나는 지난번 코첼라 공연 갔을 때, 우리 담당자 얼굴 기억나! 완전히 섹시했었는데….”
어느새 다가온 헤나.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코첼라 공연에서 자신들을 안내해 준 담당자가 마음에 들었는지 끝도 없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헤나 너 무대 장비는 전부 점검한 거야? 왜 여기 있어?”
“점검 같은 건 순식간에 해야죠. 그리고 사장님이랑 제이드가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제이드와 대화하는 나의 곁으로 다가온 헤나는 어느새 제이드에게 다가가 끝나지 않는 수다를 시작했다.
호기심이 한창 많을 나이 열여덟. 나에게는 한국 나이로 이제 갓 스물이 된 아이들의 호기심을 막을 방법이 없다.
“오늘 저녁 같이 먹어요. 내가 아서에게 전화해 놓을게요.”
“앗, 네. 안 그래도 저녁으로 뭘 사서 들어가야 하나 고민 중이었어요. 고맙습니다.”
본가에서 나와 혼자 살고 있던 메건은 런던의 작은 원룸에서 지내고 있었기에, 저녁 식사 같은 것을 자주 사다 먹는다고 했었다.
“아니면 그냥 내 집에서 지내도 괜찮아요. 혼자 살면 불편한 게 많잖아요. 외롭기도 하고.”
“…이정현 경의 집이요…?”
그 말에 얼굴이 빨개진 메건이 고개를 숙였다. 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빈방이 열 개가 넘는 집이라 빈방에 와서 지내라는 말이었는데.
조금 무안해진 마음에 고개를 돌리자, 떨어진 곳에서 재잘재잘 끝도 없는 제이드와 헤나의 대화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그 쇄골이…!”
“맞아 맞아. 쇄골이 매력 포인트지.”
나는 그저 소극장의 한 시간 반짜리 오늘의 마지막 공연이 빨리 시작되기를 바라는 것 외에,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
“아니 그러니까, 저는 모른다니까요.”
[저희가 JHJ와 함께했던 시간이 얼만데 저한테까지 모른다고 말씀을 하십니까. 섭섭합니다. 팀장님.]“…저는 정말 모릅니다.”
수원은 며칠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다른 업체의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당하고 있었다.
정현이 말한 대로 그냥 모르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해 보았지만, 처음에는 잘못된 정보를 들었나 보다 하고 연락을 다시 하지 않던 사람들까지 다시 전화를 걸거나 찾아오며 정현과의 협업을 문의했다.
음악계에서 가장 중요한 곡의 음악성이나 인지도 그 두 가지에서 업계 최고를 차지하고 있는 정현이었기에, 끊임없이 연결점을 찾으려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연결점을 찾는 사람들이 결론적으로 도달하는 것은 한결같이 김수원.
“와…. 새로운 곡을 낸 것도 아니고, 작위를 받은 건데, 사람들 관심이 갑자기 확 늘어 버렸네. 대단하다 너 인마.”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책상 위에 놓인 액자에 보이는 정현과 함께 찍힌 사진을 손으로 들어, 등받이에 몸을 기대어 오래된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유치원 때부터 친형제처럼 지내왔던 친구인 정현이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학교에 함께 다니고 함께 놀러 다니며, 울고 웃었던 시간이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거리감이 느껴졌다.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던 수원이었는데, 정현은 보기 좋게 그 생각을 깨 버렸기 때문이었다.
똑똑똑-
벌컥-
“네… 들어….”
“안녕하세요. 김 팀장님.”
노크 다음에 대답을 하기도 전에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체리 엔터테인먼트의 사장 박재경이었다.
언제나 체리 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유지현의 앨범을 사장인 정혁진과 자신이 만들어 왔기에, 수도 없이 마주쳤던 협력 업체의 수장.
“아…안녕하세요. 박 사장님. 여기까지는 어쩐 일로….”
문을 열고 들어올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었기에 수원은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JHJ 토탈 뮤직의 사장인 정혁진이 회사를 차리기 전에 일했었던 전 직장이었기에, 업무 협력은 당연하게도 수원이 아닌 정혁진과 대화를 나눠왔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수원이 당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는 수원에게 재경은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김수원 팀장님이 이정현이랑 친구라면서요?”
“공식적으로는 아닙니다….”
현재 공식적으로 친구인 것을 부정하고 있었기에, 박재경의 물음에도 친구가 아니라는 말이 앞섰다.
“아니에요? 지현이가 친구라고 하던데…?”
“…그러는 박재경 사장님도 정현이 작은누나와 친구라고 들었습니다만?”
그리고 전화기에 정화의 전화번호를 띄우고 화면을 박재경이 볼 수 있도록 돌렸다.
공격당하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반격. 수원은 주변에서 성격이 지랄 같다고 알려질 대로 알려진 정화를 내세워 카운터를 날렸다.
자신이 알기로 정화는 절대 다른 사람이 정현에게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질 않았으니까.
둘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 긴장감의 균형을 깨뜨린 것은 박재경.
“…우리 남자 아이돌 그룹 준비 중인데 곡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요?”
“제가 마음대로 계약을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사장님. 저희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눠 보시는 건 어떨까요?”
“혁진이도 안된다고 했단 말이에요!”
“…저희 사장님이 안 된다고 하는 걸 제가 마음대로 하는 건 더 안되지 않을까요? 저 잘리면 안 돼요. 집에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이 기다리거든요.”
기댈 수 있을 만한 아티스트가 유지현 말고는 없다고 봐도 될 만한 체리 엔터테인먼트였기에, 그 뒤를 이어갈 아티스트를 만들고 싶어 하는 욕심이 앞서 수원을 찾아왔던 박재경.
그녀 안의 불안함과 욕심이 빚어낸 마음이 JHJ까지 들르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그러지 말고 딱 한 곡만….”
“죄송합니다. 제가 어떻게 해 드릴 수가 없는 문제네요.”
수원은 아무리 생각하더라도 정현을 귀찮게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자신이 부탁한다면 귀찮더라도 한두 개의 곡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그 한두 곡을 위해 친형제와도 같은 정현과의 끈을 놓아버릴 생각을 하는 것은 힘들었다.
수원은 재경의 말에도 한 치의 물러섬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친구가 불러온 태풍이 자신을 더욱더 거세게 몰아치리라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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