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39
138화
한국의 연예 기획사들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청담동에 몰려 있다. 그렇기에 음악 산업에 관련된 모든 것들까지 이쪽에 쏠려 있는 경향이 있었다.
미용실부터 시작해서 마사지 샵까지. 새벽에 일어나서 메이크업을 받은 뒤에 방송국으로 향해야 하는 연예인을 위한 토탈 서비스를 하는 곳들이 널려 있는 곳.
그리고 그들은 사람들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며 사생활의 침해를 받지 않기를 원했기에, 그만큼 물가도 비쌌고 인적도 드물었다.
물론 여의도에 위치하던 방송국들은 대부분 상암동과 일산, 파주처럼 오히려 청담동에서 멀어지고 있었기에 나는 사무실의 위치에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리의 주력 사업은 뭐지? 영화 음악인가? 영화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캘리포니아에 있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영화 스튜디오들은 대부분 헐리우드 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협업을 하기에는 캘리포니아가 제격이었다.
“메건이 하던 영화 음악을 할지 아니면 다른 걸 할지 고민이 좀 되네…. 영화 음악을 할 거면 차라리 산타모니카로 돌아갈까 싶기도 하고.”
[내가 한국에 다시 들어가서 회사 세우는 거 도와줄까?]“회사 세우는 건 내가 너보다 잘 알지 않겠냐? 나는 두 번이나 만들어 봤는데.”
수원은 고민을 하는 나에게 자신이 도와주겠다는 말을 했지만, 솔직히 말을 해서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이 녀석도 한국에서 사업을 해 보았던 것이 아니라 회사원으로 지냈던 것이기에, 어떻게 보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까.
아니, 오히려 영국과 미국에 회사를 만든 내가 더 잘 알지 않을까?
“넌 거기에서 안젤리나랑 음악이나 잘 만들어, 다른 데 신경 쓰지 말고. 걔가 감각은 좋은데 배경 지식이 부족해서 아직 케어해 줄 사람이 필요해.”
[그려. 젊은 애라서 그런지 감각은 좋네. 안정적이지는 않지만.]“맞다! 너네 어머니한테 사진 좀 그만 보내. 우리 어머니한테 너희 어머니가 사진 보여 주셔서 지금 난리도 아니라고. 결혼한 지 세 달 만에 애는 언제 갖냐고 물어보는 게 말이 되냐?”
[응? 내 기억에는 너희 어머니 그런 분 아니셨던 것 같은데?]“내 말이. 나도 우리 어머니가 그러실 줄은 몰랐네.”
솔직히 말을 해서 큰누나가 결혼을 하던 시기부터 어머니는 예전과 달랐다. 느닷없이 나에게 연애를 언제 하냐고 물어보기도 했었으니까. 아니야. 어쩌면 이게 전부 윤 교수 때문인지도 모른다.
은근히 자랑을 많이 하신다고 들었으니까.
“일단 회사의 방향은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다. 아, 그리고 유자 일 열심히 하나 감시 잘해라. 나는 열심히 하는 줄 알았는데 사내 연애질이나 하더라.”
[크크크크. 안 그래도 내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감시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수원과 전화 통화를 마치고 나는 계획했던 대로 청담동으로 향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사업자를 등록하고 했던 것은 차를 사는 것. 영국의 좌측 통행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한국에서 내가 직접 운전을 하는 것에는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경호원으로 일하는 한 분에게 운전도 함께해 주기를 부탁해야 했다.
아직까지 한국의 지리에는 전혀 익숙하지 않았기에, 네비게이션을 사용하며 도착한 청담동.
“여기 부근에 주차장이 있으면 아무 데나 세워 주세요.”
“예.”
오랜만에 바라보는 청담역은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기 때문인지, 높다란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거리에는 나온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중에도 아이돌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꽤 많이 섞여 있겠지. 혹은 연예인의 팬도 있을 수 있겠고. 그런 생각을 하며 거리를 걸어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동산이 보였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이곳에 이렇게 많은 기획사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은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연예 기획사들이 이곳에 몰려들었다.
덕분에 땅값이 올라서 주변의 건물주들은 좋아했겠지만, 나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가격이 되어 버린 청담동의 시세에 기가 찰 정도였다.
“아니 10층짜리도 아니고 겨우 5층짜리 건물 하나에 150억이 넘는다고요?”
“이정현 씨도 아시겠지만, 여기 상권이 아주 좋습니다.”
부동산에서 나에게 시세를 설명하는 공인중개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엄청난 가격을 이야기했다.
아니, 아저씨 LA의 건물이 여기보다 두 배는 더 넓은데 150억은 안 되었다고요.
턱밑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며 인내심을 발휘해서 알아본 시세는 말도 안 되는 수준.
돈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개인 사비로 살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었지만 돈이 아까웠다. 이 정도 돈을 들여서 청담동에 건물을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조금 떨어진 곳에 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정현 씨. 저기 죄송합니다만 싸인 한 장만 받을 수 있을까요?”
“…….”
몇 번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내가 직접 돌아다니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시키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졌다.
그렇게 스트레스만 받으며 청담동을 돌아다니다, 부동산을 벗어나 내가 찾아간 곳은 일산 장항동. 공중파 방송국의 녹화 스튜디오가 위치한 곳.
“네?! 180억이요?”
“네, 이 주변에서는 가장 싸게 나온 건물입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청담동의 5층 건물보다 오히려 비싼 가격. 일산의 물가가 서울보다 싸지 않구나.
이게 혹시 내 얼굴을 알아보고 바가지를 씌우는 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비싼 가격으로 보이는 건물이 절대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공인중개사는 그렇게 의심하는 나를 향해 자신의 노트를 펼쳐 당당하게 보여 주었고, 그 안에 쓰여 있는 가격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떻게 서울 강남보다 가격이 비싸요?”
“가격을 제가 정하는 게 아니라 공시지가가….”
공인중개사의 장황한 설명을 뒤로하고, 나는 부동산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건물의 가격을 보며, 건물을 사는 것이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런던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 런던 도심의 건물은 5층짜리라고 하더라도 수천억은 기본으로 넘어갔으니까. 그곳과 비교를 하면 이곳에 있는 것들은 모두 싼 축에 들어갔지만, 이상하게 파운드화로 계산하는 것보다 원화로 계산하는 것이 더 비싸게 느껴졌다.
점심시간부터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지만, 만족스러운 가격에 나온 건물은 찾기 어려웠다.
아니, 차라리 제대로 큰 건물을 하나 사 버릴까…?
나는 작은 건물을 사서 회사로 꾸미겠다는 생각에서, 큰 건물을 하나 사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집으로 갈게요.”
“알겠습니다.”
조용히 네비게이션을 작동시키는 경호원의 뒷자리에 앉아 크리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녁 7시가 넘어가고 있었기에 미국은 새벽이겠지만, 나는 최대한 빠르게 처리를 하고 싶었다.
오늘 하루를 이렇게 부동산만 돌아다니면서 날린 것이 너무 아까웠다.
[Hello?]“나야. 우리 회사 가용 금액이 얼마나 있어?”
[뭐야 이거. 신종 사기 전화야?]갑작스러운 전화에 크리스는 당황하며 말했다.
“나야 정현. 건물을 사려고 알아보는 중인데 회사 이름으로 구매하려고.”
[갑자기 무슨 건물을 산다그래. 놀랐잖아 전화 받자마자 돈 이야기를 꺼내서.]“내가 회삿돈 얼마나 있냐고 물어보는 게 그렇게 신기한 일은 아니지. 회사 사장인데.”
[그건 그렇지만….]전화로 잔고를 말해 주는 크리스의 대답에 나는 미소가 지어졌다.
***
정현이 삼성역에 구매한 건물은 공시지가로만 1천 3백억 원이 넘어가는 고층 건물이었다. 청담역 주변에는 대부분 주택 단지나 아파트들이 많았기에, 고층 건물을 구매하는 것은 바로 옆 동네인 삼성역에서 구매해야 했다.
이 건물은 정현의 명의가 아닌 회사 명의로 구입된 첫 번째 건물이 되었다.
워낙 고가의 건물이었고 주변의 건물 가격이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 상권의 중심에 있었기에, 처음 그가 건물을 구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부동산 투자 목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LJH 뮤직 측에서 공식적인 발표를 통해 투자 목적이 아닌 직접 사용할 것이라고 말하자, 서로 치고받고 싸우던 연예 기획사들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영국과 미국에서 차원이 다른 성공을 거둔 이정현이 돌아온 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끼어들 것이 당연하다고 예상되었기 때문이었다.
정현은 한국 연예계에 있어서 일종의 생태계 교란종이나 마찬가지였고, 그 소식은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던 아르테미스 엔터테인먼트에도 전해졌다.
“사장님. 이정현이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습니다. 저희 쪽에서도 대응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도 귀가 있고 눈이 있어. 다 알고 있단 말이지. 그런데 한국에서 사업도 해 본 적이 없는 이정현이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이 있나? 이쪽 판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지도 못하지 않은가.”
조어진은 걱정이 섞인 말을 하는 비서를 향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남들이 생태계 교란종이네 뭐네 해도 우리가 다져 놓은 지반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거란 말이지. 우리 수박 플레이어를 봐. 과독점 방지법만 없었더라면 아마 70~80% 점유율도 찍었을 거야.”
“지,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신경 쓰지 말게. 가서 하던 일이나 해.”
자신의 의견이 당연히 옳다는 식으로 말을하는 조어진에게 비서는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의견이 묵살당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고 위험을 돌파하며, 회사를 밑바닥부터 1위의 자리까지 올려놓은 한국 연예계의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조어진은 자신의 회사가 수많은 아이돌 그룹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점유율 1위의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갖고 있었기에, 수익이 나올 만한 곳은 무궁하다 여겼다.
지난번에 유지현을 자신의 회사로 데려오려고 하다 실패했던 것도 일종의 욕심이었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계약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남들이 이정현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해도 자신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
그리고 며칠 뒤.
[오늘 오후 유니버설 레코드의 CEO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습니다. 유니버설 UK의 CEO를 맡고 있던 마커스 스미스는 얼마 전 회사의 수익을 크게 낸 공로로 북미와 유럽을 모두 총괄하는 CEO에 선임된 인물로 음악가 이정현 씨와 밀접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자세한 소식 김대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저는 지금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LJH 뮤직 건물 앞에 나와 있습니다.
오늘 오후 4시경 인천국제공항의 입국 게이트를 통해 입국한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니버설 레코드사의 총괄 CEO 마커스 스미스.
그가 한국에 들어와 향한 곳이 바로 이곳 LJH 뮤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정현 씨가 만든 음악들은 모두 유니버설을 통해 제공되었기에, 전문가들은 모두 입을 모아 유니버설과의 협업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지배적입니다.
이미 포화 상태가 되어 버린 국내 스트리밍 업계에 후발주자로 등장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관련 업계의 주식 시장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최대의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의 수장이 한국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 최대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수박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는 아르테미스 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이 오늘 오후 장 마감 전에만 15% 하락하는 이변이 있었습니다.
김대기였습니다.]
“이게 무슨 개 같은 소리야!”
쿠다다당!
조어진은 원하지 않던 소식을 TV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어, 분노에 휩싸여 손에 쥐고 있던 리모컨을 내팽개쳤다.
“김 비서! 김 비서!”
벌컥!
사장실의 문이 열리며 급하게 비서가 들어왔다.
“네, 사장님. 찾으셨습니까.”
“다른 연예 기획사에게 전화해서 지금 좀 만나자고 해.”
“다른 곳이라고 하면 어디를…?”
쾅!
조어진은 비서를 노려보며 테이블을 내려치며 말했다.
“전부!”
까맣게 변해 버린 TV 화면을 바라보는 조어진의 눈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x