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31
130화
나는 솔직히 말을 해서 수원이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것에 책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수원의 의지였건 타의에 의한 것이건 상관없이 나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으니까.
삶이라는 것이 항상 원하는 방향대로만 돌아가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말을 하며 수원을 불러내기로 마음먹었다.
“너…. 혹시 가족들하고 같이 미국에서 일할 생각 없냐? 유자도 거기에 있고 한인 타운도 가까우니까 살기는 편할 거야.”
[콰!@%xx!%]전화기를 통해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자세히 듣고 싶었지만, 잠시 동안 들려 오던 소리는 더 이상 들려 오질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는 끊기고 말았다.
“뭐야 전화기 꺼진 건가? 충전을 안 해 놨었나 보네.”
갑자기 끊긴 전화는 몇 번을 다시 걸어 보아도 신호가 한 번만 들려 온 뒤에 바로 끊겨 버렸다.
“또 거는 거예요? 전화 거는 거 엄청나게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이럴 때 보면 또 아닌 것 같다니까.”
“내가 전화 거는 걸 왜 싫어한다고 생각해요?”
“나한테는 전화 안 하잖아요.”
내가 그 정도로 전화를 싫어하는 사람처럼 보였던 걸까. 메건은 나를 향해 전화를 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며 입술을 내밀었다.
요즘 들어 느끼는 거지만 메건은 처음 보았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귀여운 면이 많은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메건의 모습을 보다 잠시 생각하곤 입을 열었다.
“내가 생각할 때는 메건에게 전화를 가장 많이 거는 것 같은데…?”
“…거짓말쟁이.”
“그런 걸로 거짓말을 해서 내가 얻을 게 뭐가 있겠어요.”
입을 내민 메건의 모습이 귀여워서 조금 놀려 주고 싶었지만, 그 분위기는 길게 가지 않았다.
내밀었던 입은 금세 다시 들어가고 평소의 도도하고 시크한 얼굴로 돌아가 있던 것이다.
갑자기 이뤄진 표정의 변화가 너무 빨라 조금 놀랐지만, 메건의 바뀐 표정을 보고 뒤를 돌아보자 아서가 와 있었다.
“정원에 오래 나와 계실 거라면 이곳에 차와 간식을 준비해 드릴까요?”
“…어휴, 메건 아니었으면 나 심장 마비로 병원에 실려 갔을 거예요.”
평소처럼 뒤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다가온 아서를 생각하고 표정을 바꾸었던 것이었다. 뒤를 돌아본 것도 아닌데 진짜 신기하네.
어쩌면 본가의 성에서 지내면서 이런 상황을 많이 마주했기 때문에, 나보다 더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절대로 내가 둔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와 간식을 가져다준 아서를 보낼 때까지, 여전히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건너편에 앉아 있는 메건.
내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는 것을 알아채고 옆에 있어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런 느낌이 드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곧 결혼을 하는 것이 확정되었기 때문일까.
조금은 전과 대하는 것도 달라졌고, 마주할 때도 다른 감정이 된 것 같은 느낌.
“왜 그렇게 봐요?”
“처음 봤을 때는 퉁명스럽고 이상한 아가씨였는데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싶어서요.”
“원래 사람은 바뀌는 거예요.”
메건은 그 말을 하곤 왼손에 스콘을 들고 오른손에 칼을 들어 스콘을 가른 뒤 그 안에 크림을 넣어서 내게 내밀었다.
그녀가 건네준 스콘에서 밀크티의 담백한 맛과 어울리는 달콤한 맛이 느껴졌다.
평소에 느끼던 우중충한 런던의 날씨와는 다르게 청량한 바람이 불어오는 맑은 하늘이 보였다.
***
정현의 부름에 수원이 영국행 비행기에 가족들과 함께 올라탔을 무렵, 한국의 언론들은 김수원의 행방에 주목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대표 회사인 JHJ 토탈 뮤직의 핵심 멤버로 알려지기보다, 이정현의 친구로 알려진 김수원이 언론에 이름을 올린 것은 처음 있는 일.
최근에 불어온 K팝 열풍의 중심에 있던 유지현의 앨범 작업에 두 번이나 참여했던 것이 알려지며, 능력이 부각되는 한편 이정현의 인재 빼내기라며 까내리는 기사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시각 체리 엔터테인먼트.
“언니가 김 팀장님이 정현 님 친구라는 거 소문낸 거라며?”
“…아니, 나는 그냥 술 마시다가 한마디 한 게….”
“진짜 술이 웬수다….”
수원이 한국을 떠났다는 뉴스를 보게 된 유지현은 사장인 박재경에게 달려가 어떻게 된 것인지 자초지종을 물었다.
“나는 그래도 너를 위해서 한 곡만이라도 받아 주고 싶었던 건데 너무 그러지 마….”
“내가 언제 정현 님한테 곡 받아 달라고 했어? 솔직히 나는 지금 이 상황도 이해가 안 되는 게 너무 많아. 안 했어도 되는 거였잖아.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고.”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온 유지현은 자신이 소속된 회사 사장이자 언니의 친구인 박재경을 몰아붙였다.
“여기까지인 것 같아. 나 이제 더 이상은 못 하겠어.”
“지현아. 그게 무슨 말이야?”
“나 은퇴할 거라고.”
“뭐?”
유지현은 현재 K팝의 선두 주자라는 위치에 있음에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은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팝 역풍으로 인해 한창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어 힘들다는 것을 토로하던 시기에도 일정을 줄여 주지 않았었고, 이번 이정현 사태에 대응을 잘못한 것까지 박재경을 향한 불만이 폭발해 버렸다.
“나 계약 기간 3개월 남은 거 지나면 그냥 은퇴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
“야! 지현아! 지현아!”
유지현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곤 사장실을 나와 버렸고, 그 넓은 사장실 안에는 박재경 혼자 남게 되었다.
발매한 지 2년이나 지난 앨범으로 인한 수익이 지난 몇 년간 내왔던 수익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돈을 벌어들였기에, 욕심을 부렸었던 박재경은 이제 체리 엔터테인먼트의 존속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
망연자실한 마음으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렇게 대한민국 최고의 디바가 속해 있어 업계 3대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불리던 체리 엔터테인먼트의 위기가 시작되었다.
***
“그래서 아직까지도 생각만 하고 있다고?”
“이런 걸 언제 해 봤어야 알지.”
영화에서 보면 참 대단한 프러포즈들이 많이 나오던데, 결혼식이 한 달도 남지 않은 9월 중순이 될 때까지도 나는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했다.
음악들은 그냥 조금 생각만 하더라도 금세 떠오르곤 했는데, 그런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았다.
넓은 정원에서 뛰노는 지유를 바라보며 나는 수원을 향해 말했다.
얼마 전에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넘어가서 자리를 잡은 수원이 내 결혼식 준비를 위해서 영국으로 와 주었다.
결혼식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한복이라든지 다른 것들은 모두 준비가 되었는데, 수원이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던 프러포즈를 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을 하면 영화 같은 느낌의 프러포즈를 하고 싶은데, 그런 것을 좋아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그렇게 했을 때 더 싫어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반지를 내밀며 ‘나랑 결혼해 줄래’라는 말을 하는 것에서 오히려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데, 그런 것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남자들만의 착각이라는 게시글을 인터넷에서 보았기 때문이었다.
“반지는 샀어?”
“반지는 결혼식 이야기가 나왔을 때 바로 샀지.”
“그냥 반지를 갖고 다니다가 분위기를 봐서 손에 끼워 줘. 그리고 그냥 한마디만 해. 그러면 되는 거야. 별거 없어.”
“그래서 그 별것 없다고 말하는 분은 프러포즈를 하셨고…?”
“…아 몰라. 네가 결혼하는 거지 내가 하는 거냐? 나는 지유나 보러 갈란다.”
내가 조금 삐뚤어진 반응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이런 것을 해야 하나 하는 마음부터 시작해, 영화 같은 프러포즈를 한다고 해서 현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마음까지.
“이야기는 잘 끝냈어요? 무슨 이야기를 하길래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해요?”
“별것 아니에요. 회사 그만두고 와서 어떤 기분이 드나 하는 이것저것 잡다한 이야기?”
수원이 멀어지는 모습을 보고 메건이 정원으로 나와 조금 전까지 수원이 앉아 있던 자리에 앉으며 말을 했다.
“지유가 진짜 귀엽네요. 괜히 사람들이 딸바보가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딸 좋죠. 예쁘고 귀엽고. 남자아이들은 장난만 칠 것 같아서….”
“이정현 경도 딸이 좋아요?”
“나는 나 닮은 아들보다는 메건을 닮은 예쁜 딸이 좋을 것 같아요.”
“…….”
저 멀리 수원이 지유를 안고 돌아다니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했던 말이었다. 심각하게 생각을 하고 대답을 한 것도 아니었고, 딸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었다.
“…나한테 예쁘다고 말해 주는 게 처음인 것 알아요?”
“응?”
아니 딸이 예쁘다고 한 건데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거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메건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도 예쁘게 보이려고 엄청나게 신경 쓰고 갔었는데, 아무 말도 없어서 내가 얼마나 속상했었다고요.”
“그래요…? 나는 메건처럼 예쁜 사람은 자기가 예쁘다는 것도 알 거고, 다들 예쁘다고 말해 줄 것이라 생각해서 오히려 그런 말을 안 좋아할 것 같았는데….”
평소 같으면 이맘때쯤 나타나서 분위기를 전환해 주는 아서가 필요했다. 이런 대화를 길게 끌고 갈 만큼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둘의 대화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어색함이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고맙게도 한참 동안을 아무 말도 못 하고 망설이던 둘의 분위기를 깨뜨린 것은 메건.
“예쁘다고 말해 주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 미안해요, 내가 너무 늦게 말했네. 하지만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처음 볼 때도 인형처럼 예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같은 집에 살며 매일 붙어 있던 메건과 이런 어색한 분위기가 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머릿속이 멍하고 횡설수설하는 느낌.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별것 아닌 말들이었지만 마치 사랑 고백을 하는 10대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10대 시절에는 살아가는 것에 치여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기에, 평생 사춘기라는 것을 느껴 볼 일이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던 날들.
오히려 나이가 들어 뒤늦게 이런 느낌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살짝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차가운 물을 마시려 왼손을 물컵에 가져갔는데, 메건의 손이 닿았다.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며 손을 뒤로 빼는 그 순간 메건의 얼굴이 보였다. 토마토처럼 빨개진 얼굴.
내 얼굴은 메건의 얼굴보다 한 백배는 더 빨개져 있겠지.
바로 지금이 절호의 찬스라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그때. 내 입이 고민 같은 것도 하지 않고 자동으로 열렸다.
“저, 메건.”
“네?”
“나랑 결혼해 줄래요…?”
주머니에 들어 있던 반지 케이스를 꺼내 메건에게 내밀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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