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30
129화
[며칠 전 관계자의 제보로 작성되었던 기사는 이정현 경 본인에 의해 사실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웃으며 잘못된 정보로 만들어진 기사보다는 사실을 보도해 달라고 당부하며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본 기자는 기존에 알려졌던 한국 귀국설에 대한 내용을 질문해 보았는데, 한국에는 가족들과 친척들이 남아 있기에 결혼식을 위해 영국에 모두 방문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에 한국에서도 결혼식을 치르기로 했다는 이야기였다.
….]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내용은 본인에게 직접 인터뷰를 했다는 것에서 더 많은 호응을 얻었고, 기존에 올라왔던 기사를 믿었던 사람들의 실망감을 기대감으로 채워 주었다.
공식 인터뷰를 통해 늘 가쉽의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귀에 들려 오는 소문들도 잠잠해졌다.
많은 사람이 일을 마친 뒤에 마시는 맥주 한 잔을 위해 펍에 모여드는 저녁, 한 런던 시내의 펍.
“이정현이 왜 한국에 간다고?”
“결혼식을 하러 간다고 하잖아.”
“돈 많아서 좋겠구먼, 결혼식을 두 번이나 하고 말이야.”
“나는 한 번만 해도 힘들던데 두 번씩이나 하면 더 힘들지 않겠어?”
정현을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던 사내들은 그 뒤에 나온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자신들의 경험을 쏟아내었다.
영국 사람들이 사랑하는 축구의 시즌 시작을 기다리는 기간은 언제나 가쉽들을 접하기 쉬운 시기. 평범한 7월의 저녁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
나는 지금 굉장히 초조하다.
결혼 날짜가 10월로 확정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전에 프러포즈를 하지 않으면 여자는 평생 가슴에 쌓아 두고 산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 정말이야? 그냥 양쪽 집안이 결혼해도 된다고 해서 하는 것뿐이잖아.”
[너, 그러다가 진짜 큰일 난다. 결혼하고 아이라도 가져 봐. 프러포즈가 아니라 임신을 했을 때도 먹고 싶은 거 안 챙겨 주면 그때는 난리 나는 거야.]생활의 꿀팁이라고 할 수 있는 유부남 토크를 수원과 진행하게 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결혼식과 그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듣기 위해서였던 것이 컸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 놓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주변에는 결혼에 대한 경험을 들을 수 있는 것이 기껏해야 리처드나 알버트뿐이었는데, 그 노인네들은 별다른 충고나 도움 될 만한 것들은 이야기해 주질 않았다.
그저 ‘젊어서 좋겠습니다.’ 같은 어이없는 대답만 늘어놓고 사라졌다.
그래서 내가 직접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사람인 김수원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임신 기간에는 무조건 먹고 싶다는 것을 다 사다 주어라…. 그리고 또?”
[웨딩드레스 같은 거 입어 보면 무조건 예쁘다고 하고. 어차피 자기네들이 원하는 거 고르니까, 뭐가 예쁘고 뭐가 안 예쁘고 이런 말을 할 필요는 없어. 무조건 예쁘다고 맞장구만 쳐 주면 돼.]음…. 이건 나에게 해당하지는 않을 것 같은 말이었다. 메건은 이미 할머니가 결혼할 때 입었던 그 옷을 다시 입을 거라고 이야기를 해 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문제라면 한복. 한복을 맞추는 과정에서 어떤 것을 마음에 들어 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메건이 인터넷에서 검색하던 그 한복들은 유명한 여배우가 입고 있었던 사진이었다. 누가 봐도 명장이 만들었다 싶을 정도로 굉장한 퀄리티로 보이는 궁중 의상부터 일반 한복까지.
그렇게 예쁜 한복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해서 불타오르는 기대감을 꺼뜨리는 것보다, 그 옷들을 만든 사람에게 의뢰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그 사진을 찍은 사람에게 의뢰하거나.
“혹시 한복 명장 아는 분 없어? 메건이 전통혼례를 하고 싶어 하거든.”
[그거 엄청나게 오래 걸리지 않냐? 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보니까 결혼식 시간만 몇 시간씩 걸리던데.]“아까는 결혼 앞두고 하고 싶다는 건 해 줘야 한다며.”
[그거랑은 다르지. 전통혼례가 예쁘긴 하지. 그런데 번거롭고 오래 걸려서 한국 사람들도 안 하는데 신기하네.]그건 한국 사람이 성격이 급해서 그렇다는 말이 턱 밑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할 수는 없었다. 나도 그렇고 수원이도 한국 사람이었으니, 내가 그런 말을 하게 되면 내 얼굴에 침을 뱉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으니까.
“암튼 부탁 좀 하자. 이쪽에서 한복을 만들 수 있는 사람과 연결될 방법 자체가 없어.”
[살다 보니 천하의 이정현이 나한테 부탁하는 일도 있고 신기하네.]“나도 부탁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한복은 어떻게 안 되더라. 어머니께 부탁할까 했었는데, 결혼식 문제 때문에 번거롭게 만들어 드리고 싶지는 않았거든.”
[뭐? 너 어차피 한복 부모님 거랑 누나들 것. 그리고 신부 될 사람의 가족들 것까지 만들어야 해. 지금 석 달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 말도 안 꺼낸 거야?]“응? 그런 건 몰랐는데….”
전혀 모르던 사실을 수원이 덕에 알 수 있었다. 한복 명장을 찾는 것이 우선순위였는데, 사실 결혼식을 하기 위해서는 한복을 양가 부모님에게도 만들어 드려야 한다는 것.
영국에서의 결혼은 신랑과 신부가 자리를 만들고 부모를 초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
큰누나의 결혼식 때도 그랬었나 하며 떠올려 보았지만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아마도 관심이 없어서겠지.
그렇게 떠올리고 있다 보니까 수원에게 말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러포즈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에서 어느새인가 한복 이야기로 넘어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 씨.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지 말고 프러포즈를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야. 내가 프러포즈를 제대로 했으면 지금 이렇게 프러포즈 못 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하고 있겠냐? 그게 다 경험담이야.]참, 좋은 경험담을 이야기해 주는구나 친구야.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답변에 나는 신경질이 나서 전화를 끊으려 했는데, 끊기 전에 수원이는 이상한 소리를 했다.
[아, 나 회사 그만뒀어. 곧 전화번호도 바꿀 것 같아.]“…너 언제는 애랑 제수씨 때문에 열심히 일해야 한다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그만두고 뭐 하려고?”
[음악쟁이가 음악하지 뭘 하겠어. 회사에 소속되지 않아도 프리랜서로 활동하면 되니까 그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대화에서 묻어나는 삶의 고단함. 이제 겨우 서른 조금 넘었을 뿐인데, 벌써 삶에 대해 이렇게 염증을 느끼는 듯한 말투로 말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수원은 자세한 설명도 하지 않고 일을 그만두었다는 말만 남겼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그냥 일을 그만두었나보다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는 것이 그렇게 신기할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갔다.
***
“그래서 완전히 일을 못 할 정도가 되어서 그만뒀다고 하던데?”
“아니, 그런 건 회사 차원에서 막아 줘야지 그런 걸 안 막아 준다고요?”
“나야 모르지. 음악 회사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니까.”
8월의 어느 날.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어머니의 한복을 맞추기 위해 한국에 전화를 걸었다가, 수원이 회사를 그만둔 이유가 나에 대한 것들을 물어오는 수많은 회사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원은 그런 내용을 숨긴 채 나에게는 그냥 회사를 그만뒀다고만 했던 것이었다.
안 좋은 일들이 전부 나 때문에 벌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내가 수원에게 회사를 그만두라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로 인해 벌어진 일이기에 책임감을 느꼈다.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정원의 테이블에 나와 앉아 있으려니 메건이 다가와 옆에 앉아 주었다. 평소처럼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지 않고 그저 옆에 앉아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내가 입을 열 때까지 메건은 단 한마디도 물어보질 않았다. 아마 몇 시간 동안은 그렇게 조용히 정원의 나무들과 풀들 그리고 날아다니는 새들을 바라보았다.
“왜 아무것도 묻질 않아요?”
“물어보면 대답해 줄 건가요?”
“…….”
“그래서 물어보지 않는 거예요.”
메건은 대화하면서도 내가 아닌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대답을 해 줄지 안 해 줄지 물어보지 않은 상황에서는 알 수가 없었지만, 아마도 물어보아도 대답을 해 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쁜 일에 대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터놓고 이야기하는 일이 별로 없었으니까.
우리는 정원을 함께 바라보며 하루를 보냈다.
나는 내가 화가 나 있는 것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옆에 메건이 앉아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조금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진정할 수 있었다.
나는 전화를 들어 수원의 번호를 눌렀다.
***
“아빠 전화 왔어.”
이제는 다섯 살이 되어 제법 말도 곧잘 하는 딸 지유가, 자신의 얼굴만 한 휴대폰을 들고 수원에게 다가왔다.
며칠 전에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다른 설명 같은 것을 하지 않아 그의 아내는 수원이 휴가를 얻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최근에 수도 없이 걸려오던 전화들 때문에 더욱 바빠진 일상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사실 덕분이었다.
회사로 그를 찾는 전화가 걸려오더라도 더는 회사의 관계자가 아니기에 전화를 연결해 줄 수 있는 구실이 없었으니까.
결과적으로는 회사를 그만두자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아도 상관없게 되어 버렸던 것이다.
“응, 고마워 지유야.”
이른 초저녁. 집에서 작업하기 위해 작은 방 한쪽에 컴퓨터와 키보드들을 가져다 놓고 세팅을 하던 수원은 지유에게 전화를 건네받고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결혼을 준비하느라 한창 바쁠 것으로 생각했던 정현에게서 걸려왔던 전화였기 때문이었다.
수원은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고 화장실로 달려가 장비들을 세팅하느라 손에 잔뜩 묻어 있는 먼지들을 털어낸 뒤에 받았다.
“응, 여보세요?”
[뭐 하냐.]“뭐 하긴 그냥 있지.”
그때 수원이 손을 씻고 세면대의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조금 크게 들리자, 정현은 바로 반응을 했다.
[소리가 울리는 걸 보니 화장실인 것 같고, 변기 소리는 아니네.]“…너 스토커냐? 내 집에 CCTV 달아 놨냐?”
[그런 건 아니고.]평상시의 정현이라면 분명히 이렇게 말을 돌려서 하는 편이 아니었다. 무조건 핵심적인 용건을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편이었기에, 수원은 조금 의심되는 상황이 몇 가지 있었다.
바로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어머니께 부탁했다는 점과 자신의 어머니가 정현의 어머니의 단짝이라는 점.
그렇지만 아무리 친하다고 하더라도 자식이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것을 그렇게 빨리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 사회는 일반적으로 자식이 잘되는 일만 이야기하는 일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자신의 어머니인 윤주란 교수가 일반적인 어머니가 아니라는 점이 수원이 잘못 생각한 점이었다.
“무슨 일로 전화했어 이 시간에? 거기는 거의 새벽 아냐?”
[새벽은 아니고 아침 열 시. 여덟 시간밖에 차이 안 나.]“그래 무슨 일이냐고.”
수원은 목을 비틀어 전화기를 고정하고 두 손을 수건으로 가져다 대며 가볍게 대꾸했다. 평상시에 정현의 말투 그대로.
그 어떤 기대감도 없이 일상적인 대화를 하며 손을 닦기 위한 자세였다.
[너….]그랬었다. 평화로운 일상의 일부였다.
너무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목을 세워 전화기가 화장실의 바닥에 떨어져 박살 나기 전까지는.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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